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생중계로 가진 특별 기자회견서 밝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13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향해 여론조사 방식의 야권 후보 단일화를 전격 제안했다.

 

안 후보는 이날 유튜브 생중계로 열린 특별 기자회견에서 “정권교체 통한 구체제 종식과 국민통합을 통해 미래로 가자는 목표를 동시에 이루는 것은 어느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어렵다”며 “정권교체·구체제 종식과 국민통합의 길을 가기 위해 야권후보 단일화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어 “먼저 차기 정부의 국정 비전과 혁신과제를 국민 앞에 공동으로 발표하고 이행할 것을 약속한 후 여론조사 국민경선 통해 단일후보를 정하고 누가 후보가 되든 서로의 러닝메이트가 되면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다”며 국민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주장했다.

 

단일화를 전격 제안한 이유에 대해서는 “제가 완주한다고 그렇게 계속 이야기를 해도 정말 집요하게 단일화 꼬리만 붙이려고 하니 그렇다면 차라리 선제적으로 제안해서 국민 판단과 평가에 모든 것을 맡기고 제 길을 굳건하게 가는 게 안철수의 이름으로 정권교체 하는거라고 판단했다”며 “제 제안에 대한 윤 후보의 진정성 있는 화답 기대한다”고 윤 후보에게 공을 돌렸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중앙선관위 후보 등록에 앞서 13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뒤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당초 안 후보는 이날 오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직접 방문해 후보 등록을 한 뒤 특별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으나, 부인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피시아르(PCR) 검사를 위해 이동하며 기자회견 일정을 보류했다. 안 후보의 검사 결과가 이르면 이날 오후 나올 예정인 만큼,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가격리를 하면서 유튜브를 통해 입장을 발표한 것이다. 후보 등록은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이 대신했다.

 

안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솔직하게 사실 제 아내는 기저질환이 있다. 그런데도 제 선거운동을 돕고 의료봉사를 하다가 이렇게 된 것 같다”며 “생각보다 증세가 좋지 않아서 병원으로 이송 중이다. 남편으로서 너무 미안한 마음인데, 지금은 그저 잘 이겨내기를 바란다는 말밖에 할 수 없어서 미안하고 안타깝다”고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장나래 김가윤 기자

 

윤과 단일화? 이와 단일화? 대권 완주?…안철수의 선택은

 

 

양강 주자의 박빙 판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10% 안팎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안철수 후보의 행보는 초미의 관심사다.

 

윤·안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야권 입장에선 이 후보와 1대1 대결 구도를 구축하면서 안정적인 정권교체를 노려볼 수 있게 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단일화를 공개적으로 촉구하는 목소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단일화를 타진하기 위한 물밑 움직임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측이 '여론조사 단일화는 없다'면서 사실상 안 후보의 자신사퇴를 촉구하는 가운데 안 후보로서는 일방적인 중도하차를 받아들일 명분을 충분히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1차 데드라인'으로 꼽혔던 후보 등록일(13~14일)을 사실상 넘기면서 투표용지 인쇄 시작일(28일), 사전 투표일(3월 4~5일)이 주요 기점으로 거론된다.

 

민주당이 공동정부론 등을 고리로 안 후보에게 꾸준히 구애의 손길을 내미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이재명 후보로서는 실질적인 단일화 자체보다는 중도층의 마음을 얻고 야권후보 단일화를 차단하려는 포석도 깔린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 후보가 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와 연대할지도 또 다른 관심거리다.

 

안철수 단일화 재안에 윤석열 측 "국민요구 역행 위험…결단 내려주길"

 

여론조사 방식 사실상 거부…"지지율 격차 큰 상태서 야 분열책 악용 우려"

"열린 마음으로 야권통합 허심탄회한 논의"…안철수 거취 거듭 압박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측은 13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의 야권 단일화 제안과 관련해 "'국민 경선'이라 지칭해 제안한 방식은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적 요구에 오히려 역행할 위험을 안고 있다"고 밝혔다.

 

선대본부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입장문을 통해 "안 후보가 밝힌 야권 통합 원칙은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적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긍정 평가한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통합 논의에 대해서는 긍정적 입장을 밝히면서도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 제안은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안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이뤄졌던 여론조사 경선 방식의 야권 단일화를 제안한 바 있다.

 

이 수석대변인은 "윤 후보와 안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큰 상태에서 정권교체를 바라지 않는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의 농간에 넘어가 야권 분열책으로 악용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여론조사 경선에서 여권 지지층이 의도적으로 안 후보에게 표를 던질 경우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는 '역선택'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이 수석대변인은 "안 후보가 정권교체라는 국민적 열망과 대의를 존중해 야권통합을 위한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며 "윤 후보는 열린 마음으로 안 후보와 야권통합을 위한 허심탄회한 논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의 배우자 김미경 교수의 코로나19 확진과 관련해서는 "쾌유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오늘부터 이틀간 후보 등록, 15일 0시부터 22일간 공식 선거운동 돌입

배우자 리스크 등 네거티브 공세도 변수…2030세대· 중도층 잡기 관건

 

'적폐 수사' '신천지 등 무속' 논란 부상 속 여야, 지지층 총 결집에 사활

 

토론회 전 포즈 취하는 대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왼쪽부터)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 방송 6개사 공동 주관 2022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차기 정권을 향한 대권 쟁탈전이 13일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3월9일 실시되는 제20대 대선은 '양강'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간 대혼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어 남은 기간 정권 재창출이냐 정권 교체냐를 놓고 여야간 명운을 건 총력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대선 D-24일인 이날 일제히 후보등록을 하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15일부터 22일간의 피말리는 대혈전에 돌입한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이날부터 이틀간 후보자 등록신청을 거쳐 15일 0시부터 내달 8일 자정까지 22일간 공식 선거운동이 이어진다. 공식 선거전 기간에는 자동차와 확성장치를 이용한 공개장소 연설·대담, 거리 현수막 게시 등이 가능해진다. 여야는 선거운동이 개시되자마자 총력 유세전에 들어간다.

 

투표일까지 한 달이 채 남지 않았지만, 선거 전문가들조차 "이렇게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선거는 처음 본다"고 분석할 정도로 안갯속 판세다.

 

안 후보가 이날 후보등록 절차를 예정대로 밟으면서 단일화의 1차 데드라인을 넘길 공산이 커진 가운데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심상정 후보의 4자 구도는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양강 구도로 좁혀지는 모습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윤 후보가 35∼40% 선에서 박빙 경합하는 가운데 안 후보는 10% 안팎, 심 후보는 4~5%의 지지율에 머물러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가 오차범위 밖 격차를 보이는 결과가 나오기도 하지만, 안정적인 우위를 유지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후보 단일화가 막판 판도를 뒤흔들 최대 변수로 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만약 야권후보 단일화가 성사된다면 안 후보에게 분산돼 있던 중도층 여론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현재의 팽팽한 균형이 무너질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윤 후보 측이 여론조사 방식보다는 후보간 담판에 따른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사실상 안 후보의 자진사퇴를 압박하는 가운데 안 후보 측은 일단 완주 입장을 밝히고 있다.

 

당장 안 후보는 후보등록 첫날인 이날 직접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 후보 등록을 하고 완주 의지를 밝히면서도 이날 야권 단일화를 제안, 그 속내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 후보 측도 통합정부·국민내각론 등을 내세워 단일화 등 안 후보와의 공조 여지를 열어두고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새로운 물결' 김동연 후보도 이날 후보등록을 하는 가운데 민주당은 김 후보와의 연대도 염두에 두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한 이후로도 '밀당'을 거쳐 단일화가 극적으로 성사될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리얼미터 배철호 수석전문위원은 "단일화는 '플러스 알파(+α)'가 될 수도 있지만 '마이너스 베타(-β)'가 될 수도 있다"며 "단순히 권력을 잡아야 한다는 목적을 떠나 단일화가 왜 필요한지 국민을 납득시킬 명분이 있느냐가 결과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강 후보가 나란히 본인과 배우자를 둘러싸고 각종 의혹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이 후보는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인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완전히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부인 김혜경 씨를 둘러싸고 '과잉 의전'을 비롯한 각종 논란이 거듭 제기돼 부부가 모두 고개를 숙여야 했다.

 

윤 후보 역시 여권에서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비리'라고 이름 붙인 각종 의혹 공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인 김건희 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등의 사법 리스크는 물론이고 '7시간 통화' 등을 두고 여권의 집중 타깃이 되면서 아직 등판하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윤 후보와 김건희 씨의 무속심취 논란도 최근 신천지 유착의혹과 함께 유권자들의 투표향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번 대선에서 네거티브 선거전의 주역으로 떠오른 진영별 유튜브 채널 등이 공식 선거운동 이후 상대 진영 후보와 관련해 준비해온 새로운 의혹을 추가로 폭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된다.

 

다만 이런 폭로전이 상대 후보에게 명중할지, 아니면 불발탄이 되거나 오히려 역풍만 불러일으키며 아군에 피해를 주는 오발탄이 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이 밖에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 상황, 최소 3차례 예정된 TV토론 등도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코로나 방역 상황 악화로 인해 대규모 유세와 같은 세몰이가 어려워진 각 진영은 비대면 접촉을 최대한 늘려 효과적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이런 상황인 만큼 TV토론을 통한 '공중전'의 중요성도 커졌다.

 

지난 11일 밤 진행된 2차 TV토론에서는 후보들이 배우자 의혹을 포함한 서로의 아킬레스건을 집중적으로 공략, 향후 더욱 뜨거워질 공방을 예고했다.

 

최근 윤 후보의 '전(前)정권 적폐 수사' 발언에 문재인 대통령이 사과를 요구하면서 떠오른 현직 대통령과 야당 후보 간 초유의 대치 전선도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랐다.

 

이 후보 측은 이를 '정치 보복 선언'으로 규정하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트라우마를 자극하며 친문 등 범여권 세력의 규합에 나선 모습이다.

 

반대로 윤 후보 측은 대통령의 선거 개입이라고 역공하며 '문 대 윤' 구도를 부각, 정권교체 여론 결집의 계기로 만들 태세다.

 

이처럼 양 진영의 지지층이 총결집하는 가운데 최종 승자를 가릴 열쇠로는 관망하는 중도층의 선택이 꼽힌다. 특히 2030세대의 표심은 대선의 최대 관심사가 됐다.

 

각 후보는 각자 다른 전략으로 중도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 후보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이라는 콘셉트로 행정가로서 보여준 역량을 강조하면서 이념보다는 실리에 민감한 2030세대와 중도층에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윤 후보는 '이대남(20대남성)'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설정해 지지기반으로 삼는 동시에 55%를 넘나드는 정권 교체론을 온전히 흡수하는 전략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이다.

 

안 후보는 거대 양당의 네거티브 선거전을 비판하며 국민 통합을 이룰 제3후보라는 점을, 심 후보 역시 노동·여성·인권 등 의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대안 후보로서의 존재감을 부각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여야 대선후보들, 첫 날 일제히 선관위에 후보등록

4인 모두 대리등록…2030 등 상징성 인물이 대리도

 

후보등록 첫날 D-24 표시된 중앙선관위 안내판=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 등록 첫날인 13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로비 안내판에 D-24가 표시돼 있다.

 

여야 대선후보들이 제20대 대통령 후보자 등록 첫날인 13일 일제히 중앙선관위 후보 등록을 마쳤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이날 오전 9시에 국제 보건 전문가이자 영입 인재인 차지호 카이스트 교수와 '만 18세 생애 최초 투표자'인 남진희 광주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후보 등록을 했다.

 

차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 국경없는의사회, 휴먼라이츠워치 등에서 북한 및 기타 국제 분쟁 지역의 보건의료 위기에 대응하는 연구를 해온 바 있다. 민주당은 지난 4일 차 교수 영입을 발표하며 그를 선대위 산하 팬데믹 국제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이 후보가 대리인으로 차 교수와 남 위원장을 선택한 것은 코로나19 극복 의지를 피력하며 '준비된 대통령'의 의미를 부각하는 한편, 2030 세대의 표심을 공략하려는 뜻으로 읽힌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도 대리인을 통해 후보 등록을 마쳤다.

 

윤 후보의 대리인으로는 이철규 당 전략기획부총장과 서일준 후보 비서실장이 나왔다. 이들은 오전 10시께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를 찾아 '2(기호) 국민이 키운 윤석열 내일을 바꾸는 대통령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등록신청서'라고 쓰인 봉투를 제출했다.

 

당내 인사, 특히 후보의 전략을 책임지는 측근들을 대리인으로 내세운 셈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이 오전 9시 과천청사에서 대리 등록을 했다.

 

애초 안 후보는 직접 후보 등록을 할 계획이었으나, 배우자 김미경 씨가 오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음에 따라 이 사무총장이 대리 등록했다.

 

심 후보는 오전 9시30분 '불평등 해결, 기후 정의, 차별 금지'를 상징하는 라이더 배달 청년 노동자, 태안화력발전소 청년 노동자, 정신보건 청년 노동자 등 3명의 2030 청년들을 대리인으로 앞세워 후보 등록을 마쳤다.

 

이밖에 새로운 물결 김동연 후보는 오전 11시에 아내 정우영 씨와 함께 직접 선관위를 찾아 후보 등록을 했다.

[한겨레S] 이라영의 비평

고통의 언어는 몰라도 되는 그들

 

대선 토론 RE100, 택소노미 논란, 기후위기는 삶과 직결되는 문제

한가로운 윤리적 걱정이 아닌데 정치인들 왜 ‘모른다’며 외면하나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KBS) 공개홀에서 열린 2022 대선 후보 토론에서 후보들이 리허설 준비를 하고 있다. 이날 토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기후위기 의제 관련 용어를 이해하지 못해 논란이 됐다.

 

넷플릭스 드라마 <디피>(D.P.)에서 황장수는 안준호가 받은 어머니의 편지를 빼앗아 읽으며 틀린 맞춤법을 조롱한다. 월급이 5만원 올라 기뻐하는 저임금 노동자가 아들에게 보내는 지극히 사적인 편지에 적힌, 사소한 맞춤법 오류가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정확하지 않은 맞춤법은 교육 수준과 경제적 상황까지 포괄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로 쓰인다. 극 중 악역인 황장수는 이 점을 놓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준호를 놀린다.

 

“들어본 적 없다”는 당당함

 

역대 정치인들은 맞춤법 오류와 비문 모음집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숱하게 틀린 문법을 곳곳에 남겼다. 공적 행보에서 모국어 맞춤법을 틀려도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저임금 노동자의 맞춤법 오류는 놀림거리가 된다. 심지어 모국어를 넘어, 업무와 무관한 외국어 능력으로 생계에 타격을 받는 사람도 있다.

 

지난해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과로사했다. 관리자는 청소노동자들에게 영어와 한자 시험을 치르게 했고, 점수를 공개해 노동자들을 곤혹스럽게 했다고 알려졌다. 지난해 서울 중구에 있는 세종호텔에서는 전 직원에게 외국어 능력 시험을 요구했다. 외국어와 무관한 근무를 하는 조리사와 식기 세척 노동자들에게도 ‘합리적이고 공정한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을 위한 기준’을 적용하며 해고를 정당화했다. 이때 언어는 직무 능력 평가 도구라기보다는 계급을 가르는 상징적 도구로 활용될 뿐이다. 이 잣대는 과연 공정한가.

 

무언가를 모르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수치심을 주는 차원을 넘어 업무와 상관없음에도 부당한 해고의 명분이 된다. 그러나 권력자의 무지는 무지의 권력으로 작동한다. 방명록에 적는 틀린 맞춤법 정도는 사소한 일이다. 시대의 흐름을 읽어야 하는 정책 결정권자가 관련 개념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면 차원이 달라진다.

 

‘처음 듣는 말’이 무엇인지는 때로 그 사람의 위치를 보여준다. 2017년 자유한국당에서 마련한 한 토론회에서 당시 홍준표 대표는 “젠더 폭력이라고 하는 게 선뜻 이해가 안 가는데, 예를 들어 말해 달라”고 했다. 설명을 들은 뒤에도 그는 “처음 듣는 말”이라며 “젠더가 뭔가”라고 재차 물었다. 누군가에게는 삶에 직결된 문제이기에 이 언어가 들리지만, 누군가의 귀에는 삶의 주파수가 맞지 않아 들리지 않는 것이다.

 

2022년 첫 대선 후보 토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유럽연합(EU) ‘택소노미’(청정에너지에 대한 금융 투자 지원을 하는 녹색 분류 체계) 등을 이해하지 못해 논란이 일었다. 일반인들은 모를 수 있다. 그러나 대선 후보가 너무 당당하게 “들어본 적 없으니까”라고 말한다면 어떨까. 그는 RE100과 택소노미를 몰라도 “탈원전 백지화, 원전 최강국 건설”이라고 페이스북에 적을 정도로 원전 정책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물론 이 두 개념이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절대적 기준도 아니며, 이에 대한 논의는 별도의 문제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담론을 몰라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친원전 정책을 주장하는 지점이 위험하다. 우리 삶이 직면한 심각한 문제에 대통령 후보가 어떤 관심과 태도를 갖추고 있는지 드러냈기 때문에 문제라는 것이다. 잘 이해하지 못한 용어가 주로 기후위기 의제라는 점은 우연이 아니다.

 

더 심각한 건 이러한 무지에 대한 당당함이다. 윤 후보는 토론 다음날 “대통령이 될 사람이 RE100이나 이런 것을 모를 수도 있는 거 아닌가”라고 항변했다. 젠더와 기후위기 관련 의제에 대한 무지를 정치인들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불과 몇달 전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구 온도를 “지금보다 1.5도 낮추지 못하면 파국”이라고 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가 맺은 파리협정에서 말하는 “산업화 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1.5도로 제한하자”는 기후위기 해법과 다른 주장인 것이다. 정치인들은 기후위기를 부차적인 것, 알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몰라도 된다”며 우길 일 아니야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직무와 무관한 능력을 검증받으며 억울한 상황에 처하는 노동자들이 있는 반면, 알아야 하는 사람들은 당당하게 모르거나 몰라도 된다 우긴다. 더 문제적인 현상은, ‘나도 몰랐다’며 그 모름을 옹호하는 목소리다. 이 무지의 공동체가 우려스럽다. 각종 혐오 단어는 꿰고 있지만 ‘명징’, ‘직조’, ‘사흘’ 등의 말에 대해선 ‘나도 모르는 말’을 쓴다고 오히려 화를 내던 목소리들은 매우 불길한 징후였다.

 

기후위기 의제는 한가로운 윤리적 걱정이 아니라 밥상에서 외교까지 촘촘히 연결된 현실적인 문제다. 더불어 농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생계와 직결되어 있다. 농어민의 이야기를 조금만 들어봐도 날씨 때문에, 수온이 올라가,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비가 너무 자주 와서, 품종을 바꿔야 하고, 어획량이 줄었고, 기온이 높아져서 등의 하소연을 들을 수 있다. 외국어 하나 섞여 있지 않은 생활 언어로 이야기해도 많은 사람들이 이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

 

‘어려운 말’이 문제가 아니다. 암호화폐, 가상세계 관련 언어들도 어렵긴 마찬가지이지 않나. 그러나 이 언어들을 두고 모르는 말을 쓴다며 시비를 걸진 않는다. 메타버스와 엔에프티(NFT)를 모르면 ‘뒤처진’ 사람이라는 분위기이기에 많은 사람이 이 흐름을 이해하는 척이라도 한다. 성장과 투자의 언어는 환영받지만 삶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언어는 외면받는다.

 

정치학자 엘빈 T. 림은 2008년 출간한 <반지성적 대통령>에서 1790년부터 2006년까지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연설을 중심으로 수사를 분석했다. 림에 따르면 대통령들의 수사는 점점 가독성이 높아졌으나 지적으로는 하락했고 감정에 호소하는 방식이 늘어났다. 어느 정도 단계까지는 단순한 언어가 민주적 참여를 늘리는 데 기여하지만, 어느 시점을 지나면 의미 있는 논의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림은 주장했다. 2016년 트럼프의 당선은 이러한 토양 속에서 가능했을 것이다. 몰라도 되는 권력이 구사하는 단순하고 감정적인 언어, 이에 호응하는 무지의 공동체 속에서 자라난 무지의 권력이다. <이라영 예술 사회학자 >

윤, 대장동·백현동·두산부지 등 잇단 공세

이 “난 공익환수 설계, 국힘은 배임 설계”

 

이,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 반격 “이게 공정이냐”

윤 “경선 당시 계좌도 공개…드러난 문제 없어”

 

11일 오후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방송 6개사 공동 주관 ‘2022 대선후보 초청 토론’에서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1일 열린 20대 대선 두번째 텔레비전(TV) 토론회에서 대장동·백현동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을 정면으로 꺼내 들며 강하게 맞붙었다. 윤 후보는 “대장동에서 나온 8500억원이 도대체 어디로 흘러갔느냐”며 특혜 의혹을 거듭 제기했고, 이 후보는 윤 후보의 잇단 공세에 “검사가 왜 그러나”라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파고들었다.

 

대선을 26일 앞둔 이날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 방송 6개사 공동주관 토론회에서 두 후보는 ‘2030 청년 정책’이란 첫 주제 토론 시간부터 서로를 둘러싼 각종 논란을 언급하며 난타전을 벌였다. 윤 후보는 청년 주택 정책에 대한 질의 중 “임대주택 100만호를 말씀하셨는데 대장동 개발에서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팔면서 6.7%만 임대주택을 짓고, 백현동에 1200세대 아파트를 허가해주면서 임대주택 비율을 10분의 1로 줄였다. 대선 공약과 너무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청년 주택 문제 해소 방안에 대해 언급한 뒤 관계없는 대장동과 백현동 의혹을 꺼내 든 것이다. 이 후보는 “(대장동 사안은) 후임 시장이 있을 때 벌어진 일인데 객관적 결과적으로 보더라도 거의 동일한 수준이 공급됐다. 임대가 아니고 공공주택으로 바뀐 것이다. 오해 없기 바란다”고 답했다.

 

윤 후보는 이어 백현동 식품연구원 부지의 개발 특혜 의혹과 두산그룹 병원부지 상업용지 용도 변경 의혹도 정조준하며 “(특혜가) 누구에게 갔는지 밝혀달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윤 후보도 새만금 가서 원가로 토지 공급해주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나”라며 “윤 후보가 하면 기업 유치고, 제가 하면 특혜냐”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자금 추적을 경찰이 다 했다. 사실이 아닌 것을 가지고. 검사가 왜 그러나. 사실관계를 이야기해야지”라고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이 후보는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꺼내며 반격을 시도했다. 이 후보는 “주가조작은 피해자가 많이 발생하고, ‘공정’과 전혀 상관이 없는데 이 점을 설명하라”고 질의했다. 윤 후보는 “이 후보가 연루된 대장동 게이트에 비해 작은 사건임에도 훨씬 더 많은 (수사) 인원을 투입했고 아직 문제가 드러난 것이 없다. 경선 당시 계좌도 공개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박영수 전 특검 딸, 곽상도 전 의원 아들이 돈을 받았다. 윤 후보님 아버님 집을 (대장동 관계자에게) 팔았다. 저는 공익환수를 설계하고, 국민의힘은 배임을 설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윤 후보가 검찰총장이던 2020년 3월,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된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지 않은 문제를 두고도 두 후보 간 설전이 이어졌다. 이 후보는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보건복지부 의견을 받아 압수수색을 하라고 했다는데 하지 않았다”며 윤 후보와 신천지 사이 연결고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윤 후보는 “복지부에서 30만명이 되는 신천지 신도가 반발할 경우 관리가 안 되니 강제수사를 조금만 미뤄달라고 해서 중대본과 함께 수사관을 대거 투입했다. 압수수색보다 광범위한 범위로 신천지 서버를 들어내 중대본에 보내고 대검찰청에 디지털수사관들을 한달간 붙여서 포렌식 해서 넘겼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압수수색 지시를 언론에 공개했다. 그때 대검에 있는 간부들이 추 장관에게 ‘총장이 압수수색을 할 건데 장관께서 선수를 치십시오’라고 한 모양”이라며 “완전히 코미디 같은 쇼다. 다 웃었다”고 맞섰다. 김미나 김해정 기자

 

윤 “김건희 계좌 다 공개했다”… 2011~2012는 비공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공방 윤석열 후보 거짓말

 

한국기자협회 주최·방송 6개사 공동 주관 2022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

 

이재명 (윤 후보에게) “부인께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연루됐다는 말이 많은데, 윤 후보가 얼마 전에 (2010년) 5월 이후로 거래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그 후에도 거래를 수없이 수십차례 했다는 기록이 있지 않습니까.”

 

윤석열 “검찰에서 2년 이상 관련된 계좌와 관계자들을 별건에 별건을 거듭해가며 조사를 했고, 이 후보가 연루된 대장동 게이트에 비해서 작은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훨씬 더 검찰에서 연인원을 투입해서 (수사)했고, 아직까지 문제점이 드러난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2010년 5월까지 했다는 것은 재작년에 유출된 (경찰)첩보에 등장하는 인물과의 거래가 그랬다고 말씀드렸고, 벌써 제가 경선 당시에도 계좌까지 전부 다 공개를 했습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11일 열린 대선 후보 초청 4자 토론회에서 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계좌 거래 내역을 전부 공개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부인께서 (2010년) 5월 이후 거래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이후에도 거래를 수십차례 했다는 기록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하지만 윤 후보 쪽이 지난해 10월 경선 과정에서 김씨의 주가조작 의혹을 부인하며 공개한 거래 내역은 도이치모터스가 상장된 2009년 1월~2010년 12월까지 김씨의 신한금융투자 증권계좌 거래내역이었다. 당시 윤 후보 쪽은 “2010년 1월 이아무개씨에게 신한증권 계좌를 일임하고 4개월 정도 맡겼으나 4천만원 손실을 봤다. 2010년 5월 관계를 끊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주가조작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2011~12년 계좌 내역도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윤 후보 쪽은 “그때는 주식거래를 하지 않았다”며 공개를 거부한 바 있다.

 

1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윤 후보 해명과 달리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부장 조주연)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 이뤄졌다고 판단한 2009년 12월~2012년 12월 사이 김건희씨 명의 증권계좌들에서 도이치모터스 주식 146만주가 거래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액으로는 50억원 정도다. 이번에 드러난 증권계좌들은 김씨가 주가조작 ‘선수’ 이아무개(구속기소)씨에게 맡겼던 신한증권 계좌와는 다른 것들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방송>(KBS)은 2010년 10월~2011년 3월 윤 후보 쪽이 공개한 신한증권 계좌가 아닌 김씨 명의 대신·미래에셋 등 계좌를 통해 도이치모터스 주식거래가 40여차례 있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 거래를 매수자와 매도자가 주식거래 전에 가격과 시기 등을 짜고 매매하는 주가조작 수법인 ‘통정거래’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는 이날 대선 후보 초청 4자 토론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한 부인의 증권 계좌 거래 내역을 모두 공개한 것처럼 말했지만, 2010년 12월 이후 부터 2012년 12월까지 약 2년여간 김씨가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거래한 계좌 내역은 공개한 바 없다. 손현수 기자

 

이재명 “윤석열, 자신 중용한 대통령도 정치보복 의사 표명”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때 표 된다지만 그럴 생각 없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방송 6개사 공동 주관 ''2022 대선후보 초청 토론''에서 방송 준비를 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윤석열 후보가 자기를 중용해 준 대통령에 대해서도 공공연하게 정치 보복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위협까지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한 대선후보 티브이(TV) 토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정치개혁’을 화두로 주도권 토론을 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말했다. 윤 후보의 ‘문재인 정권 적폐 수사 발언’을 겨냥해 이같이 말했다. 이 후보는 “저한테도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를 해라 그러면 표 된다는 주장이 많긴 하지만, 저는 그렇게 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문재인 정부, 우리 민주당 정부의 일원이기 때문에 잘한 것은 승계하고, 부족한 것은 채우고, 또 잘못된 것은 고치고 필요한 것은 더해서 더 진화된 정부를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 9일 공개된 언론 인터뷰에서 ‘집권하면 적폐 수사를 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해야죠. 해야죠. (수사가) 돼야죠”라며 “지금 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느냐”고 말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현 정부를 근거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 윤 후보의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심우삼 기자

 

가짜뉴스 해결책…이재명 ‘자율 규제’, 윤석열 ‘혹독한 법적 책임’

    대선 후보 2차 토론회 언론 분야 공통질문 답변

 

11일 저녁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방송 6개사 공동 주관 '2022 대선후보 초청 토론'에서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각 당 대선 후보들은 11일 열린 2차 티브이(TV) 토론회에서 가짜뉴스와 언론중재법 등에 대해 국가와 민간이 어느 정도 관여할지를 두고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강력한 자율규제 시스템’에 방점을 찍었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가짜뉴스에 대해 ‘사법적인 절차와 책임’을 강조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여당이 추진했던 언론중재법에 대한 반대를 확인했다.

 

이날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 방송 6개사 공동 주관으로 열린 ‘2022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선 4명의 후보들이 김동훈 기자협회장으로부터 언론 분야 공통 질문을 받았다. 김 회장은 “기자협회와 언론노조 등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대안으로 언론 스스로 언론 허위조작정보를 가려내고 언론 피해자들의 피해구제를 빨리 할 수 있도록 하는 통합형 언론자율규제기구를 추진하고 있다”며 후보들의 의견을 물었다.

 

이에 대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언론들의 가짜뉴스는 정말 민주주의에서 주권자의 의사형성을 훼손하는 절대 용서할 수 없는 나쁜 행위”라면서 “엄정한 책임이 가해져야 되겠지만 한편으로 자율규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면 그것 역시 바람직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반드시 형사 제재를 통해서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강력한 자율규제 시스템을 갖추어서 가짜뉴스들이 없도록, 그런 언론을 이용한 이익을 얻거나 이런 행위가 없으면 좋겠다”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언론 보도가 진실이냐 아니냐의 문제를 어떤 행정기구에서 하는 것보다 사법적인 절차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에 준하는 준사법적인 언론중재기구를 통해서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윤 후보는 “우리나라는 여기에 대한 사법적 재단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이러한 문제가 생겼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법적 사법적 절차에 따라서 철저하고 혹독하게 책임을 물어왔다면 아마 지금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는 “언론은 자유민주주의의 파수꾼”이라면서도 ‘혹독한 책임’을 강조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언론보도의 피해를 입은 시민들에 대한 실효성 있는 보호방안과 함께 언론에 권력감시기능이 위축되지 않는 그런 언론중재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언론중재법 폐기는 당연하다”고 했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언론과 어떻게 소통할지 묻는 질문에 심상정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주 1회 기자들과 만나겠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는 “당연히 정기적으로 언론과의 소통을 해야 하고 국민에게 보고하겠다”고 했다. 이완 기자

 

윤-이 “비과학적 방역” “그만하면 성공적”…청년 LTV완화 공방도

대선 후보 2차 토론회…현정부 방역평가·청년주택 정책 공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 방송 6개사 공동 주관 2022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토론하고 있다.

 

11일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 대선 후보 2차 토론회에서, 각 후보들은 정부의 코로나 19 방역 정책 평가에 엇갈린 평가를 하며 이견을 드러냈다.

 

이 후보는 이날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 방역이 성공인가, 실패인가’를 묻는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의 질문에 “부족한 점이 없을 수 없겠지만, 지금까지 봐서 성공적으로 잘 버텨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이제는 바꿔야 한다. 현장방역 의견이 잘 관철이 안되더라”며 ”원천봉쇄 보다는 유연하게 풀어가면서 중증 환자 대응을 중심으로 하는게 맞는데 속도가 느린게 문제”라고 답했다. 그러자 안 후보는 ”한마디로 말해 저 안철수의 제언을 듣지 않은 게 실패 원인”이라면서 “재작년 1월26일 우한폐렴이 메르스보다 심각하다고 했을 때 1월31일 문 대통령은 가짜뉴스를 퍼뜨리지 말라고 했다. 윤 후보는 코로나19를 ‘우한 바이러스’로 표현하고, 중국인 입국 금지 등을 언급하며 반중 정서를 자극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윤 후보는 “(정부가) 전문가의 이야기를 안들었다”며 “재작년 구정 전에 대한의사협회에서 6차례에 걸쳐 우한 바이러스 때문에 중국인의 입국을 막으라고 여섯차례에 걸쳐서 정부에 간곡히 첨언을 했는데 다 무시됐다”고 주장했다. 또 “한정된 의료자원으로 중증환자 발생시 어떤 사람부터 (치료할지)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데 이런 게 안 되는 게 데이터 관리가 안 됐다”며 “주먹구구식 비과학적인 방역으로 많은 자영업자, 소상공인이 피해를 많이 봤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선의 ‘최대 승부처’인 청년을 대상으로 한 정책을 놓고도 후보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청년기본소득’을 두고 이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간에 설전이 이어졌다. 선공은 안철수 후보가 날렸다. 안 후보가 “청년이 원하는 건 주거와 일자리다. (청년기본소득 예산) 7조원을 청년주택 마련에 쓰는 게 중요한 게 아닌가”라고 묻자, 이 후보는 “주택 문제는 별도로 해결해야 한다”며 “(청년들이) 우선 분양받거나 공급받을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응수했다. 안 후보가 “많으면 300조원의 예산이 기본주택에 든다. 그게 우리나라 예산의 절반인데 막대한 돈을 어디서 구할 수 있나”라고 재반박하자, 이 후보는 “300조가 든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건 현금으로 지을 때다. 이건 현금으로 짓는 게 아니고 보증금, 주택보증기금도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많이 들지는 않는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안 후보는 “보증금만으로는 안 된다. 분양한다면 이해하겠지만 그것 자체가 대출이니 문제가 된다”고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 후보도 “아버지 부양하는 2만원이 없어서 유기치사죄로 처벌받는 청년도 있다”며 “기본소득이 있었다면 공장을 다니면서 고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끝까지 맞섰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를 놓고는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공격수로 이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동시에 공격했다. 심 후보가 “이 후보와 윤 후보가 청년 생애최초주택 구입자에게 엘티브이를 최대 80∼90%까지 해주겠다고 했다. 서울 평균 집값이 12억원인데 (최대) 9억원을 대출하면 30년 만기로 해도 원리금이 330만원쯤 된다”며 포문을 열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고려할 때 연봉 1억원 이상의 고소득 청년만 혜택을 본다며 두 후보를 압박한 것이다. 이 후보는 “건축원가, 현재 시세의 절반인 분양가로 하겠다는 것이다. 신규주택 공급의 30%를 (청년들에게) 보장하는데 분양가의 90%를 대출해준다는 것”이라며 “20평은 2억∼3억, 3억원대”라고 답했다. 이에 심 후보가 “어느 지역에 (그 가격에) 20평짜리가 있느냐”고 반문했고, 이 후보는 “김포에 있다”고 답하며 두 후보의 입씨름이 한 동안 이어졌다. 윤 후보는 같은 질문에 “심 후보가 잘못 알고 있다. 수도권, 서울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청년주택을 신도시, 지티엑스(GTX)가 있는 데 짓겠다고 했고, 그걸 계산하면 월 101만원으로 계산된다”며 “이것 자체가 하나의 자산으로 축적되기에 그렇게 문제가 있는 제도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윤 후보의 ‘주 120시간 노동’ 실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후보는 윤 후보에게 “크런치 타임으로 과로사한 청년이 있다. 120시간은 말도 안 된다”며 “노동시간 단축 의견을 듣고 싶다”고 물었고, 윤 후보는 “노동시간 단축하면 싫어할 사람이 없지만 우리 경제산업의 현실을 감안해서 해야 될 문제”라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이재명은 친중·친북·반미”…“윤석열은 법률가가 허위주장 너무 많아”

  대북 문제 ·종전선언 놓고 수위 높여 

  윤 “지금이 종전상태라 생각하나”

  이 “군사 긴장 도발하면 안될 일”

 

윤, 사드 추가배치 지역 질문엔  “수도권 방어 유리한 곳” 즉답 피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왼쪽부터)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 방송 6개사 공동 주관 2022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11일 대선주자 2차 티브이(TV) 토론회에서 안보관을 두고 시각차를 드러내며 논쟁을 벌였다.

 

윤 후보는 외교안보 부문 주도권 토론에서 이 후보에게 “종전선언을 해야 된다고 주장을 하는데 지금이 종전 상태라고 생각하나. 딱 결론만 먼저 얘기해달라”며 선제공격에 나섰다. 윤 후보는 “휴전선을 중심으로 해서 40개 사단이 대치해 있고, 방사포, 장사정포, 미사일 기지가 구축돼 있다”며 “사실상의 종전이라고 본다면 참 큰 시각의 차이다. 전쟁억지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이 후보는 “윤 후보의 발언을 보면 전쟁을 피하고 평화를 만들려는 노력보다는 어떻게든지 이 대립을 격화시키려는 의지가 읽어지는 것 같아서 참으로 안타깝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되받았다. 그는 “전쟁에서 이기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전쟁에서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더 중요하고 더 중요한 건 싸우지 않아도 될 상태를 만드는 것”이라며 “상대가 현실적으로 있는데 선제타격하겠다는 이런 소리 해서 군사 긴장을 도발하고 그러면 안 되는 것이다. 국가지도자는 최소한 그래야 된다”고 말했다.

 

토론이 진행되면서 발언 수위도 높아졌다. 윤 후보는 “(이 후보가) 통일 문제에 대해서도 ‘통일이 필요 없다, 시간이 늦었다, 지금 이 상태를 고착화시키자, 이게 사실상 잘 지내면 통일 아니냐는 얘기인가, 북한 핵 인정해주자, 북핵을 막는 3축 체제가 필요 없다’고 했다”며 “(이 후보의 태도가) 결국은 친중, 친북, 반미라는 어떤 이념적 지향에서 단단히 서 있는 것이지 국가 안보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전쟁억지력과는 거리가 먼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명색이 법률가이신데 허위 주장을 너무 많이 하신다. 어떻게 거짓말로 상대방에게 질문할 수 있나 의심스럽다”며 맞받았다. 이 후보는 “정치 지도자가 군사령관이나 할 소리를 너무 쉽게 한다”며 “군사적 긴장을 유발해 한반도의 전쟁 위기가 닥치면 어떻게 할 것이냐. 군사잡지에서 한반도 전쟁 발발 가능성이 커지는 원인 중 하나가 윤 후보라는 것 봤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윤 후보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추가로 어디 배치할 것이냐는 이 후보의 물음에 “그건 군사 전략, 전술적인 것이다. 가장 수도권 방어에 유리한 위치에 있는 지점을 선택해야 된다”며 명확한 지점에 대해서는 얼버무렸다. 배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