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첫 외교장관 1332일 만에 떠나
“내 지표는 팀 워크…미진한 부분 부족함 탓”
“인생에서 가장 보람차고 자랑스러웠던 시간”

 

문재인 정부 출범부터 3년 반 넘게 외교부를 이끈 강경화 장관이 8일 오후 외교부청사를 떠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첫 외교부 장관이자 마지막 ‘원년 내각 멤버’였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3년 8개월 만에 외교부를 떠났다. 1332일 전 최초의 비외무고시 출신의 비주류·여성으로 업무를 시작하며 올랐던 그 계단에서 간부들과 인사를 나누며 임기를 마무리했다.

강 장관의 ‘이별식’은 8일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후임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면서 시작했다. 17층 장관 사무실에서 나온 그는 16층부터 외교부 청사 사무실을 돌며 인사를 나눴다고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말 그대로 모든 방을 다 돌았다”며 “손편지를 써서 전하는 직원도 꽤 있었다”고 전했다. 어떤 과는 사무실 입구에 ‘장관님 사랑해요’라는 문구를 붙여놓고 강 장관을 맞았다고 했다. 코로나19로 공식 이임식을 열지 않은 까닭도 있지만, 재임 기간 직원들과 격 없이 지낸 강 장관을 떠나보내는 아쉬움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강경화 장관이 8일 오후 외교부청사를 떠나며 최종건 1차관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강 장관은 이날 오후 외교부 직원들에게 보낸 이임사에서 지난 재임 기간을 돌아보며 “저의 지표는 국가와 국민에 대한 헌신과 국제사회에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그리고 이를 앞서서 다져나가는 외교부의 팀 워크(team work)였다”며 “팀 워크는 진정한 소통이 있을 때만 가능하기에, 부 내외 소통의 깊이와 폭을 넓히기 위해 여러분과 함께 부단히 애를 썼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노력의 결실에 대해서 감사하고 미진한 부분에 대해서는 저의 부족함의 탓으로 가지고 간다”고 덧붙였다.

강 장관이 이날 외교부 청사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기자실이었다. 그는 “지난 3년 8개월 가까이 되돌아보니 정말 어려운 순간도 많았는데 직원들, 관계 부처, 청와대와 함께 어려운 고비를 참 많이 넘겼다”며 소회를 전했다.

실제 강 장관은 북-미가 “화염과 분노”(트럼프)-“괌·서울 불바다”(북한군 총참모부) 등 ‘말폭탄’을 주고받던 시절을 거쳐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THAAD)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보복 조처와 관계 봉합, 한-일 정부 간 일본군 ‘위안부’ 합의 재검토 과정 등 취임 초반부터 녹록지 않은 외교 환경에 맞서야 했다. 북핵, 북미, 4강 외교에 대한 경험 부족과 강 장관 특유의 ‘솔직함’이 뒤섞이며 종종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고 알려졌지만 청와대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주도한 만큼 ‘외교부 패싱’(Passing)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다만 강 장관 재임 기간 내내 언론에 끊이지 않았던 전직 고위 외교관들의 ‘뒷담화’는 비주류 여성 외교장관에 대한 ‘올드 보이’들의 차별적 인식에 기반했다는 비판도 많았다. 일부 외교관들이 “전임 장관들이 과연 무엇을 얼마나 잘했는지 따져보면 크게 다를 게 없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6월18일 청와대에서 사상 첫 비외무고시 출신 강경화 신임 외교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준 뒤 인사를 나누고 있다.

강 장관은 이임사에서 “떠나기 직전 이란의 (한국) 선박 (억류) 문제가 풀려서 굉장히 다행스럽다. 우리 차관과 국장, 영사실 직원에게 특별히 감사드린다”며 “현안 하나하나 할 때마다 ‘우리 직원들 국익을 위해서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임사는 “수십 년간 국내외에서 여러 직장에서 다양한 배경과 능력의 동료들과 일을 할 수 있었다”며 “그 가운데 지난 3년 8개월간 대한민국의 외교부 장관으로서, 여러분들의 수장이자 동료로서 보낸 시간이 제게는 가장 보람차고 자랑스러웠으며, 두고두고 제 마음을 설레게 하는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는 말로 매듭을 지었다. 강 장관의 퇴임과 관련해 한 중견 외교관은 “국제무대에서 자랑스러울 수 있는 외교부 장관은 많지 않다. 강 장관이 단순히 영어를 잘해서가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외교관’으로서 보이는 모습에 자랑스러웠다”고 했다.

강 장관은 “새로 취임하시는 정의용 장관께서는 우리의 대선배이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등 주요 정책 입안과 추진에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며 “새 장관님의 리더십 하에 그간 추진해온 정책들이 큰 결실을 이루고, 외교부가 계속 발전해 나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앞으로 거취를 묻는 질문에는 “계획이 없다”고 했다. 주변에도 “아무것도 안 하고 마음껏 쉬겠다”고 했다고 한다. 홀가분한 듯 미소를 지으며 떠난 강 장관의 모습에 외교부 당국자는 “표정이 모든 걸 말해준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문대통령, 정의용 외교부 장관 임명

 

 정의용 외교부 장관 (PG)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오후 정의용 외교부 장관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했다.

정 장관의 임기는 9일부터다.

앞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정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부적격 의견을 밝히고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채 퇴장했다.

이로써 정 장관은 문재인 정부에서 사실상 야당의 동의를 받지 못한 채 임명된 28번째 장관급 인사가 됐다.

직원들에 밝혀 “기부 시점 등은 고민중”

“사회문제 해결 위해 조만간 기부 서약”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이 재산의 절반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내놓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카카오 주식 재산만 10조원가량 갖고 있다.

김 의장은 8일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 다짐은 공식적인 약속이 될 수 있도록 적절한 기부 서약을 추진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3월 (카카오) 10주년을 맞아 사회문제 해결의 주체자가 되자고 제안드린 후 무엇을 할지 고민이 많았다. 사회문제가 다양한 방면에서 더욱 심화되는 것을 목도하며 더 이상 결심을 늦추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구체적으로 (재산의 절반 이상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이제 고민을 시작한 단계이다. 카카오가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사람을 찾고 지원해 나갈 생각”이라며 “구체적인 플랜(Plan·계획)은 크루(Crew·카카오 임직원을 가리킴) 여러분들에게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아이디어도 얻고 기회도 열어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더 깊은 소통을 할 수 있는 크루 간담회도 열어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장의 재산은 카카오 등 카카오 계열사나 관계사 지분 등 주식 재산으로 주로 구성돼 있다. 김 의장이 직접 보유한 카카오 지분가치만 5조5천억원을 웃돈다. 그 외에 김 의장은 본인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케이큐브홀딩스를 통해서도 카카오 지분 10% 남짓을 들고 있다. 직간접으로 보유한 카카오 지분 가치는 10조원가량이다. 김경락 기자


“재산 절반 이상 기부” 김범수가 그리는 구상은..

대부분 주식 지배구조 영향…이행방식·시기 관심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최근 자녀의 가족회사 취업 사실 등이 드러나 입길에 오른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이 돌연 5조원 상당의 사재 출연 약속을 내놨다. 재산 대부분이 카카오그룹 지배력에 영향을 미치는 주식인 터라, 김 의장의 구체적인 사재 출연 ‘방식’과 ‘시점’에 관심이 쏠린다. 사회공헌을 명분으로 공익재단을 만들어 지배력을 유지해온 삼성·금호 등 과거 재벌그룹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8일 카카오 쪽 말을 들어보면, 김범수 의장은 이날 오전 11시30분께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공식적인 약속이 될 수 있도록 적절한 기부 서약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3월 (카카오) 10주년을 맞아 사회문제 해결의 주체자가 되자고 제안드린 후 무엇을 할지 고민이 많았다. 사회문제가 심화되는 것을 목도하며 더 이상 결심을 늦추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김 의장의 사재 규모는 10조원 이상이라고 카카오 쪽은 말한다. 김 의장은 카카오 주식 1217만여주 이외에, 본인이 100% 지배하고 있는 케이큐브홀딩스를 통해 카카오 주식 994만주를 추가로 보유하고 있다. 이날 종가(45만7천원) 기준 약 10조1천억원어치의 가치다. 김 의장의 약속 이행 방식과 속도에 따라 김 의장의 카카오그룹 지배력도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이날 김 의장은 ‘재산 절반 이상 기부 다짐’ 외에 구체적인 이행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김 의장은 “이제 고민을 시작한 단계이다. 구체적인 플랜(Plan·계획)은 크루(Crew·카카오 임직원을 가리킴) 여러분들에게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아이디어도 얻고 기회도 열어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이라며, 기부 시점도 제시하지는 않았다.

재계 총수의 사재 출연 선언은 국내에서 드문 일은 아니다. 이건희(삼성)·정몽구(현대차) 등 일부 총수들은 비자금 사건 등으로 사회적 비난이 크거나 형량 감경을 위해 재산 기부 약속을 해왔고, 이마저도 제때 지키지 않아 사재 출연 약속을 위기 모면용으로 활용한 게 아니냐는 뒷말을 낳았다. 사재를 그룹 관할 공익재단에 출연한 탓에 ‘과연 사회 환원이 맞나’란 논란도 일었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경영학·경제개혁연대 부소장)는 “취지는 좋으나 구체적인 방법이 없어 아쉽다. 재단을 만들어 자기 재산을 출연하는 예전 재벌의 악습은 따르지 않아야 한다. 직원 뿐만 아니라 폭넓은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카오 쪽은 “10조원 재산 중 절반을 내놓는다고 선언한 국내 사례가 없다. 김 의장이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경락 최민영 기자

 

“위법하거나 절차적 하자 사항 확인되지 않아“

 

감사원.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수립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없다고 확인했다.

감사원은 5일 ‘에너지 전환 로드맵과 각종 계획 수립실태’ 감사 보고서를 내어 “‘에너지 전환 로드맵’ 등 분야에 대해 관련 법률과 판례 등을 토대로 검토했으나, 위법하거나 절차적으로 하자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사항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감사는 정갑윤 전 자유한국당 의원 및 547명이 2019년 6월 ‘탈원전 정책이 대통령 공약이라는 이유로 법적 근거 없이 추진됐다’며 공익감사를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지난해 11월 신한울 3·4호기 건설 관련 정보 미제공 등 관련 국민감사 청구 건 중 일부도 포함해 검토가 이뤄졌다.

청구인들이 제기한 핵심 문제는 정부가 5년마다 수립되는 에너지 관련 최상위 법정계획인 ‘에너지기본계획’(에기본)의 수정 없이 탈원전 정책을 반영한 하위 계획(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먼저 수립했다는 것이었다. 2014년 수립된 2차 에기본은 2035년까지 원전 신규 건설 등 원전 비중을 29%로 정했는데, 현 정부는 2017년 이에 대한 수정 없이 원자력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3.9%로 낮추는 내용의 8차 전기본을 발표했다. 이런 내용이 반영된 것은 2019년 6월 3차 에기본에서다.

감사원은 에기본 및 전기본의 법적 성격은 “법원 판례와 같이 행정기관 내부에서 사업 기본 방향을 제시하거나 지침으로서의 성격을 가질 뿐이고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는 비구속적 행정계획”이라고 판단했다. 또 대법원 판례를 보더라도 8차 전기본이 2차 에기본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위법하다거나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이날 결과 보고로 감사원에 계류 중이던 모든 탈원전 관련 감사는 종결됐다. 김지은 기자

 

월성 원전수사 백운규 전 장관 영장 기각… ‘윗선’ 제동

법원 “범죄 혐의 소명 충분치 않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부 장관(오른쪽 첫 번째)이 8일 오후 대전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백운규(57)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여권을 중심으로 ‘정치 수사’라는 비판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윗선으로 수사 칼날을 겨눴던 검찰의 부담도 커졌다.

대전지법 오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새벽 대전지검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업무방해 혐의로 청구한 백 전 장관의 사전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영장실질심사가 시작된 지 10시간 만이다. 오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장관의 직권을 남용해 한수원 및 그 관계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키고 월성 1호기 업무를 방해했다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치 않아 피의자에게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또 “이미 주요 참고인이 구속된 상태이고, 관계자들의 진술이 확보된 상태이어서 피의자에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오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40분 대전지법 301호 법정에서 백 전 장관이 출석한 가운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했다.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은 “백 전 장관이 월성 1호기 폐쇄 결정 과정에서 장관 지위를 이용해 산업부 공무원들의 월성 원전 관련 업무 과정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백 전 장관 쪽 변호인단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이날 밤 8시50분까지 6시간여 동안 공방을 벌였다.

백 전 장관은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취재진을 만나 ”월성1호기 조기폐쇄는 국가 원칙에 근거해 적법절차대로 처리했다. 월성1호기 조기폐쇄는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국정과제였다”고 말했다.

백 전 장관은 지난달 25일 검찰 소환 조사에서 업무방해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감사원 감사 직전인 지난해 12월1일 밤 원전 관련 자료 530건을 삭제한 혐의(공용전자기록 등 손상·감사원법 위반·방실침입)로 기소된 산업부 공무원 3명의 행위에 대해서도 “아는 바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 전 장관의 영장이 기각되면서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등 청와대 개입 의혹 관련 수사도 추진 동력이 떨어지게 됐다. 정재훈(61)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에 대한 소환 조사도 당분간 미뤄질 전망이다. 검찰은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의혹사건은 2019년 10월 국회가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및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 이사들의 배임 행위를 가려달라며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고, 산업부 직원들이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발표하고, 방대한 자료를 ‘수사참고자료’로 검찰에 송부했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 이상현)는 지난해 12월23일 산업부 공무원 3명을 감사원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또 검찰은 백 전 장관에 대해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폐쇄에 앞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경제성 평가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2018년 4월 ‘월성 원전 즉시 가동 중단’을 지시해 월성 원전의 운영 주체인 한수원의 정당한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지난 4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송인걸 기자


백운규 영장심사 관련 박범계 “에너지 정책 겨냥 수사 안돼”

국회 대정부질문서 “수사 개시 방식, 낯설고 이채롭다”지적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은 8일, 박범계 국무부 장관이 “국가 에너지 정책을 목표로 하는 수사가 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백 전 장관의 구속영장 청구를 어떻게 이해하고 바라봐야 하냐”는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박 장관은 “백운규 전 장관의 영장심사와는 별개로 수사가 국가의 기본적인 정책들, 특히 에너지정책을 직접적인 목표로 하는 그런 수사는 아닐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또 그런 수사가 돼서도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장관은 “이번 영장 청구가 그걸 직접 겨냥하는지는 소상히 보고받지 못해서 판단하긴 좀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또 “문재인 정부 초기에 제8차 전력기본계획이 수립되고, 에너지 전환 정책을 범정부적으로 추진했다”며 “에너지법에 따르면 국가기관이라든지 공공기관이 정부의 에너지기본정책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도 했다.

그는 백 전 장관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고발 등이 아니라 수사참고자료에서 시작된 데 대해서 낯설다고 평가했다. 박 장관은 “기관과 기관 사이에서 수사 개시는 통상 기관 고발, 수사 의뢰 등 여러 종류가 있지만 수사참고자료의 전달(로 인한 수사)이 저에게는 상당히 낯설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또 “그것(수사참고자료)이 아주 급속도로 강한 수사가 이뤄지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는 이번 케이스가 이채롭다”며 “저로서는 장관 이전에 이 사안에 대해 매우 관심을 가져온 사람으로서 그건 조심스럽게 지켜봤다”고 덧붙였다.    오연서 기자

대검 기획조정부장 조종태·서울남부지검장에 심재철

검찰 고위 간부 인사 발표…고검장·검사장 승진 없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이성윤(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한 법무·검찰 고위 간부가 대부분 유임됐다.

법무부는 7일 대검 검사급(검사장) 간부 4명의 전보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취임 후 첫 검찰 정기인사다.

이번 인사로 심재철(27기) 법무부 검찰국장이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심 국장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재임 시절 법무부 내 `최측근'으로 꼽혔다. 지난해 법무부와 대검 사이의 갈등에도 책임이 있는 인물로 꼽혀 윤석열 검찰총장이 교체를 요구한 대상 중 1명이다.

심 검찰국장의 후임은 이정수(26기) 현 서울남부지검장이 맡는다. 이 지검장은 지난해 10월 전임자인 박순철 지검장이 사표를 내자 그 뒤를 이어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기 사건과 로비 은폐 의혹 등을 석달여 동안 수사해왔다.

공석이던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조종태(25기) 춘천지검장이 맡는다. 조 지검장이 빠진 자리에는 김지용(28기) 서울고검 차장검사가 이동한다. 서울고검 차장검사 자리는 당분간 공석으로 유지한다.

 

이들 외 고위 간부의 인사이동은 없으며, 고검장·검사장 승진 인사도 없다. `채널A 사건'에 연루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가 있는 한동훈(27기) 검사장도 유임됐다.

이 서울중앙지검장은 앞으로도 한 검사장의 채널A 사건 연루 의혹과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윤석열 검찰총장의 가족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게 됐다. 이두봉(25기) 대전지검장도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의 수사와 공판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법무부는 "대검 기조부장 공석 체제를 해소하고 검찰 조직의 안정 속에 검찰 개혁 과제를 흔들림없이 추진하기 위해 체제 정비 차원에서 일부 대검 검사급 전보인사를 실시했다"며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또 "지난 1년 반 동안 3차례에 걸쳐 6개월 단위로 인사한 점을 감안해 종전 인사 기조를 유지하면서 공석 충원 외에 검사장급 승진 인사 없이 전보를 최소화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현재 진행중인 주요 현안 사건을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장, 대전지검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검사장을 유임시켜 새롭게 시행되는 제도의 안착과 업무의 연속성을 도모했다"고 부연했다.

 

박범계 장관, 휴일 검사장급 인사 전격발표

 

`인사 협의' 동상이몽…"총장 의견 들었다"vs"총장 패싱"

인사 이후 검찰개혁 방향 놓고 `朴-尹 갈등' 불거질 수도

 

박범계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법무부가 휴일인 7일 대검찰청에 사전 통보 없이 검사장급 인사를 전격 발표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법무부가 인사안을 구체적으로 협의도 하지 않은 채 인사를 발표했다며 불쾌한 기색을 보였고, 법무부는 검찰 조직안정을 위해 인사 시기를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 법무부, 휴일 인사 발표…대검 "통보 못 받아"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검사장급 인사 발표 계획이 처음 알려진 건 낮 12시 20분께. 그로부터 한 시간 뒤 오후 1시 30분께 인사안이 발표됐다.

대검 측은 이날 인사 발표에 관해 전혀 알지 못했다. 법무부는 인사 발표 직전 대검 측에 확정된 인사안을 전달하려 했지만, 대검 측은 이미 완성된 안을 받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인사안이 확정되기 전에 인사 초안이나 인사 발표 계획을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는 이번 주 초 발표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법무부 측은 예고 없는 인사 발표에 대해 "인사가 늦어지는 것은 검찰 조직의 안정이라는 인사 취지를 해할 우려가 있어서 인사 시기를 앞당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 법무부-대검 `인사 협의' 놓고 시각차…갈등 재연?

법무부는 이날 인사를 발표하며 "인사에 관한 검찰총장 의견청취 절차를 실질화했다"며 "장관이 2차례에 걸쳐 총장을 직접 만나 구체적인 의견을 듣고 그 취지를 반영하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인사에 앞서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규정한 검찰법상 절차를 지켰다는 입장이다.

반면 윤 총장 측은 법무부가 문서로 개별 인사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검사장 인사를 기습적으로 확정·발표한 것에 불만을 표시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일과 5일 윤 총장을 2차례 만났지만 이 자리에선 주로 인사 기준과 원칙 등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 측은 이후 법무부가 구체적인 인사안을 문서로 보내오면 의견을 피력할 계획이었다.

윤 총장 측 한 인사는 "전체 인사 규모, 어떤 인사를 어디로 보내는지 등 최종 인사안을 보내지도 않고 무슨 의견을 다 들었다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형식적 의견 청취이지 사실상 `총장 패싱'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재경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장관이 검찰총장을 두 번 만났다는 형식보다는 검찰총장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됐는지 등 내용이 중요하다"며 "검찰총장을 건너뛴 기습 인사 발표는 추미애 장관 때보다 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 발표로 향후 법무부와 대검 간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 인사 포인트 `이성윤·이두봉 유임·심재철 전보'

심재철 검사장

검찰 내부에서는 박 장관이 검찰청법의 `검찰총장의 인사 의견 청취' 조항을 좁게 해석했다는 점에서 예견된 수순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검찰청법 34조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하도록 하고 있다.

박 장관은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나 "분명히 의견을 듣는다고 돼 있으니 법대로 충실히 하겠다는 생각"이라면서도 "검찰청법의 입법 취지나 운영의 관행을 다 포함해 보면 `협의'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의 발언은 윤 총장의 의견을 듣겠지만 최종 인사는 윤 총장의 의견에 구속받지 않고 재량껏 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읽혔다.

특히 이날 인사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이두봉 대전지검장의 유임,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의 전보 조치는 박 장관이 상당히 고심해 내놓은 `타협책'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전지검은 최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8월 검찰 대표 요직인 검찰국장에 임명됐다가 반년 만에 자리를 옮기는 된 심 국장은 `추미애 라인' 검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