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탄광에 다수 조선인 강제동원 전범기업 불법성 인정

 

 

일제강점기 사도광산 운영기업이자 제1의 전쟁범죄기업으로 지목받는 미쓰비시그룹 계열사 '미쓰비시머티리얼'(옛 미쓰비시광업)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 측에 수억 원대의 위자료를 물어주게 됐다.

일본정부는 최근 사도광산 유네스코 산업유산 등재 과정에서 '강제동원' 표기를 끝내 거부했고, 한국정부도 이런 일본 결정을 사실상 묵인하면서 시민사회와 야당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국 법원이 일본 탄광으로 다수 조선인을 강제동원한 전범기업의 불법성을 인정하고 다시 한번 유족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광주지방법원 민사11부(재판장 유상호)는 27일 오후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고 이상업씨 등 피해자 9명의 유족들이 미쓰비시머티리얼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사건 1심 선고 기일을 열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 사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지난 2020년 1월 법원에 접수된 지 4년여 만이다.

이날 재판부는 9명의 원고(피해자 유족) 가운데 5명에게는 청구 금액 전부를 손해배상하라고 전범기업에 명령했다.

고 조천강·김종오·이상업·윤재찬씨 자녀에게는 각각 1억 원을, 고 박정업씨 자녀에게는 7600여 만원을 지급하라고 한 것이다.

또 2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청구한 고 박정업씨 유족에게는 1666만 원을 전범기업이 배상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고 이상업(1928~2017·전남 영암) 어르신이 생전 한일 양국에서 펴낸 강제동원 수기 ‘사지를 넘어 귀향까지’(소명출판)에 직접 스케치해 넣은 탄광 강제노동 모습. 이상업 어르신은 열다섯 살 소년시절인 1943년 11월 ‘미쓰비시머티리얼’(옛 미쓰비시광업)이 운영하는 후쿠오카현 소재 가미야마다 탄광에 끌려가 해방 직후까지 강제노동에 시달렸다. 광주지방법원은 그의 유족이 낸 손해배상청구를 받아들여 2024년 8월 27일 전범기업 측에 1억 원의 위자료 지급을 명령했다.

 

다만 이날 재판부는 함께 소송을 제기한 나머지 원고 3명의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각 사유를 두고 상속 문제 등 여러 관측이 제기되고 있으나 정확한 사유는 판결문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 9명의 강제동원 피해자는 일제강점기 미쓰비시광업이 일본에서 운영 중이던 가미야마다 탄광 등 여러 탄광에 강제 동원됐다. 다만 최근 유네스코 산업유산으로 등재된 사도광산 피해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모두 고인이 된 9명의 피해자들은 당시 조선인 신분으로 차별 속에서 감당하기 힘든 노동과 배고픔에 시달렸고, 임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

혹사당한 몸을 이끌고 해방 뒤 고국으로 돌아왔으나 강제 노동 과정에서 얻은 질병과 장애 등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어 고난은 자녀 세대로 이어졌다고 한다.

이들 피해자들은 동원 당시 20~30대였고, 영암·보성 등 전남 출신이 대부분이었다. 성인이 되지 않은 청소년(10대)도 포함돼 있다.

"사도광산 운영기업에 법원이 단죄 내린 것"

원고들을 지원한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국언 이사장은 판결 선고 뒤 기자들과 만나 "조선인 강제동원은 없었다는 일본의 허무맹랑한 주장이 거짓이었음을 여실히 보여준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그러면서 "비록 민사 재판이기는 하나, 최근 유네스코 산업유산 등재 과정에서 많은 비난을 샀던 사도광산 운영기업에 법원이 단죄를 내린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여전히 안 들리는 재판장 목소리 27일 오후 광주지방법원 별관 법정에서 열린 일제 강제동원 손해배상청구소송 1심 판결 선고 뒤 기자들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관계자, 이 사건 원고 측 소송 대리인 등이 모여 재판장이 낭독한 주문 내용을 비교하며 정리하고 있다. 이날 역시 재판장의 주문(재판 결론) 낭독 목소리가 너무 작아 알아듣기 힘들다는 지적이 사건 관계인과 방청객들에게서 나왔다.광주지법에서는 선고 기일 판결 주문이 명확하게 들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이 사건 원고 가운데 3명의 손해배상 청구가 받아 들여지지 않은 것과 관련해 소송 대리인은 "법원으로부터 판결문을 받아보는 대로 기각 사유를 살핀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 승소한 이 아무개씨의 부친 고 이상업(1928~2017·전남 영암)씨는 생전에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지원을 받아 자신이 겪은 강제징용 관련 수기를 한일 양국에서 펴내기도 했다.

이씨는 일제의 발악이 막바지에 이르던 1943년 11월, 그의 나이 열다섯 살에 후쿠오카현 가미야마다 탄광으로 끌려갔다.

이씨가 겪은 탄광 생활은 한마디로 지옥이었다. '황국신민의 영예로운 산업전사'는 허울 좋은 말과 달리, 그는 그 곳에서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지하 1500m 막장에서 하루 15시간의 중노동에 시달려야 했다고 한다.

저자 이상업은 당시 탄광에서 한 소년의 죽음을 목격하고 수기에서 체념하듯 이렇게 말했다.

"차라리 그 소년의 죽음에 모두 소리 없는 축복(?)을 보내고 있었다. 지옥 같은 노동과 굶주림과 구타에서 일찍 해방된(?) 그 소년의 죽음을 차라리 부러워하고 있었다. 지옥 같은 그 막장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우리도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은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상업 어르신은 1948년 영암남초등학교를 시작으로 33년 동안 교편을 잡은 뒤 은퇴하고 지난 2017년 운명했다. < 김형호 기자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고 이상업(1928~2017·전남 영암) 어르신이 생전 한일 양국에서 펴낸 강제동원 수기 ‘사지를 넘어 귀향까지’(소명출판) 책자를 들고 있는 모습. 이상업 어르신은 열다섯 살 소년시절인 1943년 11월 ‘미쓰비시머티리얼’(옛 미쓰비시광업)이 운영하는 후쿠오카현 소재 가미야마다 탄광에 끌려가 해방 직후까지 강제노동에 시달렸다. 광주지방법원은 그의 유족이 낸 손해배상청구를 받아들여 2024년 8월 27일 전범기업 측에 1억 원의 위자료 지급을 명령했다. 미쓰비시머티리얼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으로 악명높았던 사도광산 등 다수 탄광을 운영했던 기업이다.

 

 

 

'100인 선언' 김태효 "정치적으로 개념 변질됐다" 해명
"대통령은 뉴라이트 의미 정확히 모를 정도로 무관" 주장

광복절 부정한 김형석 독립관장도 "난 아니다"

식민사관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도 스스로 부정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27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8.27. 국회방송
 

"김태효 차장님, 뉴라이트세요?"

"아닙니다."

27일 국회 운영위원회(운영위)에서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나눈 문답이다. 최근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중일마)' 발언으로 비난을 받은 김 차장은 신 의원 질의에 '뉴라이트 정체성'을 극구 부인했다.

그러나 김 차장의 답변은 틀렸다. 답을 먼저 말하면, 김 차장은 뉴라이트가 맞다. 김 차장은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뉴라이트 지식인 100인 선언'에 이름을 올린 이력이 있다. 그는 교수 시절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 개입을 당연시하는 내용의 논문도 썼다. 명명이 학술적으로 정확한지 여부를 떠나, 한국 사회는 통상 이런 인물을 이른바 '뉴라이트'로 명명해 왔다. 그런데 김 차장은 왜 스스로 뉴라이트를 부정했을까. 이는 신 의원과 김 차장의 문답에서 일부 드러난다.

김 차장은 "뉴라이트가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신 의원이 "2007년 뉴라이트 지식인 100인 선언에 김태효 이름 올린 거 맞느냐"고 재차 추궁하자, 그제야 뉴라이트 지식인 100인에 이름을 올린 사실을 시인했다. 다만 김 차장은 "(명단에) 이름은 올리라고 했지만, 참석하거나 그 이후 연결된 적 없다"며 철저하게 선을 그었다. 이에 신 의원이 "이름을 올린 것 맞지 않느냐, 그런데 왜 아니냐"고 따지자, 김 차장은 "그 이후 활동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김 차장은 "뉴라이트가 부끄러운가?"라는 신 의원의 질의엔 "그때 (뉴라이트 명단에) 이름을 쓴 것은 구태의연한 우파 보수에서 벗어나서 신선하고 참신한 우파 보수 지식인이 되자 해서 그 말을 듣고 (이름을) 쓰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차장은 '뉴라이트가 지금은 어떤 말로 쓰이냐'는 신 의원의 질의에는 "그 이후는 모르겠다"며 재차 뉴라이트 계열과는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왼쪽)이 27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오른쪽)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8.27. 국회방송
 

그러나 김 차장의 속마음은 신 의원의 추가 질의에서 일부 드러났다. 신 의원은 "이 정부는 재미있는 게 뉴라이트라고 평가받는 사람을 정권에 갖다쓰면서 아무도 뉴라이트라고 안 한다"며 "그렇게 부끄러운 호칭인가?"라고 또다시 물었고, 김 차장은 "뉴라이트 개념을 정치적으로 재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그러면서 뉴라이트 개념에 대해 "지금도 같다"며 "혁신적인 깨끗한 우파"라고 말했다.

다만 김 차장은 "(지금의) 뉴라이트는 많이 악용됐고 정치권에서 변질됐다"고 지적하면서 윤 대통령이 "뉴라이트를 생각하고 인사를 한 적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누가 (뉴라이트 개념을) 악용했냐, 국민의힘이냐, 조국혁신당이냐, 민주당이냐"는 신 의원의 질의에 "모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좌우, 진보·보수 없이 뉴라이트를 악용했다고 문제 삼았다.

김 차장의 말을 종합하면, 본인이 받아들인 뉴라이트 개념은 "혁신적이고 깨끗한 우파"이지만, 그 의미가 보수든 진보든 여러 정치적 이유로 인해 퇴색됐다고 인식한다는 뜻이다. 김 차장 본인은 뉴라이트 지식인에 자발적으로 이름을 올리고도 "뉴라이트가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통념상 100번이고 1000번이고 뉴라이트로 분류될 수 있는 인물이 스스로 부정한 것은 '뉴라이트의 퇴색'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뉴라이트 계열로 평가되는 인물들은 그간 식민사관과 건국절 주장, 친일파 인사 미화, 5·18민주화운동과 제주4·3 역사 왜곡 및 폄훼,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장기독재 미화 등으로 국민들의 지탄을 받아왔다. 백범 김구 선생을 테러리스트라고 하고, 한국민은 거짓말을 잘하는 민족이므로 독도 영유권과 위안부도 거짓이라고 주장하는 등 국민 상식에 맞지 않은 기행들로 '극우 친일 꼴통' 이미지를 스스로 씌웠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12일 서울지방보훈청에서 뉴라이트 성향 논란 관련 기자회견 중 자신의 저서를 들고 있다. 2024. 08.12 [연합]
 

김 차장이 이러한 평가·비판에 동의할지 모르겠지만, 김 차장의 발언을 보면 어떤 과정에서든 뉴라이트라는 단어 그 자체가 극우·보수 세력에게도 부정의 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최근 친일 인사 기용과 친일 기조 정책을 고려하면 이들이 공유하는 식민사관이나 독재 미화 등에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지만, 자칭 보수 우파라는 이들이 생각한 '혁신' '청렴' 이미지가 없어지면서 더 이상 뉴라이트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는 것은 어느 정도 확실해 보인다.

이는 윤석열 정권에서 '뉴라이트'로 평가받는 인사들에게도 공통된 인식처럼 보인다. 헌법에 명시된 1919년 임시정부를 부정하고 건국절을 주장해 뉴라이트로 지목된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은 지난 12일 서울보훈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독립운동가를 폄훼하고 일제강점기의 식민 지배를 옹호한다는 의미로 쓰이는 '뉴라이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관장 역시 통상의 개념에서 뉴라이트로 분류되는 게 맞다. 김 관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광복회는 그를 뉴라이트로 정의했다. 또한 그는 독립기념관장 취임 일성으로 친일파 명예 회복을 말하고, 지난 26일엔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1945년에 광복이 됐다는 것을 인정하는지 독립기념관장 자격으로 얘기해보라"는 질의에 "코멘트하지 않겠다"면서 답변을 거부했다. 사실상 1945년 광복을 부정한 것이다.

역사 교육 관련 기관에 임명된 뉴라이트 인사로 지목되고 있는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박근혜 정권 시절 친일·독재를 미화한 역사 국정교과서 추진의 주역으로 꼽힌다. 또 "우리가 근대화에 실패한 것은 준비 없이 근대화의 흐름에 따라 밀려왔기 때문"이라고 해 친일 식민사관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뉴라이트 사학자가 아니"라고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의장대 사열을 하며 일장기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23.3.16. [연합]
 

김 차장 역시 이날 여러 차례 본인과 대통령이 뉴라이트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과 질의에선 "대통령은 뉴라이트 의미를 정확히 모를 정도로 이 문제와 무관하다"고 했다. 대통령의 건국절 발언이 회의장 화면에 제시됐음에도 "뉴라이트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며 "임시정부와 건국이 계속해서 (이어져) 지금까지 광복 건국의 연속선상에 있다는 것이 대통령의 일관된 메시지"라고 했다.

한편 이날 운영위에선 김 차장이 KBS 인터뷰에서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다. 마음이 없는 사람을 다그쳐서 억지로 사과를 받아낼 때 그것이 과연 진정한가. 또 한일관계에 도움이 되는가"라고 했던, 이른바 '중일마' 발언이 문제가 됐다.

김 차장은 서 의원이 "세간에서 김 차장을 친일파 밀정이라고 한다"며 "혹시 친일파 밀정이냐"고 묻자 "아니다"라고 부정했다. 그는 서 의원이 중일마 발언에 대해 지적하자, "(방송에서) 일본 마음을 다스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면서 "국익을 중시해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청년과 미래 세대들이 요새 자신감이 충만하고 수출도 일본을 거의 능가할 정도로 우월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서 일본이 우리를 두려워하게 만들면서 이끌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일본의 마음을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 차장은 친일 발언이 아니라고 했지만, 통상의 국민 인식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여론조사꽃이 지난 23~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면접조사에 따르면 '중일마' 발언을 한 김 차장이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중책을 맡는 게 적절하냐는 질문에 응답자 66%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적절하다는 15.9%에 불과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  < 민들레 김성진 기자 >

우익단체 집회 허용해 대통령실행 진로 방해
시민들에게 깃발 피켓 내리라고 요구하며 자극

통로 틀어막고 채증하다 김 상임대표에 폭력행사
"충돌 유발해 '반국가세력' 몰이 할 의도로 의심"

 

경찰이 촛불행동의 행진을 방해하고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를 물리적으로 공격해 상해를 입히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24일 104차 촛불대행진 참가자들이 용산역에서 대통령실 앞으로 행진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당시 상황을 종합하면 경찰의 의도적인 도발로 해석돼 무엇을 노린 행위였는지 의문을 자아낸다.  

김민웅 대표는 27일 “병원에 가서 상해 진단서를 받았으며 용산서에 대한 고발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진단한 의사는 “갑작스런 가격 내지 폭행은 몸에 큰 충격이 왔다”고 말했다.

 

24일 촛불대행진을 벌이는 시민들이 대통령실을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촛불행동TV 화면 갈무리 

 

김 대표가 전하는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24일 서울시청 일대에서의 촛불집회를 마친 집회 참가자들이 대통령실 앞까지 행진하려는 것을 불허한 경찰에 대해 법원의 금지통고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10여 미만의 ‘극우’ 단체들의 시위를 보장한다며 촛불행동의 차도 행진을 막고 인도로 이동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이날은 경찰이 평소와 다르게 대통령실로 향하는 경로 두 곳에 극우단체들의 집회를 허용해 촛불행동의 행진 자체를 원천봉쇄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경찰과 극우단체들이 협력관계라는 심증이 더욱 굳어지게 되었다.”

경찰은 인도로 이동하는 시민들에게 깃발과 피켓을 내리라고 요구하며 시민들을 자극했다. 촛불대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은 대통령실 앞 집결지로 가는 것을 우선적인 목표로 삼았기에, 이와 같은 불법적이고 모욕적인 요구를 일단 받아들이기로 하고 인도를 통해 매우 평화적이고 질서정연하게 집결처로 가고 있었다.

“그러나 경찰은 대열 주위를 철책으로 둘러싸서 더는 이동할 수 없도록 옴짝달싹할 수 없게 밀착해 자칫 인파사고가 날 수 있는 위태로운 상황을 조성했다. 시민들을 토끼몰이하듯 포위하고 가두어 위협한 것이다. 경찰은 계속 이동로를 틀어막고 시민들을 자극하다가 한참 후에 한 사람씩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어둡고 좁은 통로를 열고는 지나는 시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채증, 확인하기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유단자 무술 경관이 김민웅 상임대표에게 기습적으로 달려들어 내동댕이칠 정도의 완력으로 잡아채 상해를 입혔다. 김 대표는 이후 어깨와 허리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의문은 경찰의 도발적인 폭력행위의 이유다.

김 대표는 “사방에 카메라가 있고 시민들이 잔뜩 몰려 있는 상황인데 무술경관임이 틀림없는 경찰 하나가 저에게 뒤에서 달려들어 가격한 셈이나 마찬가지였다”면서 “물론 한 사람씩 통과하는 좁은 통행로를 만들었고 어두운 상황이었기에 마음 놓고 그랬을 수 있다고 보지만 목격자가 나오면 파장이 커질 수 있는데도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표적 테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만일 경찰의 폭력으로 넘어져 뒤이어 인파 사고가 났다면 어떻게 되었을 것이며, 이에 대한 시민들의 항의로 경찰과의 충돌이 벌어졌으면 또한 어떤 일이 벌어졌겠는가. 과격시위로 사고 발생, 경찰과 충돌, 반국가세력 운운하며 상황을 조작하고 탄핵운동의 기세를 꺾으려 했을 것”이라면서 “이번 사건은 단지 촛불국민과 촛불행동에 대한 것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정치권과 시민사회 전반에 각별한 경계심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촛불행동은 26일 ‘집회방해와 시민폭행, 윤석열 정권의 폭력경찰을 고발한다’는 성명을 내고 “김민웅 대표에 대한 공격은 매우 심각한 반헌법적 작태인 동시에 공권력을 동원해 시민을 폭행한 중대범죄”라면서 “그렇지 않아도 윤석열은 19일 국무회의에서 ‘반국가세력’ 운운하며 국민과의 전쟁을 선포한 바 있는데, 경찰이 이 지침에 따라 윤석열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국민들을 공격하고 나선 것이다”고 규탄했다. < 민들레 이명재 기자 >

"반국민세력이 독립운동 폄훼· 중일마 ·국민탄압"
"윤, 일 군국주의·친일파 옹호하는 친일 매국세력"

"정권 유지위한 계엄작전 가능성도…막아내야"
"배달의민족 착취…불매운동 동참해달라" 호소

경찰, 용산 대통령실 부근서 행진 제지, 충돌도

 

지난주 광복절을 전후해 벌어진 윤석열 정부의 노골적인 친일 행각이 시민들의 분노를 끌어올렸다. 사도광산, 친일 독립기념관장 임명, 독도조형물 철거에 이어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차장의 ‘중일마(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 발언과 윤석열 대통령의 ‘반국가세력과 항전’ 발언을 전해들은 시민들은 8월 네 번째 토요일의 막바지 폭염과 간헐적 빗줄기에도 시청 앞과 용산 대통령실 앞에 모여들었다.

24일 오후 6시부터 서울 시청역 부근과 숭례문 앞에서 열린 제104차 촛불대행진에 참여한 3,500여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들은 용산 대통령실을 ‘용산총독부’로 비난하며 구호를 외치고 행진을 벌였다. 

 

24일 숭례문 앞 대로에서 열린 104차 촛불대행진 집회에서 김지선 서울촛불행동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이호 작가 사진.
 

이날 촛불대행진의 주제는 ‘전쟁 계엄 친일 역적 윤석열 타도하자’였다. 시민들은 이 구호가 적힌 종이피켓을 들고 ‘윤석열 타도’를 외쳤다. 이날 시민들이 외친 구호에는 ‘전쟁조장 계엄음모’ ‘반국민세력 윤석열 일당’ ‘용산총독부 친일역적’ ‘독도 지우기 일본 밀정’ ‘국민에게 전쟁 선포’ 등 윤석열 정권이 최근 벌이고 있는 친일 행각에 대한 비난이 주를 이뤘다. 명품백을 받아챙긴 김건희 씨가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소식에 ‘애완견 정치검찰 해체’ ‘김건희 구속’ 등을 외치기도 했다.

김지선 서울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집회 첫 발언으로 “누가 진짜 반국가세력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자랑스러운 독립운동의 역사를 폄훼하고 역사왜곡을 일삼는 자들, 사법권을 장악하고 정적제거와 국민탄압에 공권력을 동원하는 자, 전쟁을 외쳐대는 자,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이라는 김태효(국가안보실 차장)같은 자가 반국가세력”이라며 “밀정으로 몰린 윤석열의 선택지는 전쟁과 계엄이며 그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고 윤석열 대통령을 비난했다. 

 

숭례문 앞 집회를 마친 참석자들이 용산 대통령실을 향해 행진하고 있는 모습. 이호 작가 사진
 

이어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는 “정치권에서도 이미 윤석열 정부가 벌일 계엄 작전의 가능성을 눈치 채고 있다”면서 “그러니 윤석열 정부를 타도하는 것을 하루라도 늦출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해량 주권자전국회의 공동대표는 ‘매국 친일 세력’를 가려낼 두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그는 “첫째, 일본 군국주의 침략을 정당화하는 자와 둘째, 친일파를 옹호하는 자가 매국 친일 세력”이라며 “이 기준으로 보면 윤석열 정부는 친일 일색”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은 한일정상회담에서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일본 수상의 말에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고, ▲윤석열 정부는 국군장병 정신교육에서 독도를 지우고 독도를 분쟁지역이라고 기술했고 ▲독도수호훈련을 비공개로 하고 축소했고 ▲동해를 일본해라고 하는데도 아무 말 못했고 ▲독도 조형물을 지하철역에서 철거하는 등 독도를 침탈하려는 음모가 진행되고 있으며 ▲한일정상회담에서 군사정보를 일본 자위대에 넘기고 ▲한미일 전쟁훈련을 대폭 강화해 일본군이 우리 땅에 들어오게 하려고 한다고 비난하면서 ‘윤석열 타도’를 외쳤다. 

 

104차 촛불대행진 집회에서 한 찬석자가 '더위는 참아도 윤석열은 못참아'라고 쓰인 종이피켓을 높이 들고 있다. 이호 작가 사진
 

이날 집회에서는 배달 라이더로 일하는 김은국 씨가 연단에 올라 윤석열 정부의 민생 외면을 성토했다. 그는 “배달의민족이 지난 8월9일 수수료를 또 올려 1만원 짜리 치킨 배달에 수수료 4천원을 가져가면서 한해 7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면서 “삼성이나 현대차를 능가하는 영업이익을 내는 배달의민족이 음식점 사장과 배달 라이더와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수수료를 올리는 것은 자영업자와 배달기사를 착취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배달의민족은 상생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창업했지만 상생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자영업자와 배달기사들을) 착취하고 있다, 상생이 아닌 살생”이라면서 배달의민족 불매운동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민주당이 발의한 온라인플랫폼 독점규제 법안이 22대 국회로 넘어와 다시 추진되고 있지만 윤석열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며 “서민에게는 증세, 대기업에게는 감세하며 민생을 1도 걱정하지 않고 대기업의 착취의 자유를 언급하는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이 민생을 살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달 라이더로 일하는 김은국 씨가 연단에 올라 "배달라이더와 자영업자들을 착취하는 배달의민족 불매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한 뒤 "민생에 관심없고 대기업 착취의 자유를 언급하는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이 민생을 살리는 것"이라며 주먹을 쥐어 올리는 모습. 이호 작가 사진
 

참석자들은 서울시청-숭례문 앞 집회를 마친 뒤 지하철을 이용해 용산역으로 이동한 뒤 대통령실까지 종이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벌였다. 그러나 경찰이 근처에서 열린 보수(극우)단체 집회를 이유로 행진을 제지하면서 경찰과 한동안 대치하기도 했다. 김지선 공동대표는 “경찰이 허가된 집회를 불법으로 방해했으며 이 과정에서 인도에서 행진하는 집회 참가자들을 밀쳐내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면서 “반드시 경찰의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용산 대통령실을 향해 행진하던 104차 촛불대행진 참석자들을 경찰이 제지하고 있다. 이호 작가 사진. 
 

용산 대통령실 부근인 삼각지역 공원에서 열린 정리집회에서 김교영 용산촛불행동 회원은 마이크를 잡고 “용산총독부는 친일매국 행위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당당해한다”며 윤 정부를 비난했다. 그는 “나라의 주권을 지키려하고 공정과 상식을 지키는 국민을 반국가세력이라고 공격하고 국민들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겠다는 발상이 바로 계엄령”이라며 “국정농단, 헌법파괴, 국민공격 행위를 막기 위해 흉기가 된 권력을 회수하고 친일잔재를 이번 기회에 반드시 척결하자”고 주장했다.   < 민들레 김성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