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등재 파장... 사도 향토박물관 전시실 보면,

  조선인 동원·탈출·수감 기록뿐 강제동원 내용 어디에도 없어
“윤 정부, 한일 관계 개선 명분 역사의 진실, 일본에 양보” 비판

 

일본 니가타현에 있는 사도광산이 일제강점기 조선인 동원의 ‘강제성’ 등이 빠진 채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본 쪽이 ‘조선인 강제동원’을 인정하지 않았는데도 윤석열 정부가 세계유산 등재에 동의해줬기 때문이다. ‘강제성’은 당시 가혹한 노동에 시달린 식민지 조선인 노동자에 대한 책임이 일본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는 것이어서 한-일 관계 핵심 쟁점 중 하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 27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제46차 회의에서 일본이 신청한 니가타현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결정했다. ‘조선인 강제동원’ 문제가 걸려 있는 한국 정부가 동의해주면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한국 외교부는 자료를 내어 “전체 역사를 사도광산 현장에 반영하라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이코모스)의 권고와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정을 일본이 성실히 이행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를 전제로 등재 결정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의 금 채굴 현장이었던 브이(V)자 산봉우리 ‘도유노와레토’ 모습. [사도/김소연 특파원]
 

한·일 정부는 등재 결정 전에 사도광산 조선인 문제와 관련해 ‘전체 역사’를 보여줄 전시 시설과 내용 등에 합의했다. 일본 정부는 사도섬 ‘아이카와 향토박물관’ 내 별도 장소를 마련했고, 28일부터 전시가 시작됐다. 이날 공개된 사도섬 조선인 노동자 전시실에는 △조선인 동원 형태와 규모 △위험한 작업에 노출된 갱내 작업과 △한국인 노동자들의 탈출·수감 기록 등 당시 가혹한 노동 환경을 보여주는 내용이 전시돼 있다.

 

가노 다케히로 주유네스코 일본대사도 27일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반도 출신 노동자를 포함해 사도광산 ‘전체 역사’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전시 전략 및 시설을 만들기까지 한국과 긴밀히 대화했다. (앞으로) 충실하고 완전하게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전체 역사’를 반영한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했지만, 가장 중요한 ‘조선인 강제동원’이 빠지면서 ‘속 빈 강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는 2015년 7월 하시마(군함도)를 포함해 ‘메이지일본의 산업혁명유산’ 23곳의 세계유산 등재 때와 차이가 크다. 당시 사토 구니 주유네스코 일본대사는 “1940년대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과 여타 국민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against their will) 동원돼 가혹한 조건에서 ‘강제노동’(forced to work)을 했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한 뒤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강제노동’ 등 조선인 노동자에 대한 동원과정·노동환경의 강제성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강제성 표현 문제는 2015년 이미 정리됐다. 표현 문제를 놓고 (이번에) 일본과 협의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합의는 그대로 있는 것이고, 일본이 그것을 포함해 모든 약속을 인정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사도광산 조선인 강제동원과 관련한 자료가 전시돼 있는 일본 니가타현 사도섬의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은 5개의 전시실로 구성돼 있다. 조선인 노동자 전시는 2층 D전시실 일부(파란색 동그라미)에서 이뤄지고 있다. [외교부 제공]
 

하지만 일본 쪽에서 이를 부정하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한·일 정부가 사전에 ‘강제노동’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산케이신문에 사도광산 조선인 전시 등과 관련해 “강제노동이 아니라는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을 바꾼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일본 정부는 ‘강제성’을 인정한 2015년 ‘군함도 약속’을 9년 동안 지키지 않고 있으며, ‘조선인 강제동원’과 관련한 ‘역사 지우기’도 강화되고 있다. 2018년 한국 대법원에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이 나오자 일본 정부는 강제성을 희석하기 위해 ‘징용공’ 대신 ‘한반도 출신 노동자’로 표현을 바꿨다. 2021년 4월엔 각의(국무회의)에서 ‘강제’라는 표현이 부적절하다고 결정했고, 이후 모든 교과서에서 ‘강제노동’, ‘강제연행’ 등의 ‘강제’가 사라졌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윤석열 정부는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일본 정부의 ‘역사부정론’을 용인한 것”이라며 “한-일 관계 개선이라는 명목으로 역사의 진실을 일본 정부에 양보한 외교 실패”라고 비판했다.    < 도쿄=김소연 특파원, 신형철 기자 >

 

일본 언론 “한국과 거의 합의”

아사히 “조선인 노동자 전시 부분 대략 합의”
              “핵심 쟁점인 ‘강제성’ 막바지 조정”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 사도광산 내에 자리한 대표적 유적지인 ‘기타자와 부유선광장’의 모습. 일본 최초로 금은광석에서 금·은 등을 채취하는 부유선광법이라는 공법을 도입했다. 사도/김소연 특파원

 

한·일 정부가 일제강점기 때 조선인 강제동원이 대규모로 이뤄졌던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해 핵심 쟁점이던 ‘조선인 강제동원’ 전시 부분에 거의 합의를 이뤘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한국정부가 적극적인 반대의사가 아닌 협조적 자세로 임한데 따른 것으로,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신문은 26일 복수의 한·일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 정부가 한반도 출신 노동자의 존재를 현지(사도)에서 전시를 통해 소개하는 방안을 굳히고, 한국 정부와 대략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인도 뉴델리에서 개최 중인 제46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도 이런 내용을 표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는 오는 27일께 결정될 전망이다.

다만 한·일 사이에 첨예한 쟁점인 조선인 강제동원의 ‘강제성’ 부분에선 아직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은 “한국 쪽이 호소하는 노동의 ‘강제성’을 어떻게 표현할지는 양 정부 간 막바지 조정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앞서 2015년 하시마(군함도)를 포함해 ‘메이지일본의 산업혁명유산’ 23곳의 세계유산 등재 과정에선 한국 정부의 강한 반발로 ‘조선인 강제노역’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뒤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일 정부가 사도광산 조선인 강제동원 문제에 최종적으로 합의를 이뤄내면,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은 높을 수밖에 없다. 21개 위원국이 참여하는 세계유산위는 만장일치 결정이 관례인 만큼, 한국이 일본의 역사 왜곡을 문제 삼아 끝까지 반대하면 등재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일본 정부는 애초 조선인 강제동원 문제를 노골적으로 피하려고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대상 기간을 에도시대(1603~1867)로 한정하는 꼼수를 썼지만, 유네스코에서 제동이 걸렸다.

지난달 유네스코의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는 사도광산과 관련해 “세계유산 목록으로 고려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여러 지적 사항을 붙여 보류를 권고했다. ‘조선인 강제동원’에 대한 내용도 그중 하나다. 이코모스는 “광업 채굴이 이뤄졌던 모든 시기를 통해 추천자산(사도광산)에 관한 전체 역사를 현장에서 포괄적으로 다루는 설명 및 전시 전략을 수립하고, 시설 및 설비 등을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등재 과정에서 조선인 강제동원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한국 쪽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를 근거로 한·일 정부가 논의를 시작했고 거의 합의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1989년 폐광이 된 사도광산의 경우 일제강점기 때인 1939년 이후 약 1500명에 이르는 조선인이 강제동원돼 가혹한 노동에 시달렸다는 사실이 구체적인 자료와 증언으로 입증된 상태다.  < 도쿄=김소연 특파원 >

 

 

찬성 194, 반대 104, 무효 1

6표 부족...국민힘당서 3~4표 이탈 분석

 

25일 국회 중앙홀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방송 정상화 4법’, ‘채 상병 특검법’ 처리와 관련한 손팻말을 들고 맞서고 있다. [연합]

 

‘채 해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이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21대 국회 막바지인 지난 5월28일에 이어 두번째 폐기다.

이날 국회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채 상병 특검법을 재표결에 부쳤으나, 재석 299명에 찬성 194명, 반대 104명, 무효 1명으로 부결됐다. 재의 요구된 법안이 본회의를 넘으려면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6표가 모자랐다.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표결에 참여했지만 적어도 3~4표는 반란 찬성표로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부결 뒤 국회 중앙홀에서 규탄대회를 열어 “민심을 배신하고 권력을 사유화하고, 공정과 상식을 폐기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박찬대 원내대표)고 밝혔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등이 추가되고 있는 만큼, 야권은 채 상병 특검법을 또다시 추진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이른바 ‘방송 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처리에도 나섰다. 이 가운데 방통위법 개정안이 먼저 상정됐으며, 여당은 “방송 장악 4법”이라며 법안 1건당 24시간씩, 총 96시간의 필리버스터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또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으로 ‘2인 체제 의결’을 강행해온 이상인 방통위 부위원장 탄핵소추안도 발의했다. 이날 본회의에 보고된 탄핵안은 24~72시간 이내에 무기명 표결하기 때문에, 이르면 26일 표결할 수 있다. 이에 이 부위원장은 이동관·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처럼 탄핵안 표결 전에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 엄지원  신민정 기자 >

 

군, 낙하 후 수거 방침 고수…"대북 확성기 방송 강력한 효과 발휘"

전방지역 대북전광판 재설치·군 주도 대북전단 살포도 검토 가능성

                                  용산구 하늘에 뜬 북한 대남 쓰레기 풍선 추정 물체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상공에 북한이 부양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남 쓰레기 풍선이 떠 있다. [연합]

 

북한이 지난 24일 부양한 쓰레기 풍선 500여개 중 480여개가 남측 지역에 낙하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25일 밝혔다.

합참은 이날 출입기자단 공지를 통해 "오늘 오전 8시까지 약 500개의 북한 쓰레기 풍선을 식별했고, 현재 공중에서 식별되는 북한 쓰레기 풍선은 없다"면서 "우리 지역에 낙하한 풍선은 480여개"라고 밝혔다.

합참은 북한 쓰레기 풍선 내용물은 대부분 종이이며, 비닐류 쓰레기도 포함돼 있었다면서 "현재까지 분석 결과 안전 위해 물질은 없었다"고 전했다.

북한의 전날 쓰레기 풍선 살포는 올해 들어 10번째이며, 처음으로 용산 대통령실 경내에도 풍선이 낙하했다.

경기 고양시의 한 다세대주택 옥상에선 쓰레기 풍선이 추락하면서 터져 불이 나기도 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쓰레기 풍선에는 타이머가 부착돼 있고 그것이 일정한 시간이 지나고 나면 풍선을 터뜨려서 쓰레기들이 퍼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며 "그것에 의해 지난번에도 불이 나기도 했다"고 밝혔다.

타이머와 기폭장치가 부착된 쓰레기 풍선의 비율이 살포 초기와 비교해 높아지고 있다고 이 실장은 전했다.

군은 북한의 쓰레기 풍선을 공중에서 격추할 경우 내용물이 공중에서 흩어져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고려해 낙하 후 수거하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이 실장은 북한이 전날 비교적 많은 양의 풍선을 살포하고 남측 지역에 낙하한 풍선의 비율도 높았던 이유에 대해 "바람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고 밝혔다. 북서풍이 불 때 풍선을 많이 살포했고 이중 대다수가 남측 지역으로 날라왔다는 설명이다.

군 당국은 북한의 쓰레기 풍선 살포에 대응해 전방 지역에 배치된 대북 심리전 수단인 고정식 확성기를 전면 가동하고 있다.

이 실장은 "대북 확성기 방송은 강력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것이 장기적으로 계속된다면 오히려 북한에 불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미 설치한 대북 확성기를 계속 틀고 있는 것이고 북한은 계속 (풍선 등을) 소모하면서 남쪽으로 물건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비용 측면에서도 우리가 훨씬 유리하다"며 "(이런 상황이) 장기화하면 북한군에 훨씬 불리하다. (대북 확성기 방송으로) 북한군의 심리적 동요가 있을 수 있고, 북한의 대남 확성기에서 나오는 기계음이 북한군을 괴롭히고 스트레스를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 20일부터 전방 지역에 최근 재설치한 대남 확성기를 통해 '지지직지지직'하는 소음을 내보내고 있다. 남측 대북 확성기 방송을 북한 군인이나 주민이 잘 듣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 실장은 '대북 전광판을 재설치하거나 군 주도로 대북 전단 살포 작전을 재개하는 등 다른 심리전 수단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한 바 있느냐'는 질문에는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여러 방안 중에 하나"라며 "그것을 미리 공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그는 '용산 대통령실 청사 인근에 국산 레이저 대공무기를 배치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제가 알고 있는 것은 없다"고 답했다.       < 연합 김호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