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서구인, 규율 따르고 자기희생하는 데 덜 익숙"

한국인 80% "코로나 두렵다" 스페인은 45% 불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대중교통·의료기관 등 마스크 착용 의무화 계도기간 첫날인 지난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지하철 잠실역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이동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국가가 미국이나 유럽국가에 견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조처와 규정을 잘 따르고 남들에게 폐를 끼쳐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문화' 덕이라는 분석이 재차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20"서구는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한 가운데 아시아는 바이러스를 궁지에 몰았다"면서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격차'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현재 미국과 유럽은 코로나19 재확산하는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의 '일평균 신규확진자'19일 기준 각각 56천명과 88천명이다.

반면 한국과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국가는 9월 이후 하루 신규확진자가 1천명 미만이다.

미국과 유럽은 '코로나19 피로감'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느슨히 해 재확산을 막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백신에 희망을 거는 반면에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신속히 대응한 아시아국가는 코로나19와 지속해서 싸우고 있다는 것이 WSJ의 분석이다.

신문은 "아시아국가들은 전국적 봉쇄조처 없이 코로나19를 억제해왔다"면서 이것이 가능했던 요인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접촉자 추적 노력 감염자를 분리하는 격리프로그램 엄격한 해외여행 제한 지속적인 홍보와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중동호흡기증후군(MERS) 경험으로 마스크 착용 등 방역조처의 광범위한 수용 문화적 차이 등을 꼽았다.

17일 영국 런던에서 백신접종과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코로나19)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사회적 거리 두기 권고 간판 아래를 지나고 있다.

WSJ은 아시아국가 정부들이 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시행한 '감시전략'이 광범위한 확산을 막은 요인 중 하나라고 강조하면서 한국을 예로 들었다.

이어 "서구는 사생활 침해라는 비판에 (아시아의) 감시전략을 따라 하지 않았다"면서 "자발적으로 경로를 남기는 애플리케이션이 유럽에 도입됐지만 널리 쓰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서구와 아시아는 감염자·접촉자 격리방식에도 각각 '자택격리''시설격리'로 차이를 보였다.

그러면서 서구의 자택격리 방침은 "누더기"라고 평가했는데 실제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 연구진이 지난달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이 조사한 영국 격리대상자 4분의 3'최근 24시간 내 집을 벗어난 적 있다'고 밝혔다.

서구와 아시아의 문화차이도 코로나19 대응 성패를 가른 요인으로 꼽혔다.

테오 익 잉 싱가포르국립대 공공보건대학장은 WSJ"아시아권 대부분은 '나의 독자행동이 타인의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은 인식이 잘 받아들여진 상태"라면서 "아시아인들은 (정부의) 권고를 더 잘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에 사는 한 중국계 이탈리아인 식당 주인은 신문에 "이탈리아에서 많은 자유를 누려왔고 이는 훌륭한 점"이라면서 "다만 우리는 규율을 따르고 자기를 희생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한 달을 집에 갇히면 따분해서 가만히 있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인은 미국인이나 유럽인보다 감염공포를 더 느끼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임페리얼칼리지런던과 여론조사기관 유고브(YouGov)의 지난달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인은 80%"코로나19 감염이 두렵다"고 했는데 한국보다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미국과 스페인의 경우 같은 답을 한 응답자 비율이 각각 58%45%에 그쳤다.

WSJ"코로나19 감염자가 증가하는데도 많은 서구인이 사회생활이 제한되는 데 지쳐 가족과 친구를 그만 만나는 대신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을 감수하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 런던에서 17( 백신접종과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반대하는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10초간 터치다운 성공나사 수집 작전 완벽

목표는 60g실제 채취량 확인엔 1주일 걸려

 

지난 8월에 실시한 터치다운 연습 장면. 나사 제공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OSIRIS-REx)가 지구에서 32천만km 이상 떨어져 있는 소행성 베누의 흙과 암석 표본을 수집하는 데 성공했다.

오시리스-렉스는 20일 오후 612(한국시각 21일 오전 712) 예정시간에 맞춰 베누 표면에 닿은 직후 표본을 수집한 뒤 곧바로 본 궤도로 복귀했다. 나사는 트위터를 통해 표본 수집은 완벽했으며, 표본을 수집하는 태그(TAG=Touch-And-Go) 작전이 끝난 뒤 우주선은 추진기를 점화해 베누 표면을 떠나 안전한 거리에서 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오시리스-렉스는 베누 750미터 상공에서 하강을 시작해 초당 10cm 속도로 4시간에 걸쳐 목표 지점인 테니스 코트 크기의 나이팅게일 충돌구에 다가갔다. 하강을 시작한 이후의 모든 과정은 자동으로 진행됐다. 지구에서 베누까지 신호를 보내는 데 걸리는 시간이 18분이나 걸려 실시간 원격제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이날 표본 채취에 주어진 시간은 불과 5~10초였다. 베누 표면에 가까워지자 오시리스-렉스는 원통형 수집 장치를 끝에 장착한 3.4미터 길이의 로봇팔(TAGSAM=Touch-and-Go Sample Acquisition Mechanism)을 뻗었다. 이어 수집장치를 5초 동안 표면에 갖다댄 뒤 질소 가스를 표면에 쏘아 튀어오르는 흙과 자갈을 담았다. 이날 수집 목표량은 60g이었으나, 나사는 실제로 얼마나 수집했는지 확인하는 데는 1주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01812월 오시리스-렉스 탐사선이 24km 상공에서 찍은 소행성 베누.

나사는 왜 그 먼거리의 베누 표본 수집에 나섰을까

나사가 베누를 연구 대상으로 정하고 표본 수집까지 나선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45억년 전 태양계 초기에 형성된 소행성이어서 태양계의 기원에 대한 단서를 갖고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나사 행성과학담당 이사 로리 글레이즈는 하루 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행성은 우주에 떠 있는 타임캡슐과 같아서 태양계 탄생에 대한 화석기록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성과 목성 사이에는 태양계 초기에 형성된 이런 소행성들이 1백만개 가량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둘째는 지구와의 충돌 가능성이다. 1999년 발견된 베누는 시속 10km의 속도로 태양 궤도를 돌며 6년에 한번씩 지구에 다가오는 지구 근접 천체다. 과학자들은 2175~2199년 사이에 지구와의 충돌 가능성을 2700분의 1 정도로 보고 있다. 지름 492m의 검은색 탄소질 소행성으로 다이아몬드 결정 모양을 닮았다. 과학자들은 베누의 성분을 파악하면 훗날 지구 충돌 위험에 대비한 회피 방법을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탐사선 이름 오시리스-렉스(OSIRIS-REX)`기원, 스펙트럼 해석, 자원 확인, 안전, 암석 탐사기'(Origins, Spectral Interpretation, Resource Identification, Security, Regolith Explorer)의 약자로, 우주선 이름 자체에 탐사 목적이 담겨 있다.

8억달러 프로젝트의 산물인 오시리스-렉스 탐사선은 15인승 버스 크기만 하며 20169월 발사돼 201812월 베누에 도착했다. 지난 2년 동안 베누를 돌며 표면을 촬영해 분석하고 표본 수집 장소를 물색해 왔다.

베누의 공전 궤도.

내년 3월 베누 떠나 2023년 지구로 돌아올 듯

나사가 나이팅게일 충돌구를 표본 수집 지역으로 선택한 것은 이곳에 유기물을 머금은 물이 있을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나사 과학자들은 그동안 수집한 데이터를 토대로 물이 베누 소행성 질량의 5~10%를 차지하며 탄소가 표면 전체에 퍼져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오시리스-렉스팀의 수석연구관 단테 로레타 애리조나대 교수는 베누 표본을 분석하면 지구가 물이 풍부한 행성이 되는 데 소행성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오시리스-렉스가 이날 목표인 60g을 채집하는 데 성공했을 경우 나사는 베누가 지구에 가장 가까워지는 내년 3월에 맞춰 지구를 향해 출발시킬 예정이다. 출발 2년 반 후인 2023924일 미국 유타주 사막에 도착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이날 표본 수집량이 부족하다는 판단이 들 경우엔 내년 1월 적도 인근 오스프리 지역에서 2차 표본 수집에 나선다.

미국에 앞서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2005년 하야부사1 탐사선으로 소행성 이토카와의 표본을 소량 채취한 데 이어 2018년엔 하야부사2가 소행성 류구에서 표본을 채집했다. 하야부사12010년 지구로 돌아왔고, 하야부사2는 오는 12월 돌아온다. 하야부사1이 수집한 양은 고작 1mg에 불과했다. 하야부사2100mg 정도에 그쳤다.     곽노필 기자


대만 국경절 행사장에 나타난 중국 외교관

참석자 사진 촬영퇴거 요청 불응 몸싸움

쿠데타 집권 바이니마라마 총리 지원한 중국

외교적으로 다룰 것피지 경찰, 수사중단



남태평양 섬나라 피지에서 중국이 대만과 난데없는 몸싸움 외교전을 벌였던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사건을 수사 중이던 피지 경찰은 돌연 외교적으로 풀기로 했다며 수사 중단을 선언했다. 남태평양 도서국을 상대로 중국과 대만이 벌이고 있는 외교전의 치열한 실상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의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 8일 피지 수도 수바의 그랜드퍼시픽 호텔에서 대만 상무대표처가 개최한 국경절(쌍십절) 경축 행사장에 초대받지 않은 중국 대사관 관계자 2명이 나타났다. 이들은 행사장 내부로 진입해 행사 참석자들의 사진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대만 쪽은 즉각 퇴거를 요구했지만, 이들은 이를 거부하며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대만 쪽 관계자가 가벼운 뇌진탕 증세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중국 쪽은 전혀 다른 주장을 내놨다. 피지 주재 외교관이 행사장에 간 것은 사실이지만, “공공장소에서 일상적인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몸싸움도 대만 쪽이 먼저 걸어와 폭행을 행사하고 재물을 손괴했으며, 중국 외교관 1명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도 했다. 특히 중국 쪽은 행사장에 대만을 연상시키는 깃발(청천백일기)을 내걸고, 축하 케이크에도 같은 그림이 그려졌다이는 명백히 하나의 중국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피지 당국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지난 2016년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 총통 집권 이후 남태평양 도서국을 상대로 기반시설 투자를 대폭 확대하면서 공세적 외교를 펼치고 있다. 지난해 9월 솔로몬제도와 키리바티가 1주일 간격으로 대만과 단교를 발표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1975년 중국과 수교한 피지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앞서 2005년 천수이볜 당시 대만 총통이 피지를 방문하기도 했지만, 이듬해 12월 프랭크 바이니마라마 장군이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한 이후엔 사정이 달라졌다. 특히 바이니마라마 정부가 민정 이양을 하지 않아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의 압박에 시달리던 20092월 시진핑 당시 국가부주석이 피지를 직접 방문해 양국 협력 확대와 대규모 원조 등을 약속했다. 바이니마라마는 지금껏 피지의 총리로 집권을 이어오고 있다.

한편, 대만 국경절 행사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이던 피지 경찰은 전날 외신을 통해 사건이 알려지자 20일 성명을 내어 돌연 수사 중단을 선언했다. 경찰 쪽은 당사자들이 외교적 수준에서 다루기로 합의했다. 경찰은 수사를 중단하고, 관련 논평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항미원조’ 70돌 중국, 한국전쟁 관련 애국주의 콘텐츠 봇물

 

영화 금강천의 포스터.

 

중국이 항미원조’(중국의 한국전쟁 명칭) 7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한국전쟁 관련 영화와 드라마 등을 대거 상영하면서 애국주의를 높이고 있다.

20<중국신문망>을 보면, 항미원조 70주년을 맞아 중국에 상영되는 애국주의 영화와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은 6편에 이른다. 영화 <금강천><영웅련> <보가위국>, 애니메이션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 드라마 <압록강을 건너>, 다큐멘터리 <항미원조전쟁> 등이다. 중국의 항미원조 기념일은 오는 25일이다.

이는 지난해 3편에서 두 배 늘어난 것으로, 10년 단위 기념일을 맞아 기념의 강도가 높아졌다. 미국과의 긴장 관계가 전에 없이 높아진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25일 개봉하는 영화 <금강천>은 한국전 당시 금강산 지류인 금강천에서 벌어진 전투를 다뤘다. 우징 등 중국 최고 스타 배우가 출연하고 제작비만 4억위안(680억원)이 투입됐다. 항미원조 참전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23일 개봉한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20부작 다큐멘터리 <항미원조 전쟁>과 드라마 <압록강을 건너>를 방영한다. 영화 <영웅련><보가위국>도 항미원조 70주년을 맞아 제작됐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나와 나의 조국> <중국 기장> <등반자> 등 애국주의 영화 3편이 동시 개봉됐으며, 올해처럼 동시에 6편의 작품을 선보인 것은 처음이다.

중국군은 한국전 발발 뒤 북한 요청으로 19501019일 압록강을 넘었다. 중국군은 엿새 뒤인 25일 한국군을 상대로 첫 승리를 거뒀는데, 이날을 미국에 대항해 조선을 돕는다는 항미원조 기념일로 정했다. 중국은 미군이 한국전에 개입해 38선을 넘으면서 중국의 안보를 위협했다며, 참전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최근 중국 누리꾼과 언론들은 방탄소년단의 한국전 관련 발언을 문제로 지적하며 논란을 키우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지난 7일 밴플리트상을 받으며 우리는 양국(·)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분들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는데, 이를 두고 중국인들의 희생을 무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현준 기자


유럽1’ 라디오 “130명은 수감 중, 51명은 조만간 구금 예정보도

교사 참수 충격 일파만파마크롱 정부 반 분리주의 법안도 탄력

 

18일 프랑스 파리 공화국광장에서 중학교 역사 교사 참수 테러 사건에 항의하는 시민이 내가 교사다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15년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이후 유행했던 구호인 내가 샤를리다에서 영향을 받아, 이번 참사 뒤에도 많은 시민이 연대의 의미를 담은 손팻말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프랑스에서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 만평을 보여줬다는 이유로 교사가 참수당한 사건에 대한 분노가 확산되는 가운데, 프랑스 정부가 이슬람 극단주의 성향 외국인 231명을 추방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가 이슬람 극단주의를 겨냥해 만들려는 반분리주의 법안도 이번 참극으로 인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프랑스 라디오 방송인 <유럽1>은 마크롱 정부가 이슬람 극단주의 성향으로 감시 대상에 오른 231명을 추방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부 장관이 사건 발생 이틀 뒤인 18일 지시했으며, 추방 대상 인물 중 180명은 현재 수감시설에 있고 51명은 조만간 구금될 예정이라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도 이름을 밝히지 않은 경찰 노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하며, 다만 내무부가 추방 계획을 확인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16일 오후 5시께 파리에서 북서쪽으로 30떨어진 콩플랑생트오노린의 중학교 인근 거리에서 중학교 교사 사뮈엘 파티가 흉기로 잔혹하게 살해당했다.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에 실렸던 무함마드 만평을 보여준 것이 피살 계기로 추정되며, 18살 체첸계 난민인 용의자는 현장에서 경찰에 사살당했다. 18일 파리와 리옹, 툴루즈 등 프랑스 전역에서 시민 수만명이 테러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고, 파리 공화국광장에는 내가 교사다손팻말을 든 이들이 쏟아져 나왔다.

18일 프랑스 파리 공화국광장에 시민들이 모여 역사 교사 사뮈엘 파티가 참수당한 테러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이번 테러는 마크롱 정부가 자생적 이슬람 극단주의 발생을 저지하기 위해 반분리주의 법안을 추진하는 도중에 터졌다. 반분리주의 법안은 프랑스가 전통적으로 중요시하는 정교분리를 강조하며 프랑스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교육을 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 뼈대다. 구체적으로는 외국에서 온 이맘’(이슬람 지도자)이 프랑스에서 이슬람 지도자 교육을 하는 것을 중지시키며, 학교에 보내는 대신 홈스쿨링을 하는 것도 엄격하게 제한한다. 마크롱은 우리의 세속주의가 우리의 방패라며 2017년 대선 후보로 출마했을 때부터 정교분리를 강조했고, 지난해부터 이슬람 극단주의를 거론하며 분리주의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난 2월에는 분리주의와의 전쟁을 선언하며 법안 제정을 추진했다. 이후 코로나19 확산으로 법안 제정 움직임이 지지부진했으나, 이달 초 마크롱이 내년 초 의회에 법안을 제출하겠다며 추진 의지를 확인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테러로 프랑스에서 표현의 자유와 세속주의를 강조하는 이들의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프랑스 내 무슬림은 유럽에서 가장 많은 6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참사 이전에도 12명이 숨진 20151<샤를리 에브도> 사건, 120여명이 숨진 같은 해 11월 파리 총격 등 이슬람 극단주의자에 의한 테러 공격이 수차례 있었다. 용의자 상당수는 외국에서 온 이들이 아니라 프랑스 내부의 극단주의자들이었고, 이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마크롱 정부는 이슬람포비아(이슬람 혐오)는 배격한다면서, 이슬람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며 반분리주의 법안을 만들 때도 무슬림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분리주의 법안이 프랑스 내 무슬림을 고립시킬 수 있다는 우려 또한 많다. 조기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