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경기장 활용·대회 분산 등
예산 절감하며 이전 올림픽과 대비
성평등·친환경 올림픽에도 초점

 
 
2024파리올림픽 개막을 앞둔 21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에서 경찰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024 파리 여름올림픽(7월26일~8월12일, 패럴림픽 8월29일~9월8일) 이 7월26일 개막한다.
이번 대회에는 남북한을 포함해 전세계 206개국에서 1만 714명의 선수가 참가할 예정이며, 이들이 32개 종목을 놓고 기량을 겨뤄 금 은 동메달을 향해 경쟁한다.

개막을 앞두고 프랑스 정부는 전 세계 200곳 넘는 나라가 참여하는 이번 올림픽이 자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직전 도쿄 여름올림픽이 코로나19 세계적 대확산 영향으로 예정보다 1년 늦은 2021년에 관중도 없이 열렸지만, 파리올림픽에는 그런 어려움이 없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5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의뢰한 조사에서 파리올림픽을 통해 프랑스가 장기적으로 120억달러(약 16조7천억원)에 이르는 경제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2016년 프랑스 스포츠법률 및 경제센터는 파리올림픽 경제 효과가 관광산업을 중심으로 최대 107억유로(약 16조15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또 국제올림픽위원회는 프랑스가 본격적으로 올림픽 준비에 돌입했던 2019년부터 2024년 사이 일자리 15만개가 새로 생길 것이라는 기대도 내놓은 바 있다. 특히 대회 조직(8만개), 관광(6만개), 건설(1만개) 분야가 올림픽 특수를 누릴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올림픽처럼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치르는 초대형 행사에 대한 걱정은 여전하다. 이른바 ‘메가 스포츠 이벤트’의 대표 격인 올림픽과 월드컵을 치른 나라들에서 애초 예상됐던 거대한 경제 효과라는 ‘장밋빛 기대’는 온데간데없이 대회 뒤 큰 손실을 남겨온 선례들이 숱하기 때문이다.

2022년 스위스 로잔대 연구팀이 내놓은 논문 ‘올림픽과 월드컵의 구조적 적자’를 보면, 1964년부터 2018년 사이 열린 올림픽과 월드컵 43개 총비용은 1200억달러(약 166조5천억원)에 이른 반면 이익은 700억달러(약 97조1천억원)에 그쳤다. 연구팀은 “메가 스포츠 이벤트에 들어가는 많은 비용과 개최 도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며 “이런 대회가 국제올림픽위원회나 국제축구연맹(FIFA)에는 확실한 수익성이 있지만, 개최 도시와 정부에는 이익이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특히 막대한 기반시설을 새로 만드는 경우가 많았던 여름올림픽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유럽 뉴스 전문채널 유로뉴스는 지난 1월 ‘올림픽 개최로 경제가 활성화될까’라는 기사에서 1964년 일본 도쿄올림픽부터 13개 여름올림픽 가운데 10개 대회(1968년 멕시코 대회는 자료 부족으로 제외)에서 모두 212억달러(약 30조원) 규모의 손실이 났다고 보도했다.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 대회(약 57억달러), 2012년 영국 런던 대회(약 52억달러), 2004년 그리스 아테네 대회(약 43억달러) 손실액은 개최국에 말 그대로 ‘재앙’을 안겼다. 캐나다 정부는 1976 몬트리올올림픽 대회 때 애초 계획한 예산을 훌쩍 넘겨 새 경기장을 우후죽순 지었고, 이때 생긴 빚을 2006년까지 갚아야 했다. 심지어 이때 지어진 주경기장 별명이 막대한 빚(Owe)을 뜻하는 ‘빅 오’(Big O)인데, 지금도 일부에선 이 별명으로 부른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2015년 스위스 취리히대의 마르틴 뮐러 교수는 주로 스포츠와 관련된 초대형 행사를 열었던 나라들이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는 일곱가지 나쁜 증상을 겪게 된다고 풀이했다. 이른바 ‘메가 이벤트 증후군’이다. 가장 심각한 증상은 정부가 ‘메가 이벤트’의 효과를 과장해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을 쏟아부은 뒤, 정작 본전은 찾지 못하는 경우다. 2004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국가 국내총생산(GDP)의 3.4%를 쓴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리스는 이후 유로존 전체를 흔드는 경제위기에 휩싸이다가 2015년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을 했는데, 배경으로 올림픽 개최도 지목됐다.

막대한 비용을 들였는데 막상 처치 곤란한 투자나 물건을 일컫는 ‘하얀 코끼리’들이 올림픽 뒤 고스란히 남는 경우도 많다.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으로 유명한 ‘새 둥지’ 경기장은 건설비로만 4억6천만달러가 투입됐고, 이후 유지 관리비로 매해 1천만달러가 들고 있다. 2004 아테네올림픽 때 건설됐던 거의 모든 시설이 지금까지 방치돼 있다시피 하고, 몬트리올올림픽 때 만들어진 경기장 ‘빅 오’는 최근 경기장 지붕 교체에 8억7천만달러가 지출될 것으로 알려지자 비판론자들이 아예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개최 전에는 비용을 최소 규모로 잡은 뒤, 실제로는 막대한 비용을 써서 나라 살림에 부담을 주는 경우도 흔하다.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020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면서 73억달러를 쓸 것이라고 밝혔지만, 대회 준비가 마무리되던 2019년 정부 감사에서 실제 지출(280억달러)이 예상치의 4배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2012 런던올림픽(예상 50억달러, 지출 180억달러)이나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예상 140억달러, 지출 200억달러)도 사정이 비슷하다. 겨울올림픽으로 범위를 넓히면, 러시아는 2014 소치올림픽 당시 예산 103억달러를 책정했다가 실제로는 이보다 5배 가까이 많은 510억달러 이상을 지출했다.

올림픽에서 ‘승자의 저주’가 대회 때마다 계속되자, 힘겹게 대회 유치전에 뛰어들었다가 손사래를 치고 일찌감치 떨어져나가는 일도 잇따르고 있다. 2017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독일 함부르크, 이탈리아 로마가 재정 문제 등을 이유로 유치 신청을 포기했다. 이듬해 튀르키예 에르주룸이 썰매 경기장 건설 비용 부담 등을 언급하며 2026 겨울올림픽 유치전에서 떨어져나갔다.

이번 파리올림픽이 ‘메가 이벤트 증후군’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앞서 뮐러 교수는 ‘메가 이벤트 신드롬’을 치유할 10여가지 방안을 내놨다. 대회 개최 도시를 분산해 잉여 시설을 최소화하고, 대회 뒤 골칫덩이가 될 만한 시설들은 임시구조물로 지으라는 것 등이다. 또 올림픽 대회 개최와 도시 개발 문제를 뒤섞지 말고, 예산을 쓰는 과정을 엄격히 관리할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그룹의 평가시스템을 도입하라는 등의 조언도 포함됐다.

이번에 치러지는 파리올림픽은 아직까지는 ‘적자 올림픽’ 방어에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싱크탱크 미국외교협회(CFR)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2017년 올림픽 유치 이후 예산 80억달러를 배정했다. 이후 수십억달러의 예산 증액이 있었지만 이전 호화로웠던 올림픽들과 견줘 상당히 저렴한 대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16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를 치르면서 지은 경기장을 최대한 활용하고, 리옹이나 마르세유 등으로 대회를 분산하면서 돈을 아꼈다.

다만, 올림픽 개최 효과를 단순히 경제성으로만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 쪽은 “파리올림픽이 성평등, 친환경, 사회통합 등 보편 가치를 강조하는 ‘선도국가형 올림픽’을 지향한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 맞춰 이번 대회에는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남녀 선수가 50%씩 참가하게 된다. 여자 선수들이 남자 선수들과 같은 수의 출전권을 부여받아 적어도 숫자상으로는 남녀가 동등하게 대표되는 첫 ‘성평등 올림픽’으로 평가받는다. 또 환경 면에서도 파리올림픽과 패럴림픽 모든 경기장에서 100% 재생에너지가 쓰인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2014년 향후 올림픽의 지향성을 밝힌 ‘올림픽 어젠다 2020’에서 지속가능성을 핵심 가치의 하나로 꼽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올림픽 어젠다 2020에 부합하는 첫 올림픽인 2024 파리올림픽은 개최지에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동시에 사회적, 환경적 책임을 다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짚었다.              < 홍석재 기자 >

윤 대통령과 관계 설정 숙제   채상병 특검법 등 충돌 불가피
‘친윤’과 갈등, 정치력 시험대    거대야당과 관계도 쉽지 않아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 입장하며 한동훈 당대표 후보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변은 없었다.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당대표는 2위인 원희룡 후보를 3배 이상의 격차로 따돌리며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을 입증했다. 4·10 총선 참패 뒤 석달여 만에 다시 당을 맡게 된 그에게는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한 당정 관계 재설정과 당내 계파 갈등 해소, 여소야대 정국 운영 등의 과제가 놓여 있다.

한 대표의 압도적인 승리는 국민의힘 당원들의 위기감과 변화 욕구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한 후보(총 득표율 62.84%)는 당심(62.65%)과 민심(63.46%)에서 모두 6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단판에 승부를 매듭지었다. 2위 원희룡 의원의 득표율(18.85%)은 한 후보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당원들은 총선 패배 뒤 20%대의 지지율에서 허덕이는 윤 대통령 대신 ‘한동훈 대표’라는 변화를 택했다. 총선 참패 패장이지만, 대안 부재 상황에서 그에게 한번 더 기회를 준 셈이다. 한 친한계 의원은 “우리가 총선에 왜 졌느냐. 국민들이 윤 대통령에게 실망했기 때문”이라며 “한 대표가 내건 변화를 당원들이 알아봐준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도 전당대회 뒤 기자들과 만나 “60%대의 압도적 표를 민심과 당심이 줬다. 변화하란 명령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당 대표인 그에게는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불가근불가원으로 관리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이미 윤 대통령과는 김 여사 문제로 인해 신뢰가 깨졌다는 것이 당 안팎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한 대표는 이날도 김 여사가 제3 장소에서 비공개 검찰 조사를 받은 것에 대해 “검찰 수사 방식을 정하는 데 더 국민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기가 3년가량 남은 윤 대통령과 직접 각을 세우고 충돌하는 것은 여권 공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는 일단 대표 수락 연설에서 “윤 정부는 이미 유능하다.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추어올렸다. 이날 저녁 채널A 인터뷰에서는 “전대 뒤 윤 대통령께 전화드려 통화했다. 윤 대통령이 ‘고생했다. 잘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이미 총선과 전대 과정에서 서로의 속내를 파악한 만큼 한 대표의 차별화 시도로 인한 충돌과 갈등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채 상병 특검법’이다. 한 대표는 특검에 반대하는 대통령실과 달리 대법원장 등 제3자의 특검 추천을 뼈대로 하는 채 상병 특검법을 제안했다.

친윤계와의 앙금 해소도 과제다. 친윤는 전대 내내 원희룡 후보를 전면에 내세워 한 후보를 거칠게 공격했다. 당내에서는 분당 대회라는 말까지 나왔다. 한 대표는 당선 수락 연설에서 “지난 2007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이명박 후보와의 당내 경선에서 패한 뒤 “경선 과정에서 모든 일을 잊자. 하루아침에 잊을 수 없다면 며칠 걸려서 잊자고 말했다”며 “모든 분과 함께 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당에 앞으로 친한이니 친윤이니 정치계파는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추후 한 대표가 임명 가능한 당직인 정책위 의장, 사무총장, 지명직 최고위원을 어떻게 배분할지 관심이 쏠린다.

아울러 패스트트랙 공소 취하 폭로 등 한 대표 자신의 가벼운 이미지와 리스크를 줄이는 것도 과제다. 한 영남권 의원은 “같은 당에서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다. 쏘아붙이는 입이 앞으로도 리스크”라고 말했다.

야권과의 관계 설정은 난제다. 그는 향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다시 마주할 가능성이 크다. 한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이-조(이재명-조국) 심판’을 전면에 내걸고, 이 전 대표를 “범죄자”라고 말했으나 총선에서 졌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은 24일 한 대표 등 새 지도부와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 등 퇴임하는 지도부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만찬을 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 서영지 신민정 기자 >

이창수, ‘총장 패싱’ 진상파악 연기 요청
대검 강행 여부따라 파장 커질수도
이 총장, 주임검사 사표 반려 지시

 
 
이원석 검찰총장(왼쪽)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김건희 여사 비공개 출장조사 보고 누락과 관련해 대검찰청 감찰부가 진상 파악에 나서자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연기’를 요청하면서 이원석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간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연기요청에도 불구하고 대검이 진상파악을 밀어붙일 경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이 총장은 전날 제출된 수사팀 검사의 사표를 반려하라고 지시했다.

23일 대검 감찰부 감찰3과가 ‘김 여사 비공개 조사 보고누락 건’과 관련해 진상 파악에 나서자 이 지검장이 ‘의혹 수사를 마무리한 뒤에 진상파악을 해달라’며 연기를 요청한 것은 수사팀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진상파악까지 시작되면 사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현재 수사팀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고 수사가 진행 중이라 곧바로 진상파악을 할 경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 시기를 조금 연기해달라는 취지”라며 이 지검장 요청 배경을 설명했다.

대검은 수사결과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진상파악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김 여사 조사는 끝났지만,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한 점 등 조사 절차에 대해선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게 총장 생각”이라며 “이후 수사 결과 발표 등 과정에서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 지검장의 요청을 받은 대검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확전’은 안된다는 의견이 많다. 한 대검 간부는 “총장 입장이 맞는다는 쪽도 있고, 수사팀의 선택이 불가피했다는 쪽도 있고 현재 내부 여론은 갈리는 상황”이라며 “사안이 더 커지면 안 된다. 누구를 위한 싸움이냐. 수습 국면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 총장은 전날 사의를 표했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건 주임인 김경목 부부장 검사의 사표가 대검에 올라와도 반려하라고 관련 부서에 지시했다. 진상‘조사’가 아닌 진상‘파악’을 지시한 이유는 특정인의 잘잘못을 따지려는 게 아니므로 김 부부장의 사표도 수리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다. 주위에선 김 검사의 사의 표명을 만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과 가까운 한 검찰 간부는 “수사를 열심히 한 죄밖에 없지 않나”라며 “잘못된 선택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진상파악’ 국면이 정리된다 해도 김 여사에 대한 사건 처분 과정에서 또다시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총장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회복되진 않았지만,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의 경우 총장 수사지휘가 가능하다. 수사팀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에 배우자 처벌 조항이 없고, 청탁 자체가 입증되지 않는 등의 이유로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하는 것으로 가닥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장이 보강수사를 지시하거나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소집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날 이 총장은 출근길에 ‘법무부에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회복을 다시 요청할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에선 이 총장에 대한 비판 기류가 강하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이 총장이) 정치적 발언을 주저하지 않고 했다. 검찰총장이 정치화된 것 아닌가”라며 “검찰의 (김 여사) 수사 담당자는 자기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편 이 총장은 오는 26일 국회에서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국민청원’ 관련 청문회에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 배지현 정혜민 전광준 이승준 기자 >

24~25일 이진숙 청문회, 공직선거법 위반에 블랙리스트 논란도

 
 
▲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8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경기도 과천시의 한 오피스텔 건물로 첫 출근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오는 24~25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 청문회를 앞두고 이 후보의 극우적 발언과 언론탄압 논란에 이어 법인카드 사용 문제가 연일 도마 위에 올랐다. 청문회에서도 이들 사안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극단적 발언에 선거법 위반까지

미디어오늘 취재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받은 청문 자료를 종합하면 이 후보는 시민단체 대변인 신분으로 2021년 ‘4·7 서울·부산 보궐선거’를 앞두고 게재한 광고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경고’를 받았다. 

광고는 “문재인 정권은 파렴치, 몰염치의 극치”라며 “문재인 정권은 세계적 전염병의 고통을 자신들의 정치 행위로 이용하는 정말 나쁜 정권”이라는 내용으로 후보자, 정당을 노골적으로 반대해 문제가 됐다. 

23일 노종면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이 후보는 과거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 제목 및 섬네일에 “5·18단체는 ‘이권단체’”, “간첩스러운 장관, 국정원장이 판치는 나라”, “문재인의 신념은 코로나바이러스보다 위험하다”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 후보는 영상 상당수를 자유한국당 대구시당 부위원장 출신인 표병관씨와 함께 진행했다. 표씨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폄하 발언 등을 한 인사다.

이 후보는 지난해 페이스북을 통해 이태원 참사 기획설을 언급한 글을 통해 “좌파 시민단체, 좌파 언론의 뒤에는 대한민국을 뒤엎으려는 기획자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해시태그에는 ‘종북주사파가 배후’라고 썼다. 그는 5·18을 “폭도들의 선전 선동”이라고 지칭한 글에 ‘좋아요’를 눌렀고,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세력이 노란 리본으로 온 나라를 뒤덮었다”는 글을 쓰기도 했다.

▲ 이진숙 후보는 2022년 12월10일 ‘대수술해야 할 조작왜곡 공영방송들’을 주제로 진행된 자유민주당 주최 ‘자유아카데미 제8회’ 강연자로 참석했다. 자유민주당 유튜브 채널 화면 갈무리.

 

블랙리스트를 연상케 하는 연예인 성향 분류도 논란이 됐다. 2022년 한 행사에서 “문화권력도 좌파”라며 ‘설국열차’, ‘괴물’, ‘베테랑’, ‘택시운전사’, ‘기생충’ 등을 좌파 영화로 꼽고 봉준호 등 영화인을 좌파로 규정했다. 문화예술인과 블랙리스트 피해자 등이 결성한 블랙리스트이후는 지난 22일 “블랙리스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야 정부의 요직에 임명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하게 된다”며 이진숙 후보 임명 반대 입장을 냈다.

언론장악·탄압 논란 

이 후보가 과거 MBC 민영화를 추진하고 불공정 보도를 주도하고 노조를 탄압했다는 점에 청문회 질문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이명박 정부 때 김재철 사장 시절 홍보국장 등을 역임하며 노조 탄압에 앞장섰다는 비판을 받는다. 파업 기간 회사가 트로이컷이라는 이름의 보안 프로그램을 동의 없이 설치해 논란이 됐는데 이를 묵인·방조해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세월호 참사 당시 보도본부장으로서 참사 보도 축소 의혹과 대전MBC 사장 시절 노동 등 지역 현안이나 촛불집회 소식 등을 삭제하거나 축소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MBC 민영화 밀실 논의에 참여하고 윤석열 정부의 MBC 민영화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장본인이라는 점에서도 논란이 큰 상황이다.

특히 인사청문 첫날 증인으로 언론장악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들뿐 아니라 MBC 해직언론인들이 증인으로 채택돼 당시 언론장악 실태에 대한 증언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집 근처 법인카드 사용, 사표 내고 100만 원 결제

이 후보의 MBC·대전MBC 시절 법인카드 사용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우선 대전MBC 사장 시절 근무지인 대전이 아닌 서울, 특히 자택 인근에서 결제한 내역이 다수 있어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 분석에 따르면 대전MBC 사장 재임 3년간 자택 반경 5km 이내에서 결제한 내역은 1600만 원이 넘는다. 한민수 민주당 의원 자료에 따르면 이진숙 후보는 대전MBC 사장 재임 시절 주말 골프장에서만 30회 총 1530만 원을 결제했다. 황정아 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이 후보는 대전MBC 사장 사직서를 낸 직후에도 제과점 등에서 100만 원이 넘는 금액을 결제했다. 

이진숙 후보는 지난 20일 “정상적인 법인카드 사용”이라며 “악의적인 프레임 씌우기”라고 반박했다. 이진숙 후보는 자택 반경 5km가 주요 도심을 포함한 지역이라 결제액이 많고 대전MBC 사장 재직 마지막 날 결제 내역은 직원들에게 과자류를 구매해 나눠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자택 근처 주말 사용과 소액결제가 많아 ‘업무용’으로 보기엔 어려운 면이 있어 공방이 예상된다.

미디어오늘 취재와 황정아 의원실 자료를 종합하면 이 후보는 2018년 1월 해임 안건을 다룰 주주총회 개최 나흘 전 기습적으로 사퇴해 퇴직금 1억8600만 원을 수령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재임 도중 특별성과급까지 받았지만 당시 대전MBC 구성원들은 특별상여가 체불됐다.   < 금준경 박서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