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드디어 칼 뽑았다

● COREA 2016. 12. 29. 10:45 Posted by SisaHan

21일 현판식을 가진 박영수 특별검사팀

정유라 체포영장·국민연금 등 동시다발 압수수색
현판식 후 본격 수사개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1일 독일에서 잠적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독일 검찰과 강제소환을 위한 수사공조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업무방해 혐의로 정씨의 체포영장을 청구해 20일 발부받았다. 정씨의 소재지를 추적하는 한편, 정씨 여권을 무효화하는 절차도 밟고 있다”고 했다.
정씨에게는 지난해 이화여대 체육특기자 입시와 이후 학사과정 등에서 대학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가 적용됐다. 독일 검찰에 대한 수사공조 요청은 정씨 소재지 확인, 현지 검찰의 최씨 모녀 수사기록, 삼성 돈으로 구입한 부동산 등 현지 재산 동결 등이다. 여권 무효화는 정씨의 독일 체류를 불법화하는 한편, 정씨가 독일 이외 다른 국가로 도피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처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오전 서울 논현동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와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 등 10여곳과 두 기관의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동시다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규철 특검보는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된 혐의가 “삼성 합병 과정에서 제3자 뇌물공여”라고 밝혔다. 삼성이 미르·케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내고, 추가로 200억원이 넘는 돈을 최씨와 그의 딸에게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세우고 실행한 것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뇌물’로 본 것이다.
앞서 삼성물산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은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자신들에게 불리한 합병 비율에도 불구하고 찬성표를 던졌고,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결정적 지렛대가 됐다. 이 과정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이 압력을 행사했다는 정황이 드러났었다.
< 김남일 기자 >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국민의당 송기석, 정의당 추혜선 등 야3당 의원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정교과서금지법 신속처리·이준식 부총리 해임건의안 추진키로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1년 유예하는 대신 2018년부터 ‘국·검정 혼용’ 카드를 내밀자, 야3당과 교육·시민사회단체들은 “국민을 속이는 꼼수 조치”라고 크게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3당은 오는 2월 정기국회에서 ‘국정교과서금지법’을 신속 처리해 국정역사교과서를 폐기하는 한편,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인 이준식 교육부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추진하겠다고 별렀다.

야3당 의원들과 국정교과서 폐기를 위한 교육·시민사회·정치비상대책회의는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부의 발표는 사실상 국정역사교과서를 강행 추진하는 것과 다르지 않고, 국민을 속이는 꼼수 조치에 불과하다”며 “국정역사교과서는 즉각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은혜 민주당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대다수 국민들이 국정교과서 폐기와 철회를 요구했음에도 교육부는 찬반여론이 있다는 식으로 민심을 왜곡하고 있다”며 “국정교과서금지법을 상임위에서 신속하게 처리해 국정교과서 폐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안건조정위에 회부된 국정교과서금지법의 심의 기간(2월23일)이 끝나는 대로 이 법을 처리해, 교육부의 연구학교 시행, 국·검정제 혼용 방침 등을 무효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야3당 의원들은 또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가장 먼저 사라졌어야 할 국정교과서를 사실상 부활한 책임”을 물어, 이준식 교육부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정애 기자>


22일 특위 ‘국정농단 은폐’ 추궁‥ 14일은 세월호 7시간 규명

‘국민수배령’이 내려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오는 22일 국회에서 열리는 최순실 국정조사 5차 청문회에 출석하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청문회 출석요구서가 송달된 지난달 27일 직전 집을 나가 도피 행각을 벌여온 지 보름여 만에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우 전 수석은 이날 “청와대 민정수석은 공개 석상에서 업무와 관련한 발언을 하지 않는 게 관행과 원칙이다. 이를 지키느라 지난 7일 2차 청문회에 나가지 못했다. 국회의 거듭된 요구를 존중해 청문회에 나가 성실히 답변하겠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국회 최순실 국조특위는 2차 청문회 당일인 지난 7일 국회 입법조사관과 경위들을 우 전 수석의 서울 압구정동 자택 등에 보내 동행명령 집행을 시도했지만, 우 전 수석의 행방을 찾지 못해 청문회 증인석에 앉히는 데 실패했다. 우 전 수석이 잠적하자, 누리꾼들은 우 전 수석 자동차 중 사라진 차를 추적하고, 장모 명의 건물로 알려진 곳에서 잠복하는 등 적극적으로 ‘수배’에 나섰다. 정봉주 전 의원과 안민석 의원(더불어민주당), 김성태 국조특위 위원장(새누리당) 등은 현상금을 내걸기도 했다. 국조특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우 전 수석이 청문회에 나오기로 했다는 소식을 언론 보도에서 접했을 뿐, 아직 당사자로부터 연락이 없다”고 전했다.


우 전 수석이 청문회에 출석하면, 민정수석 재임 시절 불거진 검찰 장악 논란을 포함해 최순실 국정농단 은폐에 가담했는지를 집중 추궁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조특위에 참여한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검찰 라인을 움직여 엘시티 수사 등 사정정국 조성을 시도하고, 정윤회 등 비선조직 국정농단 사건을 ‘문건유출 사건’으로 둔갑시켜 진상 규명을 방해한 사실, 최순실 게이트가 보도된 뒤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해 축소 수사를 지시했는지 등이 청문회가 다뤄야 할 쟁점들”이라고 말했다. 장모와 각별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진 최순실씨의 존재를 우 전 수석도 알고 있었는지, 그의 민정수석 발탁 과정에 최씨의 영향력은 없었는지도 청문회 과정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14일 열릴 3차 청문회는 ‘세월호 7시간’의 대통령 행적 규명에 질문이 집중된다. 이날 16명의 증인 명단엔 ‘청와대 미용시술 의혹’을 받고 있는 조모 간호장교, 대통령 주치의 및 자문의, 전 청와대 의무실장, 성형외과 원장, 이영선·윤전추 전 행정관 등이 포함됐다. 세월호 참사 당일 구조상황을 보고한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과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15일 열릴 4차 청문회에는 최순실씨 전남편인 정윤회씨와 ‘정윤회 문건’ 작성자로 알려진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 우병우 전 수석 관련 의혹을 조사했던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등이 증인과 참고인으로 나온다. 국조특위는 “애초 16일 청와대 방문조사를 가기로 했는데, 청와대가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우리가 요구하는 핵심 증인들을 다 보내주면 방문조사를 고집하지 않겠다는 협상안을 청와대 쪽에 제안해둔 상태”라고 말했다.
< 이세영·송경화 기자 >


전국에 눈·비 내린 26일 궂은 날씨에도
서울 150만 등 전국 190만 최대 규모

한달 넘으며 더욱 커져가는 촛불
최순실 국정농단 규탄 넘어 박근혜 퇴진과 개혁 요구로


지난달 29일 서울 청계광장에 3만여개의 촛불이 켜졌다. 한달이 지나 2016년 11월26일, 이제 ‘촛불’은 ‘횃불’이 되어간다.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다섯번째 촛불이 켜진 이날, 서울·부산·광주·대구 등 전국에서 190만명(주최 쪽 추산)이 사상 최대 시위에 나섰다. 전세계 20개국 50개 지역에서도 박근혜 퇴진 촛불 집회가 진행됐다. 거리에 나선 이들만이 아니다. 저녁 8시 일제히실시된 ‘1분 소등’과 ‘1분 경적’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 집과 자신의 일터에서 생중계를 지켜본 모든 이들의 마음에도 촛불이 켜졌다.

5주째 주말마다 진행된 시위는 매주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먼저 규모다. 지난달 2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모였던 3만 인파가 서울 기준으로 11월5일 20만명(전국 30만명)으로 급증한 데 이어, 11월12일엔 100만명으로 87년 6월항쟁 이래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11월19일은 서울 60만명(전국 100만명)이었지만 전국 70여곳이 참여하는 ‘전국 최대 동시다발 시위’라는 기록을 세웠다.

26일의 경우, 주최 쪽은 밤 9시40분 기준으로 서울 광화문에 연인원 150만명이 참가하고 부산 10만명, 광주 7만명, 대구 4만명 등 지역에서 40만명이 거리에 나선 것으로 추산했다. (경찰 추산 서울 27만명, 전국 5만명)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시위가 벌어진 것이다.

물론 ‘숫자’가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국민들이 지치기를 노리는 듯 지지율 4%의 청와대가 ‘버티기’를 거듭함에도, 사람들이 그보다 더 끈질기고 길게 모여들고 있다는 점은 특기할 일이다. 특히 이날은 서울에 첫눈이 내리는 등 전국 곳곳에 눈 또는 비가 내리는 등 궂은 날씨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두툼한 방한복을 갖춰 입고 나와 오히려 ‘하야 눈’이 내린다며 서로를 북돋우며 집회장을 지켰다. 청주와 대구 등 일부 지역에서는 주최쪽 예상보다도 더 많은 시민들이 나오기도 했다.

무엇보다 주목할 건 집회에 나온 사람들의 목소리의 변화다. 애초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규탄하던 목소리는 지난 한달간 급속히 ‘박근혜 하야’‘즉각 퇴진’으로 바뀌어갔다. 특히 시위를 거듭할수록 지치기보다 오히려 더 단호해지는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5차 범국민대회가 열린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박근혜 퇴진을 외치고 있다.


이날 시민들은 청와대에서 불과 수백m 떨어진 청운·효자주민센터 부근으로 대규모 행진을 벌이며 “7시간 물러나라”“뇌물죄로 기소하라”를 외쳤다. 심재호(24)씨는 “오늘로 네번째 나왔는데 박근혜 대통령의 반응과 행동을 볼 때마다 갈수록 절망스럽다. 그런데도 점점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걸 보면 대통령에겐 절망하지만 시민들에게 희망을 얻게 된다. 더 추워져도 물러날 때까지 끝까지 나올 거다”라고 말했다. 양평에서 올라왔다는 김재주(66)씨는 “이게 나라인가 싶어 집에 그냥 있기가 힘들다. 희망적인 건 젊은 친구들이 많이 나온다는 거다. 청와대가 꿈쩍않는 것처럼 보여도 퇴진할 때까지 국민들이 화가 나 있다는 것을 계속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 등 일부 극우단체가 서울역 등에서 벌인 맞불집회는 설치해놓은 의자도 다 채우지 못할 정도로 썰렁한 모습이었다.

청운동 쪽 행진을 마친 시민들은 밤 11시부터 다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1박2일 집회를 벌이며 자유발언에 들어갔다. 광장에선 ‘부정의한 사회에 대한 분노’와 ‘국민을 무서워할 줄 아는 정치와 권력’에 대한 요구가 넘친다. 주말시위만이 아니라 대학생들은 동맹휴업을, 노동자들은 동맹파업을 실행하거나 예고하고 있고 일상 속 하야운동도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이날 청와대 200m 근처인 청운·효자주민센터로 향하는 행진의 선두에는 처음으로 횃불이 등장했다. “단 하루도 못 참는다. 지금 당장 퇴진하라”는 96% 국민들의 요구에도 꿈쩍않는 청와대를 향해, 촛불 민심은 이제 진짜 횃불이 되어가고 있다.

<허승 박수지 김규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