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선거불복 발언에 '민주주의 타락' 경악

"모욕·방해 등 길거리싸움로마시대 이종격투기"

 중국 "미국 점점 빨리 정치체계 우월성 잃어간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의 첫 토론을 지켜본 세계 각국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무질서한 말싸움이 몰상식하다는 평가를 넘어 세계 최고의 민주주의 국가 중 하나인 미국이 몰락하는 징조가 나타났다는 탄식까지 나왔다.

30일 미국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세계 각국은 백인우월주의를 배척하지 않고 대선결과에 불복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미국이 뭔가 잘못됐다'는 진단을 쏟아냈다.

독일 레겐스부르크 대학의 슈테판 비에링 국제정치학 교수는 "미국은 언제나 민주주의의 롤모델이었다""민주주의의 모국이 위험한 경로로 빠져들고 있다"고 말했다.

싱크탱크인 독일마셜펀드의 울리히 스펙 연구원은 "미국 상황이 통제 불능이 돼간다는 게 유럽의 공감대"라며 "이번 대선 토론은 미국 민주주의의 상태가 안 좋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말했다.

미국 외교관 출신인 존 샤피로 유럽외교협회(ECFR) 국장은 외국인들이 이번 토론을 미국 민주주의 퇴화의 또 다른 신호로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뿐만 아니라 언론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사설을 통해 "지난 4년간 트럼피즘(트럼프 대통령의 정치행태)이 세계 최고의 민주주의 국가 가운데 하나가 약해지는 데 큰 역할을 했다""이는 다른 모두에게 타산지석"이라고 지적했다.

후보가 거의 한 마디도 정상적으로 말을 맺을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웠던 토론의 방식도 개탄의 대상이 됐다.

보리스 존슨(보수당) 영국 총리와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당수의 작년 토론 때 사회를 본 BBC방송의 언론인 닉 로빈슨은 이번 대선 토론을 "모욕, 방해, 소음"으로 요약하며 '길거리 싸움'으로 불렀다.

호주 일간지 디 오스트레일리언도 "두 후보의 토론이 고대로마의 콜로세움 격투나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이종격투기에 더 가깝다"고 혹평했다.

스위스의 일간지인 노이에취르허차이퉁은 "미국이 현재 어떤 상황에 빠져있는지 궁금했던 사람들은 그 90(토론이 이어진 시간) 동안 알게 됐을 것"이라며 "전통이 싸구려 TV 리얼리티쇼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우방뿐만 아니라 적대적 관계가 짙어지고 있는 중국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왔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토론에서 미국이 분열되고 혼란스럽다는 점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의 대변인처럼 행세하고 있는 후시진 글로벌타임스 편집장은 자기 트위터를 통해 "미국 사회의 분열과 걱정, 미국 정치체계가 그 우월성을 점점 더 빨리 잃어간다는 점이 이번 토론에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첫 토론 뒤 미 CNBC 여론조사 "트럼프 41%-바이든 54%"

"77%, 미국인을 자랑스럽지 못하게 해변심은 2% 불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두 자릿수 차로 뒤지고 있다는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 결과는 지난달 29일 첫 대선 TV토론 이후에 실시된 것이다.

CNBC와 체인지리서치가 토론이 열렸던 지난달 29일 밤부터 30일까지 전국 유권자 925명을 상대로 벌인 여론조사(오차범위 ±3.22%포인트) 결과 응답자의 54%는 바이든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1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41%였다.

796명을 대상으로 한 1TV토론과 관련한 조사(오차범위 ±3.47%포인트)에서는 53%가 바이든 후보가 더 잘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았다는 응답자는 29%로 나왔다.

응답자의 45%는 트럼프 대통령이 토론에서 기대에 못 미쳤다고 말했다. 바이든 후보가 예상보다 토론을 잘하지 못했다는 응답자는 11%로 나타났다.

특히 조사 대상자의 77%1차 토론이 자신들이 미국인임을 자랑스럽게 느끼지 못하게 했다고 답했다.

더힐은 "토론에 대한 대중의 암울한 인식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했다.

그럼에도 이번 토론으로 마음을 바꿔 먹었다는 응답자는 2%에 불과했다.

 


TV토론 혹평에도 진행방식 변경엔 일각서 우려·신중론

첫 진행 월리스 앵커 "마이크 차단 반대"백악관 "규칙 공정해야

 

미국 대선 후보들의 첫 TV토론이 '재앙' 수준이라는 혹평을 받은 후 진행방식 변경이 추진되면서 일부에선 견제의 목소리도 나온다.

1일 미 언론에 따르면 첫 토론 진행자인 폭스뉴스 크리스 월리스 앵커는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향후 토론에서 진행자가 후보들의 마이크를 차단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월리스 앵커는 토론의 정신과 관련된 이유와 실제적인 이유 둘 다 때문에 후보자 마이크 차단에 반대한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는 "현실적으로 대통령의 마이크가 꺼졌더라도 그는 계속 방해할 수 있었고, 그건 바이든의 마이크에 포착될 수도 있었다""여전히 진행을 방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토론위는 첫 토론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전날 성명을 내고 질서 있는 토론을 위해 추가적인 체계를 더하겠다면서 "머지않아 조치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대선 첫 TV토론을 진행한 크리스 월리스 폭스뉴스 앵커

이와 관련, CBS 방송은 향후 토론에선 후보가 규칙을 위반할 경우 진행자가 마이크를 차단할 권한을 가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마구잡이로 끼어드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월리스 앵커는 "두 후보 모두 미국인 수천만 명의 지지를 받고 있다"며 발언권 제한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그는 첫 토론과 관련해선 "이것이 단지 토론의 시작뿐만 아니라 전체 토론을 위한 대통령의 전략이 되리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며 뒤늦은 아쉬움을 표했다.

첫 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의 발언 도중 번번이 끼어들며 방해해 원만히 진행되지 못했고 양측이 동시에 설전을 벌여 볼썽사나운 상황이 자주 연출됐다.

로나 맥대니얼 공화당 전국위원장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캠프는 토론회를 더 부드럽고 더 쉽게 만드는 어떤 변화에도 저항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세계 무대에 서게 될 것이고 논쟁을 다룰 수 있다. 그들이 합의한 규칙을 변경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토론위가 양측의 동의 없이 임의로 규칙을 바꾸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토론 규칙에 동의할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며 특정 규칙을 따르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고 CNN 방송이 전했다.

매커내니 대변인은 "(트럼프)는 토론하기를 원하고 토론에 참여할 계획이지만 그는 규칙이 공정하기를 원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특정 후보가 토론을 잘 수행하지 못하는 것을 가려주는 규칙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브리핑하는 케일리 매커내니 미국 백악관 대변인


트럼프 ‘집요한 끼어들기’- 바이든 ‘실수 없는 공격’…입씨름 “최악 토론”

미 대선후보 첫 TV토론서 트럼프 - 바이든 격돌

인종차별·우편투표·코로나19 등 놓고 격한 공방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의 바이든 전 부통령이 29 미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첫 대선 후보 텔레비전 토론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는 전체 분위기를 흐릴 정도로 끼어들기를 일삼았고, 바이든은 예상보다 실수를 범하지 않으며 트럼프를 공격했다.’

29일 밤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첫 대선 후보 텔레비전 토론은 간단히 말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대선(113)35일 앞두고 마주 선 두 사람은 코로나19, 경제, 인종차별, 대법원, 의료보험, 기후변화, 우편투표 등의 주제를 놓고 90분 간 치열한 입씨름을 벌였다. 하지만 지금껏 지켜본 대선 후보 토론 중 최악이었다”( 앵커 제이크 태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혼란스러움이 정책 내용을 압도한 토론이었다. 진행자인 <폭스 뉴스>의 앵커 크리스 월리스는 바이든의 발언 와중에 수시로 끼어드는 트럼프를 제지하느라 애를 먹었고, 토론은 수시로 주제를 벗어났다. 트럼프가 졸린 조라고 불러온 바이든은 이날 트럼프를 거짓말쟁이라고 하는 등 공세적인 태도로 임했다. 토론은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케이스웨스턴리저브 대학에서 열렸다.

인종주의 비판 안 한 트럼프

트럼프는 백인우월주의자들과 민병대를 비난하고 그들에게 자제해달라고 말하겠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들을 뭐라고 불러야 하냐며 즉답을 주저했다. 바이든이 대표적 우파 그룹인 프라우드 보이스를 언급하자 트럼프는 프라우드 보이스, 물러나서 대기하세요!”라고 하더니 곧장 그러나 누군가는 안티파와 좌파에 대해 뭔가 해야 한다. 왜냐면 이건 우익이 아니라 좌익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급진 좌파가 폭력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트럼프의 발언 뒤 프라우드 보이스회원들은 온라인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더러 가서 그들을 부수라고 했다. 아주 기쁘다”, “대통령님, 우리는 준비돼 있습니다등의 반응을 보였다.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에 총기 등으로 대항하는 백인우월주의자들을 트럼프가 오히려 옹호해준 셈이 된 것이다. 바이든은 트럼프는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정면으로 공격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시카고, 포틀랜드 등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 과정에서의 폭력 양상을 언급하면서 법과 질서를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 민주당 대선 후보가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번째 대선후보 텔레비젼 토론회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편투표에 트럼프 대법원 갈 수” vs. 바이든 투표하라

트럼프가 사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비난해온 대선 우편투표도 뜨거운 쟁점이 됐다. 트럼프는 우편투표로 인해 대선 개표가 길어질 경우, 그 사이 승리 선언을 하지 않고 평정을 유지하겠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하지 않은 채 내 지지자들에게 투표장에 가서 매우 주의깊게 지켜보라고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주에서는 원하지 않더라도 우편투표를 할 기회를 주는 보편적 우편투표에 부정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 하면서, 대법원이 그 투표용지를 살펴보는 경우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전에 볼 수 없던 사기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몇달 동안 (대선 결과를) 모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바이든은 그것(대통령 당선자)이 나든 아니든 그 결과를 지지하겠다고 대답했다. 바이든은 우편투표 논란과 관련해 선거의 온전함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에 관한 질문에, 유권자들을 향해서 투표장에 가서 투표하라고 말했다. 바이든은 우편투표가 사기라는 증거는 없다(트럼프)는 당신이 이 선거의 결과를 결정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그는 그저 개표하는 게 두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아들 놓고 충돌

가족 문제는 토론의 주제가 아니었지만, 다른 사안을 논의하는 와중에 바이든의 아들 문제가 나왔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1차 세계대전 미군 전사자를 호구라고 비하했다는 언론 보도를 활용해 트럼프를 공격했다. 바이든은 뇌암으로 숨진 장남 보 바이든이 이라크에서 2년간 복무했다면서 그는 패배자가 아니었다. 애국자였다. 거기 남겨진 사람들은 영웅이라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나는 보를 모른다. 헌터는 안다며 바이든의 차남 헌터 바이든 의혹으로 화제를 돌리려 했다. 트럼프는 그동안 헌터가 바이든 부통령 시절에 우크라이나와 중국에 취업해 거액의 돈을 받았다며 헌터는 어디 있냐고 공격해왔다. 트럼프는 이날 바이든이 중국과의 무역 적자 심화 문제로 자신을 공격하자, 대뜸 헌터가 중국에서 거액을 받았다며 주제와 무관하게 공세를 폈다. 바이든은 평정심을 유지하려는 듯 눈을 감기도 하면서 사실이 아니다. 내 아들은 잘못한 게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내 아들은 다른 미국 가정들이 많이 겪듯이 마약 문제를 겪었다며 그가 문제를 극복해 자랑스럽다고 했다.

가볍게 지나간 트럼프 ‘88만원 소득세

이날 토론을 이틀 앞두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한 트럼프의 세금 문제도 다뤄졌다. 하지만 최대 쟁점이 될 것이라는 일부의 예측과 달리, 이 문제는 집중적인 논쟁 대상이 되지 못 했다. 바이든은 수백만 달러를 냈다고 주장하는 트럼프를 더 물고 늘어지는 데 실패했다. 바이든은 경제 정책 순서에서 억만장자들은 트럼프를 좋아한다며 트럼프가 소득세를 750달러(88만원) 냈다고 언급했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 27, 트럼프가 지난 15년 가운데 10년은 소득세를 내지 않았으며, 대통령에 당선된 2016년과 2017년에 각각 소득세를 750달러만 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은 이날 토론을 앞두고 납세 자료를 공개한 터였다. 바이든 부부는 2019년에 약 985000달러(115천만원)의 소득에 대해 연방세금과 기타 지불금으로 346000달러(4447만원) 이상을 납부했다. 진행자인 월리스가 ‘2016년과 2017년에 소득세를 얼마 냈느냐고 묻자 트럼프는 수백만 달러라고 답했다. 바이든이 납세 자료를 공개하라고 하자 트럼프는 “(국세청 감사가) 끝나는대로 보게 될 것이라고 기존 답변을 되풀이했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학교 교사보다도 세금을 적게 낸다며 트럼프가 세금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한 뒤 그래서 내가 트럼프 세금(제도)을 없애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는 당신이 47년 동안 한 일보다 내가 47개월 동안 한 일이 많다며 딴소리로 화제를 돌렸다. 그 뒤 트럼프 세금 문제는 더 거론되지 않았다. 바이든으로서는 큰 공격 포인트를 하나 놓친 셈이다.

두 사람은 코로나19 대응과 경제 실적, 기후변화 대응, 의료보험 등을 놓고도 논쟁을 벌였다. 트럼프는 바이든이 의료를 사회주의화하려 한다고 하는 등 바이든에게 사회주의인상을 씌우려 시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미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 민주당 후보와의 대선 토론에 참석해 지지자들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연합뉴스

유명 앵커도 진땀 뺀 트럼프의 끼어들기

이날 토론을 지배한 것은 정책 내용보다도 트럼프의 끊임 없는 끼어들기였다. 트럼프와 바이든, 때로는 진행자 월리스까지 2~3명의 말이 동시에 부딪치는 순간들이 잦았다. 트럼프는 작심한 듯 토론 시작부터 바이든이 발언하는 중간에 옆에서 바이든은 코로나19로 중국에 미국 입국 차단 조처를 내리는 데 반대했다는 등 자신의 주장을 폈다. 각자에게 2분씩 발언 시간을 주고, 상대방이 발언할 때는 끼어들지 않기로 사전에 합의해놓고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트럼프의 이런 행태가 반복되자 경륜의 진행자 월리스가 트럼프를 향해 바이든이 발언을 끝내도록 해달라며 수차례 제지했다. 트럼프는 월리스가 질문하는 것마저 무시하고 자신의 말을 계속 하려 했고, 월리스는 대통령님, 나는 이 토론의 진행자이고, 나는 당신이 내 질문을 할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월리스는 또 사전에 양 캠프가 약속한 것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트럼프가 바이든한테도 그렇게 하라고 하자 월리스는 당신이 더 많이 끼어들었다고 답하기도 했다. 바이든 또한 트럼프가 자꾸 끼어들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잠깐 입 좀 다물어줄래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신공격도 난무했다. 바이든이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트럼프)가 더 똑똑하고 더 빨라지지 않는다면 더 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라고 말하자 트럼프는 똑똑하다는 단어를 썼느냐당신은 반에서 꼴찌거나 최하위권으로 졸업했다. 나에게 다시는 그 단어를 쓰지 말아라. 당신에게 똑똑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당신은 델라웨어주립대에 다녔다고 했는데, 자신의 대학 이름도 까먹었다. 당신은 거기에 안 다녔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최근 유세에서 과거 상원의원 출마를 델라웨어주립대에서 선언한 것을 일컬어 나는 델라웨어주립대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는데, 이를 두고 일부 보수 언론은 델라웨어대를 나온 바이든이 델라웨어주립대를 다녔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바이든 또한 정면 공격을 피하지 않았다. 그는 일방적 주장을 펴는 트럼프를 거짓말쟁이”, “광대라고 면전에서 일컬었다. 또 트럼프를 이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트럼프가 말해온 슬리피 조(졸린 조)’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승자 없는 토론최대 피해자는 유권자

이날 토론을 놓고 <시엔엔>(CNN) 앵커 제이크 태퍼는 내가 본 대선 토론 중 최악이었다. 이건 토론이 아니라 망신이다라고 평했다. <뉴욕 타임스>의 한 기자는 최대의 패배자는 유권자라고 촌평했다. 이 매체의 기자 네이트 콘은 실시간 중계에서 오늘 밤 승자는 없다. 그러나 승자가 없다는 것은 조 바이든이 승자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그동안 바이든의 정신건강을 문제 삼으며 바이든의 토론 실력이 형편 없을 것처럼 말해왔는데, 이날 트럼프가 토론에서 승리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바이든이 선방했다는 뜻이라고 본 것이다. 반면, 보수 성향의 <폭스 뉴스>는 이날 토론 직후 바이든이 대법관 구성의 보수 우위 구도를 깨기 위해 대법관 인원을 늘릴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확답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하고, 바이든이 몇 차례 말을 더듬는 장면을 내보냈다. 이 매체는 트럼프를 껑충 뛰는 야생마라고 표현했다.

<시엔엔>과 여론조사 기관인 에스에스아르에스(SSRS)와 공동으로 이날 토론회를 시청한 56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바이든이 잘 했다는 응답이 60%, 트럼프가 잘 했다는 평가(28%)보다 높게 나왔다.

이날 토론은 코로나19 때문에 두 사람이 무대에 올라서 악수나 팔꿈치 인사조차 하지 않은 채 곧바로 시작됐다. 방청석에는 사전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100명도 안 되는 인원이 거리를 둔 채 앉았다.

대선 후보 토론은 1015일과 22일 두 차례 더 열린다. 107일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부통령 후보 토론에 나선다. <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


시청자 조사 바이든 '판정승' 했지만"69%, 짜증 느껴"

CNN '바이든 60%, 트럼프 28%',   CBS '48% 41%'

 

미국 첫 대선 TV 토론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보다 우세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CNN 방송과 여론조사 기관인 SSRS29일 토론회 직후 토론을 시청한 568명을 대상으로 조사(오차범위는 ±6.3%포인트)한 결과 바이든 후보가 잘했다는 응답비율은 60%였고, 트럼프 대통령이 앞섰다는 평가는 28%인 것으로 나타났다.

토론 직전 동일한 유권자를 대상으로 우세 후보를 전망하는 조사에서도 바이든 후보가 56%로 트럼프 대통령(43%)을 앞섰다.

앞서 지난 2016년 첫 대선 TV 토론회 직후 실시한 조사에서도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62%를 기록해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트럼프 대통령(27%)보다 우위를 나타냈다.

이어 '어느 후보가 더 진실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65%가 바이든 후보를, 29%가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응답했다.

또 응답자 가운데 69%는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에 공세를 가하는 게 정당하다고 답한 반면, 반대의 경우는 32%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서 무당층을 제외한 응답자 중 39%는 민주당을, 25%는 공화당을 지지했다고 CNN은 밝혔다.

CBS뉴스가 토론을 시청한 유권자 139명을 인터뷰 조사(오차범위는 ±3.4%포인트)한 결과에서도 바이든 후보(48%)가 이겼다고 응답한 사람이 트럼프 대통령(41%)보다 많았다. 응답자의 10%는 동률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원 중에서는 92%가 바이든이 승리했다고, 공화당원 중에서는 82%가 트럼프 대통령이 이겼다고 각각 밝혔다.

CBS"이 격차는 두 후보의 전국 지지율과 다르지 않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응답자의 다수인 69%가 토론에서 짜증을 느꼈다고 답했고, 유익하다고 답한 유권자는 17%에 불과했다. 31%는 즐거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토론 분위기가 부정적이었다는 응답자는 83%였고, 17%가 긍정적이었다고 했다.

이번 토론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갔다고 답한 사람은 각각 24%, 38%였다. 반면 호감도가 떨어졌다는 응답자는 트럼프 대통령 42%, 바이든 후보 32%로 나타났다.

88만원 소득세 등 세금 문제 대선 이슈로트럼프 가짜뉴스반발

재선되면 심각한 이해 상충 소지, 펠로시 의장, ‘국가안보 문제공세

 


소득세를 750달러(88만원)만 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세금 문제가 다시 미국 대선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트럼프가 대통령 취임 전후에 냈다는 이 세금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의원과 켈리앤 콘웨이 전 백악관 선임고문의 남편 조지 콘웨이가 트위터에서 각각 조롱한 것처럼, “술집 바텐더로 일하며 냈던 세금보다도 적고”, “애완견 관리에 쓴 돈보다도 적은 금액이다. 오카시오 의원은 미국 최대 부동산 재벌이라는 트럼프가 웨이트리스와 미등록 이민자보다 우리 지역사회 자금 지원에 덜 기여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가 지난 27일 보도한 세금 논란에 대해 트럼프는 가짜뉴스라면서도 세금 납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그는 세금으로 수백만달러를 냈다면서도 세금환급도 받았다고 해명했다. 트럼프재단 쪽은 “(보도가)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 부정확하다고 말했다. 이 해명은 트럼프가 거액을 세금으로 냈지만 대부분을 세금환급 제도를 통해 돌려받았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뉴욕타임스>의 보도를 보면, 트럼프는 많은 개인 비용을 회사 경비로 처리하고, 회사가 적자라고 보고해 세금 납부를 회피한 의혹이 있다. 자산을 뻥튀기한 의혹도 있고, 개인 부채도 3억달러에 달한다. ‘절세가 아니라 탈세 의혹이 있는 것이다.

저소득층보다도 적게 낸 세금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세금 자료에 합법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취재원을 통해 1990년대 말부터 2017년까지 18년간의 그와 그의 회사들의 세금 자료를 확보했다며, 주요 내용을 지난 27일 보도했다.

주요 내용은 그가 대선이 치러졌던 2016년과 취임 뒤인 2017년에 각각 연방 소득세 750달러(87억원)만 냈고, 18년 중 11년 동안에는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사업체가 큰 손실을 봤다고 보고하는 방식으로 납부 세금을 낮추고 텔레비전 리얼리티쇼에 출연하면서 한 머리 손질 비용으로 7만달러(8190만원), 딸 이방카의 머리 손질 및 화장 비용으로 95464달러(11170만원) 등 사적인 비용을 회사 비용으로 처리한 뒤 세금 공제를 받고 이방카 등 가족을 포함한 지인들에게 2600만달러(304억원)컨설팅 비용으로 지급했다.

트럼프는 납부 세금 대부분을 공제를 통해 돌려받는 방식을 사용했다. 18년간 9500만달러(1111억원)의 세금을 냈으나, 연방세 환급으로 7290만달러(852억원)를 돌려받았다. 국세청(IRS)은 지난 2011년 이런 세금환급이 적절한지를 살펴보는 감사에 착수했으나 아직 심사 중이다.

노동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미국 가구의 평균 소득은 78635달러(9200만원)이고, 이들의 연방 소득세는 9302달러(1088만원)이다. 미국의 소득 상위 0.001%에 속하는 최상위 부자들은 각종 세금환급 제도를 활용하지만, 소득세율은 24.1%이다.

트럼프가 20002017년 실질적으로 낸 연방 소득세는 연평균 140만달러(16억원). 미국 최상위 0.001% 부자들의 연평균 연방소득세 납부액인 2500만달러(292억원)5.6%에 불과하다.

사업체는 적자인데 트럼프는 막대한 수익

트럼프가 서민보다도 적은 세금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사업체가 손실을 봐서 적자라고 신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자신은 대중적으로 유명하게 만들었던 <어프렌티스> 등 텔레비전 리얼리티 쇼 출연에 힘입어 많은 돈을 벌었다. 브랜드 이미지로 번 돈 때문에 거액의 세금이 부과되면, 사업 손실을 이유로 납부한 세금을 환급받아 온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2000년 이후 핵심 사업체인 골프장에서 31500만달러(3685억원) 이상의 손실을 냈고, 2016년에 개장한 워싱턴DC 호텔도 짧은 기간에 5500만달러(643억원) 이상 적자가 났다.

반면, 20042018년 동안 트럼프가 자신의 브랜드를 활용해 번 돈은 총 42740만달러(5000억원)이다. 이렇게 번 돈에 대한 세금은 자신의 골프장 등 사업체 손실로 상쇄해 세금을 줄인 것이다.

<어프렌티스>에 출연해 얻은 인기가 시들해져 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트럼프는 대선 출마를 선언해 당선됐다. 자신의 브랜드 허가권 계약에 다시 활기를 얻었고 트럼프의 재무 상황도 개선됐다.

트럼프 사업체의 이해 상충 의혹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사업체 일부가 대통령에게 접근해 시간과 호의를 얻으려는 로비스트, 외국 관리 등으로부터돈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이후 2년 동안 해외에서 7300만달러(853억원)의 수입을 거뒀다고 신문은 주장했다. 대부분의 수입은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에 있는 그의 골프장에서 나왔다. 트럼프재단도 권위주의 정권 지도자나 골치 아픈 지정학적 문제를 가진 나라와의 허가권 계약으로 돈을 받았다. 이런 허가권 계약으로 트럼프 자신은 필리핀에서 300만달러, 인도에서 230만달러, 터키에서 100만달러를 받았다.

하지만, 트럼프는 지난 2012년 트럼프타워를 담보로 1억달러를 빌리는 등의 일로 모두 42100만달러(4924억원)의 대출을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 트럼프타워를 담보로 한 1억달러는 2022년이 만기인데 아직 한 푼도 갚지 못했고, 3억달러는 오는 2024년까지 상환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된다면, 이 돈을 둘러싼 심각한 이해 상충이 발생할 것이 분명하다. 그가 이번 대선에서 재선되지 못한다면, 파산할 가능성이 있다. 당장 국세청이 7290만달러의 세금환급이 부당하다고 결정하면, 트럼프는 1억달러 이상을 토해내야 한다.

미국의 행위예술가 마이크 하이시가 28일 뉴욕 맨해튼의 뉴욕타임스 사무실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가면을 쓰고 죄수복을 입은 채 <뉴욕타임스>를 읽고 있다. 그가 들고 있는 신문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5년 중에 10년 동안 소득세를 내지 않았다는 등 탈세 의혹이 담겨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민주당, ‘국가안보의 문제로 총공세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엔비시>(NBC)와의 회견에서 대통령이 4억달러 이상의 빚을 진 것 같다누구에게? 다른 나라들에? 그들이 가진 영향력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 펠로시 의장은 그래서, 나에게는 이것은 국가안보 문제이다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현직 대통령이 수억달러를 채권자들에게 (채무 상환을) 개인적으로 보증하고, 그 채권자들이 누구인지도 (우리는) 모른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의 지도자들이 채권자일 수 있다고 공격했다. 그는 푸틴이 정치적으로, 개인적으로, 재무적으로, 이 대통령에게 무엇을 가지고 있냐고 묻기도 했다.

트럼프는 트위터에서 나는 수백만 달러의 세금을 냈지만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감가상각과 세액공제를 받을 자격이 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자산 가치와 비교해 부채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자신의 부채는 가지고 있는 재산으로 상쇄된다고 시사한 것이다. 그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는 <폭스뉴스>와 회견에서 <뉴욕타임스>의 보도에는 급여와 부동산 및 재산 관련 세금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아버지는 수천만 달러의 세금을 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쪽은 이번 보도가 29일 열리는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 앞서 트럼프를 공격하려는 야당과 비우호적인 언론들의 비방이라며 일축해야 한다고 지지층에 호소하고 있다.    정의길 기자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과 영상통화, 철거 협조요청

 

유럽을 방문 중인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이 독일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독일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산케이신문과 NHK 등에 따르면 모테기 외무상은 1일 오후 프랑스에서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과 영상통화를 하고 양국 간 현안을 논의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마스 장관에게 독일 수도 베를린 중심부에 최근 설치된 '위안부상'을 거론한 뒤 일본 정부 입장과 어긋나는 것이라며 철거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르투갈을 거쳐 프랑스를 찾은 모테기 외무상은 원래 독일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경호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마스 장관이 자가격리에 들어가자 독일 방문을 취소하고 전화회담으로 대체했다.

모테기 외무상의 소녀상 철거 요청은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의 '유감 입장' 표명과 맞물려 주목된다.

지난달 25일 베를린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베를린=연합뉴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장관은 독일 수도 베를린 거리에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소녀상이 세워진 것에 대해 지난달 29"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과 양립할 수 없는 것"라며 "일본 정부는 다양한 관계자와 접촉하고 기존 입장을 설명하는 등 계속해서 소녀상 철거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베를린 미테구()의 비르켄 거리와 브레머 거리가 교차하는 지점에 베를린의 한국 관련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 주도로 소녀상이 세워져 지난달 28일 제막식이 열렸다.

독일에서 소녀상이 설치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이고, 공공장소에 세워진 것은 첫 사례다.

이전에는 2017년 남동부 비젠트의 사유지인 네팔 히말라야 공원, 지난 3월 프랑크푸르트의 한인 교회에 건립됐다.

한편 모테기 외무상은 1일 파리에서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만나 유네스코의 비정치화 개혁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조직개혁을 포함하는 유네스코 강화 노력을 지지한다""(일본 정부는) 교육, 문화, 과학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공헌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아줄레 사무총장은 "일본과의 협력 관계를 한층 강화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

교도통신은 모테기 외무상의 유네스코 지지 발언에 대해 징용 피해자 관련 사실을 왜곡 전시한 문제를 놓고 한국이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를 포함한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의 세계문화유산 등록 취소 검토를 요구한 것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2015년 군함도 등 조선인 강제노역 시설 7곳을 포함한 메이지 산업유산 23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올리는 과정에서 산업유산정보센터를 설치해 강제노역 피해자를 기억하는 일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6월 도쿄 신주쿠(新宿)에서 문을 연 정보센터는 징용 피해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증언과 자료를 전시하는 등 일본 정부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후속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와 관련, 한국 정부는 등재 취소 가능성 검토를 포함해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충실한 후속 조치 이행을 일본에 촉구하는 결정문이 채택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유네스코에 요청했다.


독일 베를린에 첫 소녀상 세워져… “성폭력 피해자들 용기 상징”

독일, 한인 시민단체 연대 결실 일본군 피해자만의 상징 아니다

일본 관방 철거 위해 관계자와 접촉할 것철거 시도에 나설 듯

 

28일 독일 베를린시에서 열린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 때 야지디족 인권운동가인 누지안 귀나이가 소녀상의 손을 잡고 있다.

 

"평화의 소녀상(소녀상)은 성폭력 피해자들의 용기와 정의에 대한 상징이다. 그 싸움은 오늘 갇혀 있는 3000명 야지디족 여성들에 대한 지원으로 이어져야 한다." (베레나 프랑케, '하나 된 세상을 위한 재분배재단' 여성분과 대표)

"소녀상이 세계 도처에 세워져야 하는 이유는 콩고,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미얀마에서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전쟁 성폭력에 눈을 돌리도록 하기 때문이다." (인자 에쉐바흐, 전 라벤스부르크시 나치강제수용소 기념관장)

28일 독일 베를린시에서 열린 평화의 소녀상제막식에서 세계 전쟁 성폭력 피해 지역이 하나하나 호명됐다. 건립을 주도한 독-한 단체 코리아협의회와 함께 소녀상 건립에 힘을 보탠 베를린 일본 여성 모임회원들, 독일 지역 문화운동 단체, 수단 여성인권단체, 함흥지역 장애인들을 후원하는 추잠멘 함흥등 다양한 여성 인권운동 활동가들은 제막식 자리를 빌려 지금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가 성폭력들을 폭로하고 해결을 요구했다.

이날 가장 많이 호명된 이들은 이라크 북부 소수민족 야지디족 여성들이다. 야지디족 인권운동가인 누지안 귀나이(40)한국에서 온 소녀상은 야지디 여성들의 모습 그대로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베를린 야지디 여성협회를 만들기도 한 귀나이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2014년 이슬람국가(IS)의 야지디족 인종 말살 공격 뒤 많은 여자들이 성폭력 희생자가 됐다. 아직 3000명은 실종상태다. 이들 대부분은 여자라고 실태를 전했다. 귀나이는 여성들은 스스로를 조직해야 한다. 소녀상은 과거 아시아 지역 일본군에 의한 피해자 상징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연대로 위험에 처한 다른 여성을 구해야 한다는 신호라고 여러 번 힘주어 말했다.

28일 독일 베를린시에서 열린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 때 독일 여성단체 코라쥬’(용기) 회원들이 소녀상 옆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독일에서 소녀상 건립 대 철거 싸움은 늘 진행형이다. 비젠트시에 세워진 유럽1소녀상은 비문이 철거되고 라벤스브뤼크 기념관 작은 소녀상이 철거되는 등 소녀상 건립 때마다 일본 정부의 항의가 거셌다. 그럼에도 이번에 다시 베를린시 미테구 공공 부지에 소녀상이 세워질 수 있었던 것은 지역단체와 여성단체들이 연대의 뜻에 공감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독일에서 공공장소 소녀상 건립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연대사를 발표한 메디카 몬디알레의 정치, 홍보담당 사라 프렘베르크(40)는 왜 한국의 소녀상이 독일에 세워져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국가주의, 여성의 신체에 대한 통제, 인종청소 등 형태를 달리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국가 성폭력의 한 예다. 소녀상은 문화적 기념물이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전쟁 성 피해에 대한 증거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메디카 몬디알레는 성폭력피해자들에 대한 의료, 심리, 법 지원을 위해 1993년 독일 쾰른에 설립된 여성인권단체다. 사라 프렘베르크는 또 한국뿐 아니라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에서도 많은 여성들이 성노예로 끌려갔다. 독일은 전범국가로서 전쟁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책임을 상기하기 위해 소녀상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베를린 소녀상 건립을 위해 일본군위안부문제대책협의회와 코리아협의회에서 힘을 보탠 일본인들도 있었다. 코리아협의회 회원으로 활동하는 이시야마 유미코(46)처음엔 일본군 위안부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독일에선 구체적으로 나치에 대해 가르치고 수많은 영상과 전쟁유산으로 역사를 상기시킨다. 일본도 주도적으로 역사를 기억하는 일에 나설 수 있지 않았을까. 일본에 살고 있을 땐 이런 생각을 할 기회조차도 갖지 못했다는 것이 화가 난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이번 베를린 소녀상도 철거를 요구할 생각을 나타냈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29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번 소녀상에 대해서도 극히 유감이다. 철거를 위해 여러 관계자와 접촉해 일본의 입장을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 베를린/남은주 통신원 >

NYT, 소득신고 자료 폭로 "당선 뒤엔 연간 88만원 납부"

절세 노려 딸 이방카 미용비 1억원 반영트럼프 "가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2016년과 그 이듬해 낸 소득세가 1500달러(176만원)에 그치고 최근 15년 중 10년은 소득세를 한 푼도 안 냈다는 폭로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2720여년 치 트럼프 대통령의 소득신고 자료를 확보했다면서 그가 2016년과 2017년 연방소득세를 각각 750달러(88만원) 냈다고 보도했다.

NYT는 해당 자료를 합법적인 경로를 통해 확보했으며, 20182019년 기록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15년 사이 10년은 수입보다 손실이 크다고 신고해 연방소득세를 내지 않았다고도 전했다.

NYT는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첫 2년간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에 있는 골프클럽 등 외국사업체에서 7300만달러(857억원)를 받았다고도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인도와 필리핀에 각각 145400달러(17천만원)156824달러(18400만원)를 세금으로 내 미국에서 750달러를 납부한 것과 대비를 이뤘다고 NYT는 꼬집었다.

NYT"트럼프 대통령이 소유·운영하는 기업들이 적자를 신고해 그가 셀러브리티로서 벌어들인 수백만달러에 대한 과세를 피했다"고 주장했다.

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진행자였던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와 각종 라이센싱·홍보계약으로 2018년까지 42740만달러(522억원)를 벌었다. 또 두 채의 건물에 투자해 17650만달러(274억원) 수익을 냈다.

이러한 수익과 미국에서 재산 상위 1%에 적용되는 세율만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소 1억달러(1175억원)의 소득세를 내야 했다는 것이 NYT 분석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1990년대 초반 사업실패로 약 10억달러(11750억원)의 손실을 봤고 그는 이를 2005년까지 세금을 공제받는 데 사용했다.

NYT"2005년부터 2007년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라이센스·홍보계약으로 12천만달러(1409억원) 순이익을 거뒀고, 이에 부과되는 세금을 상쇄할 이전 시기 손실이 없어서 생애 처음 총 710만달러(823억원)의 연방소득세를 냈다"고 설명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냈던 연방소득세에 273만달러(32억원)가량의 이자까지 쳐서 돌려달라고 20101월 국세청(IRS)에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환급을 요구한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NYT2008년과 2009년 트럼프 대통령 소유 기업에서 총 14억달러(16436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신고한 것이 근거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세무당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세금환급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환급받은 돈으로 창출한 이익을 환납해야 할 뿐만 아니라 1억달러(1173억원) 이상의 벌금을 물어야 할 수도 있다고 NYT는 전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집과 전용기, 머리손질 등에 사용한 개인비용을 사업비용으로 처리해 세금을 줄였다고도 지적했다.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어프렌티스에 출연하는 동안 머리손질에 7만여달러(8211만원)를 쓴 것으로 처리돼 있었다는 것이다.

또 딸 이방카 트럼프의 미용에 지출한 것으로 기록된 금액은 최소 95464달러(11198만원)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NYT 보도가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그는 구체적 설명 없이 "세금을 냈다"면서 관련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가족기업인 '트럼프 그룹'(Trump Organization) 측도 NYT에 보도와 관련 "전부는 아닐지라도 대부분의 사실이 부정확해 보인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여년간 연방정부에 개인세금 수천만달러를 납부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NYT는 트럼프 그룹 측이 '개인세금'이라는 용어를 쓴 점에 주목하며 "개인세금에는 소득세와 함께 사회보장연금·건강보험금 등이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대선을 한달여 앞두고 나온 이번 보도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도전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CNN 방송은 이날 NYT 보도를 인용한 분석 기사에서 "이것은 중대한 시험대가 될 수 있다"면서 "대통령의 도덕, 행동, 애국심에 여러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4년전 대선때 장녀 이방카를 부통령 후보로 제안"

 당시 선대위 부본부장 신간"이방카가 트럼프 설득한 뒤에야 논의 끝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때 장녀 이방카 트럼프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자고 제안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2016년 대선 때 트럼프 캠프의 선거대책 부본부장을 지낸 릭 게이츠가 다음달 13일 출간하는 신간 '사악한 게임'을 인용해 28일 보도했다.

이 책에 따르면 트럼프 대선 캠프의 고위 참모들이 20166월 부통령 후보 논의를 시작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큰 소리로 이런 생각을 말했다고 한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나는 이방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통령으로 이방카가 어때?"라며 "그녀는 밝고 영리하고 아름답다. 사람들이 그녀를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이츠는 당시 34세인 이방카를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지명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이 일시적인 공상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이방카가 공화당의 지지기반을 아우를 것이라고 주장하며 수주 간 이 발상을 반복적으로 꺼냈다는 것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마이크 펜스 당시 인디애나 주지사에게 너무 냉담해 대선 캠프는 두 차례나 여론조사를 하기도 했다.

결국 이방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서 자신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말한 뒤에야 이 대화는 마침내 끝났다고 게이츠는 적었다.

WP는 게이츠의 책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주변인사들의 폭로성 저서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을 방어하면서 자신과 참모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어떻게 당선시켰는지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게이츠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방카 러닝메이트 제안에 대해서도 다른 사람들은 정실인사의 혐오스러운 상징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가족과 충성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헌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게이츠는 2016년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때 트럼프 캠프가 공모한 의혹인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위증한 혐의로 징역 45일과 보호관찰 3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