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무실 이전’ 인수위법 권한 벗어나

불필요한 혼선 빚으며 1주일 날려

국힘 내부 “당선자 직접 사과 필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에서 열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의 면담에서 반 전 총장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집무실 이전 공약이 표류하고 있다. 광화문 정부청사에서 갑자기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설이 급부상하며 ‘졸속’ 논란에 휩싸인 데 이어 수백억원으로 추정되는 이전 예산을 집행할 법적 근거도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집무실 이전 문제를 취임 뒤로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방부 “이사하려면 20일간 24시간 꼬박 돌려야”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과 기획조정·외교안보 분과 인수위원, ‘청와대 이전 티에프(TF)’ 팀장인 윤한홍 의원이 18일 대통령 집무실 이전 후보지인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와 광화문 외교부 청사를 방문해 시설 현황을 보고 받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들에게 “(본관 근무인원만) 1060명 정도로, 아파트처럼 사다리차를 댈 수 있는 구조가 아니어서 엘리베이터를 통해서 물동량을 이사해야 한다”며 “이사업체에 물어보니 한 20일 정도 24시간을 돌려야만 (본관 전체의) 물동량을 뺄 수 있다는 가견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이전에 따른 안보공백이 우려된다는 취지의 보고였다. 이들은 현장점검 결과를 윤 당선자에게 보고할 계획이며, 윤 당선자는 검토의견을 종합해 집무실 이전 계획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인수위 단계 ‘대통령 집무실 이전’ 법적 근거 없어

 

하지만 인수위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 예산을 집행할 법적 근거가 없다. 대통령직인수법에서 정한 인수위 업무 범위는 △정부의 조직·기능 및 예산 현황 파악 △새 정부의 정책기조 준비 △대통령 취임행사 업무 준비 △국무총리·장관 후보자 검증 △그 밖에 대통령직 인수에 필요한 사항으로 규정돼 있다.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인수위 권한을 넘어서는 초법적인 발상”이라고 말했다.

 

인수위 예산은 이 직무범위 안에서만 쓸 수 있다. 대통령직인수법 시행령에는 “행정안전부장관은 대통령당선인의 예우에 필요한 경비와 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산정해 대통령당선인이 지정하는 자와 협의를 거쳐 기획재정부장관에게 예비비 등의 협조를 요청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집무실 이전 비용은 ‘당선자 예우와 인수위 운영에 필요한 비용’이라는 인수위 지원 예산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를 대통령 집무실 이전 비용으로 쓰면 위법한 예산 집행이 되는 것이다.

 

윤 당선자 쪽은 이전 비용을 인수위 예산이 아닌 정부 예비비로 감당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윤 당선자 쪽은 지난 17일 행정안전부가 집무실 이전 비용과 관련해 국방부 청사로 옮기면 500억원이 들고,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별관으로 옮기면 1천억원이 든다고 인수위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더구나 500억원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 비용일 뿐 ‘방을 빼야 하는’ 국방부·합동참모본부 등의 연쇄 이전과 군사시설 구축 비용까지 더하면 1조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추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하승수 ‘세금도둑 잡아라’ 공동대표는 “예산을 전용하면 국가재정법 위반이고 예비비를 쓰려면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의 승인이 필요한데 지금처럼 논란이 많은 상황에선 불가능하다”며 “인수위가 권한을 넘어 국방부 짐을 다 빼라고 하는 등의 지시는 모두 직권남용이 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솔직히 말해서 무슨 권한으로 집무실 이전 비용을 집행할 수 있다고 검토했는지부터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 우려…“집무실 이전으로 1주일 날려”

 

인수위 출범 전부터 ‘집무실 이전’ 문제로 윤 당선자의 스텝이 꼬이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경호나 외교 접견 문제는 충분히 검토했다”며 윤 당선자가 호기롭게 내놓았던 ‘광화문 대통령’ 공약이 ‘용산 이전’으로 옮겨가며 공약 파기 논란까지 겹쳐지자 취임 전부터 지지율을 걱정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인수위 초기에 국정 비전과 정책을 보여줘야 하는데 ‘집무실 이전’ 문제로 1주일을 날렸다. 집무실 이전이 공론화하자 각 지역에서 지지자, 당 관계자 등으로부터 상소문이 올라오듯 반발이 나오는 상황”이라며 “윤 당선자가 이 문제로 혼선을 빚은 것에 대해 직접 사과하는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취임 이후로 연기할 수도 있다는 분위기도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브리핑에서 “봄꽃이 지기 전에는 국민 여러분께 청와대를 돌려드리겠다”고 했지만 “시기와 관련해서는 여러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 부분도 감안하며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박주선 당선자 취임식 준비위원장도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집무실 이전을) 현실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에서 하루 이틀, 한달, 두달 미뤄지는 걸 가지고 ‘왜 이렇게 공약을 안 지켰느냐, 약속을 안 지켰느냐’ 이런 얘기를 하겠냐”고 되물었다. 장나래 오연서 서영지 기자

 

“집무실 국방부 이전하면 용산·강남 아파트 위 방공포대 설치해야”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 김병주 의원

“용산 주변 5층 이상 건물 못 올려…

 도시개발계획·비행항로 변경 불가피”

 

지난 17일 국방부 청사와 주변 모습. 연합뉴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방부 청사로 대통령 집무실이 옮겨갈 경우 반경 8㎞인 서울 강남 지역의 아파트 옥상에까지 방공포대가 설치되는 등의 방호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18일 <티비에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북한으로부터 날아오는 미사일, 드론, 어떤 것들이든 다 보호할 수 있게 (현재 청와대) 주변에는 그런 방공 기지들이 다 있다”며 “아파트 옥상에는 당연히 올라가야 된다. 대공 미사일이나 대공 기지가 올라가는 거다. 대공포나 이런 것들이. 민간인 아파트 위라든가 회사 빌딩 위”라고 말했다. ‘8㎞를 용산으로 따지면 서울 강남도 포함된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김 의원은 “강남까지도 포함될 수가 있고, 그러면 비행 항로까지도 바꿔야 될 수가 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이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초래할 시민들의 재산권 침해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는 “용산구 주변은 고도 제한도 있어 5층 이상은 못 짓게 되는 것”이라며 “재건축이라거나 도시개발 계획이 수정돼야 한다. 재산권의 침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대통령이 지나다니면 거기가 아주 상습정체 구역”이 될 수 있으며 “(대통령이 이동할 때) 통신 재밍(차단)을 한다. 갑자기 잘 통화하다가 통화가 안 된다”며 주민들이 통신에 불편을 겪을 수 있다”고도 했다.

 

김 의원은 전날 민주당 국방위원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집무실 이전 시 직간접 비용이 1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은 근거도 설명했다. 그는 윤 당선자 쪽이 말한 이전 비용 500억원은 “청와대 집무실을 이동해서 리모델링하는 비용이 주가 되는 것”이라며 그러나 “(국방부 청사에) 한 합동참모본부, 사이버사령부, 시설본부 등 10개 부대가 있다. 그런 시설들 이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합참 지하에 있는 EMP 시설(전자기파 핵 방어시설) 하는데 1천억원 이상 든다”며 이 때문에 “합참 건물 짓는데 2∼3천억원이 들고, 또 국방부 건물 하나 짓는 데 한 2천억원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군부대 이전하면 아파트라거나 복지시설도 패키지로 해야 한다”며 “그런 것까지 쭉 하다 보면 최소 1조원 이상 천문학적인 돈이 들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을 예측 못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대통령 집무실 용산 가면 남산·효창공원 이용 제한될 수도

 

북악산 패트리엇 포대 옮겨가야

강남 아파트 옥상엔 방공포 설치

 

국방부 청사에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면 강북에만 있던 비행제한구역 P73B(대통령 집무실에서 약8.3km 원형)가 강남쪽으로 크게 확대된다. 네이버 지도 갈무리

 

대통령 집무실이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옮겨갈 경우 방공망 구축을 위해 인근 8㎞ 반경의 고층건물에 방공포대가 구축되는 등 ”서울시민들의 삶이 대단히 불편해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대통령 집무실이 국방부 청사로 옮겨오면 대통령 보호를 위해 대대적인 방공망 구축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티비에스>(TBS) 인터뷰에서 “청와대 주변에는 북한으로부터 날아오는 미사일, 드론, 어떤 것들이건 다 보호할 수 있게 방공 체계를 갖추고 있다”며 “남산이나 효창공원에 (방공 체계를) 올리고 민간인 아파트 위나 회사 빌딩 위에 대공포나 대공 미사일을 간단히 타격할 수 있는 기지가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육군미사일사령부 사령관도 지낸 예비역 육군 대장 출신이다.

 

대통령 집무실이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면 북악산에 배치된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도 용산 근처로 옮겨야 한다. 사진은 주한미군이 패트리엇 포대 배치 훈련을 하는 모습. 주한미군 제공

 

현재 청와대 주변에는 북한 미사일과 전투기, 드론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각종 방공무기들이 잔뜩 배치돼 있다. 그러나 대통령 집무실이 국방부 청사로 옮길 경우 현재 북악산에 배치된 대공 요격미사일인 패트리엇 포대도 용산 근처로 따라가야 한다. 패트리엇 미사일은 강북 지역 전체를 넓게 감당하는 지역방어(Area Defense) 무기체계가 아니라 청와대란 특정 장소만을 막는 거점 방어(Point Defense) 무기체계이기 때문이다.

 

패트리엇 포대 이전은 미사일뿐만 아니라 레이더, 발사대, 지상통제장비, 운용병력 등이 한꺼번에 움직여야 하는 일이다. 용산 근처 상당한 면적의 땅에 방공 기지를 만들어 패트리엇 포대를 재배치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병주 의원이 패트리엇 포대 지역으로 “남산이나 효창공원”을 지목한 이유다. 이렇게 되면 서울시민들의 남산·효창공원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

 

현재 청와대 근처 고층 건물 옥상에는 대공포 등 각종 방공무기들이 촘촘하게 배치돼 있다. 방공무기체계는 1~2대를 배치하는게 아니라 대공포·미사일을 거미줄처럼 겹겹이 중첩시켜 화망(火網)을 구성하는 게 특징이다. 이 방공무기들도 대통령 집무실 근처 고층 건물 옥상으로 옮겨와야 한다. 특히 아파트 옥상에 대공무기, 대공초소, 장병 막사 등이 들어설 경우 주민들이 불편해질 수 있다. 국방부 청사와 가까운 서울 강남 쪽 고층건물에도 대공무기가 배치될 가능성이 있다.

 

김 의원은 민항기 비행항로도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현재 청와대 반경 8㎞는 비행금지 지역”이라며 이 때문에 “지금은 비행금지 지역에 강북만 돼있고 헬기나 민항기들은 강남 지역을 통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이 이전되면 반경 8㎞에 걸치는 강북·강남 일부도 비행금지 구역이 될 수 있다.

 

서울 강북 상공에 비행제한구역이 동그라미 모양(붉은색 원 2개)으로 설정돼 있다. P73A(청와대로부터 약 3.7km 지역), P73B(청와대로부터 약8.3km 지역)이다. ‘드론플라이’ 어플 갈무리

 

현재 대통령 경호를 위해 청와대를 중심으로 비행제한구역은 서울 강북 상공에 설정돼 있다. P73A(청와대로부터 약 3.7㎞ 지역), P73B(청와대로부터 약 8.3㎞ 지역)에서는 비행 허가를 받지 않은 항공기의 비행을 금지한다. 만약 이 구역 안에 비행허가를 받지 않고 항공기가 들어오면 방공부대들이 적기로 간주해 격추하는 게 원칙이다. 이 구역에 드론을 띄우려면 수도방위사령부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청와대가 용산으로 옮기면 비행제한구역도 남쪽으로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 지금은 금지구역에 들어가지 않는 강남 쪽도 상당부분 비행제한구역에 들어간다. 김포공항을 오가는 국내 항공편이 관악구 신림동, 구로 디지털단지 등을 거쳐 비행하므로, 국내선 운행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 강남 지역에서 민간 헬기 운용도 제한될 수 있다. 권혁철 기자

 

‘용산 집무실’ 가면 군 연쇄이동에 수천억…안보빈틈 우려

청 위기관리센터 안보뿐 아니라

중대 재난까지 전방위 대응 성격

새로 구축 땐 천문학적 예산 필요

 

국방부·합참 연쇄 이동 불가피

북 미사일 24시간 대응 차질

미군의 청와대 도청에도 취약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의 장단점을 면밀히 살피지 않고, 마치 군사작전하듯 밀어붙이고 있다. 특히 유력한 이전 후보지로 꼽히는 국방부 청사는 ‘국민과 소통’이란 장점은 희미하고, 막대한 비용을 발생시키는 데다가, 일정 기간 ‘안보 공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7일 군 관계자와 청와대 근무 경험자들은 코로나19, 북한 미사일 발사, 우르라이나전쟁 등 국내외 안보 상황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국가안보 중추인 청와대와 국방부, 합참 등이 비슷한 시기에 연쇄 이동하면서 안보 공백이 발생할 발생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참여정부 때 청와대와 국방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청와대는 단순히 대통령이 집무하는 공간이 아니라 국가 안전의 최후의 보루”라며 “윤석열 당선자가 용산 국방부로 들어간다는 보도대로라면 당장 대통령이 국가 위기를 관리할 수단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석열 당선자 쪽은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로 옮기면 유사시 국방부와 연결된 합참 ‘지하 벙커’에서 위기관리를 하면 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와 국방부 벙커(지휘통제실)는 성격과 임무가 다르다.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는 군사안보위협뿐만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자연재난(태풍·홍수·폭설 등), 인적 재난(붕괴·폭발·화재·침몰 등) 등까지 대처한다. 이를 위해 육·해·공군 작전사령부, 경찰청, 소방본부, 산림청 등 전국 기관들이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정보가 바로 뜨는 상황실을 운영한다. 이에 비해 합참 지하벙커는 한·미 연합 및 합동작전을 지휘 통제하는 곳이다. 합참 청사 명칭은 ‘전구(戰區) 작전·지휘 시설’이다. 이곳에는 한미 연합전장관리체계(CENTRIXS-K)와 한국군 합동지휘통제체계(KJCCS), 육군 사단급 이상 부대간 군사정보를 관리하는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 등 연합·합동 지휘통제체계를 구축했다.

 

대통령 집무실이 국방부 청사로 옮기면 작전지휘에 초점을 맞춘 지하 벙커의 인프라 보강 전에는 대형 재난 대응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예를 들어 최근 강원도 산불 같은 국가적 재난을 발생해도 대통령이 실시간으로 보고받고 지시를 내리기 어렵게 된다. 청와대 근무경험이 있는 한 정치권 인사는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는 군 관련 시스템 뿐만 아니라 자연재난과 소방, 범죄 등이 모두 연결돼 있다”며 “이를 국방부 청사에 새로 구축한다는 것은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용산구 국방부로 옮기는 것은 “안보 해악의 근원이 될 것”이라며 이전 계획을 철회하고 전문가·국민과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라고 요구했다.

 

기동민·김민기·김병주·김진표·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방부와 합참은 우리 군의 최고 사령부”라며 “평시 작전권을 가진 합동참모본부는 예하사령부와 참모 부서 간의 일사분란한 지휘체계와 지휘통신을 위한 C4I 체계(전술지휘통신체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일 대통령 집무실이 국방부로 이전하게 되면 국방부와 합참의 많은 부서, 시설본부, 국방부 근무지원단 등이 모든 업무를 중지하고 3월 말까지 이사를 해야 한다”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안보 위협이 가중돼 대비 태세 유지에 집중하고 실시간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데 부대 전 장병이 이사 준비를 하고 있는 현실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했다.

 

대통령 집무실이 국방부 청사로 옮길 경우 용산 주한미군 기지에 있는 ‘민감한 정보 취급시설’(SCIF·Sensitive Compartmented Information Facility)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주한미군 기지 지하 벙커에 있는 이 시설은 미국 정보기관이 운영하는 극비보안 시설이다. 서울 한복판에 있는 이들이 북한 감시 뿐만 아니라 한국 대통령이나 청와대 동향까지 도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0년대 박정희 정부 이후 청와대는 주한미군 도청에 방지책을 강구해왔다. 이런 사정을 아는 한 관계자는 “미국은 한국 대통령의 미국 관련 언급이나 군사동맹 관련 움직임을 알아내는 게 자국의 국익에 중요하다”며 “대통령 집무실을 주한미군 근처인 국방부 청사로 옮기면 대통령이 미국 도청에 더 취약해진다”고 우려했다.

 

행정안전부는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로 옮길 경우 약 500억원,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별관으로 옮길 경우 약 1000억 원이 든다고 대통령 인수위에 보고했다고 한다. 윤석열 당선자 쪽이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게 돈이 덜 든다고 주장하는 지점이다. 하지만 이런 추산은 대통령 집무실만 옮기는 비용으로, 국방부·합참·방위사업청 등의 연쇄 이동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은 반영하지 않은 결과다. 국방부와 합참이 새 장소로 옮길 경우 각종 군사시설 설치 비용이 커진다. 2012년 8월 국방부 청사 옆에 준공된 10층 규모 합참 청사는 순수 건축비만 1875억원이 들었다. 합참 청사에는 적대세력이 강한 전자기파를 방출해 전자기기의 작동을 마비시키는 전자기펄스탄 방호대책에 수백억원이 든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합참·방위사업청이 새 사무실을 마련하거나 청사를 지을 경우 지휘통제실, 전자기펄스탄 방호대책, 화생방공격 방호대책 등 각종 시설을 갖춰야 한다. 현재 국방부 터 안에는 국방부와 합참의 업무를 돕는 통신부대 등 국방부 직할부대들도 여럿 있다. 이 부대들은 업무 특성상 국방부·합참 근처에 있어야 하는데, 이들의 이전 비용까지 합치면 실제 이전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국방위원들이 이날 직간접적으로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필요한 비용으로 추산한 액수는 1조원 이상이다. 합참 이전에 따른 지휘통제시설 구축이 직접비용이라면 군사시설 재배치, 군인·군무원·공무원들의 이사 비용 등은 간접비용이다. 이들은 “그런데도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위한 직접비용만 계산하여 수백억만 소요되어 최소 비용으로 이전하겠다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며 “윤석열 당선인은 아집을 버리고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권혁철 최하얀 기자

캠코 항소 포기로 1심 판결 확정

이순자, 연희동 본채 소유권 지켜

 

    전두환씨가 살던 연희동 집. 연합뉴스

 

고 전두환씨 부인 이순자씨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집 본채와 정원에 대한 공매처분에 반발해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를 확정지었다. 다만 전씨 일가가 별도로 낸 별채 공매처분 취소소송에선 2심에서 패소한 뒤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1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는 이씨가 낸 공매처분 취소소송에서 지난달 17일 패소한 뒤 항소하지 않았다. 판결에 불복하면 판결문을 송달받고 2주 안에 항소해야 하는데, 캠코가 항소를 포기하면서 이씨가 승소한 1심 판결은 지난 9일 확정됐다.

 

이씨와 전씨의 비서관이었던 이택수씨는 2018년 말 연희동 집이 공매에 넘겨지자, 검찰과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각각 처분 불복 소송을 냈다. 앞서 검찰은 전씨의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해 연희동 집을 압류해 공매에 넘겼고, 이 집은 2019년 3월 캠코를 통해 51억3700만원에 낙찰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4월 이씨 등이 ‘연희동 집 본채와 정원에 대한 검찰 압류는 위법하다’며 낸 소송에서 이씨 손을 들어줬다. 연희동 집 본채 건물과 땅 명의자는 이순자씨, 정원은 이택수씨 명의로 돼 있는데, 대법원은 이들의 부동산 취득 시점이 전씨가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인 만큼 전씨의 불법수익으로 형성된 재산으로 볼 수 없다며 검찰 압류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순자씨 등이 캠코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지난달 17일 같은 취지의 원고 승소 판결이 내려졌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당시 재판장 장낙원)는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매각결정은 집행 당사자적격을 갖추지 못해 무효”라며 캠코의 공매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캠코는 공매 처분 전 단계인 압류에 대해 대법원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만큼, 이번 이순자씨의 1심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항소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연희동 집 별채에 대한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별채 건물과 땅은 전씨의 셋째 며느리 이윤혜씨 명의로 돼 있다. 이윤혜씨도 캠코를 상대로 공매처분 취소소송을 냈으나, 1·2심은 모두 이 부동산이 조성된 시기(2003년) 등을 고려하면 전씨의 불법재산이라고 보고 공매는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이윤혜씨가 상고하면서 이 사건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게 됐다. 신민정 기자

이용수 할머니·정의기억연대 등

극우보수단체 종로경찰서에 고소∙고발

윤 당선자 성노예제 문제 해결 방식에 우려도

 

16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 방해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참가자 명예훼손과 모욕에 대한 극우 역사부정 단체 고소∙고발 기자회견'이 끝난 뒤 참가자들이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와 정의기억연대, 민족문제연구소, 평화나비 네트워크 등이 일본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 방해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참가자 명예훼손과 모욕에 대해 극우 보수단체 관계자와 유튜버를 경찰에 고소고발했다.

 

고소인들은 16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 고소·고발장 접수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어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들에게 2차 3차 가해를 행하는 등 대한민국의 역사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태를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고소·고발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한편 16일 낮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535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참가자들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10일 당선 기자회견에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 방식으로 밝힌 `그랜드 바겐 방식'에 대해 “정의로운 과거사 문제 해결에 대한 방안 없이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우선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윤 당선자는 후보 시절부터 “(일본군)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문제, 한-일 간의 안보협력이나 경제·무역 문제 이런 현안들을 전부 다 같이 하나의 테이블에 올려놓고 ‘그랜드 바겐’을 하는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김태형 기자

 

16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 방해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참가자 명예훼손과 모욕에 대한 극우 역사부정 단체 고소∙고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 방해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참가자 명예훼손과 모욕에 대한 극우 역사부정 단체 고소∙고발 기자회견'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열리고 있다.

16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 방해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참가자 명예훼손과 모욕에 대한 극우 역사부정 단체 고소∙고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16일 낮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535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시위가 열려 한 참석자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

16일 낮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535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시위가 열려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이 주간보고를 하고 있다.

16일 낮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에 프리지어가 놓여 있다.

 

선관위 상임위원단, 노정희 위원장 사퇴 요구

● COREA 2022. 3. 17. 03:04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선거 신뢰 훼손…자괴감 안겨줘”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7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관위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부실 관리 논란과 관련한 긴급위원회 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전국 시·도 선관위와 중앙선관위 소속 상임위원들이 16일 대선 사전투표 부실 관리 책임을 제기하며 노정희 중앙선관위원장에게 대국민 사과와 사퇴를 요구했다.

 

서울·부산·대구 등 시·도 선관위 상임위원과 중앙선관위 소속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상임위원 등 15명은 이날 ‘신뢰회복과 성공적 선거관리를 위한 상임위원단 건의문’이라는 글을 노 위원장에게 전달했다. 상임위원들은 “대외적으로 선거에 대한 신뢰를 훼손시키고 대내적으로는 직원들에게 자괴감과 절망을 안겨준 점에 대하여 상임위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한다”며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 대외적인 신뢰 회복을 위해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와 거취 표명이 필요하고, 사무총장의 사표가 조속히 처리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노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한 것이다. 앞서 이날 김세환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장관급)은 선거 부실관리의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상임위원들은 또 “6월1일 동시지방선거의 후보자 등록을 두 달 앞둔 현재 자부심과 긍지를 잃은 직원들은 공명선거 수호자의 사명을 잃고 실의에 빠졌고,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은 선거사무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며 “대내적인 조직안정과 지방선거의 성공적 관리를 위해 대통령선거 관리 부실 책임이 있는 간부의 즉각적인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선거사무종사자 수당 현실화 △중앙선관위 직원의 일선위원회 파견 △선거 장비의 전면 보수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노 위원장은 17일 소집한 긴급 중앙선관위원 회의에서 김 사무총장의 면직안 등 선거 부실관리 논란과 관련한 각종 사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자신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한편, 이날 김세환 사무총장의 사의 표명에는 아들 관련 채용 특혜 의혹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의 아들 김아무개씨는 강화군청에서 일하던 2020년 1월 인천시선관위로 이직했다. 당시 김 사무총장은 중앙선관위 사무차장이었다. 인천시선관위는 강화군을 포함해 구·군 선관위 선거관리 업무 등을 담당할 7급 이하 일반행정직을 경력 채용했는데 10여명이 지원했고 김씨는 최종 합격자 2명에 포함됐다. 김씨는 이직 여섯달 만인 그해 7월 7급으로 승진했다. 김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