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식 교수  남북 이질성 속에서 더 높은 동질성 찾는 조화 추구해야

 

한신대가 개교 80돌을 맞아 24~27대북제재는 평화를 만드는가를 주제로 한 국제심포지엄 첫날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석좌교수와 이해영 교수 특별 대담을 하고 있다. 한신대 제공
 

바이든 새 정부가 들어서면 미국의 대외정책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달리 다양성을 인정하고 추구하는 정책으로 나아갈 것이다. 우리 정부는 나서서 바이든 정부가 북한이 전통적 사회주의국가가 아니라 자기식의 사회주의국가라는 점 등 북한을 제대로 알고 나아가도록 미국을 움직여야 한다.”

북미 관계 전문가인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교수(정치학)의 말이다. 박 교수는 지난 24일 한신대가 개교 80돌을 맞아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는 평화를 만드는가라는 주제의 국제심포지엄에서 이 학교 이해영 교수(국제관계학부)와의 영상 대담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박 교수는 싱가포르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북한의 경제성장을 지원하고 체제의 정통성을 지켜주겠다는 트럼프의 말은 얼토당토않은 거짓말이라며 트럼프의 경제·군사적 국익 추구와 달리 바이든은 (정치의식 문화 등을 포함한) 다양한 차원에서 미국 국익을 생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981중공 지도자덩샤오핑의 주선으로 처음 방북한 이래 50차례 넘게 북한을 다녀왔으며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 3대 정권을 안팎에서 탐구해온 박 교수는 서로 이질적으로 다른 남북한은 높은 차원의 동질성을 추구하면서 조화를 이뤄내야 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아래는 이 교수와의 주요 질의 응답.

바이든 시대가 새로 열리는데 미국 민주당의 아시아 정책, 특히 대북정책과 관련해 바이든 시대에 새로운 가능성 열릴 수 있다고 보는가

저는 좀 더 낙관적으로 본다. 바이든, 이 사람을 알려면 두가지를 알아야 한다. (그는) 철저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신봉자다. 둘째로 굉장히 인간적으로 합리적인 사람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려 한다. 트럼프가 아메리카 우선이지만 이번 선거를 보면서 이 사람은 다양성, ‘지구는 다양성이 있는 사람들이 살고 있고 미국도 다양성을 가진 국가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드러냈다. 해리스를 부통령으로 지명했는데 그의 어머니는 인도인이고, 아버지는 자메이카인이고, 남편은 유대계로 상당히 세계적이다. 부통령 뽑을 때 (바이든의 외교) 정책이 그런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생각이 컸다.

우리는 북한에 어떤 탈을 씌어서 북한을 이해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미국에 가르쳐줘야 한다. 미국이 북한을 모른다. 북한은 전통적 사회주의국가가 아니라 북한은 자기식의 사회주의국가라는 점 등 북한을 올바르게 이해해야 하는데, 조 바이든 주위 있는 사람 중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일부 있다. 앞으로 그런 식으로 나아가도록 대한민국 정부 인사, 학자들이 미국을 움직여야 한다. 트럼프는 미국 외교정책을 인종주의자인 폼페이오한테 다 맡겼다. 조 바이든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바이든 가능성을 예측하고 우리가 바람직하게 가능성이 실현되도록 움직여야 한다. 그것이 우리 역할이다. 국익을 위해서 독도나 교과서 등 남북의 동반자로서 같이 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바이든 정부의 아시아 담당 외교팀 구성에는 시간이 걸릴 듯하다.

두가지를 알아야 한다. (미국 국무부) 차관보나 극동문제 관리는 아무 역할도 못한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한다. (실질적 역할을 하는) 대통령과 부통령, 안보보좌관, 몇몇 정보관계자, 이들이 이념적·철학적으로 어떻게 할지 더 연구해야 한다. 이름이 좀 나왔다. 이들은 창의적이고, 뭐랄까 독창적으로 해보겠다고 의욕이 강한 사람들이다.”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를 통해 평화에 가까워졌나?

대북제재의 목적은 비핵화가 아니다. 대북제재의 목적은 (북한) 체제를 붕괴시키는 것이다. 대북제재가 한 일은 경제난, 식량난으로 북한을 어렵게 만드는 일이었다. 제가 이 세상에 아주 비참한 모습들을 많이 봤지만 (평양에 갔을 때) 괴로웠던 것은 배가 고파서 아이들이 굶어 죽는 일이었다. 북한 사람들은 미국과 서구의 제재 때문에 생명권과 생존권을 유린당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가 인권 이야기를 하면서 언론,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이야기 하는데, 북한에서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인권은 생존권이다. 그 생존권을 누가 박탈했나. 자기 체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못하도록 미국과 해외, 남쪽에서 생존권을 박탈하고 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이 오히려 더 민족주의에 의해 더 뭉친다. 가난하지만 고난의 행군이라고 해서 똘똘 뭉친다. (대북제재가 한 게) 그 한가지다.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교수,

그 다음에 제재하면서, 제재를 정당화시킬 때 북한을 악마화시킨다. 철저하게 악마화시키지 않으면 제재에 차질이 생긴다. 북한만큼 악마화된 나라가 없다. 악마화 중 가장 강하게 악마화하는 것이 대한민국이다. 제가 보기에 악마화를 받아야 하는 행동이나 생각들이 많이 없다. 세월이 달라졌는데 미래지향적으로 인류를 포섭하는 쪽으로 달라져야지 언제까지 빨갱이라고 하는가. 우리가 통일의 길에 들어서기 전에, 들어서기 위해 남쪽에서 의식개조 문화혁명을 일으켜야 한다.”

바이든 시대에 앞으로 미국 제재가 바뀔 가능성은 없나

제재 중 제일 중요한 것이, 지금 트럼프에 와서는 북한에 못간다는 것이다. 북한도 못 가고 북한 사람도 못 들어온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필요 이상으로 하고 있다. 이것을 안하도록 우리가 외교를 사용해야 한다. 우리가 가진 레버리지를 사용해야 한다. 미국의 독자적 제재 가운데 인도적인 것에 영향을 미치는 제재가 많다. 그것을 풀어주어야 한다. 중국은 제재 중 인도적 제재는 가하지 않는다.”

타미플루 대북 지원이나 (한국의) 장관이 철책선 시찰을 나갔을 때도 유엔사가 못하게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들이 있고 어이없는 일 생기고 있다.

어이없는 일 중 제일 어이없는 것이 주권국가인 대한민국이 군사통수권(전시작전권)이 없다는 것이다. 어이없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미국에 새 정권이 들어서면 바로 잡도록 압력 넣고 외교를 해야 한다.”

바이든 당선부터 내년 하반기가 우리에게는 가장 중요한 기회의 창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 정부의 외교정책의 방향과 한국 시민사회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가

대한민국은 민주주의다. 북한은 조선식 사회주의다. 그러니까 우리는 철저하게 우수한 민주주의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지 정통성 있는 나라가 된다. 너희(북한)는 모범적 사회주의 사회가 돼라. 그래서 (서로의) 장점을 조화시키는 통일체제를 구성해보자는 식의 통일에 대한 길을 모색해야 한다. 통일은 남북의 좋은 점을 따서 조화시키는 것이다. 통일하기 위한 바람직한 의식구조와 문화, 신념체계 이것을 통일교육을 통해 만들어야 한다.”

바이든 시대의 외교정책 방향은 무엇으로 보나

미국의 외교정책은 뭐니뭐니해도 미국의 국익 추구다. 그런데 미국의 국익이 간단하게 경제적, 군사적인 것은 아니다. 트럼프 같은 사람은 그렇게 생각했다. 바이든 때는 다양한 차원에서 미국 국익을 생각할 것이다. 중국의 시진핑도 옛날 소련처럼 군사대결이 아니라 다양한 정치의식, 문화 이런 것까지 (포함한) 소위 중국식 사회주의를 이야기한다. 이제는 군사, 경제 같은 물질력에서 경쟁하는 안보체계, 세계질서에서 벗어나서 평화체제로 넘어올 수밖에 없고, 그래야 인류가 살 수 있다. 그래서 전쟁을 안하면 평화로 보지 말고, 평화는 이질과 이질이 서로 높은 차원의 동질성을 추구하면서 하나가 되는 그런 조화라는 개념에서 동질성을 찾아야 한다.”

이날 대담에서 박 교수는 2년 전 북미 간 싱가포르 합의를 두고서 트럼프가 경제성장을 도와준다고 말하면서, 북한의 체제 정통성을 자신이 지켜주겠다고 한 것이 핵심이라며 하지만 형식적이었을 뿐 내용이 하나도 없었던 것은,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고 미국은 협의 당시 준비가 안 되어 있었고, 북한이 현 상태로 있는 것, 즉 핵무기를 추구하는 것이 미국 실제 국익에 유리하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중재자나 니코시에이터(협상가) 역할을 해서는 안되고, 미국의 동맹이 되어서도 안된다제일 중요한 지금의 역할은 북한을 동반자로 봐야 한다. 동반자로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북한과 동반자가 되면 둘 다 남북이 막강한 나라가 되고, 국제적 신임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용덕 기자

 


이렇게 허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많지 않은데

 

미래를 위한 금요일깃발을 펼쳐놓고 모여 앉은 청년 기후 활동가들. 코로나19로 내년으로 미뤄진 26차 유엔기후총회(COP26)를 대신해 30살 이하 전세계 청년 800여명이 지난 19일부터 모의 유엔기후총회를 온라인으로 열고 있다. 모의 유엔기후총회 누리집 갈무리

        

코로나19가 없었다면 이달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선 26차 유엔기후총회(COP26)가 열렸을 것이다. 내년 본격 발효를 앞둔 파리기후협약의 이행에 필요한 세부규칙을 최종 합의하는 자리였다. 애석하게도 26차 총회는 내년 11월로 연기됐고, 30살 이하 젊은 세계 기후 활동가들은 공백을 메우겠다며 지난 19일부터 모의 유엔기후총회를 온라인으로 열고 있다. 참가한 전세계 800여명의 청년들은 내년 총회에 참석하는 세계 지도자들에게 보란 듯 그들 대표단 명의의 최종 성명서를 표결에 부치는 것으로 다음주(121) 회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18살의 한 영국 청년은 총회 전 <가디언>과 한 인터뷰에서 당신들이 식탁에 자리를 주지 않아서 우리가 직접 식탁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다음 세대의 절박함은 기성세대가 느끼는 위기감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들은 연기된 1년에 조마조마해하며 마음을 졸인다.

청년들의 조바심과 달리, 우리 사회 기후위기 대응 논의는 진전이 더디다. 대통령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고 직속위원회를 설치하겠다지만, 그 선언이 갖는 뜻과 무게가 곧이 전달되지 않는다. 여전히 친원전파와 일부 보수언론은 기후위기 대응이 아닌,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공격하기에 바쁘다. 2050년에도 원전이 일부 남게 된다는 국가기후환경회의 부위원장의 말(23일 중장기 국민정책제안 브리핑)정부 위원회가 탈원전을 비판했다며 침소봉대한다. 1%의 사례를 들어 태양광 때문에 산사태가 났다 하고, 미세먼지도 탈원전 때문이라 한다. 본격적인 원전 가동 중단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최근엔 미국 대통령 당선자 바이든이 원전에 올인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하지만 해당 기사의 차세대 원전은 연구개발 과제 중 하나에 불과하다. 에너지전환포럼에서 지적했듯, 그나마도 경제성이나 안정성 확보가 어려워 상용화가 쉽지 않다. 그리드 저장기술, 그린수소, 차세대 건축소재 같은 꿈의 기술이 이와 비슷한 대우를 받는다. 바이든은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임기 4년 동안 2300조원을 투입해 태양광 지붕 800만개와 패널 5억개, 풍력터빈 6만개를 설치하고 건물 400만채, 주택 200만채를 에너지 고효율 형태로 개조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의 올인이 어디를 향했는지는 너무나 자명하다. 미국은 현재 계획 중인 원전보다 폐쇄 예정인 원전이 더 많다.

마크 제이컵슨 미 스탠퍼드대 교수 연구팀을 비롯한 일련의 연구 결과를 보면, 전세계 에너지 수요를 재생에너지인 풍력과 수력, 태양광으로 100% 공급하는 목표는 빠르면 2050년 달성할 수 있다. 독일 항공우주센터도 2012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유럽연합이 필요로 하는 전력의 67%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2050년엔 96%까지 가능하다고 봤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려 굳이 새 원전을 지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또 시설 인근에 거주하거나 일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원전의 위험은 재생에너지를 압도한다. 풍력발전기나 태양광발전시설이 고장 나거나 파괴되는 상황과 원전이 그렇게 되는 상황을 상상해보라.

지난해 여름엔 유럽 원자로 6개가 전력 생산을 줄이고 2개가 가동을 중단한 일이 있었다. 폭염 때문에 수온이 오르고 원전이 냉각수로 쓰는 하천 수량이 줄어든 탓이다. 원전은 열이 극심하면 운영이 어렵다. 우린 주로 바닷가에 짓는데 이러다 보니 폭염뿐 아니라 태풍이나 홍수 같은 기후재난에도 취약하다. 올해 태풍 땐 바닷물의 소금기로 원전 6기가 멈춰 서버리는 일이 있었다. 대형 전원인 원전의 갑작스러운 가동 중단은 전체 전력망의 안전까지 위협한다. 재난에 대비해 소규모 분산형 전원을 늘려가는 흐름에도 원전은 맞지 않는다. 원전의 발전단가가 재생에너지보다 싼 것도 위험 부담 비용이 빠진 탓이다. 일본 후쿠시마 사고의 복구비용은 최소 80조원에서 최대 800조원으로 예상되지만, 한국 원전 사업자가 사고에 대비하는 비용은 고작 5000억원까지다. 초과 비용은 모두 사회가 부담해야 한다. 원전처럼 위험하고 전체 시스템에 적합하지 않은 에너지원보단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데 정책 목표를 집중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의 긴박함을 보면 더욱 그렇다.

이미 세계적으로 화석에너지를 몰아내는 재생에너지의 기세는 맹렬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최근 공개한 재생에너지 2020’ 보고서를 보면, 발전용 재생에너지는 여러 발전원 중 나 홀로’ 7%가량 증가세다. 나머지 에너지 수요는 코로나로 5% 감소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설비용량은 2023년 천연가스를, 2024년 석탄을 추월하게 된다. 비슷한 경제 규모 나라 중 유독 우리만, 탈원전 논란을 벌이며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 한자릿수에 머물러 있다. 이렇게 허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많지 않다. 박기용 기후변화팀장

 


법령 등 준수 연속 과락인데도 17가지 조건 걸어 3년 연장해 줘

자본금 불법충당 업무정지이어 솜방망이 결정 방통위 무용론도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7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종합편성채널 엠비엔과 제이티비시 재승인을 심의 의결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기준점수에 미달한 종합편성채널(종편) <MBN>에 대해 방송의 공적 책임 준수 등 17가지 조건을 달아 재승인을 허용했다. 언론시민단체들은 자본금 불법 충당 등 명백한 위법 행위에도 승인 취소 대신 ‘6개월 업무정지행정처분을 내린 데 이어 무자격 불법 방송에 또 재승인을 내줬다며 반발하고 있다.

방통위는 27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오는 30일 승인 유효기간이 끝나는 <JTBC><MBN>에 대해 재승인 여부를 심의한 뒤 의결했다. 앞서 지난 3일부터 나흘간 진행한 재승인 심사에서 엠비엔은 심사평가 총점 1000점 가운데 640.50점을 받아 기준점수인 650점에 미달했다. 제이티비시는 714.89점이었다. 엠비엔은 개별 심사 사항인 방송발전을 위한 지원계획의 이행 및 방송 법령 등 준수 여부’(100)에서 201737.06점에 이어 이번에도 45.04점을 받아 연속 과락했다. 재승인 평가점수는 방송·미디어, 법률, 경영, 기술, 시청자 등 5개 분야 전문가 13명으로 이뤄진 심사위원회가 공적 책임·공정성의 실현 가능성 및 지역·사회·문화적 필요성프로그램 기획·편성·제작 및 공익성 확보 계획의 적절성등을 중점 심사한 결과다.

방통위는 이날 엠비엔이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하는 방안을 포함한 경영 투명성 방안 및 외주 상생 방안 등의 추가 개선계획을 제출하고 이에 대한 이행 의지를 보인 점과 재승인 거부 때 시청자 등의 피해가 예상되는 점 등을 종합 고려해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엠비엔의 승인 유효기간은 12월부터 20231130일까지 3년이며, 제이티비시는 2025년까지 5년이다. 방통위는 엠비엔의 승인 기간을 짧게 한 것뿐 아니라 17가지 조건과 5가지 권고사항을 부여했다. 지난 4<티브이조선>(11가지 조건, 8가지 권고사항)<채널에이>(13가지 조건, 4가지 권고사항)보다 조건이 더 많다. 이들 종편에 부과했던 법정제재 연간 5건 이하 유지등과 함께, 지난 10월 말 ‘6개월 업무정지행정처분에 따른 피해에 대해 최대주주가 경제적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과 최대주주가 방송사 운영 및 내부 인사에 관여하지 않도록 하는 경영혁신 방안을 종사자 대표 및 외부기관의 경영컨설팅 결과를 반영하여 마련하도록 하는 조건 등을 추가했다. 또 공모제도를 통해 대표이사를 선임하되 종사자 대표를 심사위원회에 포함하고, 사외이사 선임 때 시청자위원회가 추천하는 자를 포함하라는 조건도 들어갔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엠비엔 조건부 재승인은 추가 개선계획으로 이행 의지를 밝힌 것에 따른 것으로 앞으로 책임 있는 조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 241개 언론시민단체로 구성된 방송독립시민행동 관계자는 이날 방통위 결정에 대해 애초부터 불법 방송을 한 엠비엔은 승인을 취소해야 했다. 6개월 업무정지 행정처분 결과에 방통위 무용론이 떠오른 가운데 기준점수 이하로 나온 방송을 재승인 허용한 것은 방통위가 법에 보장된 역할을 계속하지 못한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비판했다.

학계에선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 조건부 승인 횟수를 제한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혁남 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기준점수가 미달인데도 언제까지 조건부 승인을 해야 하느냐. 심사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 다른 분야와 달리 공익적 책무가 강조되는 방송은 엄격한 심사를 해야 하는데 정치적 고려가 되풀이되다 보니 방송사들도 위험성을 절감하지 않은 채 사회적 비용만 낭비하고 있다법대로 처벌할 수 있도록 조건부 재승인 횟수를 제한하는 등 좀 더 강한 경고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사설] MBN 면죄부’, 이러려면 종편 심사뭐하러 하나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27일 재승인 기준점수에 미달한 종합편성채널 <MBN>의 방송사업을 최대주주의 인사 관여 불허등 조건을 붙여 재승인했다. 출범 때 자본금을 불법으로 조달해 지난달 업무정지 6개월의 행정처분을 받은 엠비엔은 이로써 방송사업을 접을 위기를 연이어 벗어나게 됐다. 이번 심사에 앞서 언론시민단체들은 불법을 저지르고 경영상태도 부실한 엠비엔의 재승인을 거부하거나, 대주주를 교체하는 매각명령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이번에도 이런저런 조건을 달아 3년의 시간을 더 줬다.

방통위의 봐주기 심사는 이제 관행이 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엠비엔뿐 아니라 <티브이조선> <채널에이> 등도 재승인 심사 때 여러 차례 기준에 미달했지만 조건부로 면죄부를 받아왔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종편들은 편법으로 심사 기간을 넘기려 할 뿐 보도의 공정성과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은 게을리하고 있다. 엠비엔은 3년 전에도 방송전문가로 사외이사진을 구성해 방송의 공적 책무를 높이라는 등의 조건 아래 재승인을 받았으나,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지난달 다시 시정명령을 받았다. 지난 4연간 오보·막말·편파방송 관련 법정제재 5건 이하 유지등을 조건으로 재승인을 받은 <티브이조선>도 이미 올해 6건의 법정제재를 받아 다시 재승인 취소 대상에 올랐다. 하지만 종편들은 시정명령을 받으면 행정소송 제기로 시간을 벌어 재승인 심사 때 해당 항목이 제재 건수에서 빠지게 하는 편법도 쓰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무더기로 승인받은 종편은 저널리즘의 질을 떨어뜨리고 방송시장을 황폐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방송 정책과 규제를 총괄하는 방통위는 종편들의 반발을 의식해 좌고우면하다 종편의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내지 못했다. 언론시민단체들은 방통위가 재승인 여부 외에도 좀 더 세밀하고 실효성 있는 제재 조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조건부 승인 횟수 제한, 대주주 교체 명령,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 제한 등과 함께 주요 방송시간대 광고를 제한하고 이 시간을 독립 피디 등 제3자에게 배당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방통위는 이런 의견을 반영해 재승인 제도를 정비하고 엄정한 집행 의지를 다져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방송통과위원회라는 오명을 벗기 어려울 것이다.


백기사 논란부터 구조조정 책임론까지 쟁점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특혜론부터 산업은행 책임론까지 여러 쟁점이 제기되는 가운데, 산은이 연내 통합을 위해 속도를 높이는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 25일 진행된 행동주의 사모펀드 케이씨지아이(KCGI)의 한진칼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 심문에서의 양쪽 변론, 산은의 기자간담회, 아시아나 노조 성명서 등을 종합해 그간의 쟁점을 정리했다.

쟁점 산은은 조원태 회장의 백기사인가

가장 큰 논란은 산은한진칼대한항공으로 이어지는 자금 구조다. 산은은 한진칼의 8천억원 규모 제3자 유상증자에 참여해 한진칼 지분을 획득하고 이 가운데 7300억원을 한진칼을 통해 대한항공의 25천억원 유상증자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산은이 한진칼 지분 약 10%를 가지게 되고, 조원태 회장과 한진칼 주주연합(KCGI·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반도건설) 사이의 경영권 다툼에 개입해 주요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산은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해 조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맡았다는 의심을 받는 이유다. 케이씨지아이는 주주연합을 대표해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바꾸라고 요구하고, 경제개혁연대는 한진칼이 아닌 대한항공에 유상증자해 이런 오해를 해소하라고 제안했지만 산은은 둘 다 거절했다. 주주 배정 유상증자는 시간이 2개월 이상 소요되고, 대한항공 유상증자는 한진칼의 대한항공 지분율을 지주사 요건(상장 자회사 지분 20% 이상) 아래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제개혁연대가 재차 교환사채를 활용해 지주사 요건을 유지하는 대한항공 유상증자안도 제안했지만 산은은 이 역시 채권자가 아닌 주주로 참여해야 한다며 거절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산은은 대신 조원태 회장을 압박할 장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산은과 한진칼 사이에 맺은 이른바 ‘7대 의무가 그것이다. 조 회장이 의무사항과 확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경영에서 퇴진하고 5천억원을 위약벌로 내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누구도 편 들지 않는 중립적 위치에 서서 어느 쪽도 일방적으로 지원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의구심을 갖는 이들도 적지 않다. 케이씨지아이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소송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는 지난 25일 심문에서 산은이 중립적으로 할 거라고 하지만 산은이 이 거래를 유지해야 하는 위치에 있지 않나. 산은이 어쩔 수 없이 채무자 경영진 쪽에 유리하게 행사할 수도 있지 않냐고 한진칼에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진칼은 “(경영진 교체) 협약에 구속력이 있다고 답했다.

쟁점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에 독인가 약인가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독일까, 약일까. 산은은 약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인천공항의 노선 사용 권리(슬롯), 리스 항공기 등을 대한항공이 가져와 외형을 키울 수 있고 국내의 유일한 대형항공사(FSC)로서 독보적 시장 위치도 갖게 된다는 설명이다. 경영진인 조 회장도 자신의 자리를 걸고 두 항공사를 살려야 하는 처지다.

반대로 케이씨지아이가 강조하는 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다. 올해 3분기 기준 아시아나항공 부채는 128386억원, 부채와 자본의 비율(부채비율)2308.71%. 올해 누적 당기순손실이 6238억원으로 부채를 갚을 여력이 안 된다. 코로나19로 당분간 국제 여객 매출은 기대하기 어렵다. 케이씨지아이가 아시아나항공 인수 검토에 더 오랜 시간을 들여,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한진칼과 총 8천억원 규모의 투자계약을 체결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추진을 결정한 지난 16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항공 빌딩 앞에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만약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대한항공이 동반 부실에 빠질 경우 대한항공 경영진에 대한 배임 논란도 일어날 수 있다. 한때 아시아나 인수를 희망했던 현대산업개발은 1년 반 실사 끝에 매각가 15천억원에도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는 18천억원이다. 산은이 국내 5대 그룹사 등에 인수를 타진했지만 모두 부채 부담 등으로 거절했다고 한다. 케이씨지아이는 지난 25일 법정에서 이런 기업을 시장가보다 높게 주고 샀다며 회사에 대한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한진칼은 이에 대해 “18천억원 가운데 3천억원은 영구채여서 아시아나항공 경영이 정상화되면 돈으로 받을 수 있다. 실제 인수가격은 15천억원이라고 주장했다.

쟁점매각 서두르는 이유는

산은은 왜 이런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서두를까. 산은이 내세운 이유는 비용 최소화원칙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9월 현대산업개발과의 인수 계약이 파기된 뒤 신용평가사들의 ‘BBB- 하향 검토대상에 올랐다. 다음 평가일 전에 자본잠식을 해소하지 못하면 투기등급인 BB+로 강등될 가능성이 높다. 통상 기업의 채무 계약엔 투기등급이 되면 자금을 조기 회수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회사채 신용등급이 강등되면 자산유동화증권(ABS) 4500억원 등 채무에 대해 조기 상환 요청이 들어올 수 있다. 산은은 지난해와 올해 33천억원을 아시아나항공에 투입했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을 하향 검토 리스트에 올린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산업개발의 매각 무산으로 신규 대주주의 유상증자와 유사시 지원 가능성 등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앞으로의 영업실적과 채권단 자본확충 계획 등을 검토해 충분한 규모의 자본 확충이 적시에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신용등급 하향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산은이 새 인수자를 구해 이런 시장 우려를 일부분 해소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딜이 무산되면 (아시아나의) 연내 파산을 피할 수 없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9월 산은이 기간산업안정기금 24천억원을 아시아나항공에 투입하기로 결정한 만큼 이런 우려는 과도하다는 시각도 있다.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25일 성명서를 내어 아시아나항공이 기업안정자금을 3년 내 상환하는 조건인데도 산은은 당장 매각이 안 되면 파산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정부의 항공산업 정책실패를 덮으려고 대한항공에 파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기업평가도 지난 23일 발간한 대한항공 평가보고서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기안 기금 승인액과 인수 과정에서의 증자 등으로 당분간 (아시아나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봤다.

쟁점산은과 박삼구 회장, 책임져야 할 부분 없나

아시아나의 파산 가능성이 거론되자 산은 책임론도 다시 떠올랐다. 산은이 채권단을 맡은 게 지난 2018년인데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투기등급 강등 위기에 이를 때까지 무엇을 했냐는 비판이다. 이한상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이미 채권시장에서 아시아나 회사채가 무보증, 무담보로 소화가 안 된 지 3년이 넘었는데도 산업은행은 차입금과 영구채로 땜질 처방했다박삼구 회장 쪽에 경영 책임을 묻고 차등감자와 지분 전환 등으로 구조조정을 했어야 하는데 이를 하지 않다가 이제 와 항공산업을 재편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썼다. 그는 (아시아나를) “민간 자율로 구조조정한 후 자연스럽게 합병하거나 재무구조를 인수할 수 있는 수준으로 건실화한 뒤 넘기는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창립 이래 경영 실적이 좋았던 때가 많지 않다. 2000년 이후 흑자와 적자를 오가다 2010년 채권단 관리 체제 하에 들어갔고, 2014년 이를 졸업한 뒤에도 이듬해 적자를 내며 수렁에 빠졌다. 2016년과 2017년 당기순이익을 냈지만 2018년과 2019년엔 다시 적자로 돌아서 채권단 관리를 받았다. 유동성 위기 때마다 돈을 빌린 탓에 부채비율은 2005320%, 2010484%, 2015991%, 20191386%로 늘어갔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겹치자 부채를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 지난 8월엔 아시아나항공이 금호고속을 부당 지원한 혐의까지 공정위 조사로 드러나 비난 여론이 더욱 거세졌고, 부실 경영 책임이 있는 박삼구 회장이 사재출연 등 재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산은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이 이미 경영에서 퇴진했고 보유 주식도 담보로 제공한 상태라 추가 조치는 계획된 바 없다고 말했다. 신다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