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윤, 멸치·콩 가볍게 다룬 것뿐…챌린지는 과해”

구시대적 색깔론 공세에 당 안에서도 “동의 못 해” 비판

조림용 사놓고 “멸치육수 애용” 해명도 설득력 떨어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8일 오후 서울 동작구 이마트 이수점에서 장을 보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멸공’(공산주의 세력을 멸함) 논란을 촉발한 이후, 윤석열 대선 후보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멸공 인증 릴레이를 이어가는 것을 두고 당 안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 후보는 10일 색깔론적 공세를 지적하는 목소리에 “필요한 물건을 산 것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도 “표현의 자유로서 보장되는 부분”이라며 정 부회장과 같은 결의 주장을 이어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가 멸치와 콩을 자주 먹는다며 가볍게 위트 있게 다뤘는데, 윤 후보의 모든 행보를 깊게 관찰하는 분들이 이어가는 멸공 챌린지는 과한 것이라고 본다”며 “정책 행보가 주목받는 상황에서 어떤 이념적인 어젠다가 관심받는 상황을 주변에서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의 장보기 인증샷이 공개된 이후 국민의힘에서 멸공 인증 릴레이가 이어지는 데 대해 ‘구시대적 색깔론’이란 비판이 거세지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그는 “우리 후보가 진짜 멸공주의자면 기자회견을 했을 것”이라며 “가볍고 익살스럽게 풀어낸 것을 주변에서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라고 지적했다.

 

원희룡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장도 멸공 행보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원 본부장은 이날 오전 <티비에스>(T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윤 후보가 지난 8일 문재인 대통령과 지지자들을 연상케 하는 달걀과 파, 멸공을 떠올리는 멸치와 콩을 구매하는 장면이 공개된 데 대해 “누가 어떤 아이디어로 한 것인지, 아니면 실제 그런 의도로 한 건지는 추측의 영역에 불과하기 때문에 말씀드리기 좀 뭐하다”면서도 “저도 사실 썩 동의하기는…(어렵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얼마 전까지 선대위에서 비전전략실장을 맡았던 김근식 전 경남대 교수도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나(경원) 전 대표나 최(재형) 전 감사원장 같은 경우가 사실 연달아서 (멸공 인증 게시물을 에스엔에스에) 다는 것은 너무 문제를 정치적으로 확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에 대한 지금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잘못됐고 젊은이들의 반감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정치인들까지 나서서 ‘멸공’이라는 70년대 냉전의 용어를 환기시키는 거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표현의 자유는 존중하지만 ‘좌우 막론하고 멸공’을 외칠 때는 아니다. 지금은 누가 뭐래도 남북 평화공존의 시대”라면서 “이쯤에서 멈춰달라”고 촉구했다.

 

멸공 인증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자, 윤 후보는 “가까운 마트에 가서 필요한 물건을 산 것일 뿐”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그는 이날 인천 연수구 한 호텔에서 열린 인천시 선거대책위원회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한 뒤 장보기 사진의 의미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가 멸치 육수를 많이 내서 먹기 때문에 멸치를 자주 사는 편이다. 아침에 콩국 같은 것을 해놨다가 많이 먹기 때문에 산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윤 후보가 이마트에서 산 멸치는 육수용이 아니라 ‘조림용’이어서 누리꾼들은 ‘윤 후보의 해명에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윤 후보는 ‘이념적 메시지 아니었냐’는 지적에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 질서를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누구나 의사 표현의 자유를 갖는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로서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잘 지켜지는지 안 지켜지는지가 이 나라가 자유와 민주에 기반한(기반을 둔) 국가인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미나 기자

 

정용진 신세계 주가 급락에도…“멸공은 나에게 현실”

‘공산당 싫다’부터  ‘멸공’까지… 논란 자처

유통업계 “새로운 유형의 오너리스크”비판

정 부회장 주변에 “멸공 발언 그만하겠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중순 소셜미디어에 올린 공산당 태그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잇따른 ‘멸공’ 발언 논란이 기업 리스크로 번지고 있다. 두달 전부터 이어진 정 부회장의 정치적 발언으로 10일 신세계 주가는 전일대비 6.8% 하락했고, 신세계 계열사들에 대한 불매운동으로까지 확산하는 분위기다.

 

정 부회장의 발언 논란은 지난해 11월 중순 빨간색 카드지갑을 들고 찍은 사진에 ‘난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해시태그를 붙이면서 시작됐다. 사진 촬영 당시 “빨간색이 공산당을 연상시킨다”는 주위 농담에 아무 뜻 없이 관련 설명을 달았다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사드 사태로 투자 피해를 입힌 중국 공산당에 대한 반감과 현 정부의 친중 분위기를 비판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정 부회장은 이후에도 공산당 발언을 고집하며 논란을 자초했다. 자사 야구단 에스에스지(SSG) 랜더스의 유니폼을 입고 찍은 사진에도 ‘난 콩 상당히 싫습니다. 노빠구’라는 태그를 달았고, 이후 게시글에도 ‘총정리 난 공산주의가 싫다’라는 태그를 잇따라 달면서 논란이 가중됐다. 정 부회장이 9일 새벽 인스타그램에 “나의 멸공은 오로지 우리를 위협하는 위에 있는 애들(북한)을 향한 멸공”이라며 “날 비난할 시간에 좌우 없이 사이좋게 싸우지 말고 다 같이 멸공을 외치자”는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재점화 됐다. 이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까지 등판해 이마트에서 멸치와 콩을 사는 모습으로 정 부회장의 게시글에 호응하며 정치권까지 멸공 논란이 번졌다. 정 부회장의 이날 게시글은 ‘좋아요’ 7만개를 받았고, “정치권 눈치 안 보는 기업인의 모습이 멋집니다”, “멸공을 응원합니다”는 호응 댓글 수백개가 달리기도 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인스타그램 갈무리

 

하지만 정 부회장의 멸공 발언을 두고 온라인상에서 비판도 쇄도했다. ‘보이콧 정용진,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란 포스터가 커뮤니티 누리집에 공유되면서 신세계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졌다. 그룹 계열사인 이마트와 스타벅스에 가지 말자는 글까지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온라인상에서 거론된 불매운동 제안이 실제 행동으로 확대될 조짐이 보이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신세계그룹 주가 급락으로 이어졌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신세계 주가는 전일 대비 1만7000원(6.8%) 하락한 23만3000원에 마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5.34% 내린 13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하루만 신세계는 1670억원, 신세계인터내셔날은 530억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신세계 주주들은 네이버 주식 게시판 등에 주가 하락 상황을 “정치적 발언으로 발생한 사주 리스크”라고 해석하며 “대기업 사주로서 기업 경영과 무관한 정치적 발언은 기업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니 중단해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정 부회장을 둘러싼 논란은 홍콩의 유력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외신에도 보도되면서 해외 투자자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업계에선 “새로운 유형의 오너리스크”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형 유통사의 한 간부는 “정 부회장이 소셜미디어상에서 적극 소통하는 이미지로 얻은 긍정적 효과보다 발언을 잘못해 그룹 전체에 준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며 “온라인 사업에 적극 투자 중인 신세계의 상황상 소셜미디어에서 대표 발언은 기업 전체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유통사 관계자는 “소셜미디어를 하다 보면 자신의 글에 대한 호응이 사회 전체의 반응인 것처럼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며 “처음엔 정 부회장의 자유분방한 성격 때문에 발생한 해프닝 정도로 생각했는데 논란이 커지는데도 계속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치적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75만명이다.

 

신세계그룹 내에서도 정 부회장의 발언에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신세계 관계자는 “아무 의도없이 올린 공산당 글이 온라인상에서 과대해석되면서 문제가 커진 것 같다”면서도 “정 부회장도 논란을 감안해 더는 멸공 발언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멸공 발언 논란이 거세지자 이날 오후 정 부회장은 인스타그램에 “멸공은 누구한테는 정치지만 나에게 현실”이라는 재반박글을 올렸다. 그는 “사업가로서 그리고 내가 사는 나라에 언제 미사일이 날아올지 모르는 불안한 매일을 맞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느끼는 당연한 마음을 얘기한 것”이라며 “사업하는 집에 태어나 사업가로 살다 죽을 것이니 정치 운운 마시라”고 말했다. 멸공 발언이 정치권으로 번지며 정 부회장의 정계 진출 가능성까지 제기된 것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옥기원 기자

 

“달파멸콩” 윤석열 이어 나경원·김진태도 때아닌 ‘멸공 챌린지’ 왜

      ‘여수 멸치’ 인증 사진 올리고 “달파멸콩”

      ‘멸공’ ‘문파’ 정치적 해석…최재형·김진태 등도 가세

     “중국 관련 기업 입장 생각해 봤나” 비판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오후 이마트 이수점에서 장을 보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에스엔에스(SNS) 상에서 시작된 ‘멸공’(공산주의 세력을 멸함) 논란이 난데없이 정치권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8일 신세계 대형마트인 이마트에서 장을 보면서 ‘멸공’을 상징하는 식품을 구입한 데 이어, 나경원 전 의원이 멸치와 콩 구매 인증샷 올리기에 가세했다. 여권에선 색깔론을 부추기는 듯한 이런 행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8일 낮,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는 윤석열 대선후보가 이날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며 밥상 물가와 방역패스 문제 점검에 나섰다고 밝혔다. 윤 후보가 찾은 대형마트는 이마트였고, 공개한 사진에는 윤 후보가 여수멸치와 약콩 등을 고르는 모습이 담겼다. 이후 윤 후보 개인 인스타그램에는 장보는 사진과 함께 해시태그로 ‘#달걀 #파 #멸치 #콩’이라고 적었다. 정치권에서는 “윤 후보가 최근 ‘멸공’ 논란에 휩싸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을 우회적으로 지지하기 위해 이 같은 장면을 연출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에이아이(AI) 윤석열’은 해당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윤석열 공약위키’ 누리집에 공개된 ‘에이아이 윤석열’은 이날 ‘이마트에서 장을 잘 봤느냐’는 질문을 받고 “장보기에는 좀 진심인 편”이라며 “윤석열은 이마○, 위키윤(AI 윤석열)은 쓱○에서 주로 장을 본다. 오늘은 달걀, 파, 멸치, 콩을 샀습니다. 달파멸콩”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친문 세력을 연상시키는 ‘달파’라는 용어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언급했던 ‘멸공’ 주장을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이날 장보기가 의도적인 행보였다는 해석에 쐐기를 박았다.

 

                   나경원 전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윤 후보에 이어 나경원 전 의원도 8일 페이스북에 이마트에서 장 보는 사진을 여러장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오늘 저녁 멸치, 약콩, 자유시간 그리고 야식거리 국물 떡볶이까지 (샀다)”며 “공산당이 싫어요가 논란이 되는 나라는 공산주의국가 밖에 없을 텐데. 멸공! 자유!”라고 적었다.

 

나 전 의원에 이어 이날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인스타그램에 멸치와 콩을 반찬으로 한 아침식사 사진을 올렸다.

 

당 이재명비리국민검증특위위원장인 김진태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윤 후보는 이마트에서 달걀, 파, 멸치, 콩을 구입했다”는 사실을 전하며 아예 “문파멸공. 다함께 멸공 캠페인 어떠냐”고 제안을 하기도 했다. 김연주 부대변인도 이마트에서 장 보는 영상을 에스엔에스에 올리며 “주말엔 달파멸콩”이라고 적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9일 인스타그램에 멸치와 콩을 반찬으로 한 아침식사 사진을 올렸다. 최 전 감사원장 인스타그램 갈무리

 

누리꾼들 사이에선 윤 후보와 나 전 의원이 모두 ‘여수’ 지역 멸치를 들고 있는 것 또한 의도가 있다는 해석까지 나왔다.

 

여권에서는 윤 후보 등의 이런 행보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9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국힘 대선 후보와 정치인들의 ‘달-파-멸-콩’ 일베 놀이. 뿌리가 어디인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멸공’ 퍼포먼스에 왜 하필 ‘여수멸치’냐. 70여년 전 여수에서 ‘멸공’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학살이 이뤄졌는지 아느냐. 우리 집안에도 피해자가 있었다”라고 적힌 글을 리트위트하기도 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이 ‘멸치콩’을 들었기에 나는 왼손에 파를 들었다. 좌파”라는 글과 함께 왼손에 파를 든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김태년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 부회장을 향해 “신세계는 앞으로 중국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본인의 그런 한 마디가 중국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수많은 우리 기업과 종사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라”고 경고했다.

 

앞서 정 부회장은 지난 6일 인스타그램에 ‘한국이 안하무인인 중국에 항의 한 번 못한다’는 제목의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기사 갈무리 화면을 올린 뒤 ‘멸공’ ‘승공통일’ ‘반공방첩’ 등의 해시태그를 달았다. 정 부회장은 이보다 앞서 인스타그램이 ‘멸공’ 태그가 붙은 자신의 게시물을 ‘폭력·선동’이라며 삭제한 데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은 이후 ‘시스템 오류’였다며 삭제된 게시물을 하루 만에 복구했다. 김미나 기자

 

관종의 횃불

 

최근 ‘멸공 논란’을 빚고 있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갈무리.

 

김남일ㅣ사회부장

 

관심을 가져주면 안 되는 대상이 있다. 이제는 사회문화적 연구 대상이 된 관심종자, 줄여서 관종이 분명할 때다. 어그로 끄는 것이 뻔한데 관종이라 비웃으면 당사자는 오히려 좋아한다. 그게 바로 좌와 우, 진영을 가리지 않고 창궐하는 관종이라는 종의 특징이다. 관종은 외부 시선을 먹고 산다. 관종 행태에 ‘좋아요’를 눌러주는 이들뿐만이 아니다. 관종은 자신의 언행을 두고 부들부들 떠는 사람들로부터도 만족을 얻는다. 너희들이 나를 어쩔 건데라는 심리가 깔렸다. 정치적 지분이 아닌 돈을 특권과 자랑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관종이 될 때 특히 그러하다. 이러면 정말 약이 없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그간 행태를 상식 있는 사람들이 무시한 이유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재벌 3세의 관종 행태에 ‘묻고 더블로 가’ 외치기 전까지는.

 

세습으로 취업하는 재벌 3세가 관종을 ‘부캐’에서 ‘본캐’로 삼았다. 짜증은 시민과 주주 몫, 뒤치다꺼리는 신세계 직원 몫이다. “난 콩 상당히 싫다” “콩콩콩콩 콩콩콩”. 멸공의 횃불을 높이 든 1968년생 재벌 3세 부회장이 이런 유치한 글을 인스타그램에 쓰고 있다. 세계 8대 무역국이 된 한국 재계가 다 같이 부끄러워해야 할 수준이다.

 

기업 가치를 총수 이익과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제지 등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그의 이런 관종 행태를 그럴듯하게 포장해왔다. ‘마케팅을 위한 철저히 계산된 행보’라는 평가는 그나마 회계장부 테두리 안에 있었다. 장난처럼 보였던 “공산당이 싫어요” 발언이 표현을 바꿔가며 거듭된 뒤로는 짐짓 한국 최대 수출국인 중국 리스크를 언급하기도 했다. 대신 ‘재벌 총수의 이례적 정치적 발언’ ‘과감한 소신 발언’이라며 추켜세우는 것을 잊지 않았다. 과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정치 4류, 행정 3류, 기업능력 2류’ 발언과 “콩콩콩”을 슬그머니 견주기도 했다. 언론의 질소충전식 과대포장이 더해지니 떨어지는 지지율에 멸치 허리나 콩깍지라도 잡고 싶은 윤석열 후보가 이마트에서 멸치와 콩을 덥석 집은 것도 무리가 아니다. 개+사과도 했는데 멸치+콩이 대수겠는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멸공 구호를 옹호하는 발언이 마지막으로 나온 것은 1988년 1월이었다. “그간 공공건물에는 승공, 반공, 멸공 등 구호가 많이 나붙어 있었다. 그런데 현재 이러한 구호마저 우리 사회에서 자취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마저도 전두환 정권 말기 민정당 의원이 내지르는 단말마에 불과했다. 불과 1년 뒤 본회의장에선 “시대착오적 멸공통일론을 고창하는 극우단체들이 준동하는 현실”을 질타하는 대정부 질문이 나왔다.

 

관종을 자처한 정용진 부회장이야 그렇다 치자. 정권교체에 모든 것을 걸었다는 제1 야당 대선 해시태그가 면책특권 넘쳐나는 여의도에서도 34년 전 자취를 감춘 멸공 구호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노태우·김영삼 정부 때도 안 하던 짓을 지금 2022년 국민의힘이 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후보를 따라 너도나도 멸공 캠페인에 나선다. 공공건물은 어쩔 도리가 없으니 에스엔에스(SNS)라도 멸공 구호로 도배할 기세다. 정 아쉬우면 정권탈환 목표로 16년 만에 사들였다는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전면에 케이(K)-멸공을 내걸지 못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

 

2006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자기 자식 군대 빼돌린 사람들이 국가안보를 외치고 멸공을 부르짖으며, 독재세력에 빌붙었던 무리들이 민주와 자유를 입에 달고 살아도 그리 신경 쓸 필요 없다. 그저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자극적인 언사만 부각되면 그만일 뿐이다. … 과거도 묻지 말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도 묻지 말고 그리고 왜 집권해야만 하는지도 묻지 말고….”

 

정용진 부회장은 몸무게 1㎏을 초과한 고도비만으로, 윤석열 후보는 눈이 나빠 군 면제가 됐다. 면제 뒤 몸무게는 줄었다. 면제 덕에 사시 공부를 오래오래 할 수 있었다. 누구나 살은 찔 수 있고 눈은 나쁠 수 있다. 군가 ‘멸공의 횃불’은 유튜브에 있다. 1절 육군, 2절 해군, 3절 공군이다. 따라 부르면 입으로만 하는 멸공이 가능하다.

 

‘여가부 폐지’에 ‘멸공 챌린지’, 윤석열 퇴행 어디까지인가 [사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선거 캠페인이 역주와 퇴행을 거듭하고 있다.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을 극적으로 봉합한 다음날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논쟁적 문구를 띄운 데 이어, 이튿날엔 대형마트에서 식료품을 사며 느닷없는 ‘멸공 챌린지’에 불을 붙였다. 아무리 급락한 20~30대 지지율을 회복하는 게 시급한 처지라고 하나, 상황 타개를 위한 시도가 무책임하고 졸렬하기 짝이 없다.

 

윤 후보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를 올린 건 지난 7일 오후였다. 다음날 기자들과 만난 윤 후보는 ‘여가부 폐지’가 자신의 대선 공약임을 분명히 했다. 여가부를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겠다던 경선 후보 시절의 공약을 아무런 설명 없이 여가부 폐지로 바꾼 것이다. 그는 공약 변경 이유를 묻는 기자들에게 “현재 입장은 여가부 폐지 방침이고, 더는 좀 더 생각해보겠다” “뭐든지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주시길 바란다”고만 했다. 설명할 논리도 근거도 빈약함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윤 후보가 여가부 폐지로 입장을 뒤집은 배경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추락한 청년층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온라인 남초 커뮤니티 등에서 요구하는 부처 폐지론을 서둘러 공약화한 것이다. 윤 후보나 국민의힘으로선 선거에 출마한 정치인이 득표를 위해 유권자 집단의 요구를 수용해 정책공약을 내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청년층이 겪는 어려움과 고통은 출발선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사회정책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의식과 혐오감정에 편승하는 방식이어선 곤란하다. 대체 여가부 폐지로 청년층의 처지를 얼마나, 어떻게 개선할 수 있다는 말인가. 사태의 본질과 무관한 분풀이성 공약은 사회에 파괴적 분열과 갈등만 조장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대형마트에서 멸치와 콩을 공개 구매하며 ‘멸공’을 이슈화하고 이를 ‘문재인 정부 심판’과 연결 짓는 캠페인 방식도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전통 지지층인 강성보수의 재결집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하지만, 북한과 주변국에 대한 증오를 불어넣고 집권세력에 색깔론을 덧씌우는 시대착오적 캠페인으로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행여라도 그것이 재기 있고 발랄한 캠페인이라 착각하는 건 아니길 바란다. 문화선진국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남부끄러운 일이다.

 

대선 때 치르는 국회의원 재보선 지역

공천권 놓고 윤석열-이준석 갈등 가능성

 

지난 4일 국민의힘 당사에 들어서는 권성동 의원.

 

권성동 국민의힘 전 사무총장이 지난달 절차를 무시한 채 서울 서초갑과 충북 청주 상당 등 3·9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열리는 지역의 당원협의회 위원장을 임명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후보 핵심 관계자)인 권 전 사무총장의 ‘월권행위’를 두고 공천권을 둘러싼 당 내홍이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1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 비공개회의에서는 서울 서초갑, 충북 청주 상당 등의 당협위원장 임명 건을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최고위는 지난달 초, 오는 3월9일 대통령선거와 함께 재보선이 치러지는 서울 서초갑에 전희경 전 의원, 청주 상당에 정우택 전 의원 등을 당협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방안을 논의하다가 보류했다. 하지만 당시 사무총장이던 권성동 의원은 지난달 10일 두 사람을 그대로 임명했다. 최고위 의결 절차를 무시한 것이다. 국회의원 지역구별로 있는 당원협의회 대표자인 당협위원장은 공천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된다.

 

권 전 총장의 월권행위는 해가 바뀌어서야 드러났다. 권 전 총장이 임명한 당협위원장 가운데 한명이 지역 당원들에게 새해 인사를 하며 자신을 당협위원장이라고 소개하는 바람에 ‘당협위원장 무단 임명’이 들통난 것이다.

 

국민의힘의 한 최고위원은 <한겨레>에 “(권 전 총장이 당협위원장을 임명한 지역은 재보선이 열리는) 주요 지역인 만큼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 등이 추가로 논의해 결정짓기로 하고 기다리고 있던 것”이라며 “권 전 총장이 임명한 사실이 밝혀져 너무나 황당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고위는 조만간 권 전 사무총장을 불러 상황을 파악하기로 했다. 권 전 총장과 이 대표는 지난 6일 이철규 전략기획부총장 임명을 두고 험악하게 충돌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당시 이 부총장이 권 전 총장과 가까운 또 한명의 윤핵관이라며 임명을 반대했고, 이에 권 전 총장이 거칠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총장의 ‘최고위 패싱’은 아슬아슬하게 봉합한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 사이의 갈등을 다시 불거지게 할 가능성이 있다. 대선과 같은 날 열리는 재보선에서 이 대표 쪽은 당헌·당규상 당 대표가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을 주도하는 만큼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려 한다. 반면, 윤 후보 쪽은 대선 ‘러닝메이트’ 개념에 부합하는 후보를 공천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당내에선 윤핵관으로 불리는 윤 후보 쪽 진영이 재보선 공천권 행사를 위해 일찌감치 움직인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권 전 총장이 당협위원장을 임명할) 당시 상황에선 이 대표와 윤 후보 쪽이 ‘핵심 관계자’ 권한을 두고 일촉즉발 상황이었다.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당협위원장 임명은) 중요한 사항도 아니고 최고위에서 다시 의결하면 된다. 당대표 쪽도 관련된 문제이고 내부에 다 조금씩 문제가 있는데 어느 일방으로 몰아세우는 건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는 13일께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해 재보선 공천 문제를 본격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김미나 기자

 

유능한 행정·정책 능력 부각해 설 전까지 ‘마의 벽’ 40% 돌파

11일엔 ‘5·5·5 공약’ 뒷받침할 수치 제시해 정책적 우위 강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손실보상 사각지대 업종 소상공인들을 만나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최근 대부분의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따돌렸지만, 40%의 벽 앞에서 머뭇대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안철수 야권 단일화’ 흐름에 빨려 들어가지 않으려면, 이달 말까지 40% 초중반대 지지율을 안정적으로 굳혀 ‘설 밥상 민심’을 장악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경제·민생 현안에 밝은, 준비된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며 대통령의 ‘자질’ 면에서 윤 후보와 차별점을 강조하겠다는 태세다.

 

9일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대선 후보 지지도(7~8일 전국 성인 1001명 대상 무선 자동응답 조사,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를 보면,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37.6%로, 1주일 전보다 3.4%포인트 줄었다. 윤석열 후보도 전주보다 1.9%포인트 빠진 35.2%를 기록했다.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9.2%에서 15.1%로 껑충 뛰어올랐다. 지난 7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4~6일 18살 이상 1002명 대상,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p)에서 이 후보는 3주 연속 36%를 기록했다. 윤 후보가 1주일 만에 35%에서 26%로 주저앉은 사이, 안 후보는 5%에서 15%로 급상승했다.

 

민주당 내에선 안 후보가 윤 후보에게서 등 돌린 지지층을 흡수하고 있는데다 국민의힘 내홍이 어느 정도 수습되고 있는 국면이라, 야권의 자중지란이 이 후보의 득점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고 판단한다.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에서 정부와 차별화하며 수도권 민심, 중도층을 공략한 행보 등이 어느 정도 실효성 있었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실용주의 노선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오락가락한다는 인상을 주게 된 점이 이 후보 대세론 형성에 일정 부분 발목을 잡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추가적인 지지율 상승세를 꾀하려면 ‘신뢰할 수 있는 대선 후보’임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민주당은 생활 밀착형 공약부터 굵직한 경제정책까지 가리지 않고 정책 행보를 강화하며 이 후보의 중량감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 후보 쪽은 앞으로 시작될 대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준비된 후보라는 인식을 굳힐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4일 ‘이재노믹스’(이재명+이코노믹스)로 이름을 붙인 ‘5·5·5 공약’(국력 세계 5위, 국민소득 5만달러, 주가 5천 시대)을 발표한 데 이어, 오는 11일에는 ‘전환적 공정성장’ 담론과 5·5·5 공약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수치 등 세부적 로드맵을 제시하는 단계까지 나아간다는 계획이다.

 

또 대선 승리의 ‘필수 고지’로 꼽는 서울 민심을 계속 훑으며 주말에는 강원·제주 등 기존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정상 방문하지 못한 곳을 찾으면서 표심 공백을 채워간다는 방침이다.

 

이날 이 후보는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뒤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고 활동을 재개했다. 활동 재개 즉시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인원 제한을 적용받고도 피해보상은 받지 못한 웨딩업·전시행사업 종사자, 2차 피해를 본 식자재 납품업자를 만나는 한편, 배달·아르바이트 노동자들과 ‘국민 반상회’를 열고, 비정규직 공정수당의 전국적 확대와 분양가 상한제의 민간 도입 등의 정책 공약을 쏟아냈다. 최하얀 기자

 

이재명, 비정규직 차별 줄일 대안 “공정수당 민간 확대”

경기도지사 시절 도입한 ‘비정규직 공정수당’ 전국 확대 제안

야당 “수당공화국 만들기” “정규직-비정규직 갈라치기” 비판

전문가들 “비정규직 총량 규제 병행하면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결 보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7일 오후 서울 동작구 맘스하트카페에서 열린 ''아이 키우기 좋은 사회'' 국민반상회에서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9일 “‘비정규직 공정수당’이 공공을 넘어 민간까지 확대될 수 있도록 국회, 기업, 노동자들과 함께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에서 시행한 공공부문 기간제 노동자에 대한 고용 불안정 보상수당 제도를 확대 개편해 전국에서 시행할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재명 정부는 경기도 ‘비정규직 공정수당’ 성과를 바탕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겠다”며 8번째 ‘명확행’(이재명의 확실한 행복) 공약을 소개했다. 그는 “고용 안정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상식이지만, 현실은 정반대”라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불안정·저임금의 중복차별에 시달리고, 임금 격차로 인한 일자리 양극화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고 공약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공약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 시절 도입한 비정규직 공정수당 제도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경기도와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이 고용한 기간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 제도는, 근무기간이 짧을수록 더 많은 보상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시행 첫 해인 2021년 기준 2개월 이하 기간제는 기본급의 10%(평균 33만7천원 만기 일시지급)를, 4개월 이하는 9%(70만7천원), 6개월 이하는 8%(98만8천원), 8개월 이하는 7%(117만9천원), 10개월 이하는 6%(128만원), 12개월 일한 경우 5%(129만1천원)를 기존 급여에 추가로 지급했다. 경기도는 2022년 공정수당은 전년보다 5.7% 인상해 지급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어려운 여건과 경제성장률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이런 보상수당은 현행법에 따라 1년 미만으로 일한 노동자들에게는 퇴직금이 지급되지 않는 현실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됐다. 통상 노동자들은 1년 일하면 한달치 급여가 퇴직금으로 적립된다. 그러나 1년 미만의 경우 사용자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탓에, 공공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11개월짜리 기간제 노동자들을 늘리는 등 폐해가 컸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우리소극장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손실보상 사각지대 소상공인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경기도의 비정규직 공정수당은) 퇴직금 차별을 최소화하자는 것에서 출발했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며 제도 자체를 확대 개편할 의지도 밝혔다.

 

이 후보의 비정규직 공정수당 확대 추진에 야권에선 “수당공화국” “정규직과 비정규직 갈라치기”라는 비판을 내놨다. 황규환 국민의힘 선대본부 대변인은 이날 “코로나 방역에는 재난지원금, 양극화 문제에는 기본소득, 이외에도 온갖 수당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 후보의 인식이 개탄스럽다”며 “대한민국을 수당 공화국으로 만들셈이냐”고 논평을 내놨다. 윤영희 국민의당 중앙선대위 부대변인도 논평을 내어 ”비정규직의 불합리한 차별은 철폐돼야 마땅하나 이 후보는 차별과 차등 개념을 교묘히 섞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갈라치기 하며 표 계산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이런 비판을 인식한 듯 “(공정수당 도입 당시) 반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규직=높은 안정성과 고임금’이라는 기존 시스템에 반하는 일이었고, 대한민국에서 처음 시행하는 제도였기에 우려가 컸다”고 인정했다. 다만 그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손 놓고 있기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은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며 “공공부문에서 먼저 시작하고, 민간에 확장되도록 인센티브 등을 줘서 정착이 되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도 완화되고 기업 입장에서도 오히려 고용 유연성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비정규직 공정수당 제도가 무분별한 비정규직 사용을 억제하는 정책과 적절히 맞물려 돌아간다면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해결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본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는 “실제로는 비정규직의 업무가 정규직과 다를 바 없이 중요한 일인데도 사회적으로는 보잘 것 없이 여겨지는 불합리한 인식이 공정수당 제도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상시·지속 업무는 정규직으로 고용한다는 원칙을 명확하게 하고, 기간제법 보완 등을 통해 비정규직 총량 규제를 현실에 맞게 강화하는 방안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심우삼 최하얀 기자

 

이재명, 여가부 폐지론에 “한쪽 편들면 안 돼”

2030남성 반페미니즘 정서 의식

정면 비판 대신 수위 조절 나서며

‘젠더 갈라치기’ 비판 입장 밝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9일 오후 거리에서 시민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9일 “기성 세대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한쪽 편을 들면 안 된다”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론’을 에둘러 비판했다. 2030 남성들의 ‘반페미니즘 정서’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젠더 갈라치기’엔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배달·아르바이트 노동자들과의 ‘국민반상회’에서 “성평등 문제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다. 그래서 ‘여성’가족부라 하지 말고,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는 것을) 전에 발표했다”며 “평등의 가치는 어느 영역에서나 중요하고, 어느 누구도 억울하지 않게 국가적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다만 이 후보는 “기성세대 내의 페미니즘 문제는 상당히 타당성이 높은데 청년대 간에는 페미니즘이 문제가 아닌 것 같다”면서 “누군가를 밀어내지 않으면 내가 둥지 밑으로 떨어지는 상황이 됐는데, 그러한 극한적인 갈등 상황이 그들(청년)의 잘못은 아니지 않냐”고도 했다. 페미니즘에 부정적인 ‘이대남 정서’를 의식해 젠더 논쟁에서 한발짝 비껴난 태도를 취한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강화’라는 7글자를 올리고 “청년을 성별로 갈라치고,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는 일마저 서슴지 않는 후보에게 지도자로서 자각이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강력히 비판한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민주당도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 주장에 대해 사흘째 당 차원의 입장이나 논평을 내지 않는 등 조심스런 모습이다. 민주당은 윤 후보가 추가 대책 없이 ‘여성가족부 폐지’ 구호만 외쳤다는 점에서 젠더 갈등을 조장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다 보고 있다. 섣불리 대응에 나서 갈등 전선을 확대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특히 이번 대선의 승부처로 2030세대가 꼽히는 상황에서, 이른바 ‘이대남’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여가부 폐지 주장에 섣불리 반대했다가 ‘젠더 논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갈등을 유발하면서 지지를 획득하는 방식의 정치는 지양되어야 하기 때문에 한쪽을 편드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윤석열의 여가부 폐지와 심상정의 여가부 확대 논쟁은 그런 측면에서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윤 후보가 페이스북에 7글자만 써서 생산적이지 못한 논쟁만 촉발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대응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했다.

 

다만 그간 ‘여성의 권익 향상’을 강조해 온 민주당의 기조를 고려할 때, 당이 과도하게 이대남 눈치를 본다는 지적도 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이대남의 표심이 과대대표되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눈치보기로 일관하고 있다”며 “젠더 갈등이 존재하는 게 현실이라면, 대선 후보는 조정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여가부의 설립 취지가 실현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지막지하게 폐지하자는 사람도 문제지만, 눈치보고 회피하는 당의 태도도 당당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심우삼 최하얀 기자

 

이재명 “분양가 상한제 민간에도 도입…원가 공개해 인하 유도”

다양한 주택유형으로 입주자 선택권 확대 공약

“신도시뿐 아니라 기존 도심지도 분양형 공공주택 공급”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9일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에도 도입하고, 분양 원가 공개를 확대해 분양가 인하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9일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에도 도입하고, 분양 원가 공개를 확대해 분양가 인하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5번째 ‘무한책임 부동산 공약’을 통해 공개하며 “시장 수요를 고려한 질 좋고 값싼 주택 제공, 실수요층의 주택구입에 필요한 자금 제공에 총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부담 능력과 선호에 따라 선택 가능한 공공주택을 다양하게 공급하겠다”며 구체적으로 △평생 거주 가능한 ‘임대형 기본주택’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는 ‘건물분양형 기본주택’ △소유 지분을 적립하는 ‘지분적립형 주택’ △분양전환가격을사전에 확정해 일정 기간 임대 후 분양하는 ‘누구나집’ △주택가격 상승분을 공공과 공유하는 ‘이익공유형 주택’ 등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이런 다양한 주택 유형으로 입주자의 선택권을 대폭 넓히겠다”며 “신도시뿐만 아니라 기존 도심지에도 분양형 공공주택을 충분히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무주택자와 서민, 실수요자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 공약도 내놓았다. 생애최초주택 구입자를 비롯한 서민·실수요자들이 더 낮은 금리의 금융 지원받을 수 있도록 ‘정책 모기지’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서민·실수요자의 금리상승에 따른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고금리 변동금리 대출을 저금리 고정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대출전환 프로그램도 새롭게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아울러 취약계층에 대한 전세 대출한도 상향 등 공적 보증을 확대하는 한편, 잔금 대출이나 전세 대출 중단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특히 청년층의 주거복지 지원을 위해 미래소득을 고려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최하얀 기자

‘여수 멸치’ 인증 사진 올리고 “달파멸콩”

‘멸공’ ‘문파’ 정치적 해석…최재형·김진태 등도 가세

“중국 관련 기업 입장 생각해 봤나” 비판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오후 이마트 이수점에서 장을 보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에스엔에스(SNS) 상에서 시작된 ‘멸공’(공산주의 세력을 멸함) 논란이 난데없이 정치권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 8일 신세계 대형마트인 이마트에서 장을 보면서 ‘멸공’을 상징하는 식품을 구입한 데 이어, 나경원 전 의원이 멸치와 콩 구매 인증샷 올리기에 가세했다. 여권에선 색깔론을 부추기는 듯한 이런 행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8일 낮,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는 윤석열 대선후보가 이날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며 밥상 물가와 방역패스 문제 점검에 나섰다고 밝혔다. 윤 후보가 찾은 대형마트는 이마트였고, 공개한 사진에는 윤 후보가 여수멸치와 약콩 등을 고르는 모습이 담겼다. 이후 윤 후보 개인 인스타그램에는 장보는 사진과 함께 해시태그로 ‘#달걀 #파 #멸치 #콩’이라고 적었다. 정치권에서는 “윤 후보가 최근 ‘멸공’ 논란에 휩싸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을 우회적으로 지지하기 위해 이 같은 장면을 연출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에이아이(AI) 윤석열’은 해당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윤석열 공약위키’ 누리집에 공개된 ‘에이아이 윤석열’은 이날 ‘이마트에서 장을 잘 봤느냐’는 질문을 받고 “장보기에는 좀 진심인 편”이라며 “윤석열은 이마○, 위키윤(AI 윤석열)은 쓱○에서 주로 장을 본다. 오늘은 달걀, 파, 멸치, 콩을 샀습니다. 달파멸콩”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친문 세력을 연상시키는 ‘달파’라는 용어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언급했던 ‘멸공’ 주장을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이날 장보기가 의도적인 행보였다는 해석에 쐐기를 박았다.

 

                 나경원 전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윤 후보에 이어 나경원 전 의원도 8일 페이스북에 이마트에서 장 보는 사진을 여러장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오늘 저녁 멸치, 약콩, 자유시간 그리고 야식거리 국물 떡볶이까지 (샀다)”며 “공산당이 싫어요가 논란이 되는 나라는 공산주의국가 밖에 없을 텐데. 멸공! 자유!”라고 적었다.

 

나 전 의원에 이어 이날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인스타그램에 멸치와 콩을 반찬으로 한 아침식사 사진을 올렸다.

 

당 이재명비리국민검증특위위원장인 김진태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윤 후보는 이마트에서 달걀, 파, 멸치, 콩을 구입했다”는 사실을 전하며 아예 “문파멸공. 다함께 멸공 캠페인 어떠냐”고 제안을 하기도 했다. 김연주 부대변인도 이마트에서 장 보는 영상을 에스엔에스에 올리며 “주말엔 달파멸콩”이라고 적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9일 인스타그램에 멸치와 콩을 반찬으로 한 아침식사 사진을 올렸다. 최 전 감사원장 인스타그램 갈무리

 

누리꾼들 사이에선 윤 후보와 나 전 의원이 모두 ‘여수’ 지역 멸치를 들고 있는 것 또한 의도가 있다는 해석까지 나왔다.

 

여권에서는 윤 후보 등의 이런 행보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9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국힘 대선 후보와 정치인들의 ‘달-파-멸-콩’ 일베 놀이. 뿌리가 어디인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멸공’ 퍼포먼스에 왜 하필 ‘여수멸치’냐. 70여년 전 여수에서 ‘멸공’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학살이 이뤄졌는지 아느냐. 우리 집안에도 피해자가 있었다”라고 적힌 글을 리트위트하기도 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이 ‘멸치콩’을 들었기에 나는 왼손에 파를 들었다. 좌파”라는 글과 함께 왼손에 파를 든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김태년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 부회장을 향해 “신세계는 앞으로 중국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본인의 그런 한 마디가 중국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수많은 우리 기업과 종사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라”고 경고했다.

 

앞서 정 부회장은 지난 6일 인스타그램에 ‘한국이 안하무인인 중국에 항의 한 번 못한다’는 제목의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기사 갈무리 화면을 올린 뒤 ‘멸공’ ‘승공통일’ ‘반공방첩’ 등의 해시태그를 달았다. 정 부회장은 이보다 앞서 인스타그램이 ‘멸공’ 태그가 붙은 자신의 게시물을 ‘폭력·선동’이라며 삭제한 데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은 이후 ‘시스템 오류’였다며 삭제된 게시물을 하루 만에 복구했다. 김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