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 탐사선, 3억km 거리 소행성 ‘베누’ 흙 담아

● WORLD 2020. 10. 22. 02:44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10초간 터치다운 성공나사 수집 작전 완벽

목표는 60g실제 채취량 확인엔 1주일 걸려

 

지난 8월에 실시한 터치다운 연습 장면. 나사 제공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OSIRIS-REx)가 지구에서 32천만km 이상 떨어져 있는 소행성 베누의 흙과 암석 표본을 수집하는 데 성공했다.

오시리스-렉스는 20일 오후 612(한국시각 21일 오전 712) 예정시간에 맞춰 베누 표면에 닿은 직후 표본을 수집한 뒤 곧바로 본 궤도로 복귀했다. 나사는 트위터를 통해 표본 수집은 완벽했으며, 표본을 수집하는 태그(TAG=Touch-And-Go) 작전이 끝난 뒤 우주선은 추진기를 점화해 베누 표면을 떠나 안전한 거리에서 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오시리스-렉스는 베누 750미터 상공에서 하강을 시작해 초당 10cm 속도로 4시간에 걸쳐 목표 지점인 테니스 코트 크기의 나이팅게일 충돌구에 다가갔다. 하강을 시작한 이후의 모든 과정은 자동으로 진행됐다. 지구에서 베누까지 신호를 보내는 데 걸리는 시간이 18분이나 걸려 실시간 원격제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이날 표본 채취에 주어진 시간은 불과 5~10초였다. 베누 표면에 가까워지자 오시리스-렉스는 원통형 수집 장치를 끝에 장착한 3.4미터 길이의 로봇팔(TAGSAM=Touch-and-Go Sample Acquisition Mechanism)을 뻗었다. 이어 수집장치를 5초 동안 표면에 갖다댄 뒤 질소 가스를 표면에 쏘아 튀어오르는 흙과 자갈을 담았다. 이날 수집 목표량은 60g이었으나, 나사는 실제로 얼마나 수집했는지 확인하는 데는 1주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01812월 오시리스-렉스 탐사선이 24km 상공에서 찍은 소행성 베누.

나사는 왜 그 먼거리의 베누 표본 수집에 나섰을까

나사가 베누를 연구 대상으로 정하고 표본 수집까지 나선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45억년 전 태양계 초기에 형성된 소행성이어서 태양계의 기원에 대한 단서를 갖고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나사 행성과학담당 이사 로리 글레이즈는 하루 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행성은 우주에 떠 있는 타임캡슐과 같아서 태양계 탄생에 대한 화석기록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성과 목성 사이에는 태양계 초기에 형성된 이런 소행성들이 1백만개 가량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둘째는 지구와의 충돌 가능성이다. 1999년 발견된 베누는 시속 10km의 속도로 태양 궤도를 돌며 6년에 한번씩 지구에 다가오는 지구 근접 천체다. 과학자들은 2175~2199년 사이에 지구와의 충돌 가능성을 2700분의 1 정도로 보고 있다. 지름 492m의 검은색 탄소질 소행성으로 다이아몬드 결정 모양을 닮았다. 과학자들은 베누의 성분을 파악하면 훗날 지구 충돌 위험에 대비한 회피 방법을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탐사선 이름 오시리스-렉스(OSIRIS-REX)`기원, 스펙트럼 해석, 자원 확인, 안전, 암석 탐사기'(Origins, Spectral Interpretation, Resource Identification, Security, Regolith Explorer)의 약자로, 우주선 이름 자체에 탐사 목적이 담겨 있다.

8억달러 프로젝트의 산물인 오시리스-렉스 탐사선은 15인승 버스 크기만 하며 20169월 발사돼 201812월 베누에 도착했다. 지난 2년 동안 베누를 돌며 표면을 촬영해 분석하고 표본 수집 장소를 물색해 왔다.

베누의 공전 궤도.

내년 3월 베누 떠나 2023년 지구로 돌아올 듯

나사가 나이팅게일 충돌구를 표본 수집 지역으로 선택한 것은 이곳에 유기물을 머금은 물이 있을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나사 과학자들은 그동안 수집한 데이터를 토대로 물이 베누 소행성 질량의 5~10%를 차지하며 탄소가 표면 전체에 퍼져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오시리스-렉스팀의 수석연구관 단테 로레타 애리조나대 교수는 베누 표본을 분석하면 지구가 물이 풍부한 행성이 되는 데 소행성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오시리스-렉스가 이날 목표인 60g을 채집하는 데 성공했을 경우 나사는 베누가 지구에 가장 가까워지는 내년 3월에 맞춰 지구를 향해 출발시킬 예정이다. 출발 2년 반 후인 2023924일 미국 유타주 사막에 도착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이날 표본 수집량이 부족하다는 판단이 들 경우엔 내년 1월 적도 인근 오스프리 지역에서 2차 표본 수집에 나선다.

미국에 앞서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2005년 하야부사1 탐사선으로 소행성 이토카와의 표본을 소량 채취한 데 이어 2018년엔 하야부사2가 소행성 류구에서 표본을 채집했다. 하야부사12010년 지구로 돌아왔고, 하야부사2는 오는 12월 돌아온다. 하야부사1이 수집한 양은 고작 1mg에 불과했다. 하야부사2100mg 정도에 그쳤다.     곽노필 기자


30일까지 영화의전당서 68개국 192편 상영

 

지난해 열린 부산 국제영화제

 

25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오늘 개막한다.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은 21일 오전 930분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상영하는 '퍼스트 카우'를 시작으로 30일까지 열흘간 192편의 초청 영화를 상영한다고 밝혔다.

올해 대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개·폐막식 없이 영화 상영 중심으로 열린다.

영화제의 하이라이트인 레드카펫 행사도 없다.

올해 초청 영화는 68개국 192편이다.

개막작에는 '칠중주:홍콩 이야기'가 선정돼 이날 오후 8시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이 작품은 훙진바오(홍금보), 쉬커(서극) 등 홍콩의 거장 7명이 만든 영화 7편을 엮은 옴니버스 영화다.

폐막작에는 일본 애니메이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감독 타무라 코타로)이 선정돼 30일 오후 야외극장에서 상영 예정이다.

칸국제영화제 선정작 56편 중 23편을 비롯해 베를린 영화제, 베네치아 영화제 등 세계 주요 영화제 초청작·수상작 등 여러 화제작도 대거 만날 수 있다.

초청 영화는 영화의 전당 6개 관에서 1편당 1회 상영을 원칙으로 관객을 만난다.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조치에 따라 전체 유효좌석 25%까지 입장이 가능하다.

영화 상영 외 비즈니스 및 포럼, 2020 아시아필름어워즈, 아시아콘텐츠어워즈 시상식 등은 온라인으로 열린다.


대만 국경절 행사장에 나타난 중국 외교관

참석자 사진 촬영퇴거 요청 불응 몸싸움

쿠데타 집권 바이니마라마 총리 지원한 중국

외교적으로 다룰 것피지 경찰, 수사중단



남태평양 섬나라 피지에서 중국이 대만과 난데없는 몸싸움 외교전을 벌였던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사건을 수사 중이던 피지 경찰은 돌연 외교적으로 풀기로 했다며 수사 중단을 선언했다. 남태평양 도서국을 상대로 중국과 대만이 벌이고 있는 외교전의 치열한 실상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의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 8일 피지 수도 수바의 그랜드퍼시픽 호텔에서 대만 상무대표처가 개최한 국경절(쌍십절) 경축 행사장에 초대받지 않은 중국 대사관 관계자 2명이 나타났다. 이들은 행사장 내부로 진입해 행사 참석자들의 사진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대만 쪽은 즉각 퇴거를 요구했지만, 이들은 이를 거부하며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대만 쪽 관계자가 가벼운 뇌진탕 증세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중국 쪽은 전혀 다른 주장을 내놨다. 피지 주재 외교관이 행사장에 간 것은 사실이지만, “공공장소에서 일상적인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몸싸움도 대만 쪽이 먼저 걸어와 폭행을 행사하고 재물을 손괴했으며, 중국 외교관 1명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도 했다. 특히 중국 쪽은 행사장에 대만을 연상시키는 깃발(청천백일기)을 내걸고, 축하 케이크에도 같은 그림이 그려졌다이는 명백히 하나의 중국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피지 당국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지난 2016년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 총통 집권 이후 남태평양 도서국을 상대로 기반시설 투자를 대폭 확대하면서 공세적 외교를 펼치고 있다. 지난해 9월 솔로몬제도와 키리바티가 1주일 간격으로 대만과 단교를 발표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1975년 중국과 수교한 피지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앞서 2005년 천수이볜 당시 대만 총통이 피지를 방문하기도 했지만, 이듬해 12월 프랭크 바이니마라마 장군이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한 이후엔 사정이 달라졌다. 특히 바이니마라마 정부가 민정 이양을 하지 않아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의 압박에 시달리던 20092월 시진핑 당시 국가부주석이 피지를 직접 방문해 양국 협력 확대와 대규모 원조 등을 약속했다. 바이니마라마는 지금껏 피지의 총리로 집권을 이어오고 있다.

한편, 대만 국경절 행사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이던 피지 경찰은 전날 외신을 통해 사건이 알려지자 20일 성명을 내어 돌연 수사 중단을 선언했다. 경찰 쪽은 당사자들이 외교적 수준에서 다루기로 합의했다. 경찰은 수사를 중단하고, 관련 논평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항미원조’ 70돌 중국, 한국전쟁 관련 애국주의 콘텐츠 봇물

 

영화 금강천의 포스터.

 

중국이 항미원조’(중국의 한국전쟁 명칭) 7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한국전쟁 관련 영화와 드라마 등을 대거 상영하면서 애국주의를 높이고 있다.

20<중국신문망>을 보면, 항미원조 70주년을 맞아 중국에 상영되는 애국주의 영화와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은 6편에 이른다. 영화 <금강천><영웅련> <보가위국>, 애니메이션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 드라마 <압록강을 건너>, 다큐멘터리 <항미원조전쟁> 등이다. 중국의 항미원조 기념일은 오는 25일이다.

이는 지난해 3편에서 두 배 늘어난 것으로, 10년 단위 기념일을 맞아 기념의 강도가 높아졌다. 미국과의 긴장 관계가 전에 없이 높아진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25일 개봉하는 영화 <금강천>은 한국전 당시 금강산 지류인 금강천에서 벌어진 전투를 다뤘다. 우징 등 중국 최고 스타 배우가 출연하고 제작비만 4억위안(680억원)이 투입됐다. 항미원조 참전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23일 개봉한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20부작 다큐멘터리 <항미원조 전쟁>과 드라마 <압록강을 건너>를 방영한다. 영화 <영웅련><보가위국>도 항미원조 70주년을 맞아 제작됐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나와 나의 조국> <중국 기장> <등반자> 등 애국주의 영화 3편이 동시 개봉됐으며, 올해처럼 동시에 6편의 작품을 선보인 것은 처음이다.

중국군은 한국전 발발 뒤 북한 요청으로 19501019일 압록강을 넘었다. 중국군은 엿새 뒤인 25일 한국군을 상대로 첫 승리를 거뒀는데, 이날을 미국에 대항해 조선을 돕는다는 항미원조 기념일로 정했다. 중국은 미군이 한국전에 개입해 38선을 넘으면서 중국의 안보를 위협했다며, 참전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최근 중국 누리꾼과 언론들은 방탄소년단의 한국전 관련 발언을 문제로 지적하며 논란을 키우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지난 7일 밴플리트상을 받으며 우리는 양국(·)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분들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는데, 이를 두고 중국인들의 희생을 무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현준 기자


SK, ‘초대형 인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품에

● COREA 2020. 10. 21. 02:42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90억 달러(103천억원)에 인수, 세계 2위로 도약

자산 1조원 차이로 재계2위 현대차그룹 바짝 추격

 

에스케이(SK)그룹이 국내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 거래를 성사시키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을 제치고 재계 서열(자산총액 기준) 2위 자리에 한발 더 가까워졌다.

20일 에스케이(SK)하이닉스는 103천억원(90억달러)을 투자해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말 현재 비금융계열사의 자산총액과 금융계열사의 자본금을 합산한 공정자산총액을 기준으로 보면, 삼성(계열사 총 59)4248480억원으로 압도적 1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현대차(54) 2347060억원, 에스케이(123·상장기업 20) 2255260억원으로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한다. 2·3위 간 자산총액 차이가 채 9조원밖에 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번에 에스케이가 인수하는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자산은 78천억원 남짓이다. 이를 단순합산하면 에스케이의 총자산은 2333260억원으로 현대차와의 격차는 1조원 수준으로 좁혀진다. 최근 현대차와 기아차가 주력 엔진 결함에 따른 품질 비용 3조원 남짓을 충당금으로 설정한 점을 염두에 두면 재계 순위 변동 가능성이 매우 높은 편이다.

2000년 들어 공격적 인수합병에 나선 에스케이는 2005년에 재계 3위로 올라선 뒤 현대차와의 격차를 좁혀왔으나 삼성·현대차 2강 구도를 좀체 깨뜨리지는 못했다. 시장과 업계에서는 이번 최대 규모 인수합병으로 몇년 안에 삼성과 에스케이 두 반도체 주력기업이 재계 1~2위 판도를 형성할 여지도 있다고 본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에서는 이미 에스케이가 현대차를 제쳤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에스케이그룹의 영업이익 총액은 98800억원, 순이익은 79650억원이다. 현대자동차(영업이익 73천억원, 순이익 79080억원)보다 많다. 다만 매출액은 에스케이가 현대차보다 20조원 남짓 적다. 조계완 구본권 기자

 

‘10인텔 품은 SK낸드플래시 세계 2위로

국내 최대 빅딜, 반도체시장 지각변동

낸드 점유율 20%로... 후발 약점 극복

 

에스케이(SK)하이닉스의 인텔 메모리반도체(낸드플래시) 사업 인수는 세계 반도체산업 지형은 물론 국내 재계 판도에도 변화를 가져오는 큰 거래(빅딜)’. 이번 인수로 하이닉스는 디(D)램 뿐만 아니라 낸드플래시 시장 모두에서 세계 2위 사업자로 뛰어오른다. 현대차그룹을 바짝 뒤쫓던 에스케이그룹은 이번 거래로 일약 재계 서열 2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빅딜 배경은?

인수 대금은 103천억원(90억달러)로 국내 인수·합병(M&A) 역사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종전 기록은 지난 2017년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를 93천억원(80억달러)에 사들인 삼성전자가 갖고 있다. 이번 거래는 하이닉스와 인텔 양쪽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우선 하이닉스는 매출 비중이 70%를 넘을 정도로 디램 의존도가 크다. 디램 업황은 속성상 주기적 등락이 큰 터라 하이닉스의 실적도 춤을 췄다.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했다는 얘기이다.

이석희 하이닉스 대표는 이날 임직원들에 보낸 메시지에서 낸드 사업은 시작이 다소 늦어 후발주자의 약점을 극복하기 쉽지 않았다며 이번 거래 배경을 밝혔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하이닉스의 인텔 인수로 낸드 업계의 공급자가 줄어들어 교섭력이 커지고, 하이닉스는 20%의 점유율로 규모의 경제를 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텔은 세계 대표 반도체기업이란 위상과 달리 비메모리 사업에서 기술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비메모리 사업에 역량을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었다는 얘기이다. 비메모리 반도체 기술을 앞세운 엔비디아 등 후발업체의 공세가 어느 때보다 컸던 올해엔 인텔의 위기를 거론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단적으로 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 확산으로 반도체 기업들이 특수를 누리는 동안 인텔 주가는 외려 큰 폭 하락했다. 이미 시가총액에선 엔비디아에게 밀려난 상황이다. 인텔로선 위기 극복의 돌파구로 메모리 사업 매각을 선택한 셈이다.

출렁이는 재계 판도

이번 거래로 에스케이그룹은 단숨에 재계 서열 2위 자리 문턱까지 다다른 상태다. 지난해 말 자산총액(공정자산) 기준으로 에스케이는 9조원 내외의 차이로 현대차그룹을 바짝 뒤쫓고 있었다. 에스케이 고위 관계자는 계약서상 내년 각국 정부의 거래 승인을 받게 되면 총대금 90억달러 중 70억달러를 우선 지급하고 잔금은 거래가 종결되는 2025년에 지급한다. 인텔 자산 소유권도 대금 지급 시기에 맞춰 변화한다고 말했다. 이르면 내년 말께 에스케이그룹이 재계 서열 2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번 거래로 사들이는 인텔 자산은 모두 78천억원 남짓이다.

에스케이그룹은 국내 주요 재벌그룹 중 가장 적극적인 인수·합병으로 그룹 덩치를 불려왔다. 대부분 그룹들이 출자를 통해 회사를 설립한 뒤 사업을 다각화해온 것과는 차이가 있다. 국내 재벌그룹이 인수·합병에 본격 뛰어든 것은 최근 2~3년 내의 일이다. 특히 에스케이는 지난 20123조원을 들여 하이닉스를 사들인 뒤 데이어 또다시 이번 거래를 성사시킴으로써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아 반도체 산업을 그룹 핵심 사업 축으로 만들었다. 삼성전자가 30여년간 반도체 산업을 일군 것과 비교된다.

주요 그룹 사정에 밝은 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 수년 새 산업 환경이 급변하면서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한 대기업들의 인수 합병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대규모 거래로 재계 순위가 변화하는 등 재계 판도가 출렁이는 현상이 자주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에스케이하이닉스 주가는 전날보다 1500(1.73%) 내린 852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거래가 시작된 직후 전날에 견줘 2700원까지 잠깐 오른 뒤 거래 시간 내내 약세를 보였다. 구본권 기자

 


SK하이닉스, 인텔 낸드 인수 발표에 주가는 하락

 

인텔 낸드 부문 인수를 발표한 SK하이닉스 주가가 20일 하락 마감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1.73% 내린 85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거래소는 SK하이닉스 주식 거래를 오전 930분까지 정지했다. 거래 정지가 풀린 직후 주가는 최고 3% 이상 오르다가 이내 하락세로 돌아섰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20억원, 86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주가 하락을 이끌었다. 반면 개인은 134억원을 순매수했다.

앞서 이날 SK하이닉스는 미국 인텔사의 메모리 사업 부문인 낸드 부문을 90억달러(103104억원)에 인수하는 양도 양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인수를 SK하이닉스가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기회로 보면서도 10조원대에 이르는 인수 금액은 부담될 것으로 평가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텔의 중국 다롄 낸드 생산 시설과 낸드 관련 지식재산권(IP),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기술 경쟁력 등을 즉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SK하이닉스 낸드 사업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0조원 이상을 낸드 사업에 투자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도 "SK하이닉스는 그동안 약점으로 거론된 기업형 SSD(eSSD) 분야에서 삼성의 뒤를 잇는 새로운 강자로 부상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