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일사분란한 분리·합병… 승계준비
자금 확보·이 부회장 경영능력 입증 숙제
재계에서 조용히 확산되던 이건희(72) 삼성전자 회장의 ‘건강이상설’은 이번 입원으로 일정 부분 확인되는 분위기다.
삼성그룹 수뇌부는 향후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이 회장의 퇴원 여부가 확실치 않아 언제까지 자리를 비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 회장이 장기 국외체류 기간에도 삼성그룹은 미래전략실이 경영 지휘부(컨트롤타워) 구실을 해왔지만, 중대한 의사 결정은 이 회장이 직접 내렸다는 것이 삼성그룹 쪽 설명이었다. 최근 본격화된 삼성그룹 사업구조 개편 역시 이 회장의 재가 없이 이뤄질 수 없었을 것이라고 삼성 안팎에선 설명한다. 이 회장이 직접 결정내리지 않는 경우에도, 이 회장의 포괄적인 위임 아래 경영활동이 이뤄져왔다.
이미 이 회장의 건강 문제에 대비해 삼성이 차근차근 준비해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경제계에선 최근 삼성그룹 구조 개편과 인사 이동 등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삼성전자는 2011년 말 삼성LED를 합병하는 등 부품 부문 계열사들의 구조 개편을 시작했다. 최근 제일모직과 삼성SDI 합병, 삼성 금융계열사 구조조정 등 사업구조 개편이 일사불란하게 이뤄진 것 역시 이 회장의 건강 문제와 무관치 않은 것은 물론 후계 승계를 위한 작업이라는 설명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올해 안에 이뤄질 삼성SDS 상장으로 이 부회장은 그룹 승계 자금 확보의 길까지 열렸다.
특히 삼성그룹의 사업구조 개편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데 눈길이 쏠린다. 삼성전자 중심의 사업구조 개편은 곧 이 부회장의 승계를 위한 작업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이재용(46) 부회장의 공식 소속사인 삼성전자는 삼성그룹 전체 이익의 70%가량을 내고 있다. 4대 그룹 소속 핵심 관계자는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구조개편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헤쳐모이는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를 위한 막판 터잡기 차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래전략실 팀장들의 전면 교체 역시 삼성전자가 핵심 열쇳말이다. 2010년 이 회장의 경영 복귀 뒤 출범한 미래전략실에서 근무한 팀장들 대부분이 삼성전자 등으로 이동했다.
경제계에선 삼성그룹의 3세 승계 작업은 사실상 끝났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과제가 이 부회장에게 남았다는 시각이 많다. 한국 재계 1위인 삼성그룹을 넘겨받을 능력과 자질을 과연 갖췄느냐는 의문에 대한 답을 이 부회장 스스로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그룹은 위기에 맞닥뜨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그룹 이익의 70%를 내고, 그런 삼성전자 이익의 70%는 스마트폰에 쏠려 있을 정도로 극도의 편중 상태다. 이런 가운데 스마트폰 성장세가 둔해지고 있다.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은 최근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에 대해 “뭐가 괜찮나, 별로였다”고 말한 바 있다.
아울러 이 부회장은 승계 자금 역시 확보해야 한다. 삼성SDS 상장으로 1조원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넘겨받을 경우 내야 할 세금을 감당해야 한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도 이 부회장 체제에서 해결해야 할 숙제다. 순환출자 방식으로 제조사와 금융사 사이에 복잡하게 얽힌 지분구도를 명쾌하게 정리하면서 삼성그룹 지배력을 유지하려면 적잖은 자금이 필요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삼성 계열사 간의 이합집산을 보면 변화 속도가 ‘마하경영’이 분명하다. 지배구조 변화 등이 삼성전자 중심으로 이뤄졌는데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이뤄진 것이다. 이제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위기를 타개하는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할 시험대에 올라선 셈”이라고 말했다.
< 김진철 기자 >
3남매 승계 상당부분 교통정리
삼성전자·생명 지분이 관건
삼성전자·생명 지분이 관건
삼성가 3세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은 삼성그룹에서 어떤 위상과 지위를 차지하고 있을까? 삼성의 속내는 이 회장의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권을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남매에게 안정적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삼남매가 74개 계열사 전체의 최대 주주가 되는 것은 그룹의 규모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기업들을 지배할까? 대개 지배구조의 핵심 고리가 되는 기업을 활용한다. 삼성에선 이 기업이 삼성에버랜드다. 지배구조를 단순하게 보면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각종 계열사로 이어진다. 삼남매가 현재 삼성그룹에서 가지고 있는 계열사 지분은 시장에서 평가액이 6조원이 넘는다. 특히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남매는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고리인 삼성에버랜드의 지분을 각각 25.1%, 8.4%, 8.4% 보유하고 있다. 삼성SDS의 지분율도 삼남매가 각각 11.3%, 3.9%, 3.9%다. 이 외에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지분 0.6%, 이부진 사장은 삼성종합화학의 지분 4.9%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일감 몰아주기,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이용해 이 지분을 취득했다. 큰아들인 이 부회장은 이 회장으로부터 1995년 60억8000만원을 증여받았다. 이 중 증여세로 16억원을 납부하고, 남은 돈으로 에스원과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각각 12만여주, 47만주 매입했다. 이 두 기업은 급격히 성장했고, 이 부회장은 불과 2년 만에 보유 지분을 매각해 563억원을 손에 쥐었다. 이 부회장은 이 돈으로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 제일기획의 전환사채를 매입했다. 이 중 에버랜드의 전환사채는 훗날 헐값 발행 논란을 일으켰다. 이부진, 이서현 자매도 당시 발행된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을 인수했다.
결국 삼남매는 편법으로 불린 자산으로 지배구조의 핵심 고리인 삼성에버랜드의 최대 주주 지위를 안정적으로 확보했다. 하지만 아직 숙제는 남아 있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20.8%), 삼성전자(3.4%), 삼성물산(1.4%) 등의 지분을 상속할 경우 상속세가 5조원이 넘고, 이들 지분이 시장에 그대로 나갈 경우 총수 일가 지배권이 약해진다.
삼남매는 앞으로 보유한 지분을 매각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하거나 상속받을 수 있도록 실탄(현금)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이미 지난 9일 삼성생명이 계열사와 삼남매가 보유한 삼성자산운용의 지분 100%를 매입하겠다고 공시했다. 이로 인해 삼남매는 643억원의 현금을 마련했다. 특히 삼성SDS의 상장은 삼남매에게 2조원대의 차익을 남겨줄 것으로 기대된다.
삼남매는 앞으로 보유한 지분을 매각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하거나 상속받을 수 있도록 실탄(현금)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이미 지난 9일 삼성생명이 계열사와 삼남매가 보유한 삼성자산운용의 지분 100%를 매입하겠다고 공시했다. 이로 인해 삼남매는 643억원의 현금을 마련했다. 특히 삼성SDS의 상장은 삼남매에게 2조원대의 차익을 남겨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그룹의 사업구조 재편은 이미 지난해부터 활발했고 승계 문제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던 참이었다. 작년 9월 삼성SDS가 삼성SNS를 흡수합병했고, 제일모직의 패션부문은 에버랜드로 넘어갔다. 삼성SNS 대주주였던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SDS의 지분율이 기존 8.81%에서 11.26%로 늘었다. 올해 4월엔 삼성종합화학이 삼성석유화학을 흡수합병했다. 석유화학의 지분 33.18%를 보유했던 이부진 사장은 합병 법인의 지분 4.91%를 확보했다. 삼성의 사업 재편이 최근 9개월간 8번에 이른다. 잇따른 사업 재편으로 삼남매간 교통정리는 상당 부분 이뤄졌다. 이 부회장이 전자·금융을 맡고, 이 사장이 호텔·유통, 이서현 사장이 패션 분야를 담당할 것이 확실시된다. 건설·화학 분야는 아직 불명확하다. 결국 그룹 경영권의 3대 ‘세습’은 완성 단계다. 이들이 이끄는 삼성은 어떤 모습이 될까.
< 윤형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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