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파업을 이끌고 있는 김명환 위원장(오른쪽)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을 찾은 설훈 민주당 공공부문 민영화 저지 특별위원회 위원장(왼쪽 첫째), 우원식 을지로(을을 지키는 길)위원회 위원장(왼쪽 둘째) 등과 긴급간담회에 앞서 손을 잡고 있다.
[수서 KTX 자회사 면허 강행]
노사정 만남 주선한 밤에 ‘뒤통수’
환노위 “국회 중재 노력 무시” 분통
사회적 논의기구 즉각 구성 촉구
안철수 의원은 공식 논평 안 내놔
야권이 29일 국회(민주당), 청와대 앞(정의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통합진보당)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수서발 고속열차(KTX) 신규업체에 대한 정부의 면허발급 강행을 일제히 규탄하고 철도파업 해결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을 촉구했다. 특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노사정 만남’을 주선한 27일 밤에 기습적으로 면허 발급을 강행한 것을 두고, 야권은 정부의 대화 시도가 결국 “거짓 쇼”에 불과했다며 격앙된 분위기다.
민주당의 ‘공공부문 민영화 저지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설훈 의원은 국회에서 소속 의원 15명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고난을 당하는 노동자들을 대신해 싸워줘야 한다. 독재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몸을 던져서라도 독재의 길을 차단하는 것”이라고 정부의 일방주의를 성토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인 우원식 최고위원은 회견에 앞서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을 만나고 온 사실을 공개하면서, “민영화를 방지하는 내용을 (철도사업법에) 넣는 개정안 마련을 위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집을 여당에 요구하고, 환경노동위원회는 노동탄압을 규명할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은수미 의원이 ‘케이티엑스 민영화 저지 및 철도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 등과의 소통을 담당하는 등 노동계와 연대해 나가기로 했다.
국회 환노위는 정부가 이미 면허발급 방침을 확정하고 27일 노사정 만남에 형식적으로 온 것이 드러나자, 국회와 국민을 무시한 ‘보여주기 행보’였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환노위 위원장인 신계륜 민주당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환노위 중재 회의가 끝난 직후인 밤 10시에 면허 발급을 한 것을 보고 충격적이고 허탈했다”며 “심각한 정부”라고 비판했다. 특히 신 위원장은 노사정이 만난 당일 위원장과 환노위 여야 간사들이 ‘면허 발급을 당분간 유보하고 사회적 대화를 갖는다’는 합의문에 거의 의견 접근을 한 사실을 언급하며, 국회의 중재 노력도 기다리지 않고 강행한 것에 배신감을 토로했다. 그는 “정상 국가라면 업무 시간 외에는 면허 발급을 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28~29일은 토·일요일이라 이틀간 환노위가 할 수 있는 중재 노력을 다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심상정 원내대표 등 정의당 의원들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과의 전쟁을 멈추고, 강경 탄압, 날치기 면허 발급에 대해 사과하고 대화정치에 나서야 한다. 또 수서발 고속열차 자회사 설립 추진을 일시 중단하고 철도개혁 방안 논의를 위한 사회적 대화기구를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통합진보당 오병윤 원내대표는 민주노총 앞에서 진보당 의원들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와 코레일이 대화에 나서는 듯한 모양새를 취한 것을 “쇼”라고 규정했다.
한편 다른 야당이 이날 정부를 일제히 성토한 것과 달리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30일 개인일정’을 언론에 미리 공지한 것 외에, 면허 발급과 관련한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송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