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져있어도 원격조종… CIA해킹 사실 공개돼
당신의 거실에 있는 스마트 TV가 바로 당신을 도청하고 있다. 심지어 텔레비전은 꺼진 상태에서도 당신을 도청한다.
상상 속 얘기가 아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우는 천사’(Weeping angel·영국 드라마 ‘닥터 후’에 나오는 외계 종족)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해 삼성전자 스마트 티브를 해킹해 티브이 전원이 꺼져있을 때도 주변을 도청할 수 있는 사실이 7일 공개된 중앙정보국 문서에서 드러났다.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이날 미 중앙정보국 ‘사이버 정보센터’ 문서 수천 건을 공개했다고 <CNN> 방송 등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 문서들에는 중앙정보국이 사이버 스파이 활동의 일환으로 구글·애플·삼성·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정보기술 기업의 제품과 플랫폼을 활용해 전방위 도청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더욱이 중앙정보국은 자신들이 해킹을 하고도 마치 다른 이들이 저지른 것처럼 흔적을 남긴다고 위키리크스는 밝혔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중앙정보국 문서에 따르면, 중앙정보국의 한 팀이 아이폰과 아이패드, 그리고 안드로이드 휴대폰 등을 원격조종할 수 있는 해킹 도구를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으로 휴대전화 카메라를 이용해 영상 정보를 얻고, 마이크로 목소리를 들으며,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 위키리크스는 일단 휴대전화가 중앙정보국에 오염되면 중앙정보국이 대화까지 엿들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정보국 내의 또다른 팀은 삼성전자의 스마트 티브이를 오염시키는 스파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중앙정보국이 영국 국내정보국(MI5)의 도움을 받아 개발한 ‘우는 천사’ 프로그램은 ‘위장 전원 꺼짐’(fake-off) 기술을 활용해 티브이가 꺼져 있을 때도 주변의 소리를 엿듣고 이를 중앙정보국으로 전송한다. 중앙정보국은 휴대전화를 통해 암호화되기 전에 시그널과 왓츠앱, 텔레그램 등 메신저 서비스도 해킹할 수 있다.
위키리크스는 또 중앙정보국이 2014년 10월 자동차의 인터넷 시스템도 오염시킬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고 밝혔다. 기존에도 많은 사이버 안보 전문가들은 미 정부가 자동차 해킹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었다.
위키리크스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미국 영사관이 ‘비밀 해킹 기지’라고 폭로했다. 여기서 근무하는 미 국무부 직원들이 중앙정보국의 비밀 해커들이고, 이들은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지역의 스파이 활동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주목되는 점은 중앙정보국이 해킹을 자행하고도 자신들의 소행으로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다른 이들이 해킹을 자행한 것처럼 흔적을 남긴다는 것이다. 위키리크스에 따르면 중앙정보국은 해킹을 할 경우 중앙정보국이나 미국 정부, 조력업체들로 역추적되지 않는 방식으로 사이버 무기를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아예 중앙정보국의 한 부서가 해킹이 들통나지 않도록 일부러 러시아의 해커들과 같은 다른 이들의 흔적을 남기는 교란작전을 전담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CNN> 방송은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중앙정보국의 문서는 8761건의 문서와 파일로 이뤄져 있다고 밝혔다. 이 문서들은 2013~2016년 사이의 것들이다. CIA 측은 “정보문서라고 알려진 것의 진위에 대해 코멘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