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벨기에 왕 레오폴 2세의 흉상에 빨간 페인트가 칠해져 있다. 벨기에에서는 1885~1908년 중부 아프리카 민주콩고를 식민 지배하면서 원주민을 가혹하게 착취한 레오폴 2세의 동상을 없애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의 상처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하고 싶다. 그 고통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 여전히 존재하는 차별로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달 30일 벨기에 필리프 국왕은 아프리카 중부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DRC)의 펠릭스 치세케디 대통령에게 편지 한 통을 보냈다. 이날은 민주콩고가 벨기에로부터 독립한 지 꼭 60년째 되는 날로, 1885년부터 1960년까지 민주콩고를 식민 지배한 데 대해 완곡하게 사과한 것이다. 이 기간 동안 벨기에는 민주콩고를 가혹하게 침탈해, 수십만에서 수백만 명의 원주민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

민주콩고 독립 뒤 침묵의 전통을 지키던 벨기에 왕실은 왜 60년만에 식민 역사에 대한 사과에 나섰을까? 한국과 일본의 역사에서 보듯이, 침략국 벨기에는 선택적 기억의도적 망각으로 역사를 조작했고, 이에 맞서 진실을 알리는 여러 폭로와 자성들이 100년 가까이 진행됐다.

치세케디 민주콩고 대통령은 민주콩고 역사상 벨기에로부터 받은 가장 훌륭한 서한이었다고 답했지만, 아직 벨기에 국가 차원의 공식 사과가 아니고, 국내외 여론에 떠밀려 유감을 표시하는 정도의 제한된 사과라는 한계가 있다.

벨기에 왕실 누리집 캡쳐. 벨기에 2대왕 레오폴 2세에 대해 노예제를 반대한 것처럼 묘사했다.

콩고인 214살 노아의 외침히틀러 동상이 베를린에 있다면

벨기에에서 최근 불붙은 식민역사 청산 움직임은 지난 5월 미국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으로 비롯된 인종차별 반대 운동이 계기가 됐다. 미국에서 시작된 인종차별 철폐 운동은 대서양 넘어 유럽으로 건너갔고, 벨기에에서는 식민 역사를 반성하자는 운동으로 이어졌다. 벨기에 시민 수만 명이 거리로 나와 1800년대 후반 아프리카 중부를 식민지로 개척해 가혹하게 통치했던 벨기에 왕국의 두 번째 왕, 레오폴 2세의 동상을 없애고, 그의 이름을 딴 거리 이름도 없애자고 주장했다.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어두운 식민역사교육을 제대로 할 것도 요구했다.

콩고 출신 부모와 함께 벨기에 브뤼셀에 사는 14살 소년 노아도 이 운동의 영향을 받아 지난달 국제 온라인 청원 누리집 체인지에 레오폴 2세의 동상을 제거하자는 글을 올렸다. 레오폴 2세가 벨기에의 건축왕으로 추앙받는 현실을 문제 삼으며, “그는 대량학살의 왕이었으며, 누군가에게는 영웅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학살자였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30일 마감된 청원에는 총 82679명이 참여했다. 목표치인 15만명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필리프 왕의 사과라는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오는데 일조했다. 노아는 이것은 내 선조들의 이야기고, 그들은 수없이 죽었다레오폴 2세 동상이 브뤼셀에 있는 것은 히틀러 동상이 베를린에 있는 것과 같다<CNN>에 말했다.

이런 여론에 떠밀려 벨기에 의회는 민주콩코 등 식민 역사를 조사하는 위원회를 꾸리기로 했고, 교육 당국은 벨기에 학생들에게 식민역사 교육을 하기로 했다.

벨기에는 19081960년 백인 남성과 식민지 흑인 여성 사이에 태어난 혼혈아 수천~수만 명을 강제로 가족에게 떼어내 보육원 등 시설에 수용했다. 벨기에는 혼혈 아동이 식민통치 원칙 중 하나인 인종분리 차별 정책을 약화한다고 여겼다. 벨기에 정부는 지난해 이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사진은 지난달 29 언론 인터뷰를 위해 모인 콩고 출신 혼혈 여성들로, 자신들을 가족과 강제 분리한 데 대해 벨기에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기억과 망각 사이식민 통치로 아프리카 경제 발전 이뤘다는 벨기에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 덩치 큰 국가들에 가려졌지만, 벨기에는 19세기 후반부터 100년 가까이 아프리카 중부에서 어느 제국주의 국가보다 잔혹하게 식민 통치를 했다. 특히 왕실 23, 정부 52년 등 도합 75년을 지배한 민주콩고에서는 잔혹한 통치로 수십만 혹은 수백만 콩고인의 목숨을 빼앗았다. 하지만 벨기에는 이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 채 아프리카 경제 발전에 도움을 줬다는 식의 주장만 되풀이해 왔다. 일본이 한국에 관해 주장하는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이다.

지난해 초 벨기에의 인종차별 문제 등을 조사한 아프리카계에 대한 유엔 전문가 워킹그룹은 언론을 인용해 벨기에 고교 졸업생 중 4분의 1이 콩고가 벨기에 식민지였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밝혔다. ·중등 교과 과정에 식민 통치 역사가 제대로 담겨있지 않고, 교육 내용도 교사 개개인의 관심에 크게 좌우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교과 과정도 식민 지배의 결과로 아프리카에 경제 발전이 이뤄졌다는 식민지 시대 선전 내용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식민지 개척에 앞장선 레오폴 2세에 대해서도 사회 전체가 선택적인 기억만을 한다. 레오폴 2세는 콩고를 식민 통치해 번 돈으로 브뤼셀에 공원과 궁전 등 여러 건축물을 세웠는데, 후손들은 그를 건축왕이라 부르며 동상을 세우고 그의 이름을 따 거리의 이름을 짓고 있다. 그의 악행은 얘기하지 않은 채, 그가 한 선행만을 기리고 있다.

벨기에 왕실이 앞장 서서 이를 이끌었다. 벨기에 왕실 누리집을 보면, 레오폴 2세에 대해 “18907월 브뤼셀 국제회의에서, 노예무역에 반대하는 조약이 체결돼, 아프리카 노예제 반대의 기초가 됐다고 설명해, 그가 흑인 노예제를 반대하는 데 앞장선 것처럼 묘사했다. 19606월 민주콩고 독립 당시 벨기에 8대왕 보두앵 국왕은, 레오폴 2세에 대해 “‘정복자가 아닌 (문명을 전파한) ‘시빌라이저로 행동했다고 말했다. 레오폴 2세의 악행은 그가 사망하기 전인 1900년대 초 유럽 전역에 폭로돼, 1908년 그가 콩고에서 손을 떼게 되는 계기가 됐으나, 벨기에 왕실은 이를 외면한 채 계속 그를 추앙해 온 것이다.

이런 전통은 최근까지 이어졌다. 필리프 국왕 동생인 로랑 왕자는 지난달 12일 레오폴 2세가 콩고에 가본 적도 없기 때문에잔학 행위에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열린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브뤼셀 자유 대학 전 총장인 에르베 아스캥은 벨기에가 콩고에서 전파한 보건 제도와 사회기반 시설, 초등 교육 등을 열거하며 식민지화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2월 벨기에를 조사한 한 유엔 워킹 그룹은 벨기에에 여전히 인종차별주의가 만연하다며 식민지화의 진정한 범위와 부당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1998년 애덤 호크쉴드가 쓴 <레오폴드 왕의 유령>. 레오폴 2세의 가혹한 통치를 널리 알렸다.

100년 전 시작된 폭로들모여모여 사과로

1998년 미국 작가 애덤 호크쉴드의 책 <레오폴드 왕의 유령>이 출판되면서 벨기에의 식민 지배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일어났다. 레오폴 2세가 아프리카 중부에서 저지른 잔혹 행위가 100년 만에 적나라하게 폭로되면서 식민 지배에 대한 벨기에 사회의 내부 토론이 이뤄지고, 국제사회에서도 널리 환기됐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도 2003년 번역 출판됐다.

이보다 100년 앞선 1900년대 초에는 훗날 언론인과 정치인으로 활동하는 영국인 에드먼드 모렐이 아프리카에 공익사업을 펼치는 인도주의 지도자레오폴 2세의 가면을 벗긴다. 당시 화물회사 직원이었던 모렐은 콩고에 드나드는 무역 기록 등을 토대로, 레오폴 2세가 문명이 발달하지 않은 아프리카 중부를 개척해 인도주를 전파한다고 선전하면서, 실상은 원주민을 착취해 상아와 고무 채취에 나서 이익을 착취하고 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킨다. 그의 활동과 더불어, 당시 아프리카에서 활동한 여러 선교사들이 벨기에 군인에게 손이 잘린 원주민 사진을 공개하는 등 벨기에의 잔혹한 통치에 대해 폭로했다. 이런 노력이 모여, 레오폴 2세는 국제적 지탄을 받게 되고, 1908년 본인이 세운 콩고 자유국가에서 손을 떼게 된다.

이외에도 2001년 콩코 초대 총리이자 민족주의 지도자였던 패트리스 루뭄바의 1961년 암살에 대한 책 <루뭄바의 암살>이 출판되면서, 벨기에는 2002년 루뭄바 암살에 관여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루뭄바의 집권에 따라 콩고의 막대한 천연자원에 대한 벨기에의 지배력이 상실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또 벨기에 정부는 지난해 민주콩고 식민통치 시기 백인 남성과 흑인 여성 사이에 태어난 혼혈아 수천 명을 부모로부터 납치해 분리·격리하고, 강제 입양시킨 과거사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벨기에 식민통치를 떠받치는 기둥 중 하나인 인종 분리 차별정책에 따른 조처였다.

손이 잘린 콩고 자유국 원주민들. 레오폴 2세 식민 지배 당시 고무 수확 할당량을 채우지 못할 경우 신체를 훼손하는 등의 학대가 이뤄졌다.

아프리카 중부 민주콩고에서 무슨 일이?

1865년 벨기에 2대 왕에 취임한 레오폴 2세는 야심가였다. 그는 당시 열강인 영국, 프랑스처럼 식민지를 건설해 자국의 부국강병을 이루길 원했다. 1885년 레오폴 2세는 아프리카 중부 지역 추장들로부터 땅 200여만를 빼앗아 콩고 자유국가로 이름 짓고, 스스로 왕이 됐다. 벨기에 의회가 식민지 경영에 반대해, 국가 차원의 점령이 아닌 레오폴 2세의 사적인 점령이 이뤄진 것이다.

당시 전 세계적인 고무 붐이 일면서 원주민들은 가혹한 수탈에 내몰렸다. 할당량을 채취하지 못할 경우 레오폴 2세가 보낸 군인들에 의해 손목이 잘렸고, 노동을 견디지 못한 채 도망가면 가족들이 살해됐다. 이런 가혹한 식민통치는 알려지지 않다가, 1900년 초반 영국 언론인과 그곳에 다녀온 선교사들의 고발로 알려졌다. 특히 손이 잘린 채 망연자실한 듯 눈을 뜨고 있는 원주민 사진 등이 공개되면서 잔학한 통치에 대한 비판이 커졌다.

레오폴 2세는 잔혹 행위가 드러나 국제적 비난을 사자 1908년 사유지였던 콩고 소유권을 벨기에 정부에 넘겼다. 당시 인구에 대한 구체적 통계가 없고, 증거가 인멸돼 정확한 사망자 수를 알 수 없다. 일부 역사가들은 레오폴 2세의 20여년 통치 기간에 희생된 콩고인을 최대 1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지만, 당시 아프리카 인구에 비춰 수십만명 선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벨기에의 식민 지배를 받은 민주콩고와 르완다, 브룬디는 훗날 내전을 치르거나 잦은 쿠데타 등 정치불안에 시달린다. 분쟁의 씨앗은 벨기에에 의해 뿌려졌다. 벨기에는 식민화 전 인위적인 국경을 그어 종족간 갈등을 만들었고, 식민 지배 때는 철저한 종족 차별정책으로 갈등을 심화했다. 르완다에서는 1994100만에 가까운 동족상잔의 비극이 일어났고, 민주콩고는 2차례 내전을 겪었다. < 최현준 기자 >


프랑스 몽펠리에서 10대 청소년들에 집단폭행 당해 중상

현지 경찰, 17~18세 알바니아계 용의자들 체포해 조사중

프랑스 몽펠리에 중심가.

프랑스 남부에서 20대 한국인 유학생 남성이 여러 명의 현지인들로부터 인종차별적인 조롱을 당한 끝에 흉기에 찔려 중상을 입는 사건이 일어났다.

8 프랑스 남부 일간지 미디 리브르와 프랑스 한인사회에 따르면 지난 7일 밤 1130분께 몽펠리에 중심가 팔레 데 콩그레 앞에서 29세 한국인 유학생A씨가 여러 명의 현지 10대 청소년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하고 흉기에 찔려 다쳤다.

A씨는 친구 두 명과 함께 산책하던 중 현지인 10대 청소년들을 마주쳤다. 이 청소년들은 A씨 일행에게 두 손으로 눈을 양쪽으로 찢는 제스처를 취하며 인종차별적 조롱을 했고, A씨가 이들에게 사과를 요구하면서 실랑이가 빚어졌다.

A씨는 이 청소년들에게 둘러싸여 몸싸움을 벌이다 바닥에 쓰려졌고, 이들로부터 주먹질과 발길질을 당한 뒤 두 차례 흉기에 찔린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부상 정도는 중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경찰은 현장 인근에서 3명의 17~18세 알바니아계 청소년들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주프랑스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현지 경찰을 상대로 현재 정확한 내용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주프랑스대사관은 구체적인 사건 내용을 파악하는 대로 필요 시 피해자에게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현지 수사기관에 엄정한 수사를 요구할 방침이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적으로 확산한 이후 한국인 유학생이나 교포들이 현지인들로부터 인종차별과 혐오 발언을 당한 사례가 종종 보고되고 있다.

지난달 프랑스 남부의 세계적인 관광도시 니스에서는 20대 한국 여성이 한 현지인 남자로부터 대중교통 안에서 인종차별적인 폭언과 협박을 당해 현지 경찰에 신고하고 주프랑스대사관이 현지 검찰에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하버드·MIT, ‘온라인 수업유학생 비자규제 집행말라 소송

하버드 총장 대면수업 강요 압력일 뿐유학생 추방 걱정없이 학업하게 할 것

 

미국의 명문 대학들이 100% 온라인 수강하는 유학생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비자 규제를 저지하기 위한 법적 대응에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8일 원격수업만 받는 외국인 유학생의 비자 취소 방침을 담은 이민당국의 새 조치 시행의 일시 중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보스턴 소재 매사추세츠주 연방지방법원에 냈다고 밝혔다.

이들 대학이 문제삼은 것은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지난 6일 발표한 '학생 및 교환방문자 프로그램'(SEVP) 규정 개정안이다.

SEVP 개정에 따라 오는 가을 학기에 모든 강의를 온라인으로만 진행하는 학교에 다니는 비이민자 F-1 M-1 비자 학생들은 미국에 머무를 수 없고, 신규 비자도 받을 수 없다.

하버드대의 모습.

온라인과 대면 수업을 혼용하는 대학에 다니는 유학생도 100% 온라인 수강만 선택하면 미국에서 쫓겨나며, 만약 학기 도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악화로 완전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될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하버드대와 MIT는 이번 조치가 코로나19에 따른 유학생들의 특수한 환경을 고려하지 않았고, 유학생들의 수강 여건과 취업 등에 즉각적이고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특히 이는 연방정부가 대학들에 대면 수업 재개를 강요하려는 압박 노력일 뿐이라고 이들 대학은 비판했다.

절차적으로는 ICE가 이번 조치의 문제점을 사전에 고려하지 않았고, 개정안을 정당화할 합리적 근거를 제공하지 않았으며, 개정안에 대한 여론을 미리 청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행정절차법(APA)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런스 배카우 하버드대 총장은 "이번 개정안은 학생과 교수 등에 대한 건강과 안전 염려를 무시하고 대학들에 강의실을 열어 대면 수업을 하라고 압력을 넣기 위해 고의로 계획한 것"이라며 "7월 들어 미국에서 30만명 이상의 신규 환자가 나오는 등 매일 최다 기록을 세우는 시기에 나온 조치"라고 비난했다.

배카우 총장은 "우리는 이번 소송을 강하게 밀고나가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미 대학에 다니는 모든 외국인 학생들이 추방 위협을 받지 않고 학업을 계속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반이민 가속화유학생 볼모로 대학 오프라인 개강 압박

가을 개강 대란하버드대 방침 안바꾸면 한국 등 유학생 강제퇴출 위기

코로나19 방지 내세워 유학생에 빗장걸며 대학에는 문열라 압박 '이중잣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수강하는 외국인 학생들에 대한 강제 추방 카드라는 극약 처방을 꺼내 들었다.

당장 비이민자 F-1(학업 과정) M-1(직업 과정) 비자로 미국에 체류 중이거나 도미를 준비 중인 외국 유학생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막기 위해 '100% 온라인 수업'을 검토하던 미 대학들이 대혼란에 빠지는 등 '가을 학기 개강 대란'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한국 유학생들도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어 파장이 예상된다.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6일 발표한 '학생 및 교환방문자 프로그램'(SEVP) 규정 개정 공지문에 따르면 이번 가을학기에 모든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학교에 다니는 외국 유학생은 미국을 떠나거나 100% 대면 수업 방식 또는 대면 수업과 온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채택한 학교로 편입하는 두개의 선택지에 놓이게 됐다.

그렇지 않을 경우 추방 절차의 개시 등을 포함한 결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ICE는 밝혔다.

이와 관련, 가을 학기 동안 완전히 온라인으로 운영되는 학교나 프로그램에 등록한 학생들에 대한 비자 발급이 중단되며 미 입국 자체가 불허된다.

다만 어학 연수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F-1 학생들과 직업 학위를 따려는 M-1 학생들의 경우 온라인 수업 등록 자체가 금지돼 있기 때문에 강제 추방 및 비자 발급 중단이 적용되지 않는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100% 온라인 수업을 듣는 외국 학생들을 추방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구체적 절차 등은 관보에 게재될 예정이다.

미 국제교육연구소(IIE) 통계에 따르면 미 고등교육기관(대학)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 수는 지난해 기준 1095299명으로, 이 가운데 한국인 유학생은 4.8% 수준인 52250명이었다.

또한 IIE 통계에 따르면 20182019학년도를 기준으로 외국 유학생 규모는 100만명이 넘었으며, 이는 전체 미 고등교육기관 인구의 5.5% 수준으로, 외국 유학생은 2018년도 기준으로 미 경제에 447억 달러(533천억원) 규모에 기여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국가별 외국 유학생은 중국이 가장 많고 인도, 한국, 사우디아라비아, 캐나다 등이 그 뒤를 이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한국 유학생이 전체적으로도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셈이다.

다만 이번 조치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될 한국 유학생 규모는 대학별 정책과 연동돼 있어 아직은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가속페달을 밟아온 반()이민 드라이브의 일환이자 코로나19 재확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학들의 '오프라인 개강'을 압박하려는 이중 포석으로 보인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정책 발표로 당사자인 유학생들과 미 대학들도 패닉에 빠진 모습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대학 관계자들이 새로운 연방 지침에 맞추기 위해 허둥지둥했다면서 일부 학생들은 소셜미디어(SNS)상에서 갑작스러운 추방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본인이 현재 다니거나 지원한 학교가 어떤 정책을 정하느냐에 따라 미국 체류 허가가 좌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현재 대다수의 대학은 코로나19 확산 추이 등을 감안, 아직 가을학기 계획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이다. 때문에 상당수의 경우 학생들은 대학들이 방침을 정할 때까지 발만 동동 굴러야 하는 실정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하버드대의 경우만 하더라도 이번 가을 학기에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대학측이 방침을 바꾸지 않는 한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 유학생의 수강이 원천봉쇄, 이들이 강제퇴출 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특히 장학금 대신 학비 전체를 내는 비중이 높은 외국 유학생들이 강제퇴출될 경우 대학들도 재정적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여서 초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재원 확보 사이에서 딜레마에 처하게 된 것이다.

외국 유학생들을 볼모로 대학들을 상대로 오프라인 개강을 압박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노림수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로이터통신은 얼마나 많은 비자 보유자들이 이번 조치의 영향을 받게 될지 불투명하다면서도 해외 유학생들은 대체로 수업료 전액을 지불하는 만큼 많은 미국 대학들의 핵심 소득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정책은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반이민 정책 가속화와 경제 정상화의 한 축이라 할 수 있는 수업 정상화 드라이브를 통해 지지층을 결집, 최근의 지지율 하락세를 만회하려는 대선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자국민 보호를 내세워 외국 유학생들을 추방하는 한편으로 코로나19 확산 위험에도 불구 학교들을 상대로 ''을 열도록 압박하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중잣대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이 정치적 이유로 가을 학기를 열지 않으려고한다면서 "가을에 학교를 열어야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22일 코로나19 확산 차단 등을 이유로 이민 일시중단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이어 지난달 22일에는 올 연말까지 특정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취업비자 발급을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반이민 조치를 잇달아 취한 바 있다.

미 유학 한국 학생들 "무슨 날벼락이냐"충격·분통

미 워싱턴DC의 조지타운 대학 전경

미국 정부가 6) 온라인 수업만 듣는 외국인 유학생에 대해 비자를 취소하고 신규 발급도 중단하겠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하자 미 대학에 유학을 온 한국 학생들은 충격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이날 '학생 및 교환방문자 프로그램'(SEVP) 규정 개정에 관한 성명에서 가을 학기부터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듣는 외국인 학생에 대해선 미국 체류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한국 유학생들은 이 소식을 온라인 카페와 소셜미디어에 실시간에 올리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걱정을 토로했다.

'K**' 아이디의 한 유학생은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려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이런 충격적인 발표가 나올 줄은 생각도 못 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라는 닉네임의 한 회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미국에서 불안한 유학 생활을 해왔는데 비자마저 취소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유학생 생활이 서럽기만 하다"고 호소했다.

가을 학기 수업을 앞두고 미국 입국을 준비 중인 한 유학생은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일방적 갑질"이라고 분통을 터트렸고, 미국에 체류 중인 다른 유학생은 "짐도 여기 그대로 있는데 다 싸서 돌아가야 하느냐"고 말했다.

이번 조치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전략과 연관 지어 해석하는 유학생들도 있었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의 한 유학생은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불리한 대선 여론을 만회하고 외국인을 싫어하는 지지층을 의식해 이러한 조처를 내린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학교는 반드시 가을에 문을 열어야 한다"는 트위터 글을 올린 것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 대학의 대면 수업 정상화를 압박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미 대학들이 재정의 상당 부분을 유학생 학비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유학생 감소를 막기 위해서라도 대면 수업을 부활하거나 온·오프라인 병행 수업을 도입할 것이라는 추측인 셈이다.

'JK**' 닉네임의 한 학생은 "미 대학들도 유학생이 본국으로 돌아가면 타격이 크기 때문에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유학생들을 돈으로 보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 게시글 아래에는 "본국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는 유학생이 미국에서 돈을 쓰지 않아 이런 대책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무시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길 강요하고 있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앞으로 대학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해하면서 혼선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걱정도 나왔다.

'st**' 아이디의 유학생은 자신의 수강 과목은 대면 수업 자체가 없다며 불안해했고, 'qr**' 닉네임의 네티즌은 "코로나19 사태로 비자 발급 업무도 제대로 안 되는 상황인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만 앞선다"고 말했다.

한국정부 "미 비자 조치로 유학생 불편 없도록 미국과 협의"

정부는 미국이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받는 외국인 학생의 경우 비자를 취소하고 신규 발급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국민 불편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조치에 대한 정부 대응에 대해 "한미 간에 협의해서 우리 국민의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노력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6'학생 및 교환방문자 프로그램'(SEVP) 규정 개정에 관한 성명에서 가을 학기부터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듣는 외국인 학생에 대해선 미국 체류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유학 중이거나 유학을 준비 중인 한국인 학생도 해당 학교에서 온라인으로만 수업을 진행할 경우 미국에서 추방당하거나 입국이 거부될 것으로 보인다.


사교계 거물 울코프, 멜라니아와 15년 관계 회고9월 발간

스테파니 윈스턴 울코프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악재가 잇따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앞에 또 하나의 달갑지 않은 책이 배달될 예정이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뒤흔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 등이 휩쓸고 간 자리에 이번에는 '멜라니아와 나'가 출간 예고됐다.

미 대중매체 배니티페어는 6일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의 최측근으로 통했던, 15년지기 스테파니 윈스턴 울코프가 쓴 '멜라니아와 나'(Melania and Me)가 오는 9월 출간된다고 보도했다.

패션 컨설턴트로 뉴욕 패션 위크 총감독을 지낸 뉴욕 사교계의 저명인사인 울코프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2017년 초 취임식 준비부터 20182월까지 멜라니아 여사의 자문 역할을 맡아 백악관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배니티페어는 울코프가 '멜라니아와 나'에서 뉴욕에서 멜라니아 여사와 우정을 쌓은 순간부터 백악관에 입성했다가 돌연 나오기까지의 여정을 자세하게 기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백악관 웨스트윙과 다른, 이스트윙에서의 일들을 상세히 돌아볼 것"이라며 "트럼프에 대한 모든 것을 말해 줄 또 하나의 흥미로운 책이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울코프의 회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준비를 도우면서 2600만 달러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온 후 울코프가 백악관에서 쫓겨났지만, 울코프는 당시 이를 부인하며 "배신당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후 울코프는 트럼프 취임준비위의 자금 의혹과 관련한 뉴욕검찰의 수사에 협조했다.

'멜라니아와 나'는 볼턴의 회고록을 출간한 '사이먼 앤 슈스터'의 하위 브랜드 '갤러리 북스'에서 출간한다.

가디언은 "책의 홍보문에 따르면 울프는 멜라니아 트럼프와 15년 우정의 이면을 폭로하고 '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웠던 백악관'에 대해 증언한다"고 전했다.

출판사 사이먼 앤 슈스터는 볼턴의 회고록에 이어 오는 14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카딸인 메리가 쓴 회고록 '이미 과한데 결코 만족을 모르는'(Too Much and Never Enough)을 출간한다. 역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폭로성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