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와 러시아의 부호 유리 밀너가 스마트폰 크기 만한 초소형 우주선 군단을 이용해 성간(Interstellar) 우주탐험을 현실화하는 구상을 내놨다. 첫 탐험지는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계 ‘알파 센타우리’(Alpha Centauri)를 제시했다. 알파 센타우리는 지구에서 4.3광년 떨어진 거리에 있다.


두 사람은 12일 미국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내용의 ‘브레이크스루 스타샷’ 구상을 밝히고, 광속의 5분의 1 수준으로 날아갈 수 있는 초소형 우주선 개발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우주선의 동력은 레이저 광선이다. 지구에서 레이저 광선을 쏘면, 우주선에 달려 있는 얇은 돛이 이 광선을 받아 시속 1억마일의 속도로 우주공간을 날아간다.


이날 발표한 구상에 따르면 로켓으로 약 1천개의 초소형 로봇 우주선 군단을 쏘아 올린 뒤, 우주선이 100만킬로미터 거리에 이르렀을 때 돛을 펼쳐 레이저의 힘으로 이들을 태양계 바깥으로 밀어내면 알파 센타우리에 20년 후 도착할 수 있다. 비행 속도는 지금의 우주선에 비해 약 1천배 빠르다. 지금의 우주선을 이용해 25조㎞ 거리에 있는 알파 센타우리까지 가려면 3만년이 걸려 사실상 탐사가 불가능했다. 호킹 박사는 이 구상을 실행하는 데 약 100억달러(11조원) 이상이 들 것으로 전망했다. 밀너는 이날 이 계획에 1억달러(1140억원)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구상 실현은 준비부터 발사까지 20년, 발사에서 알파 센타우리 도착까지 20년, 알파 센타우리에서 오는 신호가 지구에 도착하는 데 4년 등 40년 이상을 기다려야 할 전망이다.
호킹은 회견에 앞서 낸 발표문에서 “지구는 멋진 곳이지만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우리는 별들로 시선을 돌려야 하며 브레이크스루 스타샷이 그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도 참여한다.
< 곽노필 기자 >



아인슈타인 100년전 예측을 입증한 중력파 검출

2015년 9월14일 오전 4시51분, 한번도 검출된 적 없는 0.15초 동안의 짧고도 강한 신호가 먼 우주에서 날아와 지상 관측소에 포착됐다. 연구단 내의 첫 반응은 놀라움이었고, 이어 엄밀한 검증을 거쳐 중력파임이 확실해지자 환호가 일었다. 과학자들은 이날을 기념해 이 신호에 ‘중력파(GW)150914’라는 이름을 붙였다.




두 블랙홀 병합처럼 큰 충돌 에너지서 방출
우주 배경 중력파 통해 빅뱅 등 태초의 우주 고고학적 규명 가능

포착된 신호는 아인슈타인이 100년 전 일반상대성 이론으로 예측했지만 그동안 아무도 보지 못했던 중력파 그것이었다.
미국과학재단(NSF)과 라이고(LIGO: 미 루이지애나 주 소재 위 사진) 중력파 관측소는 12일 워싱턴디시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두 블랙홀이 충돌해 하나로 병합되는 과정에서 방출한 중력파를 미국 리빙스턴(루이지애나주)과 핸퍼드(워싱턴주)에 있는 라이고 관측소 2곳에서 검출했다”고 밝혔다. 이번 중력파 검출에는 1000명 규모의 국제협력연구단이 참여했으며, 여기에 한국연구협력단(단장 이형목 서울대 교수) 소속 20여명도 활동해왔다.

■ 중력파, 어떻게 검출했나
중력파 검출은 초정밀의 계측과 연산을 이뤄낸 공동연구의 승리였다. 라이고 관측소는 지난해 9월 감도의 성능을 대폭 높여 재가동에 들어간 지 며칠 만에 이번 블랙홀 중력파를 검출해냈다. ‘중력장의 출렁임’ 또는 ‘시공간의 출렁임’인 중력파가 검출장치를 휩쓸고 지나갈 때 일으키는 극히 미세한 시공간의 변형을 찾아낸 것이다. 그 정밀도는 라이고 검출장치에 설정된 두 지점 거리인 4㎞에서 1경분의 4㎝가량 짧아지거나 길어지는 변형이 일어나는 것을 식별할 정도라 한다.
이번 검출 과정에선, 태양 질량의 36배와 29배 되는 두 블랙홀이 충돌할 때 가장 격렬한 순간인 0.15초 동안의 중력장 파동(중력파)이 13억 광년을 날아와 지상 관측소에 포착됐다. 이형목 교수는 “이때 검출기에 나타난 변형은 원자 크기의 1000분의 1 정도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먼 우주에서 날아오는 중력파의 효과는 매우 미약하기 때문에, 그동안 블랙홀이나 중성자별과 같은 거대 천체가 격동을 일으키는 순간이 중력파 검출의 대상이 되어 왔다.
미국 동부와 서부에 3000㎞ 떨어져 설치된 라이고의 쌍둥이 관측소 2곳은 길이 4㎞의 진공터널 2개를 ㄱ자 모양으로 붙여 만든 구조인데, 이번 검출에선 두 관측소에서 거의 동시에 같은 중력파형이 검출돼 신호의 확실도를 더욱 높여주었다.

■ 중력파 검출, 어떤 의미일까
중력장의 파동, 즉 중력파의 첫 검출은 무엇보다도 100년 전에 그 존재를 예측한 아인슈타인의 중력이론을 입증하는 직접 증거가 된다는 의미를 지닌다. 블랙홀에서 방출된 신호 자체를 직접 검출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중력파의 존재는 우리가 비록 감지할 순 없다 해도, 시공간의 미세한 출렁임 속에 살고 있음을 말해준다.
또한 우주를 보는 새로운 창을 얻을 수 있게 됐다. 17세기 광학 망원경의 등장이 관측 천문학의 비약적 발전을 이끄는 계기가 되고, 이후 개발된 여러 종류의 전자기파 망원경이 우주의 구조와 역사를 이해하는 데 크게 기여했듯이, 중력파 검출은 새로운 ‘중력파 망원경’이 이룰 중력파 천문학의 활약을 예고해준다. 중력파 첫 검출 소식에 많은 중력파 연구자들은 “우주를 바라보는 새로운 창인 중력파 천문학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중력파 망원경’의 관측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블랙홀이나 중성자별, 초신성 같은 거대 천체 현상을 이해하는 데 이전에 없던 새로운 자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중력파 연구가 우주대폭발(빅뱅)의 흔적으로 지금 우주에 배경처럼 널리 퍼진 ‘배경 중력파’를 상세히 이해하는 데까지 나아간다면, 다른 관측 도구로 접근하기 어려운 태초의 우주를 엿보는 새로운 ‘우주 고고학’의 한 영역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형목 교수는 “한국 연구진은 소수이지만 중력파 잡음 제거와 데이터 분석, 중력파 모델링 연구 등에 기여해왔다”며 “앞으로 한국 연구진이 주도하는 새로운 중력파 검출기(‘SOGRO’)의 개념 연구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 오철우 기자 >



“남이 나와 다르다는 사실을 진실로 깨닫기만 해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갈등은 반으로 줄어들 것을…”

이동렬 교수, 시사 한겨레 창간 10주년 휘호로 축하


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
세상에는 있다고 보면 있고 없다고 보면 없다.

「세상에는 있다고 보면 있고 없다고 보면 없다.」 (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심불재언 시이불견 청이불문).
영국의 극작가 세익스피어의 「햄릿」 (Hamlet)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이 세상에는 슬픈 일, 기쁜 일은 없다. 오직 슬픈 생각, 기쁜 생각이 있을 뿐이다.” 맞는 말이다.


우리 생각이 “슬픈 사건으로 규정하면 슬픈 일이지 사건 자체가 슬픈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노자(老子)는 자기 아내가 죽었을 때 항아리를 두드리며 노래했다지 않는가. 이성(理性)이 진리 여부를 지배하던 시대정신은 가고 개인의 경험이 진리 여부 규정에 참여하는 시대가 왔다.
일찍이 청나라 수도를 다녀와서 기행문을 남긴 조선의 선비 연암(燕岩) 박지원의 글에 ‘이명’(耳鳴) 이야기가 나온다. 이명이란 귀에서 소리가 나는 병으로, 본인에게는 분명 귀에 여러가지 이상한 소리가 들리나 옆 사람이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멀쩡하다. 춥고 배고프다고 신음을 계속 하는데도 옆 사람들은 지금 여기가 바로 천당, 얼마나 살기 좋은 세상이냐고 떠들어 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을까. 이쪽에서 보면 이 세상은 천당이나 저쪽에서 보면 지옥이다.


서로 생판 다른 경험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부대끼며 살아가야 하는 사바(娑婆) 세계. 그래서 「아리랑」의 시인들은 노래했다. “청천 하늘엔 잔별도 많고 우리네 살림살이 말도 많다”고. 내 주위에는 나의 형님 누나 동생을 포함해서 100사람이면 100사람 다 다른 사람으로 우글댄다. 나와 같은 생각, 같은 감정, 같은 걱정을 하고 있는 사람은 찾아 볼래야 찾아 볼 수가 없다. 하나의 난자와 정자의 결합으로 생긴 일란성 쌍생아(一卵性 雙生兒)도 심리적인 환경에 있어서는 서로 다르지 않는가. 그러나 연암의 이명 이야기처럼 우리는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설령 깨닫는다 해도 그들의 존재를 참거나 견디지 못하고 못마땅해 하거나 분해한다. 나와 다르다는 사실을 진실로 깨닫기만 해도 이 세상에 있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갈등은 반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고도 못 본 척, 듣고도 못 들은 척 나만 열심히 고물고물 살아가는 것이 오늘날과 같은 난세(亂世)를 살아 남는데 가장 필요한 처세술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소극적이랄까 이기적인 태도라는 생각이 슬며시 기어들어 온다. “근하신년”.

병신년 새해 아침에
청현산방주인 도천 (靑峴山房主人 陶泉)

< 이동렬 - 웨스턴 온타리오대 명예교수 >



페이스북이 최근 올해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페이스북의 한달 기준 이용자는 15억명을 넘어셨고, 날마다 접속하는 이용자도 처음으로 10억명을 넘어섰다. 일일 사용자가 전년 동기보다 17% 늘어났고, 매출은 45억달러로 41%나 늘어나는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놀라운 성장세다.

피로감 호소에도
영향력 커지는 SNS

매출과 이용자 규모 및 그 증가율이 페이스북의 인기를 보여주는 정량적 지표라면, 잇따라 보도되는 화제성 뉴스는 이용자들이 얼마나 소셜미디어에 열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정성적 지표다.
지난 8월 모로코 경찰은 프랑스 칸의 보석상에서 약 22억원어치의 보석을 털고 프랑스 국경 밖으로 도주한 절도용의자 나빌 이벨라티(30)를 체포했다. 거액을 흥청망청 소비하는 ‘멋진 모습’을 페이스북에 쉼없이 올렸고, 이는 수사와 체포의 결정적 단서가 됐다.


지난 9월 미국 오하이오주에서는 은행강도 용의자 커플이 검거됐다. 존 모건(28)이 여자친구와 복면을 한 채 애슈빌의 한 은행을 털었다. 모건은 며칠 뒤 돈 뭉치를 입에 넣는 괴상한 포즈의 셀카를 찍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페이스북에는 사진을 올린 위치가 드러나 있었고, 두 강도용의자들은 체포됐다. 이달 초에는 미국 아이다호 교도소에서 탈옥에 성공한 죄수가 1년여 만에 멕시코에서 체포돼 미국으로 압송됐다. 탈옥수 니컬러스 그로브(38)는 국경을 넘어 멕시코로 도주한 뒤, 탈주담과 셀카를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일가족이 멀리 여행중이며 휴가지 인증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가 빈집털이를 당하고, 회사에 대해 부적절한 글을 남겼다가 해고를 당하는 사례들이 알려진 지 이미 오래지만, 페이스북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자랑하고 싶은 욕망을 다스리지 못한 사례들이다.


소셜미디어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으며, 페이스북 이용이 오히려 불행감을 가져온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르고 있지만, 점점 더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에 몰입하고 있다. 사회적 존재인 사람은 더 뛰어난 연결과 소통도구가 나오면 이를 적극 채택하는 기본적 성향을 지니고 있다. 문제는 모두가 연결되어 있는 그 도구를 피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영향력 또한 커져가고 있는데, 사용자들과 사회가 그 도구를 통제하고 적절하게 사용하는 데 아직까지 관심을 돌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 구본권 사람과 디지털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