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에서 구두수선점을 운영하는 김병양씨.

구두수선공 할아버지 평생 모은 12억 대학장학금으로 선뜻 내놔

장성 출신 김병양씨 전남대에 기부
서울서 30여년간명동 스타사운영

중학교에 입학하라는 어머니의 말이 듣지 않은 것이 평생 한이었습니다. 저같은 학생들이 더는 없도록 좋은 곳에 써주시길 바랍니다.”

17일 광주 전남대에 양복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노 신사가 찾아왔다. 서울에서 명품 수선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병양(84·사진)씨였다. 그는 평생 모은 현금과 주택 등 재산 12억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죽기 전에 고향에서 제일 좋은 학교인 전남대에 좋은 일을 하고 싶다. 아내와 자녀들이 동의해줘 뜻을 이루게 됐다.”

전남 장성군에서 태어난 김씨는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초등학교도 겨우 마쳤다. 학업 대신 직장을 택한 그는 광주 북구 신안동의 한 식용유 제조공장을 다니며 가족 생계를 책임졌다. 그 시절 공장 인근에 있던 전남대는 그에게 선망과 추억의 대상이었다.

30대 초반이던 1969년 상경한 그는 남대문 시장, 명동 일대에서 식용유·얼음 등 배달일을 하며 돈도 벌었다. 1988년 배달일로 인연을 맺었던 명동 코스모스백화점 앞 귀퉁이의 한 구두수선가게를 인수했다. 쉰살 넘어 구두수선공이 된 그는명동 스타사라는 그럴듯한 간판도 내걸었다.

명동 스타사는 구두뿐 아니라 가방·핸드백도 고쳤다. 명품을 수선하려면 외국으로 보내야 했던 손님들이 찾아오며 수입명품 전문수리점으로 자리잡았다. 독한 가죽 염색약 냄새를 참아가며 일을 하다 보니 한때는 직원이 25명까지 늘었고 명품 판매점과 백화점, 대기업들도 단골이 됐다. 지금은 딸이 물려받아 성업 중이다.

김씨는 은퇴를 하고보니 학업을 중단했다는 아쉬움과 함께 어머니 말씀을 거슬러 상처를 드렸다는 죄스런 마음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이제는 나이 탓에 귀도 잘 들리지 않고 아내 역시 건강이 좋지 못하다. 자녀들은 다 결혼해 더 해줄 것도 없다. 학생들이 그저 열심히 공부해 훌륭하게 성장하도록 미력이나마 돕고 싶다.”

전남대는 감사패를 전달과 함께 김씨의 기부 정신을 기리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 김용희 기자 >


전두환, 27일 광주 법정 출석시민들 검은 마스크 침묵시위 예고

5·18단체, 회의 열고 대책 논의,  전두환 동상 설치 등 대응 방침

27일로 예정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광주법정 출석을 앞두고 광주시민사회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다.

235·18기념재단 등의 말을 종합하면 전날 5·18유족회, 부상자회, 구속부상자회 등 5월단체와 역사왜곡처벌광주운동본부는 전두환 재판 출석 공동 대응 간담회를 열고 전두환씨 광주 방문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단체들은 코로나 상황을 고려해 회원들에게 과격한 행동은 자제하고 평화적으로 준비하자고 뜻을 모았다.

5·18유족회는 오월어머니회 회원들과 소복 침묵시위를 광주지법 일대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회원들은 5·18희생자를 기리는 흰색 소복과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광주지법 일대에서 서 있을 예정이다.

지난해 121212·12 군사반란 40주년에 맞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선보였던 무릎 꿇은 전두환동상도 등장한다. 5·18단체는 전씨 동상을 광주지법 정문 앞에서 설치해 전씨의 구속과 엄벌을 촉구할 방침이다. 전두환 동상은 죄수복을 입고 있는 전씨가 오랏줄에 묶인 채 감옥 안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표현했다. 당시 전씨가 건강을 핑계로 재판에는 불출석하면서 골프를 치러 다닌 사실이 알려지며 분노한 시민들이 동상을 때려 일부 파손됐다. 5·18단체는 이번 전씨의 광주법정 출석에 맞춰 동상을 긴급 수리했다.

경찰도 비상이 걸렸다. 이날 최관호 광주지방경찰청장과 양우천 광주동부경찰서장 등은 광주지법을 방문해 전씨의 이동 동선을 점검하는 등 경비 계획을 논의했다. 지난해 3월 전씨의 광주법정 첫 출석 당시 배치됐던 경찰 인력은 500여명이었고, 이번에도 비슷한 규모를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해 전씨가 광주법정을 빠져나갈 때 항의하는 시민에 둘러싸여 1시간여 지체됐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이동 동선 확보에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5·18단체를 찾아가 집회 계획과 대응 방안을 두고 논의했다.

5·18기념재단 관계자는 회원들에게 전씨가 오더라도 평화적으로 항의하자고 당부하고 있다. 경찰에 최대한 협조하고 자체적으로도 대응팀을 꾸려 안전사고를 막을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전씨는 2017년 펴낸 회고록에서 5·18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20185월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3월 처음으로 광주법정에 출석하며 재판이 진행됐고 올해 재판부가 바뀌며 공판절차가 갱신돼 다시 광주법정에 출석해야 한다. < 김용희 기자 >



전두환, 1년 만에 광주 법정 선다…27일 재판 출석

법원에 부인 이순자 동석 신청, 변호인 "법적 의무 당연히 이행"                               

전두환(89)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앞두고 또다시 광주의 법정에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 11일 사자명예훼손 사건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선지 1년여 만이다.

20일 광주지법에 따르면 전씨 측은 재판부에 부인인 이순자 여사가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법정에 동석할 수 있게 해달라고 신청서를 제출했다.

경찰도 이날 오후 광주지법을 찾아 경호 동선을 점검했다.

전씨의 법률 대리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앞서 지난 6일 열린 공판 준비기일에서 "법에서 명한 의무면 당연히 이행하겠다" "그동안 피고인 출석 여부가 증거조사에 장애가 되지 않았다. 이후 다시 (불출석 허가) 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전씨는 그동안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장이 변경됨에 따라 공판 절차 갱신이 필요하게 됐다. 새 재판장인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지난 재판에서 다음 기일에 인정신문을 하기로 결정하고 전씨에게 소환장을 발송했다.

전씨의 다음 재판은 오는 27일 오후 2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다.

광주지법은 오는 24일 오전 10시∼10 30분 광주지법 6층 대회의실(659)에서 방청권 응모 절차를 진행한다.

전씨는 앞서 2017년 펴낸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을 한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해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한반도 종단철도 향해북쪽 문턱까지 동해선 잇는다

 [정부, 남북 철도협력 다시 추진

남북 오가는 철도 협력사업 당장은 제재 등에 현실성 낮아
철로 끊긴강릉~제진부터, 삼척~포항은 2022년 목표 공사중
남북협력사업 승인땐예타면제 경제성 장벽 넘고 신속 추진할 듯

정부가 남북 철도 연결 협력 사업을 다시 추진한다. 동해선 철도 남쪽 단절 구간 연결 사업을 우선 추진해, 남북 철도 연결과동아시아 철도공동체구상을 현실화하는 마중물로 삼겠다는 포석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4·27 판문점선언두돌인 27동해북부선 추진 기념식을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에서 연다고 20일 통일부와 국토교통부가 발표했다. ‘동해북부선은 강원도 강릉~제진 구간(110.9)으로, 한반도 종단 동해선 철도 구간 가운데 사실상 유일한 단절 구간이다.

정부는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식에 앞서 23, 김연철 통일부 장관 주재로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어동해북부선 강릉~제진 철도건설사업을 남북교류협력사업으로 승인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실제 착공에 필요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2018 12월 동해선 철도 남북공동조사단이 두만강 철교 위에서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동해북부선 강릉~제진 철도건설사업은 형식논리로만 따지면 국내 기반 건설 사업이다. 하지만 그 함의와 잠재력은 크다. 이는 남북 정상이 2007년과 2018년 정상회담에서 거듭 확언한 남북 철도 협력 사업은 물론, 이를 통한한반도 신경제 구상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구상현실화의 필수 전제조건이어서다.

길게는 1992끊어진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기로 한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이후 28년이 지났는데도 강릉~제진 구간 110.9㎞가 단절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핵심 원인은경제성 미비. 역설적으로 정부의동해북부선 강릉~제진 철도건설사업추진 발표를 강력한 남북 철도 협력 실행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배경이다.

한반도 종단 동해선 철도의 북쪽 구간은 비록 낙후하긴 했지만 모두 연결돼 있다. 두만강역에서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남양역에서 만주횡단철도(TMR)·중국횡단철도(TCR)와 연결돼 유라시아대륙으로 달릴 수 있다. 동해선 남쪽 구간은동해남부선’(부산~포항)이 운행 중이고, ‘동해중부선의 강릉~삼척(60.3) 구간은 철로가 깔려 있고, 삼척~포항 166.3㎞ 미연결 구간(포항~영덕 구간은 2018 125일 부분 개통) 2022년 완공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남북 철도 협력 사업의 양대 축은 서쪽 경의선과 동쪽 동해선인데, 북쪽은 동해선 쪽에 더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김일성 주석은 생전에러시아나 중국 흑룡강성(헤이룽장성)에서 수출하는 물자를 두만강역에서 넘겨받아 동해안에 있는 철길로 날라다 주면 한해 10억달러 이상의 돈을 벌 수 있다”(1994 610일 벨기에 노동당 중앙위원장과의 담화)고 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도부산항에서 동해선으로 시베리아철도와 연결하면 좋다”(2002 4월 임동원 특사와의 담화)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극동 발전 전략인신동방정책을 활성화하자면 시베리아횡단철도와 한반도종단철도의 연결이 관건이다.

정부가 4·15 총선 뒤 첫 대북 행보로동해북부선 강릉~제진 철도건설사업추진을 꺼내든 데에는 여러 고려가 작용했다. 우선 남북을 오가는 철도 협력 사업은 유엔·미국의 고강도 대북 제재와 남북관계의 장기 교착 탓에 당장은 현실성이 낮다는 고민이 깔려 있다. 동해선 남쪽 단절 구간 연결에 우선 나서 한반도종단철도 연결과 관련한강력한 실행 의지를 북한을 포함한 중·러 등 동북아 관련국에 밝혀연쇄반응을 이끌어내고 싶다는 것이다.

둘째, 여권의 4·15 총선 압승으로경제성 미비라는 걸림돌을 뛰어넘을 정치적 동력이 확보됐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2018 4·27 판문점선언 직후 국토교통부가 국회에 보고한 내용을 보면, 강릉~제진 단절 구간 연결 사업비는 23490억원으로 예상된다. 실제 건설사업이 이뤄지려면 국회의 예산 승인이 필수적이다. 민주당 주도의 21대 국회에서 예산 승인이 어렵지 않으리라는 게 정부의 예상인데, 총선 이후 이런 달라진 정치 상황 전망 또한 강력한대북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 코로나19 장기화에 대응한 경제활성화 기대도 깔려 있다. 앞서 강원연구원은 동해북부선 건설사업으로 생산 유발 47426억원, 부가가치 유발 19188억원, 고용 유발 38910명이 기대된다는 연구 결과를 2018년에 내놓은 바 있다. < 이제훈 기자 >

[인터뷰] "한동훈 검사장이 채널A 녹취록과 같은 내용 말했다

 채널A 취재원,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의 대리인 지아무개씨 
"(채널A 기자가) 나에게 들려준 것은 분명 한동훈(검사장)과의 통화내용"

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집권여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검찰 개혁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채널A 기자-현직 검사장 유착 의혹'은 검찰로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나 다름없다. 이번 사건이 '피의사실 공표' '수사기밀 누설' 등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검찰을 비판하며 제기해 왔던 '()-() 유착'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채널A 측은 자체 진상조사를 이유로 명확한 사실관계를 밝히지 않고 있다. 채널A 측은 "취재윤리를 위반한 것에 대해 송구하다"면서도, 이 사안의 본질인 현직 검사장과의 유착에 대해서는 "녹취록의 대화 상대방을 특정하려면 객관적 증거자료를 확보해야 하는데 아직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이런 와중에 채널A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의 대리인인 지아무개씨에게 보여준 현직 검사장과의 녹취록(문서)이 처음부터 가공됐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씨가 채널A 기자를 통해 직접 들은, 검사장의 목소리가 담긴 녹음파일(육성)이 결정적 증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19 10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씨는 413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채널A 기자가) 나에게 들려준 것은 분명 한동훈(검사장)과의 통화내용이었다"고 주장했다. 지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한 검사장은 법무부 훈령을 위반한 것이 된다. 법무부는 수사관행 개선을 위해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법무부 훈령으로 제정해 지난해 12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19 '검사 및 검찰수사관의 언론 접촉 금지' 조항에 따르면, 전문 공보관이 아닌 검사 또는 검찰수사관은 담당하고 있는 형사사건과 관련해 기자 등 언론기관 종사자와 개별적으로 접촉할 수 없다. 또한, 검사 또는 검찰수사관이 전화나 그 밖의 방법으로 기자 등 언론기관 종사자로부터 형사사건의 내용에 대한 질문을 받은 경우 "저는 그 사건에 대하여 답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으며, 공보업무 담당자에게 문의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답변해야 하며, 형사사건 내용에 대해 언급해서는 안 된다.

검찰 측은 채널A와 검사장의 대화가 있었을지라도, 대화 내용에 피의사실을 얘기하거나 수사기밀을 누설한 것이 있었는지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지씨는 "(녹취파일 내용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한동훈 검사장이) 말하는 내용이 (채널A 기자가) 내게 보여준 녹취록의 일부 내용과도 맞았다. 그래서 오래 들을 필요 없이 '한동훈이 맞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지씨는 한동훈 검사장과 채널A 기자의 녹취록에 "어떻게 협조해야 하며 앞으로 서로 연락 주고받자, 진행상황을 알려줘라"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덧붙였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 사건에 대해 채널A 기자와 '성명불상'의 검사장을 협박죄로 고발했고, 서울중앙지검 형사 1부가 수사를 맡았다. 이와 관련해 시사저널은 한동훈 검사장의 입장을 듣고자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한동훈 검사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언론에 수사상황을 전달하거나 대화를 한 사실이 전혀 없다"면서 "(따라서) 녹취록도 존재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 측은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해당 검사장의 입장을 듣기 위한 개별 접촉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채널A 기자와 얼마나 접촉했나.

3번 만났고, 통화는 7~8차례 정도 한 것 같다.

채널A 기자가 검찰과 관련해 어떻게 말했나.

(채널A 기자가) 첫 번째 만날 때부터 검찰과의 친분을 강조했다. 내가 언론을 통해서 알고 있는 윤석열(검찰총장) 최측근은 △△△(검사장)이었다. 그래서 2번째 만날 때 △△△을 얘기하니 △△△은 아니라고 했다. 윤석열과 △△△은 멀어졌다고 하더라. (채널A 기자가) 윤석열 최측근인데 "고검에서 근무한다" 등의 얘기를 했다. 그래서 거기서 한동훈 검사장(부산고검 차장검사)을 짐작했다.

채널A 기자를 통해 한동훈 검사장과의 통화 녹음파일을 들었나.

3번째 만남 때 (통화 녹음파일을) 들었다. 채널A 본사 대회의실에서였다. 만날 때 ○○○ 기자(채널A 기자)가 출입카드로 통과시켜 줬다. 채널A 본사 대회의실에는 역대 편집국장 사진이 걸려 있었다.

(채널A 기자가 말한) 윤석열 최측근이 한동훈이라고 생각하고, (채널A 기자와) 3번째 만날 때 국회 국정감사 등 TV에 나온 한동훈 목소리를 여러 번 듣고 갔다. 만날 때 ○○○ 기자뿐만 아니라 ◇◇◇ 기자가 같이 있었다. 이때도 "한 뭐시기 검사장"이라는 식으로 얘기를 했다. ○○○ 기자가 자기 옆자리로 와서 노트북에 있는 파일을 들어보라고 했다. 처음에는 녹취록을 보여줘서 그것을 쭉 읽었다. 그러고 나서 ○○○ 기자가 (통화)녹취를 들려줬다.

한동훈 검사장의 목소리라고 확신하나.

(통화 녹취를 들을 때) 목소리가 한동훈이 맞는지에 집중했다. 들어보니 한동훈이 맞았다. 한동훈 목소리가 좀 독특하다. 성대모사를 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내 자리로 와서 ○○○ 기자와 ◇◇◇ 기자에게 "그럼 당신들 보는 앞에서 윤석열 한 칸 띄고 측근으로 검색해 보겠다"고 했다. 그러니 "해 보라"고 하더라. 구글에서 '윤석열 측근'으로 검색해 보니 '윤석열 측근 3인방'을 다룬 기사가 바로 나왔다. 여기에 세 명의 얼굴이 나오는데, 그중에 한동훈 사진을 가리키면서 "이 사람이 맞느냐"고 하니까 "맞다"고 했다. 다른 통화에서도 "한 검사장" 등으로 물어보면 ○○○ 기자가 부인하지 않았다.

직접 들어본 녹음파일에는 어떤 대화가 담겨 있었나.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목소리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대략적인 내용은 한동훈이 "그렇게 해 줄 수 있다"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동훈 검사장이) 말하는 내용이 (채널A 기자가) 내게 보여준 녹취록의 일부 내용과도 맞았다. 그래서 오래 들을 필요 없이 '한동훈이 맞구나' 하고 생각했다.

채널A 기자가 보여준 녹취록에는 한동훈 검사장이 어떤 말을 했다고 기록돼 있나.

녹취록에는 한동훈이 (채널A 기자에게) "대검 범정(범죄정보과) □□□ 수석을 찾아가. 그 친구가 가장 믿을 만한 친구야"라는 식의 말이 나온다. (채널A 기자의) 녹취록에 '□□□ 수석'으로 표기돼 있었다. (녹취록을 보면) 한동훈이 "형식은 합법적인 걸 갖춰야 돼"라고 하더라. 검찰이 메커니즘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 기자가 "필요하면 나와 같이 범정에 가서 (자료를) 제출하자"라고도 했다.

채널A 기자의 녹취록에는 그 밖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었나.

(한동훈 검사장과 채널A 기자의 녹취록에 따르면) 수사 관련 내용이었고, (수사의) 방향성에 대한 내용이었다. "어떻게 협조해야 하며 앞으로 서로 연락 주고받자, 진행상황을 알려줘라" 등 이런 내용이었다.

법무부 훈령에는 전문 공보관이 아닌 검사의 경우 형사사건의 내용을 언론에 언급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한동훈 검사장과 ○○○ 기자는) 수시로 통화한 것 같았다. 내게도 (○○○ 기자가) "오늘 아침에 통화한 내용입니다" 이런 얘기를 하면서 녹취록을 보여주기도 했다. ○○○ 기자는 늘 "우리가 이런 일 한두 번 해 본 것도 아니다"고 했다. 한동훈과 ○○○ (기자) 대화 녹취록을 보면, 다른 경우에도 그런 대화를 해 봤던 것 같았다. 돌이켜보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총선 전에 폭로하려고 했던 것 같다. 나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았는데, 채널A 측은 3월말, 4월초를 강조했다. 세 번째 만날 때는 (채널A 기자가) 명확하게 "3월말, 4월초가 좋다"고 했다. (채널A 기자가) 윤석열 검찰이 유시민을 치는 이유는 "조국 사태 때 유시민이 지나치게 검찰을 공격하고 조국을 방어하는 스탠스였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채널A 기자가) (기사)내용을 정하는 것은 괜찮지만, 시점을 특정하려는 건 총선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본다. 채널A 기자와 만나다가 2~3번 정도 "그만 만나자"고 거부를 했었다. 그리고 이철 대표도 "있는 그대로 조사받도록 하겠다"고 했었다. 그러자 채널A 기자들이 "우리 간부랑 같이 보자" "우리 사장님도 관심 있다" 등으로 얘기했다. (채널A 기자가) 이번 총선에 맞춰서 민심을 흔들어보려 한 것 아닌가 싶다.

언론을 통해 '채널A 기자-제보자 X(지씨) 녹취록'이 공개됐다. 이 녹취록에 따르면, 채널A 기자가 "한동훈이 됐건 누가 됐건 특정인을 말씀하시는데, 저는 그 사람(한동훈)이라고 말한 적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내용이 있는데.

그건 나와 채널A (기자) 간 대화 말미에 나오는 내용이다. (채널A 기자가) "특정하지 말라"고 하면서 그렇게 얘기했다. (그러나) 중간 과정에서는 계속 '한동훈'이라고 전제하고 얘기했다. 채널A 기자가 보여준 녹취록을 두 번 봤다. 두 번째 만날 때 한 번 봤고, 세 번째 만날 때 봤다. 채널A 기자 노트북에 녹취록 파일이 여러 개 있었다. 나에게 들려준 것은 분명 한동훈과의 통화내용이었다. (채널A 기자가) 한동훈을 확인해 주려고 옆자리에 오라고 해서 통화내용을 들려준 것이다.

한동훈 검사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언론과 대화를 한 적이 없고 녹음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수사에도 참여하지 않아서 내용을 알 수 없다"고 했는데.

한동훈이 신라젠 수사에는 참여하지 않긴 했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개입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한동훈 검사장과) 채널A 기자의 녹취록에도 나오듯이 "대검 범정을 통해서"라고 하는 걸 보면 우회적으로 관여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검사장이) "수사팀에 연결해 줄 수 있다"고도 표현했다.

최근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관련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제보자를 직접 조사할 수도 있다고도 하는데 연락 온 적 있나.

나에게 연락 온 건 없다. 법무부나 국회에서 조사를 나서겠다고 하면 내가 경험했던 것을 증언할 의향은 있다. 채널A나 검찰이나 이런 공작을 했을 때 얻는 이득은 적고, 오히려 보수 정치세력이 얻을 이득이 크다. 정치권력과도 유착돼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이런 공작이 단순히 기자 개인의 특종 목적보다는 총선 개입에 목적이 있었던 것이라고 본다.   < 시사저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