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정책 부합 못해…품위 훼손” 비례대표 의원 신분은 유지
더불어민주당 김홍걸 의원이 지난 7월2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열린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18일 재산신고 누락과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아온 김홍걸 의원을 제명했다. 윤리감찰단을 출범시켜 김 의원과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을 ‘1호 조사대상’으로 삼겠다고 발표한 지 이틀 만에 나온 전격적인 조치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저녁 긴급 브리핑을 열어 “윤리감찰단장인 최기상 의원이 국회의원 김홍걸에 대한 비상징계 제명을 대표에게 요청했고 최고위가 이를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당에서 제명당해도 비례대표로서 국회의원 신분은 유지된다.
민주당 당규는 ‘당대표가 비상한 시기에 중대하고 현저한 징계사유가 있거나 처리를 긴급히 하지 않으면 당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최고위원회의 의결로 징계처분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통상 국회의원을 제명하려면 윤리심판원의 심의·의결 외에도 의원총회에서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 의결이 있어야 한다. 이번 조처는 제명 절차를 모두 건너뛴 ‘비상징계’이자 일종의 ‘패스트트랙’이다.
최 수석대변인은 비상징계를 택한 이유에 대해 “‘김 의원이 감찰 업무에 성실히 협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감찰단장이 최고위에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징계 사유는 ‘당의 부동산정책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부동산 보유로 당의 품위를 훼손한 점’이라고 최 수석대변인은 밝혔다.
김홍걸 의원은 2016년 6월부터 12월까지 반년 동안 아파트 2채와 분양권을 사들였고, 이 중 10억원대 아파트 분양권을 지난 4·15 총선 당시 재산신고에서 누락했다. 총선 뒤 강남 아파트 2채 중 1채를 매각하는 대신 아들에게 증여했고, 이 과정에서 해당 아파트의 전세금을 4억원 올려 받아 논란이 일었다. 배우자 소유의 상가도 총선 당시와 최근 공직자 재산신고 사이에 면적과 가액이 들쭉날쭉하다. < 김원철 기자 >
김홍걸 조사·탈당 거부에…이낙연, 즉각조처 ‘기강 다잡기’
김 의원 협조 않자 결단..야당 박덕흠·조수진 처리 압박도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5월28일 서울 마포구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에서 국회 상임위 활동 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18일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을 받는 김홍걸 의원을 전격 제명한 것은 ‘시간을 끌어도 달라질 게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복무 특혜 의혹 등으로 어수선해진 당내 분위기를 쇄신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국민의힘 역시 가족 회사가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천억원대 공사를 수주한 의혹에 휩싸인 박덕흠 의원과 총선 당시 11억원의 재산을 허위로 신고했다는 의혹을 받는 조수진 의원 처리와 관련해 압박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김홍걸 의원 전격 제명 배경에는 지난 16일 출범한 당 윤리감찰단의 요청이 있었다. 판사 출신으로 감찰단장에 임명된 최기상 의원은 김 의원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및 재산 허위신고 의혹 조사를 개시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감찰단이 여러가지 소명이나 본인 주장을 들어보려고 했으나 성실히 응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오후 최기상 의원한테서 ‘보고하겠다’는 연락을 받고 예정된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 방문 일정을 40분 앞당겨 마무리한 뒤, 김 의원 제명을 요청하는 최 의원의 보고를 받았다. 이 대표는 이후 5시에 긴급최고위원회를 소집해 ‘비상징계’를 의결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최고위는 비상징계 및 제명 필요성에 이의 없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대표실 쪽 한 인사는 “사실관계는 다 드러나 있는데 김 의원이 해명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감찰단으로서는 더 할 게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며 “탈당이 제일 좋았겠지만 당사자가 그럴 뜻이 없다면 하루빨리 제명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당의 기풍을 쇄신하겠다는 이낙연 대표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결정에 앞서 복수의 민주당 의원들이 김 의원을 만나 탈당을 권유했으나 김 의원은 거절했다고 한다. 비례대표 의원이라 탈당하면 국회의원 신분을 잃지만, 출당 또는 제명되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 급기야 김대중 정부 때 청와대 제1부속실장을 지낸 김한정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홍걸 의원이 처한 사정에 대해 변호하고 옹호할 수 없는 상황이 한탄스럽다. 집을 여러채 구입했는데 납득할 설명을 못 하고 있다”며 “가장 곤혹스러운 일은 김대중 대통령님과 이희호 여사님을 존경하고 따르던 많은 분들의 실망과 원망이다. 기다리면 피할 수 있는 소나기가 아니다. 김홍걸 의원이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고 적었다. 사실상 공개 탈당 권유였다.
야당은 민주당의 제명 결정을 ‘꼬리 자르기’ ‘면죄부’라며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희석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국민을 기만한 김 의원의 행태가 단순히 제명 조치만으로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민주당 당적만 없어질 뿐 의원직은 유지돼 꼬리 자르기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은 논평에서 “의원직이 유지되는 만큼 김 의원이 마땅한 책임을 지는 결과라고 할 수 없다”며 “김 의원은 추한 모습으로 부친의 명예에 누를 끼치지 말고 의원직에서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이 문제가 된 것은 벌써 세번째다. 윤미향 의원은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양정숙·김홍걸 의원은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제명됐다. 총선 다섯달 만에 비례대표 의원 중 2명이 제명되고 1명이 기소됨에 따라 졸속 검증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 김원철 노지원 기자 >
‘DJ 비서관’ 김한정, 김홍걸에 “결단하라” 사실상 의원직 사퇴 촉구
“김대중 대통령 내외 존경하는 많은 분의 실망과 원망 곤혹스러워”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이 펼쳐진 국회 본회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셋째 아들인 그는 부동산 투기 의혹, 재산신고 고의 누락 혐의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대중(DJ) 정부 청와대에서 제1부속실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이 18일 각종 재산 논란이 제기된 DJ 3남 김홍걸 의원에게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홍걸 의원은 비례대표로 자진 탈당 시 신분 유지가 안 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의원직 사퇴를 촉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한정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지금 김홍걸 의원이 처한 사정에 대해 변호하고 옹호할 수 없는 상황이 한탄스럽다"면서 "집을 여러 채 구입했는데 납득할 설명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곤혹스러운 일은, 김대중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를 존경하고 따르던 많은 분의 실망과 원망이다. 기다리면 피할 수 있는 소나기가 아니다"면서 김홍걸 의원의 '결단'을 언급했다.
김한정 의원은 그러면서 2002년 '최규선 게이트'가 터졌을 때 자신이 김홍걸 의원으로부터 사실 관계를 처음 확인하고 김대중 당시 대통령 부부에게 보고한 사실도거론했다.
김한정 의원은 "김 대통령은 당시 제1부속실장으로 곁을 지키던 제게 LA에 머무르고 있는 3남 홍걸씨를 만나보고 오라고 명했다"면서 "혹시 알아볼 눈길을 피해 샌프란시스코 공항 주변 호텔 방에서 만났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김홍걸 의원으로부터 당시 "액수는 차이가 있지만 수차례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청탁을 들어준 일은 없다"는 말을 듣고 보고했다면서 "그때 대통령님의 낙담과 충격의 모습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속이 타던 여사님은 눈물을 보였다"고 말했다.
김홍걸 의원은 당시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금품을 받고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가 노무현 정부 때 사면받은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