생방송중 연행·비판행동 정신병원…

● 토픽 2018. 8. 13. 08:55 Posted by SisaHan

전 교수, VOA인터뷰 도중에 공안들 자택 난입해 끌어가


시진핑 포스터 훼손에 병원감금
대만선호 배우 퇴출요구로 와글

전직 대학교수가 생방송 인터뷰 도중 붙잡혀가고, 국가 지도자를 비판하는 행동을 한 시민은 정신병원에 갇혔다. 21세기 미국과 세계 패권을 다투는 지(G)-2 국가로 떠오른 중국에서 ‘표현의 자유’는 여전히 개선 기미가 없다.
쑨원광 전 산둥대 교수는 지난 1일 자택에서 전화로 <미국의 소리>(VOA)와의 생방송 인터뷰를 하던 도중 갑자기 들이닥친 공안에 끌려갔다. 이 매체가 공개한 방송 당시 음성을 들어보면, 쑨 전 교수가 “공안 대여섯명이 또 왔다. 무슨 짓인가! 내 집에 온 것은 불법이다! 나는 언론 자유가 있다!”고 외치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이내 전화 연결이 끊어져버린다.
1994년 퇴임한 쑨 전 교수는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동·아프리카 5개국 순방에 나서자, 공개서한을 통해 해외 원조보다도 국내 빈곤 구제에 힘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도 이와 관련한 인터뷰를 하던 중이었다. 그는 이날 통화에서도 “백성들이 가난하다. 우리는 아프리카에 돈을 쏟아부어선 안 된다”고 하던 중이었다. 이후 쑨 전 교수는 연락이 끊긴 상태다.
 
지난달 상하이에서 시 주석 포스터에 먹물을 끼얹는 동영상으로 화제가 됐던 여성은 정신병원에 수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의 아버지 둥젠뱌오는 1일 성명을 내어, 둥야오충이 지난달 16일 후난성의 정신병원에 갇혔고, 당시 자신의 아내는 상황을 모른 채 딸의 입원에 동의하는 문서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후난성 탄광노동자인 둥은 지난달 22일 병원에 갔지만 면회를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둥은 인터넷에 “딸이 정신병자라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성명을 올린 뒤 재차 면회를 시도했지만, 되레 공공안전 위해 혐의로 구속당했다. 딸 둥야오충은 지난달 4일 상하이의 한 대형건물 앞에서 시 주석이 나온 ‘중국몽’ 포스터에 먹물을 끼얹으면서 “시진핑의 독재적이고 전제적인 폭정에 반대한다. 나를 잡으러 오기를 기다리겠다”고 외쳤다.

당국의 탄압 못지 않은 ‘여론 재판’도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시키고 있다. <나의 소녀시대> 등 작품으로 한국에도 알려진 대만 출신 배우 쑹윈화(26)는 3년 전 한 매체와의 인터뷰 동영상에서 한 발언 탓에 구설에 올랐다. 그는 당시 짧은 질문과 단답형 답변을 주고받던 중, ‘어느 나라를 가장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내가 좋아하는 나라는 대만”이라고 답했다. 이를 발견한 한 누리꾼이 중국 당국 누리집에 쑹윈화가 ‘독립지지 성향’이라며 퇴출 청원을 올렸다.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보면서 독립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중국 여론이 들끓었다.
 쑹윈화는 급기야 지난 2일 저녁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 “나는 중국인이다. 대만의 나의 고향이고, 중국은 나의 조국이다” “대만은 내가 태어난 곳이고, 조국 대륙(중국)은 나의 꿈이 실현된 곳이다” “여전히 많이 배우는 중이고, 어떤 문제건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사과문을 올렸다.
쑹윈화 발언 논란은 2016년 초 한국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출신 멤버 쯔위가 방송에서 대만을 상징하는 청천백일기를 흔들었다가 중국 누리꾼들로부터 매서운 공격을 받는 등 홍역을 치른 것을 연상케 한다. 쯔위는 결국 사과 영상을 올렸지만, 오히려 이튿날 총통 선거에서 대만 민심을 자극해 차이잉원 총통 당선에 힘을 보탰다는 평가도 있다.

<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


성폭행·고문… 계엄군의 국가폭력

● 토픽 2018. 5. 23. 13:44 Posted by SisaHan

겨우 입여는 5.18 여성들
“반인도적 범죄로 수사, 처벌해야”

38주년을 맞는 5.18 당시 여성들이 당한 고초들, 고문과 집단 성폭행을 포함한 반인도적 국가폭력의 실체가 이제야 드러나고 있다. “설마 국군이 그런 짓까지야”라는 의구심과, 여성과 가정의 치욕을 숨기려한 사회분위기 등으로 덮여온 범죄들이 ‘#미투(Me Too)운동’ 등에 힘입어 추악한 베일을 벗기 시작했다.
5·18 때 여성들은 가두방송을 하고, 주먹밥을 만들고, 도청 앞 상무관에서 희생된 주검에 염을 하면서 항쟁에 참여했다. 광주시의 5·18 민주화운동 보상 집계를 보면, 5·18 유공자로 보상을 신청해 인정받은 5천767명 가운데 여성이 300명(5.2%)이다. 5·18 당시 여성 사망 인정자는 2명이고, 다쳐서 상이 후 사망자로 인정된 이는 8명이다. 하지만 5·18 여성들이 당한 성적 수치심 등 항쟁과 수사 과정에서의 잔혹 행위는 아직껏 역사 기록으로도 제대로 남기지 못했다. 향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꼭 밝혀 책임자를 가리고 처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북 모란봉에서 2년간 교육받고 온 여간첩 ‘모란꽃’이 바로 너라고 하더라구요.” 5·18 가두방송의 주인공 전춘심(68·경기도)씨는 “수사관들이 나를 간첩으로 몰기 위해 잔혹하게 고문했던” 38년 전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는 1980년 5월19일 “군인이 시민들을 개 패듯 때린다”는 소식에 분노해 시내를 돌며 차를 타고 가두방송을 하다가 보안사령부(현 기무사령부) 505보안대로 끌려갔다.
그는 다짜고짜 개머리판으로 이마를 맞아 피가 흘렀다. “손가락 사이마다 볼펜을 끼워 넣고 두 손으로 쥐어뿔고….” 전씨는 “곤봉으로 나의 ‘여성’(성기) 쪽을 막 (때리며) ‘니가 처녀냐?’고 했다”는 증언을 하다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보안대의 협박을 받은 전씨의 가족은 “간첩도 자수하면 살려준다고 하니까 솔직하게 이야기해버리라”고 했다. “나는 경찰관 가족이고, 간첩이 아니라고 이야기해도 들어주지 않았어요.”


광산경찰서 이송 뒤 매일같이 하혈을 해 인근 병원에서 보름간 치료를 받다 국군통합병원에 이감됐다. 15년형을 선고받고 광주교도소에서도 독방에 수감됐다. “하혈을 하고 저녁이면 공포에 떨고,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1981년 4월 사면돼 출감한 뒤에도 ‘간첩’이라는 시선을 견디며 실어증에 걸리기도 했다. “어쩔 때는 땅이 푹 꺼진 것 같고. 꿈을 꾸면 자주 쫓겨가요. (다리 마비 증상으로) 걸음을 5분 이상 걷질 못해요. 밤중에 (나도 모르게 걸어나가) 남의 집 문을 두드린 적도 있어요.” 전씨는 신경정신과 병원에 딱 한번 갔지만 치료는 받지 않았다. (엄마가 정신과 병원에 다니면) 4남매 자녀들의 장래에 해가 될까 두려웠다.
5·18 가두방송의 또 다른 주인공 차명숙(59)씨도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보안대에서 고문을 받고 광주교도소에서 징벌방에 갇혀 30일 동안 ‘혁시갑’을 차고 짐승처럼 지냈다”며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이성순(59)씨도 여전히 후유증을 안고 산다. 그는 5월21일께 광주시 서구 화정동 아파트 거실에서 학생들을 쫓던 공수부대가 쏜 M16 유탄에 맞고 정신을 잃어 국군통합병원에서 10일 만에 깨어났다. 보안대 수사관들은 휠체어를 탄 이씨를 병원 지하실로 끌고 가 취조했다. “‘누구 지시를 받고 데모했느냐’고 물으며 머리와 어깨 등을 각목으로 마구 때렸어요. ‘나는 폭도’라고 자술서를 쓰라고 했고요.” 지금도 납탄 파편이 무수히 박힌 그의 온몸엔 ‘저승꽃’(검버섯)처럼 얼룩이 남아 있다.


당시 계엄군이 여성들만을 집단 납치해 성폭행했다는 구술 자료도 확인됐다. 증언자는 당시 군인들에게 납치돼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승려가 된 ㅇ씨다. 이는 항쟁 당시 여성들에 대한 성폭력이 군에 의해 집단적으로, 상습적으로 벌어졌을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2000년 ‘5·18기념재단’이 5·18 생존자들을 직접 만나 기록한 구술 자료집을 보면, 당시 여고생이었던 ㅇ씨의 증언이 실려 있다. ㅇ씨는 1980년 5월19일 계엄군인들에게 성폭행을 당했을 때 “다른 사람들 서이(셋) 있었는데 그들은 아줌마 같애”라고 말했다. 계엄군에게 끌려가 성폭행당한 여성이 3명 더 있었다는 이야기다. 성폭행 피해가 단발성 사건이 아님을 보여주는 증언이다. ㅇ씨의 증언은 계엄군의 여성 납치와 성폭행 정황이 잘 드러난다. ㅇ씨는 “(광주시) 유동에선가 어디서 잡혔는디, 집에 갈려다, 맞아 갖고 차에 끌려갔어요. 살려달라고 막 난리가 아니제”라고 기억했다. 당시 이들을 납치하고 성폭행했던 계엄군은 계획적으로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도 있다. 군인들이 여성들만 납치했기 때문이다. 그는 원래 처음부터 여자들만 태웠다고 증언했다.


가족들에 의해 불임수술까지 받았던 ㅇ씨는 두 차례나 자살을 기도했다. 혼자 웃어대거나 동네 사람들에게 욕설을 하기도 하는 등 불안 공포증을 보이다 점차 상태가 악화돼 집을 나가 행방불명이 되기도 했던 ㅇ양은 1987년 3개월여 동안 나주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그 뒤 ㅇ씨의 행방은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번에 승려가 됐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5·18 민주유공자 김선옥(60)씨는 “얼마 전에 여검사가 미투를 해서 38년 만에 나도 용기를 냈다”며 그동안 묻어뒀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5·18 당시 그는 전남대 음악교육과 4학년으로, 책을 사러 나갔다가 시위에 휩쓸려 학생수습위원으로 도청에서 항쟁을 도왔다. 항쟁 종결 후 교생실습을 나갔던 김씨는 그해 7월3일 학교에서 계엄사 합동수사본부 수사관들에게 옛 상무대 영창으로 연행됐다. 공포의 시작이었다. “처음엔 막 들어가자마자 발로 지겨불고(짓누르고) 엄청나게 때리더라고요. 여기 이마가 폭 들어간 데가 있는데 그때 책상 모서리에 찧어서 그래요. 피가 철철 나면서 정신없이 맞았어요.” 폭행과 고문으로 점철된 조사 끝에 9월4일 소령 계급을 달고 계장으로 불리던 수사관이 김씨를 데리고 나가 비빔밥 한 그릇을 사주더니 인근 여관으로 끌고가 대낮에 성폭행했다. “죽도록 두들겨 맞았던 일보다도 저항하지 못하고 당했다는 사실 때문에 비참했어요. 자존심과 말할 수 없는 수치감….” 꼬박 65일 동안 구금됐던 그는 기소유예로 풀려난 뒤 자살시도와 암 투병 등으로 인고의 삶을 살아오며 5·18의 ‘5’ 자도 꺼내지 않고 숨어 살았다고 했다.


여성·인권 단체들은 5·18 당시 국군이 여성들에게 저질렀던 이들 사건을 단순 성폭력이 아니라 국가폭력으로 규정하고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군인들의 학살과 폭력은 전쟁범죄와도 같았다. 5월22일 광주시내에서 시위대는 온몸이 두부처럼 짓이겨지고 가슴이 잘린 여성 시신을 발견했다. 사망자는 당시 19살이었던 ㅅ씨였다. 1980년 6월20일 광주지검 공안과에서 작성한 검시 조서는 “ㅅ씨가 가슴이 날카로운 것에 찔린 ‘좌유방부 자창’에 골반부와 대퇴부에 여러 발의 총탄이 관통했다”고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계엄군은 대검으로 ㅅ씨의 젖가슴을 찔렀고, 실신했거나 죽은 상태에서 성기 쪽에 집중적 총격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성 가슴과 성기를 난자하는 행위 등은 전쟁 때 진압군이 피지배 여성들의 전의를 꺾기 위한 전형적 ‘과시적 성폭력’으로 분석된다. 안진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5·18 때 여성에 대한 공격이 더 잔혹했던 이유는 시민들에게 공포를 조성하기 위해 더 효과적이라고 여겼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가 2005년 집계한 통계를 보면, 항쟁 관련 사망자는 모두 606명으로, 이 가운데 165명은 항쟁 당시 숨졌다. 당시 숨진 165명 중 여성은 13명이다. 165명 중 129명은 총상, 9명은 자상, 17명은 타박상으로 희생됐다.


5·18 당시 성폭력에 대해 김희송 전남대 교수는 “진상 규명을 철저히 해야 역사적 심판이 이뤄져 비극이 반복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군인들의 성폭력을 ‘인도에 반하는 범죄’라는 시각에서 다뤄야 한다는 강조도 한다. 박경규 경북대 연구교수는 “군대가 총기를 이용해 체계적이고 광범위하게 민간인을 학살한 행위와 그 와중에 발생한 여성에 대한 성폭행은 ‘인도에 반하는 범죄’에 해당된다”며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이런 범죄는 아예 공소시효 자체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기소해 처벌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안광옥 기자 >


개랑 놀면 사람도 개도 좋다

● 토픽 2018. 4. 4. 11:26 Posted by SisaHan

‘동물 매개활동’ 연구결과 긍정적 효과

개와 함께 놀면서 치료하는 ‘동물매개활동’ 결과 참여자의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것이 확인됐다. 사람과 함께 논 개들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는 개와 사람이 일대일로 놀면 실제로 학생들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학술지 ‘스트레스와 건강’에 발표된 연구를 보면 테라피 수업을 들은 학생 246명이 수업을 듣지 않은 학생들과 비교해 스트레스가 감소하고 행복함을 느끼는 정도나 에너지 등이 증가했다. 또 수업을 들은 학생들에게 행복하다는 감정이 좀 더 지속했다. 남녀의 차이는 없었다. 테라피 수업 동안 학생들은 7~12마리의 개와 자유로운 스킨십을 하고, 수업 전과 수업 후 10시간 뒤에 설문에 응했다.


이 대학의 심리학 명예교수이자 논문 공동 저자인 스탠리 코먼은 “10시간 후에도 학생들은 치료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과 비교해 부정적인 감정이 적었다”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논문은 “개를 통한 치료 효과가 단기간 지속하는 만큼 학생들의 스트레스가 증가한 시기에 이런 프로그램을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것을 권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렇다면 이 활동에 참여하는 개들의 스트레스 지수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동일 조건의 실험은 아니지만, 서울에서 비슷한 상황에 놓인 개들을 연구한 결과가 지난해 10월 말 발표됐다.
2016년부터 사단법인 위드햅과 함께 ‘동물매개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서울시는 지난해 서울대 수의학 대학 등에 연구용역을 맡겨 ‘반려동물 매개활동 프로그램 개발 및 적용 가능성 탐색 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는 시츄, 스피츠, 토이 푸들, 진돗개 등 6마리의 강아지를 대상으로 지난해 6월5일부터 9월29일 사이에 스트레스를 측정했다. 측정은 타액의 든 코르티솔 양의 변화와 행동을 분석했다. 코르티솔은 공포 관련 스트레스와 연관된다. 스트레스 받은 개의 행동은 동공 확장, 헐떡거리기, 떨기, 낑낑거리기, 과도한 핥기, 숨기, 몸 자세 낮추기 등이었다. 서울시 동물매개활동에 참여한 이들은 특수성인, 일반아동, 특수아동, 복합성격장애아동 등 4가지 다른 특성을 지닌 사람들이었고, 수업은 50분씩 20회가 진행됐다.
그 결과 매개활동에 참여한 개들은 활동 이후 받는 스트레스 정도를 보여주는 코르티솔 변화량이 활동 전보다 전체적으로 낮아졌다.


그렇다면 개와 사람이 함께 노는 활동은 항상 좋은 걸까. 참여한 개들의 스트레스 정도가 높지 않다고 해도 주의할 점은 있었다. 서울시 연구를 진행한 사단법인 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은 “개는 대부분 한 사람 혹은 특정 단체의 사람들에 속해 있고 사냥과 망보기 같은 작업에서 사람들을 돕도록 가축화되는 과정을 거쳐 변해왔기 때문에 낯선 이나 침입자를 경계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며 “쓰다듬거나 간식을 주는 등의 단순한 상호작용을 넘어서 매개활동 중에 움직임이 제한된 채로 복종명령과 상호작용을 수행하는 것은 코르티솔을 상승시킬 수 있다”고 했다.


< 최우리 기자 >


‘가성비’ ‘가심비’ 만족시킬 ‘소확행’ 가게·제품들 선뵈

“손수건에 이름을 새기는 거, 진짜 별거 아닌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딱 ‘내 것’이라는 생각에 남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과 돈도 들여야 하지만 앞으로도 이런 제품을 구할 수 있다면 또 시도해보고 싶다.”


대학생 김주연(22)씨는 최근 무인양품이 처음으로 선보인 자수 서비스를 이용해봤다. 커스터마이징(주문 제작)이 차량이나 정장 등 고가 제품뿐만 아니라 손수건, 속옷 등 다양한 영역까지 진화하고 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을 바라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한 것이다.
소확행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를 잇는 소비 경향으로 꼽힌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선정한 2018년의 10대 소비 트렌드 가운데 하나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최근 회원 45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행복 관련 열쇳말 가운데 1위(51.8%)였다. 소확행의 확산과 지속은 움츠러든 경기의 영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나연 이노션 인사이트전략팀장은 “지속되는 경기 불황과 소비 심리 위축으로 작고 소소한 것에서 확실한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짧지만 쉽게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세우고 실천의 기쁨을 누리는 ‘스몰 챌린지’ 등이 부상하는 것도 이러한 현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기업과 브랜드들은 작은 행복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커스터마이징을 적용한 다양한 서비스나 제품을 내놓고 있다.


가장 접근성이 높은 서비스로는 ‘각인 서비스’가 있다. 기성품에 특별한 문구나 문양을 새겨주는 서비스다. 무인양품은 지난달 27일 문을 연 플래그십 스토어에 ‘자수공방’을 열었다. 소비자가 구매한 침구나 옷 등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나타낼 수 있는 자수를 놓아준다.
고급 비누나 빗에도 이름 철자 등을 새겨주는 브랜드도 등장했다.
프랑스 뷰티 브랜드 불리(BULY)1803은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대표 제품인 사봉 수페팡 비누와 아세테이트 빗에 대해 무료로 각인 서비스를 진행한다. 불리1803 관계자는 “최근에는 매일 접하는 작고 가까운 것에서 만족을 느끼려는 소확행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고급 비누의 인기도 높아져 각인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의 특성, 상태가 중요한 품목의 경우 본격적인 맞춤 서비스를 진행하는 곳도 있다. 럭스벨은 일대일 속옷 상담(컨설팅)과 맞춤 제작 서비스로 승부를 보고 있다. 소비자에게 브래지어 교육은 물론 정확한 치수와 개인 특성을 파악해 적합한 제품을 제작해 판매하는 서비스(사라스핏)를 제공한다. 김민경 럭스벨 대표는 “대부분의 소비자가 브래지어 정보가 너무 부족해 뭐가 딱 맞는지 아닌지 모른다”며 “치수 측정이 일반적인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세밀하게 진행돼 상담 소비자 90%가 맞춤 브래지어를 구매한다”고 말했다.


화장품 스타트업 ‘톤28’은 개인 피부 특성에 맞는 천연 맞춤 화장품을 만들어 4주마다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한국암웨이의 화장품 브랜드 아티스트리는 최근 개인 맞춤형 화장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25가지로 조합이 가능한 고농축 앰플리파이어를 내놓았다.
이런 흐름에 대해 제일기획 이원석 앤서(Answer)2팀 팀장은 “소확행이 급부상함에 따라 마케팅 영역 또한 상품의 장점을 열거하며 비일상적인 판타지를 추구하던 과거의 방식과 달리, 실질적으로 소중한 일상적 가치들을 통해 상품을 소구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정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