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방송으로 지지자 달래기 나서

‘다당제, 결선투표’ 등 정치개혁 약속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유튜브 채널 갈무리

 

“손가락 자르시겠네요.”

 

4일 유튜브 방송 카메라 앞에 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채팅창에 올라온 댓글들을 읽으며 “제 가슴을 찌른다”고 말했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제가 모자란 탓에 보답을 못 해드린 것 같아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한 뒤 “제 모든 걸 바쳐서 어떻게든 국민을 통합시키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날 오후 6시 ‘안철수 소통 라이브’ 방송을 통해 지지자들과 만났다. 그는 지난달 23~28일에 자신에게 투표한 재외국민 지지자들에게 사과부터 했다. 안 대표는 “해외에서 그 먼길을 찾아서 저에게 투표해주셨던 분들, 그리고 또 제 딸도 해외에서 제게 투표를 했다”며 성난 지지자들을 달랬다. 안 대표는 “돌아가신 손평오 위원장님 등 정말 많은 응원을 해주셨다. 제가 모자란 탓에 보답을 못해드린 것 같다”고도 했다. 고 손평오 위원장은 지난달 15일 충남 지역에서 유세차량 사고로 숨졌다. 안 대표는 지난달 18일 그의 영결식에서 “어떤 풍파에도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함으로써 동지의 뜻을 받들겠다. 결코 굴하지 않겠다”며 완주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안 대표는 그러나 윤석열 후보 지지를 위해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유지를 받든다는 말도 거짓이었냐’는 비판에 직면한 상태다.

 

안 대표는 방송 중 채팅창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댓글들을 읽으며 “힘내라고 말씀드린 분 감사드리고, 그리고 또 비판의 말씀들 제가 제대로 마음에 새기겠다”고 했다. 또 ‘악성 소문을 퍼뜨리겠다’는 국민의힘 쪽 협박으로 단일화에 응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전부 가짜뉴스다. 제가 협박당할 일이 어딨겠나. 지난 10년간 양당에서 공격했는데 새로 나올 게 뭐가 있겠나”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이날 유튜브 스튜디오에는 안 후보의 오랜 지지자 2명이 출연해 쓴소리와 격려를 함께 전달했다. 이지혁씨는 “5년 후에 2027년 대선이 있다. 꼭 21대 대통령에 당선이 되셨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향순씨는 “(유세 팻말에) ‘안철수는 깨끗하다’는 사진과 함께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두당을 흙탕물 사진으로 표현했다. 그 흙탕물을 어떻게 정화시키면서 나가실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지지자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안 대표는 “지난 다섯번 티브이(TV) 토론을 통해서 (대선 후보들로부터) 두가지 합의를 이끌어냈다. 연금개혁을 하자는 것과 정치보복 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저는 앞으로 또 5년 이렇게 국민이 분열된 상태로 우리나라가 가면 우리나라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 제 모든 걸 바쳐서 어떻게든 국민을 통합시키는 일에 앞장서려고 한다”고 했다.

 

또 정치개혁을 위한 “중재 역할”을 자임하며 “다당제,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제, 대통령 권한 축소 이 세가지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했다.

 

성난 지지자들 달래기를 이날까지 이어간 안 대표는 5일부터 윤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다. 안 대표는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캠프 해단식을 진행하고 사전투표를 할 예정이다. 이어 오후 2시 30분께 경기도 이천에서 진행되는 윤 후보 유세에 합류할 예정이다. 오연서 기자

 

안철수 자필편지로 지지층 달래기? “정권교체 안 되는 상황 막아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4일 “단일화가 안 된 상태에서 자칫하면 그동안 제가 주장했던 정권교체가 되지 못하는 상황만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내용의 자필편지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전날 후보 사퇴에 따른 지지자들의 거센 반발을 다독이려 나선 것이다.

 

안 전 후보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자필편지는 A4 2장 분량이다. “저의 완주를 바라셨을 소중한 분들”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해 종이 2장을 빼곡히 채웠다. 안 대표는 “제가 저의 길을 가기를 바라는 많은 지지자분이 계신다. 특히 저의 독자 완주를 바라셨던 분들의 실망하시는 모습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며 “저를 지지하고 사랑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 부족한 저에게 무한한 사랑과 끝없는 지지를 보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적었다. 자신의 중도 사퇴에 허탈감을 느낄 지지자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한 것이다.

 

그는 이어 “세상을 바꾸고 싶어 시작한 정치였지만, 여전히 국민의 고통의 크기는 줄어들지 않음에 번민했고 고통스러웠다. 단일화 결단의 고민은 거기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정권교체를 위해 자신의 결단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안 대표는 “이렇게 제가 완주를 하지 못한다고 해서 결코 저의 길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저를 지지해주시고 사랑해주신 성원을 잊지 않고,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제 모든 것을 바치고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안 대표는 “저는 분명하게 약속했다. 지금까지 여러분들과 손잡고 함께 걸어온 길을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 함께 걸어갈 것이다. 지지해주시고 사랑해주신 분들이 꿈꾸는 나라,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며 “우리 국민들의 더 나은 삶, 더 행복한 삶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덧붙였다. 곽진산 기자

  

이재명 지지단체 "윤-안 단일화로 국민 배반, 투표장 가자"

들불 시민 의병단, 이재명 지지 선언하며 투표 독려

 

공식 선거 운동 첫날인 지난 15일 발족한 '들불 시민 의병단원' 등이 사전투표 첫날이 4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투표를 독려했다.

 

박승흡 들불 의병단장 등에 따르면, 이날 지지 선언에 이름을 올린 이는 보건의료인연대와 교육혁신연대, 에코문화연대, 문화예술연대 등 시민·사회·문화단체 회원 20만여 명이다.

 

선언식에는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최향순 무형문화재(승무), 이범헌 한국예총 회장, 정인대 중소상공인단체 중앙회 회장, 강무홍 어린이청소년책문화연대 대표, 임미령 사교육걱정없는 세상 영유아 사교육포럼 대표 등 5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비열한 정치 야합으로 국민을 배반하고 민심을 왜곡하며 우리 사회를 위기에 빠트리는 참혹한 상황에 우리는 놓여 있다"라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후보 단일화를 힐난했다.

 

이어 "무도한 부패 카르텔과 국민을 배신한 정치 야합에 맞서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으로 이들을 무너뜨리고, 이재명 후보와 국민과의 단일화로 필승의 길을 열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회주의 정치세력을 넘어 진정한 시민 시대로의 대전환을 이룰 것이고, 손에 손잡고 부패 기득권 세력과 기회주의 정치세력을 심판할 것"이라며 "국민이 모두 손에 손을 잡고 투표장으로 달려가자"고 외쳤다.

 

선언식을 마친 뒤 박승흡·김문호 시민의병단장은 지지자 20만여 명의 서명 명부를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측에 전달했다.

 

김병욱 선대위 직능본부장은 "깨어 있는 조직된 시민들만이 대한민국의 위기를 타개하고 진정한 평화, 민생이 살아 있는 경제를 만들 수 있다"면서 "시민의 위대한 힘으로 오는 9일 이재명 후보가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과 단일화 반대' 권은희 "안철수 결정 존중…누군가 책임져야"

"어떻게 책임질지 고민"…일각 탈당·의원직 사퇴 등 관측도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의 안철수 대표와 권은희 의원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는 4일 안철수 대표가 대선후보 직을 사퇴하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한 것과 관련, "황무지에서 함께해준 동료와 지지자들에 대한 책임을, 국민들에게 한 약속을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해온 권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언제, 어떤 방법으로 책임질지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하고 말씀드리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다만 "안철수 후보의 결정을 존중한다. 불모의 땅에서 최선을 다했으나, 싹을 틔울 수 없는 현실임을 제가 누구보다 잘 알기에 돌을 던질 수 없다"며 "안 후보에게도 후보가 오롯이 정치적 책임을 지기 때문에, 후보의 결정에 대해서는 존중한다는 입장을 말해왔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해 11월 안 대표가 대선 후보 출마 선언을 한 뒤 언론 인터뷰와 유세 등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는 국민에 대한 배신으로 절대 없다"고 줄곧 단언해 왔다.

 

그는 최근에도 윤석열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안 후보를 사퇴시키겠다는 그런 진정성을 가진 사람과 안 후보가 무슨 만남을 가질 수 있고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가"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한 바 있다.

 

그러나 안 후보가 윤 후보와 결국 단일화를 하면서 결과적으로 자신이 언급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차원에서 권 원내대표가 '책임'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비례대표인 권 의원의 탈당 내지 의원직 사퇴 등의 가능성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윤-안 단일화에 뒤흔들린 광주 민심 “안철수의 새정치는 죽었다”

 

4일 오전 광주시 북구 전남대 안 용봉동 사전투표소에 투표를 기다리는 유권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야권 두 당의 단일화가 물건너간 줄 알았는데 놀랐지요. 선거 판세가 박빙이었는데 조금 서운하지요.”

 

4일 오전 11시께 광주 전남대 안 용봉동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한 박규호(63·매곡)씨는 “캐스팅보트를 쥔 안철수(대표)가 (판이) 기우는 쪽으로 움직여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역풍이 불 수도 있다. 선거는 뚜껑을 까봐야 안다”고 말했다. 이날 용봉동 사전투표소엔 출입구부터 줄이 50m 정도로 길게 늘어설 정도로 유권자들이 몰렸다. 사전투표 뒤 선거를 독려하는 펼침막 앞에 서서 인증샷을 찍는 20대 청년들도 눈에 띄었다. 친구 2명과 함께 사전투표를 마친 김아무개(23·전남대 4)씨는 “안철수 후보가 완주하겠다고 말한 것을 지키지 않았다고 본다. 하지만 단일화가 후보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광주 97곳 사전투표장에선 순조롭게 투표가 진행됐다. 이날 4시 기준 광주의 사전투표율은 19.23%, 전남은 23.3%, 전북은 20.84%로 전국 평균 14.11%보다 5%포인트 이상 높았다.

 

광주의 경우 지난 대선 사전투표 첫날 투표율 12.61%보다 꽤 높아졌다.

 

윤석열-안철수 단일화가 이뤄진 뒤 광주 많은 유권자들은 ‘안철수의 철수 정치’를 화제로 삼아 이야기를 나눴다. 시민들은 안 후보가 지난달 27일 광주에서 과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합쳐 바른미래당을 창당한 것과 관련해 “급하게 할 일이 아니었다. 광주시민과 호남에 계신 분들에 진정한 진심과 의도를 설득하는 시간이 부족한 것이 평생의 한”이라고 말한 것을 떠올리며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다. 2016년 4월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호남 28석 가운데 23석을 석권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국민의당은 비례대표 13석을 포함해 38석을 확보해 3당 체제 시대를 연 바 있다.

 

두 당 후보의 단일화 이후 호남 표심의 행방을 두고선 의견이 다양했다.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김재경씨는 “두 후보의 지지율이 아슬아슬했는데 기가 막힌 타이밍에 민주당이 야당 단일화라는 허를 찔린 셈이다. 그런데 단일화 이후 오히려 민주당으로 결집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상희(46·도서관장)씨는 “이재명 후보에 대해선 좋아하는 쪽과 싫어하는 쪽이 많이 나뉘었다. 그런데 어제 단일화한 것을 보면서 허탈해하며 마음을 바꾼 사람들이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시민은 “야권 단일화를 통해 윤석열 후보가 포용적인 모습을 보여줘 호남에서도 지지층이 느는 시너지효과가 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병근 조선대 교수(정치학)는 “윤석열-안철수 후보단일화로 이제 ‘안철수의 새 정치’는 죽었다. 안철수 후보는 다당제 등 정치개혁의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중요한 시점에서 오히려 역행했다”며 “어쨌든 후보단일화는 윤석열 후보에게 더 유리한 판을 제공한 것 같지만, 이번 대선이 워낙 네거티브전으로 가면서 내놓고 지지한다고 밝히지 못한 ‘샤이 표심’의 향배가 막판까지 어디로 갈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맹폭

 

제20대 대통령 선거의 사전투표가 시작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윤호중, 최강욱 공동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사전투표를 독려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에 대해 “단일화가 아니라 전국민의 손가락 자르게 만드는 단지화(斷指化)”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후보를 겨냥해 “1년 만 지나면 ‘그 사람 뽑은 손가락 자르고 싶다’고 그럴 것”이라고 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후보 사퇴 전 발언을 빗댄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시작된 사전투표에 ‘후보 단일화’가 미칠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안 후보도 완주 의사를 수차례 밝혔고 일주일 전에는 자격 없는 이를 대통령으로 뽑으면 1년 안에 손가락 자르고 싶을 거라고 윤 후보를 비판하다가 사전투표를 하루 앞두고 ‘철수 쇼’를 했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어 그동안 안철수 대표가 강조해온 ‘다당제 정치개혁’도 허구라고 지적했다. 그는 “안 후보가 주장한 다당제, 제3지대론도 합당 의사를 밝히며 허구였음이 드러났다”며 “공동정부란 말을 쓰지 말던가, 합당하면 그게 공동정부인가, 1당 정부지. 소신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당원과 지지자 의사를 내팽개치고 후보직과 당을 통으로 팔아먹는 '떴다방 정치'는 없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상호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도 회의에서 “안철수씨가 행정을 해보고 싶다고 말한 것에서 미뤄볼 때 국무총리 제안받은 걸로 보인다. 이게 자리 나눠먹기 아니고 뭔가”라며 “당 대 당 통합을 추진한다는데 결국 그건 지방선거 대비용 계획이기에 공천 지분에 대한 약속이 있었을 것이다. 밀실 야합하면서 정치개혁을 얘기할 수 있나. 국민이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날 <티비에스> 라디오 인터뷰에선 “마지막에 7, 8% 남아있던 안철수 후보의 지지층은 대체로 반윤석열 성향이 강하다는 것을 여러 번 확인할 수 있다. 반반 혹은 어떤 경우는 우리가 조금 더 유리한 경우도 있었다”며 “안철수 후보에게 윤석열 후보가 제안했던 내용들은 사실은 장사로 보면 굉장히 손해 보는 장사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확진자 폭증에도 ‘사전투표 첫날’ 유권자 몰려

  건물 밖까지 긴 줄…입원 유권자도 ‘한 표’ 행사

“인증샷으로 주변에 독려하고 싶어서 빨리 투표”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서울 중구 소공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점심시간 직장인들이 투표를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서울 곳곳의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은 긴 줄을 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양당 후보가 박빙으로 나온 만큼 투표에 대한 유권자들의 열기도 뜨거웠다. <한겨레>는 이날 오전 마포구 아현동·합정동, 영등포구 당산1동, 강남구 역삼1동·논현동, 강서구 방화1동, 중구 약수동 등 서울 시내 사전투표소 7곳과 부산 사전투표소 1곳을 돌아봤다.

 

이날 오전에는 출근 전 투표를 하고 가는 직장인과 서둘러 투표를 마치려는 동네 주민, 일가족 등 다양한 연령대 유권자들이 사전투표소를 찾았다. 유권자들은 체온을 측정하고 손 소독을 한 후 관외투표자, 관내투표자 두 줄로 나누어 줄을 섰다. 유권자들은 신분증을 확인하고 지문을 찍은 뒤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소에서 투표하고 나왔다.

 

방화1동·논현1동 주민센터 등 건물 밖까지 수십명이 줄지어 선 곳도 있었다. 약수동 주민센터를 찾은 한 유권자는 “이렇게 길게 줄이 늘어선 적이 없었다. 거대 양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총 결집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방화1동에서 투표한 김아무개(37)씨도 “코로나 상황이라 투표하는 사람이 적을 줄 알았는데 첫날부터 많은 인파가 몰려 놀라웠다”고 했다.

 

시민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투표에 대한 열정을 나타냈다. 역삼1동에서 투표한 직장인 박종범(40)씨는 “평소 대선 당일 투표했었는데 이번에는 빨리 투표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내 투표를 인증하면서 주변에도 얼른 투표하라고 독려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환자복을 입고 논현1동 주민센터를 찾은 이정순(64)씨는 “병원에 입원 중인데도 투표를 하러 왔다”고 말했다. 임산부 홍지현(39)씨는 “사람이 적을 것 같아서 사전투표를 하러 왔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30분이나 기다렸다”고 말했다.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서울역에 설치된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4일 서울 강서구 방화1동주민센터의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소 모습.

 

이번 대선에 대해 “차악을 뽑는 선거”라고 말한 시민들이 많았다. 역삼1동에서 투표한 직장인 심규범(45)씨는 “이번 대선은 역대 최악이었다. 후보들이 도덕적으로 안 좋은 모습만 많이 보이고 정책적으로는 약했다. 네거티브가 많아 실망했다”고 말했다. 합정동에서 박아무개(49)씨도 “도덕성이나 능력 면에서 일반 시민보다 못한 후보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최악인 후보가 될까 봐 불안하다”고 했다.

 

특히 20대 남녀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20대 남성들은 선택이 쉬웠다고 말한 이들이 많았다. 아현동에서 투표한 남성 이아무개(23)씨는 “원하는 공약을 제시한 후보가 있어서 바로 고를 수 있었다. 다른 친구들도 모두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당산1동에서 투표한 여성 오아무개(20)씨는 “거대 양당 후보 모두 여성 문제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후보를 정하느라 고심했다고 했다.

 

유권자들은 차기 대통령이 특히 부동산 등 경제 문제 해결에 집중해주길 원했다. 아현동에서 투표한 최한호(38)씨는 “이번 정부 때는 집값이 많이 올라가 청년들이 힘들었다. 다음 대통령은 집값을 잡아서 젊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역삼1동에서 투표한 이아무개(26)씨는 “청년으로서 주거 문제에 관심이 많다. 이 문제를 해결해줄 후보를 뽑았다”고 말했다.

 

투표에 티브이(TV) 토론회가 영향을 미쳤다는 시민도 있었다. 논현1동에서 투표한 자영업자 이창희(60)씨는 “토론회를 자주 봤는데 서로 네거티브를 하면서 싸우는 모습만 봐서 아쉬웠지만 그 과정에서 후보를 골라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현동에서 공아무개(41)씨는 “뭐가 옳은 건지 고르기가 어려웠지만 티브이 토론에 나온 후보들의 언행을 위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합정동에서 투표한 여성 유아무개(25)씨는 “아주 기본적인 질문에도 답하지 못하는 후보도 있었다. 티브이 토론회가 더 많이 있었으면 선택에 더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산부 홍씨는 “육아정책을 중점적으로 봤다. 맞벌이 부부 혜택이나 국공립 어린이집 관련 정책을 위주로 공약집, 토론회, 유튜브, 기사를 다 챙겨봤다. 그러다보니 실현 가능성이 있는 공약이 보였다”고 말했다.

 

지역에서도 투표 열기는 이어졌다. 부산시 연제구 거제3동 행정복지센터에 차려진 사전투표소에는 오전 일찍부터 유권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투표장을 찾은 김아무개(55)씨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비교적 사람이 덜 붐비는 오전에 투표장을 찾았다. 거대 양당의 두 후보가 서로 헐뜯는 모습이 보기 싫다. 진정 국민을 위하는 대통령을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20대 직장인 박아무개씨는 “부산에는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다. 친구들도 일자리 때문에 경남, 울산, 수도권 등 부산을 떠났다. 다음 정권은 지역 청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주빈 장예지 이우연 기자 김영동 기자

 

대선후보 3인, 사전투표 첫날 투표 마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왼쪽부터),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가 4일 오전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20대 대선 첫 사전투표일인 4일 이재명(더불어민주당)·윤석열(국민의힘)·심상정(정의당) 대선후보가 일제히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를 마쳤다. 이 후보는 사전투표 뒤 기자들과 만나 “촛불을 들고 광화문과 시청 앞에 모였던 수많은 국민을 생각했다”며 “이번 대선의 선택 기준은 경제, 위기극복 평화, 통합”이라고 말했다. 당초 이 후보는 강원 속초에서 사전투표를 하려고 했지만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 뒤 장소를 이곳으로 바꿨다. 소통과 통합의 상징인 서울 광화문과 시청광장에서 정치교체를 통한 국민통합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는 게 민주당 쪽의 설명이다.

 

윤석열 후보는 부산 남구청에서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초박빙 구도 속 투표율을 최대로 높여야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 대표적인 스윙보터 지역인 부산·울산·경남(PK) 지역을 찾아 본 투표 대신 사전투표를 한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사전투표 뒤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을 참배하고 기자들을 만나 “국민 여러분께서 이 정권을 교체하고 새로운 희망을 찾기 위해서는 사전투표를 반드시 해야 한다”며 “많은 분이 사전투표에 참여해주기를 부탁드린다”고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심상정 후보는 서울 종로 혜화동 주민센터에서 남편 이승배씨, 아들 이우균씨와 함께 사전투표를 마쳤다. 종로 보궐선거 정의당 후보인 배복주 부대표도 함께 했다. 심 후보는 “기득권 정치를 다당제 책임 연정으로 바꾸는 대전환의 선거”라며 “우리 시민 여러분들께서 소신투표 해주시고, 내 삶을 바꾸는 미래를 위한 소중한 한 표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조윤영 송채경화 김해정 기자

 

문 대통령도 사전투표…“주권자로서 신성한 투표권 행사해달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김정숙 여사와 함께 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를 마쳤다. 문 대통령은 “민주공화국의 주권자로서 국민 모두 신성한 투표권 행사에 참여해주길 바란다”며 투표를 독려했다.

 

문 대통령은 사전투표에 앞서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의 주인은 국민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참여하는 사람은 주인이요, 참여하지 않는 사람은 손님’이라고 했다”며 “투표가 더 좋은 정치, 더 나은 삶, 더 많은 민주주의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확진자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오미크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정부는 확진자까지도 누구나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선거관리와 선거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오미크론은 곧 지나가겠지만, 우리의 민주주의는 영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주민센터를 찾아 투표했다. 이날 오전 9시8분께 주민센터에 도착한 문 대통령 부부는 주민센터 입구에 비치된 손소독제로 소독한 뒤 직원이 나눠준 일회용 비닐장갑을 착용한 뒤 투표소 내부로 이동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과 종로 재보궐 선거 투표용지 두 장을 받아 투표를 마쳤다. 서영지 기자

5.18 유공자에게도 동의없이

“여 대표 정의당 또다시 모욕”

 윤석열 · 이준석에 사과 요구

 

여영국 정의당 대표가 4일 국민의힘으로부터 또다시 선거운동 임명장이 전달됐다며 윤석열 대선후보와 이준석 대표에게 공개사과를 촉구했다.

 

여영국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전날 저녁 윤 후보가 정의당 대표인 저에게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조직본부 국민행복 복지특별위원회 대외협력분과위원장’에 임명한다는 임명장을 문자로 보내왔다”며 “불과 나흘 전 생뚱맞은 자문위원 임명장을 보낸 무례와 몰상식에 항의하면서 윤 후보의 사과를 요구한 정의당을 또다시 모욕하는 짓”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앞서 여영국 대표는 지난달 28일에도 국민의힘으로부터 ‘선거대책본부 직능총괄본부종교단체협력단 미래약속위원회 자문위원’ 임명장을 문자 메시지로 받은 바 있다. 여영국 대표는 “정의당을 지지하는 시민들을 조롱하는 짓”이라며 “무분별한 임명장 남발에 개인정보를 불법·부당하게 악용·침해하지 말라는 시민들의 요청을 뭉개는 짓”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영국 대표는 이 사태를 절대 묵과할 수 없다며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여영국 대표는 “정의당 당원들과 정의당을 지지하는 시민들, 그리고 선거운동의 불·탈법에 항의하는 민주시민들의 뜻을 담아 윤 후보의 공개사과를 강력히 촉구한다”며 “또 후보를 공천하고, 후보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이 대표의 공개사과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구태의연하고 못된 국민의힘 습성에 참견할 애정은 없다”며 “그러나 선거운동 과정의 불·탈법과 정치적 결사체에 대한 모욕은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고 조롱하는 것이기에 절대 묵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영지 오연서 기자

 

초등생에 보내더니…윤석열, 이번엔 5·18 유공자에 ‘문자 특보 임명장’ 

5·18단체, 항의 기자회견 예고

 

 2일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가 5·18유공자 김아무개씨에게 문자메시지로 보낸 특보 임명장. 김씨는 동의를 하지 않았고 전화번호도 알려준 적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김아무개씨 제공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가 5·18유공자 수십명에게 동의를 얻지 않고 특보 임명장을 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2일 오후 6시께 5·18구속부상자회 회원 수십명에게 ‘제20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조직본부 공정한나라 특보에 임명합니다’라고 적힌 임명장 사진 파일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전달됐다. 임명장에는 ‘국민의힘 대통령후보 윤석열’ 명의와 함께 직인이 찍혀 있다. 발신번호는 ‘02-6288-0200’으로, 국민의힘 대표 전화번호다.

 

특보 임명장을 받은 회원들은 카카오톡 단체방을 통해 이런 내용을 공유하며 개인정보 무단사용과 명의도용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국민의힘 당원이 아니었고, 사전에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명장을 받은 회원들은 현재까지 20여명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광주, 전남을 비롯한 서울, 경기, 부산, 대구, 구미 등 전국에 걸쳐 있다. 일부 회원들이 국민의힘 쪽에 항의했으나 “일련번호를 알려주면 취소해주겠다”는 답변만 들었을 뿐 전화번호, 이름을 얻은 경로와 동의 없이 특보로 임명한 이유에 관해서는 해명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5·18민주화운동서울기념사업회 등 5·18단체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를 항의 방문할 예정이다. 이들은 “지난달 24일 가짜 의혹이 있는 5·18유공자 312명의 윤 후보 지지 선언 이후 일주일 만에 특보 임명 공작이 일어났다. 5‧18영령과 유공자를 욕보이며 선거전에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국민의힘 대표번호로 전화해 이번 5·18유공자 특보 임명 절차를 문의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앞서, 초등학생, 현직 공무원과 교사, 민주당 소속 기초자치단체장 등에게도 윤석열 캠프의 특보 임명장이 전달돼 논란이 인 바 있다. 김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