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쪽 “국회 결정 존중…현행법 따라 법조일원화 추진”

민변 쪽 “사회적 합의 거친 제도, 졸속으로 수정돼선 안돼”

 

     국회 본회의.

 

판사 임용을 위한 법조 경력을 10년에서 5년으로 줄이는 내용을 담은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여야 합의로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이 부결된 것은 이례적으로, 여당 내 일부 의원들이 ‘사법개혁 후퇴’를 이유로 반대에 나선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쳐, 재석 229명 중 찬성 111명, 반대 72명, 기권 46명으로 부결시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이상민·우원식·신동근·한준호·황운하 의원 등 수십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대법원은 ‘법조일원화 제도’에 따라 2013년부터 경력 법관을 임용하고 있다. 이전에는 사법연수원 성적만으로 판사를 선발하는 ‘즉시법관제도’를 운영했는데, 이렇게 뽑힌 판사들이 사회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선배 법관 의견에 종속되거나 실생활과 동떨어진 판결을 내놓는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법조일원화 제도에 맞춰, 올해까지 법관임용 때 최소 법조 경력을 5년으로 하고, 점차 7년, 10년으로 최소 필요 연수를 늘릴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 유예기간이 끝나는 2026년부터는 최소 10년의 법조 경력을 갖춰야 판사로 임용될 수 있다. 그러나 판사 수급이 어렵다는 이유로 지난달 판사 임용 경력요건을 완화해 최소 법조 경력을 10년에서 5년으로 낮추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가결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사법개혁을 위해 도입한 제도의 취지에 역행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국회 표결에 앞서 진행된 찬반 토론에서 법안을 발의한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소 법조 경력을 10년 이상으로 강화하면 법관 부족에 의한 재판 지연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며 찬성 의견을 냈다. 하지만 판사 출신 같은 당 이탄희 의원은 “임용 경력을 5년으로 퇴보시키면, 법원은 변호사 시험 성적이 좋은 사람들을 로클럭(재판연구원)으로 입도선매하고 대형로펌은 향후 판사로 점지된 이들을 영입하기 위한 경쟁을 할 것이다. ‘후관예우’가 생긴다”고 반대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도 지난 30일 기자회견을 열어 “개정안은 법조일원화 취지에 벗어난다”며 반대한 바 있다.

 

서선영 민변 사법센터 법원개혁소위원장은 이날 본회의 부결 뒤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본회의 부결을 토대로 법조일원화 제도가 다시 제대로 정착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사회적 논의를 거쳐 합의한 법조일원화 제도를 퇴행시키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제대로 된 공청회 한 번 없이 3개월 만에 졸속으로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는 일이 되풀이 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 관계자는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고 현행법에 따라 법조일원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손현수 기자

 

고려대의료원 ‘백신혁신센터’ 건립기금 약정

 

정의선(오른쪽)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김재호(왼쪽) 고려중앙학원 이사장이 31일 서울 안암로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정몽구 백신혁신센터’ 기부금 약정을 맺었다. 현대차그룹 제공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이 백신 센터 건립에 개인 재산 100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은 31일 서울 성북구 안암로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기부금 약정 체결식을 했다.

 

정 명예회장이 기부하는 사재 100억원은 고려대 의료원이 정릉 캠퍼스에 조성 중인 메디사이언스파크 내 ‘정몽구 백신혁신센터’ 설립과 운영에 쓴다. 정 명예회장의 뜻을 기리기 위해 센터 이름을 이렇게 지었다. 정몽구 백신혁신센터는 앞으로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감염병 예방과 치료를 위한 국산 백신 개발과 연구 인프라 확충 등에 나설 계획이다.

 

정 명예회장은 “현대차그룹을 성원하는 국민께 도움이 되기 위해 국산 백신 개발에 기여할 백신혁신센터에 기부하게 됐다”며 “감염병을 극복해 건강과 행복을 되찾는 데 힘이 되길 바란다”고 기부 취지를 전했다.

 

이날 약정식에 아버지인 정 명예회장을 대신해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정 명예회장께서 글로벌 백신 개발에 기여하게 돼 큰 영광이며 좋은 백신을 개발해 우리가 다 같이 나누어 쓸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국내·외에서 백신을 사용해 지금의 상황이 빨리 끝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재호 고려중앙학원 이사장은 “기부금이 감염병 예방과 치료 기술 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 명예회장은 지난 2007년 설립한 ‘현대차정몽구재단’에도 사재 8500억원을 출연했다. 재단은 지난해까지 13년간 인재 육성과 소외 계층 지원, 문화 예술 후원 등 사회공헌 사업에 2219억원을 후원했다고 현대차 쪽은 설명했다. 박종오 기자

 

주한미군 철수 위협 트럼프에 맞서 의회서 3년 연속 넣어

바이든 정부 들어 빠져… 의회 인사들 “트럼프 시대 유물”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 사령관(가운데)이 지난 2019년 10월23일 최병혁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오른쪽), 남영신 육군 지상작전사령관(왼쪽)과 함께 한국군 제5포병여단의 사격 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주한미군 페이스북 갈무리

 

미국의 2022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에서 주한미군 감축을 제한하는 조항이 3년 만에 빠졌다. 동맹을 경시하며 주한미군 철수를 위협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미 의회가 견제하고자 넣었던 조항이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사라지게 된 것이다.

 

미 민주당 소속인 애덤 스미스 하원 군사위원장이 30일(현지시각) 공개한 7440억달러 규모의 내년도 국방수권법안을 보면, 2019회계연도부터 들어갔던 주한미군 감축 제한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다. 법안은 대신 “중국과 북한의 공격을 억지하고 악의적 활동을 막는 데 있어서 미국의 동맹와 파트너십의 중심적 역할을 포함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의지”를 명시했다. 법안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맞서기 위한 ‘태평양 억지 구상’(PDI)에 최소 62억달러의 예산 투입을 요구하는 등 중국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주한미군 감축 제한 조항이 빠진 이유에 대해 미 의회 관계자들은 이 조항이 “트럼프 시대의 불필요한 유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고 한 외교 소식통은 전했다. 이 조항은 국방수권법에 없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 임기 첫해인 2018년 의회가 2019회계연도 법안에 처음 넣었다. 주한미군 감축이 동맹국들의 안보를 심각하게 약화시키지 않고 한국·일본과 협의를 거쳤다고 미 국방부 장관이 확인하는 경우에만 주한미군 감축을 위한 예산 편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해외 주둔 미군 철수론자인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한국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요구하던 때에, 의회가 행정부에 대한 견제 장치를 넣은 것이다. 2020, 2021 회계연도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의 조항이 담겼다.

 

국방수권법에서 이같은 조항이 빠진다고 해서 그 자체가 당장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볼 수는 없다. 바이든 정부는 한-미 동맹을 강조하면서 주한미군 감축에 명확히 선을 긋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7일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관련한 질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반복해온 것처럼 한국이나 유럽에서 우리 군대를 감축할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중국에 맞서기 위한 미군의 글로벌 전략에 따라 인도태평양 지역 내 미군의 배치·운용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지 않느냐는 관측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22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은 오는 1일 하원 군사위 전체회의 심의 등 의회 절차를 거쳐 연내에 확정될 예정이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국제전범재판소 처벌에서 비롯…한일청구권협정 대상 아냐"

'위헌 의견' 재판관 4명은 "강제동원, 위안부와 다르지 않아"

 

헌재, 조선인 전범 피해자 헌법소원 선고=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산소에서 열린 조선인 전범 피해자 헌법소원과 방송법 조항 헌법소원 등에 대한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에 입장, 자리에 앉아 있다.

 

헌법재판소가 10년 전 일본군 위안부 배상 재판과는 다르게 일제 강점기 일본군으로 강제 동원됐다가 전범으로 처벌받은 조선인 배상에 대해서는 한일 청구권 협정 대상이 아니라고 31일 판단했다.

 

일본군 위안부나 원폭 피해자의 배상 문제는 정부가 충분한 노력을 다하지 않아 '기본권을 침해'(위헌)했다고 판단한 반면 전범 피해자 배상 문제는 각하 결정을 내린 것이다.

 

◇ "국제전범재판소 판결은 한일 청구권 협정 대상 아냐"

 

헌재가 위안부 피해자와 조선인 전범 문제를 구분한 배경에는 이들에게 피해를 준 대상이 동일하지 않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헌재는 조선인 전범 피해자가 주장하는 피해를 국제전범재판소 처벌에 따른 징역 생활이라고 봤다. 헌재는 이들의 피해가 국제전범재판소 판단에 따른 것이지 일본 정부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봤다.

 

헌재는 "국제전범재판소 판결에 따른 처벌로 생긴 피해보상 문제를 일제의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따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나 원폭 피해자 문제와 동일한 범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또 정부에 대한 부작위(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 주장도 정부가 외교적 경로를 통해 노력하고 있다고 판단해 인정하지 않았다.

 

아울러 일제의 강제동원(징병)에 따른 피해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로부터 일부 보상을 받은 데다, 한국 정부도 일본 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헌재는 조선인 전범 문제를 놓고 한일 양국 간에 분쟁이 존재하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다.

 

 한국인 BC급 전범 문제 사진전= 2014년 4월 27일 동진회와 동진회를 응원하는 모임이26일 도쿄도(東京都) 나카노(中野)구 '나카노제로'에서 한국인 BC급 전범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개최한 전시회에 방문객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 재판관 4명 반대 의견…"전범도 강제동원 피해 해당"

 

다만 헌재 재판관 4명은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조선인인 전범 피해가 일본군 위안부의 피해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아 정부의 부작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들은 조선인 전범들이 일제에 의해 강제 동원돼 입은 피해에 주목했다.

 

조선인 전범들이 국제전범재판소 판결에 따른 처벌은 한일 청구권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다수 의견에 동의했지만, 전범들이 강제동원으로 입은 피해는 한일 청구권 협정의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조선인 전범들이 한국 정부가 설치한 진상규명위원회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로 인정된 만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또 일제의 불법적인 강제동원에 따른 피해는 국제전범재판과는 관련이 없어 이들의 청구권을 인정한다고 해서 국제전범재판소 판결과 배치하는 것도 아니라고 봤다.

 

아울러 조선인 전범들이 모두 사망한 것을 고려해 더 시간을 지체하면 역사적 정의를 바로 세우고 침해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회복하는 게 영원히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판관 4명은 "조선인 전범이 일제의 불법 강제동원으로 입은 정신적·신체적 피해는 과거 사례를 발견할 수 없는 특수한 피해"라며 "이런 피해의 청구권 실현을 가로막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고 했다.

 

'전범멍에' 식민지 조선인 모임 동진회 60주년 행사=2015년 4월 1일 이학래 일본 동진회 회장이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중의원 제2의원회관에서 열린 동진회 결성 60주년 기념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조선인 전범' 마지막 생존자 올 3월 사망

 

조선인 전범 피해자들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 병사로 강제 징집돼 연합군 포로를 수용·관리하는 포로감시원 등으로 복무했다. 이들은 전쟁 후 군사재판에서 B·C급 전범으로 유기징역을 선고받고 동남아 등 각지의 교도소에 수감됐다.

 

일본 정부는 전후 일본인 전범과 유가족들에게 처벌에 따른 보상을 했지만, 조선인 전범들에 대해서는 1952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발효로 일본 국적이 상실됐다며 대부분 보상하지 않았다.

 

조선인 전범들은 출소 후에도 '전범', '대일협력자'라는 낙인이 찍혀 대부분 귀국하지 못했고, 한국에 남겨진 유가족도 생활고와 주변의 차별·멸시를 당했다.

 

이들은 재일 한국·조선인 B·C급 전범 생존자 모임인 동진회를 결성하고 1991년 도쿄지방재판소에 일본 정부의 사죄와 국가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999년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동진회는 이후 일본 여야 정치권에 한국인 전범 피해자들을 위한 보상 입법안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하는 활동에 주력했다.

 

2014년에는 한국 정부가 이들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다며 한일 청구권 협정 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헌재는 7년 넘게 판단을 내리지 않았고, 지난 3월 마지막 한국인 전범 생존자였던 이학래 동진회 전 회장이 별세하면서 이들에 대한 생전 구제는 끝내 이뤄지지 않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