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은 제외 ‘선택적 역사 보존’

 
 
             1979년 12월12일 쿠데타 뒤 정승화 체포 발표하는 전두환 당시 계엄사령관. 한겨레 자료사진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가 윤석열 정부 들어 군 보안·방첩·수사 부대의 역사 계승을 명목으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진을 사령부 복도에 다시 게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방첩사로부터 ‘국군방첩사령부 내 역대 사령관 사진 게시 현황’을 제출받은 결과, 방첩사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2022년 11월 전신인 보안사령부에서 20대·21대 사령관을 지낸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사진을 본청 복도에 내걸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출범한 군사안보지원사령부에서 방첩사로 간판을 바꿔단 직후, 두 전직 사령관들의 사진을 다시 내건 것이다.

방첩사는 추 의원실에 보낸 자료에서 “사령부 본청 복도 1개소에 1~47대 역대 사령관의 사진을 게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사진은 걸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설명대로라면, 박근혜 정부에서 계엄령 검토 문건 작성 지시 의혹으로으로 수사를 받은 조현천 전 사령관과 이명박 정부에서 댓글 공작으로 징역 3년형을 받은 배득식 전 사령관의 사진도 내걸었단 뜻이다. 기무사는 2018년 계엄령 검토 등 불법 정치개입과 세월호 유족 뒷조사 등 민간 사찰 의혹이 일면서 안보지원사로 재창설했다.

국방부 부대관리 훈령 제5장 제2절 ‘국방부 장관 사진’ 및 제3절 ‘장성급 지휘관 및 기관장 사진’ 관련 규정에 따르면, ‘부패 및 내란·외환죄 등으로 형이 확정된 지휘관’ 사진의 게시는 금지하고 있지만, 예우·홍보 목적이 아닌 재직기간 등 역사적 기록 보존 목적으로는 가능하다고 한다. 두 전직 대통령은 사면을 받긴 했지만, 내란 관련 죄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16대 보안사령관을 지낸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사진은 제외돼 ‘선택적 역사 보존’이라는 논란이 일 전망이다.

추미애 의원은 “내란과 군사반란 죄로 대통령직까지 박탈당한 역사적 죄인 전두환·노태우 사진을 뭐가 자랑스럽다고 방첩사에 다시 게시했는지 묻고 싶다. 방첩사는 1980년대 안보사 시절이 그리운 게 아니라면, 당장 철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 엄지원 기자 >

“영부인이 엄청 신경 써준다”  "삼부토건 관련된 사업 이야기 많이 나눠"

 
 
고위공직자법죄수사처(공수처) 오동운 처장과 이재승 차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공수처가 존속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은 손을 들어보라"는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의 발언에 모두 손을 들고 있다. [연합]
 

14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국정감사에서는 임성근 해병대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의 진원지였던 ‘멋쟁해병’ 단체대화방 멤버들이 출석해 공방을 벌였다. 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을 언론에 처음 제보한 김규현 변호사는 이날 참고인, 대통령 경호처 직원인 송호종씨는 증인으로 나왔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블랙펄인베스트의 이종호 전 대표도 단체대화방에서 이들과 교류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이종호씨가 브이아이피(VIP) 이야기한 것 들어본 적 있나”라고 묻자 송씨는 “(1년 전쯤) 김규현 후배가 ‘여사님하고 잘 지내십니까’ 하고 (이씨에게) 흘러가는 이야기를 했는데 제가 그 자리에서 말을 잘랐다”고 답했다. 김 변호사가 이씨와 김 여사와의 친분을 확인하려는 시도를 했고 이를 본인이 차단했다는 취지였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제가 기억하기로는 (이씨가) ‘가끔 연락한다. 과거에는 애기였는데 이제 영부인이 됐어’ 이런 말을 했다”고 답했다. 김 변호사는 별도의 발언 기회를 얻어 “제가 당시에 (송씨에게) ‘이종호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범인 것을 알았나’라고 물어봤을 때 이미 알고 있었다. (송씨가) ‘그래서 영부인이 엄청 신경 써준다는 거 아니냐’ 이런 식으로 말했다”고 했다. 이어 “(송씨가) 임성근 장군을 4성 장군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저희끼리 있을 때 이종호 대표와 송호종 증인은 삼부토건 관련된 사업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덧붙였다.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 수사를 촉구했다. 이성윤 민주당 의원이 “성과 안 남긴 처장으로 남고 싶나. 김건희 전담수사팀 꾸리겠냐”라고 질의하자 오동운 처장은 “제한적 인력으로 굉장히 애먹고 있는데 (위원 말씀을) 고려해서 진행하겠다”라고 답변했다. 이건태·서영교 의원도 각각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사건과 ‘명태균 불법 여론조사’ 사건 수사를 촉구했다. 오 처장은 알선수재와 정치자금법 위반 성립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야당 의원들은 오는 26일 임기가 만료되는 공수처 검사 4명의 연임을 윤 대통령이 미루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채상병 순직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공수처 검사들의 이름을 언급하며 “대통령이 공수처 검사를 임명하고 연임 임명도 한다. 대통령이 피의자가 될 수 있는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들에 대해 대통령은 사적 이해관계가 생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당은 공수처의 공소제기 실적이 미흡하다며 ‘공수처 무용론’을 제기했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공수처는 미진한 수사력, 수사지연, 절차 위반, 압수수색, 황제수사, 보안유출 등 끊임없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며 “오늘부로 공수처는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수처가 지난해 2400건의 사건을 접수하고 공소제기 실적이 없다는 점을 꼬집었다. 같은 당 곽규택 의원이 “공수처가 수사기관의 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존속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시는 분은 손들어보라”고 하자 공수처 쪽 기관 증인으로 참석한 오 처장을 비롯한 부장검사 등이 모두 손을 들었다.                  < 정혜민 강재구 기자 >

"불기소 처분 경우 특검 도입 도화선 될 가능성 커"

 
 
싱가포르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9일 오후(현지시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동포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이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심의 없이 사건을 처분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최재훈)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 동원된 계좌주 91명의 대한 전수 조사를 마치고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검찰은 사실상 수사를 마무리했지만 최근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 무혐의 처분 이후 비판 여론이 높아진 상황에서 처분 방식과 시기를 고심 중이다. 여당 안에서도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소한’ 수심위는 거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검찰은 이 사건을 자체 처분하기로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은 심우정 검찰총장의 지휘권이 배제돼 있어 최종 처분 결정은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몫이다.

앞서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사건과 관련해 열린 2차례의 수심위에서는 의견이 엇갈린 바 있다. 김 여사를 대상으로 한 수심위에서는 불기소 결론이, 김 여사에게 명품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에 대한 수심위에서는 기소 결론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최 목사의 수심위 결론을 받아들이지 않고, 사건을 모두 불기소 처분하면서 비판 여론이 거셌다.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을 수심위에 회부하지 않고 처분하기로 한 데에는 이런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수심위에 사건을 넘기지 않는 대신 최종 처분 전 수사 결과 검토를 더 면밀히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수사팀 외부 검사들이 수사 결과를 반박하는 이른바 ‘레드팀’ 운영 등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사건을 정리하면서 이런 절차를 거치는 게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서울중앙지검이 이런 과정을 거친 뒤 10·16 재보선 이튿날이자 서울중앙지검 국감 전날인 오는 17일에 수사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김 여사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놔야 한다”고 하는 등 사실상 기소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검찰도 ‘무혐의 후폭풍’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지난 8일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하게 되면 오히려 야당이 ‘거봐라, 명품 백도 봐주기 수사 불기소, 도이치모터스도 불기소, 그러니까 특검이 필요한 것 아니냐’ 하면 이 특검법에서 방어하기가 조금 더 어려워진다 하는 게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의 김 여사 불기소 처분이 특검 도입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실제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이 사건이 재판에 넘겨지고 법원에서 김 여사에 대한 유죄가 선고되면 검찰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이 특검법 재상정 및 통과 여부, 그리고 다음주로 예정된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 결과 등을 살피며 처분 시기를 늦출 가능성도 있다.

한 검찰 간부는 “국감이 마무리되기 전에 이 사건을 무혐의로 처분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검찰이 아무리 정권의 눈치를 본다고 해도 그런 무리를 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정환봉 강재구 >

 대통령실 등 당사자들 '일축'에 진실 공방 양상도

"내 전화로 김여사-김종인 통화 연결…'연기나 잘해' 발언, 내가 한 것"

 

취재진 질문 듣는 윤석열 대선 후보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윤석열의 정부혁신-디지털플랫폼정부' 공약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2022.1.2 [국회사진기자단]
 

야권이 김건희 씨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한 명태균 씨는 14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경선후보 당시 윤 대통령과 자주 연락하며 조언했다는 주장을 처음으로 방송에 나와 반복했다.

명 씨는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자택에 많이 가봤나'라는 질문에 "셀 수 없이 갔다"고 답했다.

그는 "거기(윤 후보 측) 연결이 된 거는 (2021년) 6월 18일"이라며 "한 6개월( 연락하며 조언했고), 본선이 되니까 그거는 당에서 다 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일 전화는 거의 빠짐없이, 낮에도 여러 번씩 계속 통화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6개월간 수시로 전화 통화하면서 조언한 것인가'라는 확인 질문에도 "맞다"고 답했다.

명 씨는 '윤 대통령의 국민의힘 입당 날짜를 조언했느냐'는 질문에는 "대통령 내외분이 전화가 와서 말씀하시길래 '오늘 그냥 입당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랬다"며 "제가 말씀드리고 나서 바로 입당하신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선 당시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윤 후보를 향해 "우리가 해준 대로만 연기를 좀 해달라"고 요구한 데 대해선 "그건 원래 제가 한 말"이라고 주장했다.

또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에 들어올 생각이 저를 만날 때 '제로'였다. 그래서 내가 얘기한 게 투자자·배급사가 국민의힘, 감독이 김종인, 연출은 이준석, 시나리오는 내가 짜줄 테니 후보는 연기나 잘하시면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 측과 김 위원장이 연결된 배경에 대해 "제 전화로 해서 (김건희) 여사하고 통화시켜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을 비롯한 당사자들은 명 씨의 이 같은 주장들을 모두 일축한 바 있어 진실 공방 양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명 씨는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당원 연락처 약 57만 건이 자신에게 유출됐다는 의혹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표 쪽에서 캠프와 관련 있는 사람이 의뢰해서 미래한국연구소에 그냥 연결만 시켜준 것"이라며 "나는 미래한국연구소하고 아무 상관이 없다. 5년 전에 제가 다 넘겨준 회사"라고 반박했다.

명 씨는 "대통령께서 '여태까지 내가 검사하면서 수많은 사람 만났는데, 명 박사처럼 그렇게 통 크게 얘기하는 사람 처음 봤다'(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대통령은 정말 이준석 대표를 좋아했다. 김 여사도 이 대표를 좋아했다"며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들은 한창 뜨고 있는 젊은 당 대표 이준석과 대선후보 윤석열이 합치면 자기들은 당에서 평생 아웃사이더가 됐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어떤 이간질이 들어가고, 오해가 생기고, 대통령과 여사가 또 상당히 참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 연합 홍지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