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더쉽을 강조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TV광고 2탄 영상.

지난 대선 TV광고 세월호 참사로 집중 조명

‘한국호 선장 박근혜’ 가 누리꾼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 사용했던 텔레비전 광고 얘기다.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였던 박 대통령은 티브이(TV)광고 2탄 ‘위기에 강한 글로벌 리더십’편을 발표했다. 총 분량이 1분 정도되는 이 광고영상의 초반부에는 풍랑을 만나 위기에 빠진 배가 등장한다. 이어 “경험 없는 선장은 파도를 피해가지만, 경험 많은 선장은 파도 속으로 들어갑니다… 지금 대한민국엔 위기에 강한 대통령이 필요합니다”라는 내래이션과 자막이 나온다. 박근혜 후보가 위기에 강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 광고는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최근 발생한 세월호 참사에 허둥대는 박근혜 정부의 모습과 대조를 이뤄 누리꾼들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광고 초반에 등장한 풍랑을 만난 배의 이미지는 여객선 침몰 사고를 연상시키고, 경험 없는 선장과 경험 많은 선장의 비유는 비정규직 선장이었던 이준석 세월호 선장을 연상시키며, “지금 대한민국엔 위기에 강한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말은 현재 대한민국에 위기에 강한 대통령이 없는 현실을 꼬집고 있다는 것이다.
 
트위터리안 @im****은 “박근혜가 대선 광고는 허위, 과대, 과장 광고였다. 그녀는 결코 ‘위기에 강한 대통령’이 아니었다”고 비판했고, 또 다른 누리꾼(@acc******)은 “전혀 위기에 강하지 않은 박근혜의 리더쉽이 이번 참사를 낳았다는 비난에 당신은 뭐라고 답할텐가? 사과조차 하지않는 뻔뻔한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선장과 다른 게 없다. 공통점은 무책임하다는 것”(@tro****, @don******)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한 트위터리안(@hy*****)은 “박근혜가 대선 광고에서 말하는 위기에 강한 리더십은 정권 위기때 공안 능력”이라고 꼬집었다.


끝없는 위로의 발걸음: 세월호 침몰참사 안산 단원고 희생자를 위한 임시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올림픽 기념관에 추모객이 끝없이 몰려 인근 고찬 초등학교 운동장에까지 줄지어 늘어선 추모객 행렬.

해경도착 50분 뒤 “기다리래”

세월호가 침몰하던 지난 16일 오전 10시 17분. 한 단원고 학생이 보낸 “기다리래. 기다리라는 방송 뒤에 다른 안내방송은 안 나와요”라는 마지막 카톡 메시지는 사고 발생 14일이 지났는데도 가슴을 찢어지게 한다. 
당시는 해경 구조정이 도착하고도 50분 가량이 지난 시점이었다. 퇴선 명령만 전달됐더라도 이 학생은 생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시간은 이미 퇴선 명령을 내려야할 선장과 주요 승무원들이 승객들을 버리고 탈출한 지 40여분이나 지난 후였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세월호 침몰 당시의 상황을 재구성할 수 있는 탑승객의 카카오톡 메시지 400여개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공개된 메시지들을 보면 배가 기울기 시작하던 8시 52분 무렵 학생들은 “쏠리는 것 장난 아니다”, “신난다. 페이스북에 올리면 재밌겠다”며 배가 침몰할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불과 8분 뒤인 9시께 배가 20도 가량 기울기 시작하자 “구명조끼 입어”라는 메시지들이 뜨기 시작했고, “진짜 타이타닉 같아”, “제발 살 수만 있으면” 이라는 절박한 메시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선내 방송은 “단원고 학생, 선생님 여러분.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시고 대기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고, 학생들은 “예”라고 순진하게 카톡에 올리고 있었다. 이어 30분 후 배가 50∼60도 기울고 구조정이 도착할 무렵에도 학생들은 “살아서 보자.”, “구명조끼 입고 있어”라는 메시지들만 오갈뿐 전혀 밖으로 탈출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구명조끼만 있고 선내에 가만히 있으면 구조해 줄 것으로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것이다.

해경과 전남 어업지도선이 침몰당시 찍은 동영상도 28일 뒤늦게 공개됐다. 동영상에는 사고당일 오전 9시28분께 승선인원 14명인 100t급 경비정 123정이 현장에 도착한 뒤 세월호 주변을 맴돌았다. 해경 가운데 어느 누구도 선실내로 들어가 구조활동을 하는 모습은 목격되지 않았다. 더구나 해경은 당시 세월호에 400∼500명이 승선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도 구조를 위해 보낸 선박은 경비정 한척과 소형헬기 2대 뿐이었다. 구조된 생존자 174명 가운데 해경이 구조한 인원은 절반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어업지도선에 딸린 단정 2척과 민간어선 2척에 의해 구조됐다. `초동대응 미흡’이 아니라 `초동대응 무시’라는 말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뒤늦게 공개된 카톡의 내용과 동영상은 국가 재난대응의 허술함을 또다시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국민의 분노와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이런 국가, 이런 공무원을 믿고 세금을 내야 하느냐”는 한탄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월호 침몰 참사, 기적은 언제

● COREA 2014. 4. 27. 11:44 Posted by SisaHan

경기도 안산 올림픽 기념관에 마련된 단원고 희생 학생들을 위한 임시 합동분향소에 조문 온 한 시민이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오열하고 있다.

「구조 174」 언제 바뀌나! 통곡의 바다에서 아직도 기적을 빈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 일주일을 넘겼다. 고통의 나날이었다. 그러나 피해 현황 표에서 ‘구조 174명’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실종 난에 있던 숫자가 줄어 사망 난으로 옮겨가고 있을 뿐이다. 매일 시신 발견과 수습 숫자만이 불어나는 허망함이다. 이 화창한 봄날에 피어보지도 못한 꽃들이 처참하게 꺾여 우리 앞에 내던져지고 있다.
진도 팽목항은 통곡의 바다다. 이름 모를 시신이 건져질 때마다 부모들의 눈빛은 불안함으로 떨린다. 시신은 흰 천에 싸여 보이지 않지만 부패방지용 소독약 냄새에서 자녀의 죽음을 직감한다. 싸늘하게 식어버린 자식의 얼굴을 확인한 뒤 터져나오는 외마디 비명, 울음을 참지 못하고 꺽꺽거리는 소리로 진도 앞바다는 흔들리고 있다. 특히 세월호 선실에서 발견된 아이들의 상당수는 손가락이 골절되거나 손 밑이 퍼렇게 멍들었다고 한다. 갇힌 배 안에서 빠져나오려고 얼마나 벽을 긁었을까 싶어 목이 멘다.
 
이들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과 참담함이 목까지 차오른다. 어른들의 욕심과 비겁함이 아이들을 찬 바다에 밀어넣고 말았다. 중고 배 수입, 무리한 증축, 화물 과적, 미숙한 조종, 무책임한 선장, 무능한 정부 등등 어른들의 잘못은 100가지도 넘는다. 그중 한 가지만 제대로 했어도 아이들을 이 지경으로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뭍의 어른들은 맹세한다. 다시는 이렇게 살지 않겠다고. 원칙 따위 우습게 여기고 대강대강 편하게 돈 되는 일이면 닥치는 대로 해오던 삶을 이젠 그치겠다고. 그러니 그 춥고 어두운 곳에서 기적처럼 살아 돌아와 달라고 빌고 있다. 끝까지 한 가닥 희망을 걸어본다. 기적은 유사 이래 일어났고 앞으로도 일어날 것이니, 지금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수직 증축해 무게 중심 높아”
 
선박구조 전문가들은 객실을 늘리기 위해 세월호를 수직 증축해 무게 중심이 위쪽으로 옮겨진 데 따른 복원력 저하를 이번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도 선박 개조업체 2곳과 선박 검사업체 1곳을 압수수색해 선체의 구조적 결함 여부를 면밀하게 따지고 있다.
복원력은 선박이 기울었을 때 오뚜기처럼 원래의 위치로 되돌아오는 힘을 이른다. 선박은 물 위에 떠 있을 때 중력과 부력이 서로 작용하면서 평형을 유지하도록 설계된다. 모든 선박은 40~45도 기울어도 복원력을 갖도록 국제해사기구에서 규정하고 있다. 복원력이 부족하면 전복의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세월호는 1994년 6월 일본 하야시카네 조선소에서 건조돼 2012년 10월 국내로 도입됐다. 이 배를 도입한 청해진해운은 넉 달 동안 목포의 한 조선소에서 선박을 개조했다. 이 개조 작업으로 세월호는 총톤수가 6586t에서 6825t으로 239t(3.6%) 늘었다. 승무원을 포함한 총정원도 840명에서 956명으로 116명 늘렸다. 애초 3·4층에만 있던 객실은 4층 홀 공간을 2개층으로 나누는 방법 등으로 3개층에 설치했다. 총톤수의 2%를 초과해 개조된 세월호는 취항하기 전에 복원성 검사를 다시 받아야 했다.
취항 전 선박검사는 한국선급이 맡았다. 비영리 사단법인인 한국선급은 정부를 대행해 선박검사를 비롯해 안전관리 인증 심사, 항만시설 보안심사 등을 맡는다. 한국선급은 1차 검사 때 복원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2차 검사에선 별다른 보완 없이 그대로 통과시켜줬다. 이 때문에 당시 선박검사의 적절성이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두차례 시도 끝에 선박검사를 통과한 세월호는 지난해 3월 인천~제주 노선에 취항했다. 규모로는 길이 146m, 너비 22m, 높이 26m로 국내에서 최대였지만 건조한 지 19년이 지난 낡은 배였다. 더욱이 많은 승객을 싣기 위해 연돌(굴뚝) 윗부분만 증축하는 바람에 날렵한 유선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뭉뚝한 깡통형 몸매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세월호의 상부가 커지면서 무게중심은 더 위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무게 중심이 높을수록 방향을 돌리면서 기울어질 때 복원력이 작아진다.
김형근(60) 목포해양대 국제해사수송과학부 교수는 “선박을 개조하면서 길이나 너비는 놔두고 수직으로만 증축했다. 당연히 무게 중심이 높아졌고 구조와 제원, 개축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이번이 아니었어도 언젠가는 사고가 났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사고 지점의 변침 때 복원력이 0에 근접해 원위치로 돌아오지 못하고 기울기 시작했고 화물이 쏠리고 바닷물이 들어가면서 ‘대각도 횡경사’(큰 각도로 옆으로 기울어지는 현상)사 생겨 전복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사고 원인을 밝혀내려면 개조 전·후의 복원력 변화, 화물 무게와 선적 상태, 출항시 흘수선(선체가 물에 잠기는 한계선) 등을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도 <한국방송>(KBS)과의 인터뷰에서 “개조하면서 상부가 더 커졌다. 상부가 커져 선박의 무게 중심이 올라가면 선박의 안전운항에 위험이 가중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해진해운 쪽은 “세월호는 지난 2월에도 정기 안전검사를 받고 운항을 1년 연장했다. 사고 이전까지 선박의 구조나 성능에 문제가 없었다”는 태도다.
<목포 인천/안관옥 김영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