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당국과 협력하는 문화기관 거부
정보라·황정은·안톤 허 등 초기 서명자로

 

‘출판인 이스라엘 보이콧 선언’ 일부 갈무리.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이 계속되는 가운데, 전세계 작가 및 출판 관계자들이 진행하는 ‘이스라엘 출판 기관을 통한 공모를 거부한다’는 ‘보이콧 선언’에 국내 작가들도 속속 동참하고 있다.

한국 작가 및 출판 관계자들의 서명을 받기 위한 우리말 문서가 만들어져 공유되고 있으며, 정보라, 천희란, 최돈미, 황정은, 검은새 작가와 안톤 허(허정범) 번역가가 초기 서명자로 나섰다. 30일 오후 1시 기준 국내 작가, 편집자, 번역가, 일러스트레이터, 도서관 및 서점 관계자, 디자이너, 연구자 등 92명이 출판인 이스라엘 보이콧 선언에 동참한 것으로 집계됐다.

‘출판인 이스라엘 보이콧 선언―이스라엘 출판 기관을 통한 공모를 거부한다’는 역대 최대 규모의 전세계 작가 및 출판인 이스라엘 보이콧 선언이다. 아니 에르노, 주디스 버틀러, 나오미 클라인 등 팔레스타인 지지 작가들도 서명 명단에 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대상으로 벌이는 전쟁에 대해 “21세기 가장 심각한 도덕적, 정치적, 문화적 위기”이자 “집단 학살”이라고 규정하면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우리의 생활로 들어와 심장을 찌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이스라엘 문화 기관들이 ‘아트 워싱’을 통해 팔레스타인에 대한 박탈과 억압을 교묘하게 감추고 위장해왔다고 꼬집었다. 이어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극심한 탄압에 연루되어 있거나 침묵으로 방관하는 이스라엘 문화 기관과 협력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포하면서, 전세계 동료 작가, 번역가, 출판 노동자 등에게 선언에 참여할 것을 요청했다. < 한겨레 양선아 기자 > 

굳이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 훈장 거부” 

 

                                      국립 인천대학교 김철홍 교수가 대통령 훈장을 거부하며 쓴 ‘이 훈장 자네나 가지게’

 

정년 퇴임을 앞둔 김철홍 인천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가 윤석열 대통령의 훈장을 거부한 데 이어 내년 2월 퇴임하는 인천의 한 초등학교 한 교사도 대통령 훈장을 거부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시교육청은 내년 2월 28일 퇴임하는 인천의 한 초등학교 A교사(61)가 대통령 훈장을 거부하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A교사는 교직에 33년 근무하고 내년에 정년 퇴임한다. A교사는 최근 인천시교육청의 훈·포장 수요조사에서 훈장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A교사는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을 제대로 대우해 주지도 않고, 계속해서 실정만 펼치고 있어 굳이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 훈장을 거부했다”며 “이는 개인적인 신념”이라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은 이달 초 퇴임을 앞둔 교사들을 상대로 훈·포장 수요조사를 했다. 앞서 지난 9월1일까지 퇴직한 교사 125명 중 중등교사 1명도 정부 포상을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교육청 관계자는 “앞서 훈장을 거부한 중등교사는 왜 포상을 거부했는지 알 수 없다”며 “A교사처럼 대통령 훈장을 거부한 사례는 더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33년 이상 경력을 인정받아 근정훈장 수여 대상자인 국립 인천대학교 김 교수도 교육부에 제출할 공적 조서를 제출하지 않아 퇴임식에서 수여하는 대통령 훈장을 거부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지난 28일 경향신문에 보낸 ‘이 훈장 자네나 가지게’라는 제목의 글에서 “정상적으로 나라를 대표할 가치와 자격이 없는 대통령에게 받고 싶지 않다”면서 “무릇 훈장이나 포상을 함에는 받는 사람도 자격이 있어야 하지만, 그 상을 수여하는 사람도 충분한 자격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 경향 박준철 기자 >

30일까지 모든 기수 기자 릴레이 성명…박장범 묵묵부답

 

 
 
한국방송(KBS) 사옥. 연합
 

박장범 앵커가 한국방송(KBS) 사장 후보자로 선임되자 한국방송 선후배 기자들의 반대 성명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김건희 여사가 디올백을 받은 일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 앞에서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의 조그마한 백’ 등으로 돌려 말하던 박 후보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최종 임명되면, 한국방송은 더욱 노골적인 ‘땡윤방송’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게 기자들의 우려다.

30일 한국방송 기자협회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 방송사 소속 기자 496명은 박 앵커가 사장 후보로 낙점된 다음날인 지난 24일부터 29일까지 릴레이 기수 성명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며 박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현재까지 성명에 참여한 기수는 가장 고참급에 속하는 18기부터 지난해 입사한 막내 기수인 50기까지로, 존재하지 않는 기수(49기)와 중도 퇴사 등으로 기자가 없는 기수(44기) 등을 제외하면 모든 현직 취재·촬영기자 기수가 박 후보에 대한 반대 성명을 낸 것이다.

가장 마지막에 성명을 낸 29~30기 기자들은 “박장범 사장 후보자에 대해 다른 곳보다 보도본부의 구성원들이 먼저 반대의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은 최근 1년 가까이 리포트 제작자와 뉴스 진행자로서 메인뉴스를 함께 만들어 오면서 그가 어떻게 케이비에스 뉴스를 훼손해 왔는지 겪어왔기 때문”이라며 “요약하자면, 케이비에스 뉴스 진행자로서도 충분히 결격인 그가 케이비에스를 이끄는 리더가 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 후보는 1994년 한국방송 공채 20기로 입사해 경제부와 정치부 등을 거쳤으며, 지난해 11월 박민 사장 취임 첫날 ‘뉴스9’ 앵커로 발탁된 바 있다.

지난 2월 한국방송(KBS) 1티브이(TV) 채널을 통해 방영된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 방송에서 진행자인 박장범 앵커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질의하며 ‘파우치 논란’이라고 표현한 장면. 한국방송 유튜브 갈무리
 

성명에 이름을 올린 한국방송의 한 중견급 기자는 “496명이라는 숫자의 의미는 기자로 입사해 현재까지 취재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이들의 대다수가 박 후보의 사장 임명에 반대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노동조합이나 기자협회 등 사내 기구가 나서서 조직하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많은 기자들이 자발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케이비에스에선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라고 설명했다.

노태영 한국방송 기자협회장은 이번 릴레이 성명 사태와 관련해 “1차적으로는 박장범 후보가 케이비에스 뉴스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뉴스9 앵커를 맡은 지난 1년간 뉴스를 얼마나 공정하게 다뤘느냐에 관한 준엄한 평가일 것이고, 그 다음으로는 박민 사장 체제에서의 한국방송 뉴스에 대한 총체적 성적표의 의미도 있는 것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방송 기자협회는 지난 9월 소속 기자 46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모바일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는데, 당시 조사에선 응답자 10명 중 9명 이상(91%)이 자사 보도가 불공정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KBS)본부는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본관 앞에서 7년만에 조합원 총회 및 공영방송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한국방송본부 제공
 

한편 한겨레는 한국방송 기자들의 릴레이 반대 성명과 관련해 당사자인 박장범 후보에 대한 입장을 들으려고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연락을 취했으나 30일 오후까지 답을 듣지 못했다.           < 한겨레 최성진 기자 >

“남북 대리전을 자청하는 위험천만한 행위”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우리 군을 참관단으로 보낼 가능성을 열어둔 가운데, 야당은 “국회 동의 없이 한 명이라도 참관단을 보낸다면 김용현 국방부 장관 탄핵 등 다양한 법적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경고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30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이 우크라이나에 정예요원 파견을 검토중이다. ‘모니터링단’, 즉 참관단이란 이름으로 국회 동의를 피하기 위해 파병하는 꼼수다”라고 비판했다. 앞서 29일 국정감사에서 국가정보원은 우크라이나에 한국 ‘참관단’이나 ‘신문조’를 보낼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원론적으로, 필요하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군과 국정원 일부 요원을 우크라이나 현지에 파견해 북한군 동향을 파악하고 포로 신문에 협조하겠단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이에 대해 “남북 대리전을 자청하는 위험천만한 행위”라며 “우리 정부는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인도적 지원을 해왔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개인단위 파병은 부대단위 파병과 달리, 국회 동의 없이도 국방부 장관 결정으로 집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김 최고위원은 “외국과 공모해 전쟁의 단초를 여는 건 형법 92조 외환유치죄에 해당한다. 국회가 국군의 해외 파병 동의권을 가지며 단 한 명이라도 보내는 건 파병으로, 국회 동의 사항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당은 만약 윤석열 정권이 국회 동의 없이 우크라이나에 참관단을 보낸다면 국방부 장관 탄핵 등 다양한 법적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 한겨레 엄지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