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제20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대전시 으능정이 거리에서 연설을 마친 뒤 청년들과 함께 손을 들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좋은 정책이라면 홍준표의 정책이라도 박정희의 정책이라도 다 갖다 쓰겠다. 이게 바로 실용 정치 아니겠나.”
공식선거운동 일정이 시작된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부산에서 서울까지 ‘경부 상행선’ 420㎞를 달리며 강조한 것은 ‘통합’이었다.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 점퍼 대신 양복을 입은 이 후보는 중도층과 보수층을 향해 거듭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부산 부전역 앞에서 이뤄진 첫 유세에서 “내 편이면 어떻고 네 편이면 어떠냐. 전라도 출신이면 어떻고 경상도 출신이면 어떠냐. 박정희면 어떻고 김대중이면 어떠냐”며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면 어떤 것이든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는 “정치인의 이념과 사상이 뭐가 중요하냐. 자신의 이념과 사상을 관철하고 싶으면 학자나 사회사업가, 사회운동가를 해야 한다”며 “국민 요구와 내 신념과 가치가 어긋나면 과감하게 포기하고 국민 뜻 존중하는 게 민주국가 아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1000여명(경찰 추산)이 모인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재명 잘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날 부산-대구-대전-서울로 이어진 ‘경부 상행선 유세’에서 이 후보의 메시지를 관통하는 세 가지 키워드는 △위기 극복 총사령관 △경제대통령 △국민통합이었다. 이날 자정 부산항 통합관저센터에서 수출 운항 선박 근무자들을 만난 이 후보는 부산서 공식 선거운동 첫발을 뗀 데 대해 “부산은 제가 존경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부산을 다녀온 뒤 페이스북에 “어떤 기억은 갈수록 생생해지고 또렷해진다”며 “억울하고 서러워서 가슴 때리며 우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며 노 전 대통령을 또 다시 언급하며 내부 결집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는 윤 후보의 ‘문재인 정권에 대한 적폐수사’ 발언을 겨냥한 것이기도 했다.
대구에선 고향(경북 안동)을 부각하며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이 후보는 대구 동성로 유세에서 “고향 까마귀도 보면 반갑다는데 여러분과 같이 물을 마시고 여러분과 같이 땅을 딛고 자라났던 저 이재명 보니까 반갑지 않으냐”며 경북 안동 출신임을 강조했다. 그러자 일부 지지자들은 “반갑습니더”라며 호응하기도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겨냥해 “코로나 초기 대구시민들이 엄청난 고통을 받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떠나갈 때 얼마나 슬프고 애달팠겠냐”며 “신천지가 코로나 퍼트리고 방역 비협조 할 때 신속하게 압수수색해서 명단 구하고 조치 제대로 했다면 단 한명이라도 희생자 줄일 수 있었던 거 아니냐”고 윤 후보의 신천지 ‘봐주기 수사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위기에 강한, 유능한 경제 대통령’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이 후보는 대전 으능정이거리 유세에서 “여기에 OO 노래방, OO 헤어가 있다. 코로나19로 얼마나 많은 희생 치렀겠냐”며 “대통령이 되면 50조원 추경 즉시 마련하고 안 되면 긴급재정명령권 발동해서 2년간 손실 완전히 보상해주겠다”고 말하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곳은 불과 2시간40분 전 윤 후보가 유세를 벌였던 장소기도 하다. 이 후보는 이를 의식한 듯 “제 아내 고향 충청도에 사드같이 흉악한 거 말고 저는 보일러 놔드리겠다”며 “이 자리에서 존경하는 윤 후보가 유세했다고 들었다”고 운을 띄웠다. 그러자 지지자들은 “몰라요”라고 외쳤고, 이 후보는 “여러분 관심 없어도 꼭 지켜보시고, 물건 살 때도 비교하고 꼼꼼하게 체크하는데 이 나라를 제대로 바꿀 유능한 후보가 누군지 꼭 지켜보고 비교하라”고 말했다.
대전에서 스타트업 회사를 운영하는 박석연(35)씨는 “두 후보 모두 거부감이 컸다. 그래서 현장에서 직접 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윤 후보와 이 후보 유세를 모두 봤는데 윤 후보는 미리 준비한 종이만 보고 읽는 반면, 이 후보는 원고없이 연설하는 걸 보면서 준비가 많이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광주·전남과 전북에서 각각 유세활동을 벌이던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과 정세균 전 총리 등과 ‘원팀 유세’를 벌였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경선에 함께 뛰었던 이 위원장과 정 전 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박용진 의원에게 직접 파란 목도리를 둘러줬고, 이 위원장은 이 후보에게 목도리를 둘러준 뒤 양쪽 어깨를 꽉 잡으며 북돋아줬다.
지지자들은 ‘청와대를 굿당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신천지 아웃’ 등의 손팻말과 파란색 형광봉을 흔들면서 응원에 나섰다. 이 후보를 보러 일부러 이자리에 왔다는 권승회(45)씨는 “이 후보가 강조하는 게 능력있는 대통령이고 전문성 있는 사람들에게 자리를 준다고 하지 않았나. 그래서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이 날 이 후보가 경부선 앞 광장에서 즉석연설을 하는 동안 2층 경부선 복도에서도 사람들이 빼곡히 모여 연설을 지켜보면서 “원팀”을 함께 외치기도 했다.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은 경부선과 호남선이 만나는 곳으로 국민통합이 담긴 상징적 의미라고 선대위는 설명했다. 부산·대구·대전/서영지 기자
2022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각 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20대 대선 선거운동이 본격화하면서 거대 양당과 군소정당 간에 선거비용 ‘양극화’도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선거비용 상한액인 513억 900만원을 수월하게 모금하며 곳간을 채웠지만, 정의당·국민의당 등 소수정당은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선거전에 나섰다.
거대 양당은 ‘대선후보 펀드’를 통해 ‘실탄’을 쉽게 장전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지난 9일 ‘이재명 펀드’를 내놓은 지 1시간49분 만에 선거비용 상한액을 훌쩍 뛰어넘는 768억원을 모금했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국민펀드’로 53분 만에 500억원을 모았다. 대선후보 펀드는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선거자금을 받고, 선거 뒤 사전에 약정한 이자율을 더해 원리금을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대선 득표율 15%를 넘겨 선거비용 전액을 확실하게 보장받을 수 있는 거대정당 후보만이 가능한 모금한 방식이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 이틀째인 16일에 국고보조금이 지급되면 정당별 재력 차이는 더욱 확연해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20년 총선 선거권자 총수에 올해 보조금 계상단가를 곱해 산정한 ‘선거보조금’을 각 당에 배분할 예정이다. 원내교섭단체인 거대 양당에는 총액의 50%가 동일하게 배분되고, 의석수 5석 이상 20석 미만의 비교섭단체(정의당)에는 총액의 5%가 간다. 현역의원 3명인 국민의당에는 2%가 배분된다. 의석수가 많을수록 선거보조금도 많이 받는 구조라 군소정당들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현재 의석수가 각각 172석, 106석에 달하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100억원이 넘는 선거보조금을 수령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의당·국민의당은 ‘긴축재정’으로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다. 정의당은 선거보조금과 후원금을 포함한 50억원의 선거비용을 편성했다. 법정 선거비용 상한액의 10분의 1 수준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15일 “국고보조금 등이 대선을 치르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저희가 기댈 곳은 시민들의 후원금밖에 없다”며 “당원들이 자발적으로 선거운동에 참여하는 ‘돈이 들지 않는 선거운동’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선거 예산을 상한액의 5분의 1 수준인 100억원으로 책정했다. 국고보조금을 제외한 나머지 비용은 안철수 후보 후원금과 사재 등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대선후보는 법정 선거운동 비용의 5%인 25억 6000만원까지 후원금으로 모금할 수 있다.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티브이(TV) 광고를 생략하고 인터넷 광고도 최소화할 생각”이라며 “유세 트럭도 2대 정도로 줄여 후보 사진을 부착한 유세 버스로 대신했고 정당사무소도 꼭 필요한 곳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의석수가 없어 선거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김동연 새로운물결당 후보는 후원금만으로 ‘최소 비용’의 선거를 치른다는 방침이다. 김 후보는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에 출연해 “후원금을 나름대로 많이 모았지만 거대정당이 쓰는 돈에 비하면 아마 100분의 1도 안 될 것이다. 선거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심우삼 김해정 기자
20대 대통령 선거에 14명 후보 등록
기호는 이재명 · 윤석열 · 심상정 · 안철수 순
국회 의석 없으면 정당 명칭 가나다 순 부여
3월9일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모두 14명이 후보자 등록을 마쳤다.
1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을 보면, 이번 대선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등 모두 14명이 출마했다. 국회 의석을 가진 정당은 다수의석 순으로 기호가 결정되기 때문에, 이 후보가 1번, 윤 후보 2번, 심 후보 3번, 안 후보 4번 순이 될 것으로 보인다.
4명의 후보를 포함해 오준호(기본소득당), 허경영(국가혁명당), 김동연(새로운물결), 조원진(우리공화당), 김재연(진보당), 이경희(통일한국당), 김민찬(한류연합당) 대선 후보가 등록 첫날인 지난 13일 후보자 등록을 마쳤다. 후보자 등록 이틀째인 이날은 이백윤(노동당), 옥은호(새누리당), 김경재(신자유민주연합) 후보 3명이 등록 서류를 제출했다. 국회 의석을 가진 4명의 후보를 제외한 정당의 소속 후보는 정당 명칭의 가나다순으로 기호가 정해진다. 송채경화 기자
대장동 개발 사업자들의 편의를 봐준 대가로 수십억 원의 뇌물을 챙긴 혐의를 받는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4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사업자에게 편의를 제공해준 뒤 25억원을 챙긴 혐의 등으로 구속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더 이상 진술할 게 없다”며 열흘 넘게 검찰 조사에 불응하고 있다. 검찰이 곽 전 의원을 강제구인하더라도 진술을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에서는 자신에 대한 구속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검찰 페이스에 끌려가지 않으려고 조사실이 아닌 법정에서 싸우는 방안을 택했을 것으로 본다. 곽 전 의원은 특수부 부장검사 출신이다.
1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4일 뇌물과 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곽 전 의원은 거듭된 검찰 조사 요구에 단 한 차례도 응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태훈)은 지난 7일부터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출석 조사를 요구했지만 곽 전 의원은 모두 거부했다.
곽 전 의원 쪽은 검찰에서 이미 충분한 조사를 받아 추가 조사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곽 전 의원 쪽은 전날 입장문을 내어 “검찰은 피의자가 어떠한 청탁을 하고 어떤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받았는지 증거도 없음에도 영장청구서에 거의 허위에 가까운 내용을 기재하여 피의자를 구속했다. 검찰에서 더 이상 진술할 얘기는 없다. 법원에서 피의자의 무고함을 밝힐 것이다. 신속한 기소를 원하는 입장이라 구속적부심도 청구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곽 전 의원의 변론 전략을 두고 검찰에 대한 항의이자 고도의 방어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양홍석 변호사는 “괜히 조사에 나섰다가 진술 과정에서 부스럼을 만들 이유가 없어 ‘조사불응’이란 방어전략을 택한 것 같다. 또 검찰이 증거가 확실하면 곧장 기소하면 될 일을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다고 생각해 항의 차원에서 조사 거부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구속 전에는 억울한 부분에 대해서 소명을 하려 조사에 나섰겠지만, 구속된 뒤엔 이미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잘해봐야 본전이라 수사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수사팀은 구속수사 기간 만료일인 23일 전에는 곽 전 의원을 재판에 넘겨야 한다. 이에 곽 전 의원이 계속해서 조사를 거부할 경우 검찰로서는 강제구인이 불가피하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구속영장 발부 뒤 구속 피의자가 검찰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이미 발부된 구속영장으로 강제구인이 가능하다. 다만 곽 전 의원을 강제로 부르더라도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어 수사팀 입장에선 사실상 실익이 없을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보검사는 “(곽 전 의원이) 조사에 계속 불응할 경우 법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강재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제20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대전시 으능정이 거리에서 연설을 마친 뒤 청년들과 함께 손을 들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좋은 정책이라면 홍준표의 정책이라도 박정희의 정책이라도 다 갖다 쓰겠다. 이게 바로 실용 정치 아니겠나.”
공식선거운동 일정이 시작된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부산에서 서울까지 ‘경부 상행선’ 420㎞를 달리며 강조한 것은 ‘통합’이었다.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 점퍼 대신 양복을 입은 이 후보는 중도층과 보수층을 향해 거듭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부산 부전역 앞에서 이뤄진 첫 유세에서 “내 편이면 어떻고 네 편이면 어떠냐. 전라도 출신이면 어떻고 경상도 출신이면 어떠냐. 박정희면 어떻고 김대중이면 어떠냐”며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면 어떤 것이든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는 “정치인의 이념과 사상이 뭐가 중요하냐. 자신의 이념과 사상을 관철하고 싶으면 학자나 사회사업가, 사회운동가를 해야 한다”며 “국민 요구와 내 신념과 가치가 어긋나면 과감하게 포기하고 국민 뜻 존중하는 게 민주국가 아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1000여명(경찰 추산)이 모인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재명 잘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날 부산-대구-대전-서울로 이어진 ‘경부 상행선 유세’에서 이 후보의 메시지를 관통하는 세 가지 키워드는 △위기 극복 총사령관 △경제대통령 △국민통합이었다. 이날 자정 부산항 통합관저센터에서 수출 운항 선박 근무자들을 만난 이 후보는 부산서 공식 선거운동 첫발을 뗀 데 대해 “부산은 제가 존경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부산을 다녀온 뒤 페이스북에 “어떤 기억은 갈수록 생생해지고 또렷해진다”며 “억울하고 서러워서 가슴 때리며 우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며 노 전 대통령을 또 다시 언급하며 내부 결집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는 윤 후보의 ‘문재인 정권에 대한 적폐수사’ 발언을 겨냥한 것이기도 했다.
대구에선 고향(경북 안동)을 부각하며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이 후보는 대구 동성로 유세에서 “고향 까마귀도 보면 반갑다는데 여러분과 같이 물을 마시고 여러분과 같이 땅을 딛고 자라났던 저 이재명 보니까 반갑지 않으냐”며 경북 안동 출신임을 강조했다. 그러자 일부 지지자들은 “반갑습니더”라며 호응하기도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겨냥해 “코로나 초기 대구시민들이 엄청난 고통을 받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떠나갈 때 얼마나 슬프고 애달팠겠냐”며 “신천지가 코로나 퍼트리고 방역 비협조 할 때 신속하게 압수수색해서 명단 구하고 조치 제대로 했다면 단 한명이라도 희생자 줄일 수 있었던 거 아니냐”고 윤 후보의 신천지 ‘봐주기 수사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위기에 강한, 유능한 경제 대통령’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이 후보는 대전 으능정이거리 유세에서 “여기에 OO 노래방, OO 헤어가 있다. 코로나19로 얼마나 많은 희생 치렀겠냐”며 “대통령이 되면 50조원 추경 즉시 마련하고 안 되면 긴급재정명령권 발동해서 2년간 손실 완전히 보상해주겠다”고 말하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곳은 불과 2시간40분 전 윤 후보가 유세를 벌였던 장소기도 하다. 이 후보는 이를 의식한 듯 “제 아내 고향 충청도에 사드같이 흉악한 거 말고 저는 보일러 놔드리겠다”며 “이 자리에서 존경하는 윤 후보가 유세했다고 들었다”고 운을 띄웠다. 그러자 지지자들은 “몰라요”라고 외쳤고, 이 후보는 “여러분 관심 없어도 꼭 지켜보시고, 물건 살 때도 비교하고 꼼꼼하게 체크하는데 이 나라를 제대로 바꿀 유능한 후보가 누군지 꼭 지켜보고 비교하라”고 말했다.
대전에서 스타트업 회사를 운영하는 박석연(35)씨는 “두 후보 모두 거부감이 컸다. 그래서 현장에서 직접 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윤 후보와 이 후보 유세를 모두 봤는데 윤 후보는 미리 준비한 종이만 보고 읽는 반면, 이 후보는 원고없이 연설하는 걸 보면서 준비가 많이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광주·전남과 전북에서 각각 유세활동을 벌이던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과 정세균 전 총리 등과 ‘원팀 유세’를 벌였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경선에 함께 뛰었던 이 위원장과 정 전 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박용진 의원에게 직접 파란 목도리를 둘러줬고, 이 위원장은 이 후보에게 목도리를 둘러준 뒤 양쪽 어깨를 꽉 잡으며 북돋아줬다.
지지자들은 ‘청와대를 굿당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신천지 아웃’ 등의 손팻말과 파란색 형광봉을 흔들면서 응원에 나섰다. 이 후보를 보러 일부러 이자리에 왔다는 권승회(45)씨는 “이 후보가 강조하는 게 능력있는 대통령이고 전문성 있는 사람들에게 자리를 준다고 하지 않았나. 그래서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이 날 이 후보가 경부선 앞 광장에서 즉석연설을 하는 동안 2층 경부선 복도에서도 사람들이 빼곡히 모여 연설을 지켜보면서 “원팀”을 함께 외치기도 했다.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은 경부선과 호남선이 만나는 곳으로 국민통합이 담긴 상징적 의미라고 선대위는 설명했다. 부산·대구·대전/서영지 기자
위기극복 · 국민통합 선언 회견
“보복과 검찰 통치 세력에 권력 주는 것
정권 교체일 수 있어도 정의는 아니다”
선거제 개혁과 위성정당 금지 등 “정치교체” 강조
5년 전 달리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도 참배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역사의 한 부분” 통합 강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김영삼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기득권과 싸워온 변방의 정치인, 기득권에 빚진 것 없는 아웃사이더 이재명이야말로 진정한 정치교체의 적임자”라고 14일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사거리에서 ‘위기극복·국민통합 선언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대선은 통합정치와 정치보복, 민주주의와 폭압정치, 미래와 과거, 화해와 증오, 유능과 무능, 평화와 전쟁, 민생과 정쟁, 성장과 퇴보가 결정되는 역사적 분기점”이라며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국가 발전을 앞당기는 유능한 민주국가가 될지, 복수혈전과 정쟁으로 지새우는 무능한 검찰 국가가 될지 결정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후보가 공식선거 운동의 시작을 하루 앞두고 기자회견 장소로 명동을 택한 것은 아이엠에프(IMF) 당시 ‘금모으기 운동’을 했던 상징적 장소인 명동이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위기와 기회를 압축적으로 상징하는 공간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1997년 김대중 대통령 후보와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마지막 유세 장소였던 이 명동거리에서 이번 선거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며, 대한민국 위기 극복과 새로운 도약을 위한 대장정을 시작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당과 제가 주권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성찰하며 더 나은 변화를 바라시는 것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모든 변화가 무조건 선은 아니”라고 말했다.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의 정권교체는 ‘나쁜 변화’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윤 후보를 겨냥해 “정당한 촛불집회를 무법천지라며 표현의 자유를 부인하고, 과감한 정치보복과 검찰에 의한 폭압통치를 꿈꾸는 정치세력이 있다”며 “이들에게 권력을 쥐여주고, 더 나은 미래를 포기하는 것은 정권교체일 수 있어도 정의일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를 해내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적대적 공생이라 불러 마땅한 거대양당 체제 속에서 민주당이 누려온 기득권을 모두 내려놓겠다”며 “표의 등가성이 보장되는 선거제 개혁으로 제3의 선택을 통한 선의의 정책경쟁이 가능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비례대표를 확대하고, 비례대표제를 왜곡하는 위성정당을 금지하겠다고 못 박았다. 이 후보는 “0선의 이재명이 거대 양당중심의 여의도 정치를 혁파하고, 국민주권주의에 부합하는 진정한 민주정치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정치교체와 함께 강조한 건 ‘국민통합’이었다. 이 후보는 4100여자의 기자회견문에서 국민통합은 8, 정치교체는 5번 언급했다. 이 후보는 “선거 과정과 무관하게 정치교체와 국민통합에 동의하는 모든 정치세력과 연대 연합해 국민내각으로 국민통합정부를 구성하겠다”며 “국민통합정부를 현실화하기 위해 ‘국민통합추진 위원회’(가칭)를 시민사회와 정치권에 제안한다”고 말했다.
또 국민통합정부를 위해 필요하다면 ‘이재명 정부’라는 표현도 쓰지 않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를 도입하고, 총리에게 각료 추천권 등 헌법상 권한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며 “부총리 중심으로 각 부처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해 성과로 국민에게 평가받게 하겠다”고 말했다. 임기 내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후보는 “합의가 어려운 전면개헌이 아닌 합의 가능한 것부터 순차 추진하겠다”며 “이견이 없는 사항, 예를 들어 5·18 민주화운동과 환경위기 대응 책임을 명시하고, 경제적 기본권을 포함한 국민의 기본권 강화하며, 지방자치강화, 감사원 국회이관 등 제왕적 대통령 권한도 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 분향·헌화하고 김대중·김영삼·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차례로 참배했다. 이 후보는 지난번 대선 때와 달리 이번에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에도 참배한 데 대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역사의 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5년 전 (대선) 경선 당시 내 양심상 그 독재자와 한강 철교 다리를 끊고 도주한, 국민을 버린 대통령을 참배하기 어렵다고 말씀드린 바 있지만, 5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저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저의 사회적 역할도 책임감도 많이 바뀌고 커졌다”며 “국민의 대표가 되려면 특정 개인의 선호보다는 국민의 입장에서, 국가의 입장에서 어떤 것이 더 바람직한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지금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충원 참배를 마친 뒤 방명록에 ‘선열의 뜻을 이어 위기에 강한 통합대통령 유능한 경제대통령이 되겠습니다’라고 적기도 했다. 서영지 기자
뻗어나갈 부산처럼…이재명 “경제 살리는 대통령되겠다”
첫날 0시 부산항 해상교통관제센터 방문
“VTS 들으니 나도 모르게 세월호 떠올라”
이어 대구-대전 거쳐 서울서 유세 마무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제20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자정 부산 영도구 부산항 해상교통관제센터(VTS)를 찾아 해상교통관제 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5일 공식 선거운동 첫 일정으로 부산항 해상교통관제센터(VTS)를 찾아 근무자들을 격려하고 선거운동 시작의 다짐을 밝혔다. 이 후보는 “위기에 강한 유능한 경제 대통령 후보, 국민 통합 대통령 후보 이재명에게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검은색 양복 차림을 한 이 후보는 이날 0시 공식 선거운동을 해상교통 관제 현황을 듣는 것으로 시작했다. 부산항 해상교통관제센터 로비에 들어선 이 후보는 “브이티에스(VTS)라는 단어를 들으니 갑자기 세월호가 생각난다”고 말하며 현황 보고를 들었다. 이후 관제실 안으로 들어간 이 후보는 간단한 설명과 함께 현재 운항 중인 선박들과 교신을 나눴다. 이 후보는 민간 선박 선장과의 통화에서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돼 선장님을 포함해 선원들의 안부도 묻고 올해 한국 경제도 좋아지고 코로나19 위기도 극복해야 하는데 그런 의지를 나누기 위해 전화드렸다”고 말했다. 해경 경비 함정과의 통화에서는 “해경 대원들이 근무해주셔서 국민이 안전하게 일상생활을 하는 것에 감사하다”고 격려했다.
이후 이 후보는 관제센터 로비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식 선거운동 첫 일정으로 부산을 찾은 이유와 다짐을 밝혔다. 그는 “남부권 중심 도시가 될 부산을 첫 지역으로 정한 건 대한민국의 경제가 확실히 살아나고 우리 모두 대륙과 해양으로 뻗어나가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로 나아가자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희망이 있는 기회가 넘치는 그런 나라, 증오와 갈등이 아니라 공존하고 협력하고 연대하는 화합된 통일의 나라, 평화의 나라, 그런 나라를 꼭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위기에 강한, 그리고 유능한 경제 대통령 후보, 국민 통합 대통령 후보 이재명에게 기회를 달라. 제가 잘해낼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현황 보고를 들으며 세월호 이야기를 꺼낸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은 이 후보는 “저도 모르게 브이티에스(VTS)라는 단어를 보고 첫 번째로 떠오르는 생각이 세월호였다”며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했던 그 기록이 남아 있던 곳이 바로 브이티에스여서 갑자기 떠오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제센터에서 선박의 이동 경로 정보를 2개월 동안 보관한 뒤 폐기심의위원회를 통해 폐기 처리되는 과정을 언급하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쌀, 원료라고 불리는 소중한 자산이 관리되지 않고 폐기된다는 게 참 아깝다”며 “빅데이터를 이용한 스마트 관제는 아직 한참 있어야 할 일이다. 우리 경제가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로 나가기 위해 국가가 해야 할 일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오전 9시 부산 부전역 앞에서 유세를 이어간 뒤 대구와 대전을 거쳐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첫날 유세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송채경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