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5일부터 22일까지 6박 8일간 일정으로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중동 3개국을 방문한다고 청와대가 10일 밝혔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의 순방 일정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먼저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와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 총리 겸 두바이 군주의 초청으로 16∼17일 아랍에미리트연합을 방문한다. 문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 방문은 4년 만이다.

 

문 대통령은 16일 두바이에서 양국 경제인이 참여하는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과 2020 두바이 엑스포 ‘한국의 날’ 공식행사에 참석한 뒤 알막툼 총리와 회담한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한 지지도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어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초청으로 18∼19일 사우디아라비아를 공식방문한다. 박경미 대변인은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 지역 내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자 해외건설누적 수주 1위 국가로, 금년 우리와 수교 60주년을 맞이하는 중요한 협력대상국”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0∼21일에는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 초청으로 이집트를 공식 방문해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이집트를 공식 방문하는 것은 16년만으로, 이번이 두번째다. 문 대통령은 엘시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이어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도 참여해 친환경 미래산업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박 대변인은 이번 3국 순방에 대해 “2020년 코로나 상황 등으로 순연된 중동 지역 순방”이라며 “탈석유, 산업다각화를 추진하는 중동 주요 3개국 정상과의 신뢰를 돈독히 하고, 이들 국가와의 협력 저변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완 기자

‘공수처가 검찰 관행 답습한다’는 비판 나와

 

                     출근하는 김진욱 공수처장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을 둘러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가 제자리걸음을 걸으면서 오는 3월 대선 전까지 수사가 표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진욱 공수처장이 지난해 10월 연내 처리를 시사했다는 점에서 공수처가 공수표를 남발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1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고발사주 의혹 수사기록 등을 검토하며 사건 처리 방향을 고심하고 있다. 고발장 전달자로 지목된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고발장 전달에 관여한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서는 고발장 전달 시점(2020년 4월)에 고위공직자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그를 검찰로 넘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고발사주 의혹의 정점에 있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공수처 안팎에서는 이 사건 수사가 대선 이후에 마무리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월9월 대선까지는 6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공수처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여야의 반발이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수처가 손 검사만 기소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하면 여당 쪽에서는 ‘윤석열 봐주기 수사’라고 반발할 것이고, 윤 후보를 조사하면 야당으로부터 ‘야당 대선 후보 탄압’이라는 반발을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손 검사의 장기입원으로 판사사찰 문건 의혹 수사가 진전되지 못한 점도 고발사주 의혹 수사가 늦춰지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손 검사 신병확보에 연이어 실패한 공수처가 판사사찰 문건 수사로 고발사주 의혹 돌파구를 찾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검찰 관행을 답습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독립된 수사기관으로서 고위공직자 수사만 하라고 공수처가 출범됐는데, 지금 상황을 보면 정치적 고려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 검찰이 비판받아온 지점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했다. 공수처가 공수표를 남발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앞서 김진욱 처장이 지난해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공수처 국정감사에서 “(고발사주 의혹 수사를) 11월5일 이전에 (끝내라), 12월은 넘기지 말라는 견해 등이 있는데 그런 견해를 다 고려해 어쨌든 최대한 빨리,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측면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바 있기 때문이다. 전광준 기자

 

추위에도 300여명 모여 추모

 

10일 연세대학교 이한열 동산에서 열린 배은심 여사 추도식에서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30년을 살다 보니까 이렇게 왜 살고 있지? 내가 나한테 물어보고도 싶고 괴롭습니다…미우나 고우나 우리는 노랑옷 가족이 돼버렸네요. 그래서 가족의 힘으로 이 나라가 조금 밝아질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끌어 나간다는 것이 경험입니다. 우리 애기들의 모습 잊지 마시고. 그 모습 잊지 않으려고 (나는) 30년 동안 대중 속에서 살았습니다.”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고 배은심 여사의 추도식이 시작되기 전, 배 여사의 생전 육성이 울려 퍼졌다. 2017년 5월 세월호 유가족들이 광주 5·18 국립묘지를 찾았을 때 남긴 메시지다. 10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 마련된 ‘한열 동산’에서 이한열기념사업회 주최로 열린 배 여사의 추도식에는 추운 날씨에도 3백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여 촛불을 켜고 자리를 지켰다. 한 손엔 핫팩, 한 손엔 추도사가 인쇄된 종이를 들고 선 이들은 20대 청년부터 머리가 희끗한 50대, 60대 장년까지 다양했다.

 

1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한열 동산’에서 열린 고 배은심 여사의 추도식에 참여한 시민들. 장예지 기자

 

추도식은 야외에서 한 시간가량 진행됐지만 이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묵념을 하거나 “세월이 이렇게 갔구나”라며 서로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6월 합창단 등이 준비한 추모의 노래를 끝으로 추도식이 끝나자 참석자 모두 나와 흰 국화를 헌화했다.

 

이날 추도사를 낭독한 김거성 전 이한열기념사업회 상임이사는 “(배 여사의 생전) 사진을 찾으려 사진첩을 뒤적여봤다. (하지만) 2020년 6월 대통령에게 모란장을 받을 때에도 사진엔 어머니의 마음속 그늘이 찍혀 나왔다. (2020년 6월9일) 경찰청장이 찾아와 용서를 구할 때에도 어머니는 ‘33년이 지났어도 나한티는 87년 그날이여. 그래서 마음이 아퍼요’라고 말하셨다”고 했다. 그는 “그 아픔 우리가 어떻게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어머니 해맑은 웃음 (찾으실) 그날 위해 다시 다짐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청년들도 배 여사를 추모했다. 연세대 학생들이 이한열 열사를 기억하기 위해 만든 단체 ‘열의걸음’ 강새봄 대표는 추도사에서 “5·18 역사공부를 해 본다고 5월 광주를 찾아가면 (배 여사는) 무더운 날씨에도 지친 몸을 이끌고 버선발로 달려오셨다”며 “배은심 어머니와 이한열 선배, 그리고 다른 열사분들이 바라던 세상은 지금 모습이 아닐 것이다. 열사들이 물려주신 유산은 어떤 시련에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용기였다. 우리 시대의 일을 묵묵히 해내는 청년으로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장예지 기자

 

‘이한열 장학생’, 6·10항쟁 참여 시민도 “뜻 잇는 분, 많이 있으니…”

 배은심 여사 서울 분향소 마련... 추모하는 시민들 방문 이어져

 

10일 서울 마포구 이한열 기념관에 차린 배은심 여사 분향소. 오른쪽으로 이한열 열사의 사진이 보인다. 연합뉴스

 

“이한열군이 숨졌을 때 20대 직장인이었는데 너무 가슴이 아파서 6·10항쟁에 참여했어요. 엄마가 돼보니 자녀가 먼저 죽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같아요. 배은심 여사께서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그냥 보낼 수 없어서 직접 왔어요.” (경기 부천 63살 황영희씨)

 

10일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의 서울 분향소가 차려진 마포구 노고산동 이한열기념관에는 그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하루종일 계속됐다. 이한열기념사업회 등은 ‘민주의 길 배은심 어머니 사회장 장례위원회’를 꾸려 배 여사의 빈소가 차려진 광주 조선대병원 장례식장 외에 이한열기념관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분향소를 찾은 이들은 어머니에서 ‘민주 투사’로 살아가며 한국 현대사에 발자국을 남긴 배 여사의 삶을 되짚으며 그의 마지막을 추모했다. 신영옥(65)씨는 “이한열 열사의 관에 쓰러지듯 엎드려 오열하던 여사님의 모습이 기억난다”고 했다. 문진수(59)씨는 “배은심 여사는 인생 자체가 헌신이며 이 시대의 어머니라고 생각한다. 이제 마음의 평안을 얻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백송이(21)씨는 “대학 역사동아리 친구들 네 명이 함께 조문왔다. 그간 많이 힘들게 지내셨을 것 같아서 수고하셨다고 편히 쉬셨으면 좋겠다고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이한열 장학생’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이한열기념사업회는 2009년부터 학기마다 10명 안팎의 학생을 선발해 장학금을 지급해왔다. 분향소 자원봉사자로 온 김평강(26)씨는 “장학금을 받게 돼 저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배 여사를 두어번 뵀는데 차분하면서 올곧으신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따뜻한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며 “배 여사가 떠나게 돼 먹먹하지만 슬퍼 만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분의 뜻을 잇는 분들이 많이 계시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진리(37)씨는 “힘들었을 때 장학금을 받게 돼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다. 많은 시민들이 빈소를 찾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활동가들은 배 여사를 ‘늘 곁에 있는 사람’으로 기억했다. 최수동 518민주화운동서울기념사업회 전 회장은 “배 여사님께서 민주화 관련 행사마다 참석하셨다. 그걸 볼 때마다 마음이 짠했다”고 했다. 정명호 한국전쟁유족회 상임대표는 “두 달 전 집회에서 마지막으로 뵀다. 좋은 일, 궂은일 마다하지 않고 오시던 분이다. 정정하셨는데 갑자기 돌아가셔서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이날 오후 5시 현재 분향소에는 150여명의 시민, 정치인들이 찾았다. 이주빈 기자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한열 동산’. 노수석열사추모사업회에서 꽃을 올려놓았다.

 

배은심 여사 조문 온 윤석열에 대학생들 거센 항의시위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10일 배은심 여사 빈소 찾아 조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 조선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대학생들의 항의를 받으며 장례식장을 떠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오후 광주 조선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배은심 여사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조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장례식장 들머리에 나와 있던 장례위원들은 장례식장에 도착한 윤 후보에게 “어머님이 마지막까지 외쳤던 것이 민주유공자법을 제정하라는 목소리였다”며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민주유공자법)’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윤 후보는 “법안 내용과 경위를 잘 모르다보니 제가 (서울) 올라가서 그 부분은 원내지도부에게 검토를 요청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장례위 관계자는 “정말 부탁드리겠다. 어머니 마지막 소원이셨다”라고 재차 당부했다. 윤 후보는 이후 빈소를 찾아 헌화와 분향을 마치고 배 여사의 아들 이훈열씨를 위로한 뒤 장례식장을 나섰다.

 

윤 후보가 조문하는 동안 장례식장 주변에서는 진보 성향 대학생 단체 회원들이 조문 반대 항의가 이어졌다. 이들은 “전두환이 5·18빼고 정치를 잘했다는 사람이 어떻게 추모를 하냐, 어떻게 열사를 기억하냐”고 외치고, `민주화운동을 정치적 홍보용으로 여기지 말라', `당신에게 필요한 건 멸콩 아닌 열공' 등의 손팻말을 든 채 거세게 항의했다. 김태형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인 고 배은심 여사의 빈소가 마련된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대학생 진보 단체들의 시위인파 가운데로 장례식장을 향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0일 오후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배은심 여사 빈소 조문을 마치고 돌아가던 중 한 시민의 항의를 받고 있다.

병사 200만원 월급 주려면 5조1천억원 더 필요

윤석열 “엄격한 세출 구조조정 통해 재원 마련”

병사 월급 인상 땐 초급 간부도 함께 올려줘야

병력 안줄이면 ‘월급이냐 무기냐’ 선택해야 할 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대 남성을 겨냥해 내놓은 ‘병사 봉급 월 200만원’ 10자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고생하는 병사들의 처우를 개선하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돈이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자신의 온라인 커뮤니티 ‘청년의 꿈’에 올라온 질문에 “그 공약(병사 월급 200만원)은 헛소리”라고 거칠게 비판한 것도 구체적 재원 조달 계획이 없다는 점 때문인 듯 보인다.

 

윤석열 후보는 재원 조달 방법으로 “엄격한 세출 구조조정”을 들고 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현재 병사 봉급은 연간 2조1000억원이 소요되는데, 이를 최저임금으로 보장할 경우 지금보다 5조1천억원이 더 필요하다”며 “엄중한 안보 현실 속에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청년들에게 국가 재정 지출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연간 5조1천억을 마련해 병사들 월급만 올려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란 지적이 나온다. 병사 월급은 장교, 부사관 등 군인 전체 인건비와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올해 하사 1호봉은 175만원 가량(수당 제외)이다. 병사 월급 200만원은 현재 중사 3호봉(197만원)보다 많다. 병사 월급 200만원(연봉 2400만원)은 중위 2호봉(2436만원) 수준이다.

 

군 관계자들은 병사 월급을 인상하면 소위·중위, 하사 등 초급 간부 봉급도 상응해서 올려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도 우수한 초급 간부를 확보하기가 어려운데 앞으로 병사 월급보다 적은 돈을 받으며 근무할 초급간부를 확보하기는 더욱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병사 월급 200만원을 현실화시키려면 초급 간부 월급과 연계해서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 이 경우에는 윤 후보가 추정한 5조1천억원보다 휠씬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10일 “부사관 월급도 200만원 안 된다”며 “도대체 부사관 월급, 또는 장교 월급은 어떻게 할 건지 말해줘야 한다”고 지적한 게 이런 배경이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임기 안에 선택적 모병제를 도입하고 병사 월급을 단계적으로 인상해 2027년까지 200만원을 맞추겠다”고 공약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2030년부터 한국형 모병제를 전면 실시하고 병사 초봉 300만원을 지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두 후보 모두 의무 복무하는 징집병 규모를 줄이거나 없애는 모병제 틀 속에서 병사 월급 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국군 50만명(의무복무 30만명+간부 20만명)은 징집된 병사들에게 낮은 급여를 주고 인건비를 절감해 대규모 병력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정된 국방예산으로 병사 급여를 높이려면 병력을 줄이는 게 불가피하기에 다른 후보들은 30만명 감군 등을 전제로 한 모병제를 꺼낸 것이다. 하지만 윤 후보는 모병제에는 “장기과제”라며 부정적인 태도이다.

 

병력을 줄이지 않고 병사 월급 200만원이 가능하려면 국방 예산 자체를 크게 늘리거나 무기 개발·구입에 쓰는 방위력개선비를 손봐야 한다. 윤 후보는 세출 구조조정을 내세웠지만 밑돌 빼서 윗돌 괴기다. 돈 쓸 곳이 많은 정부 예산 사정을 감안하면,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국방예산은 크게 무기를 마련하는 방위력개선비와 인건비와 복지 등 전력운용비로 나뉜다. 올 국방예산은 54조6천억원인데, 방위력개선비(16조7천억원)가 30%, 전력운용비(37조9천억원)가 70% 가량이다. 전력운용비는 감축의 여지가 없는 경직성 경비라서 인상된 병사 월급을 감당하려면, 무기를 개발하거나 구입하는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병사 월급 200만원에 필요한 연간 5조1천억원 예산이면 해군의 숙원 사업인 경함모 2대를 건조할 수 있고, 공군 최신예 전투기인 F-35에이(A)를 42대 구매할 수 있다. 윤 후보 구상대로라면 자칫 병사 월급과 무기를 놓고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밸런스 게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올해 병사 월급은 △병장 67만6100원 △상병 61만200원 △일병 55만2100원 △이병 51만원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병사 월급은 3배 가량 올랐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2017년 기준 21만6천원이었던 병장 월급은 올해 67만6100원으로 올랐지만, 최저임금(월 191만원)의 3분의 1을 약간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병장 월급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엔 9만7500원이었고, 박근혜 정부 말기였던 2016년엔 19만7000원이었다.

 

전세계에서 징병제를 유지하는 나라 중에서 병사 월급이 우리보다 낮은 곳은 찾기 어렵다. 이런 배경에는 ‘의무에는 충분한 보상이 필요없다’는 인식이 강했다. 병사 봉급 현실화는 2000년대 노무현 정부 이후 본격화됐다. 2002년 가을 <한겨레21>이 추석 때 당시 평균 2만여원에 불과하던 병사 월급 문제를 공론장에서 처음으로 제기한 게 계기였다. <한겨레21>은 일당 700원짜리 병사 근무 여건을 ‘대한민국 사병은 거지인가’란 도발적인 제목으로 제기했다.

 

병사 월급은 한정된 예산을 어디에 먼저 사용하느냐는 문제다. 역대 병사 월급은 재정여건, 사회·경제적 여건 변화에 달라졌다. 결국 사회적 합의와 집권 세력의 정책적 의지의 문제이다. 페이스북에 한줄 짜리 공약으로 던지기엔 뜯어보고 따져볼 내용이 너무 많다. 권혁철 기자

 

막말 더한 윤석열 청년본부장 “여가부 한 번 깔끔하게 박살 내야”

장예찬 청년본부장 라디오서 발언

류호정 “윤 후보부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본부장(오른쪽)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중앙선거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쪽 청년본부장이 여성가족부를 두고 “한 번 깔끔하게 박살을 내놓고 제로 베이스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장예찬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청년본부장은 10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여성가족부가 사실상 남성혐오부로 작용하고 있다”며 “남성은 성범죄의 잠정적 가해자로 취급하고 모든 남성이 성범죄 가해자라는 오해를 받아도 시민적으로 의무를 지고 이걸 열심히 해명해야 된다는 게 여성가족부 산하기관에서 만든 유튜브 성인지 교육으로 배포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성가족부의 문제는 복지 사업이나 약자 보호 사업의 문제가 아니라 10~20% 정도 배정되는 성인지 교육에서 뿌리 깊은 젠더 갈등을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라며 “더군다나 각종 여성 시민단체에 무차별적으로 지원되는 사업도 많기 때문에 한 번 깔끔하게 박살을 내놓고 제로 베이스에서 출발해야 된다”고 말했다.

 

장 청년본부장과 함께 출연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이에 대해 “정부 예산의 0.2% 수준인 1조4천억원 정도로 운영되는 여성가족부는 저소득, 한부모, 청소년 부모, 1인 가구 등의 가족 서비스를 하고, 학교 밖 사회안전망 강화나 여성 피해자 지원, 여성 고용 유지 등 우리 사회의 소외된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를 한다”며 “몇 가지 실책이 있었다고 해서 부서를 통째로 없애야 된다고 말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 부처의 권한과 자원이 부족한 게 오히려 문제이니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장 청년본부장은 이날 방송에서 “여성가족부의 2020~2021년 2년간 남성혐오적 프로젝트와 성인지 교육에 대해 뽑아왔는데 에이(A)4 용지가 모자랄 지경이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류 의원은 이에 “(그렇게 치면) 에이4 용지가 모자랄 만큼의 망언을 쏟아낸 윤석열 후보는 싹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떤 실수나 실책에 의해 무조건 문 닫아야 한다고 하면 문 열고 있을 수 있는 부처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승재 정의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어 “장 청년본부장의 발언은 윤석열 후보의 대선 전략이 ‘멸공’과 ‘여가부 폐지’라는 자백과 마찬가지”라며 “국민을 갈라치기하는 시대착오적이고 퇴행적인 정치로 폭주하는 윤석열 후보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고 밝혔다. 오 대변인은 이어 “정치가 박살내야 할 것은 여성가족부가 아닌 성차별, 성폭력”이라며 “윤석열 후보가 거리낄 것이 없다면 티브이(TV) 토론이든 무제한 맞장토론이든, 지금 당장 정정당당하게 직접 실력으로 겨룰 수 있는 자리에 나올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