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인터뷰

12월말 식약처에 긴급사용승인 신청이미 10만명분 생산중

전세계적으로 백신 생산량은 충분하지만 치료제는 부족할 것

국가안보에 큰 자산남북한미관계 푸는데 중요한 역할 기대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셀트리온 스킨큐어에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현황과 전망에 대해 말하고 있다.

          

내년 봄에는 한국이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국민이 마스크 없이도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코로나 청정국이 될 것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셀트리온스킨큐어에서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전세계적으로 백신 생산량은 충분한 반면 치료제는 부족하지만, 우리 국민은 셀트리온의 치료제 공급에 여유가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코로나 청정국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코로나 3차 유행으로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진 가운데, 바이오 제약 업체인 셀트리온은 국내 업체 중에서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 가장 앞서 있다.

서 회장은 코로나19 항체치료제의 임상 2상시험이 다음주(1123일 시작되는 주)에 끝나면, 최종 시험 데이터가 나오는 데 한달 남짓 걸린다결과가 나오는 대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긴급사용승인 신청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1221일 시작되는 12월 넷째 주에 긴급사용승인 신청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현재 루마니아에서 진행 중인 임상 2상시험에서 치료제의 효능과 안전성이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식약처의 승인이 나오면 바로 시판할 수 있는데, 내년 초에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식약처의 승인을 전제로 이미 10만명분의 치료제 생산을 시작했다.

또 서 회장은 미국은 자국민을 위한 치료제가 부족해,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코로나 시대에는 치료제가 국가안보에 큰 자산이 되고, 향후 남북관계와 한-미 관계를 푸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코로나 항체치료제(CT-P59)에 대한 관심이 많다. 정부도 빠른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식약처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하는 게 언제쯤 가능한가?

요즘 내가 공무원이 다 됐다. 정부와 매일같이 협의하느라고 정신이 없다.(웃음) 임상 2상시험이 이번주에 끝나고, 최종 시험 데이터가 나오려면 한달 남짓 걸린다. 그 결과가 나오는 대로 (1221일 시작하는 주에) 식약처에 신청이 가능할 것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치료제의 효능과 안전성은?

루마니아에서 임상 2상시험 중인데, 환자가 치료제를 주사한 지 4~5일 만에 바이러스가 모두 소멸하여 수일 내 퇴원할 정도로 효능이 좋다. 중증 환자나 장기 손상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는 뜻이다. 안전성 문제도 없다. 현지 의사들이 자신들에게 주사를 놓아도 되겠다고 말할 정도다.”

식약처 승인을 받아 치료제가 실제 시판되는 시점은 언제로 예상하나? 미국 식품의약국(FAD)은 치료제 승인에 한달 정도가 걸렸다고 하는데.

내년 초에는 치료제를 시장에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치료제 생산을 이미 시작했기 때문에 식약처 승인을 받으면 바로 나올 수 있다. 치료제가 나오면 국민이 코로나에 대한 불안감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내년 봄에는 한국이 마스크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코로나 청정국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가 필요한 치료제가 10만명분이면 충분하다는 말을 했다. 현재 치료 중인 환자가 3천명이고, 하루 신규 확진자가 300명에 이르는데 괜찮을까?

환자 발생 상황만 놓고 보면 1만명분 정도로도 문제없지만, 여유 있게 잡은 것이다. 셀트리온이 연말까지 10만명분을 목표로 생산에 돌입했기 때문에, 우리 국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코로나 치료제는 공공재이기 때문에 가격을 적정하게 책정하겠다고 말했는데?

치료제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것은 좋지 않다. 국내는 원가(개발비 포함) 수준에서 싸게 공급하고, 해외에는 경쟁 업체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계획이다.(미국의 코로나 치료제 개발 업체인 일라이릴리는 개당 450~500만원에 공급하기로 미국 정부와 계약했다.)”

화이자·모더나 등 외국 업체의 백신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이르면 12월 중에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것은 치료제다. 코로나 종식을 위해 치료제와 백신의 역할은 어떤 차이가 있나?

코로나 감염이 발생하면 먼저 진단을 해서 환자를 가려내야 한다. 다음은 환자를 치료해야 한다. 최종적으로 전국민의 예방을 위한 백신이 필요하다. 코로나 퇴치를 위해서는 먼저 치료제가 필요하고, 백신이 뒤따라와야 한다. ‘선 치료제, 후 백신인 셈이다.”

전세계 치료제와 백신 개발 현황과 전망은?

치료제는 한국의 셀트리온 외에 미국의 일라이릴리와 리제네론, 유럽의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아스트라제네카 등 모두 5곳에서 개발 중이다.(미국 업체들은 식품의약국의 긴급사용승인을 이미 받았다.) 백신은 세계 100곳이 개발 중인데, 최종적으로 내년 중반까지는 미국·유럽·중국을 포함해 최소 10곳 정도는 성공할 것이다.”

백신과 치료제 물량을 사전에 확보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은 셀트리온이 치료제를 생산한다고 해도, 백신은 아직 확보가 안 돼 걱정하는 국민이 있다.

당장 필요한 것은 치료제인데, 셀트리온이 충분한 양을 공급할 것이다. 백신은 외국에서 도입해야 하지만, 치료제와 달리 전세계 생산량이 충분할 것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대표적인 해외 백신 개발 업체 10곳의 예상 연간 생산량은 40억명분에 이른다.)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다. 셀트리온도 마음만 먹으면 백신 생산이 가능하다. 이미 외국 업체와 협의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공평한 보급을 강조했다. 치료제는 전세계적으로는 충분한가?

부족할 것이다. 셀트리온의 치료제 생산량이 연간 150~200만명분이다. 미국 업체 2곳은 합해서 연간 400~500만명분이다. 미국의 최근 신규 환자가 20만명에 육박한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미국은 자체 물량을 충당하기에도 부족하다. 제약업체라도 새로 항체치료제 생산시설을 갖추는 데 6년 정도 걸린다. 앞으로 각국이 자국민을 보호할 수 있을 정도로 치료제를 보유했는지가 외교적으로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미국은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병행하는데, 한국은 왜 치료제 개발만 하고 백신은 하지 않나?

국내에서는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이 어렵다. 그래서 에스케이(SK), 삼성 같은 국내 업체는 해외에서 개발한 백신의 위탁생산만 한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에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을 지원할 뜻을 밝혔는데?

기업이 국가 정책에 협조하는 것이 도리다. 한국이 코로나 청정국이 된 이후에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북한에 대한 무상지원에 협조할 것이다. 북한 지원을 위해 필요하다면 방북 용의도 있다.”

한반도 평화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셀트리온의 코로나 치료제가 돌파구 역할을 한다면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도 1998년 소떼 1천마리를 끌고 방북해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트고 남북 화해의 초석을 놓았다.

소떼 방북과 같은 역사적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코로나 시대에는 치료제가 공공재이고, 국가안보에 큰 자산이 된다. 치료제가 향후 남북관계는 물론 한-미 관계를 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당장 미국은 자국민을 위한 치료제가 부족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치료제를 추가로 확보하는 데 한국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

셀트리온의 3분기 매출(5488억원)과 영업이익(2453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0%, 138% 급증하며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코로나 영향 때문인가?

코로나 영향은 없다. 기존 바이오 제품의 매출과 이익이 늘어난 것이다. 향후 실적은 더욱 좋을 것이다. 전세계 제약회사 30만곳 가운데 셀트리온의 영업이익이 현재 35위인데, 내년에는 20위로 올라설 것이다.”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한 행사에서 인천 송도 연구센터와 3공장 건립에 5천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17400억원을 투자해 4공장을 짓기로 했다. 한국 바이오 제약 산업의 전망은?

셀트리온과 삼바의 투자를 통해 인천 송도에 바이오밸리가 구축된다. 전세계 제약 산업 규모가 1800조원이다. 바이오가 반도체·자동차처럼 국가 기간산업의 하나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65살이 되는 올해 말 정년퇴임을 선언했다. 한국 기업 역사상 그룹 총수의 정년은 초유의 일이다. 지금도 생각에 변함이 없는가?

약속대로 연말에 명예회장으로 물러날 것이다. 명예회장은 급여와 사무실이 없다.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맡는다. 대신 나는 새로운 사업에 도전한다. 20년 전 처음 창업할 때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기존 기업을 수성하는 것은 후배들에게 맡기고, 내가 정말 잘하는 기업을 축성(창업)하는 일을 하려고 한다. 회사에 남아 잔소리하는 꼰대가 되느니, 그게 좋지 않겠나.(웃음)”

신규 사업으로 바이오 산업과 4차 산업혁명을 결합한 유(U)헬스케어를 제시했다. 어떤 내용인가?

전세계 70억 인구가 이용할 수 있는 원격진료병원을 만드는 게 꿈이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자가 피 검사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지금도 가정에서 체온, 맥박, 소변 등의 검사는 가능한데 피 검사는 안 된다. 아주 적은 양의 피로도 원하는 검사 결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약을 보내려면 이커머스(전자상거래)도 필요하다. 10조원 투자 계획을 세웠는데, 셀트리온 돈은 한푼도 안 쓰고, 미국 맨해튼 같은 외부 투자를 받을 것이다.”

유헬스케어는 원격진료를 포함하는데, 의료계가 반대하고 있다.

자가 피 검사 시스템이 가능하려면 빅데이터, 약사법 개정이 필요하므로 사회적 대타협과 관련 인프라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사업이 본격화하려면 5~10년은 걸릴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기술융합이다. 바이오는 물론 인공지능·나노·가상현실·이커머스 등 여러 분야를 하나로 묶는 복합기술이 요구된다. 여러 악기를 다루는 연주자들을 한명의 지휘자가 일사불란하게 조율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서정진 회장이 생각하는 기업가정신은 무엇인가?

내가 추구하는 길은 계속 이상향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진정한 기업가정신을 찾아서 진보, 발전하는 것이다.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을 열심히 해서 회사, 직원, 주주, 사회에 도움 되는 일을 하려고 한다. 비즈니스는 수치(실적)보다 명분이 중요하다. 명분을 좇다 보면 이익이 자연히 따라오지만, 수치를 좇다 보면 고객과 사업파트너를 잃는다.” 곽정수 논설위원

 

서정진 회장은연말 회장 퇴임 뒤 유헬스케어스타트업 도전

 

서정진 회장은 이른바 흙수저출신으로 자수성가한 기업인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장사를 돕느라고 고등학교 진학이 늦었다. 삼성전기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 대우차에 다니다가 외환위기를 맞았다. 대우차가 무너진 직후인 200040대 중반의 늦은 나이에 단돈 5천만원을 쥐고 창업에 뛰어들어, 불과 20년 만에 재계 40위권의 대기업을 일구었다.

셀트리온은 한국 바이오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2012년 개발한 항체치료제 램시마는 전세계 바이오시밀러(특허가 끝난 바이오의약품을 모방하여 만든 복제약) 1호다. 문재인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3대 미래 성장산업의 하나로 바이오를 선정했다.

서 회장은 1세대 창업자인 이병철 삼성 회장, 정주영 현대 회장과 2세대 창업자인 김우중 대우 회장을 잇는 3세대 창업자다. 월급쟁이 생활을 하면서 이병철 회장과 김우중 회장을 곁에서 지켜본 특이한 경험의 소유자로, 한국 재벌의 장단점을 직접 체험했다.

서 회장은 수년 전부터 회장은 기업의 왕이 아니다라며, 65살이 되는 2020년 말 정년퇴임을 선언했다. 또 소유-경영의 분리, 편법·불법 상속과의 단절도 약속했다. 서 회장은 나는 명예회장으로 물러나고,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약속이 실제 이뤄진다면 한국 재벌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서 회장은 퇴임 이후 바이오산업과 4차 산업혁명을 결합한 유(U)헬스케어 분야의 스타트업에 새롭게 도전한다. 그는 “20년 전 처음 창업할 때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이룩한 성공에 안주하지 않는 끝없는 도전이 서 회장의 기업가정신을 보여준다.


G20 회의 뒤 평가G7서 빠진 한국과 중국의 역할론 부각될 듯

 

문재인 대통령이 전세계 현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주요 7개국(G7) 체제 보다 주요 20개국(G20) 체제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국이 포함된 지20은 참여 나라가 대륙별로 안배돼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주말 화상으로 진행된 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마친 뒤 오늘날의 지7(G7·주요 7개국) 체제가 전세계의 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데 다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24일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오히려 지20(주요 20개국)이 다양한 글로벌 현안을 다루는 데 의미와 효과가 있고 도움이 된다. 실제로 이번 지20 정상회의와 (지난 20일 진행된) 아펙(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는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주요 7개국 체제가 한계가 있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통화에서도 7 체제는 전 세계 문제에 대응하고 해결책을 찾는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7은 낡은 체제로서 현재의 국제정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지11(G11)이나 지12(G12) 체제로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중인데 문 대통령 생각은 어떠시냐고 물은 데 대한 답변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미국에서 열 예정이었던 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한국 등을 초청할 의사를 밝혔지만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인해 정상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주요 20개국 정상회의는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시작됐다. 주요 7개국 정상회의는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일본 등 일부 국가에 치우쳐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주요 20개국 정상회의는 대륙별로 두루 참여하는 특징이 있다. 결정적으로 미국과 전략적 경쟁을 하고 있을 정도로 성장한 중국이 주요 20개국에 들어가 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지7을 확대해 대중국 라인으로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지20이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역할을 했던 것처럼, 20이 지7보다 코로나19 방역이나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전세계 협력을 이끌어 내는데 효과적일 수 있다. 바이든 당선자는 지20 역할이 커지는 것을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청와대 "화상 정상회의장 화제노하우 전수 요청도"

 

문재인 대통령이 2주에 걸쳐 화상으로 참석한 다자 정상회의에서 청와대 본관에 마련된 회의장 모습이 참가국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고 청와대가 24일 밝혔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후 주최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측이 '어메이징'(놀라웠다)이라며 화상 정상회의장 준비 상황을 인상 깊게 봤다고 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한·아세안 정상회의, 13일 한·메콩 정상회의, 14일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및 동아시아정상회의(EAS), 15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 20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2122G20 정상회의 등 7차례의 다자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청와대는 정상회의마다 독자적인 의미를 부여하며 회의장 배경색을 달리했다고 한다.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때는 행사의 심볼·로고 등을 고려해 색상을 선택했고, EAS 정상회의 때는 바다를 의미하는 푸른색을, RCEP 정상회의 때는 협정당사자인 한국 대통령을 뜻하는 군청색을, G20 정상회의 때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상징하는 초록색을 각각 배경으로 삼았다.

강 대변인은 "회의 때마다 다른 배경 판을 준비한 게 아니라, 조명을 이용해 색상을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문 대통령과 배석자들 책상 모양 및 배치도 눈길을 끌었다. 사다리꼴 모양의 책상을 이어붙이면 삼각형이 그려지는 것으로, 이는 '원팀'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아울러 다른 나라 정상의 발언 때에는 해당 발언이 통역사 부스를 거쳐 회의장에는 한국어로 나올 수 있도록 해 문 대통령은 별도의 헤드셋을 쓰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베트남 등은 화상 회의장 준비 관련 노하우를 요청했다고 한다.

한편 G20 정상회의 당시 일부 정상과 문 대통령은 새벽 1시까지 계속 자리를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허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많지 않은데

 

미래를 위한 금요일깃발을 펼쳐놓고 모여 앉은 청년 기후 활동가들. 코로나19로 내년으로 미뤄진 26차 유엔기후총회(COP26)를 대신해 30살 이하 전세계 청년 800여명이 지난 19일부터 모의 유엔기후총회를 온라인으로 열고 있다. 모의 유엔기후총회 누리집 갈무리

             

코로나19가 없었다면 이달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선 26차 유엔기후총회(COP26)가 열렸을 것이다. 내년 본격 발효를 앞둔 파리기후협약의 이행에 필요한 세부규칙을 최종 합의하는 자리였다. 애석하게도 26차 총회는 내년 11월로 연기됐고, 30살 이하 젊은 세계 기후 활동가들은 공백을 메우겠다며 지난 19일부터 모의 유엔기후총회를 온라인으로 열고 있다. 참가한 전세계 800여명의 청년들은 내년 총회에 참석하는 세계 지도자들에게 보란 듯 그들 대표단 명의의 최종 성명서를 표결에 부치는 것으로 다음주(121) 회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18살의 한 영국 청년은 총회 전 <가디언>과 한 인터뷰에서 당신들이 식탁에 자리를 주지 않아서 우리가 직접 식탁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다음 세대의 절박함은 기성세대가 느끼는 위기감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들은 연기된 1년에 조마조마해하며 마음을 졸인다.

청년들의 조바심과 달리, 우리 사회 기후위기 대응 논의는 진전이 더디다. 대통령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고 직속위원회를 설치하겠다지만, 그 선언이 갖는 뜻과 무게가 곧이 전달되지 않는다. 여전히 친원전파와 일부 보수언론은 기후위기 대응이 아닌,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공격하기에 바쁘다. 2050년에도 원전이 일부 남게 된다는 국가기후환경회의 부위원장의 말(23일 중장기 국민정책제안 브리핑)정부 위원회가 탈원전을 비판했다며 침소봉대한다. 1%의 사례를 들어 태양광 때문에 산사태가 났다 하고, 미세먼지도 탈원전 때문이라 한다. 본격적인 원전 가동 중단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최근엔 미국 대통령 당선자 바이든이 원전에 올인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하지만 해당 기사의 차세대 원전은 연구개발 과제 중 하나에 불과하다. 에너지전환포럼에서 지적했듯, 그나마도 경제성이나 안정성 확보가 어려워 상용화가 쉽지 않다. 그리드 저장기술, 그린수소, 차세대 건축소재 같은 꿈의 기술이 이와 비슷한 대우를 받는다. 바이든은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임기 4년 동안 2300조원을 투입해 태양광 지붕 800만개와 패널 5억개, 풍력터빈 6만개를 설치하고 건물 400만채, 주택 200만채를 에너지 고효율 형태로 개조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의 올인이 어디를 향했는지는 너무나 자명하다. 미국은 현재 계획 중인 원전보다 폐쇄 예정인 원전이 더 많다.

마크 제이컵슨 미 스탠퍼드대 교수 연구팀을 비롯한 일련의 연구 결과를 보면, 전세계 에너지 수요를 재생에너지인 풍력과 수력, 태양광으로 100% 공급하는 목표는 빠르면 2050년 달성할 수 있다. 독일 항공우주센터도 2012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유럽연합이 필요로 하는 전력의 67%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2050년엔 96%까지 가능하다고 봤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려 굳이 새 원전을 지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또 시설 인근에 거주하거나 일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원전의 위험은 재생에너지를 압도한다. 풍력발전기나 태양광발전시설이 고장 나거나 파괴되는 상황과 원전이 그렇게 되는 상황을 상상해보라.

지난해 여름엔 유럽 원자로 6개가 전력 생산을 줄이고 2개가 가동을 중단한 일이 있었다. 폭염 때문에 수온이 오르고 원전이 냉각수로 쓰는 하천 수량이 줄어든 탓이다. 원전은 열이 극심하면 운영이 어렵다. 우린 주로 바닷가에 짓는데 이러다 보니 폭염뿐 아니라 태풍이나 홍수 같은 기후재난에도 취약하다. 올해 태풍 땐 바닷물의 소금기로 원전 6기가 멈춰 서버리는 일이 있었다. 대형 전원인 원전의 갑작스러운 가동 중단은 전체 전력망의 안전까지 위협한다. 재난에 대비해 소규모 분산형 전원을 늘려가는 흐름에도 원전은 맞지 않는다. 원전의 발전단가가 재생에너지보다 싼 것도 위험 부담 비용이 빠진 탓이다. 일본 후쿠시마 사고의 복구비용은 최소 80조원에서 최대 800조원으로 예상되지만, 한국 원전 사업자가 사고에 대비하는 비용은 고작 5000억원까지다. 초과 비용은 모두 사회가 부담해야 한다. 원전처럼 위험하고 전체 시스템에 적합하지 않은 에너지원보단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데 정책 목표를 집중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의 긴박함을 보면 더욱 그렇다.

이미 세계적으로 화석에너지를 몰아내는 재생에너지의 기세는 맹렬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최근 공개한 재생에너지 2020’ 보고서를 보면, 발전용 재생에너지는 여러 발전원 중 나 홀로’ 7%가량 증가세다. 나머지 에너지 수요는 코로나로 5% 감소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설비용량은 2023년 천연가스를, 2024년 석탄을 추월하게 된다. 비슷한 경제 규모 나라 중 유독 우리만, 탈원전 논란을 벌이며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 한자릿수에 머물러 있다. 이렇게 허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많지 않다. 박기용 기후변화팀장

       

보수언론, 그들은 왜 ‘탈원전’을 싫어할까?

부정적 보도 일관, ‘입맛에 맞는 표현만 골라 쓰기도

한수원 광고비와 연관?결국 경제적 이해관계비판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가기후환경회의 중장기 국민정책제안 기자회견에서 김숙 전략기획위원장이 설명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기후환경회의(위원장 반기문)는 지난 23일 정부에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중장기 정책을 제안했다. 석탄 발전과 휘발유·경유차량 퇴출 시점 등 미세먼지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주요 정책이 포함됐다. <한겨레><경향신문> 등 여러 언론은 ‘2035년부터 내연차 국내 판매 중단 제안등을 제목으로 정책 발표 소식을 전했다.

같은 정책을 두고 일부 보수언론과 경제지는 다른 내용을 주요하게 전했다. <조선일보>(‘대통령 직속 기후회의 탈원전 고정불변이면 탄소 중립 어렵다”), <한국경제>(대통령 자문기구 원전정책 고정불변으론 2050년 탄소중립 어렵다”), <서울경제>(대통령 직속위 탈탄소, 원전도 대안”)가 대표적이다. 정부 내부의 탈원전 어깃장을 비중있게 다룬 것이다.

정부 추진 정책의 적절성을 검토하고 감시하는 것은 언론의 주요 기능이다. 같은 정책을 두고도 언론마다 시각이 다를 수 있다. <조선일보> <한국경제> <서울경제>는 정부와 환경단체의 탈원전 기조에 시종일관 부정적 태도를 보여왔다. 그런데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이들 언론의 보도가 나온 24일 오전 기사가 사실과 다르다는 반박자료를 냈다.

국가기후환경회의가 24일 발표한 기사가 사실과 다르다는 반박 보도자료.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정책 제안 발표 전 기자들에게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석탄 발전 퇴출 부분에 원자력이 언급돼있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의 주요 배출원인 석탄 발전(2019년 전체 발전량의 40.4%)2045년 또는 그 이전까지 0으로 감축하되, 2050년 탄소 중립을 위해 2040년 이전으로 앞당기는 방안도 함께 검토한다.

또한,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보완적으로 활용하는 최적의 국가전원믹스를 구성한다.

정책 제안 발표 뒤 이뤄진 기자간담회에서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하되,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보완적으로 활용한다는 제안을 두고 “(모든 원전 수명이 끝나는) 2079년 이후에도 원전이 필요하다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이 나왔다. 안병옥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이 답변을 시작했다.

“(석탄 발전의 빈 자리를) 천연가스, 원자력, 재생에너지 중에서 대체할 수밖에 없는데 시기별로 각 에너지원의 발전단가, 사회적 수용성 등 여러가지를 검토해야 한다.”

<한겨레>가 당시 발언 내용 전체를 확인한 결과, 안 운영위원장은 이 발언에 이어 <조선일보> 등이 제목으로 뽑은 발언을 했다.

원전 문제를, 지금 정부 정책이 있습니다만, 고정불변의 것으로 놓고 2050년 탄소 중립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 발언을 두고 <조선일보>대통령 직속 기구가 정부의 기존 탈원전 정책과는 다른 시각을 보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원전 활용 필요성을 제안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고 기사에 썼다. <한국경제>는 아예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가 사실상 원전 정책을 재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기사를 썼다.

이들은 안 운영위원장이 정책이 고정불변이면 탄소 중립은 어렵다는 말 바로 뒤에 한 다음의 발언은 기사에 줄여서 담거나 쓰지 않았다.

원전이 이때도 존재한다는 가정 하에 원전도 대안 중 하나로 검토할 수 있는 것인데, 다만 우리가 석탄 발전을 대체하는 것은 곧 원전이라고 말하는 것은 섣부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린수소, 재생에너지, 석탄발전소에 장착할 수 있는 탄소·포집 저장기술이 어떻게 발전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다양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열어놓고 논의해야 한다.”

<조선일보> 등은 통으로 이뤄진 전체 발언 중에서 입맛에 맞는 앞부분만 잘라서 크게 쓰고 나머지 발언은 축소하거나 아예 쓰지 않는 고전적 방식을 사용한 셈이다.

국가기후환경회의 중장기 정책제안 요약본보도자료 10쪽 원자력 부분 갈무리

안 운영위원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유지될 경우에도 2038년에는 14기의 원전이 가동중이다. 이를 전제로 원전도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원전 정책이 고정불변의 것이라면 2050년 탄소 중립은 어렵다고 말하긴 했지만 전체 맥락에서는 그런 취지가 아니었다고 했다. 다른 언론사가 보도한 당시 질의응답에는 이런 맥락이 잘 드러나 있다.

2019년 기준 한국의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은 석탄 40%, 원자력 25%, 액화천연가스 25%, 재생에너지 6.5% 정도다. 석탄 발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릴 때 찬반 갈등이 첨예한 원전은 어떻게 할 것인지 늘 질문하게 된다. 보수언론과 경제신문은 원자력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진보언론은 원전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하며 대립각을 세워왔다.

보수언론과 경제신문 등이 원자력 발전의 긍정적 면을 주로 보도하는 데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다는 비판이 여러 차례 나왔다. 2017년 공개된 한국수력원자력 광고비 집행 내역(1~7)을 보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및 그 계열사에 가장 많은 광고비가 집행됐다.

다만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원전 반대 목소리를 내는 시민사회뿐 아니라 산업계 목소리도 함께 수렴해 대안을 고민해 왔다는 점에서, 안 운영위원장 발언이 탈원전 정책에 부정적인 언론에 빌미를 줬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영희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공동대표는 원전 수명을 전제로 한 발언이라지만 원전이 미래 전력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을 한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최우리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24일 서울고검 의정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감찰 결과와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직무배제 방침을 밝혔다.

   

법원, 30일 윤석열 직무정지 가처분 심문

법무부 징계위 122영향 불가피할 듯

 

법원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배제 명령이 부당하다고 낸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정지 효력 집행정지 소송 심문기일을 법무부 징계위원회 소집일(122)보다 빠른 30일로 잡았다. 법원이 사안의 시급성을 인정해 윤 총장에 대한 징계가 내려지기 전에 직무 복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윤 총장 징계 절차에 속도를 내던 추 장관은 의외의 복병을 만나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재판장 조미연)27일 윤 총장이 추 장관을 상대로 낸 직무집행정지 효력 집행정지 신청 심문기일을 30일 오전 11시에 진행한다고 밝혔다. 윤 총장이 지난 25일 밤 인터넷 접수로 신청한 지 38시간여 만이다. 집행정지 신청은 본안소송인 직무집행정지 처분 취소 청구소송에 대한 판결이 내려지기 전에 긴급하게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소송이다. 심문기일이 법무부 징계위보다 이틀 먼저 열리는 만큼 재판부의 결정이 징계 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추 장관은 지난 26일 윤 총장 쪽에 다음달 2일 징계위원회 개최를 통보했다. 법무부 징계위원회는 위원장인 법무부 장관과 차관, 장관이 지명한 검사 2, 장관이 위촉한 외부인 3명으로 구성된다. 징계청구권자인 추 장관은 이번 심의에서 빠지지만, 위원들을 대부분 장관이 임명하기 때문에 징계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심문기일이 법무부 징계위에 앞서 잡힌 것에 대한 법조계의 전망은 엇갈린다. 일단 사안의 시급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윤 총장에게 유리한 결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윤 총장의 직무배제 기간이 길어지면 본안소송에서 이기더라도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해 총장직을 유지하도록 결정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일반적으로는 직무배제 사유에 대한 다툼이 있으면 직무정지 효력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되는 경우가 많다법무부 쪽에서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현재까지 나온 징계 사유들 모두 충분히 소송에서 다퉈볼 여지들이 있어 신청이 기각될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고 했다.

효력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될 가능성도 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추 장관이 여러 사유들로 감찰 지시를 내리고 오랜 시간 감찰이 진행된 만큼 지금까지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추가 비위들이 있을 수도 있다명백한 불법들이 추가로 공개된다면 신청이 기각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법원이 30일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한다면 윤 총장은 법무부 징계위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다. 사법부가 윤 총장의 지위를 회복시킨 상황에서 징계위에서 다시 정직, 해임 등의 중징계를 한다면 여론과 검찰 내부 반발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결정이 윤 총장의 거취에 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이럴 때일수록 법원은 원칙대로 판단해야 한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추 장관과 윤 총장이 모두 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법과 절차에 따라 (윤 총장) 징계 절차를 진행하겠다며 징계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추 장관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여러 비위 의혹의 진상 확인과 감찰 조사 기간을 거쳤고, 비위를 확인한 때 징계청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검사징계법을 따랐다“‘판사 불법사찰 문제는 징계, 수사와는 별도로 법원을 포함한 사회적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고, 검찰 조직은 과연 이런 일이 관행적으로 있었는지 등을 숨김없이 국민에게 보고할 의무가 있다며 정당성을 강조했다. 옥기원 장예지 기자

 

추미애 검사들, 불법사찰 당연시 태도 충격징계 진행

검찰 집단반발에 입장문 충격 이해윤석열 징계는 계속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친인권적 보안처분제도 및 의무이행소송 도입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상초유의 검찰총장 직무배제 초처에 검란' 조짐까지 일고 있는 가운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조직이 받았을 충격과 당혹스러움을 이해한다면서도 대내외 다양한 의견을 참고해 법과 절차에 따라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평검사부터 검사장까지 윤 총장의 직무배제 조처는 부당하다는 항의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검사들을 달래고 국민에게 윤 총장 청구와 재판부 사찰' 의혹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한 입장으로 풀이된다.

추 장관은 27일 법무부를 통해 검찰총장 징계 청구 등과 관련한 입장문을 냈다. 추 장관은 검사들의 여러 입장 표명은 검찰조직 수장의 갑작스러운 공백에 대한 상실감과 검찰조직을 아끼는 마음에 기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번 조치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찰총장에 대한 여러 비위 의혹에 대한 충분한 진상확인과 감찰 조사 기간을 거쳤고, 비위를 확인한 때 징계청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검사징계법에 따른 것이라며 조처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어 윤 총장 쪽 변호인이 공개한 판사 불법사찰 문건에 대해 아무런 (사과) 언급없이 (문건작성을) 당연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전직 대통령 2명과 전직 대법원장을 구속했다고 국민이 검찰에 무소불위의 절대 권한을 부여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추 장관은 “‘판사 불법사찰 문제'는 징계, 수사와는 별도로 법원을 포함한 사회적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고, 검찰조직은 과연 이런 일이 관행적으로 있었는지 등을 숨김없이 국민에게 보고할 의무가 있다며 검사들에게 흔들림없이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각자 직무에 전념해달라고 당부했다. 옥기원 기자

아래는 추 장관의 입장 전문이다.

[입장문 전문]

사상초유의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및 직무배제로 검찰조직이 받았을 충격과 당혹스러움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검사들의 여러 입장 표명은 검찰조직 수장의 갑작스런 공백에 대한 상실감과 검찰조직을 아끼는 마음에 기반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대내외의 다양한 의견들을 충분히 참고하여 법과 절차에 따라 징계절차를 진행하겠습니다.

이번 조치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찰총장에 대한 여러 비위의혹에 대한 충분한 진상확인과 감찰 조사 기간을 거쳐 징계청구에 이를 정도로 구체적인 명백한 진술과 방대한 근거자료를 수집하여 이루어진 것이고, 비위를 확인한 때에는 반드시 징계청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검사징계법에 따른 것입니다.

감찰에 그 어떤 성역이 있을 수 없음에도 검찰총장이 조사에 전혀 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특히 헌법가치를 훼손하는 판사 불법사찰 문건의 심각성과 중대성, 긴급성 등을 고려하여 직무집행정지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개별 검사가 의견을 나누는 차원을 넘어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라 판사들의 많은 판결 중 특정 판결만 분류해 이념적 낙인을 찍고, 모욕적 인격을 부여하며, 비공개 개인정보 등을 담은 사찰 문서를 작성, 관리, 배포하였다는 것은 이미 역사 속에 사라진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정보기관의 불법사찰과 아무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워, 감찰결과를 보고받고 형언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어제 검찰총장과 변호인은 수사대상인 판사 불법사찰 문건을 직무배제 이후 입수한 후, 심지어 이 내용을 공개하였고, 문건 작성이 통상의 업무일 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법원과 판사들에게는 한마디 사과조차 하지 않는 것에 크게 실망을 하였습니다.

또한 검사들이 이번 조치에 대해 여러 의견을 나누고 입장을 발표하는 가운데 이번 판사 불법사찰 문건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고 당연시 하는 듯한 태도를 보고 너무나 큰 인식의 간극에 당혹감을 넘어 또 다른 충격을 받았고, 그동안 국민들과 함께 해 온 검찰개혁 노력이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심한 자괴감을 느꼈습니다.

전직 대통령 2명을 구속하고, 전직 대법원장을 구속하였다고 하여 국민들이 검찰에 헌법가치를 함부로 훼손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절대 권한을 부여한 것이 아님에도, 특정 수사 목적을 위해서는 검찰은 판사 사찰을 포함해 그 무엇도 할 수 있다는 무서운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판사 불법사찰 문제는 징계, 수사와는 별도로 법원을 포함한 사회적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고, 검찰조직은 과연 이런 일이 관행적으로 있어 왔는지, 비슷한 문건들이 작성되어 관리되며 공유되어 왔는지, 특정시기 특정 목적을 위해 이례적으로 작성된 것인지 등 숨김없이 진지한 논의를 하여 국민들께 보고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흔들림없이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각자 직무에 전념하여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법무부, ‘재판부 불법사찰 의혹’ 윤석열을 대검에 수사의뢰

윤석열은 "효력집행 정지" 이어 직무배제 취소행정소송

 

법무부가 26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재판부 불법 사찰의혹과 관련해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법무부는 이날 윤 총장에 대한 감찰 결과 판사 불법 사찰 관련해 법무부 감찰규정 제19조에 의해 대검에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수사 의뢰 이유에 대해 검찰총장 지시에 의해 판사 불법 사찰 문건이 작성돼 배포됐으며,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향으로 악용될 수 있는 민감한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가 문제 삼은 부분은 행정처 정책심의관 출신, 주관이 뚜렷하다기보다는 여론이나 주변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평’, ‘행정처 16년도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 포함’, ‘우리법연구회 출신’, ‘주요 판결 분석등이다. 법무부는 검찰에 불리한 판결을 한 판사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이유로 공격당하기도 하는 등 악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매우 중대한 범죄라고 판단해 수사 의뢰하게 됐다고 전했다.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은 수사정보를 수집하는 곳일 뿐 판사의 개인정보와 성향자료를 모아 검사들에게 배포하는 기구가 아니다라며 법적 권한이 없는 곳에서 판사들의 개인정보와 성향자료를 수집·분석·관리하는 것 자체가 범죄행위로서의 사찰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법무부는 대검 감찰부에 윤 총장의 판사 불법 사찰 혐의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고, 대검 감찰부는 25일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을 압수수색하며 사실상 강제수사로 전환했다.

이에 대해 이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명령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윤 총장은 재판부의 재판 스타일 등 공소 유지에 참고할 필요가 있는 내용으로, 대부분 자료는 법조인 대관이나 언론 등에 공개된 것이라며 사찰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배지현 기자

 

윤석열 업무자료라며 공개한 문건, “당직 전날 술” “검찰간부 처제적혀

판사 사찰논란 문건출신·주요판결·세평 항목 나눠 판사 37명 정보 기록

 

윤석열 검찰총장 쪽이 26일 법원에 직무정지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내면서 이른바 판사 사찰논란이 일고 있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의 문건을 공개했다. 7장 분량의 이 문건에는 13개 재판부 37명 판사 정보가 담겼는데 특수·공안 사건 재판부에 대해서는 과거 판결을 정리해 판사의 정치적 성향을 파악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또 우리법연구회 가입과 물의 야기 법관여부 등이 언급되기도 했다. ‘공소유지를 위한 참고용 자료’(대검)판사의 개인정보와 성향을 수집한 사찰’(법무부)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윤 총장 쪽이 이날 문건을 공개하자 법무부는 이 문건이 판사 불법 사찰의 근거라며 윤 총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이 문건에는 주요 사건을 맡고 있는 재판부의 재판장·주심판사의 정보가 출신 주요 판결 세평 항목으로 나뉘어 기록돼 있다. 사찰 의혹이 제기된 부분은 세평 항목인데, 앞서 이 문건을 작성했던 성상욱 전 대검 수사정보2담당관은 이에 대해 공판검사들의 평가를 기록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특히 법무부가 사법농단 수사 때 입수한 물의 야기 법관명단을 활용했다고 의심하는 대목도 세평 항목에 나온다. 사법농단 재판부의 한 배석판사에 대한 세평에 행정처 (20)16년도 물의야기법관 리스트 포함이라고 적은 뒤, “(20)15 휴일당직 전날 술을 마시고 다음날 늦게 일어나 당직법관으로서 영장심문기일에 불출석, 언론에서 보도했다고 괄호 안에 적었다. 법무부는 이 대목을 근거로 대검이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를 직간접으로 확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법농단 사건 재판부는 출신항목에서 출신 고교와 대학교 외에 대법원·행정처 근무 여부도 함께 파악돼 있었다. 윤 총장 쪽은 판사들의 이름과 담당 사건의 이름을 가렸지만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어느 재판부인지 특정할 수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35부 박남천 부장판사에 대해 공판준비기일 당시 단호한 쟁점정리 등 그립감이 센 모습을 보였으나 정작 피고인(양 전 대법원장,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들이 출석하는 정식공판기일이 되자 당황하는 듯한 기색과 함께 피고인 측의 무리하고 비상식적인 주장을 모두 받아들여 소극적인 태도를 보임이라고 적었다.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 윤종섭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법원장 주재 모임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자들을 엄단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기자의 제보가 있다는 피고인의 재판부 기피신청 내용을 기입하기도 했다.

정치적 쟁점을 다루는 특수·공안 사건 재판부에 대해서는 과거 판결을 통해 정치적 성향을 파악하려는 경향이 뚜렷했다. 우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 김미리 부장판사의 주요 판결로는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요구하며 경찰과 충돌한 시위대에 집행유예 선고(경찰관에 2~3주 상해 가한 사안, 검사 실형 구형) 대학 시절 시위 참가 전력으로 군무원 채용에서 탈락한 응시자의 손을 들어준 사건 등을 꼽았다. 세평으로는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나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달았다. “가급적 검사나 변호인의 말을 끊지 않고 잘 들어줌. 적극적으로 검사나 변호인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는 스타일이라고도 했다. ‘특이사항으로 검찰 간부의 처제라는 사실이 소개됐다. 문건 작성자인 성상욱 전 대검 수사정보2담당관은 이에 대해 재판장이 검사와 친척일 경우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공정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겠다는 점을 고려해 기재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의 김선희 부장판사의 주요 판결로는 김대중 전 대통령 등 긴급조치 피해자 국가배상 사건에서 원고 패소 선고가 적혔다. 임정엽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세월호 선장과 정장에게 중형 선고, 권성수 부장판사는 불법 선거운동을 한 자유한국당 소속 구청장에게 직위상실 벌금형을 선고한 판결이 언급됐다.

패스트트랙 여야 정치인 충돌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 이환승 부장판사의 주요 판결로는 민주노총 위원장 집행유예, 야당 정치인 뇌물 무죄(정치자금법 위반 유죄), 강서 피시방 살인사건 징역 30년 선고 등이 꼽혔다. 또 다른 재판부인 형사12부 재판장 오상용 부장판사의 주요 판결은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적부심 석방, 민청학련 사건 국가배상책임 인정,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상대 선거보전금 반환 청구 소송 국가 패소 판결이었다.

이 밖에도 검찰에 적대적이지 않다”, “여론이나 주변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꼼꼼하게 재판을 진행하나 검찰이 대응하기 수월하다”, “보여주기식 진행을 원한다는 등의 다양한 세평이 담겼다. 한 배석판사에 대해서는 대학과 일반인 취미 농구리그에서 활약한 점을 언급하며 대학 재직시부터 농구실력으로 유명하다고 적었다. 기타 사건으로 분류된 재판부 판사들에 대해선 증거인멸 삼성전자 임원에 실형 선고, 국회에 불출석한 재벌에 벌금형 선고, 은행 채용비리 인사부장 구속 등이 주요 판결로 적혔다.

이 문건을 공개하면서 윤 총장 쪽은 대부분 법조인대관, 언론 등에 공개된 자료이고 일부 공판검사들에게 물어본 내용이 전부라며 공판절차에 관여하는 검사들의 지도를 위한 업무 참고용으로, 작성한 목적과 공개된 자료를 수집한 과정 및 대상에 비춰 사찰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검찰총장의 지시에 의해 판사 불법 사찰 문건이 작성돼 배포됐다며 윤 총장을 수사 의뢰했다. 법무부는 문건에서 판사 세평을 적고 물의 야기 법관확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고 적은 사실을 들며 정치적 성향을 분석한 것으로 해석되는 각각 판사들의 주요 판결분석 등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향으로 악용될 수 있는 민감한 개인정보가 포함됐고 실제로 검찰에 불리한 판결을 한 판사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이유로 공격당하기도 하는 등 악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있다며 매우 중대한 범죄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태규 기자

       

추 법무, 내주 징계위 소집… 윤 총장은 변호인단 곧 구성

법무부, 징계절차 준비 돌입, 윤 총장은 집에서 소송 검토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를 배제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다음주 검사징계위원회(징계위)를 소집해 징계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날 위법·부당한 징계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한 윤 총장은 변호인단을 꾸려 징계 절차에 대비할 것으로 전해졌다.

직무가 정지된 윤 총장은 25일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지 않고 서울 서초동 집에서 머물며 법적 대응 검토에 들어갔다. 윤 총장은 지인들에게 이번 일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법치를 지키는 문제라며 소송을 통해 법무부의 위법·부당함을 확인받겠다는 뜻을 강하게 드러냈다고 한다.

윤 총장은 이르면 26일 법원에 직무배제 명령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본안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에 직무정지를 멈춰달라는 집행정지 신청도 함께 낼 것으로 보인다. 2013년 윤 총장이 국가정보원 정치개입 사건 수사와 관련해 징계를 받을 때 변호인을 맡았던 남기춘 전 서울서부지검장이 구원투수로 나설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윤 총장을 잘 아는 한 변호사는 남기춘 변호사와 윤 총장이 친구이기 때문에 편해서 사건을 맡길 수는 있는데 이전 징계 건과 이번 사안이 좀 다르다. 정치적 성향이 없는 행정소송 전문 변호인에게 맡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윤 총장의 징계 절차를 서두르는 분위기다. 법무부 징계위원회는 추 장관을 포함해 총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윤 총장 징계 건에서는 위원장인 추 장관이 징계 청구권자이기 때문에 징계 심의에 참여할 수 없다. 상설기구인 법무부 징계위원회는 법무부 장관과 차관, 장관이 지명한 검사 2, 장관이 위촉한 3(변호사, 법학교수,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1명씩)으로 구성된다. 다음주에 징계위가 소집되면 윤 총장을 불러 소명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 윤 총장이 선임한 변호인이 참석해 입장을 대변할 것으로 보인다. 심의에서는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해임이나 면직, 정직, 감봉, 견책 처분을 의결하게 되는데 정직 이상의 중징계일 때는 대통령이 이를 승인해야 효력이 발생한다. 옥기원 기자

 

 윤석열, 직무정지 하루만에 효력 집행정지 신청

본안 소송은 26법치주의 지키려 법적 대응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무배제 하루만인 25일 밤 법원에 온라인으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정지 조치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윤 총장의 법률 대리를 맡은 이완규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늘 오후 1030분께 서울행정법원에 윤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고 밝혔다.

집행정지란 행정청의 처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처분의 집행을 잠시 멈추는 법원의 결정이다. 본안 소송인 직무정지 처분 취소 소송은 26일 중 낼 예정이다.

윤 총장은 이 변호사와 이석웅 법무법인 서우 변호사를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윤 총장의 서울대 선배, 서 변호사는 윤 총장의 충암고 선배다.

윤 총장 측은 집행정지 신청서에 추 장관이 직무배제 조치의 근거로 적시한 6개 사유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특히 재판부 불법 사찰 의혹은 크게 왜곡돼 있다는 입장이다.

설사 일부 근거가 사실이라고 해도 직무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릴만한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부각하며 직무정지의 부당함을 강조했다고 윤 총장 측은 설명했다.

6가지 직무정지 근거에 대한 반박을 조목조목 적시한 만큼 신청서도 분량이 작지 않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윤 총장은 지난 24일 대검을 떠나며 측근들에게 "직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법적 대응 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이 윤 총장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 추 장관의 직무배제 명령은 본안소송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효력이 중단된다. 이 경우 윤 총장은 다시 총장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윤 총장이 26일 국회의 현안 질의에 참석할지도 관심이다. 윤 총장은 전날 국민의힘이 단독으로 추진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여당의 반대로 회의가 무산되면서 불발됐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이날 오전 법사위 전체회의 개의를 다시 요구한 상태다. 윤 총장이 국회에 출석할 경우 단독으로라도 현안 질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판사들 문건내용 밝히라재판부 사찰 비판 잇따라

현 판사 게시판에 비판 글판사-검사 대립 비화 조짐

 

현직 부장판사가 25일 대검의 재판부 사찰의혹 문건에 대한 해명을 비판하는 글을 법원 내부게시판에 올렸다. 이 판사는 법원행정처에 “(재판부 성향 조사에 활용된) 판사 뒷조사 문건의 내용과 경위를 확인해달라고 요구했다. 검찰이 중요 사건을 맡은 재판부의 성향 조사를 정당한 업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일선 판사들 사이에서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장창국 제주지법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법원 내부게시판에 누군가는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생각에 용기를 낸다며 글을 올렸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전날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하며 비위 혐의의 하나로 제시한 재판부 사찰과 관련된 것이다. 대검이 재판부 성향 조사를 불법 사찰이 아닌 정당한 업무라는 취지로 해명한 것에 대한 반박 성격의 글이다.

장 부장판사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판사들의 개인정보와 성향 자료가 담긴 보고서를 올리자 윤 총장이 이를 반부패강력부에 전달하도록 지시했다는 법무부 장관의 발표가 있었다이에 대한 윤 총장의 해명은 어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를 뒷조사한 자료를 찢어버리고 작성자를 문책하는 것이 아니라 공소 유지, 즉 유죄 판결을 받기 위한 참고자료로 쓰라고 넘겼다는 것이라며 검사가 증거로 재판할 생각을 해야지 재판부 성향을 이용해 유죄 판결을 만들어내겠다는 것은 재판부 머리 위에 있겠다는 말과 같다고 비판했다. 장 부장판사는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부탁한다판사 뒷조사 문건이 무슨 내용이고, 어떻게 작성됐는지 확인해달라. 그리고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고 필요하면 고발도 해달라. 검찰을 못 믿겠다면 공수처도 좋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기가 유리한 재판을 받으려고 하는 시도는 어떤 경우에도 예외 없이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선언해달라고 덧붙였다.

장 부장판사의 글에는 검찰이 문제의 심각성을 아직 모르고 있다는 등의 지지 댓글이 달렸다. 한 판사는 댓글에서 “‘대검이 주체가 돼 항시적으로 중요 사건 재판을 하는 재판부 판사의 정보, 그것도 재판 스타일과는 아무런 관련 없는 정보까지 수집해 총장에게 보고해왔다는 것이라며 대검이 앞으로도 계속 정보를 수집해 필요하면 검찰 내부적으로 정보를 공유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사법농단사태 때 법원이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를 만든 것과 유사한 상황이 검찰에서 일어난 것이라며 사찰 관련 자료가 어디서 나왔고 그 의도가 무엇인지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어떠한 형태로든 검찰이 판사에 대한 정보를 취합해 문서화한 정보로 보관 중이었다는 것인데, 국가기관이 판사 정보를 수집·보관·보고하는 것이 적법성 여부를 떠나 정당한 일인가에 대한 우려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 판사들은 수사와 재판에서 객관 의무를 다해야 하는 검찰이 유죄를 받아내기 위해 재판부 성향까지 조사하는 행태는 이대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서울 지역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일선 판사들이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법원 차원의 공식 입장을 내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조윤영 장예지 기자

          

 ‘판사 정보 수집 정당하다는 검사법무부 사찰 맞다

사법농단 수사자료 열람 공개 안된 개인정보 포함 사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 비위 혐의 중 하나로 제시한 판사 사찰이 윤 총장 징계를 둘러싼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검에서 이 문건을 작성했다는 부장검사는 적법한 직무집행이었다고 반박했지만 대검 감찰부가 관련 부서를 압수수색하는 등 윤 총장이 문건 작성에 관여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법무부는 또 문건에 판사 비공개 개인정보와 물의 야기 법관여부를 확인한 내용도 담겨 판사 사찰이 맞다고 재반박했다.

대검 감찰부가 25일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압수수색한 곳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다. 이른바 판사 사찰문건 작성 부서로 지목된 곳이다. 대검 감찰부는 수사정보정책관실 컴퓨터 등을 확보해 판사 관련 문건을 언제부터 작성한 건지, 윤 총장이 이를 지시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전날 추미애 장관은 올해 2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울산 사건 및 조국 전 장관 관련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 판사와 관련한 보고서에 주요 정치적 사건 판결 내용 우리법연구회 가입 여부 가족관계 세평 개인 취미 물의 야기 법관 해당 여부 등을 기재했고 윤 총장이 이를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판사들의 개인정보 및 성향 자료를 수집하고 활용불법 사찰이며 이를 보고받은 뒤 대검 반부패강력부에도 공유하라고 지시한 윤 총장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2담당관으로 이 문건을 작성했던 성상욱 부장검사(고양지청 형사2부장)가 검찰 내부게시판에 주요 사건 공판검사들이 공소유지를 원활히 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직무범위 내 업무였다는 글을 올리며 위법한 사찰 문건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가 음험한 사찰의 결과가 아니고 언론기사, 포털, 구글, 법조인 인명록 등 공개된 자료를 취합한 공소유지용 참고 문건이었다는 취지다. 성 부장검사는 마치 미행이나 뒷조사를 통해 해당 자료를 만든 것처럼 오해되고 있으나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또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에 비판적이던 판사들을 탄압하는 용도로 활용된 물의 야기 법관해당 여부를 기재했다는 것도 조 전 장관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판사와 관련된 항목이 아니라고 했다. 사법농단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재판부의 배석판사가 불이익 피해자였던 물의 야기 법관중 한명이었고 이를 사법농단 사건 피고인의 변호인이 문제제기를 해 공판팀이 이미 아는 내용을 리마인드 차원에서 기재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우리법연구회 가입 여부는 언론기사에 나와 있었고 그 무렵 어떤 기사는 우리법연구회 소속 판사님들의 명단이 통째로 실려 있는 경우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가족관계 기재는 해당 판사와 현직 검사가 인척 관계여서 피고인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을 대비한 것이며, ‘세평은 공판검사의 판사 평가를 다른 제목으로 단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자료 작성의 목적은 판사님들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해 작성한 것이 전혀 아니다라며 대검찰청 사무분장 규정에 따른 정당한 직무라고 주장했다. 성 부장검사는 내부지침에서 수사정보는 범죄수사와 공소유지 등 감찰 업무와 관련해 수집되는 정보로 규정돼 있다며 공소유지를 위해 수집되는 정보도 수사정보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소유지를 위한 정보를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수집할 수 있는 수사정보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이 불가피하다. ‘공소유지를 위한 정보는 법정에서 유죄를 받아내기 위한 증거관계이지 판사의 성향이나 재판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법연구회 가입 여부는 보수진영에서 오래전부터 판사들의 정치적 성향을 가르는 프레임으로 활용했다.

설사 공소유지에 도움이 된다 하더라도 이를 대검 공판부가 아닌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작성했다는 점도 논쟁거리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의 전신인 범죄정보기획관실은 과거 범죄정보뿐만 아니라 국정원 국내 정보관처럼 각종 동향 정보까지 수집하면서 이명박 정부 시절 야당 의원 사찰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검찰총장의 오른팔로 각종 정보수집 기능이 여러 폐해를 부르면서 수사관 수가 점점 줄었고 문무일 검찰총장 시절엔 동향정보가 아닌 수사정보만 수집하는 쪽으로 기능이 축소됐다. 범죄정보기획관실 근무 경험이 있는 한 검찰 간부는 수사정보정책관실이 무정형의 업무를 하는 곳이라 판사 관련 문건을 작성했다고 큰 문제가 될지 모르겠다면서도 수사정보정책관실이 판사 관련 정보 문건을 예전부터 작성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간부는 공소유지를 하는 데 증거관계가 중요하지, 판사의 성향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저런 문건이 공판검사들에게 참고용으로 공유된 사실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물의 야기 법관리스트를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확인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사찰 문건이 아니라는 당시 문건 작성자의 주장을 반박했다. 법무부는 판사 불법사찰 문건에는, 특정 재판부의 특정 판사를 지목하며 행정처 (20)16년도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 포함이라고 기재돼 있었다법원행정처의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를 (수사정보정책관실이) 확인하고 작성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법농단 재판 과정에서 나온 공방을 단순히 환기하는 차원이 아니라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수사 자료인 법원행정처의 물의 야기 법관내용을 직간접적으로 확인한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또 수사정보정책관실은 수사정보를 수집하는 곳일 뿐 판사의 개인정보와 성향 자료를 수집하여 검사들에게 배포하는 기구가 아니다라며 법적 권한 없는 기관이 개인정보와 성향 자료를 분석·관리하는 것이 사찰이라고 했다. 이어 사찰의 방법은 언론 검색, 검사들이나 다른 사람들에 대한 탐문 등이 모두 포함되며 판사 불법사찰 문건에는 언론 등 공개된 자료가 아닌 것으로 보이는 개인정보들이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작성한 판사 관련 문건이 사찰 자료라는 결론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이 문건이 윤 총장에게 보고된 시점에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었던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도 당시 문건의 성격을 판사 사찰로 판단했다며 일선 공판 검사에게도 배포하라는 총장의 지시도 있었다는 전달을 받고 일선 공판검사에게 사찰문건을 배포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이날 대검 감찰부에 현재 수사 중인 혐의 이외에도 검찰총장의 수사정보정책관실을 통한 추가적인 판사 불법사찰 여부 및 검찰총장의 사적 목적 업무나 위법·부당한 업무 수행 등 비위 여부를 추가로 감찰하라고 지시했다. 김태규 배지현 기자

 

대검 감찰부, ‘판사 문건작성 수사정보정책관실 압수수색

사찰 문건작성 사실여부·윤 총장 문건 작성지시 여부 조사

 

대검 감찰부가 25일 주요 사건 판사들의 신상정보 관련 문건을 작성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을 압수수색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한 지 하루 만이다.

대검 감찰부는 이날 수사정보정책관실을 압수수색해 컴퓨터 등을 확보했다. 대검 감찰부는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언제부터 판사 관련 신상 문건을 작성했는지 파악 중이며, 특히 주요 사건 판사 관련 문건 작성이 윤 총장 지시에 의한 것인지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 장관은 전날 ”20202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울산 사건 및 조국 전 장관 관련 사건 등 주요사건 재판부 판사와 관련, 판결 내용, 우리법연구회 가입 여부, 가족관계, 세평, 개인 취미, 물의 야기 법관 해당 여부 등이 기재된 보고서를 보고받았다며 주요사건 재판부 판사들에 대한 불법사찰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정치적 사건 재판을 맡은 판사들의 성향 정보를 대검이 부당하게 수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업무를 담당했던 검사는 불법사찰이 아닌 정당한 직무였다고 반박했다. 올해 2월 대검 수사정보2담당관이었던 성상욱 고양지청 형사2부장은 이날 검찰 내부게시판에 글을 올려 법무부가 지적한 주요 사건 재판부에 대한 문건을 제가 작성했다주요 사건 공판을 담당하는 공판검사들이 공소유지를 원활히 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자료였으며 직무범위 내 업무였다고 밝혔다. 성 부장검사는 공소유지를 위한 수집정보도 수사정보의 일환이라며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감찰사유가 되는 현실을 납득할 수 없다고 적었다. 김태규 기자

 

검사들 직무배제 위법집단성명평검사 회의 열릴 수도

대검 검찰연구관 30여명 성명 검찰 업무 독립성·법치 훼손” 주장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검찰총장 직무배제 명령에 일선 검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평검사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집단행동의 방식인 평검사 회의가 열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총장의 참모조직인 대검찰청 검찰연구관 30여명(사법연수원 34기 이하)25일 회의를 연 뒤 검찰 내부게시판에 윤석열 총장 직무정지를 재고해달라는 성명을 올렸다. 이들은 글에서 수긍하기 어려운 절차와 과정을 통해 전격적으로 (윤 총장이) 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됐다. 검찰 업무의 독립성을 침해할 뿐 아니라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으로 위법·부당하다검찰이 헌법과 양심에 따라 맡은 바 직무와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법무부 장관께서 지금이라도 직무 집행정지 처분을 재고해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적었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평검사 20여명도 사실관계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현시점에서 검찰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하는 건 위법·부당한 조치라며 진상 확인 전에 검찰총장의 직무를 배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올렸다.

검찰 내부게시판에는 간부급 검사들의 공개비판도 이어졌다. 윤 총장과 함께 국정농단 수사에 참여했던 김창진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1부장은 정권에 이익이 되지 않는 사건을 수사하면 총장도 징계받고 직무배제될 수 있다는 시그널이라며 사실상 검사에 대한 경고라고 적었다. 김 부장검사는 검사가 과오를 범하면 징계를 받아야 하고 총장님도 예외일 수 없으나 (총장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아 직무배제된다면 무서워서 어떤 말을 할 수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정희도 청주지검 부장검사도 장관 혼자서 이런 놀라운 일을 할 수 있겠나. 정권에 기생하는 정치검사와 협력자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일갈했다.

검사들은 추 장관이 내세운 윤 총장 직무배제 사유에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수현 제주지검 인권감독관은 총장 직무배제를 하려면 그에 걸맞은 근거, 정당성과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직무배제 사유 어디에도 그런 문구는 없다. 우울하고 참담하다는 글을 올렸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장검사는 독직폭행으로 기소된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는 계속 일선에서 사건을 결재하는데 총장은 명확하지 않은 사유로 물러나야 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검찰개혁이 아닌 검찰장악이라고 반발했다.

총장의 부재로 인한 수사지휘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검에서 근무한 한 검사는 총장이 어떤 과정을 겪고 직무에서 배제됐는지 지켜본 조남관 차장검사가 예민한 사건을 제대로 결재할 수 있겠냐결국 법무부가 검찰을 원하는 대로 좌지우지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의 몇몇 부서는 부장검사 주재로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검사는 평검사나 부부장급 이상 간부들이 이 사안에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했는데 아직 뚜렷한 해결책은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역의 일선 검찰청에서는 평검사 회의소집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한 검사는 광주·대전 등에서 평검사 회의를 계획 중이라고 들었다. 집단성명은 이제 시작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소장검사들의 집단행동인 평검사 회의,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채동욱 검찰총장을 혼외자 의혹을 빌미로 감찰을 지시했을 때인 2013년이 마지막 소집이었다.

한편 이날부터 총장 직무대행을 맡은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는 검찰총장 징계청구 및 직무집행정지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어깨가 무겁고 매우 안타깝다갈라진 검찰조직을 검찰개혁의 대의 아래 하루빨리 추스르고 하나 된 국민의 검찰로 거듭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배지현 기자

         

추미애 장관, 헌정사 첫 검찰총장 직무정지 명령

징계청구·직무정지 명령 6가지 비위 사실 적시

언론사주와 회동, 판사 뒷조사, 정치중립 위반 등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정지를 명령했다.

추 장관은 이날 오후 64분께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법무부장관으로서 검찰총장이 총장으로서의 직무 수행이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고 판단해 징계를 청구하고 검찰총장의 직무집행 정지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현직 검찰총장 직무배제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윤 총장의 직무배제 사유는 <조선일보><중앙일보> 언론사 사주와의 회동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팀 불법 사찰 '검언유착 '채널에이 사건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관련 감찰 방해 총장 대면조사 과정 협조 위반 및 감찰방해 정치적 중립 손상 등 총 다섯 가지다.

추 장관은 차기 대통령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선두를 차지한 윤 총장의 정치적 중립을 문제 삼았다. 추 장관은 검찰총장은 그 어느 직위보다 정치적 중립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중요하고 그에 관한 의심을 받을 어떤 언행도 해서는 안된다는 게 헌법과 법률에 명시돼있다더 이상 검찰총장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윤 총장은 지난달 22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퇴임 후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생각해보겠다며 퇴임 뒤 출마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윤 총장의 주요 사건 재판부에 대한 불법사찰도 직무배제 이유로 거론됐다. 법무부는 윤 총장이 조 전 장관 사건과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을 맡은 재판부의 성향 보고서를 대검 반부패강력부에 전달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파악했다.

추 장관은 이에 대해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수집할 수 없는 판사들의 개인정보와 성향 자료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등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윤 총장이 2018년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를 검찰에 고발한 날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과 만남을 가졌다는 의혹 또한 징계청구 혐의에 포함됐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은 검사윤리강령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언론사 사주 회동은 앞서 추 장관이 지시한 윤 총장 관련 감찰 건이다.

또한, 추 장관은 윤 총장이 감찰규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대검은 총장 대면조사를 거부하고 서면조사 입장을 고수해왔다. 추 장관은 이 사안은 비위가 중대해 감찰조사 원칙상 비위혐의자인 검찰총장에 대한 대면조사가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검언유착 관련 의혹을 받는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감찰을 방해할 목적으로 관련 정보를 외부로 유출한 의혹, 한 전 총리 사건 감찰 등을 방해한 의혹 등이 직무배제 사유로 꼽혔다.

윤 총장에 대한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추 장관은 이번 감찰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다른 비위 혐의들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진상확인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대검은 추 장관의 발표 직후 “(윤 총장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그동안 한 점 부끄럼 없이 검찰총장의 소임을 다해왔다위법부당한 처분에 대해 끝까지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검은 조만간 집행정지 신청으로 맞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배지현 기자

 

윤석열 새 혐의양승태 문건으로 조국 재판부 성향 뒷조사

조국· 청 하명수사 담당 판사 물의 법관리스트로 성향 조사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4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검찰총장을 직무배제하겠다며 든 비위 혐의는 크게 다섯가지다. 언론사 사주와의 회동, ·언 유착 의혹 감찰 방해 등은 이미 많이 알려졌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재판부 사찰 의혹은 이번에 처음 공개된 내용이다.

추 장관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지난 2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과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사건 재판을 맡고 있는 판사의 주요 정치적 사건 판결 내용 우리법연구회 가입 여부 가족관계 세평 개인 취미 물의 야기 법관 해당 여부 등을 조사해 윤석열 총장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두 사건 모두 서울중앙지법 형사21(재판장 김미리)가 심리 중이다. 감찰 무마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 전 장관과,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막역한 송철호 변호사의 울산시장 당선을 위해 청와대가 상대 후보 수사를 하명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여권 핵심인사들이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는 사건들이다.

예전 범죄정보기획관실이었던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이 사건들을 심리하는 판사의 개인정보가 담긴 문건을 보고하자 윤 총장이 이를 반부패강력부에 전달하도록 지시함으로써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수집할 수 없는 판사들의 개인정보 및 성향 자료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등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는 게 법무부 조사 결과다.

물의 야기 법관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양승태 대법원에 비판적인 판사들의 성향을 분석해 인사 불이익을 주는 근거로 활용한 내부 문건이다. 한 현직 판사는 “‘물의 야기 법관리스트는 양승태 사법부에서 판사들을 탄압한 대표적인 물증인데, 사법농단을 수사했던 검찰이 특정 사건을 맡고 있는 판사가 물의 야기 법관에 해당하는지를 조사했다는 건 매우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과 언론사 사주의 부적절한 회동은 첫번째 비위 혐의로 소개됐다. “201811월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중 서울 종로구 소재의 주점에서 사건 관계자인 <제이티비시>(JTBC)의 실질 사주 홍석현을 만나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부적절한 교류를 하여 검사윤리강령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윤 총장과 보수언론 사주와의 회동은 1년여 전인 지난해 9월 언론사 칼럼을 통해 처음 알려지고 올해 7~8월 구체적인 회동 정황이 보도됐으며 지난달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여권 의원들의 질의로 공식화했다.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방상훈 <조선일보> 회장, 홍석현 <중앙일보> 전 회장과 만났다는 의혹이었고 이에 윤 총장은 회동 여부에 즉답을 피해 이 사안은 법무부 감찰관실의 대면 감찰조사 명분이 되기도 했다.

이날 직무배제 결정에서 추 장관은 방 회장이 아닌 홍 전 회장과의 회동을 문제 삼았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20185월 제이티비시의 태블릿 피시 보도가 조작이라고 주장한 변희재씨를 제이티비시 관계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구속했다. 당시 변씨 재판 1심이 진행 중이고 검찰의 구형을 앞둔 상황에서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이 사건의 피해자인 홍석현 제이티비시 전 회장을 만난 건 부적절한 회동이었다는 게 법무부의 결론이다.

이 밖에 검·언 유착 의혹에 연루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감찰 방해, 한명숙 전 총리 수사검사에 대한 감찰 방해도 직무배제 사유로 꼽혔다. 지난 4월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한 검사장에 대한 감찰 개시 보고를 하자 윤 총장이 정당한 이유 없이 대검 감찰부장에게 감찰을 중단시켰고 이는 현저히 부당하거나 직무범위를 벗어난 경우가 아니면 감찰 개시를 중단시켜서는 안 된다는 대검찰청 감찰본부 운영규정 위반이라는 것이다.

추 장관은 한 검사장 감찰 문제를 놓고 윤 총장이 한 감찰부장과의 갈등을 언론에 유출한 것도 문제 삼았다. “대검 감찰부장이 구두보고도 없이 한동훈에 대해 감찰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문자 통보했다는 내용을 외부로 유출한 것이 직무상 의무 위반이라는 게 추 장관의 판단이다.

한명숙 전 총리 수사 과정 감찰 지시를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에 이첩한 것도 검찰총장의 권한 남용이라고 추 장관은 지적했다. “검찰총장이 내 명을 잘라먹었다고 추 장관이 표현했던 그 사건이다.

윤 총장이 법무부 감찰관실의 대면 감찰조사를 거부한 것도 직무배제 사유로 추가됐다. 추 장관은 마지막으로 검찰총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에 관한 위엄과 신망을 손상시켰다며 윤 총장의 정치적 행보도 징계 사유로 꼽았다. 김태규 기자

 

추미애 장관, 윤석열 총장 정치 행보콕 집어 징계청구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한 여섯가지 이유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정치적 중립 손상이다. 최근 이어진 일련의 윤 총장 행보를 겨냥해 명백한 정치 행보라고 규정한 것이다.

추 장관은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검찰총장은 그 어느 직위보다 정치적 중립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중요하고 그에 관한 의심을 받을 그 어떤 언행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헌법과 법률에 명시되어 있다“(윤 총장이) 검찰총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에 관한 위엄과 신망을 손상시켰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이어 “(윤 총장은) 20201022일 대검 국정감사에서 퇴임 후 정치참여를 선언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했다고 지적하며 대권 후보 1위 및 여권 유력 대권 후보와 경합 등 대권 후보 지지율 관련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됨에도 검찰총장으로서 생명과 같은 정치적 중립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진실되고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조치들을 취하지 아니한 채 묵인·방조했다고 강조했다. 추 장관은 대다수 국민들은 검찰총장이 유력 정치인 또는 대권 후보라고 여기게 됐다는 점을 지목하며 더는 검찰총장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배지현 기자


추미애 장관이 밝힌 윤석열 징계청구’ 6가지 이유

[발표문 전문]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24일 오후 6시 서울 서초동 고검 기자실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및 직무배제를 발표했다. 다음은 발표 전문.

 

국민여러분, 법무부장관 추미애입니다. 오늘 저는 매우 무거운 심정으로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및 직무배제 조치를 국민들께 보고드립니다.

그동안 법무부는 검찰총장에 대한 여러 비위 혐의에 대해 직접 감찰을 진행하였고, 그 결과 검찰총장의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혐의를 다수 확인하였습니다.

첫째,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사실, 둘째, 조국 전 장관 사건 등 주요사건 재판부에 대한 불법사찰 사실, 셋째, 채널A 사건 및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측근을 비호하기 위한 감찰방해 및 수사방해, 언론과의 감찰 관련 정보 거래 사실, 넷째, 총장 대면조사 과정에서 협조의무 위반 및 감찰방해 사실,다섯째, 정치적 중립에 관한 검찰총장으로서의 위엄과 신망이 심각히 손상된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이에 검찰사무에 관한 최고감독자인 법무부장관으로서 검찰총장이 검찰총장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고 판단하여, 금일 검찰총장에 대하여 징계를 청구하고, 검찰총장의 직무집행 정지를 명령하였습니다.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혐의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중앙일보 사주와의 부적절한 만남으로 검사윤리강령을 위반하였습니다.

201811월경,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중 서울 종로구 소재의 주점에서, 사건 관계자인 JTBC의 실질 사주 홍석현을 만나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부적절한 교류를 하여 검사윤리강령을 위반하였습니다.

둘째, 주요사건 재판부 판사들에 대한 불법사찰 책임이 있습니다.

20202월경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울산사건 및 조국 전 장관 관련 사건 등 주요사건 재판부 판사와 관련, '주요 정치적인 사건 판결내용, 우리법연구회 가입 여부, 가족관계, 세평, 개인 취미, 물의 야기 법관 해당 여부' 등이 기재된 보고서를 작성하여 보고하자, 이를 반부패강력부에 전달하도록 지시함으로써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수집할 수 없는 판사들의 개인정보 및 성향 자료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등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였습니다.

셋째, 채널A 사건 및 한명숙 총리 사건의 감찰을 방해하였습니다.

먼저, 채널A 사건 감찰방해와 관련하여, 20204월경 대검 감찰부가 최측근인 한동훈에 대해 진상확인을 위한 감찰에 착수하고 감찰개시보고를 하자, 대검찰청 감찰본부 설치 및 운영규정 제4조 제2항에 따라 감찰개시가 현저히 부당하거나 직무범위를 벗어난 경우가 아니면 중단시켜서는 아니됨에도, 한동훈에 대한 신속한 감찰을 방해할 목적으로 정당한 이유없이 대검 감찰부장에게 감찰을 중단하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202064일자로 채널A 사건과 관련하여 사건관계인인 한동훈과 친분관계 기타 특별한 관계로 수사지휘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어 대검 부장회의에 수사지휘권을 위임하였음에도,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강행하는 등 수사팀과 대검 부장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부당하게 지휘·감독권을 남용하여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였습니다.

다음으로, 한명숙 전 총리 사건과 관련하여, 20205월경 대검 감찰부에서 당시 수사 검사들에 대해 직접 감찰을 진행하려고 하자 사건을 대검 인권부를 거쳐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로 이첩하도록 지시하고, 감찰부장이 이의를 제기하자, 대검 차장이 감찰부장에게 '참고만 할 수 있도록 민원 사본을 달라'고 하여 사본을 확보한 상황에서, 대검 차장을 통해 인권부로 하여금 공문서에 '대검 민원 이첩'이라고 마치 민원 원본을 이첩하는 것처럼 허위로 기재하여 서울중앙지검에 송부하도록 지시함으로써 검찰총장의 권한을 남용하여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였습니다.

넷째, 채널A 사건 감찰 관련 정보를 외부로 유출하였습니다.

대검 감찰부장으로부터 채널A 관련 한동훈에 대하여 감찰을 하겠다고 수차례 구두보고를 받았음에도 이를 반대하던 중, 202047일 오후경 자신의 휴가 중에 대검 감찰부장으로부터 감찰개시 사실 보고를 받자 감찰을 방해할 목적으로 성명불상자에게 '대검 감찰부장이 구두보고도 없이 한동훈에 대해 감찰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문자 통보하였다'고 알려 다음날 새벽 언론에 보도되게 함으로써 감찰관련 정보를 외부로 유출하여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였습니다.

다섯째, 검찰총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에 관한 위엄과 신망을 손상시켰습니다.

검찰총장은 그 어느 직위보다 정치적 중립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중요하고 그에 관한 의심을 받을 그 어떤 언행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헌법과 법률에 명시되어 있고, 국민들도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검찰총장은 지속적으로 보수 진영의 대권후보로 거론되고 대권을 향한 정치행보를 하고 있다고 의심받아 왔고, 급기야 20201022일 대검 국정감사에서 퇴임 후 정치참여를 선언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하였으며, 이후에도 대권후보 1위 및 여권 유력 대권 후보와 경합 등 대권 후보 지지율 관련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됨에도 검찰총장으로서 생명과 같은 정치적 중립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진실되고 적극적이고 능동적 조치들을 취하지 아니한 채 묵인방조하였습니다.

결국, 대다수 국민들은 검찰총장이 유력 정치인 또는 대권 후보로 여기게 되었고, 정치적 중립에 관한 검찰총장으로서의 위엄과 신뢰를 상실했습니다.

더 이상 검찰총장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습니다.

여섯째, 감찰대상자로서 협조의무를 위반하고 감찰을 방해했습니다.

먼저, 협조의무와 관련하여 20201116일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서 검찰총장 비서관을 통하여 방문조사 일정 협의를 요청하였으나, 비서관으로 하여금 답변을 거부하게 하는 등 감찰조사 일정 협의에 불응하여 감찰업무 수행에 필요한 협조사항에 대해 협조하지 아니하여 법무부 감찰규정을 위반하였습니다.

그 다음날, 20201117일 오전에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서 방문조사예정서를 대상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오후에 방문할 것이라는 사실을 보고받고, 그날 오후에 검사 2명이 방문조사 일정 등이 기재된 방문조사예정서를 친전봉투에 담아 방문하자, 정책기획과장에게 지시하여 방문조사예정서 수령을 거부하고, '검찰총장의 지시이니 메모해서 전달해라. 절차를 갖추어 질문을 주면 서면으로 답변하겠다'는 취지로 말하게 하여 방문조사예정서 수령을 거부하여 감찰업무 수행에 필요한 협조사항에 대해 협조하지 아니하여 법무부 감찰규정을 위반하였습니다.

또한, 20201118일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서 대상자에 대한 방문조사에 필요한 시설 제공을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자, 운영지원과로 하여금 공문접수를 거부하게 하고, 정책기획과장으로 하여금 반박공문을 발송하게 하는 등 시설제공 협조 요청에 불응하여 감찰업무 수행에 필요한 협조사항에 대해 협조하지 아니하여 법무부 감찰규정을 위반하였습니다.

그리고, 20201119일 오전 감찰담당관실에서 대상자에 대해 당일 오후 2시로 예정된 방문조사에 응할 것인지를 최종 확인하기 검찰총장 비서관을 통하여 연락하였으나, 비서관으로 하여금 '대검 정책기획과에서 보낸 공문을 참조하기 바란다. 위 공문은 검찰총장이 법무부장관에게 보낸 공문이다'라는 취지로 답하는 등 방문조사를 사실상 거부하여 감찰업무 수행에 필요한 협조사항에 대해 협조하지 아니하여 법무부 감찰규정을 위반하였습니다.

이 사안은, 비위가 중대하고 복잡하여 감찰조사 원칙상 비위혐의자인 검찰총장에 대한 대면조사가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검찰총장은 수회에 걸쳐 방문조사 거부의사를 명확히 표시하였고, 이는 언론을 통하여 국민들에게 모두 알려졌습니다.

이에,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은 검찰총장에 대한 대면조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비록 비위혐의자인 검찰총장에 대해 대면조사를 실시하지는 못하였으나, 이미 확보된 다수의 객관적인 증거자료와 이에 부합하는 참고인들의 명확한 진술 등에 의하여 검찰총장에 대한 비위혐의를 확인하였습니다.

법령에 따른 감찰조사에 협조해야 하는 것이 공무원의 당연한 도리임에도, 검찰총장이 이에 불응하고 감찰조사를 방해한 것에 대하여 깊은 유감을 표시합니다.

이와 같이 감찰결과 확인된 검찰총장의 비위혐의가 매우 심각하고 중대하여, 금일 불가피하게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고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명령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징계청구 혐의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다른 비위 혐의들에 대하여도 계속하여 엄정하게 진상확인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저는 이번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도와 법령만으로는 검찰개혁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도 다시 한 번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검찰총장의 비위를 사전에 예방하지 못하고, 신속히 조치하지 못하여, 그동안 국민들께 많은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지휘·감독권자인 법무부장관으로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향후 법무부는 검사징계법이 정한 원칙과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징계절차를 진행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0. 11. 24.

법무부장관 추 미 애

 

총장 권한 올스톱 식물총장수순

효력정지 가처분-행정소송 선택지도

징계사유 명확해 가처분 기각될 듯

 

윤석열 검찰총장은 24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배제 조처에 강하게 반발하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윤 총장은 이날 추 장관 발표 직후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그동안 한 점 부끄럼 없이 검찰총장의 소임을 다해왔다위법·부당한 처분에 대해 끝까지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추 장관의 이날 직무배제 명령은 언론도 예상하지 못한 전격적인 조처였던 탓인지 대검도 급하게 법적 대응만을 언급한 뒤 별다른 후속 조처를 내놓지 못했다.

윤 총장 쪽은 먼저 추 장관이 내린 직무배제 명령의 효력을 정지하는 집행정지 신청을 낼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에서 직무배제 명령서가 송달되는 즉시 윤 총장은 직무에서 배제된다. 규정상으로는 당장 25일부터 총장실에 출근할 수도 없다. 차량 제공은 물론 총장으로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전면 박탈된다.

총장의 권한 행사도 당연히 정지된다. 가처분 소송을 내서 직무배제 효력을 정지시키지 못하면 그야말로 식물 총장이 된다. 앞으로 진행할 법적 대응도 자연인신분으로 해야 한다. 총장 신분으로 대응할 때보다 여러모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총장 직무배제는 전례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검찰이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해 윤 총장을 자연인 신분으로 대할지는 불투명하다.

가처분 소송은 본안 소송인 행정소송과 함께 낸다. 직무배제 명령의 적법성은 본안 소송에서 다투게 된다. 가처분 소송은 장관의 명령이 절차를 위반했는지 등 형식적 결함이 없으면 잘 인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총장의 직무배제는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법원이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인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일각에선 윤 총장이 사실상 정치 활동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검사징계법상 정치운동 등 금지 의무(검찰청법 제43)를 위반한 것만으로도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가처분이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추 장관이 이날 윤 총장의 직무배제를 단행한 만큼 징계 절차를 빨리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법무부는 곧 징계위원회를 소집해 징계 수준을 논의할 방침이다. 법무부 징계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한 7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비위 검사에 대한 해임, 면직, 정직, 감봉, 견책 여부를 결정한다.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소집돼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인다. 옥기원 기자

 

정치권 검찰총장 직무정지에 충격여야 상반 입장

 

24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징계를 청구한 것은 정치권에도 놀라운 뉴스였다. 여야 모두 올 것이 왔다면서도 조처의 전격성에는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1년 가까이 지속된 -윤 갈등이 검찰총장 직무정지라는 초유의 사태로 번지면서 연말 정국은 검찰 이슈를 둘러싼 여야의 벼랑끝 대치 국면으로 치닫게 될 공산이 커졌다.

여당은 법과 규정에 따른 조치라며 힘을 실으면서도 이번 사태가 정권 차원의 부담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염려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날 저녁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법무부 장관으로서 법과 규정에 따른 합당한 조치라며 감찰 결과가 사실이라면, 징계 청구 혐의 요지 중에 어느 하나 위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감찰 결과에 대하여 스스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낙연 대표는 저녁 8시쯤 공개한 페이스북 입장문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혐의에 충격과 실망을 누르기 어렵다. 윤 총장은 공직자답게 거취를 결정하시기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자진 사퇴를 요구한 것이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의 한 의원은 윤 총장이 감찰을 거부할 때부터 정해진 결과다. 감찰을 거부하니 장관이 그만두든가, 장관이 징계를 하든가, 선택지는 두개뿐이었다며 이번 사태가 장관의 월권시비를 넘어 정권 차원의 검찰총장 솎아내기논란으로 비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당 일각에선 재판부 뒷조사 건을 들어 검찰총장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법무부 장관이 조치를 내렸으니 국회가 더이상 끼어들 이유가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법무부와 대검에 대한 긴급현안질의 개회를 요구하는 한편, 이번 조처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청와대를 겨냥하며 정권 차원의 기획으로 프레임을 짜겠다는 뜻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무법 상태에 경악한다. 검찰총장의 권력 부정비리 수사를 법무장관이 직권남용 월권 무법으로 가로막는 것이 정녕 대통령의 뜻인지 확실히 밝혀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번 사태의 진상 파악을 위해 25일 오전 10시에 법무부·대검에 대한 긴급현안질의 개회 요구서를 윤호중 위원장에게 제출했다. 이들은 추 장관과 윤 총장이 출석하는 법사위 전체회의 개회 요구서도 함께 냈다.

정의당도 청와대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조국 재판부 사찰 의혹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밝혀져야 할 것이나, 그 밖의 감찰 결과는 기존에 거론됐던 내용을 다시 반복한 것으로 보인다청와대가 이 문제에 대해 방관할 것이 아니라 책임 있게 입장 표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이번 사태의 파장을 우려해 말을 아끼면서도, 사전 조율설에는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법무부가) 발표 전 보고계통을 통해 보고했다. 대통령은 보고만 받고 아무 말씀도 안 하셨다고 말했다. 법무부-법무비서관-민정수석-비서실장 라인을 통해 대통령에게 전달됐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법무장관 권한 내의 일이니 대통령 허가나 지시를 받고 하는 일이 아니다. 해임 건의까지 징계위원회에서 하고, 해임하라고 대통령에게 올라오면 대통령의 일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철 김미나 기자

 

서울중앙지검, 윤석열 장모 기소윤 총장은 마이웨이

 “불법으로 요양병원 설립, 22억여원 부당급여 타내

  잔고증명 위조혐의 이어 8개월만에 또 불구속 기소

 

서울중앙지검이 24일 요양병원 부정수급 혐의로 고발된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를 재판에 넘겼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휘권을 발동하며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던 윤 총장 가족·측근 사건의 첫 결론이다. 법무부의 대면감찰 계획과 맞물려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지만 윤 총장은 일선 검사들과 간담회를 여는 등 검찰 내부 여론 다지기를 이어갔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장 박순배)24일 불법으로 의료재단과 요양병원을 설립해 20억원대 부당 요양급여를 타낸 혐의(의료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윤 총장 장모 최아무개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최씨는 2012112억원을 투자해 의료재단 공동이사장을 맡아 이듬해 2월 경기 파주에 요양병원을 개설한 뒤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20155월까지 총 229천여만원의 요양급여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요양병원의 부정수급 사실이 적발돼 2015년 수사가 진행됐으나 의료재단 공동이사장 구아무개씨와 요양병원 운영자 주아무개씨 부부는 형사처벌됐으나, 최씨는 병원 운영과 관련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책임면제각서를 썼다는 이유로 입건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4월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고발로 수사가 재개됐고 서울중앙지검은 최씨가 병원 개설과 운영 등에 관여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그러나 최씨 쪽은 과거 수사 및 재판을 뒤집을 만한 새로운 증거가 나온 게 아니다라며 검찰의 기소에 반발했다. 최씨의 변호인은 의견을 정리해 24, 혹은 늦어도 25일까지 제출하기로 했고 검찰도 충분히 양해한 바 있다. 갑자기 중앙지방검찰청이 전격 기소를 한 것은 확정됐던 재판 결과를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것에 다름 아니어서 사법절차에 대한 모욕이라고까지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이로써 최씨는 올해 3월 부동산 경매 과정에서 은행잔고증명서를 위조한 혐의(사문서위조)로 기소된 뒤 8개월 만에 또 다른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검은 기존 재판과 병합하기 위해 최씨를 의정부지법에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윤 총장 부인 김건희씨의 전시회 협찬과 주가조작 의혹,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의 형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수사 무마 의혹도 계속 수사 중이다.

윤 총장은 이날 장모 기소 사실이 알려지기 전, 대검찰청에서 중대재해 사건 수사 검사들과 점심을 함께하며 사회적 약자들의 생명권과 안전권을 위해 가장 높은 수준의 대응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윤 총장의 오찬간담회 메시지가 알려지고 약 50분 뒤에 윤 총장 장모 기소 사실이 공개되자 대검 쪽은 서울중앙지검의 윤 총장 직권남용 각하 배경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기도 했다. “요양병원 관련이 아니라 (최씨와 분쟁을 벌였던) 정대택씨가 진정한 사건이 종결되는 과정에 윤 총장이 영향을 미쳤다는 고발에 대한 각하 처분이라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이 기소한 윤 총장 장모 사건과 윤 총장과는 관련성이 없음을 적극적으로 해명한 것이다. 윤 총장이 전방위적 압박 속에서도 일선 검사와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것에 대해 한 검찰 관계자는 총장을 겨냥한 감찰과 수사가 몰아치는 상황에서 외부 압박에 흔들리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옥기원 배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