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 고통에 중립없어”

● COREA 2014. 8. 21. 11:54 Posted by SisaHan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순교자 시복미사’에 앞서 카퍼레이드 도중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 김영오씨를 만나 편지를 건네받고 있다. 김 씨는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이날까지 34일째 단식을 계속해왔다.

교황, 세월호 리본 제거요청 거절 밝혀

한국 방문을 마친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귀국편 기내 회견에서 세월호 추모 리본을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떼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물은 사람이 있었다고 소개한 사실이 전해지자, 과연 누가 그런 조언을 했는지에 궁금증이 폭발하면서 SNS에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희생자를 추모하는 뜻으로 노란리본을 다는 것을 정치적·이념적인 행위로 풀이되는 상황에 대한 자조 섞인 반응이다.
 
트위터 이용자 @go***는 “노란리본과 중립이 무슨 상관인지...에효~~ 더러븐 세상”이라고 씁쓸해했다. @fa***는 “세월호참사를 추모하는걸 어떻게 중립을 지키는 문제와 연결시키지. 뇌가 썩었나”고 지적했다.
@ah***는 “세월호 추모 리본을 떼는 것이 어떠냐”고 말한 사람이 누군지는 꼭 밝혀내야 한다. 참사에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는 것이 정치적 문제인가? 이념의 문제인가?”라고 썼다. @so***의 글도 “인간적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수 없었다는 교황의 말보다 유족이 달아준 노란리본을 보고 반나절도 되지 않아 중립을 지켜야 하니 떼는 게 좋겠다고 얘기한 사람이 있었다는 게 웃기지 않나?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로 부터 내동댕이 쳐진 사람들인데. 중립?” 이라고 힐난햇고, @18***는 “정치 중립을 지키기 위해 세월호 추모 리본을 그만 달아야 한다는 요구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답변. 이제 분명해졌습니다. 세월호를 정치에 이용하는 자가 누구입니까?”라고 되물었다.
 
프란피스코 교황은 귀국 기내에서 그런 사실을 전하면서 “희생자의 아버지, 어머니, 형제, 자매를 생각하면 그 고통이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라며 “인간적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는 없다’고 말해줬다”고 설명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가운데)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육군 28사단 윤아무개 일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대국민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국회 긴급현안보고에서 답변
의원들 “보고 못 받고 뭐했나” 질타
한 장관 “제기된 의혹 추가 수사”
대국민 사과뒤 28사단장 보직해임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선임병들의 폭행으로 지난 4월 숨진 육군 28사단 윤아무개(24) 일병 사건을 지난달 31일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알았다고 4일 밝혔다. 한 장관은 이날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하고 28사단장을 보직해임했다.
한민구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긴급현안보고에서 “윤 일병 사망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았는가”라는 노철래 새누리당 의원의 물음에 “보고받은 바가 없고, 7월31일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사건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이날은 부대원의 구타와 가혹행위로 4월7일 숨진 윤 일병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한 날이다. 6월30일 취임한 한 장관은 이 사건을 한 달이 넘도록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의원들은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노철래 의원은 “단순한 폭행도 아니고 ‘살인’ 사건에 대해, 예하부대가 새로 취임한 장관에게 보고를 하지 않은 것이 과연 군대냐”라고 개탄했다. 이병석 의원도 “엄청난 사건에 대해 국방부 장관은 보고도 받지 못하고 뭘 하고 있었냐”고 질타했다.
군 당국도 군 수사기관의 부실 보고로 이번 사건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 일병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국방부 장관은 김관진 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다. 김 전 장관은 윤 일병이 사망한 다음날인 4월8일 수사기관으로부터 ‘육군 일병이 선임병의 폭행으로 인한 기도폐쇄로 사망했다’는 내용의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10여년 만에 발생한 구타사망 사건임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군 기강 확립에 만전을 기하도록 지시했다고 국방부 관계자는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김 전 장관이 그 뒤로 가래침을 핥도록 하는 등 엽기적인 가혹행위에 윤 일병이 시달렸다는 내용 등 구체적인 사건의 전모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부실보고 주장이 군 수뇌부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변명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사건이 일어난 뒤인 4월 중순에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주관한 특별 군 기강 확립 대책회의가 개최됐고, 5월1일엔 육군참모총장 주관으로 주요 지휘관 화상회의가 열렸기 때문이다. 특히 육군은 6월9일 ‘구타·가혹행위 및 언어폭력을 발본색원하라’는 ‘일반명령’을 전 부대에 하달하기도 했다. 구타 및 가혹행위와 관련해 전군에 일반명령이 내려진 것은 35년 만의 일이다.
이날 한민구 장관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에서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하고 “가해자와 방조자에 대해 군형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엄중조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의혹이 제기된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를 지시하겠다”며 군이 윤 일병 사망사건의 진상을 은폐했다는 의혹에 대해서 수사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김경욱 기자>

 

새정치, 광화문서 법 제정 촉구
의원 29명 국회 밤샘농성 시작

조사위에 특검 추천 타협안 제시
새누리 그마저도 거부
오늘 본회의 처리에 난색

세월호 참사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할 특별위원회(진상조사위)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대신 특별검사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절충점을 찾아가는 듯했던 여야 협상이 28일에도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야당은 특검 추천권이 확보되면 다른 쟁점에선 한발 물러설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여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모양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원내 협상’과 ‘물리적 압박’을 병행했다. 새정치연합은 서울 광화문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세월호 참사의 본질은 ‘조류독감’ ‘교통사고’가 아니라 단 한명도 구하지 못한 정부의 무책임과 무능”이라며 “특별법의 본질은 진실과 책임 규명”이라고 강조했다. 야당은 진상조사위에 수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에선 한발 물러섰으나, 야당이 특검 추천권을 가지는 것을 전제로 한 특별법을 29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또 29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위해 윤인순·유은혜·은수미·강동원 등 단식에 들어간 4명을 포함해 새정치연합 의원 29명이 이날부터 10여명씩 조를 짜 국회에서 철야농성에 들어가기로 했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이날 오전 비공개로 대책회의를 열어 야당의 ‘29일 본회의 처리’ 제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야당이 특검을 추천한다는 것은 정파성을 전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밖에도 주 의장은 “쟁점이 7~8가지가 남아 있다”며 야당과 피해자 가족대책위원회가 주장하는 진상조사위 구성, 진상조사위의 활동 기간과 규모 등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하며 ‘29일 본회의 처리’에 난색을 표했다.
이날 오후 여야 정책위의장과 ‘세월호 특별법 태스크포스(TF)’ 간사가 사흘 만에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서로의 입장 차이만 다시 확인했다. 새정치연합은 특검 추천권을 야당이 아닌 진상조사위에 주는 방안을 포함해 여러 대안을 제시했지만, 새누리당은 상설특검법대로 여야 및 대법원 법원행정처, 법무부와 대한변호사협회의 추천으로 특검을 정하자는 기존 태도를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여야 간사도 이날 세차례 만나, 다음달 4일부터 닷새간 열릴 청문회 증인 선정을 두고 협상을 벌였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협상 초기 여야는 ‘일괄 타결’ 목표에 다가서는 듯했으나, 야당이 강하게 출석을 요구하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정호성 대통령 제1부속실장,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현 인천시장) 등 정권 핵심 인사들의 증인 채택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여당이 요구한 문재인 새정치연합 의원과 손석희 <제이티비시>(JTBC) 사장 등의 증인 채택에 대해서도 29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야당이 신청한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명단에서 빠졌다.
<서보미 이유주현 기자>


“국정조사 전부터 사사건건 방해…돌입 이후엔 더 심해져”
“졸거나 가족에게 막말하고 조사 대상엔 면죄부 주는 발언”
“이대로 가다간 새누리당에 일말의 기대조차 못할 것 같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이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조사와 관련한 새누리당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유족들이 국정조사와 관련해 새누리당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이하 가족 대책위)는 이날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새누리당은 국정조사가 시작될 무렵 기관 보고 대상 기관을 선정함에 있어 청와대 비서실을 제외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기관 보고의 시기와 예비조사원으로 참여하는 유가족의 수 등을 두고 사사건건 방해를 했다”며 “이런 새누리당의 태도는 국정조사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가족 대책위는 이어 “국정조사에 돌입한 이후에도 새누리당의 불성실한 태도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심해지기만 했다”며 “국정조사 첫날부터 졸거나 가족들에게 막말을 했고,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 조사 대상이 된 기관들의 잘못을 지적하기보다는 변명할 기회를 주거나 아예 면죄부를 주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가족 대책위는 구체적으로 지난 2일 해양경찰 기관 보고 때 새누리당 출신 특위 위원장인 심재철 의원과 조원진 의원이 특위 정회중에 해양경찰청장을 따로 만나 밀담을 나누는 장면이 가족들에게 들키기도 했다고 공개했다. 가족 대책위는 “이런 태도는 불성실하다는 정도를 넘어 아예 국정조사에 대한 신뢰를 접도록 만드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12일 오후 국회 본관 앞에서 특별법에 유가족 참여등을 요구하며 침묵 연좌 농성을 벌이고 있다.

가족 대책위는 특히 “조원진 의원은 저희 아이들을 비롯한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닭에 비유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며 “도대체 무엇을 지키고 싶어서, 무엇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 이런 태도를 보여주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족 대책위는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과 관련해서도 “저희 가족들은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여당, 야당 그리고 가족이 참여하는 ‘3자 협의체’를 구성·운영할 것을 제안했다”며 “새정치민주연합은 유가족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태도를 보인 반면, 새누리당은 당내 의견 수렴이 우선이라거나 가족들이 지켜보면 논의가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가족들의 참여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가족 대책위는 “이는 한마디로 가족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특별법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여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다”고 밝혔다.
 
가족 대책위는 “이렇게 새누리당에 대한 우리 가족들의 입장은 점차 부정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고, 이대로 가다가는 새누리당에 일말의 기대조차 하지 않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새누리당은 더 이상 국민을 불행하게 하지 말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 이승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