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 후 교통 봉쇄되자 도보여행사후 검사 코로나19 양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실직한 30대 가장이 아이들이 보고 싶다며 372떨어진 고향 집까지 걸어가다 길에서 세상을 떠났다.

이 남성은 사후 검사에서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왔다.

15일 마이메트로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말레이시아 파항주 무아드잠 샤의 길가에서 3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은 조호르주 세가맛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직장을 잃은 뒤 이동제한 명령으로 주(states)간 이동과 대중교통이 끊기자 걸어서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의 고향 집은 조호르주에서 372떨어진 트렝가누주로, 자동차로는 5시간 정도면 도착하는 곳이다.

현지 매체들은 이 남성이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어서 지난 8일 도보 여행을 시작했고, 창백한 얼굴로 힘들게 걷는 모습을 여러 사람이 봤다고 전했다.

한 목격자는 "사람들이 그에게 음식을 주면서 여행을 계속하지 말라고 했지만, 고집을 꺾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인은 사후 검사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말레이시아 보건부의 누르 히샴 압둘라 보건총괄국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이 남성이 코로나19에 따른 110번째 사망자라고 발표했다.

보건 당국은 그가 어디서 감염됐는지 조사 중이다.

사망자의 가족은 장례비 1500 링깃(42만원)을 낼 돈도 없어 주변의 도움으로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장례식은 코로나19 사망자에 관한 보건지침을 따랐다.


파키스탄 총리·남아공 대통령 등 140WHO 총회 앞두고

공개 서한 통해 촉구미국 우선주의에 제동

                 

전세계 전·현직 정치지도자와 전문가들이 백신과 치료제를 전 인류에게 무상으로 공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 선점을 시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와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등 전세계 전·현직 정치지도자와 전문가 140여명은 오는 18일 세계보건기구(WHO) 총회를 앞두고 14일 유엔 누리집을 통해 이런 내용이 담긴 공동 서한을 공개했다.

이들은 지금은 부유한 기업과 정부들이 자신들의 이해를 생명을 구한다는 보편적 요구에 앞세우도록 놔두거나, (인명 구조라는) 막중한 도덕적 임무를 시장에 맡겨둘 때가 아니라며 “(백신과 치료법 등에 대한) 독점과 추잡한 경쟁, 근시안적 국가주의가 끼어들 틈을 주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특히 백신과 치료제는 평등과 연대에 기반해 코로나 대응 최전선 종사자와 취약집단, 빈곤국에 우선적으로 공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개서한에는 한국인으로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개발연구소장과 한승수 전 국무총리가 이름을 올렸다.

이날 공개 서한은 미국이 백신 공급 우선권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은 지난 4일 백신 개발 국제공조 논의체인 코로나19 국제적 대응 약속 온라인 회의를 보이콧하며, 백신 개발 독자 행보를 예고한 바 있다. 서한에선 공개적으로 언급되진 않았지만 모든 수단을 강구해 세계 어느 곳보다 먼저 코로나19 백신을 공급하겠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서한이 나오기 하루 전엔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의 폴 허드슨 최고경영자(CEO)미국에 백신을 우선 공급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허드슨은 <블룸버그> 통신 인터뷰에서 미국이 백신을 가장 먼저 받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미 정부가 위험을 감수하는 일에 투자했기 때문에 가장 많은 양의 백신을 선주문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에, 프랑스 정부는 금전적 이유를 근거로 특정 국가에 백신 제공의 우선권을 주는 것은 수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코로나19 백신은 국제적인 공공의 이익이 돼야 하며 접근 기회는 공평하고 보편적일 필요가 있다는 논평을 내놨다.

비판이 고조되자, 사노피 프랑스법인장인 올리비에 보질로 사장은 14일 현지 방송 <베에프엠>(BFM)에 나와 사노피가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 모든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미국 우선 공급 발언을 철회한 것이다. < 이정애 기자 >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1심 재판의 최후진술 사료

                      

시퍼렇게 젊은 놈이 여태 살아있어 죄송하다. () 가슴 아프게 무수한 사람이 죽어갔다. 그런데 구차하게 이 자리에서 징역을 구걸하겠는가?”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1심 재판의 17회 공판이 열렸던 1980912. 28살의 젊은 민주 투사였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후진술입니다.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은 전두환 신군부가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서 김대중과 재야인사들이 내란을 꾀하며 광주에서 민주화 운동을 벌였다고 꾸며낸 역사적인사기극이지요. 지금으로부터 40년 전,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내린 그 법정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지난 14일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해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사건의 사료를 공개했습니다.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재판 중 김대중, 이해찬, 설훈, 문익환 등 민주 투사들의 최후진술문입니다.

당시 법정에는 녹음기나 필기도구를 가져갈 수 없었는데요. 이번에 공개된 사료는 문익환 목사의 아들 문성근씨를 비롯한 민주 투사의 가족들이 진술 내용을 달달 외워 복기한 자료입니다. 깨알 같은 글씨로 정리된 최후진술문을 읽어내려가기만 해도 충격적인 역사를 엿볼 수 있습니다.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1심 재판의 17회 공판(1980912)에서 이해찬 최후진술 사료. 연세대학교 김대중 도서관 제공

이제는 177석의 슈퍼 여당을 이끄는 원로 정치인이 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당시 28살의 서울대학교 복학생협의회장이었습니다. 그는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돼 내란음모·계엄법 위반·계엄법 위반 교사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았지요. 이미 1974민청학련사건에서 내란음모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던 것에 이어 두번째였습니다. “시퍼렇게 젊은 놈이 여태 살아있어 죄송하다는 첫마디로 최후진술을 시작한 이 대표의 착잡한 심정이 짐작됩니다. 이 최후진술이 있고 닷새 뒤 이 대표는 징역 10년을 받았습니다.

시퍼렇게 젊은 놈이 여태 살아있어 죄송하다. () 가슴 아프게 무수한 사람이 죽어갔다. 그런데 구차하게 이 자리에서 징역을 구걸하겠는가?

최근 옥중에서 1958년 진보당 사건의 조봉암 외 21명의 피고인에 대한 재판 내용을 읽었다. () 이 재판을 받으며 그때와의 유사점 발견한다. 한 정권의 유지를 위해서 합법을 가장하여 정적을 살해하려 하고 있는 점이다.

나는 김대중씨를 존경하지도, 개인적으로 알지도, 그의 정치노선이나 생각에 따르지도 않았지만, 또 다시 합법을 위장하여 한 정적이, 한 가정의 아버지가, 남편이 무참히 죽어가게 되었다. (중략)

반공법·보안법이 존재하는 이유는 분단된 시대를 산다는 데 있다. () 이 민족은 언젠가 통일을 이루어 갈 것이다. 통일이 이루어지는 날 이러한 불상사는 시정이 될 것이다. 구차하게 징역을 구걸하지 않겠다. 민중적 지혜의 힘에 감사드린다.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1심 재판의 17회 공판(1980912)에서 이해찬 최후진술-

이 자리에서는 중앙정보부의 고문을 폭로하는 진술도 나왔습니다. 문익환 목사의 제자이자 민주화 운동 동지였던 이해동 목사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 목사는 계엄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았습니다. 그는 사나흘씩 잠도 못 자고 수차례 발가벗겨진 채로 온갖 수모를 받았다며 고문의 참상을 전했습니다. 연이은 구타로 이 목사의 몸이 멍투성이가 되고 나면 고문관들이 피멍을 빼기 위해 날고기를 몸에 붙여줬다는 대목에서는 중앙정보부의 잔인함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당시 법정에는 이 목사를 시작으로 고문 폭로가 이어지자 오열하는 피고인과 방청객이 많았다고 합니다.

인간이란 것이 얼마나 나약한지 죽지 못해 몹시 부끄럽다. 512일 장기표가 각목, 화염병 준비얘기를 했다는 것을 시인하라고 해서 그것만은 못한다. 나를 죽여달라고 했다. (가족석에서 가족들 눈물 흘리기 시작)

시인 요구 전에도 다른 곳으로 끌려가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당할 수 없는 곤욕을 치렀었다. () 뉘어 놓고는 무수히 구타했다. 그래 결국 죽지 못하고 시인하게 된 것이다. 나는 이제 앞으로 목회를 할 수 있을 것인지 결정을 못 하고 있다. 지금까지 설교 때마다 , 아니오는 확실히 해야 한다고 그렇게 얘기해놓고는 내가 그것을 못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교인 앞에 나설 수가 있다는 말인가? (중략)

지도곤히 때리고 나서는 엎드리게 하고, 소고기(날고기)를 썰어 맨살에 붙이고는 비니루로 동여매 놓고 3일을 있었다. () 내가 한 시인 때문에 다른 분들께 엄청난 피해를 주게 되고 김대중 선생님에게는 사형까지 구형하게 되어 죄송하다. (후략)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1심 재판의 17회 공판(1980912)에서 이해동 최후진술-.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1심 재판의 17회 공판(1980912)에서 설훈 최후진술 사료. 연세대학교 김대중 도서관 제공

이제 5선 의원으로 민주당 중진인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 현장에 있었습니다. 내란음모·계엄법 위반 혐의였습니다. 당시 27살의 고려대 운동권 학생이었던 설 위원의 최후진술에서는 성미가 괄괄하고 입심 좋은 그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기록에는 그가 거의 고함에 가까운 고성을 질렀다고 적혀있습니다.

설 위원은 고문 폭로에 충격을 받아 흐느끼는 가족들에게도 호통을 쳤습니다. “광주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죽어갔느냐고 따져 물으며 고문당한걸 가지고 눈물을 흘려선 안 된다고 지적한 것입니다. 당시 설 위원은 징역 10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도대체 이 나라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이후부터는 거의 고함에 가까운 고성) 현재 나가고 있는 길은 멸망의 길이다.

517일 이전에는 솔직히 평화 시위를 계획했는데 광주 사태를 보고 나서는 생각이 달라졌다. 이 구차한 목숨 바칠 각오를 했다. 지금 몇몇 분들이 눈물을 보이셨는데 고문당한걸 가지고 눈물을 흘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광주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죽어갔는가? 이 눈물은 그 사람들에게 보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군대에 총을 줄 때는 국민을, 국가를 지키라는 것이지 국민을 죽이라고 준 것이 아니다. 그런데 계엄군은 시민을 패고, 밟고, 칼로 찌르고 총으로 쏘았다. 수많은 사람이 죽고 다친 것으로 안다. 시체를 자동차에 매달고 달린 것으로 안다. 이게 어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가?

나는 나 하나 죽더라도 이 나라가 멸망의 길로 가고 있는 것을 보고 있을 수 없다. 이 난국을 수습하는 길은 군은 군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고 정치는 정치인에게 맡겨야 한다.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1심 재판의 17회 공판(1980912)에서 설훈 최후진술-.

다음날인 1980913, 오전 10시부터 18회 공판이 열려 피고 김대중의 최후진술이 이어졌습니다. 공판 개시 전 분위기는 의외로 화기애애합니다. 기록에는 가족들이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김종완 전 민주당 의원에게 돼지가 새끼 9마리를 낳았대요라고 말하자 김 전 의원이 나는 (감옥) 들어와 밥도 안 축내고 밖에서는 돼지 길러 돈 벌고 안팎으로 버는 거야라며 농담을 해서 다들 웃었다고 적혀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의 최후진술은 오전 1145분까지 이어져 거의 2시간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김 전 대통령이 진술 마지막에 말했듯 일종의 유언이었습니다.

()

검찰에서는 내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정권을 잡을 수 없어 학생 데모를 통해 집권하려 했다고 공소장에서 말하고 있으나, 나는 총 한 방 쏠 줄 모르는 사람이다. 내가 제일 바랐던 것은 선거였으며, 선거만 순조롭게 이루어진다면 집권할 수 있거나 적어도 4년 후에 대비한 튼튼한 기반을 구축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혼란이 오면 집권은커녕 지극히 곤란한 상태에 처하게 되며, 사실은 오늘날 같은 사태가 올 것도 예견하고 있었다. 나는 비폭력 주의자다. 그렇다고 무저항주의는 아니므로 나는 비폭력저항주의자다.

()

당국이 나의 형을 집행하려 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으나 이것이 과연 법의 정의에 합당하며 민주국가로서 옳은 일인가 심사숙고해주기 바란다. 나는 나에 대한 관대한 처분보다는 다른 피고들에 대한 관용을 바란다. 결국 이분들에 대한 혐의의 책임자는 나이기 때문이다. ()

나는 그제 (사형) 구형을 받았을 때 의외로 차분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그날은 물론 공판정에 나왔었기 때문도 있겠으나 평소보다 더욱 잘 잤다. 그것은 내가 기독교 신자로서 하느님이 원하시면 이 재판부를 통하여 나를 죽일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이 재판부를 통하여 나를 살릴 것이라고 믿고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여기 앉아계신 피고들께 부탁드린다. 내가 죽더라도 다시는 이러한 정치보복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유언으로 남기고 싶다.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1심 재판의 18회 공판(1980913)에서 김대중 최후진술-.

진술이 끝나자 가족들의 박수가 이어졌고 법정은 울음바다가 됐습니다. 기록에는 문익환 목사의 배우자인 박용길 장로의 선창으로 피고의 가족들이 우리 승리하리라를 합창하자 장내 정리 요원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강제 퇴정시켰다고 적혀있습니다. “조작극이다!” “민주주의 만세!” 등의 고함이 터지고 심한 몸싸움도 이어졌습니다. 가족들은 법정 밖으로 끌려 나오는 와중에도 노래를 멈추지 않았고요. 처절한 한국 근현대사의 한 장면입니다.

그로부터 나흘 뒤인 1980917. 김 전 대통령은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후 국제사회에서는 대대적인 김대중 구명운동이 벌어졌습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교황청 대사관을 통해 당시 대통령이었던 전두환씨에게 김 전 대통령의 선처를 당부했지요. 결국 198212월 김 전 대통령은 형 집행정지로 출소해 미국으로 사실상의 망명을 떠났습니다. < 이지혜 기자 >


진압 안하면 공산화미국에 5·18 실상 감춘 신군부

                      미 국무부 비밀해제 문건 43건 제공

 12·12 반란 뒤 전두환 만난 미 대사 , 의심할 여지 없이 제 잇속만 차려

12·12 군사반란과 5·17 비상계엄 확대 조치 당시 윌리엄 글라이스틴 주한미국대사가 전두환·이희성 등 신군부 인사들과 나눈 대화 내용을 본국 정부에 보고한 기밀문서가 15일 공개됐다. 미 국무부가 우리 외교부에 최근 보내온 비밀해제 외교문서 43건 중 일부로, 19805·18 민주화운동을 전후해 주한미국대사관이 본국 정부와 주고받은 전문이 대부분이다.

이날 공개된 문서에는 글라이스틴 대사가 신군부 반란 수괴인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을 어떻게 평가했는지도 잘 나타나 있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전두환이 12·12 반란을 쿠데타나 혁명이 아니라 박정희 대통령 암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강변한 데 대해 길고 상세하며 의심할 여지 없이 자기 잇속만 차리는 설명을 했다고 평가했다.

문서에는 전두환이 당시 정승화 육군참모총장 세력의 반격을 막기 위해 미국한테 도움을 요청한 사실도 적시됐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전문에 전두환은 현재 상황이 표면적으로는 안정됐지만, 군부 내 다수의 정승화 지지자가 향후 몇주 동안 상황을 바로잡으려 행동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전두환과 동료들은 (반대 세력의) 군사적 반격을 저지하는 데 우리의 도움을 받고 싶어한다고 적었다.

1980518일 글라이스틴 대사가 본국에 보낸 전문에는 이희성 당시 계엄사령관이 5·17 비상계엄 확대 조치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면서 “(시위 대학생을 진압하지 않으면) 한국이 베트남처럼 공산화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 대목도 눈에 띈다. 신군부가 당시 학생운동을 반미 공산주의자 세력으로 왜곡하면서 자신들의 권력 찬탈 행위를 정당화한 것이다.

비상계엄 확대 직후 최광수 청와대 비서실장과 만난 뒤에는 “(최규하) 대통령이 계엄령(해제)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을지 최 실장은 의문을 가지고 있다. 정부가 (시위) 대학생들한테 유화 전술을 쓰는 것에 군부가 강하게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이날 공개된 자료에는 198012월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의 재판이 끝날 때까지 미대사관과 본국 정부가 김대중 구명을 위해 주고받은 문서들도 포함됐다.

이날 공개된 자료는 1996년 미 국무부가 정보공개법에 따라 언론과 시민단체 등에 제공한 것이다. 당시엔 문서의 상당 부분이 가려진 상태였지만 이번에는 온전히 공개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에게 정부는 5·18 전후 6개월의 맥락을 따지기 위해 12·12 사태부터 1년 동안의 자료를 (미 정부에) 요청했다진상규명위원회 등 단체와 협력해 미국이 자료를 더 공개할 수 있도록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에 공개된 문서에는 전두환이 광주민주화운동 폭력 진압의 최종 책임자였음을 입증하는 내용은 없다. 5·18 진상규명 단체 등은 집단 발포 등 유혈 진압과 관련된 내용은 한미연합사 등 군사 채널을 통해 보고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 노지원 기자 >


유럽 내 코로나19 확산 주춤국경 봉쇄 완화 움직임

여행수요가 항공료 인상 여부 결정…'디지털 건강여권'도

 

유럽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해지자 유럽 각국이 국경 봉쇄 완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위기에 처한 관광산업을 돕기 위한 조치인데, 유럽연합(EU)은 유럽 내 이동제한과 국경 통제의 점진적 해제를 권고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코로나19 이전의 사회로는 돌아갈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19와 공존하는 여행은 어떤 모습일까?

관광산업, 유럽연합 국내총생산의 10%

CNN 등 외신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13일 내부 국경 통제, 여행 제한 조치의 점진적 해제를 권고하고 관광 재개를 위한 지침을 발표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제한 조치 해제 결정은 각국 정부의 권한이지만 관광산업의 비중이 높은 유럽의 상황을 고려해 유럽연합이 지침 등을 내놓은 것이다.

관광산업은 유럽연합 국내총생산(GDP)10%를 차지하는 주요 산업으로, 유럽연합은 회원국 전체 고용 인력의 12%가 관광산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전세계 항공 일자리는 2500만개, 여행관련 일자리는 1억개로 추산된다.

유럽연합이 내놓은 지침을 보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여행의 모습을 알 수 있다. 유럽연합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고 탑승 인원 제안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호텔 등 숙박시설의 경우 수영장과 체육관 등을 예약제로 운영하고 1.5m 간격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뷔페와 같은 큰 공공장소 공간은 운영을 자제하라고 덧붙였다.

실제 먼저 봉쇄를 완화한 중국 우한을 보면, 상당수의 상점은 인도에서만 물건을 구입할 수 있었고 실내 체육시설은 여전히 폐쇄 중이다. CNN에 따르면, 취재진이 묵은 호텔은 체크인을 하기 전 취재진의 여행 기록을 점검하고 체온을 쟀다. 분무형 소독제를 온몸에 뿌리기도 하고 엘리베이터에는 버튼을 누를 때 쓰는 티슈가 비치돼 있다고 한다.

항공료, 오를까? 내릴까?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고 항공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항공료는 어떻게 될까? 미국의 에이비시(ABC) 방송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등 항공업계 분석 자료를 인용해, 기내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이 적용되면 미국 국내선 항공료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43~54%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중간좌석을 비울 경우 탑승률이 62%까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는 항공사들의 평균 순익분기점이 탑승률 77%라는 점을 감안하면, 항공료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실제 미국의 저가항공사인 프론티어 항공사는 중간 좌석을 비우면서 추가 공간’(More Room) 요금을 발표하고 이를 위해 39달러씩을 추가로 지불하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항공료 인상은 여행 수요 회복을 전제로 한다. 대기연구그룹(Atmosphere Research Group)의 헨리 하르텔드 항공 애널리스트는 지난 13CNN과의 인터뷰에서 국제항공운송협회의 자료에는 항공사들이 중간 좌석을 비워야할 경우 항공료가 증가할 것이란 추정치가 포함돼 있다하지만 수요가 낮은 상태로 항공사들이 한정된 수의 여행객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을 해야 한다면 항공사들은 가능한 많은 여행객을 유치하기 위해 낮은 요금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노터치여행의 일상화

장기적으로 여행은 어떻게 바뀔까? 세계경제포럼은 지난 6코로나19 이후의 여행은 다음과 같다는 보고서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여행을 전망했다. 우선 비접촉 여행’(Touchless travel)이 일상화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포럼은 지문인식 등이 단계적으로 폐지됨에 따라 홍채와 얼굴인식 등 신원 확인을 위한 생체인식이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번째는 디지털 건강 여권’(Digital health passports)의 등장이다. 세계경제포럼은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 여행업계는 승객 개개인의 위험성을 측정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승객의 동의를 얻어 그들의 나이, 건강 상태, 여행 기록 같은 개인 데이터를 사용해 위험 프로필을 작성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황춘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