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생전 서둘러 유엔 인권 수준의 해결에 착수해야"

 

일본 시민단체인 '위안부 문제 해결 올(All) 연대 네트워크'는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진정한 사죄와 자발적인 배상을 요구하는 문서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보냈다고 15일 밝혔다.

이 단체는 이 요구서에서 "피해자가 한 사람이라도 더 살아 있는 동안 서둘러 유엔 인권 수준의 해결에 착수해야 한다"며 아베 총리가 이달 말까지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주문했다.

이 단체는 위안부 피해자와 국제사회가 원하는 것은 일본 정부의 자발적 배상 외에 위안부 관련 사실(史實)과 그 책임을 인정하는 진정한 사죄 두 번 다시 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역사교육을 통한 다음 세대로의 계승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일본이 '제대로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고 사죄해야만 명예를 회복할 수 있다'는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말을 언급하면서 오랜 기간 굴욕적인 인생을 살아온 모든 피해자의 간절한 호소에 응하는 것은 가해국만이 할 수 있는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베 총리가 사실을 직시하고 '복사본'이 아닌 자신의 말로 진심 어린 사죄를 하는 것이 피해자의 간절한 호소에 응하는 피해자 중심의 문제 해결 방법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올바른 역사 교육에 대해선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1993)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이어 아시아 각국의 위안부 피해자가 죽기를 일본 정부가 기다린다는 말도 들린다면서 피해자가 죽어도 젊은 후계자가 힘차게 자라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끝으로 "(위안부) 피해자와 지원자들이 오랜 운동에도 불구하고 애초보다 후퇴한 일본 정부의 태도 때문에 지치고 실망감이 퍼지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유엔 인권 수준에 맞게 이 문제를 해결해 여성의 인권과 평화 문제에서 세계를 이끌어가길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일본 시민단체인 '위안부 문제 해결 올(All) 연대 네트워크'가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아 아베 신조 총리에게 보낸 문서.

일본 각료 4명 패전일 야스쿠니 참배2차 아베 내각 출범 후 최다

패전일 현직 각료 참배 4년 만에 처음아베 총리는 또 공물 보내

아베 신조 내각의 각료 4명이 태평양전쟁 패전(종전) 75주년인 15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직접 참배했다. 현직 각료의 패전일 참배는 4년 만에 처음이고 그 인원은 2차 아베 내각 출범 이후 가장 많았다.

아베 신조 총리는 참배하지 않았지만 야스쿠니 신사에 또 공물을 바쳤다.

아베 총리는 이날 다카토리 슈이치(高鳥修一) 자민당 총재 특별보좌관을 통해 자민당 총재 명의로 야스쿠니 신사에 봉납할 나무장식품인 '다마구시'(玉串·비쭈기나무에 흰 종이를 단 것) 비용을 보냈다. 다카토리 보좌관은 아베 총리가 "평화의 초석이 된 전몰자에게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바쳐 영령의 평화와 항구적 평화를 기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2차 집권을 시작한 지 1년 후인 201312월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참배했으나 그 뒤로는 종전일과 봄·가을 제사인 춘·추계 예대제 때에 공물만 보내고 있다.

이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침략 전쟁을 용인하는 행위로 보는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물 봉납도 침략전쟁을 이끈 사람들에 대한 예를 표하는 성격이어서 논란거리가 돼왔다.

아베 총리는 이날 신원불명 전몰자의 유골을 안치한 시설로, 야스쿠니 신사 인근에 조성된 '지도리가후치(千鳥) 전몰자묘원'을 찾아 헌화했다.

각료 중에 작년 9월 내각에 합류한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환경상(장관)과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문부과학상이 이날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에토 세이이치(衛藤晟一) 영토담당상,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무상도 각각 참배 대열에 합류했다.

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 패전 75주년인 15일 도쿄 야스쿠니 신사에서 군복 차림에 전범기 문양을 넣은 마스크를 쓴 남성이 참배를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각료가 패전일에 맞춰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것은 2016년 총무상을 맡고 있던 다카이치 현 총무상과 마루카와 다마요(丸川珠代) 당시 올림픽담당상 이후 4년만이다.

특히 올해 참배 인원은 2차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종전일의 야스쿠니신사 각료 참배자 수는 2013~2015년에 매년 3, 2016년에 2명 있었지만 2017~2019년에는 없었다.

고이즈미 환경상 등 이날 참배한 각료들은 입각 전에도 주요 행사 때마다 야스쿠니 신사에 갔다.

하기우다 문부과학상은 참배 후 기자들에게 "부전(不戰)의 맹세를 새롭게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에토 영토담당상은 한국과 중국에서 반발할 것이라는 지적에 "(전몰자 추도 방식은) 중국이나 한국의 얘기를 들을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고이즈미 환경상은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다카이치 총무상은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분들을 어떻게 모시고, 위령할지는 각 나라의 국민이 판단할 문제"라며 "결코 외교문제로 만들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초당파 의원 연맹인 '다 함께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모임 회장인 오쓰지 히데히사(?秀久) 전 참의원 부의장과 사무국장인 미즈오치 도시에이(水落敏榮) 참의원 의원이 대표로 참배했다.

이 밖에 다카토리 특보가 이끄는 자민당의 '보수단결모임'과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자민당 간사장 대행이 대표를 맡은 '전통과 창조 모임' 회원도 각각 참배했다.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에 있는 야스쿠니 신사는 메이지(明治) 유신 이후 일본이 일으킨 수많은 전쟁에서 숨진 2466천여 명의 영령을 떠받드는 시설이어서 제국주의 침략 전쟁의 상징으로 불린다.

이곳에는 특히 태평양전쟁을 이끌어 전후 극동 군사재판(도쿄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도조 히데키(東條英機·18841948) 총리와 무기금고형을 선고받고 옥사한 조선 총독 출신인 고이소 구니아키(小磯國昭·18801950) A급 전범 14명이 합사돼 있다.

한국 정부는 이날 오후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일본 정부와 의회의 지도자들이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또다시 공물료를 봉납하고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역사를 올바로 직시하면서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어야만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구축하고 나아가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엄중히 지적한다"고 강조했다.


7월 세계 평균기온 역대 12019년과 0.01도 차

17월 기온도 역대 22016년과 0.04도 차이

2020가장 뜨거운 해’ 1위 될 확률 여전 유효

 

올해 북반구 7월은 관측 이래 가장 뜨거운 7월이었다. 남반구까지 합한 세계 평균으로도 역대 두번째 더운 7월로 기록됐다. 17월 기온도 관측 141년 동안 두번째로 높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아시아에 전례 없는 폭우가 쏟아졌음에도 2020년이 가장 뜨거운 해’ 1위가 될 확률은 여전히 유효한 셈이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지난 3월 올해가 가장 뜨거운 해가 될 확률은 74.67%, 역대 5위에 들 확률은 99.94%, 10위에 들 확률은 99.99%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미 국립해양대기청이 14일 발표한 7월 기후 관측 통계를 보면, 지난달 세계 평균기온은 16.72도로 집계돼 20세기 평균을 0.92도 뛰어넘었다. 이는 미 국립해양대기청이 관측을 시작한 1880년 이래 141년 동안 두번째로 높은 기온으로, 1위인 2019년과 0.01도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역대 가장 뜨거운 해인 20167월과는 동률이다.

올해 한국·중국·일본 등 동아시아 3국에 유례 없는 폭우가 쏟아졌음에도 북반구 평균기온은 20세기 평균보다 1.18도 높아 역대 1위를 차지했다. 이전 1위였던 지난해보다 무려 0.08도나 높았다.

지구온난화가 계속됨에 따라 20세기 평균기온보다 높은 7월은 올해로 44번째 이어지고 있다. 20세기 평균보다 기온이 높은 달로는 427번째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7월 평균기온 역대 10위 가운데 9개가 2010년 이후이다. 6위까지가 지난 6년 동안(2015~2020)에 기록됐다.

7월에 폭염이 덮친 곳은 동남아시아, 남미 북부, 북미, 북서태평양, 북인도양, 카리브해 등이다. 카리브해 7월 평균기온은 역대 1위이고, 북미는 2위였다. 미국의 경우 7월 기온이 평균보다 2.1도나 높았다. 역대 7월 기온 1위가 기록된 주만 해도 코네티컷, 델라웨어, 메릴랜드, 뉴햄프셔, 뉴저지, 펜실베니아, 버지니아 등 7개에 이른다.

우리나라 17월 기온도 역대 3

또 올해 1~7월 세계 평균기온(14.85)1880년 이래 141년 사상 두번째로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세기 평균보다 1.05도 높은 것이다. 역대 1위인 2016년에 비하면 0.04도 낮다.

1~7월 평균기온이 높은 곳은 아시아 북부, 유럽 일부, 중국, 멕시코, 남미 북부, 대서양, 북인도양, 태평양 등이다. 아시아북부는 평균보다 2도 높았다. 우리나라도 7월 평균기온은 6월보다 낮아 관측 48년 동안 역대 44위를 기록했지만, 17월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1.1도가 높아 역대 3위였다.

북극 해빙 관측사상 가장 적어

7월 북극 해빙 면적은 통계를 시작한 이래 48년 만에 가장 작았다. 이는 기존 역대 1위였던 지난해 면적보다 베트남 면적(31) 더 줄어든 규모다. 19812010년 평균보다는 220(23.1%)가 작은 것이다. 북극 해빙 면적의 작은 순위 10위는 모두 2007년 이후 기록됐다.

남극 해빙은 올해 751커졌다. 이는 1981~2010년 평균보다 1.9% 작은 것으로, 9번째로 작은 면적이다. 올해까지 4년 연속 평균보다 작은 면적이 기록되고 있다. < 이근영 기자 >


궤도탐사선 MRO 15주년 기념 사진 공개

 

왼쪽이 평소의 화성, 오른쪽이 먼지로 뒤덮인 화성이다. 나사 제공

 

지난 5일 화성 탐사로버 큐리오시티가 착륙 8년을 맞은 데 이어 12일 화성 궤도선 `MRO'(화성정찰궤도위성)가 발사 15년을 맞았다.

2005812일 지구를 출발해 2006310일 화성 궤도에 진입한 MRO는 화성 하늘에서 화성의 지형과 기후를 관찰하고, 착륙선 및 로버와 지구의 통신을 중계해주는 역할을 한다.

미국항공우주국(나사)MRO 발사 15주년을 맞아 흥미로운 화성 사진들을 선별해 공개했다. MRO는 고도 250~320km 상공에서 112분에 한 번씩 화성을 돌며 화성 구석구석을 3대의 카메라로 촬영한다. 세 장비 중 고해상도 카메라 하이라이즈(HiRISE)로 찍은 것만 6882천여장, 194테라바이트(1테라-1000기가)에 이른다. 나사가 공개한 사진 중 몇가지를 살펴본다.

화성 궤도탐사선 ‘MRO’. 나사 제공

10년에 한두번, 먼지폭풍에 휩싸인다

첫째는 먼지로 뒤덮인 화성(맨위)이다.

20185월에 촬영한 왼쪽 사진에는 화성의 지형이 뚜렷이 드러나 있지만, 7월에 찍은 오른쪽 사진은 화성 표면의 거의 전체가 먼지로 뒤덮여 있다. 화성의 먼지 바람은 일상적으로 일어나지만, 규모는 극히 작다. 영화에서와 같은 드라마티틱한 장면은 10년에 한 두번 볼 수 있다. 이때는 일련의 폭풍이 도미노효과처럼 연쇄적으로 일어나면서 화성 전체를 뒤덮는다. 이때 발생한 먼지 폭풍에 화성 탐사 로버 오퍼튜니티의 태양전지 패널이 날아가는 바람에 오퍼튜니티는 결국 활동을 끝내야 했다.

화성의 회오리.

둘째는 먼지 회오리 사진이다.

20122월에 촬영했다. 회오리를 일으키며 솟아오른 뒤 날아가는 먼지가 땅 위에 뱀 모양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길이는 800미터가 넘고, 폭은 30미터로 추정된다. 둘째는 지상 297km 상공에서 촬영했다.

산사태.

셋째는 산사태 사진이다. 2019529일에 촬영했다.

화성의 얼음도 봄이 되면 기온이 오르면서 증발한다. 이때 곧잘 일어나는 현상이다. 화성 북극에 있는 500미터 높이의 이 절벽이 무너져 내리는 장면이다.

충돌의 흔적.

넷째는 운석 충돌구 사진이다. 20131119일에 촬영했다.

화성의 대기밀도는 지구의 1%에 불과하다. 운석이 대기에서 타버리지 않고 그대로 땅에 꽂히면서 큰 웅덩이를 만든다. 이 사진의 충돌 분지는 지름이 약 30미터에 이른다. 충돌시 파편과 분출물이 방사형으로 흩어져 나갔음이 확연히 드러난다. 나사는 파편과 분출물이 15km까지 퍼져 나갔다고 밝혔다.

모래 언덕.

다섯째는 모래언덕 사진이다. 200929일에 촬영했다. 사진 중앙에 큰 모래언덕이 있고, 그 주변으로 모래들이 잔물결을 이루고 있다. 굴곡을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색을 입혀 표현했다.

화성에서 본 지구와 달

화성에서 본 지구와 달.

여섯째는 화성에서 본 지구와 달이다. 20161120일에 촬영했다. 4개의 사진을 합성해 완성한 사진이다. 지구(오른쪽) 중앙의 붉은색 부분이 호주다. 아래쪽 흰색은 남극대륙이며, 다른 곳의 흰색은 구름이다.

화성의 달.

일곱째는 화성의 달 포보스 사진이다. 2008323일 포보스 6800km 거리에서 촬영했다. 포보스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공포의 신이다. 화성에는 두 개의 위성이 있는데, 또 다른 위성의 이름도 포보스의 쌍둥이 동생 데이모스에서 이름을 따왔다.

포보스의 지름은 21km에 이른다. 오른쪽 아래 움푹 들어간 충돌 분지의 크기는 지름 9km. 포보스는 화성의 중력에 잡힌 소행성일까, 아니면 소행성 충돌 후에 떨어져 나간 화성의 일부일까? 일본이 2024년 포보스에 탐사 로버를 착륙시켜 그 비밀을 캘 계획이다. < 곽노필 기자 >

 


극우·보수단체 사이트서 성차별적 공세

미 민주당·여성단체 여혐과의 전쟁선포

 

미국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왼쪽)12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알렉시스 듀폰 고등학교에서 전날 자신과 함께 대선에 나갈 부통령 후보로 선택한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과 함께 첫 기자회견에 나섰다. 워싱턴/AP 연합뉴스

   

해리스(55)는 확실히 개인적 매력만으로 뽑힌 게 아니다. 30여년 전, 그는 훗날 샌프란시스코 시장이 된 윌리 브라운(85)이랑 사귀었다.”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113일 미국 대선에 나설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11(현지시각) 저녁, 미국의 보수 케이블채널 <폭스 뉴스>의 유명 앵커 터커 칼슨은 자신의 이름을 딴 프로에서 이렇게 논평했다. 황금시간대인 저녁 8시 방송에서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를 향해 출세를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믿지 못할 여자라는 성차별적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낸 것이다.

해리스가 미국 최초의 흑인 여성 부통령도전에 나서면서 극우·보수 온라인 사이트는 물론 방송에서도 노골적인 여성혐오’(여혐) 공격이 본격화하고 있다. 경쟁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향한 트럼프의 지속적인 네거티브 공세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여성’, 그 가운데서도 흑인 여성이라는 공격하기 좋은 소재를 지닌 해리스를 향한 혐오 공격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지지층을 비롯한 극우·보수 세력의 여혐 공세는 지난 3, 바이든이 여성을 러닝메이트로 삼겠다고 공언한 이후부터 가동되기 시작했다. 이들의 온라인 사이트에선 부통령 후보로 이름이 거론되는 인물들을 성적으로 희롱하는 각종 게시물이 올라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한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이름을 갖고 장난친 게 대표적이다. 즉석밥 브랜드 엉클 벤의 밥(rice)’엉클 바마의 추잡한 밥이라고 바꾼 뒤 언제 먹어도 체제 전복적인 맛이라고 한 줄을 덧붙인 게시물이 대표적이다. 해리스를 향해선, 윌리 브라운과의 연애사를 들추며 해리스를 꽃뱀취급하거나 극단주의자를 넘어 비밀 공산주의자라고 중상모략하는 게시물이 줄을 이었다. 사실, 비밀 공산주의자라는 증거는 쿠바 여행을 다녀왔다는 게 전부다.

민주당과 여성계는 이번 대선에서 이런 여혐 공세가 발 딛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총력전을 벼르고 있다.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트럼프에게 패배한 악몽을 되풀이할 수 없다”(여성인권단체 울트라바이올렛의 쇼나 토머스)는 게 이유다. 2016년 당시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이 클린턴을 향해 노골적으로 성차별적 공세를 펼쳤는데, 적극 대응하기보단 무시전략으로 대응한 게 패착이었다고 본 것이다. 당시 대선에서 트럼프는 밑도 끝도 없이 클린턴 후보의 외모를 두고 대통령에 적합하지 않다고 공격했다. 그의 선거 유세장 가판대에서 힐러리의 신체적 특징을 비하해 케이에프시(KFC) 힐러리 스페셜: 지나치게 뚱뚱한 허벅지(2 Fat thighs), 너무 작은 가슴(2 small Breasts)’ 식으로 이름을 붙인 치킨 메뉴를 팔기도 했을 정도다. 바이든 캠프의 제니퍼 오맬리 딜런 선대본부장은 부통령 지명 발표를 앞두고 선대위 전 직원에게 누가 후보가 되든 추악한 성차별적 공격이 이뤄질 것이라며 선대위 전원에게 여성 부통령 후보에 대한 총력 방어를 지시했다. 공개적으로, 때론 여혐이 맞나 긴가민가 싶은 방식으로 은밀히 이뤄지는 공격 하나하나에 눈을 부릅뜨고 대응하자는 취지다.

여성단체들도 뒤에 우리가 있다며 팔을 걷고 나섰다. 울트라바이올렛과 유색인종 여성의 권익 신장 단체 쉬 더 피플’, 전미임신중절권리연맹(NARAL) 등 여성단체들은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 발표 하루 전인 10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부통령 후보에 대한 혐오와 거짓이 번지는 것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상황실을 꾸려 온라인상에 떠도는 각종 성차별적 이미지들을 판별해 레딧이나 페이스북등에 삭제를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 이정애 기자 >

바이든-해리스 첫 공동출격미국은 리더십을 간절히 바란다

바이든, 이민 2세 해리스에 그의 스토리가 미국의 스토리

오바마-클린턴 부부, 샌더스 등 다음주 전당대회 스타 총출동

미국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12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한 고교 체육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전날 부통령 후보로 선택된 뒤 이날 처음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와 공동으로 공개석상에 나섰다. 윌밍턴/AP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12(현지시각) 처음으로 공동출격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전날 바이든의 발표로 대통령-부통령 후보로 짝을 이룬 두 사람은 트럼프의 코로나19 대응과 인종주의적 태도를 비판하며 113일 대선에서 미국을 위기에서 구하겠다고 다짐했다.

바이든과 해리스는 이날 오후 바이든이 거주하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한 고교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마스크를 쓰고 함께 등장했다. 해리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팬데믹을 잘못 다뤄서 우리를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로 떨어뜨렸다우리는 인종주의와 체계적 불평등에 대한 도덕적 심판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그는 트럼프의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큰 인명 피해와 실업 사태를 낸 점을 언급하면서 트럼프와 마이크 펜스(부통령)에 관한 사건은 단순명쾌하다고 말했다.

해리스는 미국은 리더십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그러나 우리는 자신을 뽑아준 사람들보다 자신에 더 신경쓰는 대통령을 갖고 있다고 트럼프를 비판했다. 우리는 11월에 승리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지난 몇년이 우리를 대표하는 게 아니었다는 걸 입증할 (선거를 통한) 권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리스에 앞서 연단에 선 바이든은 꼭 3년 전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일어난 유혈사태를 언급하며 신나치주의자와 백인우월주의자들이 횃불을 들고 현장에 나온 것을 기억하라고 했다. 당시 백인우월주의자들을 두둔하는 태도를 보인 트럼프를 비판한 것이다.

바이든은 또 해리스가 최초의 비백인 여성 부통령 후보로서 갖는 역사적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해리스가 자메이카 출신 아버지와 인도 출신 어머니를 둔 이민 2세인 점을 언급하면서 그녀의 스토리가 미국의 스토리라고 말했다. 오늘 아침, 우리 사회에서 너무도 자주 무시당한다고 느꼈을 흑인과 갈색 인종 소녀들이 깨어났고, 처음으로 그들은 스스로를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바이든-해리스의 첫 연설을 봤느냐는 질문에 안 봤다. 바이든이 말하는 것 조금, 해리스가 말하는 것 조금만 봤고 그걸로 충분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해리스가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바이든을 공격했던 점을 가리키며 바이든에게 해리스보다 더 모욕적인 사람이 없었다고 전날의 비난을 이어갔다.

하지만 트럼프 쪽은 바이든-해리스 팀에 대한 공격 포인트를 못 찾아 애먹는 모습이다. 트럼프 캠프는 해리스에 급진 좌파딱지를 붙이려고 하지만, 보수 매체인 <폭스뉴스>의 앵커 크리스 월리스는 공화당이 무슨 말을 하려한들, 해리스는 왼쪽으로 많이 가 있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해리스를 괜찮은 선택지라고 말했던 트럼프가, 그가 부통령 후보로 결정된 직후 의회에서 가장 비열한 사람이라고 태도를 바꾼 것도 조롱받고 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 후보를 공식 지명하기 위해 오는 17~20일 열리는 전당대회에는 민주당의 스타들이 찬조연설자로 총출동할 예정이다. 첫날 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를 시작으로, 둘쨋날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셋째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이 나선다. 바이든은 마지막 날 밤 후보 수락 연설을 한다. 이들 연설은 모두 코로나19로 인해 화상으로 진행된다. <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

유리천장 깨며 다져온 전투력해리스, 트럼프도 몰아붙일까

상류층 엘리트 출신·중도 성향에 진보 지지층선 개혁성 의심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오는 113일 미국 대선에 함께 나설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 사진은 지난 1월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당시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유세를 하고 있는 모습. 오클랜드/UPI 연합뉴스

보통 사람을 위하는 겁 없는 투사이며, 이 나라 최고의 공직자 중 한 사람.”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11일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며 밝힌 이유다. ‘흑인’(자메이카)아시안’(인도)의 혈통을 물려받은 여성이란 점 외에, 지난해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면전에서 바이든의 인종통합 교육을 위한 버스 통학 제도 반대 전력을 똑 부러지게 비판하던 투사같은 모습을 강조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맞서 전투력을 보여달라는 주문이 담겨 있는 말이다.

해리스는 1964년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자메이카 출신 아버지 도널드 해리스와 인도 출신 어머니 시아말라 고팔란 해리스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 어머니는 유방암 전문 과학자였다. 흑인과 아시안의 혈통을 동시에 물려받았다는 점에서,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이후 미국을 넘어 전세계로 번진 인종차별 해소 요구에 부응할 적임자란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전형적 상류층 엘리트코스를 밟아온 출신 배경과 민주당 경선 기간 내내 표방했던 정책적 중도 노선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버니 샌더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을 밀었던 민주당 내 진보 지지층은 그의 부통령 지목을 아쉬워할 수 있다.

해리스는 흑인 명문대인 하워드대와 헤이스팅스 로스쿨을 졸업한 뒤, 샌프란시스코 검사를 거쳐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캘리포니아주의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을 지냈다. 검사·법무장관 재직 시절, 경찰 총격 사건들을 충분히 조사하지 않았고 잘못된 유죄 판결 사건에서 검찰 편을 들었던 전력 때문에 그간 해리스의 개혁성을 의심하는 이들이 꽤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트럼프를 꺾는 게 지상 최우선 과제가 돼버린 이번 대선에서 유리천장을 깨며 정치적 이력을 다져온 해리스의 쌈닭 기질이 장점으로 부각되는 분위기다.

물론 장점으로 꼽히는 이 전투력은 양날의 칼이 되기도 했다. 바이든의 장남이자 델라웨어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을 지낸 보 바이든(2015년 암으로 사망)과 가깝게 지내며 바이든과도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사이인데도 바이든을 면전에서 몰아붙인 경선 토론회가 그 예로 꼽힌다. 바이든의 아내 질 바이든 역시 복부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고 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바이든 선거캠프 쪽에선 젊고 의욕적인 해리스가 차기 대선을 노리고 자기 정치를 할 것이라며, 부통령 후보 지명을 반대하기도 했다고 한다. 해리스의 부통령 지명 소식에 트럼프가 바이든에게 (해리스가) 매우 매우 못되게 했다. ‘포카혼타스’(워런에게 트럼프가 붙인 별명)보다 더 못되게 굴었다며 비아냥 섞인 반응을 내놓은 것도 이런 분위기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트럼프가 2011년과 2013년 해리스에게 6천달러를 후원했다는 점이다.

한편, 해리스가 11월 대선에서 승리해 부통령이 되면 그의 남편은 미국 최초의 세컨드 젠틀맨이 된다. 그의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55)는 엔터테인먼트·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로, 두 사람은 2013년 절친한 친구의 소개로 만나 2014년 결혼했다. 엠호프는 해리스의 선거유세 등에 동참하는 등 적극적인 외조로도 유명하다. 그는 이날 질 바이든이 준비됐냐며 날린 트위트에 준비됐다. 가자고 화답하기도 했다. < 이정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