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방통위 2인만 참석 KBS이사장 해임 의결
MBC 방문진 이사장 해임안은 16일 의결 예정

언론진흥재단 이사장도 16일 해임안 이사회 상정
해임사유 부당·부족하고 절차도 위법…"해임 무효"

 

남영진 KBS 이사장(왼쪽부터),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유시춘 EBS 이사장이 14일 오전 과천정부청사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8.14. 연합뉴스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폭주가 8월 셋째주 들어 더 빨라지고 있다. 18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청문회를 앞두고 방통위가 14일 서둘러 KBS 이사장 해임을 의결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원(방문진) 이사장 해임도 16일 의결할 예정이다. 연간 1조 원이 넘는 정부광고 집행을 대행하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에 대한 해임안도 16일 상정키로 했다.

기자협회·PD연합회·언론노조를 포함한 현직 언론인 단체, 언론비상시국회의를 비롯한 전직 언론인 단체,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시민단체, 언론정보학회 등 언론학계가 모두 윤 정권의 공영방송 이사장 해임과 이동관 방통위원장 임명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해임 사유가 부당하고 부족할 뿐 아니라 절차적으로도 법률 위반이어서 ‘무효’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윤 정권은 이런 거센 반대를 무시하고 강행하고 있다.

방통위는 14일 오전 전체 회의를 열어 남영진 KBS 이사장 해임 건의안을 의결했다. 이날 전체 회의에는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상인 위원 등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 추천 위원 2인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김현 위원(민주당 추천)은 회의 도중 퇴장했다. KBS 이사(장) 해임은 방통위가 건의해 대통령이 재가하면 된다.

방통위의 남영진 이사장 해임 사유는 ‘KBS 경영 관리·감독 의무를 해태하고 과도한 법인카드 사용 논란으로 KBS 명예를 실추하고 국민적 신뢰를 저하시켰다’는 것이다. 남 이사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법적 절차와 근거를 완전히 무시한 것으로 원천무효”라며 “즉각 소송을 제기하고 효력정지가처분신청 등을 통해 불법과 부당함을 바로잡겠다”고 법적 대응 입장을 밝혔다. 김현 위원도 기자회견을 열어 “권한남용과 비상식으로 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훼손한 김효재 직무대행의 위법 혐의에 대해 법률 검토를 하겠다”고 했다.

방통위는 지난달 12일 윤석년 KBS 이사를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 의혹을 들어 해임 건의안을 의결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다음날 즉각 윤 이사 해임안을 재가했다. KBS 이사회는 윤석년 이사와 남영진 이사장 해임 이후 국민의힘 추천 이사가 다수를 차지해 KBS 사장 교체가 가능해진다.

방통위는 14일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 해임 청문회도 동시에 진행했으며 16일 전체 회의에서 또다시 해임 건의안 의결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 이사장 해임 사유는 ‘MBC 관리·감독 소홀과 부적격 논란이 있었던 안형준 사장 선임’ 등이다.

권 이사장은 ‘감사원이 조사 과정에서 질문 내용을 왜곡해 법을 어긴 것으로 몰아갔고, 방통위는 감사 내용이 확정되지도 않았는데도 해임 절차 시작 사유로 삼았다’고 지난 10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표완수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 연합뉴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윤석열 정권 이후 새로 취임한 3명의 이사가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표완수 이사장에 대한 해임안을 16일 이사회에 상정키로 했다. 표 이사장은 임기가 2달여 밖에 남지 않은 상태인데다 이사들이 이사장 해임을 요구한 선례가 없어 파문이 일고 있다.

해임 사유 역시 ‘정부 광고지표 조작 논란 관련 수사진행으로 리더십 와해’와 ‘비영리민간단체 지원사업 보조금 관리 허술’ 등이다. 그러나 정부광고 지표 변경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주도로 이루어진 것이고 보조금 관리 허술에 대한 명확한 조사결과가 나오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이와 같은 문제가 이사장 해임 사유에 해당되는지도 의문이다.

표 이사장은 해임안이 상정된 지난 10일 한국기자협회 창림 59주년 축사에서 “관제 유언비어는 시대에 따라 양상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지만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팩트가 아니란 점이 본질”이라고 말했다. ‘광고지표 조작’이란 유언비어를 정치 언론이 악의적으로 보도하고 이를 정치편향 단체가 고발해 수사로 이어지고 있지만 이는 사실(팩트)가 아니라는 자신의 입장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표 이사장은 임기 전 자진사퇴도 고려했으나 사퇴하지 않고 이사회 해임 의결 시 자신의 정당함을 밝히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KBS와 MBC 방문진, EBS 이사진들은 방통위가 KBS 이사장 등의 해임건의안을 의결한 14일 오전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야만적 공영방송 장악을 규탄한다”며 “대한민국의 역사는 2023년 8월을 윤석열 정부가 공영방송을 짓밟고 언론자유와 민주주의를 철저하게 유린한 달로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기자협회, 언론노조 등 언론 현업 단체들은 같은 날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방통위는 방송장악 폭주를 멈추라’는 현수막을 들고 ‘부당하고 졸속한 공영방송 이사회 이사 해임 강행 반대 언론단체 공동회견’을 가졌다. 김동훈 기자협회장도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집에선 학폭무마, 밖에선 언론장악, 이동관 아웃’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이동관 방통위원장 임명과 공영방송 이사장 해임에 반발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 김성재 에디터 >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방송장악 폭주 저지와 이동관 OUT'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23.8.14. 한국기자협회보 갈무리

 

 

 

한일 역사정의평화행동,모금 40여일만에 5억여원 모아
이춘식·양금덕, 고 박해옥·정창희 유족 등에 1억씩 전달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지난 7일 광주광역시 서구 양동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의 자택을 방문해 감사의 마음을 전달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역사정의와 평화로운 한일관계를 위한 공동행동’(이하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14일 오후 2시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245 광주엔지오센터 시민마루에서 강제동원 생존 피해자 2명과 가족, 시민 등을 초청해 ‘역사정의 시민모금 전달식 및 응원의 자리’를 마련했다.

앞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지난 12일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 확정 승소 판결(2018년 10~11월)을 받은 피해자 15명 중 한국 정부가 대신 지급하는 판결금 수령을 거부한 피해자 4명(생존 2명)에게 ‘응원 기금’ 1억원씩을 각각 전달했다. 응원 기금 전달 대상은 이춘식(99·광주광역시 광산구)씨와 양금덕(92·광주광역시 서구)씨 등 생존 피해자 2명과 고 박해옥(1930~2022)씨와 고 정창희(1923~2012)씨 등 피해자 2명의 유족이다.

이들은 “강제동원에 대한 사과나 일본 가해 기업의 참여 방안도 없는 상태에서 한국 정부가 판결금을 대신 지급하는 제3자 변제 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역사정의평화행동은 14일 광주 전일빌딩245 광주엔지오센터 시민마루에서 양금덕(왼쪽 셋째)씨와 이춘식씨의 딸 이고은(넷째)씨 등 강제동원 생존 피해자 2명과 가족들을 초청해 응원의 자리를 마련했다. 정대하 기자
 

조선여성근로정신대 강제동원 피해자로 일본과 한국의 법정에서 31년째 재판 투쟁을 하는 양금덕씨는 “날개가 있으면 날아갈 것 같다. 감사하다”며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우리 힘으로 이렇게 헤치고 나가는 것을 참 거룩하게 생각한다. 바른 정신으로 분발해 강하게 살아가자”고 호소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2018년 11월 대법원에서 손해배상 확정판결을 받고도 배상하지 않고 있다.

생존 피해자 이춘식씨는 건강상의 문제로 참석하지 못하고 가족이 참석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씨는 1943년 1월 이와테현 소재 신일본제철(현 일본제철) 가마이시 제철소에서 2년간 일했지만, 임금을 받지 못했다. 일본제철은 “다 적금하데끼 저금해준다”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해방 후 임금을 받기 위해 공장에 찾아갔지만, “이렇게 쫄딱 망했는디 뭔 돈이 있겄냐?”는 말만 들었다고 한다. 이씨는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가 시작되자 “나 때문에 대한민국이 손해가 아닌지 모르겠다”며 걱정하기도 했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지난 7일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씨를 찾아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고 정창희씨는 1944년 9월 일본 히로시마 미쓰비시조선소로 강제동원됐다. 이듬해 8월6일 원폭이 투하되었을 때 공장에 있었던 그는 그해 9월 귀국해 1년 후부터 건강이 나빠졌다. 고인은 2012년 3월 세상을 뜨는 바람에 2018년 11월29일 대법원 원고 승소 확정판결 결과를 보지 못했다.

고 박해옥씨는 일본인 교장의 압박에 못 이겨 1944년 5월 일본 나고야 미쓰비시중공업으로 강제동원됐다. 1999년 3월부터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끈질긴 소송전에 나섰지만, 지난해 2월 일본 기업의 사죄와 손해배상을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떴다.

이날 응원기금 전달식엔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단체’ 다카하시 마코토(81) 공동대표가 참석해 6만3천엔을 응원기금으로 전달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가해국 시민으로서 지금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이 가슴이 아프고 죄송한 마음이다”며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그가 “이기자”라고 외치자, 참석자들이 “이기자”로 화답했다.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단체’ 다카하시 마코토 공동대표(가운데)가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국언 이사장에게 응원기금을 전달하고 있다. 정대하 기자
 

전국 600여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지난 6월29일 3자변제 방식에 반대한 피해자 4명을 위한 응원기금을 모으는 시민운동에 나서 13일까지 5억4188만원(7834건)을 모금했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2차 시민 성금 모금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시민모금 운동을 시작한 지 불과 40여일 만에 모금액이 5억원을 넘긴 것은 윤석열 정부의 굴욕 외교에 대한 준엄한 심판의 결과”라고 밝혔다. < 정대하 기자 >

낯뜨거운 한국언론 추락 어디까지...

● COREA 2023. 2. 28. 00:46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대장동 검언유착…기자들에게 간 돈과 '50억 클럽' 금괴

기자들 수상한 금전 거래는 '뉴스타파'가 이미 보도

검찰‧언론, 김만배가 조성한 비자금 248억 원 외면

고위 특수통 전관 검사들의 금괴 수수 의혹 파묻혀

'정영학 녹취록' 전문 공개 앞두고 검찰 일부만 흘려

짜맞춘 프레임 따른 선택적 수사‧보도, 경계할 필요

보도의 편향성으로 신뢰수준이 세계 최하위권인 한국 언론이 이번에는 금품수수 의혹으로 망신을 사고 있다.

이른바 ‘대장동 사건’의 일당 중 핵심인 김만배 씨와 언론사 법조기자들 간에 거액이 오갔고 명품 선물을 받은 기자도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거론되는 기자들은 <채널A>, <중앙일보>, <한국일보>, <한겨레>의 법조 출신 기자들이다. 대부분이 법조팀장을 했고 사회부나 편집국의 고위직이다.

이같은 사실은 <뉴스타파>가 이미 지난 연말에 취재해서 보도했던 내용의 연장이다. <뉴스타파>와 봉지욱 기자는 “대장동 비리의 핵심은 사실 남욱이 조성한 비자금 40여억 원보다 김만배가 조성한 비자금 248억 원”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검찰이 대장동 수사의 핵심 근거로 삼고 있는 ‘정영학 녹취록’을 기반으로 이 돈의 일부가 언론사 기자들에게 간 것으로 보인다고 최근 다른 언론들이 보도했다. 녹취록에 “기자들 분양도 받아주고 돈도 주고” “걔네(기자)들한테 카톡으로 차용증을 받어. 그런 다음에 2억씩 주고... 분양받아준 것도 있어 아파트. 서울에. 분당” “(기사를) 돈으로 막았는데.”라고 언급, 즉 검은돈이나 아파트 분양 등으로 기자들에게 로비를 해서 대장동에 대한 불리한 보도를 막고 유리한 보도를 유도했다는 것이다. 김만배는 이렇게 한탄하기도 한다. “끝이 없어. 이놈 정리하면 또 뒤에서 뒤에서 숨어 있다가 다시 나오고.” 즉 입을 막아야 하고 돈을 요구하는 기자들이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뉴스타파>와 봉지욱 기자는 대부분의 기성 언론이 본인들이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분명한 증거도 나오지 않은 정진상과 김용에게 간 돈만 주목하고 정작 박영수, 김수남, 최재경 등 고위 특수통 전관 검사들(50억 클럽)에게 간 돈들은 수사와 언론 보도 모두에서 주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뉴스타파>는 특히 ‘정영학 녹취록’에서 김만배가 이 고위 법조인 등으로 구성된 ‘50억 클럽’(또는 ‘약속 그룹’)에 대해 언급하면서 “문제는 사람들이 세금을 안 떼고 현찰로 달래…. 그래서 문제야. 금괴하고 현찰로 달래”라고 말한 것을 주목했다. 즉 금괴로 뇌물을 받아챙긴 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가 어느 쪽은 증거와 진술이 존재하는데도 못 본 척하고, 어느 쪽은 증거와 진술이 불분명한데도 기정사실처럼 몰아가는 식으로 발설하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자기들의 직속 특수통 선배들이 이 비리 사슬의 일부로 지목되는 상황이고 언론사와 기자들은 베테랑 법조기자 출신인 김만배를 통해서 얽혀들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그래서 긴밀히 유착한 검찰과 주요 언론(법조기자)들은 이 거대한 비리의 진실을 밝혀낼 의지도 능력도 없이 자기들이 짜맞춘 프레임에 따라 선택적 수사와 보도를 통해서 이심전심으로 몰아가기만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장동에 대한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를 전혀 신뢰할 수 없는 것이고, 이런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를 기반으로 정치적 주장을 하고 판단을 내리는 사람들에게 동의할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부패의 고리로 연결된 특수부 검찰과 언론사의 법조기자들이 지난 검언대란(소위 ‘조국 사태’) 등에서 집요하고 무자비하게 조국 전 장관의 가족이나 윤미향 의원 같은 이들을 공격하고 괴롭힌 이유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들은 조국 전 장관과 추미애 장관 등을 혹독히 비판하며 문재인 정부를 고립시켜, 결과적으로 윤석열 정부 등장에 일조한 셈이다.

검찰과 다른 언론들은 뉴스타파의 집요한 취재와 보도를 보면서 자신들의 숨겨진 어두운 그림자가 드러날까 봐 노심초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김만배와 기자들의 돈거래’ 보도는 어차피 <뉴스타파>가 파헤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일부를 선택적으로 흘려 수습하자는 검찰과 언론들의 당혹감과 계산이 보이는 것 같다.

이번에 ‘김만배 돈거래’를 보도한 SBS와 <조선일보>는 법조기자를 통해 특수부 검찰과 유착한 언론사들 중에서도 가장 악명이 높았기 때문에, 다양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김만배와 골프를 치고 100만 원씩 받은 수십 명의 기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과 기성 언론들의 주장과 보도에 대해 ‘의혹만으로도 유죄’라는 식으로 매도하며 몰아가기 보다는, 냉철한 분석과 판단으로 검언유착 세력의 의도를 경계하며 사건의 실체를 바라봐야 할 것 같다. < 시민언론 민들레 전지윤 기자 >

 

자신의 핵심 참모를 비롯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기관을 동원한 중범죄로 단죄된 고위 공직자와 정치인 등 수십명을 무더기 구제한, 철저한 ‘우리편 사면·복권’이라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례 없는 특별사면이다. ‘국민 대통합’이 아닌 ‘야권 들러리 통합’이라는 비판으로는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특사 대상과 성격을 설명하는데 부족하다는 평가가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나온다.

자신의 핵심 참모를 비롯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기관을 동원한 중범죄로 단죄된 고위 공직자와 정치인 등 수십명을 무더기 구제한, 철저한 ‘우리편 사면·복권’이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27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사면·복권하는 등 정치인과 공직자 75명을 28일자로 사면·감형·복권했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등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 여권 인사다. 특사 대상자는 이들을 비롯해 선거사범 1274명, 임신부 등 특별배려 수형자 8명 등 모두 1373명이다. 이 전 대통령은 2020년 10월 대법원에서 뇌물수수 및 횡령 등 개인비리로 징역 17년이 확정됐다. 이번 사면으로 잔여 형기 14년6개월뿐만 아니라 미납 벌금 82억원도 면제됐다. 이날 낮 신년 특사·복권 대상자를 발표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폭넓은 국민통합 관점에서 고령 및 수형생활로 건강이 악화된 이 전 대통령을 사면·복권한다”고 밝혔다.

친이명박계를 중용하는 윤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 때 정보·군 조직이 동원된 여론조작 범죄 관련자들을 대거 사면·복권했다. 지난해 징역 14년2개월이 확정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감형)을 비롯해 배득식 전 기무사령관, 옥도경·연제욱 전 사이버사령관 등이다. 특히 이명박 청와대 재직 시절 비밀문건을 유출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지난 10월 말 유죄가 확정된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은 두 달 만에 사면됐다. 대통령이 매일 얼굴을 맞대는 핵심 참모를 자기 손으로 사면한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등에 연루된 친박근혜계 인사들도 무더기 사면·복권됐다. 화이트리스트 사건(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박준우 전 정무수석 등),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건(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 등) 등으로 유죄가 확정된 이들이다. 박근혜씨 측근 3인방인 안봉근·이재만·정호성 전 비서관은 복권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국무회의에서 최종 확정된 신년 특사 대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출신도 다수 포함됐다.

이명박 정부 때 민간인 사찰 폭로를 막기 위해 국정원 특활비를 가져다 쓴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 박근혜 정부 때 국정원 대선 여론조작 사건 수사를 방해한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 블랙리스트 사건에 관여한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 등이다. 최 전 차장은 대법원 유죄 확정 11일 만에 사면과 동시에 복권됐다. 한동훈 장관은 “이들 주요 공직자들이 국정수행 과정에서 잘못된 관행에 따라 불법행위를 저질렀지만 다시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며 사면·복권 이유를 밝혔다.

상당수가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이 검찰 재직 시절 ‘중범죄로 엄벌해야 한다’고 판단했던 사안인데, 이제 와서 “잘못된 관행” “경직된 공직문화” 탓으로 돌린 것이다.

야권 인사로는 김경수 전 지사가 사면됐지만 복권되지 않았다. 김 전 지사는 2017년 대선 당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지난해 징역 2년이 확정됐다. 출소가 다음해 5월이라 ‘들러리 사면’에 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윤 대통령은 그대로 사면권을 행사했다.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뇌물죄 등)은 사면·복권, 신계륜 전 민주당 의원(입법로비)은 복권됐다. < 전광준 손현수 기자 >

‘윤 핵심 참모’ 김태효 끼워넣기 사면…‘범법자’ 꼬리표 떼어줘

‘딸 채용비리’ 김성태 복권도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지난 9월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 브리핑룸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새해 특별사면을 단행하면서 자신의 안보 분야 핵심 참모인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형 선고 실효를 결정했다. 윤석열 캠프의 직능총괄본부장으로 이름을 올렸던 김성태 전 의원의 뇌물죄도 사면되면서 대통령 사면권이 ‘내 편 챙기기’로 남용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차장은 2012년 이명박 정부 대외전략기획관에서 물러나면서 군사기밀을 담고 있는 국가정보원·국군기무사령부 문건을 외부로 유출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10월 대법원에서 유죄(벌금 300만원 선고유예)가 확정됐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범법자가 안보실의 실세로 앉아 있다”며 김 차장 교체를 요구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야당의 경질 요구에 눈감았고 이번엔 특별사면 과정에서 김 차장의 전과 사실을 말소시키는 ‘형의 실효’를 끼워 넣었다. 이번 조처로 김 차장은 ‘범법자 안보실세’라는 꼬리표를 공식적으로 떼어냈다. 한 법조인은 “선고 유예가 된 사람을 대통령 곁에 두고 있느냐는 비판도 있었으니 정무적인 차원에서 (김 차장이 공직자의) 자격을 갖추게 한 것”이라고 짚었다.

김성태 전 의원은 2012년 10월 국정감사 기간에 이석채 당시 케이티(KT) 회장 증인 채택을 무마하고 그 대가로 자신의 딸을 케이티에 정규직으로 채용하도록 한 혐의(뇌물)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2월 유죄가 확정(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됐다. 앞서 김 전 의원은 대법원 확정 판결 전인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의 직능총괄본부장으로 선임됐지만 부적격 인사라는 비판이 일자 자진사퇴했다. 이날 복권까지 결정되면서 김 전 의원은 2024년 총선 출마가 가능해졌다.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어 “이번 사면은 국민이 대통령에게 위임한 사면권을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악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배지현 기자>

‘문화계 블랙리스트’ 최윤수, 형 확정 11일 만에 특별사면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최윤수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이 유죄를 확정받았지만, 27일 신년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되면서 11일 만에 형의 효력이 사라졌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 16일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 전 차장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최 전 차장은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인 성향으로 분류되던 문화예술인들을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졌다. 최 전 차장은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이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과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문건을 작성하고, 이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보고하도록 승인한 혐의를 받는다. 1·2심 재판부는 블랙리스트 작성 관여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문화예술위원회 지원 심의에 부당개입한 혐의와 우 전 수석과 공모해 이 전 감찰관 등을 불법사찰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같은 판단이 옳다고 보고 검찰과 최 전 차장 쪽의 상고를 모두 기각해 원심을 확정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날 신년 특별사면을 발표하며 최 전 차장을 형 선고 실효와 복권 대상자에 포함하면서, 대법원 판결은 28일 0시를 기해 효력을 잃게 됐다. 검찰 출신인 최 전 차장은 검찰 내 ‘우병우 사단’으로 꼽혔던 인물이다. 이날 함께 특별사면 대상에 오른 우 전 수석과는 서울대 법대 동기이자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 최민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