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정훈장 ‘미신청 확인서’ 낸 김철홍 인천대 교수

"사람 세상을 동물의 왕국으로 만들어" 비판

 
                                            김철홍 교수
 

올 연말 퇴임을 앞둔 김철홍 인천대 교수가 퇴임식에서 수여되는 대통령 훈장을 거부했다. 김 교수는 “훈장을 받는 사람도 자격이 있어야 하지만, 그 상을 수여하는 사람도 충분한 자격이 있어야 한다”고 거부사유를 밝혔다.

김 교수는 28일 언론사에 보낸 ‘이 훈장 자네나 가지게’라는 제목의 글에서 “ 대학본부에서 정년을 앞두고 훈·포장을 수여하기 위해 교육부에 제출할 공적 조서를 작성해 달라는 연락을 받고 고민했다”고 밝혔다. 그는 33년 이상 경력을 인정받아 근정훈장 수여 대상자였다.

그는 “이미 사회적 기득권으로 많은 혜택을 본 사람이 일정 이상 시간이 지나면 받게 되는 마치 개근상 같은 훈·포장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또 훈·포장 증서에 쓰일 수여자의 이름에 강한 거부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훈포장의 수여자가 왜 대한민국 또는 직책상의 대통령이 아니고 대통령 윤석렬이 되어야 하는가”라며 “만약에 훈·포장을 받더라도 조국 대한민국의 명의로 받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정상적으로 나라를 대표할 가치와 자격이 없는 대통령에게 받고 싶지 않다”면서 “무릇 훈장이나 포상을 함에는 받는 사람도 자격이 있어야 하지만, 그 상을 수여하는 사람도 충분한 자격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벨 문학상 수상을 제대로 축하하지도 못하는 분위기 조장은 물론 이데올로기와 지역감정으로 매도하고 급기야 유해도서로 지정하는 무식한 정권”이라며 “일개 법무부 공무원인 검사들이 사법기관을 참칭하며 공포정치의 선봉대로 전락한 검찰 공화국의 우두머리인 윤석렬의 이름이 찍힌 훈장이 무슨 의미와 가치가 있느냐”고 했다.

김 교수는 “나라를 양극단으로 나누어 진영 간 정치적 이득만 챙기는, 사람 세상을 동물의 왕국으로 만들어 놓았다”면서 “민중의 삶은 외면한 채 자신의 가족과 일부 지지층만 챙기는 대통령이 수여하는 훈·포장이 우리 집 거실에 놓인다고 생각하니 몸서리가 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8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김 교수는 1993년 3월1일에 인천대 조교수로 임용된 뒤 32년(퇴임 시기인 2025년 2월까지)간 교수로 재직했다. 근정훈장은 33년 이상 경력이 있으면 받을 수 있는데 김 교수는 3년 동의 군 경력도 포함해 근정훈장 대상자로 분류됐다. 김 교수는 1990년대부터 인천의 노동현장을 찾아 산업재해, 노동자의 건강권과 관련된 연구를 계속해왔다. 김 교수는 2002년 건강한 노동세상을 창립, 2023년까지 초대 대표를 역임했고, 2001년에는 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를 창립하기도 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에서는 2000년부터 2023년까지 국공립대 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아래는 김 교수의 훈장 포기 취지 글 전문. 

이 훈장 자네나 가지게!

김철홍 (인천대 교수, 전 교수노조 국공립대위원장)

며칠 전 대학본부에서 정년을 앞두고 훈·포장을 수여하기 위해 교육부에 제출할 공적 조서를 작성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공적 조서 양식을 앞에 두고 여러 생각이 스쳐 갔다. 먼저 지난 시간 대학 선생으로 내가 한 일들이 어떤 가치가 있었기에 내가 훈장을 받아도 되는가를 고민하게 되었다. 

훈장이란 국가를 위해 희생하거나 뚜렷한 공로를 세운 자에게 수여되며, 공로의 정도와 기준에 따라 받는 훈장이 다르다고 한다. 대학의 교수라고 하면 예전보다 사회적 위상이나 자긍심이 많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아직은 일정 수준의 경제 사회적 기득권층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이미 사회적 기득권으로 많은 혜택을 본 사람이 일정 이상 시간이 지나면 받게 되는 마치 개근상 같은 훈·포장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훈·포장 증서에 쓰일 수여자의 이름에 강한 거부감이 들었다. 훈포장의 수여자가 왜 대한민국 또는 직책상의 대통령이 아니고 대통령 윤석렬이 되어야 하는가이다. 윤석렬은 선출된 5년짜리 정무직 공무원이다. 나는 만약에 훈·포장을 받더라도 조국 대한민국의 명의로 받고 싶지, 정상적으로 나라를 대표할 가치와 자격이 없는 대통령에게 받고 싶지 않다. 무릇 훈장이나 포상을 함에는 받는 사람도 자격이 있어야 하지만, 그 상을 수여하는 사람도 충분한 자격이 있어야 한다. 

노벨 문학상 수상을 제대로 축하하지도 못하는 분위기 조장은 물론, 이데올로기와 지역감정으로 매도하고, 급기야 유해도서로 지정하는 무식한 정권이다. 국가의 미래를 위한 디딤돌이 되어야 할 연구 관련 R&D 예산은 대폭 삭감하면서, 순방을 빙자한 해외여행에는 국가의 긴급예비비까지 아낌없이 쏟아붓는 무도한 정권이다. 일개 법무부 공무원인 검사들이 사법기관을 참칭하며 공포정치의 선봉대로 전락한 검찰 공화국의 우두머리인 윤석렬의 이름이 찍힌 훈장이 무슨 의미와 가치가 있을까? 

나라를 양극단으로 나누어 진영 간 정치적 이득만 챙기는, 사람 세상을 동물의 왕국으로 만들어 놓고, 민중의 삶은 외면한 채 자신의 가족과 일부 지지층만 챙기는 대통령이 수여하는 훈·포장이 우리 집 거실에 놓인다고 생각하니 몸서리가 친다. 

매 주말 용산과 광화문 그만 찾게 하고, 지지율 20%이면 창피한 줄 알고 스스로 정리하라. 잘할 능력도 의지도 없으면 그만 내려와서, 길지 않은 가을날에 여사님 손잡고 단풍이라도 즐기길 권한다. 훈장 안 받는 한풀이라 해도 좋고, 용기 없는 책상물림 선생의 소심한 저항이라고 해도 좋다.

“옜다, 이 훈장 자네나 가지게!”

 

 

야당, 31일 본회의 통과 예정…국힘  “나라 전체 멈추려는 의도”

 
박성준 국회운영위원회 소위원장이 28일 오전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회의 운영개선소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국회 운영위원회가 28일 운영개선소위원회(소위)에서 대통령이나 그 가족을 수사하는 상설특검 후보 추천시 여당을 배제하는 내용의 국회 규칙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주도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이에 반발해 퇴장한 뒤 “나라 전체를 멈추게 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소위는 이날 민주당 소속 박성준 소위원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대통령 또는 그 가족을 상대로 한 상설특검을 실시할 땐, 특검 후보 추천위원회 7명 가운데 현재 2명인 여당 몫을 모두 야당 몫으로 돌리는 내용의 규칙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와 함께 소위는 △불출석 증인의 동행명령권을 국회 청문회 등으로 확대하고,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 △예산안·세입부수법안 자동부의제도(국회가 11월30일까지 예산안·세입부수법안 심사를 못 마쳤을 경우 그 다음 본회의에 이를 자동으로 부의하는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 △국회의원이 구속·기소되면 세비를 지급하지 않는 국회법 개정안 등도 통과시켰다. 세비 관련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발의한 법안이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불참했다. 앞의 세 법안 처리에 반발해 회의장에서 퇴장한 탓이다.

박성준 소위원장은 “31일 운영위 전체회의에 이들 법안을 상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소위를 통과한 규칙 개정안은 운영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시행된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상설특검 후보추천위의 여당 몫 2명은 비교섭단체 중 의석수가 많은 2개 정당이 각각 1명씩 추천하게 된다. 의석수가 같으면 선수(選數)가 앞선 국회의원이 있는 당이 우선한다.현재 의석수를 고려하면 조국혁신당과 재선 윤종오 의원이 있는 진보당이 각각 추천권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개혁신당도 진보당과 같은 3석이지만, 모두 초선이다.

후보추천위는 국회의장의 요청 또는 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청이 있으면 소집되고, 재적위원 과반 찬성으로 후보자를 의결한다.법무부 차관·법원행정처 차장·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등 당연직 3명이 참여하지 않아도 야당 몫 4명만으로 후보추천위를 소집하고 후보자 의결이 가능한 구조다.

후보추천위가 2명의 후보자를 추천하면, 대통령은 추천받은 날로부터 3일 이내에 이들 중 1명을 임명해야 한다.다만 임명하지 않았을 때 대안 조항이 없어 윤 대통령이 상설특검 임명을 미룰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 또한 당장 후보추천위를 구성하기보다 수사 범위와 기간, 수사관 규모 등의 측면에서 유리한 특검법 추진을 우선순위에 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기자회견을 열어 “운영위가 민주당의 독단과 위선으로 가득한 편파 운영으로 무너졌다”고 강력히 항의했다. 운영위 여당 간사인 배준영 의원은 “소위에 45개 법안이 상정됐는데 겨우 2시간 토론 뒤 박성준 소위원장이 ‘충분히 토의했다’며 의결하자고 했다”며 “‘법안 어느 하나 동의한 적 없는데 어떻게 의결하냐’고 했지만 (박성준 소위원장이) 강행처리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많은 법안을 졸속처리하는 건 입법독재를 뛰어넘어 우리나라 전체를 멈추게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상설특검 후보 추천 관련 국회 규칙 개정안을 두고는 “누가 보더라도 대통령의 권한을 심각하게 침해한다. 축구선수가 심판을 보는 것과 다름 없는, 심각한 오류가 있는 법안”이라고 날을 세웠다. <  전광준  기민도 안채원 기자  >

 

민주당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구성, 관련 제보 등 대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지난 대선 당일인 2022년 3월9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 선거대책본부(캠프)가 명태균씨의 미공표 여론조사 결과로 전략회의를 했다는 주장을 놓고 야당이 총공세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을 꾸려 관련 제보 등을 정리하는 한편, ‘김건희 특검법’ 수용 압박 수위를 더 높이기로 했다. 조국혁신당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준비에 착수했다.

민주당은 28일 국회에서 고위전략회의를 열어, 별도의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을 만들어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살펴보기로 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여론조작, 국정 개입 등 명씨 의혹 관련 제보를 받고, 자료를 수집해 정리하려고 한다. 김 여사 관련 의혹이 중요하게 다뤄지겠지만, 명씨 의혹이 추가되고 있고 대통령실과 여당 관계자들의 말이 자꾸 바뀌고 있어 그 밖에 다른 것들이 확인되면 ‘김건희 특검’과 별도 트랙으로 (명씨 의혹의 진상 규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김 여사의 마약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한 ‘마약 수사 외압 의혹 티에프(TF)’도 꾸리기로 했다.

김건희 특검법 수용 압박을 위한 전면적인 여론전도 편다. 11월2일 서울역 인근에서 열 ‘김건희 국정농단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민주당은 1천만명을 목표로 서명운동에 돌입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선,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 캠프에서 정책총괄지원실장을 지낸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의 주장과 관련한 논의가 이뤄졌다. 서 전 교수는 전날 ‘대선 당일에도 명씨가 한 미공표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캠프에서 회의를 했다. 윤재옥·이철규 의원 등 핵심 관계자 20여명이 매일 하던 회의였다’고 주장했다. 사실이라면 ‘경선 이후 윤 대통령이 명씨와 교류를 끊었다’는 대통령실의 해명이 거짓말일뿐더러, 여론조사 비용 지급과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도 있다. 최고위 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신용한씨의 폭로로 ‘명태균 보고서’가 윤석열 캠프 대선 전략을 뒷받침한 점을 더는 숨길 수 없다. 이 사태는 윤 대통령 부부가 연루된 ‘명태균 게이트’”라며 김건희 특검법 수용을 거듭 촉구했다. 민주당은 신 전 교수를 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러 관련 의혹을 따져 물을 계획이다. 신 전 교수 역시 출석 의사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국혁신당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준비 중이다. 조국 혁신당 대표는 이날 당대표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당내 법률가 출신들을 중심으로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작성하고 있다. 조만간 초안이라도 공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혁신당은 지난 26일 원내정당으로는 처음으로 연 윤 대통령 탄핵 집회를 매달 이어가는 한편, 11월2일 대구부터 매주 전국을 돌며 ‘탄핵다방’을 열어 여론전을 펼 계획이다.

이와 함께 조 대표는 “윤석열 정권 종식 방식은 탄핵도 있지만, 퇴진이나 개헌이나 하야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라며 “어떤 방식이 가능할지는 향후 정국의 상황, 정국을 바라보는 정치주체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김건희 공동정권을 부끄러워하는 보수층까지 포함하는 다수파 연합이 필요하다. ‘오동잎 떨어지면 가을 온 줄 안다’는데, 저는 오동잎이 떨어졌다고 생각한다”며 보수층에 윤 대통령과의 ‘결별’을 촉구했다.

한편,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 캠프 상황실 전략기획실장을 지낸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은 이날 한겨레에 “신용한이라는 사람은 기억이 안 난다. (캠프에 드나드는) 사람이 바뀌지만 나는 몇달간 고정 멤버였는데, 내가 모를 정도면 그 사람은 중심 인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의혹을 제기한 신 전 교수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박 전 장관은 또 “당시 여론조사가 언론사에서 쏟아지고 당 부설 여의도연구원에서도 자체 조사를 했는데, 명씨 보고서가 무슨 가치가 있다고, 그걸로 토론을 했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라고 말했다. 이날 신 전 교수는 “캠프 관계자들의 전략조정회의는 윤재옥 의원이 주관했고, 이철규 의원은 들어올 때도 있고 안 들어올 때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이날도 명씨와 불법 여론조사 의혹에 관해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 한겨레 고경주  서영지 기자 >

공천 발표 8일 전 명태균 - 강혜경 통화
김 여사 ‘여론조사 대가 공천’ 주도 의혹

 
              김건희 여사(왼쪽)와 명태균씨.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2022년 6월 경남 창원의창 국회의원 보궐선거 국민의힘 공천 발표를 약 일주일 앞두고 “여사가 ‘김영선 (공천) 걱정하지 마라. 자기 선물’이라고 했다”고 말한 사실이 확인됐다. 김영선 전 의원 공천과 관련해 명씨가 김건희 여사를 언급한 게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겨레21은 28일 명씨와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이자 김 전 의원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씨의 2022년 5월2일 통화 녹음을 입수했다. 이 통화에서 명씨는 강씨에게 “오늘 여사님 전화 왔는데, 내 고마움 때문에 김영선 (공천) 걱정하지 마라고, 내보고 고맙다고”라며 “자기 선물이래”라고 말했다. 명씨는 이어 “하여튼 입조심해야 된다. 알면은 난리, 뒤집어진다”고 보안을 요구했다. 통화가 이뤄진 시점은 김 전 의원 공천 발표(2022년 5월10일) 8일 전이다.

강씨는 미래한국연구소가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를 위해 2021년 4월부터 대선 직전인 2022년 3월까지 81차례에 걸쳐 여론조사를 진행했는데, 명씨가 그 비용 대신 김 전 의원 공천을 받아왔다고 주장해왔다. 실제 김 전 의원은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보전받은 선거운동 비용으로 연구소의 여론조사 비용 채무 일부를 상환하고, 국회의원 세비를 명씨와 절반씩 나눠 쓴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결국 김 전 의원 공천 배후에 관심이 쏠렸는데, 이와 관련한 명씨의 발언은 공천 발표 전날인 2022년 5월9일 강씨와 전화 통화에서 “사모(김 여사)하고 전화 해가 대통령 전화해갖고. 대통령이 ‘나는 김영선(이라)했는데’ 이라대. 그래서 (김 전 의원 공천에 반대하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인) 윤상현 끝났어”라고 말한 게 전부였다. 이날 공개된 김 여사가 명씨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고 이를 고마워하며 김 전 의원 공천을 약속했다는 명씨 발언은, 여당 공천에 대통령 부인이 개입했다는 유력한 방증이어서 향후 파문이 커질 전망이다.

윤석열 대선 후보를 위해 3억7천여만원을 들여 81차례 여론조사를 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명씨 등을 수사 중인 창원지검 형사4부(부장 김호경)는 지난 25일 미래한국연구소 김아무개 전 소장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27~28일엔 김 전 소장을 소환 조사했다.    <  한겨레 김완 곽진산 채윤태 기자 >

 

“김건희 여사 ‘오빠한테 전화 왔죠?’ 통화음, 나도 들었다”

강혜경씨 “김 여사 공천 개입” 이어
김태열 미래한국연구소장도 증언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필리핀, 싱가포르 국빈 방문 및 라오스 아세안 +3 회의를 마치고 귀국하며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를 둘러싼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명씨와 공천 논의 정황을 보여주는 김건희 여사의 “오빠 전화 왔죠? 잘될 거예요”라는 통화 음성을 들었다는 증언이 추가로 확인됐다.

창원지검 형사4부(부장 김호경)는 2022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를 위해 3억7천여만원을 들여 81차례 여론조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명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명씨 주변 압수수색을 통해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이자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씨에게 명씨가 버리라고 지시했던 하드디스크를 확보하고, 명씨와 가족이 쓰던 휴대전화와 태블릿피시(PC) 6대도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검찰이 분석 중인 압수물 중에 김 여사의 통화 음성이 담긴 녹음 파일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미래한국연구소 전 소장이었던 김태열씨는 27일 한겨레21에 “나도 (그 음성을) 들었다. 장소는 김영선 의원 사무실이었다. 그때 직원들은 그 음성을 모두 들었을 거다. 명씨는 그 음성은 세상에 없다고 얘기하지만, 녹취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앞서 강씨는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 여사가 명씨에게 “오빠한테 전화 왔죠? 잘될 거예요”라고 말한 통화 음성을 들었다며 “오빠는 윤 대통령을 지칭한다고 생각한다”고 증언했다.

강씨는 해당 통화가 2022년 6월 경남 창원의창지역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이 국민의힘 공천을 받기 직전 이뤄졌다며, “잘될 거”라는 김 여사 발언은 김 전 의원 공천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명씨가 윤 후보를 위해 여론조사를 해준 대가로 김 전 의원 공천을 받아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씨가 지난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명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그런 녹취는 세상에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김 여사 통화 음성을 “분명히 들었다”는 김태열씨의 추가 증언이 나오면서, 검찰이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열쇠가 될 이 통화 음성을 명씨로부터 찾아낼 수 있을지가 수사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 한겨레 곽진산  김완 기자 >

 

명태균·김영선 소환 임박…주변인물 잇따라 조사받아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명태균씨, 김영선 전 의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의 국회의원 선거 공천 개입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명태균씨 주변인물들을 잇따라 불러서 조사하고 있다. 핵심인물인 명태균씨와 김영전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 소환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창원지검 형사4부(부장 김호경)는 28일 “김아무개 미래한국연구소 전 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조사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명태균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의 등기부상 대표를 지낸 사람이다. 김씨가 이 사안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지난 25일과 27일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이다.

검찰은 또 지난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명씨에게 1억2천만원을 건넨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대구에서 예비후보로 등록했던 이아무개씨를 전날 불러서 조사했다. 검찰은 역시 명씨에게 1억2천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는 경북지역 정치인 배아무개씨도 곧 불러서 조사할 예정이다. 지난 23일엔 김 여사가 2022년 국회의원 선거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47)씨를 불러서 조사했다.

창원지검 관계자는 28일 이들의 조사내용에 대해 “조사할 내용이 많다. 수사 중인 사안이라서 자세한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경상남도선거관리위원회는 김 전 국회의원의 회계담당자였던 강씨를 검찰에 고발하고, 김 전 의원과 명씨, 이씨, 배씨 등 4명을 수사의뢰했다.

김씨는 김 전 의원의 집안 조카로, 김 전 의원의 보좌관 등을 지냈다. 또 명씨가 운영했던 인터넷매체 ‘시사경남’의 보도국장·발행인 등을 지냈고, 미래한국연구소 대표이사도 맡았다. 미래한국연구소는 지난 대통령선거 때 윤석열 후보를 위해 81차례 여론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김씨는 “(미래한국연구소 대표로) 이름만 빌려줬을 뿐 실소유주는 명씨”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명씨는 미래한국연구소 일을 도와줬을 뿐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창원지방검찰청 전경. 최상원 기자
 

강씨는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2022년 6월 경남 창원의창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 전 의원이 국민의힘 공천을 받기 직전 김 여사가 명씨에게 “오빠한테 전화 왔죠? 잘될 거예요”라고 말한 통화 음성을 들었다고 진술했는데, 김씨 역시 김 전 의원 사무실에서 이 통화 음성을 들었다고 ‘한겨레21’ 취재진에게 말했다. 또 강씨는 국정감사에서 명씨의 지시로 이씨와 배씨에게서 돈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명씨는 이씨와 배씨에게서 받은 돈으로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대통령후보를 위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씨와 배씨는 지난해 선관위 조사 당시 미래한국연구소 운영자금 명목으로 차용증을 받고 돈을 빌려줬으며, 선거 이후 일부 돈을 돌려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들이 자신의 지방선거 공천을 위해 명씨에게 돈을 줬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      < 한겨레 최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