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국가세력 암약…국민 항전의지 높여야"
국론분열 당사자가 국민을 항전 대상으로

광복절 경축사 이어 또다시 '반국가세력' 폭주
국민 대부분도 동의하지 않는 이념 논쟁
친일 비판 여론 흐리고 극우 결집 노린 듯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을지 및 제36회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4.8.19.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또다시 '국론분열' 원인으로 '반국가세력'을 지목하면서, 전 국민의 '항전 의지'를 높일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론분열을 한 당사자인 대통령이 국민들을 갈라치기하는 것도 모자라 항전, 즉 전쟁의 대상으로 명명하며 척결을 명령한 것이다. 정상국가 대통령의 발언 범주로 보기 어렵다.

윤 대통령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이 시작된 1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우리 사회 내부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반국가세력들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며 "북한은 개전 초기부터 이들을 동원해 폭력과 여론몰이 그리고 선전선동으로 국민적 혼란을 가중하고 국론분열 을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혼란과 분열을 차단하고 전 국민의 항전의지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해와 올해 8·15광복절 경축사의 맥락에서 이해된다. 그는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현 남북관계를 단순한 이분법으로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전체주의의 대결"이라고 규정한 뒤,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면서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올해 경축사에선 "사이비 지식인들은 가짜 뉴스를 상품으로 포장하여 유통하며, 기득권 이익집단을 형성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바로, 우리의 앞날을 가로막는 반자유세력, 반통일세력"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24.8.15 [대통령실 제공] 연합
 

그러나 윤 대통령의 '반국가세력' '반자유세력' '반통일세력' 언급은 군부독재정권 시절에나 있을 법한 시대착오적인 발언일 뿐 아니라, 그 자체가 국론분열이다. 야당 정치인과 노동조합원, 시민단체 활동가 등을 실체도 없는 반국가세력, 반자유세력, 반통일세력으로 지목하며 국민들을 해묵은 이념 논쟁으로 갈라치기 하기 때문이다. 국민들도 대통령의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지난해 8월 논란이 된 대통령의 광복절 '반국가세력' 발언에 대해 여론조사꽃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6명을 상대로 한 전화면접 조사에서 국민 60%가 공감하지 않는다(37% 공감한다)고 했다. 비슷한 기간 실시됐던 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에서도 야당을 비롯한 진보진영을 '공산전체주의 세력'으로 규정한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응답자의 61.5%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동의한다는 33.5%).

무엇보다 국론분열 당사자는 대통령 자신이다. 윤 대통령은 최근 '반국가' '반민족' 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을 차례로 역사관련 기관장에 임명한 데 이어, 친일 식민사관을 가진 인물을 독립운동의 상징인 독립기념관장에 임명하면서 국론을 분열시켰다. 이로 인해 광복절 경축식에 독립유공자 단체인 광복회와 야당 국회의원들이 불참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권 초기부터 친일 기조 정책을 펼치면서 3·1절마다 전범기인 욱일기가 내걸려 국민들을 분노케 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반민족친일 세력이 '평화의 소녀상 철거 챌린지'를 하며 전국의 소녀상에 '철거'라고 쓴 마스크나 검은 봉지를 씌우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번 광복절엔 정권에 장악된 케이비에스(KBS)가 광복절 당일 자정에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가 연주되는 뮤지컬을 방영하는가 하면, 서울교통공사는 잠실·안국역 등에 설치된 독도 조형물을 철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경제·외교 문제에서도 사사건건 일본편을 들어 국익에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후쿠시마 핵폐수 해양투기에서는 사실상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의 대변인 역할을 자처하며 국가 예산으로 '핵폐수 안전성(?)'을 홍보하는 영상을 만들기까지 했다. 일본의 '경제영토 강탈'로 비화된 라인야후 사태에선 대통령이 "국내 기업인 네이버에 지분을 매각하라는 요구는 아닌 것으로 이해하며, 한일 외교 관계와 별개의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사실상 일본 정부의 강탈 시도를 정당화하는 듯한 발언을 해 문제가 됐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 현장인 일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일본에 제대로 저항도 하지 않고 등재 절차를 허용함으로써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그럼에도 정권의 실세라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윈-윈의 게임이 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야당과 시민사회가 '제2의 독립운동' '범국민 저항운동'까지 언급하면서 용산 대통령실을 '조선총독부', 대통령과 정부여당 인사들을 '밀정'이라고 비난하지만, 아무런 반성도 없다.

 

17일 오후 서울 시청역~숭례문 대로에서 열린 103차 촛불대행진(8월 전국집중촛불)에 참가한 시민들이 비가 내리는 가운데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2024.8.17. 이호 작가
 

윤 대통령이 국민들의 저항에도 반국가세력, 항전 의지를 운운하며 '북풍몰이'로 대응하는 것은 친일 비판 여론을 흐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또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는 세력 전체를 항전의 대상으로 간주함으로써, 역으로 자신의 지지세력인 친일·반민족·극우세력의 결집을 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대통령의 지지율은 친일 파문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2~16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 2009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2%포인트)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30.7%로 집계됐다. 일주일 전 조사보다 2.9%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특히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대구·경북에서조차 4.3%p 하락했다. 반국가세력을 언급하며 북풍몰이에 나선 것은 지지율 높이기 일환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풍몰이 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의 친일 파문에 대한 국민 여론이 매우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꽃이 지난 16~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면접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 따르면 응답자 76.2%가 1945년 8월 15일이 광복절이 아니라고 발언한 김형석 씨의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응답했다. 적절하다는 응답은 12.7%에 그쳤다.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협상을 진행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한풀이 하듯 등재에 반대해 자폭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 발언에 대해선 응답자 69.3%가 압도적으로 '공감하지 않는다'고 했다(공감한다 21.8%). 정권의 친일 기조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매우 큰 것이다.

아울러 대통령이 이념 관련 발언을 두고 몇차례 오락가락하면서 신뢰도 자체도 떨어져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공산전체주의' '반국가세력'으로 때아닌 이념 논쟁을 일으켰다가, 10·11 재보궐에서 참패하자 "소모적 이념 논쟁을 멈추고 오직 민생에만 집중해야 한다"며 유체이탈했다. 4·10 총선 참패 뒤에도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겠다"고 했지만, 인적 쇄신은 없었고 오히려 친일 세력 기용으로 논란만 가중하고 있다. 게다가 때아닌 이념 논쟁에 또다시 불을 붙이면서 자기 발언을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최근에도 본인이 친일파 독립기념관장을 기용해 이승만 건국절 논란을 불러일으켰음에도 "먹고 살기 힘든 국민들에게 건국절 논쟁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왜 지금 불필요한 이념 논쟁이 벌어지는지, 국민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납득하기 힘들다"면서 유체이탈했다. 그래놓고 대통령은 불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반국가세력을 언급하며 사회 전체를 다시 이념전쟁 한복판으로 몰아넣고 있다.

 

제79주년 8·15 광복절인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내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광복회 주최 광복절 기념식에서 이종찬 광복회장 등 참석자들이 광복절 노래를 부르고 있다. 독립운동단체들은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이 '친일 뉴라이트 인사'라면서 정부가 주최하는 광복절 경축식 불참을 선언한 바 있다. 2024.8.15. 연합
 

야당은 대통령의 반국가세력 발언에 대해, 윤 대통령이 계속해서 친일매국 세력과 함께 한다면 국민의 철퇴를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조국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아직 광복절 경축사의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한 것 같다"며, 윤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에 대해 "반국가 세력이라는 '풍차'를 향해 돌격하는 '돈키호테' 같다"고 논평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우리 사회 내부 곳곳에서 암약하는 '반국가 세력'의 존재를 확신하는 것 같다"며 "그렇다면, 당장 잡아들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혹시 윤 대통령이 언급한 반국가 세력이, '3년은 너무 길다'는 데에 동의해 윤 대통령의 탄핵과 퇴진을 바라는 우리 국민 모두는 아니냐"며 "국정 운영에는 자신이 없으니 '이념전쟁'이라도 질펀하게 한판 벌이고 싶으시냐"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이념 타령은 이제 좀 지겹다"며, 그동안 대통령의 오락가락했던 이념 발언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8·15 광복절을 기점으로 다시 '반국가 세력' 운운하는 것을 보니, 오는 10월 16일 재보궐선거에서 대패해야 다시 정신을 차릴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친일에 이어 이제는 북풍인가, 해방 직후 친일파와 어찌 이리도 똑같느냐"며 "(윤 대통령이) 광복절을 기해 식민사관에 물든 친일 정권임이 드러나자 이제는 북풍몰이 카드를 꺼냈다"고 말했다. 이어 "국무회의를 극우 지지층 결집용 정쟁의 장으로 활용하는 윤 대통령의 위험한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친일 DNA를 드러냈다가 국민 분노에 직면하자 북풍몰이 하겠다는 것 아니냐, 국민은 그 속셈을 훤히 들여다 본다"고 했다. 노 원내대변인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시급히 척결해야 할 대상은 '친일매국 세력'"이라며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도 그들과 분명히 선을 긋지 않는다면 그들과 한 몸이요 오히려 주도세력이라는 규정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계속해서 '친일매국 세력'과 함께 간다면 국민의 철퇴를 피할 수 없다"며 "제발 정신 차리고 국민의 분노를 바로보기 바란다"고 했다.<김성진 기자>

윤 대통령 내부 비판세력에 날선 경계심과 적대감 반복 표출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을지 및 제36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국무회의 발언을 통해 “사회 내부에 암약하는 반국가세력”에 대한 “국민적 항전 의지”를 강조했다.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반자유·반통일·검은 선동세력”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한지 나흘 만에 강도 높은 ‘내부 사상전’을 공개 주문한 것이다. 야당은 “북풍몰이”라고 반발했다.

윤 대통령은 을지연습 첫날인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열어 “북한은 개전 초기부터 이들(=내부 반국가세력)을 동원하여, 폭력과 여론몰이, 그리고 선전, 선동으로 국민적 혼란을 가중하고 국론 분열을 꾀할 것”이라며 “혼란과 분열을 차단하고, 전 국민의 항전 의지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최근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이지만, 단속과 척결의 대상이 내부 비판세력이란 점에서 ‘공안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윤 대통령이 내부 비판세력을 향해 날선 경계심과 적대감을 표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 세력”을 언급하며 ‘내부 투쟁’을 강조했고 같은해 8월21일 을지 국무 회의에서는 “가짜뉴스와 위장 공세, 선전·선동을 철저히 분쇄하고 국론을 결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두고 ‘을지연습 국무회의’라는 자리에서 의례적으로 나올법한 ‘안보 의식 고취 발언’ 수준을 뛰어넘었다는 진단도 나온다. 4·10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뒤 ‘이념 이슈’와 관련해 언급을 자제해온 윤 대통령이 최근 ‘반국가세력과의 대결’을 부쩍 강조하는 데는 ‘지지층 결집’과 ‘야당 등 비판세력에 대한 경고과 견제’의 의도가 동시에 담겨 있다는 것이다.

이관후 건국대 상허교양대학 교수는 “총선 뒤 야당 대표와 회담을 하는 등 협치를 도모했지만 국정지지율이 오르지 않았다”며 “최근 행보와 메시지는 보수 결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 같다. ‘통합’보다 ‘대결’을 하반기 국정기조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런 지적에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최근 전쟁을 보면 가짜뉴스와 사이버 선동이 동시에 있는 하이브리드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오늘 발언은 북한의 위협과 관련해 언급한 것”이라며 ‘내부 단속용’이라는 일각의 시선을 부인했다. 전시 상황을 가정한 예방적 주문일 뿐 정치적 목적이 담긴 발언이 아니란 얘기다.

하지만 야당은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빨갱이 소탕 작전이라도 벌이겠다는 뜻이냐”며 거세게 반발했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광복절을 기해 식민사관에 물든 친일 정권임이 드러나자 이제는 북풍몰이 카드를 꺼냈다”며 “국무회의를 극우 지지층 결집용 정쟁의 장으로 활용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위험한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한편,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절대 군사적인 침략 등 평화를 깨는 방식의 통일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했다. 광복절 경축사에서 윤 대통령이 꺼내 든 ‘자유 통일’을 두고 “윤석열식 흡수 통일”이라는 비판이 일자 이를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 이승준  권혁철 기자 >

김건희 명품백 수수·류희림 민원사주 의혹 면죄부 권익위
“권익위가 면죄부 안 줬다면 류희림은 연임 될 일 없었다”
김건희 명품백 수수 사건 총괄 국장 사망 “진상 규명 우선”

 
 
 
▲지난 6월 국민권익위원회 정부합동민원센터 앞에서 참여연대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적반하장 류희림만큼이나 권익위원회도 망가졌다.”(김준희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통신심의위원회지부 지부장)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권익위가 추락하고 있다.”(이재근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최근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과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에 사실상 면죄부를 내린 국민권익위원회의 권위가 추락하고, 부패 척결이라는 기능을 못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참여연대와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사회민주당의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16명은 1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권익위원회 독립성,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8일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 실무 총괄을 맡은 김 모 권익위 부패방지국장이 사망한 가운데, 권익위가 김건희 여사 사건과 류희림 방심위원장 민원사주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다. 

김준희 지부장은 “적반하장 류희림만큼이나 권익위도 망가졌다”고 비판했다. 지난 1월 방심위 직원 149명은 류희림 위원장이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신고서를 제출했으나, 권익위는 지난달 8일 이 사건을 방심위로 송부했다. 민원사주 의혹에 대한 판단은 없었다.

김준희 지부장은 “내부에서 나름대로 저항의 몸부림을 쳤지만, 지난달 23일 류희림 위원장이 연임했다. 만약 권익위가 류 위원장에게 면죄부를 주지 않았다면 류 위원장이 연임될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지부장은 권익위가 민원사주 사건을 신고한 제보자를 민원인 개인정보 유출 혐의로 경찰에 이첩한 것에 대해 “피해자와 가해자를 뒤바꾼 행태”라며 “공익신고자 보호가 사명인 권익위가 공익신고자를 처벌해 달라고 수사의뢰를 하는 기괴한 광경이 현실인지 어리둥절하다”고 했다.

이상희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소장은 “권익위가 제보자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수사기관에 이첩한 사례는 본 적이 없다”며 “권익위의 조사는 미온적이었고, 제보자를 처리하는 과정도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1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권익위원회 관련 토론회 참가자들이 최근 사망한 권익위원회 부패방지국장의 명복을 빌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권익위의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사건 종결 처리에 반발해 사퇴한 최정묵 전 권익위 비상임위원은 부패방지국장 사망에 대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김 국장은 사망 전 김 여사 사건이 종결 처리되자 지인들에게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해 괴롭다’는 취지로 하소연을 했다. 유철환 권익위원장은 19일 “신고 사건 처리에 관련된 외압은 없었다”고 밝혔다.

최정묵 전 위원은 “고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은 권익위 사태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며 “명품백 수수사건 종결은 일반적인 법률위반을 넘어서는 일이다. 사회 시스템에 대한 국민 신뢰는 추락했다”고 지적했다. 최 전 위원은 권익위 내부에 ‘공론화센터’를 설치해 독립성·중립성이 필요한 안건의 경우 일반 시민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권익위 결정의 책임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근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권익위가 추락하고 있다. 야권 인사를 몰아내는 사건은 득달같이 판단하는데, 정부와 관련된 사건은 제대로 된 조사도 하지 않고 있다”며 “결국 양심적 공직자가 죽음으로 내몰리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 처장은 권익위 독립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권익위원장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하고, 위원 결격 사유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부패방지국장 사망 이틀 전까지 연락을 주고받은 이지문 한국청렴운동본부 이사장은 “권익위의 위상 정립과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 확보의 단초를 마련하는 것이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는 것”이라며 권익위에 조사권을 부여하고 대통령 직속 독립기관으로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 윤수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