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과 관계 설정 숙제   채상병 특검법 등 충돌 불가피
‘친윤’과 갈등, 정치력 시험대    거대야당과 관계도 쉽지 않아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 입장하며 한동훈 당대표 후보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변은 없었다.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당대표는 2위인 원희룡 후보를 3배 이상의 격차로 따돌리며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을 입증했다. 4·10 총선 참패 뒤 석달여 만에 다시 당을 맡게 된 그에게는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한 당정 관계 재설정과 당내 계파 갈등 해소, 여소야대 정국 운영 등의 과제가 놓여 있다.

한 대표의 압도적인 승리는 국민의힘 당원들의 위기감과 변화 욕구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한 후보(총 득표율 62.84%)는 당심(62.65%)과 민심(63.46%)에서 모두 6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단판에 승부를 매듭지었다. 2위 원희룡 의원의 득표율(18.85%)은 한 후보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당원들은 총선 패배 뒤 20%대의 지지율에서 허덕이는 윤 대통령 대신 ‘한동훈 대표’라는 변화를 택했다. 총선 참패 패장이지만, 대안 부재 상황에서 그에게 한번 더 기회를 준 셈이다. 한 친한계 의원은 “우리가 총선에 왜 졌느냐. 국민들이 윤 대통령에게 실망했기 때문”이라며 “한 대표가 내건 변화를 당원들이 알아봐준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도 전당대회 뒤 기자들과 만나 “60%대의 압도적 표를 민심과 당심이 줬다. 변화하란 명령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당 대표인 그에게는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불가근불가원으로 관리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이미 윤 대통령과는 김 여사 문제로 인해 신뢰가 깨졌다는 것이 당 안팎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한 대표는 이날도 김 여사가 제3 장소에서 비공개 검찰 조사를 받은 것에 대해 “검찰 수사 방식을 정하는 데 더 국민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기가 3년가량 남은 윤 대통령과 직접 각을 세우고 충돌하는 것은 여권 공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는 일단 대표 수락 연설에서 “윤 정부는 이미 유능하다.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추어올렸다. 이날 저녁 채널A 인터뷰에서는 “전대 뒤 윤 대통령께 전화드려 통화했다. 윤 대통령이 ‘고생했다. 잘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이미 총선과 전대 과정에서 서로의 속내를 파악한 만큼 한 대표의 차별화 시도로 인한 충돌과 갈등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채 상병 특검법’이다. 한 대표는 특검에 반대하는 대통령실과 달리 대법원장 등 제3자의 특검 추천을 뼈대로 하는 채 상병 특검법을 제안했다.

친윤계와의 앙금 해소도 과제다. 친윤는 전대 내내 원희룡 후보를 전면에 내세워 한 후보를 거칠게 공격했다. 당내에서는 분당 대회라는 말까지 나왔다. 한 대표는 당선 수락 연설에서 “지난 2007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이명박 후보와의 당내 경선에서 패한 뒤 “경선 과정에서 모든 일을 잊자. 하루아침에 잊을 수 없다면 며칠 걸려서 잊자고 말했다”며 “모든 분과 함께 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당에 앞으로 친한이니 친윤이니 정치계파는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추후 한 대표가 임명 가능한 당직인 정책위 의장, 사무총장, 지명직 최고위원을 어떻게 배분할지 관심이 쏠린다.

아울러 패스트트랙 공소 취하 폭로 등 한 대표 자신의 가벼운 이미지와 리스크를 줄이는 것도 과제다. 한 영남권 의원은 “같은 당에서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다. 쏘아붙이는 입이 앞으로도 리스크”라고 말했다.

야권과의 관계 설정은 난제다. 그는 향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다시 마주할 가능성이 크다. 한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이-조(이재명-조국) 심판’을 전면에 내걸고, 이 전 대표를 “범죄자”라고 말했으나 총선에서 졌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은 24일 한 대표 등 새 지도부와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 등 퇴임하는 지도부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만찬을 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 서영지 신민정 기자 >

이창수, ‘총장 패싱’ 진상파악 연기 요청
대검 강행 여부따라 파장 커질수도
이 총장, 주임검사 사표 반려 지시

 
 
이원석 검찰총장(왼쪽)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김건희 여사 비공개 출장조사 보고 누락과 관련해 대검찰청 감찰부가 진상 파악에 나서자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연기’를 요청하면서 이원석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간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연기요청에도 불구하고 대검이 진상파악을 밀어붙일 경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이 총장은 전날 제출된 수사팀 검사의 사표를 반려하라고 지시했다.

23일 대검 감찰부 감찰3과가 ‘김 여사 비공개 조사 보고누락 건’과 관련해 진상 파악에 나서자 이 지검장이 ‘의혹 수사를 마무리한 뒤에 진상파악을 해달라’며 연기를 요청한 것은 수사팀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진상파악까지 시작되면 사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현재 수사팀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고 수사가 진행 중이라 곧바로 진상파악을 할 경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 시기를 조금 연기해달라는 취지”라며 이 지검장 요청 배경을 설명했다.

대검은 수사결과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진상파악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김 여사 조사는 끝났지만,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한 점 등 조사 절차에 대해선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게 총장 생각”이라며 “이후 수사 결과 발표 등 과정에서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 지검장의 요청을 받은 대검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확전’은 안된다는 의견이 많다. 한 대검 간부는 “총장 입장이 맞는다는 쪽도 있고, 수사팀의 선택이 불가피했다는 쪽도 있고 현재 내부 여론은 갈리는 상황”이라며 “사안이 더 커지면 안 된다. 누구를 위한 싸움이냐. 수습 국면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 총장은 전날 사의를 표했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건 주임인 김경목 부부장 검사의 사표가 대검에 올라와도 반려하라고 관련 부서에 지시했다. 진상‘조사’가 아닌 진상‘파악’을 지시한 이유는 특정인의 잘잘못을 따지려는 게 아니므로 김 부부장의 사표도 수리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다. 주위에선 김 검사의 사의 표명을 만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과 가까운 한 검찰 간부는 “수사를 열심히 한 죄밖에 없지 않나”라며 “잘못된 선택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진상파악’ 국면이 정리된다 해도 김 여사에 대한 사건 처분 과정에서 또다시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총장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회복되진 않았지만,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의 경우 총장 수사지휘가 가능하다. 수사팀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에 배우자 처벌 조항이 없고, 청탁 자체가 입증되지 않는 등의 이유로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하는 것으로 가닥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장이 보강수사를 지시하거나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소집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날 이 총장은 출근길에 ‘법무부에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회복을 다시 요청할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에선 이 총장에 대한 비판 기류가 강하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이 총장이) 정치적 발언을 주저하지 않고 했다. 검찰총장이 정치화된 것 아닌가”라며 “검찰의 (김 여사) 수사 담당자는 자기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편 이 총장은 오는 26일 국회에서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국민청원’ 관련 청문회에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 배지현 정혜민 전광준 이승준 기자 >

24~25일 이진숙 청문회, 공직선거법 위반에 블랙리스트 논란도

 
 
▲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8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경기도 과천시의 한 오피스텔 건물로 첫 출근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오는 24~25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 청문회를 앞두고 이 후보의 극우적 발언과 언론탄압 논란에 이어 법인카드 사용 문제가 연일 도마 위에 올랐다. 청문회에서도 이들 사안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극단적 발언에 선거법 위반까지

미디어오늘 취재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받은 청문 자료를 종합하면 이 후보는 시민단체 대변인 신분으로 2021년 ‘4·7 서울·부산 보궐선거’를 앞두고 게재한 광고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경고’를 받았다. 

광고는 “문재인 정권은 파렴치, 몰염치의 극치”라며 “문재인 정권은 세계적 전염병의 고통을 자신들의 정치 행위로 이용하는 정말 나쁜 정권”이라는 내용으로 후보자, 정당을 노골적으로 반대해 문제가 됐다. 

23일 노종면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이 후보는 과거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 제목 및 섬네일에 “5·18단체는 ‘이권단체’”, “간첩스러운 장관, 국정원장이 판치는 나라”, “문재인의 신념은 코로나바이러스보다 위험하다”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 후보는 영상 상당수를 자유한국당 대구시당 부위원장 출신인 표병관씨와 함께 진행했다. 표씨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폄하 발언 등을 한 인사다.

이 후보는 지난해 페이스북을 통해 이태원 참사 기획설을 언급한 글을 통해 “좌파 시민단체, 좌파 언론의 뒤에는 대한민국을 뒤엎으려는 기획자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해시태그에는 ‘종북주사파가 배후’라고 썼다. 그는 5·18을 “폭도들의 선전 선동”이라고 지칭한 글에 ‘좋아요’를 눌렀고,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세력이 노란 리본으로 온 나라를 뒤덮었다”는 글을 쓰기도 했다.

▲ 이진숙 후보는 2022년 12월10일 ‘대수술해야 할 조작왜곡 공영방송들’을 주제로 진행된 자유민주당 주최 ‘자유아카데미 제8회’ 강연자로 참석했다. 자유민주당 유튜브 채널 화면 갈무리.

 

블랙리스트를 연상케 하는 연예인 성향 분류도 논란이 됐다. 2022년 한 행사에서 “문화권력도 좌파”라며 ‘설국열차’, ‘괴물’, ‘베테랑’, ‘택시운전사’, ‘기생충’ 등을 좌파 영화로 꼽고 봉준호 등 영화인을 좌파로 규정했다. 문화예술인과 블랙리스트 피해자 등이 결성한 블랙리스트이후는 지난 22일 “블랙리스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야 정부의 요직에 임명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하게 된다”며 이진숙 후보 임명 반대 입장을 냈다.

언론장악·탄압 논란 

이 후보가 과거 MBC 민영화를 추진하고 불공정 보도를 주도하고 노조를 탄압했다는 점에 청문회 질문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이명박 정부 때 김재철 사장 시절 홍보국장 등을 역임하며 노조 탄압에 앞장섰다는 비판을 받는다. 파업 기간 회사가 트로이컷이라는 이름의 보안 프로그램을 동의 없이 설치해 논란이 됐는데 이를 묵인·방조해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세월호 참사 당시 보도본부장으로서 참사 보도 축소 의혹과 대전MBC 사장 시절 노동 등 지역 현안이나 촛불집회 소식 등을 삭제하거나 축소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MBC 민영화 밀실 논의에 참여하고 윤석열 정부의 MBC 민영화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장본인이라는 점에서도 논란이 큰 상황이다.

특히 인사청문 첫날 증인으로 언론장악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들뿐 아니라 MBC 해직언론인들이 증인으로 채택돼 당시 언론장악 실태에 대한 증언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집 근처 법인카드 사용, 사표 내고 100만 원 결제

이 후보의 MBC·대전MBC 시절 법인카드 사용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우선 대전MBC 사장 시절 근무지인 대전이 아닌 서울, 특히 자택 인근에서 결제한 내역이 다수 있어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 분석에 따르면 대전MBC 사장 재임 3년간 자택 반경 5km 이내에서 결제한 내역은 1600만 원이 넘는다. 한민수 민주당 의원 자료에 따르면 이진숙 후보는 대전MBC 사장 재임 시절 주말 골프장에서만 30회 총 1530만 원을 결제했다. 황정아 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이 후보는 대전MBC 사장 사직서를 낸 직후에도 제과점 등에서 100만 원이 넘는 금액을 결제했다. 

이진숙 후보는 지난 20일 “정상적인 법인카드 사용”이라며 “악의적인 프레임 씌우기”라고 반박했다. 이진숙 후보는 자택 반경 5km가 주요 도심을 포함한 지역이라 결제액이 많고 대전MBC 사장 재직 마지막 날 결제 내역은 직원들에게 과자류를 구매해 나눠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자택 근처 주말 사용과 소액결제가 많아 ‘업무용’으로 보기엔 어려운 면이 있어 공방이 예상된다.

미디어오늘 취재와 황정아 의원실 자료를 종합하면 이 후보는 2018년 1월 해임 안건을 다룰 주주총회 개최 나흘 전 기습적으로 사퇴해 퇴직금 1억8600만 원을 수령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재임 도중 특별성과급까지 받았지만 당시 대전MBC 구성원들은 특별상여가 체불됐다.   < 금준경 박서연 기자 >

방심위, 류희림 연임 당일 저녁 위원장 호선까지 ‘속전속결’
최민희 “류희림 친위 쿠데타…위법 호선 책임 끝까지 묻겠다”
기자들 피해 택시로 전력 질주 후 현장 벗어난 류희림 위원장

 
 
▲ 방심위원장 호선 후 나가려다 노조와 대치하고 있는 류희림. 누군가에게 전화를 해 다른 차를 준비시키라고 말하고 있다. 사진=박재령 기자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이 임기 종료 다음 날 바로 방심위원장으로 호선됐다. 예고되지 않은 기습 회의에 문까지 걸어 잠궈 ‘밀실 의결’이라는 비판이 나온 가운데 현장을 찾은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류희림 친위 쿠데타”라며 “위법성을 국회에서 끝까지 묻겠다”고 말했다.

방심위는 23일 오후 6시50분 임시회의를 6시52분 홈페이지에 공지한 뒤 이날 임명된 윤석열 대통령 추천 몫 류희림·강경필·김정수 위원(6기)과 국민의힘 추천 몫 김우석·허연회 위원(5기) 5인이 류희림 전 위원장을 다시 위원장으로 호선했다. 류희림 위원장은 5기 방심위원장으로 지난 22일 임기를 끝냈는데 하루만에 6기 방심위원 임명에 이어 6기 방심위원장까지 순식간에 호선 절차를 마쳤다. 

이날 회의는 ‘기습’으로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밀실’로 진행됐다. 오후 6시40분경 갑작스런 회의 소식을 알게 된 언론노조 방심위지부는 회의가 열리는 서울 목동 방송회관 19층 회의실로 올라갔지만 문이 잠겨 있었다. 노조가 회의실 앞을 지키고 있자 류희림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은 계단으로 내려갔고 노조가 뒤를 쫓아갔다.

위험한 상황까지 연출됐다. 차를 타고 주차장을 빠져나가려 하자 김준희 지부장이 막아섰고 위원장 차가 멈추지 않아 치일 뻔 했다. 결국 류희림 위원장이 탄 차는 주차장을 벗어나지 못했고 현장에 도착한 최민희 의원과 노조 등이 출구를 봉쇄하는 ‘대치’ 국면이 10분가량 이어졌다. 

 
 

류희림 위원장은 차를 탄 상태에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며 여기 앞이 막혀 있으니 다른 차를 준비시키라 했고 신고까지 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대치가 이어지자 류희림 위원장과 강경필, 김정수 위원으로 추정되는 2인이 차에서 내렸고 류희림 위원장은 최민희 의원과 함께 서울 목동 방송회관 앞으로 향했다.

류희림 위원장은 계속된 기자들의 질의에도 ‘보도자료로 나갈 것’이라며 답을 피했지만 최민희 의원이 어떤 상황인지 설명하라고 지속적으로 다그치자 “위원장 호선을 위한 전체회의를 열어 통과시켰다”며 “제가 (위원장이) 됐다”고 말했다. 왜 문을 걸어 잠궜냐고 최 의원이 이어 묻자 “외부에서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정상적 회의를 해야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 23일 기습 호선된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기자들과 방심위 직원들을 피하다 택시를 발견하고 전력질주 후 현장을 벗어나는 모습. 촬영=박재령 기자 
▲ 서울 목동 방송회관 앞에서 대치하고 있는 최민희 의원과 류희림 방심위원장. 사진=박재령 기자
 

결국 류희림 위원장은 최민희 의원과 대로변까지 함께 걷다가 갑자기 달려 나가 택시를 잡아타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첫 번째 시도 때는 막아서는 인원 탓에 실패했지만 두 번째 시도에선 택시를 타는 데 성공했다. 류 위원장은 빠져나가기 전 최민희 의원에 “방심위는 하루하루 멈추면 안 되는 중요한 기관”이라며 “방심위 업무를 하는데 ‘쿠데타’라고 말씀하시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최민희 의원은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류 위원장이 뭐가 그리 급했는지 19층 문 걸어 잠그고 ‘셀프 위원장 호선’을 강행했다”며 “오늘 방심위에서 벌어진 ‘류희림 친위 쿠데타’, 국회에서 책임을 묻겠다. 오늘 5기 방심위원 2인(김우석·허연회)이 6기 위원장 호선에 참여한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법적 책임도 끝까지 묻겠다”고 말했다. 이어 “야당은 방심위원 추천을 안 할 것”이라며 “해도 대통령이 추천(위촉)하겠나”라고 말했다.

김준희 지부장은 “류 위원장이 몰래 계단으로 도망가는 것 같아 따라 내려와 차 앞에서 잠시 얘기를 하자고 했더니 거의 치일 뻔했다”며 “CCTV 영상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류희림 방심위원장과 강경필 변호사, 김정수 국민대 교수를 대통령 추천 몫으로 방심위원에 임명했다. 강경필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및 검사장 출신으로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 미래통합당 후보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이력이 있다. 김정수 국민대 교수는 KBS PD 시절 이승만 전 대통령을 다룬 다큐멘터리 3부작을 제작했다. < 박재령 기자 >

류희림, 최민희 따돌리려 대낮의 도주극?

최민희 과방위원장 “방심위원장 누가 됐어요?” 류희림 “제가 됐습니다”

 
 
 

23일 류희림 방심위원장 호선이 밀실 논란 속에 강행되자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류희림 위원장의 차량을 막고 경과를 따져 물었다.

류희림 위원장 = 여러분하고 얘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 = 아니 무슨 일을 하셨는지만 저에게 얘기하세요.
류희림 위원장 = 위원장 호선을 위한 전체회의를 열어가지고 위원장 호선을 통과시켰습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 = 누가 됐어요?
류희림 위원장 = 제가 됐습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 = 그렇게 급하셨어요?
류희림 위원장 = 아니요. 근데...
최민희 과방위원장 = 왜 문은 걸어 잠그셨어요?
류희림 위원장 = 외부에서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에...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자리를 피하려는 류희림 방심위원장을 최민희 과방위원장과 기자들이 따라붙었다. 최민희 위원장이 계속 따라붙으며 절차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자, 류희림 위원장은 어느 순간 속도를 높이다 방향을 틀어 도로로 달려 자기 쪽으로 오는 택시를 잡았다. 하지만 택시 탑승이 막혔고, 이내 다시 도로로 달려가 택시에 탑승했다. 이후 최민희 위원장은 즉석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민희 위원장= 류희림 위원장이 뭐가 그렇게 급했는지 19층 방심위 회의장 문을 걸어 잠그고 셀프 위원장 호선을 강행했습니다. 그리고 뭐가 또 그렇게 겁이 났는지 도망치다가 차를 난폭하게 몰아서 노조 위원장과 노조원이 다칠 뻔했어요.

지금 오늘 방심위에서 벌어진 류희림 친위 쿠데타, 저희가 국회에서 끝까지 책임 물을 것이고. 오늘 5기 방심위원 두 사람 허연회, 김우석 2명이 6기 체제의 위원장 호선에 참여한 겁니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 저희가 법적 책임을 끝까지 묻겠습니다. 그리고 내일 류희림 위원장은 이진숙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되어 있고 출석하겠다고 과방위 행정실에 통보한 상태입니다. 내일 국회에서 하나하나 낱낱이 따져 묻겠습니다.

기자 = 5기 방심위원이 6기 위원장을 호선한 것이 위법하다라는 말씀이시죠?

최민희 위원장 = 네. 방심위는 합의제 심의 기구입니다. 그래서 방심위 구성은 9명의 위원인데 3명이 대통령이 추천해서 위촉하고요. 그리고 과방위에서 3명을 위촉합니다. 그리고 국회의장이 여야와 협의해서 3명을 위촉하거든요. 그러니까 이 위원회 구조는 여야 합의를 기초로 위원이 위촉돼야 한다는 의미예요. 그런데 지금 류희림 위원장은 본인이 위원장 되는 게 너무 급해서 대통령 추천 몫 3명, 그 다음에 5기에서 국힘이 추천한 2명으로 위원장 호선을 하는 불법적 행위를 저지른 겁니다.

영상엔 최민희 위원장과 류희림 위원장의 차량 대치 장면부터 설전 장면, 류희림 위원장이 최민희 위원장을 따돌리고 택시를 타고 가는 장면, 최민희 위원장 기자회견까지 생생하게 담겨있다.  < 김용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