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목포신항에서 솔레노이드 고착과 방향타 영향 시험

 

허성환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세월호 진상규명국 조사1과장이 세월호 조타장치 모형을 활용한 시험을 재현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꼽혔던 조타장치의 솔레노이드(조타실의 명령을 선미에 달린 방향타로 전달하는 장치) 밸브 고착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낮다는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의견이 나왔다.

세월호 침몰 원인을 조사 중인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인양된 세월호 선체가 거치된 목포신항에서 1년 반 동안 진행한 조타장치 고장에 따른 전타(방향타를 최대로 돌리는 조종) 선회현상 검증시험중간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사참위는 현장에서 세월호 선체의 조타장치를 축소해 만든 타기장치, 솔레노이드, 방향타(러더) 등을 가동하며 시험진행 과정과 결론 도출 이유를 설명했다.

세월호 내부의 솔레노이드 밸브.

이날 발표는 침몰의 원인 중 선체 내인설의 근거였던 솔레노이드 밸브의 고착이 발생할 경우 방향타의 움직임은 어떻게 되는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솔레노이드는 유압밸브를 열고 닫아 무게 5t에 이르는 방향타를 움직이게 하는 장치다. 세월호에는 인천행과 제주행 타기장치가 따로 있고 이 타기장치 안에 솔레노이드 1개씩을 두고 있었다. 이 밸브의 고착이 우현 급선회의 원인이었을 가능성은 2·3심 법원과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 등에서 제기됐다.

사참위는 방향타가 침몰 전 우현 35도 전타가 된 뒤 나중에 좌현 8도로 바뀌었다는 것은 선박자동식별장치(AIS)의 항적과 구조 과정의 동영상 화면 등으로 확인된 사실이라며 육중한 방향타가 이렇게 전환된 과정을 모형으로 다양하게 시험했다고 밝혔다.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시험은 솔레노이드 고착을 전제로 이뤄졌고, 가능한 조건은 두가지로 압축됐다. 하나는 밸브 고착으로 선체가 우현 급선회한 뒤 선원이 타기장치 1기를 멈추고 다른 1기를 가동시켜 좌현 8도로 돌린 경우다. 다른 하나는 조타수가 항해 중 우현 전타를 한 뒤 선체가 급선회하자 항로를 바로잡으려고 좌현 8도로 돌리는 경우다. 하지만 조타수와 항해사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일관되게 타기장치 전환이나 우현 35도 전타 등을 부인해왔다.

박병우 사참위 세월호참사 진상규명국장은 시험 결과로 보면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 결론을 내기 위해 솔레노이드 밸브의 고착 시점과 선원들의 긴급행위나 우현전타 여부 등을 추가로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2014년 세월호 침몰 원인으로 화물 과적, 조타 미숙, 고박 불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침몰 원인을 두고 외부 충돌설, 선체 내인설 등이 다양하게 제기됐다. 사참위는 조타장치의 결함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법원과 선조위의 견해를 검증하기 위해 시험을 해왔다. 안관옥 기자

 

세월호 침몰 원인 다시 미궁으로선체 결함 연관성

 

26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 인양돼 있는 세월호 선체 내부에서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관계자가 고착 상태가 발견된 조타 장치 등을 설명하고 있다.

 

세월호가 선체 결함 등의 문제로 침몰하게 됐다는 이른바 '내인설'의 핵심 증거가 관련성이 부족하다는 실험 결과가 나오면서 세월호 침몰 원인은 다시 미궁으로 빠지게 됐다.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26일 세월호 급변침 원인으로 지목된 유압조절장치(솔레노이드 밸브) 고착 현상을 실증 실험하고 연관성이 낮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솔레노이드 밸브는 유압을 조절해 선박의 방향타(러더)를 움직이는 장치다.

조타수가 핸들(조타기)을 움직이면 전기 신호를 통해 이 밸브가 열리면서 유압이 흘러가 방향타를 움직이는 방식이다.

조타기 신호만큼 방향타가 움직인 뒤에는 이 밸브가 닫혀 유압을 차단한다.

26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 인양돼 있는 세월호 선체 앞에서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관계자가 세월호 러더(방향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세월호엔 솔레노이드 밸브로 작동하는 2대의 조타 장치가 설치돼 있었는데, 이 가운데 1대의 조타 장치에서 솔레노이드 밸브가 닫히지 않는 고착화 현상이 확인됐다.

이 경우 방향타를 움직이는 유압이 멈추지 않아 방향타는 결국 최대 각도까지 돌아가게 된다.

세월호가 사고 당시 오른쪽으로 급회전한 건 고착된 상태로 발견된 솔레노이드 밸브로 인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세월호의 급격한 우회전으로 인해 부실하게 묶여있는 과적된 화물이 한쪽으로 쏠리게 되고, 무리한 증·개축으로 복원력이 감소하면서 침몰하게 됐다는 게 '내인설'의 골자다.

이에 따라 사참위는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화 현상이 세월호의 오른쪽 급회전과 연관성이 있는지 조타장치 시험모형을 만들어 실증 실험했다.

만족해야 하는 조건은 2가지였다.

솔레노이드 밸브가 오른쪽으로 고착된 상태에서 방향타가 최대 각도까지 돌아가는지, 그 이후 방향타가 다시 왼쪽 8도까지 움직일 수 있는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경우를 찾아봤다.

당시 세월호는 오른쪽으로 급선회한 뒤 왼쪽으로 넘어졌는데 이후 촬영된 구조 영상에서 수면 밖으로 드러난 세월호의 방향타가 왼쪽 8도로 돌아가 있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다양한 경우의 수 가운데 조타 장치 1개로 운항했을 경우 고착 현상으로 인한 오른쪽 급변침은 쉽게 실증이 가능했다.

그러나 그 이후 방향타가 왼쪽 8도로 돌아가려면 반드시 선원들이 고장 난 조타 장치를 끄고 남아있는 다른 조타 장치를 작동시키는 '긴급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게 사참위의 결론이었다

사참위는 최근까지 이준석 선장 등 선원들을 상대로 긴급 조치가 있었는지 심층 조사했지만, 이들은 한결같이 긴급 조치는 없었다고 밝혔다.

사참위 관계자는 "긴급조치를 했다는 진술은 이들에게도 유리한 진술"이라며 "그런데도 그런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어 그 신빙성을 의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능성은 세월호 조타 장치 2개를 모두 사용해 운항했을 경우다.

조타수가 조타기를 오른쪽 최대 각도(우현 전타)로 돌리고 다시 왼쪽 8도까지 돌리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화 현상과 상관없이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사참위의 설명이다.

26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 인양돼 있는 세월호 선체 내부에서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관계자가 고착 상태가 발견된 조타 장치 등을 설명하고 있다.

일각에선 조타 장치 2개를 모두 사용해 운항하다 1개의 솔레노이드 밸브가 고장 나면 조타수가 조타기를 조작하지 않더라도 방향타가 최대 각도로 돌아가게 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험 결과 1개가 고장이 나더라도 정상 작동하는 조타 장치의 역할로 방향타는 최대 각도로 돌아가지 않았다.

결국 사참위는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화 현상 때문에 세월호가 급격한 우회전을 했을 가능성은 작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고장 난 조타 장치의 고착 시점이나 선원들의 우현 전타 여부, 긴급 조치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추가 조사한 뒤 최종 결과에 반영할 예정이다.

 

세월호 유가족 "침몰 원인 더 조사 필요기간 연장을"

 

6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 인양돼 있는 세월호 선체 앞에서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중간 조사결과 발표 이후 세월호 유가족인 정성욱 인양분과장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세월호 사고 당시 선박의 급변침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사회적 참사 특별위원회(사참위)의 실험 결과가 발표된 26일 세월호 유가족들은 "겉으로 나타난 현상에만 매몰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4·16 가족협의회 정성욱 인양분과장은 이날 사회적 참사 특별위원회의 중간 결과 발표 직후 유가족 대표로 나와 "앞서 활동한 선체조사위원회의 우를 범하지 말아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20188월 활동을 종료한 선조위는 세월호의 침몰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급격한 우회전이 솔레노이드 밸브(조타 유압조절 장치) 고착과 관련돼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를 두고 정 분과장은 "선조위는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과 관련해 앞뒤 과정을 다 생략하고 (드러난) 현상만을 보고 이 밸브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관련 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일은 생략하고 보이는 것만 가지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 .

이어 "사참위에서도 원인을 건너뛰고 결과만 가지고 결론을 내는 것은 원치 않는다""좀 더 많은 데이터와 조사, 실험을 통해 나타난 결과를 이야기해 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앞으로 얼마나 조사를 더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충분히 조사해 달라""활동 기한을 연장하는 법안이 국회에 올라있는데 사참위가 침몰 원인을 계속 조사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사참위는 이날 '선박 솔레노이드밸브 고착' 현상이 세월호 급변침과 연관성이 낮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성착취물 제작·유포해 피해자들에게 회복 불가능 피해공범들 최대 징역 15

 

조주빈이 지난 3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공동취재단

 

미성년자를 비롯해 수십명의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하고 범죄집단을 조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주빈(25)에게 징역 40년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재판장 이현우)26일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씨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하고 10년간의 신상정보 고지와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30,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 취업 제한 10년 등을 명령했다. 앞서 검찰은 조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하고 45년 동안의 전자발찌 부착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조씨에게 적용된 피해자 성착취물 제작·유포, 피해자에 대한 협박·강요, 범죄집단 조직 혐의 등 14개 혐의 중 성범죄 혐의는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히고, (피해자들이) 유사범행과 모방범행에 따른 추가 피해에 노출되게 했다범행의 중대성, 피해자 수, 범행으로 인한 사회적 해악 등을 고려할 때 엄히 처벌하고 사회에서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번 재판의 쟁점이었던 박사방의 범죄집단 여부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형법 제114조에서 정한 범죄집단에 해당한다고 봤다. 형법상 범죄집단은 다수가 동일한 목적을 갖고 역할을 나눠 범죄를 반복적으로 실행하는 집단이다. 재판부는 박사방은 조씨와 공범들이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이를 배포하는 범행 목적을 위해 구성된 조직이라며 구성원이 성착취물 제작, 박사방 관리, 홍보, 유포 등의 행위를 수행했다. (텔레그램) 그룹방이 생성·폐쇄를 반복했지만 조씨가 만든 성착취물을 유포하고, 참여자가 조씨를 추종하며 지시를 따르는 건 변함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한편 조씨와 공모해 성착취물을 제작하거나 유포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태평양이아무개(16)에게는 소년범 최고형인 장기 10년에 단기 5년 징역형이 선고됐다. 조씨에게 피해자 개인정보를 넘기고 옛 담임교사의 자녀를 살해해달라고 돈을 건넨 전 사회복무요원 강아무개(24)에게는 징역 13년이 선고됐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소지한 전직 공무원 천아무개(29)에게는 징역 15, 박사방 유료회원으로 조씨의 지시도 이행한 임아무개(33)와 장아무개(40)에게는 각각 징역 8년과 7년이 선고됐다. 신민정 기자

 

법원 조주빈 공범들, 조씨 지시대로 역할 수행범죄 인식 공유

온라인공간 범죄 집단 인정법조계 성착취물 범죄 양형 시금석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동문 앞에서 텔레그램 박사방운영자 조주빈과 공범 5명에게 중형이 선고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판결이 끝이 아니라, 성착취의 근간을 찾고 가해자들이 죗값을 받을 수 있게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며 행위극을 하고 있다.

 

26일 법원은 텔레그램 박사방운영자 조주빈에게 적용된 혐의 14개 중 성범죄 관련 혐의는 모두 유죄로 인정하며 징역 40년을 선고했다. 조씨는 지난 4월 재판이 시작된 뒤 모두 131차례 반성문을 써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함께 기소된 공범 5명도 징역 7~15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에게 중형이 선고된 건 혐의의 중대성과 더불어 형법 114조의 범죄단체조직죄’(범단죄)가 인정됐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 범죄나 불법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에 대해 범죄단체가 인정된 경우는 있었지만, 서로를 잘 모르는 온라인 공간에서 만들어진 조직을 범죄집단으로 인정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라고 한다. 검찰은 조씨 등이 여성과 아동·청소년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하는 범죄를 저지를 목적으로 박사방이라는 범죄집단을 조직했다고 보았다.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되면 징역 4년 이상의 처벌을 받는 범죄를 실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나 조직원은 해당 범죄에서 정해진 법정형에 따라 처벌을 받는다. 박사방 활동을 여기에 적용할 경우, 성착취물 제작에 직접 가담하지 않은 구성원도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제작 등 범죄가 정한 법정형(징역 5년 이상~무기징역)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에 검찰은 조씨가 웹툰 형식으로 만든 박사방 조직도 등을 증거로 제출했지만 공범들은 조씨 혼자서도 범행을 할 수 있었고, 범죄 수익도 조씨가 모두 가져갔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조씨도 조직도는 (이용자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박사방이 범죄집단에 해당한다고 보고 범단죄를 인정했다. 범죄집단은 다수가 공동의 목적을 갖고 역할 분담을 하여 범죄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도록 갖춘 조직 체계를 뜻하는데, 이는 내부의 지휘·통솔체계를 갖춘 범죄단체보다는 느슨한 조직 형태다. 재판부는 “‘박사방 조직은 텔레그램상 닉네임으로 특정 가능한 다수 구성원으로 이뤄진 집단이다. 조씨와 공범들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배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 범행만을 목적으로 조직을 구성했다. 이들이 참여한 박사방과 시민의회’, ‘노아의 방주방은 모두 조씨가 만든 성착취물을 유포하고, 조씨를 추종해 지시를 따른다며 범죄집단이 맞다고 판단했다.

이런 판단으로 조씨 또한 조직적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이 불리한 양형사유로 인정돼 형량이 더 높아졌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조씨와 공모한 태평양이아무개(16)는 성착취물을 영리 목적으로 반복적으로 유포한 혐의로만 기소됐지만 범죄집단구성원임이 인정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죄의 법정형 기준으로 장기 10년 단기 5년형을 선고받았다. 또 조씨에게 가상화폐를 지급해 그 대가로 성착취물을 받은 뒤 또 다른 성착취물 제작에 가담한 유료회원 임아무개(33)씨와 장아무개(40)씨도 박사방 조직 구성원으로서 활동한 것으로 보고 각각 징역 8년과 7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가상화폐의 제공·취득은 일련의 성착취 범행이 이어지고 반복된 직접적이고 주요한 동기라고 짚었다. 가상화폐라는 경제적 유인을 제공한 유료회원들도 박사방 구성원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으로, 이는 박사방 이용자들을 어느 수준까지 처벌할 수 있을지에 관한 판단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박수진 변호사는 성범죄 사건에서 온라인 범죄조직의 집단성이 인정된 것은 처음이라며 피고인들은 박사방이 조직이라는 인식이 없었다며 부인해왔는데 이 점이 유죄로 인정받았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예지 기자

청와대서 왕이 중 외교부장 접견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61년 만에 한국을 찾은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나 “2년 뒤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이해 새로운 30주년을 기대하는 장기적 협력방안을 마련하자고 말했다. 왕 부장은 이날 문 대통령에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구두 메시지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왕 부장을 접견하고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방한한 것을 환영했다. 문 대통령은 왕 부장에게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양국 간에 다양한 고위급 교류가 계속되고 있는 것을 아주 기쁘게 생각한다여러 계기에 한중 관계의 중시를 보여주신 시진핑 주석께 따뜻한 안부 인사 전해 주시기 바란다고 인사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왕 부장을 접견할 때는 시진핑 주석을 곧 만나 뵐 수 있게 되길 고대한다고 했지만, 이날 머리발언에선 만남에 대한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어 앞으로도 우리 양국이 경제 협력과 함께 인적 문화적 교류 협력을 더 강화해 나감으로써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발전시켜 나가기를 바란다. 특히 2년 후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이하여 새로운 30년을 준비하는 그런 장기적인 발전 방안을 마련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은 특별히 그동안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과정에서 중국이 보여준 건설적인 역할과 협력에 감사를 표한다우리 정부는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함께 한반도에서 전쟁을 종식시키고,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왕이 외교부장(왼쪽 두 번째)을 접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왕 부장은 문 대통령 발언 뒤 먼저 시진핑 주석님과 리커창 총리님이 대통령에 대한 가장 친절한 인사를 전하겠다고 답했다. 왕 부장은 지금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가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해서 제 맞은편에 앉아 계시는 강경화 장관님과 회담을 진행했다이런 실질적인 행동을 통해서 우리가 대 한국관계에 대한 중시, 그리고 한국이 코로나19 사태를 완전히 이길 수 있는 신뢰를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어 “(강 장관과) 회담을 통해서 우리는 열 가지 공감대를 이뤘다. 이 공감대 중에서는 양측의 협력, 그리고 지역 이슈에 관한 그런 공감대라고 덧붙였다.

왕 부장은 시진핑 주석께서는 대통령님과의 우정, 그리고 상호 신뢰에 대해서 매우 중요시하시며 특별히 저더러 대통령님께 구두 메시지를 전달해 달라고 하셨다고 말을 맺었다.

이날 문 대통령의 왕 부장 접견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서훈 국가안보실장,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 등이 참석했다. 왕 부장은 지난 25일 일본에서 스가 요시히데 총리를 예방하고 한국으로 이동했다. 이완 기자

 

왕이 부장 미국, 트럼프 때문에 후퇴”“중국도 기후문명 위해 노력

 

이해찬 등 여권 인사들과의 만찬서 발언

 

한국을 방문 중인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6일 저녁 비공식 일정으로 여권 인사들과 만찬을 가졌다. 이날 만남엔 왕이 부장과 인연이 깊은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같은 당 김한정, 김성환, 박정, 김영호, 이재정 의원이 함께했다. 이날 오후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는 등 공식 일정을 마치고 저녁식사 자리에 온 왕이 부장은 중국 전통술인 마오타이주 여러병을 준비해 왔다. 중국식 간장 조림 생선과 한국식으로 양념한 갈비, 아욱 된장국와 삼선 자장면 등 한식·중식 혼합으로 차려진 이날 저녁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앉은 와중에도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이날 화제는 단연 트럼프 이후였다. 최근 미국에 다녀온 김한정 의원이 바이든 시대에 달라질 미 외교가 분위기를 언급하며 미국이 중국과도 대화할 마음이 있는 것 같더라고 전하자 왕 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중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가 트럼프보다는 훨씬 더 낫다고 평가하고 있었다왕 부장은 트럼프 정부 들어 미국 제일주의나 중국에 대한 압박 같은 게 굉장히 강해졌고, 미국 제일주의 때문에 국제사회에서도 문제가 있었는데 결국 선거를 통해서 트럼프가 선택을 못 받은 것이 아니냐. 미국도 트럼프 때문에 후퇴했다. 트럼프가 중국에 대해서도 압박했지만 결국 중국은 (이를) 이겨내고 국민들은 결속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왕 부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정착 노력을 높게 평가하면서 현재 교착 국면인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성과에 대해 이런 저런 평가가 있겠지만 전쟁의 파국을 막았다. 지금은 (남북, -미 관계가) 소강 국면이지만 소강 국면도 결코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특히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이를 위한 문 대통령의 노력을 지지하며 북핵 문제는 단계적, 동시적으로 추진해야 하고 싱가포르 합의는 중요한 진전이기 때문에 계속 이행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관계 개선에도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며, 여기에 중국도 협력할 것이라는 다짐도 보였다. 김한정 의원은 왕 부장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실현 과정에 남북이 주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양쪽 모두 건설적 노력을 계속하길 바란다는 말도 했다고 설명했다. 왕 부장은 올해 중국이 목표로 삼았던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의 필요성도 강조했다고 한다.

환경·기후 이슈도 논의됐다. 김성환 의원이 한국과 중국은 한 공기를 먹고 산다면서 미세먼지 공동 저감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하자 왕 부장은 중국 정부도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어 왕 부장은 중국은 (탄소 제로를 위한 기간을) 2060년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그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다만 중국이 산업화가 진행 중이라 시간이 걸린다. 중국도 새로운 기후문명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고 참석자들은 설명했다. 그는 특히 한국은 석탄 사용에 있어서 피크(정점)를 찍은 상태인지’ ‘앞으로 석탄을 더 쓸 것인지등 구체적인 사안을 물으며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노지원 서영지 기자


지난번과 똑같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 상황 계속, 진행 의미없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 추천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25일 또다시 성과 없이 회의를 마쳤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르면 26일 야당의 비토권(거부권)을 약화하는 내용의 공수처법 개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에서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는 이날 4시간여 회의를 끝낸 뒤 보도자료를 내고 최종적인 의견조율에 이르지 못했다. 다음 회의 일자를 정하지 않은 채 종료했다고 밝혔다. 추천위원인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지난번과 똑같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한 상황이) 계속됐다. 야당 추천위원 두 분이 최종 동의를 못 하겠다고 해서 더는 회의를 진행하는 게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중단했다고 밝혔다.

야당 추천위원들은 반박했다. 국민의힘 쪽 추천위원인 이헌 변호사는 여당 쪽은 검사 출신은 안 된다고 했고, 야당 쪽은 수사기관이므로 검사 출신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가로 후보 추천을 받아 회의를 해야 한다고 야당 추천위원 2명이 정식 안건을 냈는데 부결됐다고 설명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 활동이 사실상 무위로 돌아가면서 민주당은 공수처법 개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날 국민의힘 참여 없이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를 열어 민주당 백혜련·김남국·박범계 안, 국민의힘 유상범 안, 기본소득당 용혜인안 등을 병합 심사했다. 백혜련 법안심사제1소위원장은 산회 뒤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법 개정안은 추가 논의가 필요해 의결하지 않았다. 26일 소위를 다시 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6일 소위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122~3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처리하면 공수처 연내 출범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김원철 김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