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단죄받은 범죄자들 윤석열 정부서 버젓이 활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블랙리스트 특별법' 제정할 때

 

▲ 7월 8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용호성 1차관이다. ⓒ 연합


대한민국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국가범죄는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 중이다. 정부와 법원의 기존 결정에도 불구하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국가범죄 책임자‧가해자들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차관(유인촌, 용호성), 세종문화회관 사장(안호상) 등의 자리에서 버젓하게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블랙리스트 국가범죄 가해자들의 복귀만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국가범죄는 윤석열 정부의 등장과 함께 완벽하게 부활했다. 윤석열 정부의 문화‧예술에 대한 검열 흐름은 기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정책과 매우 유사하다.

현재 윤석열 정부의 문화‧예술 검열 환경은 '집권세력의 주도로', '국가기관 및 공공기관 중심으로', '공적 지원정책, 프로그램, 행정 등의 과정에서', '정권에 비판적이거나 정치적 견해가 다른 문화예술인들을', '검열, 배제, 통제, 차별'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국가범죄의 연장선상에서 '정책'적으로 집행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윤석열 정부는 배타적인 이념 정책을 강화하고 문화‧예술에 대한 정치 검열을 심화하고 있으며, 국정 운용 차원에서 '좌파 혐오 프레임'을 정책화‧제도화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정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또한 윤석열 정부의 블랙리스트 정책 수용에 따라 정부 부처, 지방자치단체, 기타 행정기관들의 자기 검열과 주무 부처(문화체육관광부)의 직무 유기 역시 일상화되고 있다. 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정책처럼 문화예술계 지원구조와도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윤석열 정부의 문화‧예술 검열에 있어 핵심적인 시스템은 좌파 문화예술인에 대한 지원 배제‧통제이며, 이를 위해 지원사업 전반에 대한 의도적인 조사, 감사, 제도 개편 등이 꾸준하게 진행 중이다.

윤석열 정부의 모습처럼, 정부가 바뀌어도 다시 반복되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국가범죄에 대한 법제도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 이에 대해 현장 문화예술계는 오래전부터 (가칭)'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하 블랙리스트 특별법)의 제정을 요구해 왔다. 왜 블랙리스트 특별법일까.

정부 비판적 예술 활동에 대한 불법적 검열과 통제가 다시 일상화

첫째, 윤석열 정부의 표현의 자유 침해와 블랙리스트 국가범죄에 대한 진상조사 및 책임자 처벌이 필요해졌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국가범죄는 이제 더 이상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의 과거사 문제가 아니다.

윤석열 정부 집권 이후 ▲ '윤석열차' 검열 사건 ▲ '부마민주항쟁기념식' 연출자 및 가수 이랑 출연 배제 사건 ▲ '김건희 풍자 작품' 전시 불허 사건 ▲ '서울국제도서전' 관련 대통령경호실의 문화예술인 입틀막 사건 등을 비롯하여 정부에 비판적인 예술 활동에 대한 불법적인 검열과 통제가 다시 일상화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국가범죄에 대한 진상조사뿐만이 아니라 "살아있는 권력", "반복되는 검열"로서 윤석열 정부의 표현의 자유 침해와 블랙리스트 국가범죄를 엄중하게 조사하고 처벌할 수 있는 법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

둘째, 이명박 정부 블랙리스트 국가범죄의 책임자이자 가해자인 유인촌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되면서 블랙리스트 특별법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유인촌은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문체부 장관이 되면서 정부와 법원이 진상규명하고 법제도적으로 결정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국가범죄 사실을 공개적으로 부정했다.

특히 유인촌은 장관 임명 과정에서 기존 문체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위원회' 활동 결과를 근거 없이 거부하고 허위 사실까지 유포하는 비상식적인 행동을 했다. 하지만 유인촌의 대담함은 역설적으로 블랙리스트 특별법이 제정돼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되었다.

이명박 정부 블랙리스트 국가범죄의 명백한 책임자였지만 공소시효 문제로 법적 처벌을 모면했던 유인촌에 대한 명백한 진상규명이 필요해졌고, 이는 공소시효를 극복하고 진상조사를 할 수 있는 특별법의 제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유인촌의 주장대로 문체부의 문화예술계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대한 명백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서라도, 당시에 진행하지 못했던 이명박 정부의 블랙리스트 국가범죄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와 책임자 규명이 필요해진 셈이다.

블랙리스트 국가범죄의 온전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진행돼야

▲ 2018년 5월 8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종합발표 기자회견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렸다. ⓒ 성하훈


셋째, 기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위원회가 지속적으로 제기했던 것처럼, 이명박‧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국가범죄의 온전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진행돼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더 늦기 전에 블랙리스트 특별법 제정을 통해 성역 없는, 제약 없는 진상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현장 문화예술계와 전문가들의 우려대로, 법제도적 근거 없이 매우 제한적으로 진행된 블랙리스트 국가범죄 진상조사와 부실한 책임자 처벌이 지금 윤석열 정부의 예술 검열과 블랙리스트 국가범죄를 낳았다. 유인촌, 용호성, 안호상 등 블랙리스트 국가범죄 가해자들의 뻔뻔한 부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미온적인 진상조사와 미루어진 책임자 처벌은 또 다른 국가범죄의 면죄부가 될 뿐이다.

제2, 제3의 유인촌, 용호성, 안호상 등이 등장하지 않도록, 블랙리스트 국가범죄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법제도에 기반한 엄정한 진상규명과 단호한 책임자 처벌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블랙리스트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이 필요하다.

이처럼 블랙리스트 특별법 제정을 통해 엄정한 과거 청산을 진행하여 다시는 윤석열 정부와 같이 과거의 진상규명 활동을 왜곡하고 무력화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블랙리스트 특별법은 '블랙리스트와 표현의 자유 침해 관련 국가범죄에 대한 정의 및 목적', '철저한 진상규명 및 명예 회복을 위한 위원회 설치', '회복적 정의 실현과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이 포함돼야 한다.

또한 이와 관련하여 공소시효 재설정을 통해 유인촌을 비롯하여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의 블랙리스트 국가범죄에 대한 진상규명이 철저하게 조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배상과 보상, 처벌 등도 심도 깊게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추진될 '블랙리스트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현장 문화예술인(피해자)의 목소리가 충분하게 담길 수 있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제정 과정 전반에 걸쳐 국회의원과 주요 정당은 물론 사회적인 공감과 참여가 함께 진행되는 블랙리스트 특별법 제정 운동이 전개돼야 할 것이다. < 이원재 문화연대 공동집행위원장 >

 

윤석열퇴진국민투표 추진본부, 여론조사 형식 국민투표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 온라인 투표시스템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2주 연속 20퍼센트대를 기록한 가운데, 시민사회단체들이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를 추진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여성연대,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이 모인 윤석열퇴진국민투표 추진본부는 8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론조사 형식의 국민투표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부터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투표에는 ‘윤석열 퇴진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윤석열 퇴진 이후 바라는 세상은?’의 두 가지 질문이 담겼다.

기자회견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자를 공격하고 노동조합을 혐오하는 정권, 노동자들에게 노동3권을 갖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정권, 총리와 기획재정부 장관이 나서서 임금 인상을 자제하라고 하는 정권에 대한 노동자들의 생각을 표출할 생각”이라며 “노동자들이 윤석열 정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고쳐 쓸 수 있겠는지 폐기해야 하는지 판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윤석열퇴진국민투표 돌입 선포’ 기자회견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
 

한미경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는 “우리 여성들은 일상을 지키기 위해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에 함께하려고 한다”면서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고 표명하면서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대통령, 여성가족부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성평등을 위한 제도적 정책과 예산을 후퇴시킨 대통령 덕분에 여성들은 더 이상 국가를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이나영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일본 우익의 심장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 반국가 세력 윤석열 정권 덕분에 시민들은 매일 어이가 없고 기가 막힌 일들의 연속적 상황에 놓여 있다. 더이상 비정상적인 국가 상태를 좌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윤석열퇴진 국민투표 추진본부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난 4·10 총선은 윤석열 정권 심판 총선이었지만 국정 기조는 변화 조짐조차 없었다. 분노한 국민은 ‘윤석열 정권 탄핵’ 국회 동의 청원에 140만명 이상 참여했고, 지난 9월28일에는 전국적으로 시국대회가 개최됐다. 고쳐 쓸 수 없는 정권의 끝은 오로지 ‘퇴진’밖에 없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앞으로 전국 각지에서 단체별로 릴레이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 고나린 기자 >

추도사 초고 ‘10월 항쟁’…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이 수정, 대독시켜

 

이옥남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상임위원이 지난 1일 대구 달성군 10월 항쟁 등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탑에서 열린 ‘10월 항쟁 78주기·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74주기 합동위령제’에서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의 추도사를 대독하고 있다. 독자 제공
 

해방 직후 최초의 대규모 민중항쟁으로 수많은 민간인 희생자를 낳은 ‘10월 항쟁’ 위령제에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10월 항쟁을 ‘10월 사건’으로 낮춰 부르고 추도사의 핵심 부분을 빼고 읽어 논란이 인다. 국가에 의한 민간인 학살의 역사적 의미를 의도적으로 깎아내린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지난 1일 이옥남 진실화해위 상임위원은 대구 달성군에서 열린 ‘10월 항쟁 78주기·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74주기 합동위령제’에 참석해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의 추도사를 대독했다. 문제는 이미 배포된 추도사에 적힌 ‘10월 항쟁’이 모두 ‘10월 사건’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추도사엔 “오랫동안 이 사건은 ‘폭동’으로 불려 왔다. 그러나 유족과 시민사회단체는 사건의 명칭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대구시의회에서 지난 2016년 8월 ‘10월 항쟁 등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 사업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현재에 이른다”고 짚었는데 이 내용은 아예 통째로 생략됐다.

10월 항쟁의 역사적 의미를 밝힌 내용도 바뀌었다. 추도사엔 10월 항쟁을 “경찰의 민간인 총격에서 촉발된 민중항쟁”으로 규정하고 “전국으로 확대돼 200만명이 참여하기에 이르렀다”고 적혀 있었지만, 이 위원은 “군경에 의해 민간인이 적법 절차 없이 희생되거나 연행된 뒤 행방불명”됐다고만 설명해 항쟁의 시발점에 국가 폭력이 있었단 사실을 가렸다.

지난 1일 열린 ‘10월 항쟁 78주기·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74주기 합동위령제’ 소책자에 실린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의 추도사 초안. 빨간색 상자(별도 표시)는 최종 추도사에서 빠지거나 바뀐 부분. 독자 제공 사진 갈무리
 

위령제에 참석한 유족과 시민들은 곧바로 반발하고 나섰다. 유족 ㄱ씨는 “(추도사 원문이 있는) 책자를 다 보고 있는데도 그 부분을 빼고 읽어 유족들이 객석에서 술렁술렁했다”며 “‘폭동’에서 ‘사건’으로, ‘사건’에서 ‘항쟁’으로 오기까지 우리는 무척 고생했는데, (진실화해위가) 그런 식으로 할 것 같으면 안 오는 게 낫다.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고 말했다. 김일수 ‘10월 항쟁을 기억하는 시민 모임 4610’ 대표(경운대 교양학부 교수)도 “10월 ‘항쟁’과 10월 ‘사건’은 질적인 차이가 있다”이라며 “위령제에 와서 ‘10월 사건’이라는 표현을 굳이 쓴 건 유족회를 모욕하고 아픔을 배가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10월 항쟁은 해방 직후 미군정이 친일 경찰을 고용하고 강압적으로 식량을 공출하자 일어난 대규모 민중항쟁이다. 1946년 10월1일 대구에서 시작한 항쟁은 그해 12월까지 남한 전역 73개 시군으로 번져 3·1운동에 버금가는 규모로 커졌고, 항쟁 가담자뿐 아니라 관련 없는 민간인들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학살됐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추도사 초고를 직원들이 썼는데,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 검토를 거치며 수정됐다”며 “유족회 쪽에 초안이 전달됐는데 수정본이 책자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허상수 진실화해위 위원은 “반역사적·반공지향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김 위원장이 냉전 시대의 시각으로 항쟁을 ‘사건’으로 깎아내렸다”며 “뉴라이트 역사 지우기 움직임의 하나로 보인다”고 말했다.   < 김채운 기자  고경태 기자 >

7~8일 최고인민회의서 개헌... 김정은 불참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7~8일 제14기 11차 회의를 열어 “사회주의 헌법의 일부 내용을 수정보충(개정)”했다고 노동신문이 9일 보도했다.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15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제안한 기존 헌법의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표현 삭제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최고인민회의는 남쪽의 정기국회에 해당한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인 최룡해 대의원이 “사회주의 헌법 일부 내용 수정보충”과 관련해 보고를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7~8일 제14기 11차 회의를 열어 “사회주의 헌법의 일부 내용을 수정보충(개정)”했다고 노동신문이 9일 보도했다.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15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제안한 기존 헌법의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표현 삭제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최고인민회의는 남쪽의 정기국회에 해당한다.

이날 노동신문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1차 회의가 10월7일부터 8일까지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회의에서 △사회주의 헌법 일부 내용 수정 보충 △경공업법·대외경제법 심의채택(제정) △품질감독법 집행검열감독 정형(경과) 결정서 채택 △조직문제(인사) 등 다섯가지 의안이 처리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9월16일 노동신문이 보도한 ‘최고인민회의 소집에 대한 공시’로 예고된 의안·시기와 내용이 같다.

그런데 정작 외부 세계의 최대 관심사인 기존 헌법의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동족’ 문구 삭제, ‘남쪽 국경선’ 헌법 명기 여부 등이 이날 노동신문 보도문만으론 확인되지 않는다. “사회주의 헌법 일부 내용 수정보충”과 관련해 노동신문이 공개한 내용은 ‘노동·선거 나이 수정’이 전부다. 신문은 “사회주의 헌법 일부 내용 수정보충” 의안 보고자인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제를 실시함에 대한 최고인민회의 법령이 채택된 후 고급중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의 나이가 올해부터 달라지는데 맞게 공화국 공민의 노동하는 나이와 선거 나이를 수정하는 내용이 해당 의안에 반영”됐다고 밝혔다고만 전했다. 기존 헌법은 16살 미만 소년 노동 금지(31조)와 “17살 이상 모든 공민의 선거할 권리와 선거받을 권리”(66조)를 명시하고 있는데, 이를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에 따른 졸업 나이에 맞춰 더 높였다는 뜻이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월15일 최고인민회의 14기 10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공화국의 민족역사에서 ‘통일’, ‘화해’, ‘동족’이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제거해버려야 한다. 헌법에 있는 ‘북반부’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이라는 표현들이 이제는 삭제돼야 한다”며 “다음번 최고인민회의에서 심의돼야 한다”고 개헌을 제안했다. 이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지난 9월15일 14기 32차 전원회의를 열어 이번 회의에서 ‘사회주의 헌법 수정보충’ 문제가 의안으로 다뤄진다고 예고한 터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첫날인 7일 ‘김정은국방종합대학’ 창립 60돌 행사에 참석해 한 축하 연설에서 “이전 시기에는 우리가 남녘해방이라는 소리도 많이 했고 무력통일이라는 말도 했지만 지금은 전혀 이에 관심이 없으며 두개 국가를 선언하면서부터는 더더욱 그 나라(대한민국)를 의식하지도 않는다”며, 남북관계를 ‘가장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재정립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
 

그러나 정작 개헌을 제안한 김 위원장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첫날인 7일 ‘김정은국방종합대학’ 창립 60돌 행사에 참석해 축하 연설을 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이 연설에서 “이전 시기에는 우리가 남녘해방이라는 소리도 많이 했고 무력통일이라는 말도 했지만 지금은 전혀 이에 관심이 없으며 두개 국가를 선언하면서부터는 더더욱 그 나라(대한민국)를 의식하지도 않는다”며, 남북관계를 ‘가장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재정립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번에 개정된 새 헌법에 ‘적대적 두 국가 관계’가 반영됐는지를 확인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두 갈래 경우의 수를 상정할 수 있다. 우선 김 위원장을 포함해 조용원·리일환·김여정 등 노동당과 군 수뇌부 다수가 최고인민회의에 불참한 사실에 비춰 ‘적대적 두 국가 관계’ 헌법화가 예고와 달리 이번에 실행되지 않았을 가능성이다. 다른 하나는 ‘적대적 두 국가 관계’ 헌법화를 실행하고도 공식 발표를 미뤄두고 있을 가능성이다. 북한에서 최고인민회의보다 정치적 상징성과 비중이 훨씬 높은 조선노동당의 창건 79돌 기념일인 10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경축 행사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어떤 언급을 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번 회의에선 2018년 ‘9·19 군사분야 합의서’ 북쪽 서명 당사자인 노광철이 국방상에 다시 임명됐다.

한편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국방과학원이 8일 “제2경제위원회 산하 국방공업기업소들에서 생산되고 있는 240㎜ 조종방사포탄의 검수시험사격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방사포’는 다연장로켓포의 북한식 표현인데, 240㎜ 방사포는 남쪽의 수도권을 겨냥한 무기체계다.           < 이제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