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도 정당에 가입할 수 있는 정당법 개정안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를 통과했다.
국회 정개특위는 5일 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어 정당 가입이 허용되는 나이를 현행 만 18살에서 만 16살로 낮추는 정당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11일 본회의를 통과하면 개정안 공포 즉시 고등학교 1학년 학생도 정당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정당법 개정은 지난해 12월31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총선·지방선거의 피선거권 나이 하한이 만 25살에서 만 18살로 낮아진 것의 후속 조처다. 정당 가입 나이가 현행 만 18살로 유지되면, 만 18살 출마자의 경우 입당 뒤 당내 경선을 치르는 등의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무소속 출마가 불가피하다는 우려 때문에 당원 가입 나이를 더 낮춘 것이다. 다만 여야는 미성년자가 정당에 가입할 때 법정대리인 동의를 받도록 했다. 이에 대해 이동영 정의당 선거대책위원회 선임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피선거권 연령과 정당 가입연령 동시 하향 조정은 의미있는 진전”이라면서도 “청소년을 여전히 미성숙한 존재로 보며 정치적 자율성을 침해한 것으로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국회 정개특위는 이날 재외국민 투표소 설치를 확대하고 투표 시간도 연장할 수 있는 법안도 의결했다. 재외국민 3만명 이상이 거주하는 지역이면 공관 관할 구역당 최대 2곳까지 가능했던 재외투표소를 3곳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천재지변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투표 시간 조정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재외국민 ‘우편투표제’ 도입은 사실상 무산됐다. 올해 대선 투표를 위한 재외국민 선거인 등록 마감일은 오는 8일이지만 여야 이견으로 정개특위에 법안은 상정되지 못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7월 여야 당 대표가 (재외국민 우편투표제) 도입에 합의했는데 국민의힘이 태도를 바꿔 상정조차 거부하고 있다”며 “우편투표를 끝내 무산시킨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국민의힘에 있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일 오전 선대위 개편 관련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당사 브리핑룸에 들어서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홀로서기’로 대선을 치르겠다고 밝힌 가운데 ‘초미니’ 선거대책본부(선대본부)의 세부구성과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새로 꾸려지는 선대본부는 실무 중심의 속도감 있는 선거기구를 구축하는 동시에 윤 후보의 취약점인 2030의 입김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윤 후보는 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오늘부로 선대위를 해산하고 철저한 실무형 선대본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구성 계획을 보면, 기존에 있던 6본부(총괄‧정책‧조직‧직능‧종합지원‧홍보) 대신 직능·정책·선대본부와 사무총장으로 축소된 선대본부가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가 이날 밝힌 선대본부 구성 계획을 들어보면, 기존에 있던 6본부(총괄·정책·조직·직능·종합지원·홍보) 대신 선대본부와 직능본부, 정책본부에 사무총장이 결합하는 단출한 기구가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슬림해진 선대본부를 이끌 새 본부장에는 권영세 의원(4선)이 임명됐다. 선대위 총괄특보단장이었던 권 의원은 윤 의원의 서울대 법대 2년 선배로,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대외협력위원장을 맡아 윤 후보를 지난해 7월에 입당시키는 데 길잡이 역할을 했다.
권 의원은 이날 당사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윤 후보가 산만했던 조직에서 오로지 일과 실무를 중심으로 선대위를 개편하겠다고 했다”며 “위원장도 없고, 선대본부와 직능본부, 정책본부에다 나중에 데커레이션(장식)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런 ‘병렬적 조직'에 더해서 밑에는 기능 단위로 상황실이라든지 일정, 메시지, 전략 이런 부분이 구성되는 그야말로 실무적으로 꼭 필요한 부서만으로 선대위를 개편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임 권 선대본부장은 권성동 사무총장이 사의 표명을 하면서 공석이 된 사무총장직도 겸임하기로 했다. “초슬림 선대위 차원에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권 의원에게 선대본부장과 사무총장직을 함께 맡기게 됐다”는 게 선대본부 쪽 설명이다.
선거기구가 축소되는 와중에도 살아남은 정책본부장엔 원희룡 전 선대위 정책총괄본부장이 자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원 전 본부장은 선대위에서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통합 등 정책 설계를 맡아왔다. 윤 후보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밝혔듯 “다양한 분야에 대한 비전이나 공약을 발표하고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 연속성을 유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책본부 운영과 관련해서 윤 후보는 앞서 기자회견에서 “기존 정책본부에서 약간 줄인 형태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초슬림, 초미니 선대본부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용될지는 미지수다. 다만, 선대본부는 2030 중심의 대선캠페인을 구상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앞서 선발한 청년보좌역들과 젊은층의 실무진을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키겠다는 것이다. 윤 후보와 권 위원장은 이날 한목소리로 청년을 앞세운 선거운동을 강조했다. 권 위원장은 “특보단장실에 배정된 청년보좌역 다섯분과 이야기 해보니까 굉장히 깊이있는 생각이 있었다”며 “청년들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체제를 만들 생각”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선거조직의 참신함을 강조하는 한편, 윤 후보의 취약 지지층인 청년층을 겨냥한 포석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이르면 6일 최고위원회의 협의를 거친 뒤 인선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배지현 김해정 기자
김종인 - 윤석열 “별의 순간” 손잡았다 “연기해 달라”로 파국
‘여의도 차르’ 김종인과 ‘정치 신인’ 윤석열, 만남부터 결별까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윤석열의 정부혁신-디지털플랫폼정부' 공약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일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체 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과도 결별하게 됐다. 김 전 위원장은 “별의 순간을 잡았다”며 윤 후보를 야권 대선후보로 띄웠지만 선대위 구성 및 운영 방안을 둘러싼 갈등 끝에 두 사람은 결국 파국에 이르렀다.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를 일찌감치 야권의 대선 후보로 점찍고 그를 정치권으로 소환했다.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한 직후인 지난해 3월8일, 윤 후보가 여러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기록하자 김 전 위원장은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며 반겼다. ‘여의도 차르’, ‘정당 소생술사’가 윤 후보를 야권 유력 주자의 반열에 올려놓은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윤 후보가 대선 도전을 선언한 뒤 각종 실언으로 지지율이 빠지며 위기에 처한 지난해 7월엔 윤희석·김병민 등 자신들의 측근을 캠프로 보내는 등 ‘긴급 보급’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8월 경선 레이스 시작을 앞두고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를 2차례나 만나며 이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힘을 실어줬다. 지난해 10월엔 경선 막판 ‘개 사과’ 논란으로 위기에 처한 윤 후보와 만찬을 하며 조언을 이어갔고 경선 1주일 전인 10월29일에는 “내년 대선은 이재명 민주당 후보 대 윤석열 후보의 경쟁이 될 것”이라며 사실상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
두 사람은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였지만 김 전 위원장은 지난해 12월3일 전격적으로 선대위에 합류 뜻을 밝히며 ‘정권 교체’를 고리로 다시 의기투합했다. 같은 달 17일에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선 “윤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고 하는 나름의 확신이 있다”며 그를 치켜세웠다. 이후 소상공인 손실보상 재정을 두고 윤 후보가 50조원을 약속하면, 김 위원장이 100조원대 검토를 거론하는 등 메시지에 엇박자를 냈지만, 김 위원장은 선대위 내분이 일 때마다 해결사를 자처하며 윤 후보를 전적으로 지원했다. 이준석 대표가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 관련 의혹 대응 방식을 두고 조수진 최고위원과 맞붙으며 선대위의 모든 직책에서 사의를 표명했을 때도 김 위원장은 윤 후보에게 “내가 처리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규모가 큰 선대위를 향해 ‘항공모함’이라고 표현하며 “총괄상황본부가 강하게 그립(장악력)을 잡고 선대위를 이끌어야 한다. 선거를 효율적으로 이끌 기동대가 필요하다”면서 개편 의지도 강력하게 드러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기 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왼쪽은 이준석 대표. 연합뉴스
그러나 윤 후보의 실책은 계속 이어졌고 새해 급전직하한 지지도에 놀란 김 전 위원장은 지난 3일 윤 후보와 상의 없이 선대위 전면 개편안을 던졌다. 의원총회에선 “후보도 태도를 바꿔서 우리가 해주는 대로만 연기만 좀 해달라”는 메시지를 공개하며 압박했다. ‘김종인 상왕론’, ‘윤석열 아바타론’이 불거졌고 ‘선을 넘었다’고 판단한 윤 후보는 선대위를 해체하는 방식으로 김 전 위원장을 ‘정리’했다. 결별이 확정된 5일 윤 후보는 선대위 해체 기자회견 30분 전 김 전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계속 모시지 못해 죄송하다. 앞으로 조언을 많이 해달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를 “30초 정도의 의례적인 전화였다”고 평가했고 이내 “알았다”고 답한 뒤 끊었다고 한다. 정권교체 명분으로 끈끈하게 뭉쳤던 두 사람의 결말은 차가운 파국이었다. 오연서 기자 l
"이준석 사보타주"vs"무운 빈다" 윤석열-이준석, 멀어지는 '원팀'
'지하철 인사·야전침대' 이준석 "연습문제 제안, 운석열에 거절당해"
이준석, 내일 의총 불참 예정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5일 단기필마를 선언하며 선대위 해체라는 초강수를 둔 가운데 이준석 대표와의 관계엔 여전히 냉기가 돌고 있다.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과 결별한 윤 후보가 이 대표와의 불협화음을 수습하지 못하면서 완전한 '원팀' 대선 레이스도 멀어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앞서 이날 한 때는 윤 후보와 이 대표간 관계 개선에 물꼬가 트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 대표가 윤 후보의 선대위 개편 방향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표하고, 윤 후보 측은 이 대표와 신뢰 관계가 두터운 권영세 의원을 선거대책본부장 겸 신임 사무총장으로 내정한 것이 이런 관측에 힘을 실었다.
오후 늦은 시각에는 오는 6일 윤 후보와 이 대표가 나란히 의원총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일정이 공지되기도 했다. 특히 당에서 붙인 의총 부제는 '변화와 단결'이었다.
실제로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출연한 OBS '뉴스코멘터리 막전막후' 방송에서도 권 의원에 대해 "우리 당에서 몇 안 되는 선거 유경험자로 기획력이 있다. 2012년 대선에서 저와 같이 일해본 경험이 있어서 그 기획력을 인정한다"고 추켜세웠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윤 후보의 기자회견 직후엔 선대위 개편 방향과 관련해서도 "큰 틀에서 봤을 때 제가 주장했던 것과 닿아 있는 부분이 있다. 상당한 기대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윤석열 후보 기자회견에 대한 입장 밝히는 이준석 대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 앞에서 취재진에게 윤석열 대선 후보의 선대위 쇄신 기자회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훈풍 기류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미 공지된 일정을 뒤집고 오는 6일 '변화와 단결' 의총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이 대표가 이처럼 결정한 것은 젊은 세대의 호응을 얻기 위해 이 대표가 기획한 선거 캠페인 방식을 윤 후보 측에 제안했으나 거부당한 것이 주된 이유로 알려졌다.
캠페인의 구체적인 내용은 윤 후보의 지하철역 출근길 인사나 이 대표의 당사 야전침대 숙식 등으로 전해졌다.
'달라지겠다'고 공언한 윤 후보와 호흡을 맞출 수 있을지 가늠하기 위해 '연습문제' 삼아 이런 제안을 했지만, 단박에 거부당했다는 게 이 대표 측 주장이다.
이날 오후 열린 당 국민소통본부 주최 '전국 청년 간담회' 화상회의도 뜻밖의 도화선이 됐다.
소통본부가 윤 후보의 참석을 공지하고 연 화상회의에서 윤 후보가 권성동 전 사무총장의 전화를 넘겨받는 식의 '스피커폰'으로만 등장하자 회의 참석 청년들 사이에서 분노 섞인 욕설이 터져 나온 것이다.
윤 후보 측은 예고에 없던 일정에 '깜짝 등장'했다고 해명했지만 청년들과의 소통에 또 한 번 매끄럽지 않은 광경을 연출한 셈이 됐다.
여기에 행사를 이끈 박성중 의원이 이와 관련해 일부 언론에 "이준석의 사보타주(태업)로 청년들이 호응하지 않아서 젊은 사람들과 소통을 계획했다", "청년들 중 이준석 계열과 민주당 계열이 (간담회에) 막 들어왔다"고 해명하면서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박 의원의 발언은 윤 후보에게 불만을 터뜨린 청년들이 이 대표 측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박 의원의 문제 발언을 언급한 뒤 "해명이 어차피 불가능해 보인다"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3월 9일 윤석열 후보의 당선을 기원하며 무운을 빈다. 당 대표로서 당무에는 충실하겠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무운을 빈다'는 지난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대선 출마 소식에 대한 이 대표의 반응이었다.
이 대표가 정치적 구원이 있는 안 후보에게 보였던 싸늘한 반응을 자당 후보에게 재차 거론한 것을 두고, 당내에선 윤 후보와 이 대표가 감정적으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정치권에선 윤 후보 측과 이 대표 간 갈등의 불씨가 잠재한 이상 관계 개선과 신뢰 회복은 쉽지 않으리란 전망이 나온다.
윤 후보 측 인사들 사이에선 윤 후보가 이 대표를 다시 끌어안고 가더라도 언제든 이 대표가 대선 레이스를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 대표 측에선 선대위 해체만으론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 완전히 뿌리뽑혔는지 장담할 수 없다고 의심하는 등 양측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형국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2022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서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고 있다.
기존의 매머드 선거대책위원회를 해체하고 청년 중심의 선거조직을 꾸리겠다고 밝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일 마련된 청년간담회에 ‘스피커폰’으로 참석해 당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실망한 청년들은 욕설을 했고 청년보좌역은 ‘후보 교체’를 주장하며 사퇴를 선언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게 일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4시 국민소통본부 주최로 온라인 전국 청년간담회를 열었다. 당초 윤 후보가 참석할 예정이라고 공지됐지만, 윤 후보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행사 시작 20분이 지난 뒤 한 참석자가 ‘윤 후보가 언제 오느냐’고 묻자, 권성동 의원은 윤 후보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 후보는 스피커폰으로 “제가 가야 되는데 긴급한 일이 있어서 가지 못했다. 청년들과 함께 하려고 한다. 다 같이 뜁시다”라고 인사했다. 윤 후보의 말이 끝나자 권 의원은 “예, 감사합니다. 박수”라며 호응을 유도했다. 하지만 윤 후보의 ‘노쇼’ 소식에 300명 가까이 모인 참석자들 사이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한 청년은 “아직 정신 못 차렸네”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욕설과 뒤섞이며 소란이 일었다. 마이크나 채팅창을 통해 “윤석열 사퇴하라” “후보 교체” 등의 목소리를 낸 청년들은 온라인 간담회장에서 ‘강제 퇴장’ 당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사무총장직 사의를 표명했던 권 의원은 간담회에서 여전히 사무총장으로 소개됐고 그는 “저도 2030의 사고를 피상적으로만 알았다. 청년들은 사람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메시지를 보고 지지 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에 한 참석자가 마이크를 통해 “그걸 알면서 이준석을 내칩니까”라고 묻자, 권 의원은 “네?”라고 반문하며 당황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 자리를 주최한 박성중 국민소통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현재 에스엔에스(SNS) 전쟁은 (이재명 후보 팬클럽인) ‘손가락 혁명군’에 의해 결정된다”며 “윤석열 기사를 검색해 좋은 기사에는 ‘좋아요’를, 나쁜 기사에는 ‘화나요’를 눌러 달라”고 했다. “기사 댓글에도 좋은 것은 ‘좋아요’를 누르고 나쁜 것은 ‘싫어요’ 표시를 하면 제일 ‘좋아요’가 많은 것이 상단에 뜬다”며 포털에서의 여론전을 당부한 것이다. 이에 한 청년은 채팅창에 “크라켄이 그런 여론조작을 잡는 것 아닌가”라는 반박글을 올렸다. 크라켄은 국민의힘이 온라인 여론을 조작한 ‘드루킹 사건’의 재발을 막겠다며 자체적으로 개발한 댓글 조작 방지 프로그램이다. 국민의힘이 선거조직을 쇄신하고 청년 목소리를 듣겠다며 행사를 마련했지만 청년들의 성난 목소리에 판판이 깨진 셈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청년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곽승용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 청년보좌역은 ‘후보 교체’를 외치며 사퇴를 선언했다. 곽 청년보좌역은 이날 페이스북에 “오늘 진행된 청년간담회를 보고 청년보좌역직을 사퇴하기로 결심했다”며 “청년들은 후보 교체를 원하고 있다. 이것이 제가 파악한 청년들 여론”이라고 적었다. 국민의힘 청년본부와 청년보좌역 일동도 성명을 내어 “이번 행사는 확인 결과 청년보좌역은 물론 청년본부 실무자 그 누구와도 사전 조율되지 않았다. 선대위 일정팀조차 모르고 후보에게도 보고되지 않은 일정”이라며 “이번 청년간담회는 후보의 의지와 정면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모든 청년들이 이번 청년간담회 일정으로 실망하고 분노하고 있다. 또 다시 실망감을 안겨드린 데 대해 청년들에게 사죄드린다”며 “박성중 의원은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는 수습에 나섰다. 선대본부는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공지에서 “윤 후보의 금일 회의 참석은 예정돼 있지 않았다. 윤 후보는 권성동 전 사무총장의 현장 전화 연결을 받고 즉석에서 청년들에게 인사를 드린 것”이라며 “소통본부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공지를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참석자들을 실망시켜 드린 점에 대해 선거관계자들은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또한 “금일 빚어진 불미스러운 사태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알려드린다”고 했다. 윤 후보도 이날 당사에서 퇴근하며 간담회 논란과 관련해 “시간이 어떻게 될지, 되면은 갈 생각도 있었는데 저는 못 갔다. 내가 참석을 안 했고 전화가 와서 전화로 인사만 했는데 무슨 일이 있었냐”고 되물었다.
행사를 기획한 박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사전에 후보실과 권성동 총장에게 연락했고, 한 두시간 전까지는 후보 출연이 가능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후보가 30분 전 갑자기 내부 회의가 길어지면서 참석이 어렵다고 연락해 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는 “225명 정도의 청년이 참석하기로 돼 있었는데, 민주당이나 이준석 대표와 가까운 청년들이 대거 참석하면서 혼란이 있었다. 음성이 엉켜서 욕설은 못 들었는데 욕설한 사람들은 민주당 지지자들일 것”이라고 했다. 이준석 대표와 민주당 지지자들이 조직적으로 온라인 간담회에 들어와 행사 분위기를 망쳤다는 주장이다. 논란이 계속되자 박 의원은 이날 밤 “백의종군의 자세로 묵묵히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민소통본부장직에서 사퇴했다.
윤 후보도 이날 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공식 사과했다. 윤 후보는 “오늘 기존 선대위 국민소통본부의 청년간담회 행사로 인해 청년들에게 큰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 저의 참석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었음에도, 국민소통본부에서 참석 예정이라 공지한 것은 분명한 잘못”이라고 썼다. 이어 “오늘 선대위를 해체하며 2030의 마음을 세심히 읽지 못한 저를 반성하고 잘 하겠다 다짐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이런 사태가 벌어져 면목이 없다”고 했다. “박성중 의원에게는 대통령 후보로서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민주당과 이 대표 지지자들이 행사 분위기를 망쳤다는 취지의 박 의원 해명에 대해서도 윤 후보는 “정체를 확인하기 힘든 100여명 가까운 불특정 다수가 들어왔다는 해명은 굉장히 잘못된 것”이라며 “제가 대신 사과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청년들의 의견을 듣는데 우리편 청년과 다른편 청년을 편 가르면 되겠냐. 지금껏 저의 행보에 있어 그런 부분이 있었다면 그것도 철저하게 반성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장나래 기자
김종인 “윤석열, 국정 비전 안 보이니 지금껏 헤매” 작심 비판
윤 후보 자질까지 정면 비판
“대통령 되면 나라 어떻게 이끌지…
단출한 선대위 주문도 말 안 들어”
총괄선대위원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의 선대위 쇄신안 발표를 시청한 후 외부로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를 어떻게 해야 되겠다는 비전이 보이지 않으니 지금까지 이렇게 헤매는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경질’당한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5일 “그 정도 정치적 판단 능력이면 더 이상 나하고 뜻을 같이할 수가 없다”며 윤 후보를 작심하고 비판했다. 그는 격한 어조로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윤석열 당선’을 도와주는 유일한 사람이 나뿐이었다”며 “내가 무슨 목적으로 쿠데타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총괄선대위원장으로서 겪은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가 짠 6본부장 체제가 처음부터 삐걱거렸다고 했다. 그는 “윤 후보가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지난해 11월5일 나에게 와서 2시간 동안 이야기하며 ‘위원장님이 다 해주시면 저는 지방으로만 뛰겠다’고 말했고, 나는 ‘선대위를 굉장히 단출하게 해달라’고 했는데 열흘 동안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며 “내가 (지난해) 12월3일 날 조인(합류)했는데, 가서 보니 선대위가 제대로 작동을 안 하더라”고 했다. 윤 후보가 전권을 줬다고 했지만, 전혀 조언을 듣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특히 윤 후보의 국정 철학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본질적으로 대선을 어떤 방향에서 치러갈 것이라는 확고한 생각이 있어야지”라며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를 어떻게 해야 되겠다는 그런 비전이 보이지 않으니까 지금까지 이렇게 헤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른바 ‘윤핵관들’을 향해서도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특히 윤 후보에게 보고하지 않고 발표한 선대위 전면 개편안이 ‘이준석 당대표와 교감 속에 일으킨 쿠데타’라는 말에 격하게 반응했다. 그는 “내가 이준석 대표를 감싼다는 이딴 소리를 윤씨, 윤석열 주변 사람들이 한 것 같다”며 “내가 보기에는 (윤) 후보가 자기 명예에 상당히 상처를 당했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쿠데타를 했다느니 이딴 소리를 들어가면서까지 도와줄 용의는 전혀 없다. 잘하리라 생각하고 방관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윤석열 후보의 측근에 있는 사람들은 내가 굉장히 불편한 사람들”이라고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측근들의 영향력이 여전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권성동 사무총장 등 측근들이 당직을 사퇴한 것에 관해 “물러났다고 물러난 것인가”라며 “지금도 밖에 직책도 없는 사람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도 똑같다. 내가 대략 짐작할 수 있는데, 후보가 어떤 행동을 보이나를 보면 여러분이 확인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윤 후보에게 “연기만 해달라”고 한 발언에 관해서는 “과도하게 해석해서 내가 후보를 무시했느니 어쩌느니 그런 소리를 한다는 게 상식에 반한 소리라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김 전 위원장은 선대위 재합류 가능성에 관해 “그런 일은 절대 안 일어난다”며 “이제 앞으로 후보 자신이 (메시지를) 작성하고 시정하든지 자기가 알아서 할 일이니까, 더는 나에게 후보에 대해서 질문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국민의힘의 대선 승리 가능성에 대한 물음에도 “자기네들이 무슨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나는 논평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향후 계획에 대해 “원래 내 일상으로 돌아간다”며 “다른 활동을 적극적으로 할 의사도 없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미나 기자
민주 "김건희, 수원여대 공채 임용…'공채 아냐' 윤성열 주장 거짓“
허위 이력 관련 입장문 발표하는 김건희=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5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가 2007년 수원여대 겸임교원으로 임용될 당시 공개 채용을 거쳐 임용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공채가 아니라 자료를 보고 뽑은 것'이라는 윤 후보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밝혔다.
선대위 현안대응TF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수원여대가 국회에 제출한 답변에 따르면 김건희 씨는 2007년 1학기 광고영상과 겸임교원으로 신규 임용됐으며 임용 당시 채용 방법은 공개채용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해 12월 15일 김씨의 수원여대 겸임교원 임용 의혹과 관련해 "교수 채용에서 시간 강사라는 것은 전공, 이런 걸 봐서 공개채용 하는 게 아니다", "무슨 채용 비리라고 하는데 그냥 공채가 아니다", "자료를 보고 뽑는 게 아니다. 현실을 좀 보시라"고 말한 바 있다.
TF는 "윤 후보와 국민의힘 측 설명은 수원여대 공식 답변과 전면 배치된 것"이라며 "특히 국민의힘 설명대로라면 당시 김씨 임용은 공채로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채용 절차에 특정인을 염두에 두었다는 채용비리를 자인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선대위 현안대응TF가 밝힌 국민의힘 보도자료
국민의힘이 지난해 12월 26일 김씨 관련 설명자료에서 김씨의 수원여대 겸임교원 임용 경위에 대해 "안양대·서일대 시간강사를 하던 중 A교수가 수원여대에서 1년간 강의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하면서 김건희 대표를 수원여대에 '겸임교수'로 추천해 위촉했다"고 기재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TF 홍기원 공동단장은 "시간강사는 공채가 아니고 자료를 보고 뽑는 게 아니라며 시간강사들을 좌절하게 했던 윤석열 후보의 답변이 거짓임이 확인됐다"며 "윤 후보의 이러한 해명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할 수 있는 만큼 신속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추미애, 윤석열 '아내, 2년간 집중수사' 발언에 "후안무치한 답변"
"김건희씨 범죄, 법무장관 때인 2020년 10월 19일 수사지휘로 겨우 공식화"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5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기자회견에서 부인 김건희 씨에 대해 '집중적인 수사를 약 2년간 받아 왔다. 그렇다 보니 심신이 많이 지쳐있고 좀 요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 "무자격 후보의 후안무치한 진실성 없는 허위 답변이다. 재차 국민을 속이면 안 된다"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서 이같이 말하고 "김건희 씨 범죄에 대해서는 법무부 장관의 2020년 10월 19일 수사 지휘로 겨우 공식화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수사 지휘가 없었다면 수사 개시도 없었고 공소시효가 지나게 해 범죄를 덮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수사 지휘 이후에도 중앙지검 지휘부를 흔들어 전혀 수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후 검찰권 사유화와 남용에 대해 장관이 징계 청구에 이르렀으나 이마저도 검찰조직의 연판장 행동과 윤석열 총장이 소송전으로 불복해 겨우 2021년 10월 행정법원이 검찰사무의 공정성과 적법성을 흔든 중대 비위로 징계가 적법함을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추 전 장관은 또 "코바나 콘텐츠 협찬 의혹은 검찰이 피의자 김건희 씨를 단 한 번도 소환조사하지 않고 일부를 쪼개기 불기소해 줬다"며 "포괄적 뇌물죄 의혹이 있음에도, 먼저 발생한 것을 쪼개기 해 미리 봐준다는 것은 '검사 술접대 99만원 쪼개기 불기소 세트'와 같은 법 기술이다. 그리고 아직도 수사를 받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사건도 윤 후보가 당내 경선 토론 중에 김건희 씨 통장을 주가조작 이전 시기만 공개했을 뿐, 정작 주가조작 시기는 공개하지 않았다"며 "공범들은 다 구속기소 됐음에도 단 한 번도 소환 조사받지 않고 있다"고 했다.
추 전 장관은 "윤 후보가 '처벌받을 일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는 것도 친윤 검사를 단단히 믿는다는 것"이라며 "수사 지휘 이후에도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지휘권을 흔들고, 징계 청구에 조직을 동원해 반발하고 소송을 제기하며 정치 탄압을 받은 피해자로 코스프레해 자신에 대한 법치를 문란시키고 공정과 상식의 적용을 교란하는 행동을 해왔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갑작스럽게 이후 일정을 취소하고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승강기에 오르고 있다.
‘총체적 위기’에 내몰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가 3일 해체 수준의 전면 개편 작업에 돌입했다. 1월 중순까지 지지율 반등에 성공하지 못하면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현재 위기의 본질적 원인이 윤 후보의 리더십과 자질 시비에 있는 만큼, 후보의 ‘자성’ 없는 선대위 개편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갖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이날 “상임선대위원장, 공동선대위원장, 총괄본부장을 비롯해 새시대준비위원장까지 모두가 후보에게 일괄하여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이수정 공동선대위원장,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 등 선대위 ‘수뇌부’가 총사퇴해 선대위를 원점에서 재구성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오전 회의에서 “선대위의 전반적 개편을 단행할 것”이라며 “국민 여론이 우리 선대위에 압박을 가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민 정서에 맞게 개편해야 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총괄본부장단 사퇴를 포함해 구조조정도 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당 안팎의 선대위 쇄신 요구에 대해 ‘선거를 두달 앞두고 전면 쇄신은 어렵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의 선대위 이탈로 촉발된 내홍 격화와 후보 본인이 잦은 실언과 메시지 혼선 등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자 인적 쇄신을 통한 전면 개편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오차범위 바깥에서 뒤쳐진다는 조사가 여럿 나오면서 위기감이 증폭됐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한국거래소 개장식 참석 뒤 이후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김기현 원내대표와 김도읍 정책위의장,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등 당 원내 지도부도 이날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남 탓 할 일 아니고 내 탓이라 생각하고 원내대표인 저부터 쇄신에 앞장서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원내 지도부의 이런 움직임은 사실상 이준석 대표의 자진사퇴를 ‘종용’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전주혜 대변인은 의총 뒤 브리핑에서 “오직 윤석열 후보로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 온 힘을 모으며, 후보 빼고는 다 바꾼다는 방침으로 후보가 전권을 가지고 당과 선대위를 대표해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해야 된다”고 말했다. ‘후보 중심’ ‘전권’ 등을 강조하며 후보 쪽으로 무게중심을 싣는 동시에, 외곽에서 당을 ‘저격’하고 있는 이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이날 선대위 위원장 사퇴를 공지하는 과정에서 김종인 위원장의 사의 표명 여부를 놓고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애초 이양수 대변인은 사의 표명 대상에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포함해 공지했으나, 김 위원장이 “금시초문”이라고 밝히면서 윤 후보와 김 위원장의 갈등이 전면화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내가 사의 표명했다는 건 다 헛소리”라고 했고,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임태희 총괄본부장으로부터 김 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전해들었는데 그런 뜻이 아니었다. 두 분 소통에 착오가 있던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다만 현 상황이 후보 스스로 자초한 위기인만큼 선대위 개편만으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할지에는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위원장에게 끌려가듯이 진행되는 쇄신만으로 지지율 반등 가능성이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후보 본인이 자꾸 문제를 만드는데, 선대위의 얼굴만 바꾸는 걸로 해결이 되겠나”라며 “스스로 뭐가 잘못됐고 뭘 바꿔야 하는지 느껴서 본인만이 풀 수 있는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장나래 기자
김종인 “윤, 연기만 좀 해달라”…총괄본부로 후보 직접 통제 구상
후보와 의논없이 선대위 개편 칼빼…“협의해 내일모레 마무리”
“개편 질질 끌면 선거 차질, 후보 모든 상황 직접 통제로”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기현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대선을 65일 앞두고 ‘선대위 개편 전권’을 쥐고 전면에 나섰다. 지난달 총괄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한 이후 별다른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지만,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자 사실상의 선대위 해체안을 들고 윤 후보 압박에 나선 것이다. ‘김종인식 충격 요법’이 당의 또 다른 내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 위원장은 3일 저녁 <티브이(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후보와 협의해 (선대위 개편을) 내일이나 모레 마무리 지어야 한다. 질질 끌고 가면 선거운동 자체가 차질이 빚어진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지금 본부장이 6명 가까이 되는데, 꼭 필요한 본부장도 있고 그렇지 않은 본부장도 있다. 상황 따라 변경시킬 수 있다”며 “기본적으로 총괄본부를 만들어서 후보와 관련된 모든 상황을 직접 통제하는 그런 시스템으로 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앞서 김 위원장은 이날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윤 후보와의 대화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그는 윤 후보에게 “내가 그동안 선거운동 과정을 겪어보면서 도저히 이렇게는 갈 수가 없다. 그래서 내가 당신의 비서실장 노릇을 선거 때까지 하겠다. 총괄선대위원장이 아니라 비서실장 역할을 할 테니 후보도 태도를 바꿔서 우리가 해주는 대로만 연기만 좀 해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온갖 실언·망언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윤 후보를 향해 “연기만 해달라”며 온전히 자신에게 선대위 운영을 맡길 것을 요구한 것이다. 그는 이어 공개적으로 “국민 정서에 반하는 선거운동을 해서는 절대로 이기지 못한다. 후보나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이나 똑같은 생각을 가져야 한다”며 “후보가 자기 의견이 있더라도 이것이 국민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면 그런 말은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며 윤 후보를 비판했다.
그는 윤 후보를 둘러싸고 있는 측근 그룹을 지칭하는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을 작심하고 비판했다. 그는 “선대위 운영하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후보의 눈치를 볼 것 같으면 선거를 제대로 이끌어 갈 수가 없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연기만 해달라는 말은) 가급적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며 “그동안 후보가 말실수를 해서 바로잡으려면 별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 위원장의 선대위 전면 개편 발언은 윤석열 후보의 사전 동의 없이 강행됐다. 김 위원장은 “내가 (윤석열 후보한테) 동의를 구할 필요가 없다. 내가 판단한 기준에 의해서 내가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후 윤 후보는 “사전에 좀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말했다고 김 위원장이 전했다.
김 위원장과 윤 후보는 그간 선대위 개편안을 놓고 힘겨루기를 벌여온 것으로 전해진다. 김 위원장이 전면 쇄신을 주장한 데 반해, 윤 후보는 ‘운영 방식 변화’를 고집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최근까지 ‘선거를 두달 앞두고 인적 쇄신은 안 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은 윤 후보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었다. 하지만 윤 후보의 실언 논란이 이어지고 메시지 혼선, 지지율 폭락 등이 겹치면서 선대위 개편의 필요성이 내부에서 강하게 제기됐다고 한다. 특히 김 위원장은 전날 윤 후보가 소상공인 자영업자 대책을 숙지하지 못한 채 더듬거리며 발표하는 모습을 방송 생중계로 접한 뒤 격노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겨레>에 “그간 윤 후보와 경선 때부터 함께해온 측근들이 김 위원장 쪽 제안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종인 스타일’을 보일 수 없었던 이유”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쇄신안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겠지만 현재 시점에선 후보가 무조건 ‘을’”이라며 “윤 후보와 김 위원장의 논의 과정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날 김 위원장의 “후보는 연기만 하라”는 발언은 ‘상왕’ 논란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연합뉴스티브이>에 출연해 “결국 윤 후보가 ‘허수아비’ ‘껍데기’라는 것을 스스로 자인한 것이 됐다”고 말했다. 김창인 정의당 선대위 대변인은 “정당이 대선 후보에게 연기를 주문하다니요. 윤 후보가 이제부터 내놓을 정책과 공약은 모두 거짓말이라고 예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윤석열 패싱이냐, 전권부여냐…위기의 선대위 ‘쇄신 칼자루’ 누구손에
김종인, 전면개편 발표뒤 ‘후보패싱’ ‘후보질책’ 직격발언
의총, 일단 ‘후보중심 개편’…사퇴혼선 김종인 역할 미지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윤석열의 정부혁신-디지털플랫폼정부’ 공약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윤석열 후보 지지율 하락을 만회하겠다며 선거대책위원회 전면 개편이라는 칼을 빼들었지만 동시에 총사퇴 대상으로도 거론되는 등 국민의힘은 하루종일 혼선을 거듭했다. 우여곡절 끝에 김 위원장은 자리를 유지했지만 의원총회 결과 ‘윤 후보 중심 선대위 개편 원칙’이 확인되면서 김 위원장이 전권을 가지고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 회의에서 “국민 정서를 따르는 측면에서 우리 국민의힘 선대위가 항상 최선의 노력을 경주한다는 것을 국민 여러분께 보여드리기 위해서 우리 선대위의 전면적인 개편을 단행하겠다는 것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선대위를 떠난 이준석 대표가 요구했던 전면 개편을 김 위원장이 뒤늦게 수용한 것이다.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세에 제동을 걸기 위해선 선대위 인적 쇄신이라는 특단의 조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선대위 개편 구상을 밝힌 뒤 기자들과 만나 “내가 (윤 후보한테) 동의를 구할 필요가 없다”, “반드시 후보한테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면 총괄선대위원장이라는 위치 자체가 아무 의미가 없는 거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는 윤 후보와의 대화 내용까지 공개했다. “내가 그동안 선거 운동 과정을 겪어 보면서 도저히 이렇게는 갈 수가 없다. 그래서 내가 당신의 비서실장 노릇을 선거 때까지 하겠다. 총괄 선대위원장이 아니라 비서실장 역할을 할 테니 후보도 태도를 바꿔서 우리가 해주는 대로만 연기만 좀 해달라.”
시대착오적 실언 등으로 지지를 잃은 윤 후보를 공개적으로 질책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후보가 자기 의견이 있더라도 이것이 국민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면 그런 말은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했고 “선대위 운영하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후보의 눈치를 볼 것 같으면 선거를 제대로 이끌어 갈 수가 없다”고 했다. 윤 후보 측근, 즉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도 작심하고 겨냥한 셈이다.
김 위원장의 윤 후보 비판과 쇄신 의지 모두, 전권을 부여한 윤 후보의 묵시적 동의 하에 나온 것으로 이해됐지만 이날 오후 상황이 바뀌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5시5분께 당사를 떠나며 “(선대위 개편을) 사전에 내가 의논을 안 했으니까 (후보는) 몰랐다”면서도 “후보로서는 갑작스럽게 자기 그런 얘기가 들었으므로 조금은 심정적으로 괴로운 것 같은데 아마 오늘 저녁이 지나고 나면 정상적으로 가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대위 전면 개편을 마무리하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이로부터 10분 뒤 국민의힘 중앙선대위는 “쇄신을 위해 총괄선대위원장, 상임선대위원장, 공동선대위원장, 총괄본부장을 비롯해 새시대준비위원장까지 모두가 후보에게 일괄하여 사의를 표명했음을 공지한다”고 밝혔다. 선대위 개편의 주체였던 김 위원장도 사퇴 대상에 포함되면서 윤 후보에게 재신임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뒤이어 끝난 국민의힘 의원총회의 결론은 “후보가 전권을 가지고 당과 선대위를 개편하고 이끌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표면적으로 김 위원장이 쥐고 있던 ‘전권’을 윤 후보에게 넘기라는 메시지로 읽혔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적이 없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김 위원장을 포함한 총사퇴 공지를 한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그러나 “제가 전달받은 내용은 총괄선대위원장님 포함해서 사의 표명하신 것으로 안다. (김종인 위원장의 사의는) 책임 있는 관계자로부터 전달받았다”며 거듭 확인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내가 사의 표명 했다는 건 다 헛소리다. 내가 한 적도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결국 이 수석대변인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께서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께 사의를 표명했다고 그렇게 전해 들었는데, 두 분 소통에 착오 있던 것으로 이해된다”며 정정했다. 김미나 기자
‘깜짝카드’ 자랑, 2주 만에 쓰고 버린 신지예…이대남 ‘올인’ 가나
신지예 “새시대위 사퇴해도 정권교체 지원” 밝혔지만
국힘 “위원회 활동도 안할 것”…영입나선 김한길도 사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직속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영입된 신지예(가운데)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새시대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김한길 위원장(왼쪽), 윤석열 후보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 직속 새시대준비위원회의 수석부위원장으로 영입된 신지예 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가 국민의힘 ‘젠더 내홍’으로 인해 사실상 내쫓겼다. 활동 2주 만이다. 외견상 2030 남성의 표심 이탈로 윤 후보 지지율이 추락했다는 공격을 받은 끝에 사퇴한 것이지만, 국민의힘의 ‘2주짜리 젠더 정치’는 당초 예견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신지예 전 수석부위원장은 3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준석 당대표는 개인적인 분란을 만들어내고 후보자를 지적하는 발언을 밖에서 하고, 그것에 따른 지지율 하락을 저에게 돌리는 형국”이라며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저라고 하시니 저는 사퇴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0일 국민의힘이 논란을 예상하고 신 전 대표를 영입한 이유는 2030 여성 유권자를 향한 외연확장이란 전략적 목표가 컸기 때문이다. 영입 전날 “깜짝 놀랄 카드”라고 운을 띄우기도 했던 국민의힘은 “영입 인사들을 통해서 국민들의 지지기반도 더 넓히고 철학과 진영을 좀 더 확장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정권교체를 열망하고 올바른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구현해나가는데 넓은 이해와 안목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신 대표의 어려운 결정에 대해 정말 뜻깊게 생각한다”(윤석열 후보)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윤 후보의 말은 보름도 안 되어 “2030의 마음을 세심히 읽지 못했다”로 바뀌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애초에 없어도 될 논란을 만든 제 잘못이다”며 “특히 젠더문제는 세대에 따라 시각이 완전히 다른 분야인데, 기성세대에 치우친 판단으로 청년세대에 큰 실망을 준 것을 자인한다”고 말했다. 지지기반을 넓히고, 철학·진영을 확장하겠다는 대선후보의 의지는 떨어지는 지지율 앞에서 버린 셈이다.
신 전 대표는 이날 사퇴를 표명하면서도 새시대위에 잔류해 정권교체를 돕겠다는 의사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밝혔으나, 당은 곧 “수석부위원장 사퇴는 물론, 더 이상 위원회에서 활동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음을 알려드린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신 전 대표는 “직접적으로 저를 가리켜서 ‘말을 잘못하고 있다,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공개적으로 말하기도 했다”며 이준석 대표의 사퇴도 요구했으나, 전달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신 전 대표를 영입했다고 알려진 김한길 새시대위원장도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이번 내홍은 결국 이준석 대표가 대변하는 반페미니즘으로 무장한 일부 2030 남성들에 ‘다걸기’한다는 국민의힘의 대선 전략을 공식화한 셈이다.
여성계 시선은 당과 신 전 대표 모두에 냉담한 편이다. 손희정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는 <한겨레>에 “2030 여성 유권자는 버리고 간다는 전략인 것 같다”면서 “윤석열 후보의 입장문만 봐도 청년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건 남성 청년, 그 중에서도 이준석 당 대표가 대변하고 있는 특정 남성 청년의 목소리를 듣는 것으로 치환된다”고 지적했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권수현 대표도 “거대양당 후보 모두 2030 남성 유권자의 반응에는 즉각 대처하면서, 2030 여성 유권자의 목소리에는 무관심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정치가 대중들 중에서도 결집력을 가진 이들의 목소리만 과대 대표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사퇴 논란 이후 “대통령은 사회갈등을 증폭하는 것이 아니라 조정하고 치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젠더 차별과 갈등의 증폭기 구실은 정치권에서 한다는 지적도 적잖다. 권수현 대표는 “정치인들이 대중 심리만 쫓는다면 여성뿐 아니라 다양한 이유로 소외되거나 배제된 이들에 대한 혐오나 차별은 확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당초 신지예의 확장성에 여성계는 강한 의문을 제기했었다. 권수현 대표는 “정당이 선거 국면에서 한 개인을 영입하는 건 그의 조직원이나 지지 세력이 함께 따라올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 부위원장은 말 그대로 ‘혼자’ 국민의힘으로 갔다. 정당 내외부 그 어디에도 그의 세력이 없기 때문에 국민의힘에서의 충돌은 예견된 일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여성정치연구소 김은주 소장은 <한겨레>에 “이제는 ‘신지예=2030 여성 페미니스트를 대변하는 정치인’이란 식의 프레임은 자제해야 할 때”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소장은 “반페미니즘 정서를 공유하고 있는 국민의힘 행을 택할 때부터 신 부위원장은 더 이상 ‘페미니스트 정치인’이란 상징자본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에게 ‘페미니스트 정치인의 몰락’과 같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2030 여성들이 갖고 있는 어젠다를 희석시킬 수 있다”고 했다. 박고은 임재우 기자
석열 “오롯이 제 탓” 사과…김종인 쇄신범위 포함여부엔 말흐려
선대위 쇄신 혼란상 관련 “국민께 깊이 사과”
쇄신안 발표시기는 ‘빠른 결론’ 약속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일 선대위 쇄신을 놓고 종일 이어진 혼란상과 관련 “선거에 대해 많은 분이 걱정하시는 것은 오롯이 후보인 제 탓이고 제가 부족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 후보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께 그 부분에 대해선 정말 깊이 사과도 드린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우리 당 의원님들을 포함해 관심 있는 분들은 선대위에 좀 큰 쇄신과 변화가 있기를 바라고 계셔서 저도 연말·연초 이 부분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많은 분의 의견을 모으고 있는 중”이라며 “(쇄신안은) 선거도 얼마 안 남았으니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는 선대위 위원장·본부장급의 일괄 사의 표명을 수용할 것인지, 언제쯤 쇄신안이 발표될지에 대해선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라며 “신중하게 여러분들의 의견을 잘 모아서 빨리 결론을 내리고 선대위에 쇄신과 변화를 주고 새로운 마음으로 심기일전해 선거운동을 하겠다.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쇄신 범위에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나 새시대준비위원회가 포함될지 등에 대해서도 “제가 뭐라고 자세히 이야기 드리기가 그렇다. 모든 것들이 조금 걸린다. 좀 기다려달라”고 즉답을 피했다. 오연서 기자
쇄신 후폭풍 ‘이준석 사퇴론’ 나오자…‘윤 최측근 사퇴했나’ 반문
오전엔 ‘역할론’ 나오다 오후엔 ‘사퇴론’ 불거져
이준석 “거취에 변함 없어” 사퇴론 일축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2년 신년인사말을 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율 하락에 따른 후폭풍은 이준석 당 대표 사퇴론으로 번졌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지도부로서 책임을 지겠다’며 당직을 내려놓았고, 국민의힘 의원 전원도 선거대책위원 보직을 사퇴하며 이 대표를 압박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사퇴할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3일 오전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선대위 전면 개편’ 방침을 밝히고 신지예 새시대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이 사퇴하면서, 이 대표의 복귀가 점쳐지기도 했다. 선대위 전면 개편은 이 대표가 조수진 최고위원의 지시 불이행을 이유로 선대위 보직 사퇴를 선언하기 이전부터 줄기차게 요구해온 것이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2일,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 허위 이력 논란에 대한 대응 방식을 놓고 조 최고위원과 정면충돌한 뒤 선대위 모든 보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히면서도,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정리를 거듭 요구했다. 윤 후보에게 잘 보이려고 충성 경쟁만 하는 현재 선대위 조직을 전면 쇄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뒤늦게 선대위 개편을 약속하며 “당 대표로서 당의 전반적인 체계를 총동원해서 승리로 이끌 책무를 지닌 분이 이준석 대표”라고 했고, “선대위 개편 과정에서 이준석 대표와 일부 의논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를 향한 김 위원장의 도움 요청이 더 다급해진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 대표는 김 위원장의 선대위 전면 개편 발표 뒤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 개편 뒤 윤석열 후보가 도와달라고 하면 합류할 거냐’는 질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누구도 가정법 대화를 해선 안 된다”고 말을 아꼈다. 또 “(전면 개편이 선대위 합류) 조건은 아니다. 선대위 개선책이라는 걸 나는 제언했던 것”이라며 “어떤 조건부나 선결 조건처럼 인식돼서 많은 분께 오해를 살 수 있다”고 했다. 선대위 합류 가능성에 일단 거리를 둔 것이다.
힘이 실릴 것 같던 ‘이준석 역할론’은 오후 의원총회를 기점으로 달라졌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원내대표와 공동선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나면서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해 당 지도부가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혀, 사실상 이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총사퇴를 압박했다. 국민의힘 재선의원 14명이 모인 간담회와 이어진 의원총회에서도 ‘이 대표도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의총 뒤 “후보가 전권을 가지고 당과 선대위를 개편하고 이끌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윤 후보에게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 안에서는 당연직 최고위원인 김 원내대표가 물러나고 이 대표와 대척점에 있는 조수진·김재원 최고위원 사퇴가 도미노처럼 이어지면서, 결국 이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를 해체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 당헌 96조에는 “당 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원회의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 안정적인 당 운영과 비상상황의 해소를 위하여 비상대책위원회를 둘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당 대표 사퇴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자신을 겨냥한 책임론을 의식해 이날 의원총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조수진·김재원 최고위원이 대의를 위해 희생을 선택하시면 즉각적으로 대체 멤버를 임명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의원들의 선대위 보직 사퇴에 대해 “(권성동) 사무총장이 사퇴했냐”며 “제 거취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백의종군의 진정성을 보이려면 윤 후보 최측근부터 보직을 내려놓으라는 비판이었다. 김해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