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총리 선출방식 내일 확정 당원 빼고 의원 중심 선거 유력

여론조사 1위 이시바는 소수파3역 기시다 비해 불리,갈등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사임한 뒤 남은 임기 1년간 국정을 이끌 차기 총리를 결정하는 선거 방식이 새달 1일 확정될 전망이다. 투표는 13~15일께로 예상되는데, 여론조사 1위인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에게 불리한 선거 방식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 자민당의 내부 갈등이 커지고 있다.

총리 선출 전반을 맡고 있는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은 29일 밤 모리야마 히로시 국회 대책위원장과 만나 당원을 빼고 국회의원(중의원, 참의원) 중심으로 약식 선거를 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으며, 새달 1일 결정될 예정이라고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이 30일 보도했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집권당 총재가 총리 자리에 오른다.

자민당 규정에는 총재를 선출할 때 국회의원 394, 당원 394표를 부여해 투표하게 돼 있다. 다만 긴급한 상황에서 약식으로 중·참의원 양원 총회에서 국회의원(394)47개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의 각 지부 연합회 대표(1곳당 3, 141)들이 선출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 니카이 간사장은 코로나19 대응 등 정치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거를 조속히 치를 수 있는 양원 총회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선거 방식에 따라 포스트 아베후보군의 이해관계가 서로 엇갈리는 만큼, 파벌들 간에 상당한 갈등이 야기되고 있다.

여론조사 1위 이시바 전 간사장은 당원 지지 기반이 튼튼하지만 당내 소수 파벌(이시바파 19) 수장으로 국회의원 영향력이 적다. 당원을 뺀 양원 총회 방식으로 선거를 하면 이시바 전 간사장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 반면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은 여론조사 지지율은 낮지만 3중 하나인데다 파벌도 규모(기시다파 47)가 있어 국회의원 표를 모으기 쉬운 위치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파벌에 속하지 않았으나 그를 지지하는 국회의원 그룹이 30여명인데다, 니카이 간사장(니카이파 47)이 신임하고 있어 의원 영향력이 크다.

당내에서는 이시바 누르기를 위해 약식 선거를 치른다는 비판이 나온다. 아베 총리뿐 아니라 자민당 내 2위 파벌(아소파 54)을 형성한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이 이시바 전 간사장을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30일 기자들과 만나 민주주의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총재를 선출해서는 안 된다당원 투표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소파 소속인 고노 방위상도 이날 당원의 목소리도 반영해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젊은 의원들은 국민과 함께 국난을 헤쳐나갈 수 있는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며 당원 투표 실시 요구를 담은 서명을 받아 새달 1일까지 당 지도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아직 공식적으로 출사표를 던진 후보는 없지만, 선거 일정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물밑 움직임은 활발하다. 사실상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는 이시바 전 간사장, 기시다 정조회장, 스가 관방장관이다. 그동안 출마를 거듭 부인했던 스가 장관은 최근 니카이 간사장에게 출마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이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아베 총리가 속한 당내 최대 호소다파(98)는 따로 후보를 낼지 여부 등 선거 방침이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후보 이외에 고노 다로 방위상,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 등도 의욕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방식이 결정되는 1일 이후 후보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교도통신>29~30일 차기 총리 적임자를 묻는 전화 여론조사(응답자 1050)를 한 결과, 이시바 전 간사장이 34.3%로 스가 관방장관(14.3%)보다 두배 이상 높게 나왔다. < 김소연 기자 >


포틀랜드서, 우익단체 소속 추정 백인 가슴에 총 맞고 숨져

 

미국 위스콘신주 커노샤 카운티 법원 앞에서 825'흑인 피격'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진압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비무장 흑인 남성 제이콥 블레이크가 어린 세 아들이 보는 앞에서 백인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중태에 빠지면서 인종차별 규탄 시위가 촉발됐다. 시위 과정에서 이날 또다시 총격 사건이 발생해 시위대 2명이 숨지자 사태는 더 악화하고 있다. 커노샤 AP/연합뉴스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석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 시위 현장에서 1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

AP통신은 29일 저녁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와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들이 포틀랜드 시내에서 충돌한 후 10여분이 지난 뒤 총격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목격자에 따르면 오후 846분께 3발의 총성이 들렸고, 이후 경찰이 현장에 도착해 피해자에 대해 응급처리를 했다.

가슴에 총을 맞은 피해자는 백인으로 보였고, '패트리엇 프레어'란 단체의 휘장이 달린 모자를 쓰고 있었다.

AP통신은 패트리엇 프레어는 최근 이 지역의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와 마찰을 빚었던 우익단체라고 설명했다. 숨진 피해자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총격 사건이 발생하기 전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와 도널드 트럼프대통령 지지자들이 거리에서 충돌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날 600여대에 달하는 차에 나눠 타고 이 지역을 순회했다. 당시 상황이 담긴 한 동영상에 따르면 도심에서 마주친 인종차별 시위대와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스프레이를 뿌리거나 물건을 던지면서 충돌했다.

다만 총격 사건이 당시 충돌과 직접 연관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포틀랜드에서는 5월 말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관의 가혹 행위로 숨진 뒤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 연합뉴스 >

 

플로이드·블레이크 사건 여파 속 대규모 인종차별 항의집회 운집

평화적 시위 후 가두행진, 백악관 집결 "트럼프 수락연설에 응수"

    

미국의 민권운동 지도자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가 지난 1963년 워싱턴DC의 링컨기념관 주변에서 행한 역사적 연설 57주년을 맞아 28일 그의 장남 마틴 루서 킹 3세가 인종차별에 항의하기 위해 당시 현장에 모인 군중을 상대로 연설하고 있다.

          

"꿈꾸는 사람을 죽일 수 있지만 꿈을 죽일 수는 없다"(알 샤프턴 목사)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가 57년 전인 지난 1963'나에겐 꿈이 있습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이던 바로 그 장소에서 아직 미완 상태인 ''을 외치기 위해 수만명의 인파가 운집했다.

킹 목사의 워싱턴 행진 연설 57주년을 맞아 28일 미국의 수도 워싱턴DC 도심의 내셔널몰 링컨기념관에서 인종차별에 항의하고 형사사법 정의 실현, 경찰 개혁 등을 요구하기 위한 대규모 시위 및 가두행진이 열린 것이다.

미국 워싱턴DC 링컨기념관 앞에서 열린 인종차별 항의 시위 참가자들 [AFP=연합뉴스]

이날 시위는 지난 5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관의 무릎에 목을 짓눌려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인 지난 6월 일찌감치 계획됐다. 그러나 최근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가 어린 세 아들이 보는 앞에서 경찰의 총격을 받는 사건이 발생, 항의 시위가 번지며 파문이 확산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이날은 공교롭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밤 대선후보직 재지명 수락연설을 통해 공화당 전당대회의 피날레를 장식한 다음날이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미국적 삶의 방식'을 파괴하는데 매몰된 '선동가들'이라는 비난을 가한지 몇 시간 안 지나 수천명의 미국 국민이 백악관에서 1마일도 안 떨어진 링컨 기념관으로 쏟아져 나왔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 대답을 보내기 위해서였다고 NYT는 덧붙였다.

이날 오전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인파가 링컨 기념관에서 워싱턴 모뉴먼트로 이어지는 리플렉팅 풀(반사의 연못)을 에워싸며 그 주변을 가득 메웠다.

이날 시위는 '당신의 무릎으로 우리의 목을 짓누르지 말라'는 이름으로 명명됐다. 주최측은 행사에 앞서 약 5만명의 참석자를 추산했으나 워싱턴포스트(WP), NYT 등 미 언론은 집회 참석자를 수만명으로 보도했다.

집회에는 킹 목사의 장남 마틴 루서 킹 3세와 손녀 올랜다 킹, 플로이드 형제들 및 블레이크 가족을 비롯해 경찰관의 과잉행위로 숨진 피해자 가족, 플로이드 추도식을 주관한 흑인 인권 운동가 알 샤프턴 목사, 시민단체 지도자 등이 대거 참석했다.

미국의 민권운동 지도자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가 지난 1963년 워싱턴DC의 링컨 기념관 주변에서 행한 역사적 연설 57주년을 맞아 28일 인종 차별 항의 시위대가 당시의 현장에 모여 기념 집회를 벌이고 있다.

미 언론에 따르면 블레이크의 아버지인 제이컵 블레이크 시니어는 연단에 올라 "미국에는 두 가지 사법제도가 있다. 백인의 제도와 흑인의 제도이다. 우리는 맞설 것"이라며 "우리는 젊은 흑인들과 갈색 피부의 사람들이 고통받는 것을 지켜보는데 지쳤다"고 말했다.

블레이크의 여동생인 레테트라 위드먼은 "어러분에게도 책임이 있다. 싸워야 한다"고 흑인 사회를 향해 외쳤다.

플로이드의 남동생인 필로니스는 "나는 조지가 이 자리에서 이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 조지를 위해 행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동생 브리짓은 "역사가 여러분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우리가 목소리와 변화, 그리고 그의 유산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킹 목사의 아들 마틴 루서 킹 3세는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다""우리는 오늘 나의 아버지가 꼽았던 '3대 악'인 가난과 인종주의, 폭력을 극복하기 위해 행진한다. 그리고 오늘날 이러한 악은 현재 우리나라가 직면한 4대 주요 도전과제를 더욱 악화시켰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실업, 경찰의 잔혹성과 총기 폭력, 투표권 문제 등을 들었다.

킹 목사의 손녀 12살의 올랜다 킹은 "우리는 나의 할아버지의 꿈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도 '화상 연설'을 통해 이들에 대한 연대 의식을 표했다. 해리스 의원은 함께 힘을 합하면 역사를 만들 기회를 갖고 있다고 호소했다.

민주당의 일부 하원의원들도 참석, 투표를 촉구하기도 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정의 없이 평화 없다",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등의 구호를 외쳐댔다.

WP에 따르면 프랭크 니티(39) 등 이달초 위스콘신주 밀워키를 출발, 하루 30마일씩 걸으며 750 마일의 도보 행진을 거쳐 이곳에 도착한 70명의 일행도 있는 등 각지에서 다양한 인종의 참석자들이 함께 했다. 니티 일행은 "어떠한 것도 우리를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코로나19 대비를 위해 체온을 재는 등 검사를 진행하고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 링컨기념관 쪽 좌석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형태로 배치되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집회 후 링컨기념관에서 약 0.5 마일 떨어진 마틴 루서 킹 기념관으로 행진했다.

피터 뉴셤 워싱턴DC 경찰청장은 이날 오후 3시 이뤄진 인터뷰에서 시위가 매우 평화적으로 진행됐으며 분위기도 매우 긍정적이라고 밝혔다고 WP가 보도했다. 이번 집회와 관련, 경찰 병력도 한층 제한된 수준에서 '로키'로 움직였다고 WP가 전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 참석한 흑인 인권 운동가 알 샤프턴 목사 [UPI=연합뉴스]

다만 행진 후 산발적인 집회는 이어졌다. WP에 따르면 오후 4시쯤 들어 수백명이 인종차별 반대 운동의 '성지'가 된 백악관 앞 '흑인목숨도 소중하다'플라자와 그 주변으로 모여들었고, 그 주변 세인트존스 교회에는 긴장이 높아지면서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워싱턴서클 주변에는 수백명의 인사들이 모여 별도로 행진하며 경찰 폐지를 외쳤고, 200명의 사람은 법무부 주변에 모여 희생자들의 친척이 '증언'하는 경찰 폭력 사례를 청취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고 미 언론은 보도했다.

한편 이날 저녁 워싱턴DC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거리에 남아있던 시위자 일부가 해산하기도 했다.

 

 

 


"궤양성대장염 재발"근현대 최장기 독주 정치 종지부

 후임자 경쟁 본격화 아베 "영향력 행사하지 않겠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건강 문제를 이유로 28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일본 근·현대 정치에서 최장기간 이어진 독주 체제가 곧 막을 내리게 됐다. 집권 자민당 각 파벌은 차기 총리 자리를 목표로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

거의 8년 만에 일본 총리가 교체되면 한일 관계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이날 사임발표에서 건강문제인 지병을 이유로 내세웠으나, 최근 바닥까지 추락한 지지율로 사실상 식물총리라는 평을 들을 정도여서 사임은 불가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코로나 사태 대응 실패를 비롯해, 경제정책 실패와 각종 부패 스캔들, 올림픽 개최 차질 등과 함께 평화헌법 개정을 강행하려다 일본 내 평화세력 반발은 물론 주변국과의 마찰 등 그의 극우적 독주 스타일이 결국 파국을 맞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베 총리는 28NHK로 생중계된 가운데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8월 초순 궤양성대장염의 재발이 확인됐다""총리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중학교 때부터 궤양성대장염에 시달렸으며 1차 집권기(20069262007926·366) 때 이 병을 이유로 사임한 바 있다.

그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약과 새로운 약을 투여하기로 했고 이번 주 초 검사에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어느 정도 계속 투약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베 총리는 "병과 치료를 떠안고 있어 체력이 완전하지 않은 고통 속에서 중요한 정치 판단을 그르치는 것, 결과를 내지 못하는 것이 있어서는 안 된다. 국민 여러분의 부탁에 자신을 가지고 답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 이상 총리의 지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사직을 결심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올해 6월 건강 검진에서 궤양성대장염 재발 징후가 보인다는 지적을 받았고 이달 17일과 24일 게이오대(慶應大)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것을 계기로 24일 사임을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28일 오후 일본 도쿄 중심지 긴자(銀座)에서 아베 총리의 사의 표명 소식을 전한 마이니치 신문 호외를 보고있는 시민들.

다만 즉각 사임하지 않고 후임자가 결정될 때까지 직을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강 이상설은 이달 초 일본 주간지 '플래시'가 아베 총리가 집무실에서 피를 토했다고 보도하면서 불거졌고 이후 병원 방문 사실이 알려지면서 확산했는데 한 달도 안 돼 사의 표명이라는 결말을 맞았다. 일본 주요 언론은 이날 호외를 찍어냈고 NHK 등 일본 방송사는 특보를 편성했다.

사임회견 1시간 내내…… 한일관계는 언급도 질문도 없었다

강제동원 해법 등 양국 입장 달라 정책전환엔 상당시간 소요

28일 총리관저에서 사임의 뜻을 밝히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연합뉴스

독특한 역사수정주의를 내세우며 한-일 관계를 격랑 속으로 몰고 갔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으로 78개월에 걸친 긴 집권을 끝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상 최악이라 평가되는 한-일 관계의 미래에도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근본적인 개선이 이뤄지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28일 오후 5시부터 1시간에 걸쳐 사임 기자회견을 열면서 한-일 관계에 대한 특별한 언급은 남기지 않았다. 그 대신 그가 해결하지 못해 통한의 극치란 표현을 사용한 3대 과제는 자신이 필생의 과업이라 거듭 언급해온 개헌과 일본인 납치 문제, 러시아와 평화조약 체결(쿠릴열도 남단의 섬 4개에 대한 러-일 영토 갈등 해결)이었다. 그는 세계 여러 나라 지도자들이 이전과 달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할 때 납치 문제를 언급하기 시작했다며 자신의 성과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 이름을 짧게 거론하는 데 그쳤다. 일본 기자들도 한-일 관계에 대해 질문하지 않았다. 이는 아베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임과 코로나19 위기 대응 등으로 한국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아졌음을 방증한다.

앞으로 한-일 관계에 생길 변화는, 누가 아베 총리의 뒤를 이어 차기 총리 자리에 오르느냐와 밀접히 관련돼 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차기 총리와 관련된 민감한 질문엔 내가 언급할 문제가 아니다”, “당 집행부에 모든 것을 일임했다고 말하는 데 그쳤다. <엔에이치케이>(NHK) 등 일본 언론들은 아베 총리가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에게 후임 총재 선거의 방식과 일정에 대해 일임했다다음달 1일 열리는 당 총무회에서 정식으로 결정 내리는 방향으로 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일본은 자민당이 중의원에서 압도적 다수를 점하고 있어, 자민당 총재가 자동으로 총리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현재 한-일 갈등의 핵심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등에 대한 양국의 입장이 근본적으로 달라, 차기 총리가 타협적인 방향으로 정책 전환을 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201810월 한국 대법원 판결에 대해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기 때문에 한국이 조기에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해왔다.

아베 총리는 이날 한 사람의 의원으로 계속 활동하겠다. 여러 정책 과제 실현을 위해 미력을 다하겠다며 총리 사임이 곧 정계 은퇴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특히 단장(장이 끊어질 듯한)의 마음이란 표현까지 쓴 개헌과 관련해선 유감스럽게도 국민적 여론이 충분히 고조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이후에도 한명의 국회의원으로 (개헌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강민석 대변인 성명을 통해 아베 총리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 정부는 새로 선출될 일본 총리와 새 내각과도 한-일 간 우호·협력 관계 증진을 위해 계속해서 협력해나갈 것이란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 길윤형 서영지 기자 >

선거6번 승리 이끌며 아베 1구축코로나 직격탄에 추락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임기를 1년 앞두고 28일 사임한 데는 중3 때 발병한 이후 50년간 앓고 있는 궤양성 대장염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줬다. 지병은 200791차 집권 때에 이어 또다시 그의 발목을 잡았다.

내각의 간부들과 자민당은 기자회견 전날까지도 사퇴 불가분위기가 강했다. 28일 오후 2시부터 언론을 통해 흘러나온 아베 총리의 사임 결정을 두고 일본 정치권에선 전혀 상상도 못 했다는 반응이 나왔을 정도다.

아베 총리는 현재 건강상태로 코로나19 방역과 경제 회복, 내각·자민당 간부 인사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듯 보인다. 자민당 중견 의원은 “8월 중순 아베 총리가 주변에 전화를 걸어 외교도 잘 안되고 기력도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아베 총리가 의욕이 없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고 <선데이 마이니치>가 보도했다. 아베 총리도 기자회견에서 병 치료를 하면서 체력이 완벽하지 않은데, 중요한 정치판단에 문제가 생기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사임 이유를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일본 헌정 사상 최장수 총리(연속 재임기간 2799)로 일본 정치사를 바꾼 인물이다. 1차 집권기(366)까지 포함하면 총리 재임 기간만 8년 반이 넘는다. 20069, 전후 최연소 총리로 취임했다가 1년 만에 조기 퇴진했으나, 2012년 재집권한 뒤 ‘4연임설이 나올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재집권 뒤 여섯번의 대형 국정선거를 모두 승리로 이끌며 3연임 기간 동안 아베 1체제를 굳혔다.

201370%대까지 치솟았던 아베 정권 지지율은 현재 30%대로 곤두박질쳤다. 코로나19 부실 대응, 측근 비리, 도쿄올림픽 연기 등 잇단 악재가 겹쳤지만,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실패, 무리한 평화헌법 개정 추진, 부적절한 공금 사용 의혹 등 정권 차원의 근본적인 문제도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아베 총리가 적극 추진했던 외교 정책도 진전이 없었다.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남쿠릴열도 4개 섬 반환 관련 러시아와의 협상 등은 제자리걸음이다. 일본군 위안부문제와 강제동원 피해자 등 역사문제로 촉발된 한-일 갈등은 경제 보복, 안보 불안까지 이어져 수교 이래 최악이라는 평가다.

장기 집권에 따른 폐해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아베 정권이 2014년 내각인사국을 새로 만들어 중앙부처 간부 인사를 장악하면서 관료가 총리관저에 아첨하는 손타쿠 정치가 횡행했다. 2017~18년 아베 정권을 흔들었던 모리토모학원 스캔들당시 재무성이 공문서를 변조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아베 내각에서 방위상을 지낸 나카타니 겐 자민당 중의원 의원은 <교도통신>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 임기가) 너무 길어서 국민이 완전히 질리고 있다총리관저가 무엇을 해도 반응하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 김소연 기자 >

포스트 아베 누가?, 스가? 이시바? 3인물?

아베 의중엔 스가여론조사는 이시바 선두

아베 신조 총리가 28일 지병 재발을 이유로 돌연 사임을 발표함에 따라 포스트 아베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집권당 총재가 총리에 오르는 일본 정치 구조상, 국민적 지지 못지않게 여당인 자민당 의원들의 의향이 중요 변수로 작용한다.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다음 자민당 총재로 누구를 뽑느냐는 (자민당) 집행부에 맡기기 때문에 내가 말할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당내 최대 파벌을 이끌며 아베 1강 체제를 구축해온 아베 총리가 후계자 선정에 큰 영향을 미치리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별로 없다.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의 움직임도 포스트 아베 향방과 관련해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그는 20168월부터 현재까지 역대 최장수로 자민당 2인자인 간사장을 맡고 있다. 자민당은 이날 임시 임원 회의를 열어 아베 총리 후임을 뽑을 총재선거 일정과 방법을 니카이 간사장에게 일임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여론조사상으로는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 우위지만 실제로는 셈법이 복잡하다. <지지통신>이 지난 7~10일 유권자 1977(유효 응답률 63.7%)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보니, 다음 총리로 적합한 인물 1(24.6%)가 이시바 전 간사장이었다. 그는 2012년 자민당 총재 경선에서, 당원 투표에서 아베 총리한테 이기고도 의원 투표에서 뒤져 최종적으로 패한 이력이 있다.

자민당 규칙을 보면 당 총재는 참의원과 중의원, 당원이 참여하는 당 대회를 열어서 선출한다. 다만 임기 중 사퇴 등 긴급을 요하는 경우 중의원·참의원 그리고 각 광역지자체 자민당 조직 대표 표를 합산해 후임자를 선출할 수 있다. 당내 주요 파벌의 지지 여부가 결정적인 변수가 되는 이유인데, 자민당 내 최대 파벌 호소다파의 수장인 아베 총리와 두번째 아소파의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이 이시바 전 간사장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여러 변수를 고려할 때 최근 부쩍 포스트 아베로 거론되는 인물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다. <지지통신> 여론조사에서 스가 관방장관은 6(4.5%)에 그쳤지만, 최근 주간지 <주간 문춘>(슈칸분슌)은 아베 총리의 의중에 있는 사람이 스가 관방장관이라고 보도했다. 아소 다로 부총리와 함께 아베 2차 정권을 처음부터 지탱해왔고, 관료 장악 능력이 뛰어나다.

자민당 보수 본류를 잇는 파벌인 기시다파를 이끄는 인물인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도 빠짐없이 총리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인물이다. 아베 총리에게 협조적인 자세를 보여온 터라, ‘선양을 바란다는 관측이 많았다. 이 밖에 고노 다로 방위상,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 등도 포스트 아베 후보군으로 언급된다. < 조기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