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인 크레이머, 한세기 가까운 커리어 종합예술가

"난 늙지 않았다, 단지 세상에 조금 오래 있었을 뿐"

 

100세가 넘은 나이에 현역으로 활동하는 호주 무용수 아일린 크레이머.[아일린 크레이머 인스타그램 갈무리]

 

"시드니에 돌아온 후로 엄청 바빴어요. 국립연극학교와 독립극장에서 무용 작품 3개를 공연했고, 대형 무용 축제 두 곳에 참여했고, 영화를 찍었고, 작은 공연도 여러 개 하고 책도 세 권 썼죠."

호주 무용수 아일린 크레이머가 시드니로 돌아왔을 때 나이는 99세였다. 올해 106세인 그는 아직 현역이다.

 

무용, 미술, 영화, 글쓰기 등 형태를 가리지 않고 다작하는 그의 활력 넘치는 삶을 영국 BBC방송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인터뷰로 조명했다.

크레이머는 고령에도 춤출 수 있는 에너지의 원천이 무엇이냐는 질의에 "늙었다"와 "나이"라는 단어 자체를 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해당 단어를 사용한 기자를 외려 꾸짖었다고 한다.

그는 "저는 늙지 않았습니다. 그저 세상에 조금 오래 있었고 그 와중에 몇 가지를 배웠을 뿐이죠"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늙었을 때 든다고 하는 기분이 저에겐 없어요. 무언가를 창작할 때 제 태도는 어린이였을 때와 다를 바 없습니다"고 강조했다.

 

     크레이머는 무용, 미술,글쓰기, 영화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종합 예술가다.

 

호주 시드니에서 태어난 크레이머는 젊은 시절 유명 발레단 단원이 돼 전국을 누비며 공연했다. 이후 인도, 프랑스 파리를 거쳐 미국 뉴욕에 정착해 99세 때까지 지냈다.

그는 한때 누드모델로 일하고 파리에서 미술가들과 교류하며 미술을 배우기도 했다.

하지만 한 세기 가까이 그가 가장 많은 열정을 쏟아부은 일은 무용이다.

 

그는 "인생 대부분을 무용수들과 함께 보내서 외롭지 않았어요"라면서 "몇몇은 결혼하거나 아이를 가지고 유럽으로 돌아갔지만 나는 무용수로 살며 겪는 불편함을 견뎌냈습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크레이머는 자신의 인생을 주제로 안무를 하고 직접 공연하고 있다.

작년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이 확산하며 관련 영상 촬영에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도 그의 창작열을 식히지 못했다.

 

    2019년 무용 영상을 촬영하는 크레이머

 

그는 "촬영지에 나가지 못하게 돼서, 영상을 어떻게 제작했는지에 관한 책을 썼어요"라고 웃으며 "코로나19에 전혀 개의치 않아요"라고 말했다.

책은 그가 직접 설립한 출판사를 통해 올해 안에 출간된다. 그는 100세가 된 이후 '코끼리와 다른 이야기들'이라는 제목의 단편집도 냈다.

 

최근 크레이머와 협업하는 안무가 수 힐리는 "크레이머와 함께 일하는 건 살아있는 역사를 경험하는 것 같다"면서 "그는 항상 주도적이고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창작한다"며 감탄했다.

크레이머와 인터뷰는 그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기로 한 시간이 되면서 마무리됐다. 그는 "백신 맞는 게 정말 싫지만, 앞으로도 아프지 않게 해주겠지요"라고 말했다.

시리아 난민캠프서 폭행 · 감금돼…배고파 급하게 먹다가 질식사

NYT "인도주의적 재앙 재조명"…10년째 이어진 내전, 종식 요원

 

쇠사슬을 들고 있는 6살 시리아 난민 날라 알 오트만. 그는 사진이 찍힌지 몇달이 지나 음식을 급하게 먹다가 질식사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 제공]

 

머리가 헝클어진 여아가 쇠사슬을 들고 서 있다. 제대로 씻지 못한 듯 옷과 신발에 흙이 묻었고 얼굴도 깨끗하지 않다.

사진 속 아이는 6살 날라 알 오트만으로, 시리아 북부 이들립주의 난민캠프에서 지냈다. 캠프 안을 멋대로 돌아다니지 못하게 아버지가 쇠사슬로 묶어두곤 했다고 한다.

 

날라는 사진이 찍힌 지 몇 달 후 숨졌다. 영양실조에 시달리던 그는 배고픈 와중에 음식을 너무 급하게 먹다가 질식사했다.

비극적 사연을 담은 이 사진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산하며 시리아 내전이 초래한 인도주의적 참상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30일 뉴욕타임스(NYT)는 "시리아 내전으로 집을 잃고 캠프에 내몰린 수백만 아이들의 고통에 전 세계인들이 주목하게 됐다"고 전했다.

날라는 아버지로부터 쇠사슬에 묶이고 폭행당했을 뿐 아니라 아기 침대 위에 철문을 덮어 만든 '우리' 안에 감금되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의 사진이 유포되며 공분이 일자 아버지는 결국 당국에 구금됐으나, 별다른 혐의를 적용받지 않고 몇 주 후 석방됐다.

그는 날라를 간혹 쇠사슬에 묶어뒀다고 인정했지만 날라가 옷을 벗고 아침저녁으로 캠프를 돌아다녀서 불가피했다고 항변했다.

캠프 측은 날라가 학대당한다는 사실이 수용자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알려져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모두가 생존을 위해 분투하느라 날라를 신경 써줄 겨를이 없었다고 전했다.

 

             시리아 난민 캠프에서 살았던 6살 날라의 생전 모습 [시리아인권관측소(SOHR) 제공]

 

NYT는 "난민들은 임시 숙소에서 지내며 더위, 추위, 질병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군이 언제든 다시 습격할 수 있다는 공포 속에 산다"고 설명했다.

특히 아동들은 식량과 의료서비스를 제때 받지 못해 영양실조에 시달리며,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국제 아동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 측은 NYT에 아동·청소년 자살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11세 이하 어린이들이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일까지 있었다"고 전했다.

날라의 가족이 있는 캠프 역시 몇 달간 쓰레기가 수거되지 않았고 식수 부족이 이어져 왔다고 NYT는 전했다.

 

이런 인도주의적 재앙을 낳은 시리아 내전은 종식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시리아 내전은 '아랍의 봄' 민중봉기가 중동 전역에 번진 2011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로 촉발됐다.

 

알아사드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으며 시위는 내전으로 변했고,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와 러시아가 개입하면서 시리아는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내전은 10년째 지속하면서 러시아와 이란은 알아사드 정부를 지원하고 터키는 반군을 돕는 등 지역 영향력 확보를 위한 외세의 대리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부 이들립주의 한 난민캠프에서 사는 소년 모습 [AFP=연합뉴스]

현충일 일정 소화 후 부통령 부부와 식사…예정 없던 일정에 시민 환호

 

바이든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휴일인 31일 워싱턴DC의 유명 식당에 나타났다.

부인 질 바이든 여사 및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부부와 함께다. 대통령의 스스럼 없는 외식에 시민들이 환호했다.

백악관 공동취재단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전 워싱턴DC 인근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았다.

한국의 현충일격인 메모리얼데이를 맞아 기념사를 하기 위해서다. 주말과 붙여 연휴였는데 지난달 13일 마스크 착용 지침 대폭 완화 이후 처음 맞는 연휴라 미국에서 3천700만명이 이동하는 등 전국적으로 분위기가 들뜬 상태였다.

 

메모리얼데이 행사를 마치고 바이든 대통령의 차량 행렬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오가 되기 전 차량 행렬이 멈춰 선 곳은 예정된 일정에 없던 14번가 프랑스 식당 '르 디플로맷'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워싱턴DC 식당에서 외식한 것은 처음이다.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전용 차량에서 내리는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시민들이 환호하고 손뼉을 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른손을 들어 인사했다.

 

르 디플로맷은 워싱턴DC의 인기 식당 중 하나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통령 시절 등을 비롯해 여러 차례 이 식당을 찾았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내 유력 정치인을 비롯해 유명인사와 종종 마주칠 수 있는 식당 중 하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들르지 않았지만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는 다녀간 적이 있다.

상원의원 시절 워싱턴DC에 아파트가 있었던 해리스 부통령 역시 르 디플로맷에서 자주 음식을 배달해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은 식당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취임 후 첫 일요일엔 성당을 찾은 뒤 '콜 유어 마더'라는 베이글 가게에 주문한 음식을 가지러 들렀는데 하루 새 매출이 갑절로 늘었고 유명세도 더해졌다.

이 때문에 워싱턴DC의 많은 식당이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을 기다리고 '유치전'까지 벌어진다고 현지매체 워싱토니언은 전했다. 베이글 가게의 경우는 유치전과 무관한 깜짝 방문이었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행보가 두드러지는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 대통령들은 종종 워싱턴DC의 식당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며 추억을 선사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소유한 트럼프 호텔에서 한 차례 식사한 것 말고는 워싱턴DC의 식당을 찾지 않았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바이든 대통령(가운데)의 식당 방문 영상

코로나 희생자 친척이 범행 밝혀져

장례 비용 치솟아 시신 유기 속출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의 다리 위에서 코로나19 희생자를 강으로 던지려는 남성들. [SNS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망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인도에서 코로나19 희생자가 대낮에 강으로 버려지려는 장면이 시민 카메라에 포착돼 충격을 안기고 있다.

NDTV, 더힌두 등 인도 언론은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관련 영상을 소개하며 범행에 가담한 남성 두 명이 경찰에 체포됐다고 3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영상은 지난 28일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발람푸르지구에서 촬영됐다.

차를 타고 지나던 시민이 촬영한 이 영상을 살펴보면 갠지스강 지류인 라프티강의 다리 위에서 두 남성이 시신을 난간 위에 올려놓고 무언가 작업을 진행했다. 두 남성 중 한 명은 방호복 차림이었다.

NDTV는 이에 대해 "운반용 부대에서 시신을 꺼내려 한 장면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지방 당국에 따르면 해당 시신은 코로나19 희생자였고 두 남성은 이 희생자의 친척이었다.

V.B. 싱 발람푸르 보건소장은 "초기 조사 결과 해당 환자는 25일 입원해 28일 사망했다"며 "방역 규정에 따라 시신을 넘겼지만 환자의 친척들은 이를 강에 던졌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은 정식 수사를 시작했고 이후 시신 유기 등의 혐의로 해당 남성들을 체포했다.

 

    인도 갠지스강변에 얕게 묻힌 코로나19 희생자 추정 시신. [AP=연합뉴스]

 

인도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힌두교도는 화장을 선호하며, 이슬람을 믿는 14%는 대부분 시신을 매장한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사망자가 폭증하면서 갠지스강에 시신이 수장 또는 유기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화장용 땔감 가격 등 장례 비용이 치솟자 이를 감당하지 못한 가족이 그냥 시신을 버리는 것이다.

구급차 운전사 등이 다리 위에서 강으로 코로나19 시신을 던졌다는 증언도 여러 차례 나왔다.

 

이와 관련해 갠지스강에서는 코로나19 희생자로 추정되는 시신 90구 이상이 떠올랐고, 강변 모래톱에 얕게 묻힌 시신 수천여구가 발견되기도 했다.

당국 관계자는 모래톱 시신들은 만조 때 떠올랐다가 얕게 묻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NDTV는 보도했다.

인도에서는 최근 하루 3천명대 초반의 코로나19 사망자가 보고되고 있다. 지난 19일 4천500명까지 넘었다가 조금씩 줄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망자가 워낙 많기 때문에 실제 수치는 정부 집계보다 몇 배 더 많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인도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이날 15만2천734명을 기록했다. 지난 7일 41만4천188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확산세가 주춤해진 분위기다.

인도의 이날 누적 확진자 수는 2천804만7천534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