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권 폭주 저지 가장 중요…'먹사니즘' 실현"

대표 회담 촉구에 한동훈도 "대단히 환영" 일단 화답
박찬대 "한동훈, 26일까지 채 해병 특검법 발의하라"

이언주도 "변죽만 울려…대법원장 추천 특검 안 돼"
김병주 "김용현 국방 지명 철회, 김태효 사죄" 촉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신임 최고위원들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민석 최고위원, 이재명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 전현희·한준호·김병주·이언주 최고위원. 2024.8.19. 연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당대표 연임 첫날인 19일 '먹사니즘'을 키워드로 한 민생 문제 해결에 방점을 두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동시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향해 채 상병 특검법 등을 논의하기 위한 대표 회담을 재촉하는 등 시작부터 여권을 강하게 압박했다. '이재명 체제 2기 지도부'를 구성하게 된 최고위원들도 "당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민생을 살리고 윤석열 정권과 싸우겠다"고 이구동성으로 다짐해 '원팀'으로서의 단합된 모습을 부각시켰다.

이 대표를 비롯한 신임 지도부는 이날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는 것으로 첫 공식 일정에 돌입했다. 박찬대 원내대표와 김민석·전현희·한준호·김병주·이언주 최고위원이 동행했다. 이 대표는 방명록에 '함께 사는 세상, 다시 뛰는 대한민국을 꼭 만들겠다'고 적었다. 이 대표는 참배 후 기자들을 만나 "정국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저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면서도 "국민들의 민생을 챙기는 일 또한 가볍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골목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고 서민 경제를 살리는 민생지원금법"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본청으로 이동해 연임 뒤 처음 주재하는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 대표는 민생부터 앞세웠다. 그는 "오늘은 새로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하는 첫 최고위원회의"라고 운을 뗀 뒤 "정치의 목적은 뭐니 뭐니 해도 먹고 사는 문제, '먹사니즘'이다. 벼랑 끝에 내몰린 국민의 삶을 구하고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야 한다. 민주당에 부여된 국민의 열망과 기대를 하나로 모아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반드시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전날 당대표 수락 연설과 기자회견을 통해 제안했던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 및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여야 대표회담에 대한 의지도 다시 밝혔다. 이 대표는 "국민 삶에 보탬이 되는 정책이라면 모든 것을 열어두고 정부‧여당과 협의해 나가도록 하겠다.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하루빨리 만나 협의하겠다"며 "조금 전에 들어오다 전해 들은 말로는 한동훈 대표께서 여야 대표 회담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신다고 해서, 지금 대표 비서실장에게 실무협의를 지시해 놓은 상태다. 빠른 시간 내에 만나서 민생 문제, 정국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한 논의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오른쪽)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8.19. 연합
 

이 대표 말대로 한동훈 대표는 양당 대표 회담 제안에 대해 "대단히 환영한다"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시간과 장소를 잡았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한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 회의에서 "이재명 신임 대표의 당선을 축하드린다"며 "대표 회담을 통해 여야가 지금 미뤄지고 있는 여러 민생 과제에 대해 실질적인 많은 결과를 낼 수 있었으면 한다. 다양한 의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의 다른 구성원들은 한 대표의 진정성을 두고 경계심을 표시하면서 강온 양면술을 전개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한동훈 대표가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해 다시 토를 달았다. 민주당이 순직 해병의 억울함을 풀고 수사 외압의 진실을 밝힐 수 있다면 제3자 추천안도 대승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고 밝히자, 소위 '제보 공작 의혹'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토를 단 것"이라며 "한 대표 화법인가? 당대표 선거 때는 제3자 추천 특검을 해야 한다고 했다가, 당선된 뒤에는 발을 빼더니, 다시 추가 조건을 덧붙이면서 갈팡질팡하는 태도가 안쓰럽다. 할 건가, 안 할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한발 더 나아가 "말은 무성한데 발의는 하지 않고, 말할 때마다 내용이 계속 바뀌니, 하겠다는 것인지 말겠다는 것인지, 이러자는 것인지 저러자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특검안에 대해 갈팡질팡한다면 국민께서는 앞으로 한동훈 대표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않게 될 것"이라며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저희가 시원하게 제안하지 않았는가? 조건 달지 말고, 토 달지 말고, 특검법 발의하시기를 요청한다. 26일까지는 한동훈표 특검안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다그쳤다.

박 원내대표는 현재 대한민국이 직면한 안팎의 많은 위기와 민주당이 풀어야 할 과제를 하나하나 열거한 뒤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의 단합을 강조하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민주당이 국민의 삶과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수권정당답게 해결책을 제시하고 국민께 희망을 안겨드려야 할 시점이다. 이재명 대표님과 새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원들이 똘똘 뭉칠 때, 국민과 나라가 처한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국민에게 든든한 희망이 되도록 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민석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2024.8.19. 연합
 

'수석' 자리에 오른 김민석 최고위원도 "집단지성의 역동적 드라마를 써주신 당원과 성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단결하라', '폭정과 친일 회귀를 제압하고 집권을 준비하라'는 당심과 민의로 새기고 무겁게 받들겠다"면서 "전당대회 기간 중 자임하고 약속드린 대로 집권과 성공적 국정 운영을 위한 당의 준비를 위해 전속력으로 뛰겠다.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이 올림픽 양궁팀처럼 실력 있는 모든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당내 성원들이 총력으로 함께 뛰는 실력주의 동심원 체제, 올라운드 팀플레이 체제로 크고 넓고 강해지도록, 그리고 최고위원회의도 팀플레이의 모범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선에서 2위를 차지한 전현희 최고위원은 "저는 18대 국회 입성 이후에 이번에 처음으로 당내 선거에 도전했다. 그 이유는 국민권익위원장 때 무도하고 불의한 윤석열 정권의 탄압을 직접 당하고 싸워 이기면서 그 과정에서 제가 목격한 윤석열 정부의 민낯을 보았기 때문"이라며 "제주에서 서울까지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만난 당원들의 뜻은 분명했다. '이재명 1기 지도부의 노력과 성과를 계승해서 당원이 진짜로 주인이 되는 민주당을 만들어 달라'. '윤석열 검찰독재정권과 더 가열하게 싸우고 이재명 대표 중심의 4기 민주정부 시대를 열어달라'. 윤석열 정권과 더 지독하게 싸우겠다. 무엇보다 이재명 민주당 정부 출범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온몸을 던져 싸우겠다"고 말했다.

MBC 출신 한준호 최고위원은 무엇보다 언론 개혁 분야에서 본인의 소임을 다하겠다는 점을 피력했다. 그는 윤석열 정권의 언론 장악 사례와, 광복절에 공영방송 KBS가 오페라 '나비부인'을 상영해 온 국민이 일본 기미가요를 듣게 만들었던 방송 참사 등을 거론한 뒤 "언론개혁은 지금 이순간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개혁 과제다. 우리 기억과 생각에 권력이 더 이상 손대지 못하도록 언론개혁을 시작해야 한다"며 "이번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당원들과 국민께서 민주당 새 지도부의 언론 개혁을 명하셨다. 그 시대적 사명을 빠르고 확실하게 달성할 수 있도록, 유능한 민주당의 진면목을 보이도록 저도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낸 4성 장군 출신 김병주 최고위원은 윤석열 정부가 갈수록 고조시키는 '안보 위기'를 막기 위해 최전선에서 싸우겠다고 확언했다. 그는 특히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윤 대통령에게 강력히 요구했다. 그 이유로 ▲김용현 후보자는 국민의 입을 틀어막아 민주주의를 훼손했다는 점 ▲대통령실 졸속 이전으로 국민의 혈세를 낭비했고 안보 위기를 초래했다는 점 ▲채 해병 외압 의혹의 핵심 관련자는 점 등을 들었다. 그러면서 "이런 사람이 국방부 장관을 맡으면 군령이 제대로 설지 의문"이라며 "특히 이러다 탄핵 정국에 접어들면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무너지지 않고 군을 동원해 계엄령을 선포하는 것은 아닌지 많은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 1주년 한미일 협력 성과 등 현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2024.8.18. 연합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 이른바 '중일마'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일본의 마음은 중요하고, 우리 국민의 마음은 중요하지 않은 것인가? 이는 친일 정권임을 선언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친일을 넘어 숭일(崇日)하는 윤석열 정권, 이 정도면 대한민국 국민임을 포기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고 개탄했다. 또 "김태효 차장은 지난해 3월에도 '우리 외교부가 집계한 일본의 공식 사과가 20차례가 넘는다'는 발언으로 집중포화를 맞은 바 있다"며 "일본의 피로도를 걱정하더니 마음까지 배려하는 정부, 일본의 충성스러운 신하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김태효 차장은 당장 국민께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오랜 기간 보수우파 정당을 전전하다 민주당에 복귀해 이번에 지도부에까지 입성한 이언주 최고위원은 '동진정책'과 '민생경제'에서 본인의 특장점을 발휘하겠다고 전했다. 이 최고위원은 부산 출신에 에스오일 법무총괄 상무 등을 지낸 실물경제 전문가다. 그는 "영남과 수도권의 중산층을 대상으로 하는 우리의 동진정책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쓰겠다. 그리고 민생과 경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많이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 현안인 티메프 사태와 관련해 피해자들에 대한 긴급경영안전자금이 심각한 문제라며 당장 금리를 무이자에 가깝게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다른 '전투력'도 강점인 이 최고위원은 "한동훈을 상대할 적임자는 이언주"라던 경선 때 호언대로 첫날부터 한동훈 대표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그는 "한 대표는 자꾸 말만 하지 말고, 변죽만 울리지 말고 (채 해병 특검) 법안을 발의부터 하기 바란다. (법안 발의 요건인) 국민의힘 의원 10명을 모으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가?"라고 꼬집었다. 나아가 한 대표가 주장하는 '대법원장 추천 특검'을 두고 "대법원장 특검은 제3자 특검이 아니다.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이고, 결국 셀프 특검이 될 수도 있다"면서 "더군다나 특검 수사 결과 기소가 되면 마지막에 심판을 하는 곳이 대법원인데, 그 대법원장인 심판자가 어떻게 특검을 추천하겠는가? 그래서 그것은 아예 생각도 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거부했다.

최고위원들 발언을 다 듣고 난 이재명 대표도 새 지도부 회의 첫날이지만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중일마' 발언을 다시 짚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 공직자는 대한민국 국민이 뽑은 국민의 대리인이다. 대통령실에서 배려해야 할 것은 대일본제국 천황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이라며 "일본 국민의 마음을 살필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마음을 살피길 바라고, 그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즉각적인 엄중한 조치가 필요할 것 같다"고 김태효 차장에 대한 대통령실의 엄중 조치를 요구했다.

 

이 대표는 이날 취임 첫 인선으로 대표 비서실장과 수석대변인에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이해식·조승래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이 가운데 조 의원은 '비명계'로 분류된다. 이번 인사는 소위 '일극체제'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당내 통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또 오는 22일 새 지도부와 함께 경남 양산 평산마을로 내려가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하기로 했다. 같은 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도 예방할 계획이다. 취임 뒤 관례적인 일정이긴 하지만 이 역시 '민주당은 하나'라는 통합 메시지를 내는 데 주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고위원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다 '명팔이 척결' 발언의 여파로 결국 탈락한 정봉주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다시 뵐 날을 기약하겠다"는 글을 올려 정치적 재기를 도모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정 전 의원은 "7월 14일 이후 경선 기간 내내 진심으로 격려해주신 지지자 여러분, 감사하다"며 "저를 반대했던 분들조차도 민주 진보 진영의 소중한 자산이다. 이분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시 뵐 날을 기약하겠다"고 덧붙였다.   < 김호경 민들레 기자 >

'명팔이' 정봉주 탈락, 희대의 자충수…김두관도 패착

윤 대통령에 영수회담 제안…한동훈과 회담도
"채 해병 특검 도입 전제로 허심탄회 논의하자"

경선 내내 '네거티브전' 김두관 12.12% 고배
박용진보다 10%p나 떨어져…'비명계' 더 축소

4선 중진 '전략통'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에 안착
전현희·김병주·한준호·이언주 '2기 지도부' 구성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연임이 확정된 이재명 신임 당대표와 새 최고위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전국당원대회에서 꽃다발을 들고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병주·전현희 최고위원, 이재명 당대표, 김민석·한준호·이언주 최고위원. 2024.8.18 [공동취재] 연합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에 이재명 후보가 역대 최고 득표율로 당선됐다. 최고위원으로는 김민석·전현희·김병주·한준호·이언주 후보(득표율 순)가 선출됐다. 반면 최고위원 후보군 중 선두권을 달리다 '이재명 팔이 척결'이라는 돌출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정봉주 후보는 결국 탈락했다. "이재명은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며 대다수 당원들 의사에 반하는 좌충우돌을 일삼다 '명팔이'가 아닌 본인이 퇴장당함으로써 이번 전당대회 최대의 파란으로 기록됐다.

이 대표는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제1회 정기전국당원대회 대표 경선에서 최종 85.40%의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돼 '이재명 2기 체제'의 막을 올렸다. 지난 2022년 대표 선거에서 자신이 기록한 77.77%의 득표율을 넘어선, 민주당 대표 선거 역대 최고 득표율이다. 이 대표는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 85.18%, 권리당원 투표에서 88.14%, 대의원 투표에서 74.89%를 얻는 등 당 안팎에서 두루 높은 지지를 받았다.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당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 것은 1995∼2000년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직을 맡은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정견 발표에서 "대한민국이 어렵다. 정권의 불법과 부정 때문에 민생경제와 외교, 안보, 민주주의 등 모든 영역이 퇴행 중"이라며 "반부패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가 대통령 부인의 부패를 덮어주느라 억울한 공직자를 죽음으로 몰았다"고 윤석열 정권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하나다. 작은 차이를 넘어 함께 손을 잡고 나아가자"면서 "민주당을 대한민국의 확실한 수권정당, 유능한 민생정당, 듬직한 국민정당으로 확실하게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연임에 성공한 이재명 신임 당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전국당원대회에서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로부터 전달받은 당기를 흔들고 있다. 2024.8.18 [공동취재] 연합
 

이 대표는 대표직 수락 연설 및 기자회견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양자 회담을 공식 제안했다. 그는 "지난 4월 총선 직후 영수회담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해 아쉬웠다"며 "지난 회담에서 언제든 다시 만나 국정에 대해 소통하고 의논하자는 데 뜻을 같이한 만큼 대통령의 화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회담 의제에 대해서는 "국민이 관심을 갖는 국정 중요 사안은 다 논의할 수 있다"며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안한 의제만으로도 대화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에게도 대표 회담을 제안한다"면서 "시급한 현안들을 격의 없이 의논하자"고 전했다. 특히 "무엇보다 가장 큰 쟁점인 채 해병 특검법에 대해 허심탄회한 논의가 필요하다. 한 대표도 진상 규명을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안이 최선이라 생각하지만, 한 대표도 제삼자 특검 추천안을 제안한 바 있으니 특검 도입을 전제로 실체 규명을 위한 더 좋은 안이 있는지 논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 대표는 '여당의 제삼자 추천안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인가'라는 기자 질문에 "정권의 부정과 비리를 수사하는 특검은 야당이 추천해야 한다는 생각을 바꾼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일방적 관철이 어려우면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할 수 있는 게 정치다. 그런 측면에서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도 (제삼자 추천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안다"며 "그 기조는 가급적 유지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가능성은 열어뒀다.

여야 대표 회담 의제와 관련해서는 "어려운 민생문제 중에서도 장기화하는 내수 부진을 타개할 방안에 대해 의논해야 한다. 민주당은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국민의힘 내에서도 총선 당시 가장 좋은 정책을 민생지원금으로 꼽는다는 보도가 있었다. 서민 경제를 지원하고 경제 회복에 도움 될 방안이 있다면 얼마든지 협의하고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극한적 대결 정치를 종식하고 망국적 지역주의를 완화할 민주정치 발전 방안에 대해서도 의논하자"며 "의견 차이가 큰 부분은 미루더라도 한 대표가 약속했고 여야 간 이견이 없는 '지구당 부활' 문제라도 우선 논의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지구당 폐지로 국회의원과 경쟁하려는 원외 인사들의 기회를 완전히 박탈됐다"면서 "원외 인사들이 공정한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첫째 이유"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연임이 확정된 이재명 당대표(왼쪽)가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전국당원대회에서 개표 결과가 발표되자 김두관 후보에게 인사를 받고 있다. 2024.8.18 [공동취재] 연합
 

경선 과정 내내 이 대표에 대한 네거티브전으로 일관했던 김두관 후보는 최종 득표율 12.12%로 쓴잔을 마셨다. 김두관 후보는 대의원 투표에서 21.15%를 얻으며 비교적 선전했으나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 11.72%, 권리당원 투표에서 10.07%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김 후보의 득표율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와 맞붙었던 비명계 박용진 후보의 득표율 22.23%보다 10%p나 떨어진 수치다. 김 후보의 초라한 성적표는 주로 시대착오적 당원 인식에서 기인한 전략적 패착의 결과로 평가된다. 한편으로는 2년 전보다 더 축소된 비명계 입지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대표와 김 후보의 득표율 차이는 권리당원 투표에서 78.07%p로 가장 컸고, 대의원 투표에서 53.74%p로 가장 작았다. 김지수 후보는 최종 2.48%를 득표했다.

이재명 대표 체제 2기 지도부가 될 최고위원으로는 김민석(18.23%)·전현희(15.88%)·한준호(14.14%)·김병주(13.08%)·이언주(12.30%) 의원이 선출됐다. 4선 중진에 지난 총선 때 중앙당 상황실장을 지내는 등 대표적 '전략통'으로 꼽히며 이재명 대표와의 신뢰 관계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김민석 후보는 일반국민 여론조사 19.03%, 권리당원 투표 18.59%, 대의원 투표 15.05% 득표로 수석 최고위원 자리에 올랐다. 전현희 후보는 권익위 간부 사망 사건과 관련한 "김건희 살인자" 발언 등으로 여권과 보수언론의 집중포화를 맞기도 했으나 대여 투쟁의 치열함과 진정성을 인정받으며 2위를 차지했다.

 

더불어민주당 정봉주 최고위원 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전국당원대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2024.8.18. 연합
 

선거 초반 권리당원 투표 1위를 차지하는 등 돌풍을 일으켰던 정봉주 후보는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이 폭로한 "최고위원 5명 안에만 들어가면 되잖아. 두고 봐. 내가 들어가면 어떻게 하는지" "이재명이란 사람은 조그마한 비판도 못 참는다. 행정가 출신이라서 그렇다. 제왕적인 권한을 행사하다가 (정치권에 와서). 그런 사람들은 대통령 되면 안 된다. 표본이 윤석열이다" 등의 발언에 이어 본인이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당 내부의 암덩어리인 '명팔이'를 잘라내야 한다"며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냥 거수기가 되지는 않겠다"고 돌출 선언을 한 것이 자충수가 돼 결국 몰락하고 말았다. 당원들 분노가 워낙 거세 정 후보는 향후 정치적 재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당대표 및 최고위원은 권리당원 투표 56%, 대의원 투표 14%, 일반 여론조사 30%를 합산해 결정됐다. 대의원은 총선거인 1만 7146명 중 1만 3190명이 투표해 투표율 75.73%를 기록했다. 권리당원은 총선거인 122만 2104명 중 당대표 투표에 51만 5511명, 최고위원 투표에는 51만 7180명이 참여해 각각 42.18%, 42.32%의 최종 투표율을 보였다.  < 김호경 민들레 기자 >

8월 전국집중촛불 "친일매국 윤석열 일당 박멸"

"기미가요 틀고 독도조형물 철거…제정신 아냐"
"촛불 독립군, 친일매국 역적 윤석열 몰아내자"

 촛불행동, 9월부터 '윤 탄핵 100일 총력 운동'

 

17일 오후 서울 시청역~숭례문 대로에서 열린 103차 촛불대행진(8월 전국집중촛불)에 참가한 시민이 안중근 의사의 단지장이 그려진 자주독립 팻말을 들고 있다. 2024.8.17. 이호 작가
 

무더위와 소나기도 촛불 시민의 독립과 탄핵에 대한 열의를 막을 수 없었다. 친일·반민족·극우 세력에 의해 분열된 광복절을 보낸 이후 맞는 첫 주말인 17일 오후. 서울 시청역 앞에서 열린 103차 촛불대행진(8월 전국집중촛불)엔 전국 각지에서 온 7000여 명(주최 쪽 추산)의 시민들이 모였다. 집회 사회를 맡은 서울촛불행동 김지선 공동대표의 선창에 따라 "용산총독부 일본밀정 윤석열을 탄핵하라" "친일매국 극우독재 윤석열 일당 박멸하자" "자주독립 정신으로 매국역적 몰아내자"라고 외쳤다. 

김 공동대표는 "8·15 광복절 앞두고 민족 반역자 무리들이 앞다퉈 일본에 충성을 맹세하고 있다"며 "8·15가 되자마자 케이비에스(KBS)에서는 기미가요(일본국가)가 방송되고 잠실역, 안국역 등에 설치된 독도 조형물들이 철거됐다.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분개했다. 또 "광복회를 비롯한 독립운동단체, 야당이 기념식에 불참하자 언론에선 반쪽 행사라고 일제히 보도했다"며 "그런데 대통령실에선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가 공식행사고 특정단체가 참여하지 않았다고 해서 반쪽 행사라 부른 건 잘못됐다고 한다. 광복회가 불참하고 친일 매국노가 주관한 행사가 가짜 아니냐"고 했다.

 

17일 오후 서울 시청역~숭례문 대로에서 열린 103차 촛불대행진(8월 전국집중촛불)에 참가한 시민들이 자주독립기를 들고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2024.8.17. 이호 작가
 

김 공동대표는 "눈 떠보니 후진국도 모자라 눈 떠보니 일제강점기가 됐다"며 "이제 윤석열 탄핵운동은 독립운동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매국노가 날뛰는 이유는 명확하다"며 "매국노를 앞장세워 역사 쿠데타로 식민범죄를 지우고 한일군사동맹 맺겠다는 것 아니냐, 신원식·김용현을 앞세워 계엄령도 불사하고 한반도를 전쟁의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을 즉각 탄핵해야 한다"며 "정치권은 주저 없이 국민의 명령을 이행해야 나라를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독립기념관이 있는 천안아산촛불행동 회원 장기수 씨(좋은도시연구소장)도 연단에 올라 "1982년 일본 정부의 역사왜곡에 맞서 남녀노소 전국민의 피같은 성금 490억 원으로 만들어진 독립기념관은 우리나라 독립투쟁 정신을 기르고,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역사왜곡을 막고 역사를 바로 세우겠다는 국민적 염원을 담은 독립운동의 성지"라며 "그런데 윤석열은 유관순 열사가 시퍼렇게 눈을 뜨고 있는 독립기념관 관장 자리에 일제 식민사관 옹호하는 민족반역자 김형석을 임명했다. 천인공노할 일이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17일 오후 서울 시청역~숭례문 대로에서 열린 103차 촛불대행진(8월 전국집중촛불)에서 천안아산촛불행동 회원 장기수 씨가 발언하고 있다. 2024.8.17. 이호 작가
 

장 씨는 "윤석열 정권이 2024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국치일로 만들었다"며 "8·15를 앞두고 독도를 지우고, 사도광산 등 일제 수탈범죄를 지우고, 대한민국 역사 기관장에 친일파를 임명하더니, 일본 식민지배를 규탄하는 문구 하나 없는 광복절 기념사를 발표했다. 과연 일본밀정 윤석열의 용산 총독부 취임사라 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일본을 식민지 범죄국에서 한반도 안보 동맹국으로 격상시켜주고, 자위대가 독도와 한반도에 발을 들여놓는 제2의 식민지 시대 열겠다는 게 윤석열의 대일 정책 아닌가"라며 "이런 천하의 매국역적이 어디 있는가"라고 질타했다.

그는 "빼앗긴 조선을 되찾기 위해 36년간 피와 목숨을 바쳤던 독립운동가들과 우리 민족을 능멸한 친일매국 역적 윤석열을 절대 용서할 수 없다"며 "국민의 이익이 아니라 일본의 이익에 절대 충성하는 사대매국 정권에 맞서 제2의 자주독립운동을 벌이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항일 독립선열들과 후손들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며 "선열과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우리가 촛불독립군이 되어 일본 밀정 윤석열을 하루 빨리 탄핵시키자"고 외쳤다.

 

17일 오후 서울 시청역~숭례문 대로에서 열린 103차 촛불대행진(8월 전국집중촛불)에 참가한 '촛불행동과 함께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국회의원들. 왼쪽부터 민주당 강득구, 김준혁 의원, 사회민주당 한창민 당 대표, 민주당 양문석 의원. 2024.8.17. 이호 작가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김준혁, 양문석 의원과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 등 '촛불행동과 함께하는 국회의원 모임'도 연단에 올라가 시민들의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역사학자 출신인 민주당 김준혁 의원은 "토착왜구(土着倭寇)의 준말이 토왜(土倭)다. 토왜라는 말이 1908년에 대한매일신보에 처음 나왔다"면서 "한반도에 자생한 토착왜구가 2년 만에 나라를 팔아먹었다. 토착왜구들이 다시 이 땅에 나타났다"고 탄식했다.

김 의원은 "위대한 민족지도자 백범 김구 선생님을 테러리스트라고 칭하는 책이 광복절날 출간됐다"며 "책을 낸 이들은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라는 타이틀로 윤석열 정부의 철학적 기반을 만들고 정책 운영을 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또 "이들이 역사관련 모든 기관을 점령하고 있다"면서 "역사를 왜곡하고 역사쿠데타 자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토왜들이 끝내 100여년 전에 나라를 팔아먹었듯이 다시 나라를 팔아먹으려고 한다"며 "이 역적들을 탄핵해야 한다"고 외쳤다.

 

17일 오후 서울 시청역~숭례문 대로에서 열린 103차 촛불대행진(8월 전국집중촛불)에서 촛불합창단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2024.8.17. 이호 작가
 

집회에선 6·15시민합창단이 동학농민혁명을 기리는 <죽창가>를 불렀고, 촛불합창단은 <독립군가>를 불렀다. 무대 전광판엔 최근 화제가 된 인공지능(AI) 독립투사 영상(☞링크)이 재생되기도 했다. AI 독립투사 영상은 안중근, 유관순, 윤봉길, 홍범도, 김마리아, 김구, 김원봉 등 흑백사진 속 독립운동가들이 광복 소식에 환하게 웃으며 만세를 부르는 모습을 AI로 구현했다. 영상엔 애국지사 오희옥의 옛 애국가가 흐른다. 한 유튜버가 올린 이 영상은 최근 친일파 독립기념관장 임명으로 분노한 시민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며 수십만 뷰(View)를 기록하고 있다.

촛불행동은 '윤석열 탄핵 100일 총력운동' 추진 계획을 밝혔다. 김은진 공동대표는 "촛불행동은 143만 국민이 참여한 윤석열 탄핵 청원이후 윤석열 탄핵 완성하기 위한 범국민 탄핵운동도 벌이자고 제안한 바 있다"며 "촛불행동은 정기국회 기간인 9월 2일부터 100일간 윤석열 탄핵 범국민 총력운동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김 공동대표는 "100일 안에 일본밀정 윤석열을 탄핵하고 용산 총독부를 폐쇄하자"면서 100일 총력운동으로 △전국각지에서 윤석열 탄핵 유권자대회 개최 △탄핵물결운동(탄핵스티커 부착, 탄핵 현수막, 시국선언 SNS발표) 등을 제안했다.

 

17일 오후 서울 시청역~숭례문 대로에서 열린 103차 촛불대행진(8월 전국집중촛불)에 참가한 시민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2024.8.17. 이호 작가
 

서울, 경기, 강원, 충청, 영남, 호남, 제주 등 전국 45개 시·군·구에서 온 지역촛불행동 대표단들도 '윤석열 탄핵 100일 총력운동'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친일매국 극우독재 체제로 폭주하는 윤석열을 탄핵하는 것은 더욱 절박한 시대적 과제가 됐다"며 "이 시대 최고의 애국은 윤석열 탄핵"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100일 총력 운동으로 기어이 올해 안에 윤석열을 탄핵하자"며 "그 100일은 위대한 역사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결의문은 여수촛불행동 이현종 공동대표, 영주안동촛불행동 이기영 대표, 부산해운대수영남구촛불행동 황기전 대표 등이 대표로 낭독했다.

촛불행동은 이와 함께 탄핵기금 5억 모금을 홍보했다. 기금은 윤석열 탄핵 추진에 쓰이며 10만원부터 기부 가능하다. 탄핵기금 약정서를 작성하고 기부하면 증서와 선물을 받는다. 탄핵기금 홍보대사인 임수경 전 국회의원은 "이 나라 영부인은 주가와 고속도로를 조작해서 몇십 억, 몇백 억을 했는데 5억을 하루에 달성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저를 팔라고 하면 팔겠다"며 "독립군의 마음과 정신으로 독립자금을 마련하는데, 오늘 한 번에 달성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홍보대사인 민생경제연구소 안진걸 소장은 "곳곳에서 투쟁이 확산되고 있다"며 "2016년 박근혜퇴진비상국민행동처럼 수천개 단체가 집결하고, 수십만 수백만 수천만 탄핵 물결이 될 때까지 힘내서 함께 투쟁해달라"고 당부했다.

 

17일 오후 서울 시청역~숭례문 대로에서 열린 103차 촛불대행진(8월 전국집중촛불)에 참가한 시민들이 비가 내리는 가운데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2024.8.17. 이호 작가
 

본집회는 천주교 시국미사 밴드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의 공연으로 끝마쳤다. 밴드는 <아름다운 강산> <바위처럼> <그대에게> <고래사냥> 등을 불러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시민들은 비가 내리는 중에도 열심히 노래를 따라불렀다. 공연이 끝난 뒤, 시민들은 태극기와 자주독립기, 독립운동가 사진 등을 들고 시청역→프레스센터→파이낸스빌딩→청계천남단도로→광교→종각역→안국동사거리→일본대사관앞→광화문교차로→세종대로사거리를 행진했다.

폭우 속에서도 시민들은 "독립선열들이 분노한다 윤석열을 탄핵하자" "일본범죄 은폐하는 윤석열을 탄핵하자" "한국기업 팔아먹는 매국정권 끝장내자" "독도까지 팔아먹는 윤석열을 응징하자" 등의 구호를 크게 외쳤다. 시민들은 일본대사관 맞은 편을 지날 땐 "핵폐수 무단방류 즉각 중단하라" "강제동원 역사왜곡 즉각 사죄하라" "군국주의 부활음모 즉각 중단하라"고 외쳤다. 지나가던 시민들이 행진 대열을 사진 찍거나 응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17일 오후 서울 시청역~숭례문 대로에서 열린 103차 촛불대행진(8월 전국집중촛불)에 참가한 시민들이 비가 내리는 가운데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2024.8.17. 이호 작가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열린 정리 집회에선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예술단 '빛나는 청춘'이 노래 공연을 했다. 학생들은 문재인 정부 시절 만들어진 육군 뮤지컬 '신흥무관학교' 수록곡 <가난한 유서>를 불렀다. <가난한 유서>는 "나의 가난한 유서에 내 이름 석 자는 없다 그저 피로 쓴 여섯글자 대한독립 만세"라는 가사로 시작한다. 이름없는 독립운동가가 조국의 독립을 위해 아무런 대가없이 죽음을 택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군의 뿌리를 신흥무관학교에서 찾았다. 뮤지컬 신흥무관학교도 국군의 뿌리 찾기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지창욱, 강하늘, 조권 등 당시 군 복무 중인 유명배우와 가수들이 참가해 대중적으로도 흥행했다. 이러한 문화적 배경 속에서 문재인 정부에선 홍범도 장군 유해를 국내로 봉환하고, 육사 내 장군의 흉상을 세우는 등 역사 바로 세우기에 나섰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전부 부정되거나 삭제, 철거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17일 오후 서울 시청역~숭례문 대로에서 열린 103차 촛불대행진(8월 전국집중촛불) 정리집회에서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예술단 빛나는 청춘 소속 학생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 2024.8.17. 이호 작가
 

빛나는 청춘 학생들은 노래를 부른 뒤 "광복절 0시에 기미가요가 나오는 나라다. 광복절 하루 전에 독도 조형물이 철거되는 나라다. 아직 우리나라가 해방되지 않은 거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어 노래패 '우리나라'의 <오늘이다 항쟁이다> 노래 공연을 끝으로 정리 집회를 마쳤다. <오늘이다 항쟁이다>는 3·1만세 운동을 그리는 노래로, 자주와 독립, 해방을 위해 총칼에 맞서 만세를 부르는 민중의 모습을 담고 있다.

다음 주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04차 촛불대행진'은 오는 24일 오후 6시 서울 시청역과 숭례문 사이 대로에서 열린다.                          < 김성진 민들레 기자 >

김성경 탈분단 사유... 윤석열 정부의 ‘자유’와 ‘통일’

정부 곳곳에 ‘몰역사’ 인물 알박기
갈등·정쟁 유발하려 대통령 됐나

친일 반북을 ‘자유’로 포장하고
약자와 비판자 적대 이어갈 듯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8월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

 

광복절을 맞이한 심정이 복잡하다. 식민지배의 부당함을 기억하고 독립운동가의 희생을 되새기기에도 부족한 국경일에 역사 논쟁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사실 윤석열 정부 초기부터 뉴라이트 학자들과 정치인들이 국가연구기관과 정부 요직을 하나씩 꿰차면서 시작된 일이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과 일본에 대한 굴욕적 외교 논쟁 등이 되풀이되다가 결정적으로 독립기념관 관장으로 역사관이 의심스러운 이가 임명되면서 갈등이 폭발했다. 그가 뉴라이트이건 그의 항변대로 오해이건 적어도 독립운동 관련 단체들과 역사학계에서 일제히 임명 철회를 외치는 것만으로도 이번 인사는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단행한 인사 대부분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자는 차별금지법을 반대하고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시각을 숨기지 않는 사람이고,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는 ‘입틀막’으로 유명한 현 경호실장이 지명됐으며, 군대 내 사고에 속수무책이었던 국방부 장관이 안보실장으로 임명되었다. 이쯤 되면 윤 대통령은 사회적 갈등과 정쟁을 유발하기 위해 대통령이 된 사람으로 생각될 정도다. 격동의 민주화와 선거 민주주의 안착을 통해 어렵사리 이뤄낸 역사적 합의와 사회적 상식을 하나씩 끄집어내 다 논쟁거리로 전락시키니 말이다.

독립운동이 공산세력과 싸움?

최근 정부가 내세우는 통일 논의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시대에 맞는 새로운 통일방안을 제시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가 ‘자유’ 철학을 반영한 통일담론을 제시하는 것으로 선회했다. 1994년 초당적 합의 아래 남한의 공식 통일방안으로 발표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일방적으로 폐기하는 것에 상당수 전문가가 우려했다는 후문이다. 이미 정부 곳곳에서 권력 작동의 이상 경고음이 요란하게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나서 ‘통일’을 강조하는 이러한 움직임이 의아하기만 하다. 총선 패배 이후 이미 공무원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하고, 사표를 낸 총리나 장관을 대신할 인물을 찾지 못해 유임이 되고, 민주화 이후 가장 많은 거부권을 행사한 윤석열 정부가 통일을 추진할 역량도 없고, 곤두박질친 국민들의 통일의식이 경직된 관 주도 캠페인으로 전환될 리 없기 때문이다. 분명 숨겨진 이유가 존재한다.

실마리는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의 첫번째 광복절 경축사에 있다. 역대 대통령들은 광복절이라는 역사적 상징성을 십분 활용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메시지를 발신해왔다. 하지만 놀랍게도 윤 대통령은 독립운동을 일본 식민지배로부터의 ‘독립’으로 해석하기보다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위한 건국 운동”으로 정의했다. 그러면서 “공산세력에 맞서 자유국가를 건국하는 과정”인 독립운동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독립운동은 전체주의 국가를 세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는 자유국가 건설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자유’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일본과의 연대를 강조하면서, 그 반대에 북한을 두고 적대감을 숨기지 않는다.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한 저항이나 반성 요구는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독립운동의 대상으로 북한을 소환한다.

이와 같은 기조는 2023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더욱 강화된다. 북한을 ‘공산전체주의’ 체제로 비난하면서, 이러한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는 반국가 세력이 남한 내에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한 세력의 “패륜적 공작”에 싸워 이겨야 한다고 역설하기까지 했다. 사회 통합과 연대를 무엇보다 우선시해야 하는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전쟁의 언설도 놀랍지만 무엇보다 남한 내 특정 세력을 ‘공산전체주의’로 인식하는 그의 세계관이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윤 대통령이 그토록 맹종하는 ‘자유’를 위해서 척결해야 할 대상은 북한이라는 ‘공산전체주의’ 체제와 북한과의 대화, 한반도 평화, 과거사 청산 등 역사 정의를 주장하는 남한 내 모든 이들로 확장된다. 정부에 비판적인 야당, 시민단체, 지식인, 언론인 모두를 ‘공산전체주의’를 추종하는 집단으로 정의 내린 윤 대통령의 사고 체계에서 협치나 대화, 성찰이 있을 턱이 없다.

‘자유’민주주의가 가장 중요한 국정 목표라는 윤석열 정부에서 국민들은 과연 더 자유로워졌을까?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관련해서 언론인과 정치인에 대한 통신조회가 자행되고,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는 2024년 기준 세계 62위로 급격하게 하락했다. 자유시장 원칙을 내세우면서 부자들의 상속세와 기업의 세금을 깎아주지만 평범한 시민들의 근로소득세는 꿈쩍하지 않는다. 적극적 재정을 통해 복지를 늘리는 것은 공산주의 체제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며 악마화하고, 노동조합 및 노동자들의 권리 개선을 담고 있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은 자유로운 재산권에 반하는 것이라는 논리를 들이밀기까지 한다. 이 밖에도 이 정부에서 주장하는 ‘자유’가 얼마나 선별적이며, 더 나아가 반자유적인지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다시 말해 윤석열 정부의 ‘자유’는 ‘공산전체주의’를 주요 타깃으로 하는 것이며, 자신들의 반대 세력을 낙인찍기 위한 수단에 머물러 있다.

국내 협치도 못 하는데…

이런 맥락에서 윤석열 정부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통일을 외칠 것이다. 북이라는 ‘공산전체주의’를 섬멸하자는 구호를 외치며 한줌 남아 있는 지지자를 결속하고자 할 것이다. 체제 경쟁이 한창이던 냉전 시기에 소구력이 있었던 그 논리가 2024년 현재에 다시 소환되는 역사적 퇴행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자유와 인권이라는 누구도 반대할 수 없는 말을 아무리 외쳐댄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그 이름으로 행하는 일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대다수가 알아채고 있다는 사실이다.

통일은 상대방이 분명한 민족적 과제이다. 상대방을 척결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할뿐더러 천운이 닿아 통일이 이뤄진다고 해도 그 과정은 지난하고 힘겨울 것이 분명하다. 남한 내 의견을 달리하는 이들과도 대화와 협치를 하지 못하는 역량으로 70여년을 다른 국가로 살아온 이들과 함께 살아갈 사회적 기반을 만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자유’국가를 완성하기 위해 북한을 없애버리겠다며 진격의 깃발을 드는 것은 한반도 통일은커녕 남한 사회 내 분열만 더욱 가중시킬 뿐이다.

얼마 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부통령 후보가 된 팀 월즈가 도널드 트럼프를 묘사한 직관적 비판이 젊은층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 트럼프와 부통령 후보 제이디 밴스를 “으스스하고, 정말 이상해요”(creepy and just weird as hell)라고 말한 것이 지금까지 민주당의 수많은 정치적 수사를 압도한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이토록 엄중한 시기에, 그것도 혼자서 통일을 외치며 분열을 조장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보며 나도 모르게 “크리피, 위어드”라는 월즈의 표현이 떠올랐다. 참, 항간에는 김건희 여사가 남북관계와 통일에 관심이 많다는 얘기도 있다. 정말이지 이상하다 못해 으스스하다.

< 필자= 김성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영국 에식스대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성공회대, 싱가포르국립대를 거쳐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북한 사회와 탈분단 문화를 연구하며, ‘갈라진 마음들’ 등 다수의 학술 논문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