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 나타난 강경매파 볼턴의 행적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북-미 회담 주요 고빗사위마다 한반도 평화와 대화의 물꼬를 틀어막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서는 남북 화해에 재를 뿌리려는 일본 정부의 입장과 일치하는 미국 초강경 매파의 모습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볼턴은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북-미 비핵화 회담에 관해 처음부터 지극히 부정적인 태도를 숨기지 않는다. 회고록에서 그는 모든 외교적 춤판은 한국이 만든 것이었고, 이는 김정은이나 우리의 진지한 전략보다는 한국의 통일 의제에 더 연관된 것이었다라고 썼다. -미 관계 개선 자체가 미국의 전략에 부합하지 않은 데다, 의제 자체도 문 대통령에게 선점당했다는 불쾌한 시각을 나타낸 것이다. 그는 북한이 절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행동 대 행동 방식의 접근은 소용없다는 야치 쇼타로 당시 일본 국가안보국장의 시각과 자신의 시각이 비슷했다고 기술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며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미 3차 정상회담을 권유한 것에 관해 내가 나중에 한-미 정상 통화를 거의 죽을 뻔한 경험이라고 하자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사우디에서 대화를 듣던 중 심장마비가 왔다고 답했다고 적었다. 남북, -미 대화 자체에 냉소적이며 극도의 거부 반응을 보인 것이다.

볼턴 전 보좌관이 여러 차례 북-미 정상회담을 무산시키려 적극적이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그는 2018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전 북-미 선발대 접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들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문 대통령 방미 전에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트위터에 올리도록 건의했다라고 적었다. 그의 계획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이야기를 들어보겠다고 하면서 실제 이뤄지진 않았다.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뒤에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을 무산시키려는 그의 시도는 이어졌다. 볼턴 전 보좌관은 김정은이 20188월부터 연애편지라고 불리는 친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 곧 만나자고 제의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회담을 서둘렀다. 9월에는 김정은을 백악관에 초청하려 했다라면서 나는 트럼프에게 하찮은 나라 독재자가 쓴 편지이며, 그가 폼페이오 (국무장관)를 만날 때까지 당신(트럼프)과 만날 자격이 없다라고 말했다고 썼다. 이어 하지만 트럼프는 당신은 왜 그렇게 적대감이 많으냐며 폼페이오에게 11월 중간선거 뒤 김정은을 만날 테니 전화를 걸어 요청하라고 했다고 적었다.

2019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는 데도 볼턴 전 보좌관은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우선 그는 스티븐 비건 당시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북한과 협상 끝에 마련한 합의문 초안을 보이콧했다. 그는 나는 비건 대표가 만든 합의문 초안을 보이콧했다라며 하노이로 가는 중에 후커 보좌관에게 초안을 받았다. 미국 쪽의 사전 양보만 열거한 채 대가로 북한 쪽으로부터는 모호한 비핵화 성명만 넣은 것이었다. (나는) 펜스 부통령과 멀베이니 비서실장 대행 등에게 연락해 이를 채택하지 못하게 사전 작업까지 했다라고 회고했다. 그는 국무부 협상팀이 합의에 대한 열의와 홍보에 너무 도취해 통제 불능에 빠졌다고 평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협상장을 박차고 나올 수도 있다는 선택지도 미리 주입했다. 그는 나는 하노이에서 예기치 못한 양보를 막기 위해, 레이건 대통령이 (1986년 소련 고르바초프와의) 레이캬비크 회담에서 회담장을 박차고 나온 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고 썼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영상을 본 뒤 내가 유리한 입장이니 서둘 필요가 없다. 회담장을 걸어나갈 수 있다고 말해 나는 크게 안도했다라고 덧붙였다. -미 합의가 이뤄질까봐 조마조마했다는 심정을 노골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나아가 볼턴 전 보좌관은 북-미 회담장에서도 북한 핵미사일과 탄도미사일, 생화학 무기 전부에 대한 기본적인 신고부터 필요하다라고 끼어들며 어깃장을 놨다. 사전 합의에 없던 탄도미사일과 생화학 무기 신고 요구는 회담이 결렬되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결국 당시 러시아 스캔들로 인한 코언 청문회에 온통 정신이 팔려있던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전 보좌관의 바람대로 회담을 결렬시켰다. 볼턴 전 보좌관은 회담 전에도 핵 포기 뒤 정권이 붕괴한 리비아 모델을 거론하며 북한의 거부감을 자극해 회담 자체를 무산시키려 했다.

회고록을 본 한 청와대 관계자는 볼턴이 한반도 평화의 훼방꾼 구실을 한 것이 회고록을 통해 드러났다. 왜 문 대통령이 정상 간 톱 다운 방식을 강조했는지 알 것 같다라고 말했다. < 성연철 기자 >

누가 대통령이고 누가 보좌관인지 잊은 강경매파존 볼턴

별난 고용주에 해고당한 별난 직원볼턴, 꼬리가 몸통 행세하려다 불거진 파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밑에서 일했던 존 볼턴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펴낸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났던 방: 백악관 회고록> 파장의 본질이다. 워싱턴을 드나드는 수많은 외교안보 전문가 중의 하나일뿐인 존 볼턴이라는 사람이 미국 대외정책에 관련한 불변의 진리를 대표한다고 행세하다가, ‘고용주인 대통령에게 퇴짜를 맞은 사건이다. 워싱턴에서 고용주인 대통령이 직원인 각료나 보좌관들을 해고하는 일은 다반사이다. 이번 사태의 비극은 볼턴이라는 직원과 트럼프라는 고용주 모두가 아주 유별난 캐릭터여서, 결과적으로는 만나서는 안 될 조합이었다는 것이다.

청년시절 이중적 행태베트남전 지지하며 참전 고의 회피

볼턴은 1948년 볼티모어의 소방수였던 아버지와 평범한 전업주부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노동자 계급의 아들로 성장했다. 노동자 계급 출신이었으나, 백인 중하류층의 보수성향이 압도적이었다. 고교생이었던 1964년 미국 신보수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배리 골드워터의 대선에 선거운동원으로 참여했다.

예일대와 그 로스쿨을 다닌 볼턴은 재학중 절정에 오른 베트남전쟁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베트남전의 지지자였지만, 베트남전에는 참전하지 않으려고 병역을 교묘하게 회피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였다. 볼턴은 현역 징집대상이 되자, 주방위군에 입대했다. 자신에 대한 징집 효력이 만료될 때까지 4년이나 주방위군으로 근무했다.

훗날 예일대 졸업 25주년 재상봉 행사 기념 서적에서 그는 동남아시아의 논에서 죽고 싶지 않았음을 고백한다며 자신이 베트남전 참전을 의도적으로 회피했음을 인정했다. “베트남전은 이미 지고 있었다고 생각했다고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베트남전 참전 회피가 문제가 되자, 2007년에 한 인터뷰에서 “1970년에 내가 졸업할 때쯤, 베트남전 반대자들이 우리가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했다는 점이 나에게 명백했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베트남전 참전 기피를 반전론자 책임으로 돌렸다. 그는 2007년 펴낸 자서전 <항복은 선택지가 아니다>에서도 의회의 반전세력들이 적에게 돌려줄 영토를 얻기 위해 죽는 것은 나에게는 터무니없이 보였다고도 말했다.

트럼프가 볼턴을 기용하고 자른 내막

회고록에는 우리가 살펴봐야 할 몇 가지가 있다.

첫째, 트럼프가 왜 볼턴이라는 워싱턴의 강경매파 비주류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기용했는지다. 트럼프는 자신의 지지층에 어필할 대외정책의 총대를 메는데 볼턴이 필요했고, 이용했다.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이란과의 핵협정 파기, 동맹국들에 대한 방위비 증액 압박, 러시아와의 중거리핵협정 연장 포기를 통한 핵무기 증강 등이다. 워싱턴에서 볼턴은 이 사안들을 가장 강력히 주장하던 인사였고, 트럼프는 자신의 의제를 관철하는데 볼턴을 이용했다.

둘째, 트럼프가 어떻게 볼턴과 척을 지고는 그를 잘라버리게 됐느냐는 것이다. 결정적인 대목이 북-미 협상이다. 북한에 대해 최대한의 압박과 제재를 가해서 리비아식 핵포기를 주장하던 볼턴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협상하려던 트럼프에게 사사건건 제동을 걸었다. 다른 대외정책 사안과는 달리 북-미 협상에서 트럼프는 국가안보보좌관인 볼턴에게 협조를 받기는커녕 발목을 붙들렸고, 이는 결국 북-미 협상이 좌초되는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미 협상 좌초와 관련해 볼턴은 트럼프의 즉흥성을 김정은이 이용한 결과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세계관이 근본적으로 다름을 드러내는 사안이다. 트럼프는 기존 동맹국과의 관계 강화보다는 적성국와의 타협을 통해 미국의 역할과 부담을 줄이는 대외정책 철학을 지니고 있고, -미 협상을 통해 그 점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문제는 트럼프가 이런 철학을 관철하는데 즉흥적이고, 자신의 정치적 동기에 이를 이용한다는 점이다.

반면, 볼턴은 동맹국들을 종속시키고 적성국들을 최대한 압박해야 한다는 미국 중심주의 세계관의 끝판왕적인 견해를 대표한다. 두 사람 모두 미국 중심주의이기는 하다. 그러나 트럼프의 미국 중심주의는 다른 나라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책임회피를 통한 이기주의, 볼턴의 미국 중심주의는 다른 나라에 대한 끝없는 힘의 과시를 통한 팽창주의.

트럼프, 워싱턴 주류 협조 실패하자 볼턴으로 선회

회고록은 트럼프 행정부 초기 트럼프를 견제하고 행정부의 중심을 잡았다는 이른바 어른들의 축’(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라인스 프리버스 및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 국정 경험이 있던 보수적 주류 인사들)에 대한 평가로 시작한다.

트럼프의 궤적에 대한 일반적인 통념은 잘못됐다. 지적인 게으름뱅이들에게 매력적인 이 수용된 진실은 트럼프는 언제나 기이하나, 그의 첫 15개월 동안은 자신의 새로운 장소가 낯설어서 어른들의 축에 의해 견제되어 행동하기를 주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가고 트럼프가 스스로에 대해 더 자신하게 되면서, ‘어른들의 축은 떠나고, 일들은 산산조각나고, 트럼프는 예스맨들에 의해 둘러쌓였다. 이 가설의 조각들은 사실이나, 전반적인 그림은 단순하다. 어른들의 축은 많은 점에서 지속적인 문제들을 야기했다. 그들이 트럼프를 성공적으로 관리했기 때문이 아니라 () 그들이 정확히 그 반대로 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질서를 세우지 못했고, 그들이 했던 일들은 명백히 자신들을 위한 것이고 트럼프의 매우 명백한 목적들을 공개적으로 일축해서 이미 의심에 가득찬 트럼프의 마음 상태를 부추켰고, 나중에 들어온 사람들이 대통령과의 정당한 정책을 교환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

이렇게 운을 떼며 회고록을 시작한 볼턴은 트럼프 행정부의 조각 등 초기부터 자신이 국무장관, 그리고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유력하게 물망에 올랐으나, 이들 어른들의 축에 속하는 이들에 의해 좌초됐다는 주장과 사연을 전한다. 볼턴은 애초에 초대 국무장관으로 자신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틸러슨에게 밀린 사연을 이렇게 전한다.

트럼프는 121일 제임스 매티스를 국방장관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국무장관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계속됐다. 다음날 나는 트럼프타워에 도착해 로비에서 그를 기다렸다. 대통령 당선자는 스케줄이 늘어지는 것이 전형적이었는데,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이 그의 사무실에서 나왔다. 나중에 나는 게이츠가 렉스 틸러슨을 에너지 장관이나 국무장관으로 로비하려고 거기에 왔다고 추측하게 됐다 () 나는 마침내 트럼프의 사무실에 들어가 1시간 이상이나 만났고, 라인스 프리버스(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와 스티브 배넌(전략고문 내정자)도 동석했다 () 내가 국무부가 효과적인 정책수단이 되려면 문화적 혁명이 필요하다고 말하자, 트럼프는 자 이제 우리가 이 지점에서 국무장관을 토론하는 거지, 그런데 당신은 부장관에 관심이 있어?’라고 물었다. 나는 그런 차원에서는 국무부가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없다고 설명하며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초대 국무장관으로 틸러슨을 지명했다. 이는 볼턴이 설명한대로 게이츠의 추천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게이츠는 워싱턴 외교안보 서클에서 가장 표준적인 주류 의견을 대표하는 인사이다. 민주당과 공화당 정부를 넘나들며 국방장관과 중앙정보국장을 거듭 지낸 인사다. 트럼프가 게이츠의 추천을 받아 틸러슨을 국무장관으로 기용한 것은, 그가 애초에는 워싱턴 외교안보 주류들의 지지와 협력을 추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지난해 417(현지시각) 플로리다주 코럴 게이블스에서 연설하는 모습. 볼턴 보좌관은 이날 &lt;블룸버그&gt; 인터뷰에서 미국이 3차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북한으로부터 무엇을 보기를 원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을 했다는 진정한 징후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트럼프와 볼턴, 북한 놓고 애초부터 동상이몽

트럼프에게 볼턴은 처음부터 필요한 장식품에 불과했다. 틸러슨이 국무장관으로 임명되고, 국가안보보좌관이 된 마이크 플린이 곧 낙마한 뒤에 볼턴은 트럼프 쪽으로부터 국무부 부장관이나 백악관 고문 등으로 같이 일하자는 제의를 계속 받았으나,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볼턴은 트럼프나 백악관 참모들로부터 자문을 받고는 대외정책에 자신의 의견을 제시했다. 이른바 어른들의 축이 반대하던 의견들이었다.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이란과의 핵협정 파기 등을 트럼프에게 설명하고 제안해 트럼프로부터 격찬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가 전해들었거나, 트럼프로부터 직접 들은 자신에 대한 평가들이다.

나는 정말로 볼턴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아주 훌륭해, 존은 마치 텔레비전에서 말하는 것처럼 말해, 계속 듣게 돼. 나는 아주 좋아.” “맞아, 꼭 나와 같아. 사람들은 나를 좋아하거나 미워하지. 존과 나는 그 점에서 똑같아.”

볼턴에 대한 트럼프의 칭찬은 대외정책에서 주류적 의견을 대변하는 어른들의 축과의 이견이 깊어지는 것과 궤를 같이했다. 이는 트럼프가 자신의 의제를 관철할 수단으로 볼턴이 필요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볼턴 역시 이를 알고는 있었다.

나는 트럼프가 그들에게 말한 것은 그를 행정부로 데려와서, 텔레비전에서 우리를 옹호할 수 있게 해라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건 내가 의도하던 마지막 일이다.”

볼턴 역시 트럼프가 자신을 이용하려던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국가안보보좌관 직을 열망하고 덥썩 물었다는 데에 파국의 근본적 원인이 있다. 특히, 이 파국을 몰고온 북한 문제는 그의 안보보좌관 직을 임명하는 마지막 인터뷰에서도 드러났다. 2018321일 볼턴은 트럼프로부터 전화를 받고는 백악관에서 아마 가장 강력한 자리를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는 말을 들었다. 다음날 볼턴은 트럼프를 만났다.

우리는 또다른 인터뷰로 보이는 것을 시작했고, 이란과 북한에 대해 얘기했다 () 적어도 그는 이란과의 협정에서 나오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다가오는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거의 말을 안 했다. 내가 읽기가 어려운 생략이었다

볼턴의 안보보좌관 직무는 이렇게 시작됐다. 시작부터 북한 문제를 폭탄으로 안고서 시작된 것이다. 북한 문제는 볼턴에게는 과거 워싱턴에서 자신의 경력을 가른 사안이었는데, 또다시 그런 폭탄이 될 거라고는 트럼프나 볼턴이나 예상 못 했다. 이를 알려면 시계를 17년 전으로 돌려야 한다.

볼턴, 유엔대사 낙마한 북한과의 악연

200382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존 볼턴 당시 미국 국무부 차관을 인간쓰레기, 피에 주린 흡혈귀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볼턴의 북한 체제 비난에 대한 맞대응이었다. 이 사건으로 볼턴은 워싱턴의 외교안보 주류 진영에서 강경 매파로 낙인찍히며, 몰락해갔다. 나중에 유엔 대사로 임명될 때에도 걸림돌로 작용하는 악연의 시작이었다.

당시 조지 부시 행정부의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 담당 차관이던 볼턴은 그해 731일 서울을 방문해 동아시아연구원 주최 강연회에서 기로에 선 독재정권이라는 강연을 통해 북한 정권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김정일은 평양에서 왕족같은 삶을 살면서도, 수만명의 주민들을 수용소에 가두고 수백만의 주민들은 비참한 가난에 처하게 했다북한의 많은 주민들에게 삶은 지옥같은 악몽이라고 비난했다.

공교롭게도 그날은 북한이 6자회담 재개에 나설 준비가 됐다고 미 국무부가 발표한 날이었다. 국무부는 볼턴 차관이 새로운 사태 진전을 알지 못했다며 그와 거리두기를 했다.

이틀 뒤 북한 <조선중앙통신>미 행정부의 관리라고 하는 자의 입에서 이런 망발이 거리낌 없이 튀어나오는 것을 보면 미국이 우리와 회담을 하자는 진의 자체가 의심스러워진다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문제가 결정되는 회담의 중요성으로 보나 인간존엄의 견지에서 볼 때도 이 회담에 인간쓰레기, 피에 주린 흡혈귀와 같은 자가 끼울 자리는 없다6자회담에서 볼턴과의 대화를 거부했다. 부시 대통령은 볼턴을 옹호하고 그가 6자회담에서 배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96자회담이 재개됐을 때, 그는 국무부 내에서 6자회담에 전혀 관여하지 못했다.

2005년 볼턴의 유엔 대사 인준 과정에서도 이 사건은 문제가 됐다. 볼턴은 상원 외교위에서 당시 자신의 연설은 국무부와 토머스 허바드 주한 미국대사의 승인을 받았고, 허바드가 사의를 표했다고 말했다. 이에 허바드는 당시 자신은 볼턴에게 표현을 약화하라고 충고했고, 볼턴이 몇 가지 사실관계 수정을 한 것에 대해서만 고맙다고 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볼턴은 결국 의회의 정식 인준을 받지 못했다. 그는 의회 휴회 기간 동안 대통령의 일방적 임명으로 부임했고, 2006년 의회의 정식 인준을 받지 못해 유엔대사를 그만둬야 했다. 그의 유엔대사 인준 불발은 공화당까지 가세한 결과였다.

유엔대사에서 물러난 뒤 그는 무책임한 강경발언만 쏟아내는 눈치없는 매파로 워싱턴에서 낙인찍혔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마지막 워싱턴 인사일 정도로 워싱턴에서 그의 지위는 비주류 강경매파에 불과했다. 워싱턴에서 이라크전이 정당하다고 여전히 주장하는 것은 한국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을 북한 특수군의 소행이라는 주장하는 것만큼이나 황당한 것이다. 이런 주장을 우파 방송인 <폭스뉴스>의 평론가로서 떠들었던 볼턴은 종편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을 북한 특수군 소행이라고 강변하는 극우인사와 같은 위상이었다.

그는 지난 2월 평창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북한과의 해빙 분위기가 조성된 뒤에도 북한을 비난하는 최선봉에 섰다. 지난 228<월스트리트 저널>에 실린 북한을 선제타격하는 합법적 경우라는 기고를 통해 북한의 핵무기가 조성하는 현재의 불가피한 일에 선제타격으로 대응하는 것은 미국에서 완전히 합법적이다라고 주장했다.

볼턴은 누가 대통령이고, 누가 보좌관인지를 잊었다

국가안보보좌관에 지명되자 그는 내가 그동안 개인적으로 이야기했던 것들은 이제 다 지나간 일이라며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하는 말과 내가 그에게 하는 조언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역할은 정직한 중개인이라며 대통령에게 폭넓은 선택지를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대통령이 결정하면 참모들은 이를 실행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 조언하지만, 대통령의 결정을 적극적으로 실행하겠다는 것이다.

회고록에서도 그는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 밑에서 국무장관 직을 수행한 딘 애치슨의 유명한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나는 누가 대통령이고, 누가 국무장관인지 결코 잊지 않았다. 그리고 그(트루먼 대통령) 역시 이것을 잊지 않았다라는 애치슨의 말을 인용했다. 이 말을 자신이 국가안보보좌관이나 국무장관에 물망에 오를 때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트럼프와 볼턴의 관계는 악화되기 시작했고, 결국 파국을 맞았다. 누가 대통령이고 누가 안보보좌관인지, 볼턴은 잊어버린 것이다. 회고록 <내 자신을 위해 말한다>(Speaking for myself)의 출간을 앞둔 세라 샌더스 전 백악관 대변인도 볼턴의 회고록이 문제가 되자 22일 자신의 회고록 중 일부를 공개해, 볼턴을 비난했다. 샌더스는 볼턴이 평소에도 대통령처럼 굴어서 주변에 인기가 없었다고 회고했다. 믹 멀베이니 비서실장 대행 역시 볼턴에게 현실을 제대로 알자, 너는 자기중심적인 개새끼라고 소리쳤다고 샌더스는 공개했다.

워싱턴에서 비주류 강경매파에 불과하던 볼턴은 마치 자신만이 미국의 국익을 지킬 수 있고, 워싱턴의 주류처럼 행세하며 트럼프에 대들었다. 트럼프는 시간이 지나면서 용도폐기된 볼턴을 더이상 두고보지 않았다. 특히, 북한 문제가 결정적이었다.

트럼프는 볼턴이 이 회고록을 출간하면서 파문을 일으키자, 볼턴은 정신나간 사람이며, “볼턴이 북한에 대해 리비아 모델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하는 바람에 모든 게 망해버렸다고 반격했다. 그 바람에 잘 지내고 있던 김정은이 미사일처럼 분통을 터뜨렸다고도 말했다. 트럼프는 볼턴의 형편없는 주장들 때문에 북한과의 관계가 매우 악화됐고 지금도 그렇다고 말했다.

분수를 알던 여느 꼬리와는 달리, 볼턴이라는 꼬리는 자아가 강하고 착각이 심했다. 트럼프라는 몸통은 그 꼬리가 몸통을 때리도록 허용할 정도로 즉흥적이고 허술해서 통제력이 없었다. 그래서 회고록의 포인트는 자아와 착각에 입각한 볼턴의 꼬리치기를 트럼프라는 몸통이 처음에는 이용하다가, 결국은 넌더리를 내고는 잘라버리는 것이다. 볼턴은 이를 자신의 유능함과 진리를 트럼프라는 멍청이가 수용하지 못하는 과정으로 묘사했을 뿐이다. 그래서, 볼턴의 회고록은 볼턴의 옳다고 주장하는 대외정책과 그 결정 과정이 아니라, 그가 설치도록 허용됐던 트럼프와 그 백악관의 난맥상을 읽는데 유용하다.

이는 워싱턴에서 대외정책의 중심과 좌표가 실종됐음을 드러내는 사태이기도 하다. 몸통에 트럼프가 등극하고, 꼬리에는 볼턴이 기용돼서, 최악의 조합을 연출한 자체가 그렇다. 회고록은 볼턴이 워싱턴의 주류적 견해를 대표하는데, 트럼프라는 이단아가 이를 소화못했다고 비난한다. 그보다는 볼턴이라는 꼬리, 아니 색깔이 남다른 깃털이 몸통인양 행세하다가 벌어진 파국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또 볼턴이라는 깃털이 설칠 수 있었던 것은 트럼프라는 비정통적이고 이단아적인 대통령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은, 트럼프 이후 망가져가는 미국의 모습이다. < 정의길 기자 >


                        

조코비치가 기획한 아드리아 투어확진자 속출

아내 등도 양성 반응 보여미니 투어서 감염 속출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단식 세계 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33·세르비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조코비치는 23(한국시간)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 도착해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발표했다. 조코비치는 최근 ATP 투어가 코로나19 때문에 중단된 상황에서 아드리아 투어라는 미니 투어를 기획, 13일부터 이틀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1차 대회를 치렀고20일부터 이틀간은 크로아티아 자다르에서 2차 대회를 진행했다.

그러나 2차 대회 마지막 날인 21일 경기를 앞두고 그리고르 디미트로프(불가리아)가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였고 이후 보르나 초리치(크로아티아), 빅토르 트로이츠키(세르비아)가 연달아 확진자로 분류됐다. 조코비치는 2차 대회 개막을 앞두고 디미트로프 등과 함께 농구 경기를 하는 등21일 디미트로프의 확진 판정 이후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조코비치의 아내 옐레나도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왔고 조코비치의 자녀(11)들은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았다.

조코비치가 기획한 아드리아 투어는 1, 2차 대회에 관중이 수천 명씩 입장했으나 선수와 팬 모두 사회적 거리 두기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관중석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고, 선수들도 경기를 마친 뒤 클럽에서 파티를 여는 모습이 사진에 포착됐다. 1, 2차 대회 출전한 선수 가운데 조코비치를 비롯해 디미트로프, 초리치, 트로이츠키 4명이 코로나19에 걸렸고, 조코비치의 아내와 트레이너, 디미트로프의 코치,트로이츠키의 아내 등도 양성 반응이 나왔다. 조코비치는 양성 반응이 나왔으나 특별한 증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코비치는 "이 대회는 순수한 마음과 좋은 의도로 기획한 것"이라며 "감염 사례가 나온 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자가 격리 생활을 할 예정이며 5일 후 재검사를 받기로 했다. 올해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에서 우승한 조코비치는 8월 말과 9월 말에 각각 열리는 US오픈과 프랑스오픈 출전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또 로저 페더러(4·스위스)는 무릎 부상으로 2020시즌을 이미 마무리한 바 있어 앞으로 올해 메이저 대회나 ATP 투어 일정이 진행될 경우 조코비치, 라파엘 나달(2·스페인), 페더러의 남자 테니스 '3' 가운데 나달 혼자 코트에 서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출판금지 소송서 17쪽짜리 목록 제출남북에 외교적 악영향 우려한듯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 사안 다룬 두 챕터에서만 110개 넘는 수정요구

 

미국 백악관이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과 관련, 한반도 관련 내용을 포함해 400곳 이상의 수정과 삭제를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볼턴은 재임 기간 겪은 각종 외교·안보 현안에 관한 일을 책으로 썼고, 백악관은 국가기밀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기각된 상황이다.

백악관은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출판을 막기 위해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지난 20일 이를 기각했다. 사진은 백악관이 회고록 수정·삭제 요구를 정리해 법원에 제출한 17쪽짜리 서류.

소송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한 17쪽짜리 서류를 보면 백악관은 570쪽에 달하는 볼턴의 책 내용 중 415곳가량의 수정과 삭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 책에는 한국과 북한은 물론 중국,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룬 주요 외교 현안에 대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백악관은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 사안을 다룬 두 개의 장에서만 110개가 넘는 수정, 삭제 의견을 냈다.

볼턴의 책에는 남북, 한미, 북미 정상간 논의내용과 고위급 인사들의 대화가 담겨 있는데, 진위를 떠나 이를 책에 담는 것 자체가 외교적 신뢰를 저버린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당장 볼턴의 카운터파트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정부 간 상호 신뢰에 기초해 협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백악관도 한미 균열과 북미관계 악화를 우려한 듯 아예 문장 자체의 삭제를 요구하는가 하면, 단정적인 문장에는 '내 의견으로는', '알게 됐다'라는 식의 표현을 추가하라고 주문했다. 마치 볼턴의 주장이 미국의 입장인 양 비칠 수 있음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에 대한 한국의 이해는 미국의 근본적 국가이익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라고 적은 부분에는 '내 추측에는'이라는 말을 추가하라고 요구했고, 책에는 '내 관점에서는'이라는 표현이 더해졌다.

"한국의 어젠다가 우리(미국)의 어젠다는 아니다"라는 부분은 '항상'이라는 단어를 추가하라는 백악관 요구를 수용해 "한국의 어젠다가 항상 우리의 어젠다는 아니다"라고 수정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와 다른 어젠다를 갖고 있다"는 문장 뒤에는 "어느 정부도 자기 국익을 우선시하는 것처럼"이라는 문구를 추가하도록 했다.

북한을 의식한 듯한 주문도 있다. 볼턴이 애초 "북한이 정보를 숨기고 있다"고 표현한 부분은 백악관 요구를 받아들여 "북한이 핵심 정보를 숨기고 있다"로 바뀌었다.

또 볼턴이 포렌식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규모와 범위에 관한 중요한 결과를 추론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 백악관은 이런 일이 북한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식의 표현을 넣으라고 주문했다.

일부 문장에서는 '~할 것'(would)이라는 단어를 '~할 수 있을 것'(could)으로 바꾸라고 하는 등 미묘한 뉘앙스까지 신경 쓴 흔적도 보였다.

그렇다고 볼턴이 백악관 주장을 다 수용한 것은 아니다.

일례로 볼턴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문 대통령도 국내 사정이 어려워지면 일본을 이슈화한다고 적었는데, 백악관은 문 대통령을 한국인으로 바꾸라고 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책에 '북한의 한미 균열 획책을 피하기 위해 문 대통령과 긴밀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언급된 문장은 백악관이 '문 대통령과 더 큰 조율 없이는 어떤 합의도 일어날 수 없다'로 변경하라고 요구했던 부분이다. 백악관으로선 북한을 자극할 만한 문구를 피한 것이지만 볼턴은 백악관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은 셈이다.

미 법무부는 볼턴이 기밀누설 금지와 관련한 고용 계약을 위반했고 기밀정보 삭제 등 회고록 출간에 필요한 절차를 마치지 못했다며 출판 금지 명령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지난 20일 출간을 막기에 너무 늦었다며 이를 기각했다.

볼턴 "트럼프, 작년 문 대통령에 한일분쟁 관여 않고 싶다 말해"

회고록 주장문 대통령 관여 요청에 대한 답변이었을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일갈등에 관여하지 않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회고록에서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일갈등이 악화일로를 걷던 지난해 7월 한일 양쪽에서 요청이 있으면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공개 피력한 바 있으나 실제로는 직접 문 대통령에게 관여하지 않고 싶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23일 발간 예정인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에 따르면 볼턴 전 보좌관은 지난해 7월 하순 한일 갈등 와중에 양국을 차례로 방문한 상황을 기술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문 대통령에게 (한일)분쟁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고 적었다.

해당 부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 어떤 계기로 문 대통령에게 그런 뜻을 전달했다는 것인지는 따로 설명돼 있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간접 인용돼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이 한일 연쇄 방문을 위해 출국한 건 2019720일이다. 하루 전인 19일 트럼프 대통령은 한일 갈등과 관련해 문 대통령으로부터 관여 요청이 있었다면서 한일 양쪽에서 요청이 있으면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공개 피력한 바 있다.

한일갈등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첫 공개 언급이었다. 문 대통령의 관여 요청에 트럼프 대통령이 관여하지 않고 싶다고 답변했을 개연성을 추정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악화할 대로 악화했던 한일 갈등 와중에 미국이 과거와 달리 별다른 문제해결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미국 안팎에서도 제기됐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당시 한국을 방문했을 때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회담하면서 자신이 현상동결 합의를 제안했으며 정 실장이 검토할 의향이 있다고 해 자신이 일본 측에 얘기해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며칠간 논의가 오간 끝에 현상동결 합의에 진전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볼턴 전 보좌관은 당시 방일에서 이뤄진 논의를 소개하면서 성공적인 북핵협상 타결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우선순위엔 한국과 일본이 경제적 비용의 상당 부분을 치르는 것이 있었고 당시 일본은 자기가 보기에 상당한 액수의 수표를 쓸 준비가 돼 있었다고 썼다.

그러나 북한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같은 것에 서명할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면서 청구권협정이 한국도 만족시키지 못했는데 일본이 어떻게 북한에서 비슷한 것을 기대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부연했다.

정 실장은 전날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에 대해 "상당 부분 사실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틈만 나면 "왜 한국 지켜주냐"철군·훈련중단 타령한 트럼프

볼턴 "트럼프, 며칠에 한번씩 같은 노래가사 반복전세계 동맹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틈만 나면 '미국이 왜 한국을 지켜주느냐'며 주한미군 철수, 한미연합훈련 중단,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입에 달고 산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 자체는 익히 알려진 것이지만,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을 보면 이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집착은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최근 독일 주둔 미군의 감축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시점이어서 '동맹 보호'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뿌리깊은 부정적 시각이 교착 상태인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3일 출간 예정인 볼턴 전 보좌관의 '그것이 일어난 방'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의 미군 주둔에 불만을 토로하는 장면이 셀 수 없이 등장한다.

심지어 한반도와 무관한 현안을 다룰 때도 종종 주한미군을 들먹였다.

201811월 중간선거 직후 외교안보 고위 인사들과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논의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갑자기 "그런데 왜 우리가 한국을 북한으로부터 지켜주고 있는 건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시리아 미군기지 문제를 논의하던 자리에서도 뜬금없이 "1950년대 한국전쟁에서 싸운 뒤 우리가 왜 아직도 거기에 있느냐"고 물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전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에서 공짜로 얻어먹고, 고마워할 줄 모르는 여러 동맹을 비판했다"고 썼다.

볼턴 전 보좌관은 "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1945년 한반도의 '일시적' 분단, 김일성의 부상, 한국전쟁, 그리고 한반도 냉전의 의미에 관한 역사를 여러차례 토론했다. 그러나 내가 영향을 주지 못한 것이 명백하다"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2018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영철 당시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백악관을 찾아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군사훈련 축소를 원한다는 이야기를 꺼낸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연합훈련 축소 내지 폐지를 희망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연합훈련을 가리켜 '도발적이고 시간과 돈의 낭비'라며 양측이 선의로 협상하는 동안 훈련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결국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워게임 중단'을 선언하자, 제임스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은 볼턴 전 보좌관에게 "6개월 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중국의 항의 때문에 그 훈련들을 거의 취소할 뻔했다"는 비화를 들려줬다.

같은해 7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평양 방문에서 빈손으로 돌아온 직후엔 '짜증'이 절정에 달했다.

회고록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으로부터 전화 보고를 받던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연습'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가 왜 한국전에 나가 싸웠는지, 그리고 왜 우리가 여전히 한반도에 그토록 많은 병력을 갖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계속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우리는 얼간이(chumps)가 되는 것을 끝낼 것"이라고 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이 전했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미국으로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하노이에서 너무 까다롭게 굴었던 게 아닌지 걱정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워게임'에 단 10센트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시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과 요구는 더욱 구체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4월 백악관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의 대미 TV 수출로 연 40억 달러를 잃고 있으며 미국이 미군기지 비용으로 연 50억 달러를 지출한다며 한국에 더 많은 분담금을 압박했다.

남북미 판문점 회동이 있었던 630일 청와대 한미정상회담에서도 돌연 미군기지 비용 문제를 꺼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상황이 평화롭게 되면 아마도 우리는 떠나게 될 것'이라면서 '그저 매우 부자 나라를 북쪽 이웃으로부터 지켜주는 데 대한 보상을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전했다.

같은해 7월 볼턴 전 보좌관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차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 결과를 보고하는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80억 달러(일본)50억 달러(한국)를 각각 얻어내는 방식은 모든 미군을 철수한다고 위협하는 것"이라고 지시했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추가 보고에 "이것은 돈을 요구하기에 좋은 타이밍"이라면서 "(볼턴 전 보좌관)이 올해 10억 달러를 가져왔는데 미사일 때문에 50억 달러를 얻게 될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했다.

다음달 아프간 문제 등에 관한 회의 석상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서 진행 중이던 연합훈련을 가리켜 "그 워게임은 큰 실수"라며 "우리가 50억 달러 합의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거기에서 나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난 정신병자(김정은 위원장)와 평화를 이뤄내려고 노력 중"이라며 "우리는 한국에서 무역으로 380억 달러를 잃는다. 거기에서 나오자"라고 주장했다. 당시 훈련도 "이틀 안에 끝내라. 하루도 연장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태도는 외교안보 라인의 고위 인사들도 혀를 내두르게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이 7월 방한 때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과 만나 방위비 분담과 연합훈련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 등을 설명하자, 해리스 대사와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상당히 놀라는 표정으로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기회만 되면 되풀이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 제기에 볼턴 전 보좌관은 "우리는 이런 주기를 반복해서 참아야 했고 늘 같은 결과로 끝났다""며칠에 한 번씩 누군가 무심코 버튼을 누르면 트럼프는 똑같은 영화 사운드트랙에서 자신의 가사를 반복하곤 했다"고 적었다.

또 볼턴 전 보좌관은 싱가포르 회담 한 달 뒤 영국 군사학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영 특수부대 연합훈련에 깊은 인상을 받은 장면을 보고 "지난 18개월 동안 누구도 트럼프 대통령을 미군 훈련에 데리고 가지 않았다는 사실이 후회스러웠다""만약 그랬다면 아마도 한반도 워게임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볼턴, 회고록서 일본에도 "조현병 앓는다" 막말

악수하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고노 다로 전 일본 외무상

존 볼턴 미국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외교 비사들을 폭로한 회고록에서 문재인 대통령뿐 아니라 일본 정부를 향해서도 '조현병 막말'을 퍼부은 것으로 나타났다.

볼턴 전 보좌관은 23(현지시간) 정식 발간 예정인 '그것이 일어난 방'에서 지난해 67일 야치 쇼타로 당시 일본 국가안보국장과의 통화 내용을 소개하면서 이같이 묘사했다.

그는 저서에서 "야치 국장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이란 방문에 관한 화두를 점검하기 위해 내게 전화를 했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제안일 수 있다고 묘사했는데 그건 이란에 너무 관대했다"고 기술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일본은 이란과 북한에 대해 조현병을 앓고 있다(schizophrenic)""이란에는 석유 때문에 부드럽게 대했고, 북한에는 암울한 현실 때문에 강경하게 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그래서 난 일본이 그 2개 위협이 얼마나 비슷한지를 알게 하려고 거듭 노력했다""만약 아베가 테헤란을 위해 제안한 것을 유럽연합(EU)의 한 국가가 평양을 위해 똑같이 제안했다면 아베는 단호하고 주저없이 반대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서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던 2차 북미정상회담 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대화를 소개하면서 문 대통령을 향해 같은 표현을 사용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회고록에서 "정 실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영변 폐기 의향은 북한이 불가역적인 비핵화 단계에 들어선다는 것을 보여주는 매우 의미있는 첫 조치라는 문 대통령의 '조현병적인 생각'(schizophrenic idea)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이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볼턴 전 보좌관) 본인이 그럴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또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한을 간청했다는 그의 주장도 회고록에 담겼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국빈방문 기간이던 지난해 527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문 대통령이 내게 이번 방문에서 한국에도 와줄 것을 간청했지만 거절했다고 말했다'"라고 주장했다.

당시 아베 총리와의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의자에서 떨어지거나 중요한 내용을 놓치지는 않았지만 "정말로 졸았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전했다.

한편, 지난해 여름 백악관을 방문한 칼트마 바툴가 몽골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이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트럼프 대통령의 물음에 "김 위원장은 자신의 독재 정권에 대한 위험 때문에 민중 봉기를 두려워한다"고 답했다는 대화 내용도 저서를 통해 공개됐다.

그러면서 바툴가 대통령은 북한 주민의 생활 여건이 심각하고 제재 이후 훨씬 더 악화됐다고 강조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전했다.

 

일본 산업유산센터 강제동원 왜곡 "다각적 대응방안 강구"

 

정부가 유네스코에 '군함도'(하시마·端島) 등 일본 근대산업시설 23곳에 대한 세계유산 등재 취소를 요구하는 내용의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명의 서한을 이달 안으로 발송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가 최근 문을 연 유네스코 산업유산정보센터 내 군함도 관련 전시에서 강제동원 사실을 기재하기로 했던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한 대응 차원이다.

박 장관과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지난 1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대상 간담회 업무보고에서 관련 질의를 받고 이같이 밝혔다고 민주당 전용기 의원이 21일 전했다.

전 의원은 "외교부에서 이미 진행 중인 사안이지만 문화재청과 문체부에서도 좀 더 강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말했다.

이에 박 장관은 "외교부와는 별도로 강력하게 서한 등의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문화재청은 23일 일본 산업유산정보센터에 직원을 보내 왜곡과 관련한 사실 파악에 나설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문체부는 "우리 정부는 산업유산정보센터와 관련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취소 요구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 없으나, 문체부는 조속히 시정돼야 한다고 판단함에 따라 외교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일본이 약속을 이행하도록 다각적인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이와 별도로 국회 차원에서 일본의 강제노동 동원에 대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권고와 일본이 약속한 후속조치의 성실한 이행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일본, '군함도 세계유산 취소' 한국요구에 "약속 이행" 또 억지

 

        기자회견 하는 일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일본 정부는 한국이 '군함도' 등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취소를 요구하는 서한을 유네스코에 발송할 방침인 것과 관련 자신들은 강제징용 희생자를 기린다는 약속을 이행했다고 또 억지를 부렸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2일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방침에 대한 일본의 대응을 묻자 "하나하나에 논평은 삼가겠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스가 장관은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의와 권고, 이런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우리나라 정부가 약속한 조치를 포함해 이런 것들을 성실히 이행해오고 있으며, 계속 적절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측으로부터 등재 취소를 요구하는 내용의 통보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현시점까지 말씀하신 것과 같은 통보는 일본 정부에 대해서는 행해진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한국 정부는 일제 강제징용 현장인 군함도를 포함한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취소를 요구하는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명의 서한을 이달 안으로 유네스코에 발송할 방침인 것으로 전날 전해졌다.

지난 15일 일반에 공개된 도쿄 소재 산업유산정보센터 내 전시물이 세계유산 등재 당시 일본의 약속과 달리 강제동원 피해를 부정하고 자신들의 근대 산업화를 미화하고 있는 것에 대한 대응 조치다.

20157월 사토 구니 주()유네스코 일본대사는 메이지 시대 산업시설의 일부에선 한국인과 여타 국민이 본인 의사에 반하게 동원돼 가혹한 조건에서 강제로 노역했다고 인정하면서 희생자들을 기리는 정보센터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아베 내각 '군함도 역사왜곡' 관변단체와 4년간 57억원 계약

"나랏돈으로 아베 개인적 역사관 선전역사왜곡센터" 비판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점기 조선인 징용 현장인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 등에 관한 역사 왜곡을 사실상 주도하는 단체에 60억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투입한 것으로 23일 파악됐다.

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한국 대법원판결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우익 사관을 확산하도록 자금을 공급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본 정부가 공개하는 경쟁입찰 계약정보를 분석해보니 군함도 등 세계유산 안내 시설인 산업유산정보센터(이하 센터)를 운영하는 일반재단법인 산업유산국민회의(이하 국민회의)201620194년 동안 약 5561만엔(57억원)어치의 물품·역무 등 제공 계약을 일본 정부와 체결했다.

국민회의는 '현역 산업시설을 포함한 산업 유산의 계승'을 표방하며 2013910일 설립돼 일본 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를 측면 지원했다.

하지만 징용을 둘러싼 한일 역사 갈등이 격화하자 우익 사관을 옹호하며 관변단체로서의 정체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일본 정부가 공개한 경쟁입찰 계약에 관한 서류에 산업유산국민회의가 일본 정부와 계약한 내용이 기재돼 있다. 국민회의는 20171117'메이지(明治) 일본의 산업혁명유산 산업노동에 관한 조사'14580만엔에 일본 정부와 계약한 것으로 나온다.

일본 정부 자료를 보면 국민회의는 20171'메이지(明治) 일본의 산업혁명유산 산업노동에 관한 조사' 사업을 8964만엔에 계약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동일한 이름의 사업을 14580만엔에 따냈다.

20189월에는 '메이지 일본의 산업유산 인터프리테이션(해석) 갱신에 관한 조사 연구'12508만엔에, 작년 10월에는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유산 각 사이트의 역사 전체에서의 인터프리테이션에 관한 조사연구'13299만엔에 일본 정부와 각각 계약했다.

올해 2월에는 '산업유산정보센터의 운영 개시를 위한 조사연구' 사업을 1210만엔에 수주했다.

국민회의는 일반경쟁(종합평가)을 거쳐 일본 정부와 일련의 사업을 계약했다.

이 단체의 계약 금액은 앞서 다른 기관이 세계유산 관련 업무를 수행했을 때보다 훨씬 많은 점이 눈에 띈다.

국민회의가 세계유산 관련 업무를 계약하기 전에는 미쓰비시소켄(三菱總硏)이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한 업무를 맡았다.

자료가 공개된 201420152년간을 보면 미쓰비시소켄은 일본 정부와 관련 조사 연구를 6844만엔에 계약했다. 이 기간 미쓰비시소켄의 계약 금액을 연평균으로 따지면 3422만엔으로 국민회의 연평균 계약금액 12640만엔의 27수준이다.

이 단체가 어떤 점을 앞세워 계약을 따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문제는 이들이 일제 강점기 징용과 관련된 역사 왜곡에 사실상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회의는 군함도 주민의 발언 영상을 활용해 징용 조선인에 대한 인권 침해 등이 없었다는 이미지를 부각하는 등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 유산 등록 당시 했던 '강제 노역을 사실을 알린다'는 약속에 역행하는 활동에 매달리고 있다.

산업유산정보센터에 전시된 옛 군함도 거주자의 사진. 센터에는 징용 피해자의 진술을 부인하는 듯한 주민 발언을 담은 콘텐츠가 전시 중이다.

최근 문을 연 센터는 징용 피해자들의 고통 섞인 증언을 부정하는 콘텐츠를 전시해 한국 정부가 도미타 고지(冨田浩司) 주한일본대사를 불러 항의하기도 했다.

고바야시 히사토모(林久公) 강제동원 진상규명네트워크 사무국 차장은 일본 정부가 국민회의에 사업을 대거 맡긴 것이 역사 왜곡 활동에 자금을 지원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나라의 돈을 써서 아베 총리의 개인적인 역사관을 선전하고 있으며 선전의 도구로 국민회의가 활용되고 있다""산업유산정보센터가 역사 왜곡 선전센터가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일제의 조선인 징용 현장 등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고 열흘이 지난 2015714일 가토 고코(加藤康子·왼쪽) 당시 내각관방참여가 아베 신조(安倍晋三·왼쪽 세 번째) 일본 총리, 스가 요시히데(菅義偉·오른쪽) 관방장관 등이 일본 총리관저를 방문한 지방자치단체 등과 기념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센터가 일본 정부 사업을 대거 수주한 것은 국민회의 전무이사인 가토 고코(加藤康子)의 인맥 등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가토 고코는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내각에서 농림수산상 등을 지낸 가토 무쓰키(加藤六月·19262006)의 딸이며, 아베 총리 측근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상의 처형이다.

가토 고코는 군함도 등이 세계 유산에 등재되는 과정을 지원했고 2015720197월 내각관방참여로 활동하기도 했다.

유네스코대사 일 작심비판약속어기고 세계유산위 권위 무시

한국대표부, 세계유산위 21개국에 일본 후속조치 미흡설명 작업

일본이 메이지(明治)시대 산업유산을 소개하면서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 사실을 왜곡한 것에 대해 정부가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다자외교무대에서 일본에 약속 이행을 압박하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주유네스코한국대표부 김동기 대사는 25(현지시간) 파리 근교 대사관저에서 한국 언론 특파원 간담회를 열고 세계유산위원회(World Heritage Committee) 21개국을 상대로 일본이 세계유산 등재 시 내건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을 알리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2015년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 탄광 등 조선인 강제노역 시설 7곳을 포함한 메이지 시대 산업유산 23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일자 정보센터를 설치해 조선인의 강제노역 사실을 설명하고 희생자를 기리는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15일 일본 도쿄도(東京都) 신주쿠(新宿)구에 개관한 정보센터에는 강제 징용을 부정하는 증언과 자료가 전시됐고 이에 한국 정부는 일본이 약속한 후속 조치가 전혀 이행되지 않았다며 항의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22일에는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메이지 산업유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취소 가능성 검토를 포함해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일본에 충실한 후속 조치 이행을 촉구하는 결정문이 채택될 수 있도록협조와 지지를 요청한 바 있다. 김 대사는 이날 간담회에서 "세계유산위원회 21개 위원국을 대상으로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약속한 내용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알리고 있다"면서 세계유산위원회가 개최되면 우리 정부가 요구한 내용이 정식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산업유산정보센터에 강제동원 사실을 기재하지 않은 것에 대해 김 대사는 "일본이 본인들 입으로 말한 것을 지키지 않고 세계유산위원회의 권위도 무시한 것"이라면서 "일본이 자국 이미지를 스스로 실추시키고 있다"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국제사회에서 약속을 안 지키는 일본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일본은즉각 후속 조치 이행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대사는 이런 입장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 대사들을 수시로 접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세계유산협약에 따라 설립된 정부 간 위원회로, 세계유산 등재 유산을 심의해 결정하고 세계유산의 보호·관리에 관한 결정을 내리는 주체다. 현재 호주, 노르웨이, 러시아, 스페인, 태국 등 21개 국가가 위원국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은 위원국이 아니다.

올해 제44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당초 오는 29일부터 79일까지 중국 푸저우(福州)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무기한 연기됐다. 오는 11월 개최가 유력하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 회의에서는 우리나라가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신청한 '한국의 갯벌'에 대한심사도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의 갯벌이 등재되면 한국이 보유한 세계자연유산은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포함해 2건으로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