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한 뒤 반전 시위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사는 우크라이나인 마리나 셰프추크(32)와 그의 딸 탈리야(4)는 26일(현지시각) 시위에서 전쟁을 멈추라고 외쳤다. 탈리야의 손에 담긴 구호는 “러시아를 (국제금융결제망)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에서 몰아내라”는 뜻이다. 바르셀로나/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이란과 북한에 적용한 매우 강력한 경제 제재 수단을 꺼내들면서 압박 수위를 한층 끌어올린 것이다. 다만 이번 ‘스위프트 제재’가 국내외 경제에 미칠 파장은 ‘제한 범위’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미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영국·캐나다 정상들은 26일(현지시각) 공동성명을 통해 러시아 은행들을 스위프트망에서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스위프트는 전 세계 200개국의 1만1천개 금융기관(중앙은행 포함)이 국제 거래 결제 때 쓰는 전산망이다. 여기서 배제된다는 것은 러시아 기업 및 개인의 수출입 대금 결제, 해외 대출·투자가 모두 막힌다는 뜻이다. 최악의 경우 러시아와 거래를 하려면 현금을 직접 싸 들고 찾아가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된다. 국제사회에서는 그동안 스위프트 제재를 ‘금융 핵무기’라고 부르며 이란과 북한에만 적용해왔다.
다만 러시아에 대한 이번 스위프트 제재는 향후 ‘제한 범위’가 어떻게 구체화될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동성명서가 스위프트 제재 범위에 대해 ‘러시아 은행 전부’가 아니라 ‘선별한 일부 러시아 은행’(selected Russian banks)이라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스위프트 제재가 결정됐지만, 아직 범위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만약 스위프트 제재가 전면 시행된다면 러시아 금융기관 300여 곳이 결제망에서 쫓겨난다. 이 경우 러시아 경제가 입는 충격이 상당할 수 있으며, 러시아와 거래선이 있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국가도 피해가 불가피하다.
특히 유럽의 피해가 가장 클 수 있다. 유럽은 전체 천연가스의 40%를 러시아에서 조달하고 있는데, 스위프트 제재로 원자재 거래 결제가 막히면 각국 경제 활동에 차질이 생기고 물가가 급등할 수 있다.
이에 유럽은 스위프트 제재에 동의하면서도 전면 차단에는 부정적인 모습이다. 27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과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장관은 공동 성명에서 “러시아를 스위프트에서 배제할 경우 부수적인 피해를 피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며 “우리에게는 특정 타깃을 목표로 하는 제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발언을 보면 스위프트 제재가 전면적 시행보다는 특정 러시아 은행들을 지목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미국과 유럽이 범위를 협상한 후 추후 구체적인 사항을 다시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스위프트는 벨기에에 본부가 존재하면서 유럽 관할 아래에 있다. 지난 2012년 이란을 스위프트에서 배제할 때도 유럽연합(EU)의 별도 공식 선언이 나온 후 제재가 시작됐다.
우리 정부도 일단 러시아에 대한 스위프트 제재의 ‘범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경제가 받는 영향도 달라져서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이 스위프트 제재를 발표했으나 전면적인지, 은행 몇 곳을 지정해서 배제한다는 것인지 등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제재 방식에 따라 국내 경제에 주는 파급 효과가 달라지므로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위프트 제재가 실행되면 국내 경제는 직접적으로 러시아와 거래선이 있는 기업과 금융기관이 피해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간접적으로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와 원자재 중심의 물가 상승 및 달러 패권 전쟁 등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정민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러시아유라시아팀 부연구위원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국제 금융 거래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며 “국내 기업마다 부정적 영향이 다를 수 있는데,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취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스위프트에서 배제된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별도의 국제 결제망을 강화하려고 나설 수 있는데, 이는 중장기적으로 달러 패권의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또한 스위프트 제재로 원자재 교역에 애로 사항이 발생하면 전 세계 물가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전슬기 김영배 이지혜 기자
정부, 대러시아 수출통제 참여…3월 초 미국과 협의 착수
우리 기업 결제 애로 시 대체계좌 개설 등 지원
27일(현지시각) 포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우크라이나 키예프주 바실키프 군사기지 주변의 저유소가 불타고 있다. 바실키프/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미국과 동맹국들이 경제 제재에 나서면서 우리 정부는 수출통제 참여와 관련한 세부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오는 3월 초부터 신속한 대미 협의에 착수하기로 했다. 정부는 “사태의 불확실성이 크고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실물경제·금융시장 등 분야별로 일일점검체계를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27일 오후 정부 서울청사에서 제7차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대응 티에프(TF) 회의를 열고 러시아 제재에 따른 부문별 대응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조치 계획을 논의했다. 지난 24일 미국 정부가 발표한 대러시아 수출통제 강화 조처로 우리 기업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피할 수 없게 되면서, 우리 정부는 3월 초부터 신속하게 대미 협의에 착수하고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정부의 대러시아 금융제재에 대한 대응방안도 논의됐다. 정부는 “금융제재 대상이 되는 러시아 은행·기관과 거래 중인 국내 금융회사·기업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대러시아 결제 애로가 발생할 경우 우리 기업의 대체계좌 개설 등을 통해 무역대금 결제에 지장이 없도록 관계 외교당국과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금융감독원 내에 ‘비상금융애로상담센터’를 설치에 기업, 현지 주재원 및 유학생 등의 금융 애로 사항을 접수받아 지원에 나섰다.
정부는 주력산업 공정에 활용되는 네온·크립톤·크세논 등 핵심품목의 단기적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주력산업 핵심품목은 업계에서 자발적으로 재고 보유량을 미리 확대조치 해둔 상황이라 단기 수급에는 문제가 없지만 사태 장기화 등으로 수입이 장기적으로 중단될 경우 수급 우려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기업과 핫라인을 즉시 구축해 수급현황을 세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제3국 수입, 재고 확대, 대체재 확보 등을 통한 수급 안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크라이나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전원 대피했고 러시아 현장에 남은 108명 역시 안전에 이상 없이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금융제재 및 향후 추가제재 여하에 따른 기존 사업 중단 및 신규사업 수주가 곤란해질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상존한다”며 “오는 3월2일 긴급상황반 회의를 통해 제재 세부내용 판단, 기업영향 등을 검토하고 기업애로 상황을 청취해 대응계획을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향후 사태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정부는 범부처 비상대응 티에프(TF)뿐만 아니라 실물경제·금융시장 등 분야별로 일일점검체계를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러시아의 무력침공 상황과 서방의 추가제재 가능성 등 향후 사태 전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경로, 범위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향후 경제·산업·금융의 각 분야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필요한 조처는 선제적으로 실시하고 사태가 장기화되어 서방과 러시아의 대결 국면이 고착화되는 경우까지 가정해 대응 조처를 보강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7일 서구의 강력한 제재 조처에 불만을 터뜨리며 핵무기를 다루는 ‘억지력 부대’에 경계 태세 강화를 명령했다. 모스크바/AF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나흘째인 27일(현지시각) 핵무기를 다루는 억지력 부대의 경계 태세 강화를 명령하며 위협 수위를 끌어올렸다.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결제망에서 배제하는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결제망에서 배제하는 초강수 경제 제재를 꺼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한편으로 대화 개시에 합의하는 등 전쟁이 강온 양면으로 전개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공개한 영상을 통해 “나는 국방부 장관과 총참모장에게 육군의 억지력 부대를 특수 경계 태세로 둘 것을 명령한다”고 밝혔다. ‘억지력 부대’는 핵 무기를 운용하는 부대다. 푸틴 대통령은 “서구 국가들은 우리나라에 불법적 제재라는 경제적 차원의 비우호적 조처를 취했을 뿐 아니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주요국의 최고 관리들은 우리나라에 관한 공격적 발언을 했다”고 이번 조처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린다-토머스 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시비에스>(CBS)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방식으로 이 전쟁을 계속 확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의 발표에 앞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를 규탄하면서 핵심 제재 수단으로 꼽혀온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의 러시아 주요 은행의 퇴출을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 개인과 러시아의 주요 은행, 귀족층 등의 자산 동결 등 조처에 이은 것이다.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도 강화했다. 분쟁 지역에 무기 수출을 금지해온 독일이 대전차 무기 1천정과 군용기 격추를 위한 적외선 유도 지대공미사일 ‘스팅어’ 500기를 지원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또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인근에 미사일 두 발을 발사하고, 제2 도시 하르키우(하리코프)에 진입해 시가전을 벌이는 등 공세를 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인종학살(제노사이드)을 벌이고 있다며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평화 협상을 위한 대화를 위해 만나기로 합의했다. 젤렌스키 대통령궁은 이날 성명을 내어 “우리는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러시아 대표단과 전제조건 없이 우크라이나~벨라루스 접경의 프라피야티 강 인근에서 만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양쪽이 협상 장소 등을 놓고 티격태격한 끝에 결정된 것이다. 앞서 이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레믈(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러시아 대표단이 벨라루스 남동부 호멜에 도착했고 협상을 시작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벨라루스가 러시아군의 침공 거점이라는 점을 들어 벨라루스가 아닌 곳에서 하자고 요구했다.
한편, 미국은 26일 현재까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필사적 저항에 의외로 고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 국방부 고위 관리는 “저항이 러시아가 예상했던 것보다 크다. 러시아가 지난 24시간 동안 점점 더 좌절하고 있다는 신호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키예프를 사수하고 있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26일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성공적으로 적의 공격을 저지하고 있다”며 항전을 독려했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총을 지급받고 화염병을 만드는 등 저항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황준범 정의길 기자
‘침공 나흘째’ 러시아, 제2도시 하르키우 진입…우크라 “결사항전”
러, 키예프에 미사일 쏘는 등 공세 강화
우크라 제노사이드 이유로 러 ICJ 제소
젤렌스키, 러 “유럽·민주주의 겨냥 전쟁”
미국·유럽 “국제 결제망서 러 은행 배제”
우크라이나의 한 병사가 26일 수도 키예프에서 불타는 군용 트럭 옆을 걸어가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24일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해 키예프에 미사일 공격을 가하는 등 우크라이나 동·남·북부에서 진격을 이어가고 있다. 키예프/AP 연합뉴스
러시아가 침공 나흘째인 27일(현지시각) 수도 키예프에 이어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하리코프)에 진입하는 등 공세를 강화했다.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결제망에서 배제하는 초강수 경제 제재를 꺼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에 결사항전하겠다는 태도를 꺾지 않으며, 전쟁의 초반 전개 양상이 러시아의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는 모습이다.
러시아는 27일 새벽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 인근에 미사일 두 발을 발사하며 나흘째 공세를 이어갔다. 공세는 우크라이나 전 지역에서 동시다발로 이뤄져 러시아군은 동북부의 하르키우에 진입해 시가전을 벌였다. 올레흐 시네후보우 하르키우 주지사는 “러시아군 차량이 하르키우 도심까지 들어왔다”며 “우크라이나군이 적을 부수고 있다. 민간인은 외출하지 마라”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인종학살(제노사이드)을 벌이고 있다며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했다.
두 나라는 사태 수습을 위한 협상 개최 여부를 놓고도 티격태격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레믈(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27일 “러시아 대표단이 벨라루스 남동부 호멜에 도착했고 협상을 시작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동영상 연설에서 “러시아와 평화 협상은 기꺼이 하겠다”면서도 이곳이 러시아군의 침공 거점이라는 점을 들어 “벨라루스(에서의 대화)는 거부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한 보좌관은 러시아가 협상 대표단을 보낸 것은 “선전전”이라고 말했다.
개전 나흘째인 27일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수도 키예프에서 러시아군에 대항하기 위해 화염병을 만들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결사 항전할 뜻을 꺾지 않으면서, 시민들도 똘똘 뭉쳐 러시아의 침공에 대항하는 모습이다. 키예프/AP 연합뉴스
26일 현재까지,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필사적 저항에 의외로 고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 국방부 고위 관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저항이 러시아가 예상했던 것보다 크다. 러시아가 지난 24시간 동안 점점 더 좌절하고 있다는 신호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키예프를 사수하고 있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26일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성공적으로 적의 공격을 저지하고 있다”며 항전을 독려했고, 27일엔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유럽과 민주주의, 기본적 인권, 평화적 공존을 상대로 한 전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총을 지급받고 화염병을 만드는 등 저항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 키예프의 전황이 고착될수록 우크라이나의 항전 의지와 국제사회의 반전 열기가 커지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점점 난처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 그 때문에 러시아군이 키예프 상황을 속히 마무리하는 가차 없는 공격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압박 수위는 올라갔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들은 26일 러시아 숨통을 조일 핵심 제재로 꼽혀온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의 러시아 주요 은행의 퇴출을 발표했다. 분쟁 지역에 무기 수출을 금지해온 독일도 대전차 무기 1천정과 군용기 격추를 위한 적외선 유도 지대공미사일 ‘스팅어’ 500기를 지원하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푸틴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분열시킬 수 있다고 믿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동맹들의 결집을 재차 강조했다. 전세계 주요 도시에선 나흘째 전쟁 반대 시위가 이어졌다. 황준범 박병수 기자
키예프 총성 들으며 태어난 아기…“대피소에서만 80명 출산”
우크라이나인들 곳곳서 필사적 저항 의지
23살 여성, 대피 중에 지하철역서 출산해
도로설비 회사는 표지판 떼내 러시아군 교란
러시아군용 차량 수십대 막아선 ‘탱크맨’도
우크라이나 의원 한나 홉코가 대피소에서 아이들이 태어나고 있다며 트위터에 올린 사진. 트위터 갈무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 압도적인 전력을 앞세워 전방위적인 침공을 개시했지만, 우크라이나인들이 이에 꺾이지 않는 결연한 저항 의지를 보이며 전 세계인에게 묘한 공명을 일으키고 있다.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인 <에이치비>(HB)가 25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30초짜리 동영상을 보면, ‘우크라이나 탱크맨’의 모습이 등장한다. 빠르게 돌진하는 러시아 군용차로 보이는 차량 수십대 행렬 앞으로 한 남성이 돌진하듯 뛰어든다. 차량 행렬을 막으려는 듯 손으로 제지하는 모습을 보이자, 당황한 군용차는 비틀거리며 옆으로 방향을 틀었다. 1989년 6월 천안문 민주항쟁 때 시위 진압에 나선 인민해방군 탱크를 막아서며 민주주의에 대한 중국인들의 뜨거운 열망을 전했던 원조 ‘탱크맨’을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다. <에이치비>는 이 영상과 함께 “우크라이나인이 점령군이 지나가지 못하도록 적의 장비로 돌진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덧붙였다. 영상이 찍힌 장소는 알려지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의 한 설비회사는 러시아군이 길을 잃게 하기 위해 도로 방향 표지판을 떼어내고 있다고 밝혔다. 도로 및 빌딩 유지 보수 업체인 우크라프토도로는 25일 페이스북에 “적들은 통신 상태가 좋지 못하다. 그들을 지옥으로 직행하게 돕자”는 글을 올렸다. 그와 함께 “꺼져라” “또 꺼져라” “러시아로 꺼져라”고 쓴 표지판 합성사진도 첨부했다.
우크라이나인으로 보이는 남성이 러시아 군용차 앞을 막아서고 제지하는 듯한 모습이 보인다.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인 <에이치비>(HB)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 중 한 장면.
세계복싱평의회(WBC) 헤비급 챔피언을 지낸 우크라이나의 복싱 영웅이자 수도 키예프 시장인 비탈리 클리치코는 전쟁이 발발한 직후인 24일 영국 <아이티브이>(ITV)와 한 인터뷰에서 “다른 선택지는 없다. 나는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6일 키예프에 저녁 8시부터 새벽 5시까지 통행금지령을 내리는 등 키예프 상황 통제를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대립하며 국외를 떠돌다 지난달 귀국한 페트로 포로셴코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키예프에서 총을 들었다. 그는 25일 미국 <시엔엔>(CNN)과 키예프 거리에서 칼라시니코프 소총을 들고 인터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얼마나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영원히”라고 답했다. 그는 이튿날인 26일 영국 <스카이 뉴스>와의 인터뷰에선 방탄조끼를 입고 인터뷰하며 “우리는 키예프 한복판에 있다. 우크라이나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평범한 우크라이나 시민들도 공습이 이어질 때마다 지하철역 같은 임시 대피시설로 이동하며 항전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침공이 우크라이나를 하나의 국민국가로 통합시키는 듯한 모습이다.
전쟁의 와중에도 새 생명은 태어난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러시아군의 공격이 계속된 26일 키예프 지하철역에서 대피 중이었던 23살 여성이 ‘미아’라는 이름의 여자아이를 출산했다고 전했다. 출산 이후 이 여성은 경찰의 도움을 받아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했다. 우크라이나 의원 한나 홉코는 신생아의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며 “미아가 태어났다. 우리는 생명과 인간성을 수호한다. 키예프시에 따르면 이 아이는 지난 이틀 동안 대피소에서 태어난 아이 80명 이상 중 한 명”이라고 적었다. 26일 러시아 접경 지역인 우크라이나 동부 루간스크(루한스크)의 병원 지하실에서도 남자아이가 태어났다. 아이가 태어나는 시간에도 러시아군은 밖에서 포격을 하는 상황이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 인근에 있는 즈미니섬 국경 수비대원들이 러시아 군함의 항복 권유를 거부했다가 몰살된 것으로 알려진 사건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들이 살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국경수비대가 지난 24일 러시아 군함의 항복 요구를 받자 욕설과 함께 “러시아 군함, 꺼져라”고 답했다는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들 13명이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는데 살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정정했다. 하지만 러시아군은 즈미니섬의 우크라이나군 82명이 모두 항복했다고 발표했다. 조기원 기자
러시아 군의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대한 집중 공세가 재개된 27일 새벽(현지시각) 키예프 인근 바실키우의 유류 창고가 미사일 공격을 받아 화염에 휩싸였다. 바실키우/EPA 연합뉴스
러시아 군이 우크라이나 침공 나흘째로 접어든 27일 새벽(현지시각) 수도 키예프 인근에 두 발의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야간 총공세에 다시 나섰다. 러시아는 전날 새벽에도 일부 병력을 키예프 시내로 투입해 교전을 벌이고 키예프 공항 주변을 집중 공격했으며, 우크라이나 군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해 낮 동안은 시내 진입 작전을 늦췄다.
미국 <시엔엔>(CNN) 방송은 이날 새벽 1시께 키예프에서 30㎞ 정도 떨어진 남서부 바실키우 지역에서 큰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이 지역에는 대규모 군 비행장과 유류 저장 시설이 있으며 26일에도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고 방송은 전했다. <비비시>(BBC) 방송은 현지 언론을 인용해 바실키우의 유류 저장소가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유류 저장소에서 거대한 검은 연기가 치솟는 동영상이 올라오고 있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유류 저장소 폭격 이후 키예브 시 당국은 폭격 현장에서 유독 물질이 퍼질 수 있다며 창문을 굳게 닫는 등 철저히 대비하라고 경고했다.
앞서 이날 자정 즈음부터 공습 경고 사이렌이 키예프 전역에 울렸다고 <비비시>가 전했다. 야당인 ‘홀로스당’의 레시아 바실렌코 의원은 26일 밤 11시께 트위터를 통해 “앞으로 30~60분 사이에 키예프가 지금까지 보지 못하던 대규모 공격을 당할 것”이라며 “러시아 군이 가진 무기를 총동원해 타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키예프 시 당국은 이날부터 오후 5시~아침 8시 야간 통행 금지를 실시해 한밤 공습이 재개될 때까지 거리는 고요했다.
북동부 지역 주요 도시인 하르키우에서는 가스관이 공격을 당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으나,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러시아가 군 기지를 첫번째 공격 대상으로 삼은 뒤 가스와 석유 시설을 두번째 목표로 삼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 군의 키예프 점령 시도가 강력한 저항에 부닥치는 등 러시아 군이 예상보다 고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 국방부 당국자는 26일 브리핑에서 “우리가 관찰한 정보에 근거하면 (우크라이나의) 저항이 러시아가 예상했던 것보다 크다. 우린 러시아가 특히 (수도 키예프를 노리는) 우크라이나 북부에서 지난 24시간 동안 모멘텀을 얻지 못해 점점 더 좌절하고 있다는 신호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국방부도 짧은 성명을 내어 러시아 군이 “계획한 대로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며 “군수 물자 보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군의 저항도 거세다”고 평가했다.
러시아군은 키예프 외에 경제적으로 중요한 남부 해안 지역에서도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러시아의 공격이 키예프와 함께 흑해 연안의 항구 도시 오데사, 남동부 마리우폴에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마리우폴에서는 우크라이나 방위군이 바다를 통한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교량을 통제하고 있다.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도 두쪽은 격렬한 전투를 이어갔다.
미국 ‘전쟁학 연구소’(ISW)가 분석한 26일 오후 8시 현재 러시아 군 점령 지역(붉은색). 전쟁학 연구소 트위터 갈무리
미국의 ‘전쟁학 연구소’(ISW)는 26일 오후 8시 현재 러시아군이 수도 키예프 북쪽 외곽부터 벨라루스 국경까지를 점령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또, 하르키우 주변 등 북동부 러시아 국경 지역, 남부 크림반도 인근인 헤르손과 마리우폴 주변, 동부 돈바스 분쟁 지역도 러시아 군의 통제 아래 놓였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금까지 교전 과정에서 약 3500명의 러시아 군인이 죽거나 다쳤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또 우크라이나 민간인 198명이 사망하고 1천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다. <시엔엔>은 26일 밤 서부 키예프에서 벌어진 교전 중 6살짜리 소년이 숨졌다고 현지 병원 관계자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소년은 러시아 침공 이후 희생된 이들 가운데 가장 어릴 것이라고 <비비시>가 지적했다.
한편, 해커 집단 ‘어너니머스’는 27일 오전 러시아 내 체첸 자치공화국이 우크라이나 파병을 선언한 이후 공화국 정부 사이트를 공격해 마비시켰다고 주장했다. 이 집단은 25일 러시아에 대한 ‘사이버 전쟁’을 선포한 바 있다. 러시아 대통령실 공식 사이트도 26일 사이버 공격을 당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에 맞설 ‘정보기술(IT) 군대’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자국의 해커들에게 중요한 기간시설 방어와 러시아 군에 대한 정보 수집에 협조해줄 것을 촉구했다. 신기섭 기자
미 국방부 “러시아, 예상보다 강한 우크라 저항에 좌절”
지난 24시간 동안 전황 교착 상황인 듯
“러시아 장악한 도시 있다는 신호 없어”
독일, 대전차·지대공 미사일 공급
미국 “동맹과 함께 우크라 지원 이어갈 것”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26일(현지시각) 수도 키예프 외곽에서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키예프/EPA 연합뉴스
개전 나흘째를 맞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의 강한 저항으로 인해 예상 외로 고전 중이라는 미 국방부의 평가가 나왔다.
미 국방부 당국자는 26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우리가 관찰한 정보에 근거하면 (우크라이나의) 저항이 러시아가 예상했던 것보다 크다. 우린 러시아가 특히 (수도 키예프를 노리는) 우크라이나 북부에서 지난 24시간 동안 모멘텀을 얻지 못해 점점 더 좌절하고 있다는 신호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이 계속 작동하고 있으며, 자국 영공에 러시아 항공기가 접근하는 것을 막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러시아가 개전 직전 우크라이나 주변에 배치했던 병력 15만명 가운데 가운데 절반 가량이 우크라이나로 진입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이 당국자는 격전이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이는 키예프의 전황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을 피했지만, “오늘 상황으로 볼 때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어떤 도시도 장악했다는 신호가 없다”, “(하지만) 일부 러시아 정찰부대가 키예프에 진입해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러시아군이 이 브리핑이 있기 전 지난 24시간 동안 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구성된 250발의 미사일을 우크라이나 전역에 쏟아 부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당국자는 “미사일 타격으로 인해 민간 시설과 주택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24일 새벽 개전 직후부터 수도 키예프를 직접 노리는 북부 전선, 무력 분쟁이 이어졌던 동부 전선, 2014년 3월 합병한 크림 반도에서 국경을 넘는 남부 전선에서 동시에 전격을 시작했다. 이로 인해 수도 키예프를 포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인들의 저항 의지가 예상보다 강해 고전하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은 개전 초기부터 키예프에 전력을 집중하는 러시아의 움직임을 볼 때 이번 전쟁의 목표가 친 서방 정책을 펴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정권을 참수(전복)하고 친러 정권을 수립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항전을 거듭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정부는 26일 자신들이 3000여명의 러시아군을 사살했다고 밝혔지만, 진위를 판단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미 국방부 당국자는 “미국은 앞으로 동맹과 동반국들과 함께 서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방위 지원을 신속히 해 나갈 예정”이라는 뜻을 재차 강조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앞선 25일 오후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하고 3억5000만달러(4200억원)의 방위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 독일이 26일 분쟁지역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고 대전차 무기 1천정과 군용기 격추를 위한 휴대용 적외선 유도 지대공미사일 '스팅어' 500기를 우크라이나에 공급하기로 했다.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것은 군용 헬멧 5000개뿐이었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트위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전환점으로 전 세계의 전후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에 맞서 방어하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적었다. 길윤형 기자
러 “우크라이나, 협상 거부”…우크라 “비현실적 조건 안돼” 맞서
러 “25일 진격중지했다가 협상거부로 26일 재개” 주장
우크라 “최후통첩식 수용못해”…미 “총구 들이댄 채 외교 안돼”
우크라이나 군인이 26일(현지시각) 키예프 바실키프 공군기지에서 임무를 하고 있다. 키예프/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가 협상 추진과 관련해 “우크라이나가 거부했다”며 군사작전 재개를 선언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협상 조건이 비현실적”이라고 맞받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6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가 협상을 거부해 전쟁을 장기화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아에프페>(AFP)가 보도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어제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이 열리길 기대하면서 러시아군에 진격 중지를 명령했다”며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협상을 거부했기 때문에 오늘 오후 러시아군의 진격이 재개됐다”고 말했다.
전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협상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세르기 니키포로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대변인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협상 시간과 장소를 놓고 논의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정전과 평화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환영했다.
그러나 양쪽은 협상 장소를 둘러싸고 입장이 엇갈려 논의가 더 진전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에서 하자고 주장했으나, 우크라이나는 “벨라루스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돕고 있다”며 거부하고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만나자고 제안했다.
‘우크라이나가 협상을 거부했다’는 러시아의 주장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이날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우크라이나는 협상을 준비했지만, 러시아군이 공격 수위를 높이는 등 협상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행동은 우크라이나를 파괴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강요하려는 것일 뿐”이라며 “우크라이나는 최후통첩이나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장 고문 올렉시 아레스토비치도 협상이 무산된 것은 러시아의 조건에 동의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가 중재자를 통해 전달한 조건은 우리가 수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우리를 항복시키려는 시도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제안한 조건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러시아의 협상 제안이 “총구로 위협하며” 외교를 하려는 시도라며 푸틴 대통령이 협상에 진지하다면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군사행동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수 기자
“내가 필요한 건 피신이 아니라 탄약”…재평가 받는 젤렌스키
수도 키예프에서 동영상 올리며 항전 의지, 국민 독려
정치 경험 없는 코미디언 출신이라는 비판 잠재워
“살아있는 모습 마지막일 수도”…유럽에 도움 호소
“우크라의 조지 워싱턴으로 역사에 남을 것” 평가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6일 수도 키예프 시내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통해 국민들에게 단합을 호소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 트위터 화면 갈무리.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의 조지 워싱턴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미국 럿거스 대학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문가인 알렉산더 모틸 교수는 지난 26일 <엘에이 타임스>에 실은 기고에서 이렇게 적었다. 자신을 포함해 많은 전문가들이 정치 경험 전무한 코미디언 출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4)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우크라이나에 재앙일 것이라고 비판해왔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이 보여주는 모습이 기존의 평가를 뒤집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4일 전쟁이 시작된 뒤 수도 키예프에 남아 지속적으로 동영상과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건재를 확인시키면서 자국민에게 항전을 독려하고 전세계에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면도도 하지 못한 초췌한 얼굴에 티셔츠 등 평상복 차림이다.
그는 지난 25일 밤(현지시각) 키예프 밤 거리에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30여초 분량의 동영상에서 데니스 슈미갈 총리 등 지도부 인사들과 함께 서서 “우리 모두는 여기에 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지켜내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키예프를 버리고 도망갔다는 허위정보를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항전 의지를 밝힌 것이다.
그는 26일 낮에도 키예프 시내에서 촬영한 동영상에서 “우리는 성공적으로 적의 공격을 저지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 수도에 꼭두각시를 세우길 원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며 “우리는 우리의 영토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고 있다는 걸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국민들 포함한 모든 이들을 대상으로 “우크라이나로 돌아올 수 있는 이들은 모두 돌아와달라. 우크라이나를 지키는 모두가 영웅이다”라고 호소했다.
미 정보 당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번 침공을 통해 우크라니아 정권 교체를 하려 하고 있으며, 젤렌스키 대통령을 제거 대상 1호로 꼽고 있다고 분석한다. 러시아는 이번 전쟁을 개시하면서 우크라이나의 ‘비나치화’를 하나의 명분으로 내걸었는데, 이는 젤렌스키 대통령 제거 의미로 풀이된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치의 탄압을 받은 유대계 후손이며, 언어도 러시아어를 쓴다.
생명의 위협에 놓인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미국 정부는 피신을 권하면서 대피를 지원해주겠다고 제안했으나, 그는 거절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은 여기서 벌어지고 있다. 내가 필요한 것은 피신 차량(ride)이 아니라 탄약”이라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이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4일 밤 연설에서도 “적이 나를 첫번째 목표로, 내 가족을 두번째 목표로 삼고 있다”며 “그러나 나는 키예프에 있을 것이고, 가족도 우크라이나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와 두 자녀를 두고 있다.
이같은 태도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공 전까지 보여온 혼선과 무기력과 대조된다. 그는 지난해 후반부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 주변에 병력을 증강하고 미국이 ‘러시아의 침공이 임박했다’고 경고할 때, 위협이 과장됐다고 반박했다. 러시아가 반대하는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합류 관련해서도 가입 의지를 강하게 밝히면서도 한편으로는 “꿈 같은 얘기일 것”이라고 하는 등 혼재된 메시지를 냈다. 그러나 러시아의 침공이 현실화하자 수도를 지키며 단단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이면서 ‘재평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독립 언론의 편집장 올가 루덴코는 트위터에 “젤렌스키가 그동안 정말로 많은 나쁜 실수를 저질렀지만, 점점 자신이 국가를 이끌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적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에 저항 의사를 밝히는 한편 전세계에 ‘반러 연합’ 구축을 도모하고 있다. 그는 26일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영국, 인도, 이탈리아, 폴란드, 터키, 조지아, 체코 등 외국 정상들과 통화하고 지지를 약속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개전 첫날인 지난 24일 유럽연합(EU) 정상들과 전화 회의에서 “이게 당신들이 내가 살아있는 모습을 보는 마지막일 수 있다”면서 서방의 적극적인 대응과 지원을 촉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는 러시아 시민들에게도 전쟁 반대 목소리를 통해 푸틴 대통령에게 압력을 가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코미디언 출신인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5년 방영된 텔레비전 드라마 <국민의 종>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역사 교사에서 대중의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돼 개혁 정치를 펴는 역할을 맡았다. 개혁적 이미지와 대중적 인기에 힘입어 그는 2019년 대선에 출마해 70% 넘는 지지율로 당선됐다. 그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계속되는 정부군과 친러시아 반군 세력의 분쟁을 끝내겠다고 약속했으나, 이제는 러시아의 대군을 서방의 간접 지원에만 의존한 채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극한의 상황에 놓였다. 황준범 기자
유럽 각국 우크라 난민 수용…“15만명 국경 넘어”
폴란드 11만명 이상, 몰도바·루마니아 2만6천명 이상
유엔난민기구 “400만명 난민 발생할수도”
26일 우크라이나 난민 임시 쉼터로 제공된 루마니아 북동부 시레트에 있는 호텔에서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AP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각국이 국경을 열어 우크라이나 난민을 받아들이고 있다. 유엔(UN)은 우크라이나 인구 4400여만명 중 400만명이 난민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폴란드 내무부는 지난 24일(현지시각)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인 최소한 11만명이 폴란드로 들어왔다고 26일 밝혔다. 폴란드 정부는 우크라이나에서 오는 이는 여권을 소지하지 않은 경우에도 입국을 허가하고 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폴란드 남동부 국경 마을인 메디카에 도착한 우크라이나 서부 출신 헬레나(49)는 국경을 넘는 데 24시간이 걸렸다며 “지옥이었다”고 말했다고 <알자지라>는 27일 전했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인 100만명 이상이 살고 있는 나라이며, 전쟁 발발 뒤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가장 많이 향하는 국가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전쟁 발발 뒤 국경을 넘은 우크라이나 난민을 15만명가량으로 추정하는데 3분의 2 이상이 폴란드로 간 셈이다. 유엔난민기구는 상황이 악화되면 400만명이 난민이 되어 우크라이나를 떠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난민 대부분은 여성과 아이들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국가총동원령을 내리고 18~60살 남성은 출국을 금지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프랑스 일간지 <웨스트 프랑스>에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인들 수만명 아니 수십만명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26일 말했다. 폴란드는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 출신 난민의 급격한 유입을 막기 위해 장벽을 건설 중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에 대해서는 적극 지원 의지를 보이고 있다.
유럽 다른 국가들도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에 나섰다. 유럽에서 가장 난민에 대해 부정적인 지도자로 꼽히는 빅토로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우크라이나 시민과 합법적 우크라이나 거주민은 모두 받아들이겠다고 26일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우크라이나 서부와 국경을 접한 헝가리로 들어온 우크라이나인은 수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 서부에는 헝가리계 주민들이 많이 살고 있고, 이들이 주로 헝가리로 가고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 남쪽과 국경을 맞댄 몰도바와 루마니아로 각각 1만6000여명과 1만명의 우크라이나 난민이 들어갔다고 <라디오 프리 유럽>이 전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하지 않은 독일에도 폴란드 등을 경유해 온 우크라이나 난민 일부가 도착했다. 독일 정부는 독일로 온 우크라이나 난민 숫자가 아직 소수이지만 앞으로 숫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대비하고 있다. 조기원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대선토론에 앞서 인사후 돌아서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7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물밑 단일화 협상 전말을 전격 공개하며 결렬의 책임을 안 후보에게 돌렸다. 이에 안 후보는 “(윤 후보 쪽에서 제안한 내용은)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며 윤 후보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28일로 예정된 투표용지 인쇄를 앞두고 양쪽의 물밑 협의가 이어졌지만 결국 야권 단일화 논의가 후보 간 감정싸움으로 번지며 파국 수순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윤 후보는 이날 유세 일정을 취소한 뒤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그간의 협상 상황을 공개하며 “오늘 아침 9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쪽으로부터) 단일화 결렬 최종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협상 채널은 국민의힘에서는 장제원 의원이, 국민의당에서는 이태규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이 맡았다고 한다. 두 사람이 전날 오후 2~4시, 이날 0시40분부터 새벽 4시까지 두 차례 협의를 진행해 후보 회동 일정 조율만 남은 상태였지만 일방적으로 단일화 결렬을 통보받았다는 것이 윤 후보의 설명이다. 윤 후보는 “안 후보가 완주 철회를 위한 명분을 조금 더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안 후보가 사퇴 의사가 있었다는 점을 부각했고, 안 후보가 제안한 여론조사 경선은 “(단일화) 협상 테이블에 오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동안 단일화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온 윤 후보가 그간의 협상 노력을 세세하게 공개해, 안 후보에게 단일화 최종 결렬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야권 단일화가 끝내 불발될 경우 책임론에서 벗어나 지지층 결집을 통한 투표로써의 단일화를 호소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읽힌다. 회견 뒤 경북 포항을 방문해 티케이(TK) 유세에 복귀한 윤 후보는 “안 후보가 시간과 장소를 정해준다면 지방에 가는 중이라도 언제든지 차를 돌려, 직접 찾아뵙고, 안 후보와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단일화의 마지막 불씨는 남겨뒀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27일 전남 여수시 이순신광장에서 유세를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하지만 안 후보는 후보 회동 일정 조율만 남았다가 최종 결렬된 사실 자체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안 후보는 이날 오후 전남 여수 오동도 부근 이순신광장에서 유세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늘 아침에 (윤석열 후보 쪽에서) 제안을 했으나, 이전과 별반 차이가 없기에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또한 “국민경선을 계속 주장했는데 (국민의힘 쪽에서) 어떠한 의견 입장이 없었다. (국민경선을) 안 받으면 왜 안 받는지라는 말 자체가 없었다”며 “저희는 협상 내용(여론조사 경선)을 올렸는데 상대측에서 없다고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후보가 이태규 본부장을 전권 대리인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서도 “어제 갑자기 (윤 후보 쪽에서) 연락이 왔고, ‘한번 얘기해보자’는 제안이었다고 한다”며 “어떤 말을 할지에 대해 이 의원이 나가서 그 말을 듣기로 했다. 저는 ‘전권 대리인’ 이런 개념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추가 협상 가능성을 두고는 “이미 이런 협상에 대해서 시한이 종료됐다고 선언했다”며 일축했다. 장나래 김해정 곽진산 기자
안철수 “국힘, 국민경선 제안 묵살…단일화 고려할 가치 없다고 판단”
국힘, 야권 단일화 무산 책임 안철수에 돌리자
“협상내용 올렸는데 없다고 하는 것 도리 아냐”
이태규 “선대본부장으로 만나…전권 대리인 아냐”
“최종 결렬된 건 윤석열 후보측 ‘신뢰’에 대한 의구심”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27일 오후 전남 순천시 아랫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7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쪽과의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과 관련해 “오늘 아침에 (윤석열 후보 측에서) 제안을 했으나, 이전과 별반 차이가 없기에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이날 오후 4시께 전남 여수 오동도 부근 이순신광장에서 유세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 방법과 관련) 국민경선을 계속 주장했는데 (국민의힘 측에서) 어떠한 의견 입장이 없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국민경선을) 왜 안받는지, 안받으면 왜 안받는지라는 말 자체가 없었다. 다른 방법이 있는지도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이날 오후 1시께 기자간담회를 열어 안 후보 쪽과의 야권 단일화 협상 과정까지 상세히 공개하며 ‘두 후보간 회동 일정 조율만 남은 상태에서, 정확한 이유도 듣지 못한 채 최종 협상 결렬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하자 반박에 나선 것이다. 안 후보는 “협상이란 서로 얘기를 하는 거다. 저희는 (국민경선을 하자고) 협상 내용을 올렸는데 상대 측에서 없다고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며, 윤 후보 쪽이 단일화 무산 책임을 자신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 후보는 또 윤 후보가 직접 계속 연락을 시도하고 만나려 했지만 응답을 받지 못했다고 한데 대해서도 “계속 전화가 오고 문자가 3만개가 넘는데 이 전화로 어떤 통화를 하고 시도를 할 수 있겠나”며 “이것 자체도 당(국민의힘)의 채널을 통해 제 번호를 지금 이 순간에도 뿌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짓을 하는 것이 과연 협상 파트너의 태도인지, 이것은 당에서 공식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는 ‘협상의 여지가 남았느냐’는 기자들의 질의에 “이미 이런 협상에 대해서 시안이 종료됐다고 선언했다”며 사실상 단일화 협상이 종료됐다고 못박았다.
안 후보의 이런 기자회견 내용은 ‘여론조사 방식 단일화가 애초부터 협상 테이블에 없었다’는 국민의힘 쪽 주장과 어긋나는 부분이다. 또 국민의힘은 협상 내용을 공개하며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이 안 후보의 ‘전권 협상대리인’이었다고 지목했지만, 이 본부장은 “선대본부장 차원”에서 만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이날 낸 입장문에서 “전권 협상대리인이 아닌 선대본부장 차원에서 윤 후보 측의 진성성과 단일화 계획을 확인하고자 어제 오후와 오늘 새벽에 만났고 단일화 의견들이 오갔지만, 윤 후보 측이 구상하고 제시하는 단일화 방향과 내용이 상호 신뢰를 담보하기에는 불충분하다고 봤기에 오늘 아침 최종 결정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또 “(단일화 협상이) 최종 결정에 이르지 못한 배경에는 단일화 제안 이후 보여주었던 윤 후보 측의 다양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신뢰’에 대한 문제가 컸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들의 뜻대로 되지 않자 모든 것을 변명과 입맛에 맞추어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을 보면서 윤 후보 측에서 제안하는 여러 내용을 그대로 믿기에는 신뢰에 문제가 있다고 결정했다”며 “윤 후보 측의 요청으로 시작된 비공개 협의 사실을 후보가 직접 나서서 공개하고 일방적 관점에서 주장한 것은 스스로 진정성을 부정하는 모순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곽진산 기자
단일화 협상 결렬되자…‘졸렬한 안철수’ 만들기 나선 윤석열
윤 후보가 직접 회견 나서서 ‘표리부동’ 지적
배포한 ‘경과파일’ 원 제목은 ‘못 만나면 깐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27일 오전 유세일정을 취소하고 오후 1시 단일화 관련 기자회견을 예고하면서, 정치권에서는 윤 후보가 안 후보의 여론조사 단일화 제안을 수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윤 후보는 그간의 협의 상황을 이례적으로 상세히 공개했고, 그 내용은 ‘삼고초려 윤석열’과 ‘표리부동 안철수’로 요약됐다. 윤 후보는 이날 “(안 후보가) 시간과 장소를 정해준다면 지방 가는 중이라도 차를 돌려 찾아뵙겠다”며 협의 재개를 촉구했지만 실상은 단일화 무산의 책임을 안 후보에게 떠넘기는 모양새였다. 정권교체를 위해 보수 야권 후보 단일화에 책임을 다했다는 점을 호소해 지지층을 묶으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직접 회견…결렬 책임 피하려 협상일지까지 공개
윤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야권후보 단일화를 위한 자신의 노력을 부각시키려 애썼다. 그는 ‘완주 철회 명분을 더 달라’는 안 후보 쪽 요청에 “안 후보 자택을 방문해서 정중한 태도를 보여드리겠다고 전달했다”며 한껏 낮춘 자세를 강조했다. 윤 후보는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실무협의 뒤 안 후보 쪽의 긍정적 답변을 기다리려고 “저도 어제 잠을 못 잤다”고 했고 ”(협상이 결렬된) 이유는 저희도 알 수 없다”고 했다. 성심을 다해 실무협상에 임했고 안 후보와의 회동 일정이 잡힐 줄 알았는데 갑자기 일이 틀어지게 된 건 안 후보 책임이라는 얘기다.
국민의힘의 이런 기조는 윤 후보 회견 뒤 배포한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협상경과’라는 제목의 5장짜리 문건으로 더욱 확연해졌다. 국민의힘은 지난 7일 “최진석 국민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이 윤 후보에게 전화해 ‘안철수 후보와 교감 후 연락한다’며 단일화 조건을 선 제안”했다는 내용부터 이날 오전 9시 이태규 선대본부장의 결렬 통보까지의 상황을 시간순으로 정리했다. 나아가 안 후보가 지난 20일 여론조사 단일화 제안을 철회한 뒤인 23일과 24일 윤 후보가 안 후보에게 만남을 청하며 보낸 장문의 문자메시지도 공개했다. “안 후보님을 직접 뵙고 정권교체를 위해 흉금을 털어놓고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저의 진정성을 믿어주시기 바라며 다시 한번 제안드립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기자들에게 배포된 이 파일의 초기 제목은 ‘정리해서 못 만나면 깐다’로 확인되면서 협상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협상을 벌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미 협상이 깨질 것에 대비해 결렬 책임을 떠안지 않으려고 미리 대비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공보단 관계자는 “한글문서를 피디에프로 바꾸면서 예전 표를 덮어쓰기 하던 과정에서 생긴 해프닝”이라고 해명했다.
안 후보 쪽과의 협상 상황을 윤 후보 본인이 세세하게 공개한 이례적 행동은 최근 박빙으로 돌아선 선거 판세와 무관치 않다. 윤 후보는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초경합 상태로 나타나자 후보 단일화가 절실한 상황이 됐다. 그러나 ‘여론조사 단일화’(안철수)와 ‘여론조사 단일화를 제외한 모든 제안 수용’(윤석열)이라는 입장 차이는 컸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안 후보 쪽의 ‘결렬 통보’를 받고 더 이상의 협상이 무의미하다고 보고, 그간의 노력을 부각하며 단일화 무산 책임 경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윤핵관’ 장제원, 무보직으로 전권대리…비선 논란
이번 단일화 협상에서는 ‘윤핵관’ 논란과 아들 문제로 물러났던 장제원 의원이 윤 후보의 대리인으로 전권을 행사하면서 또다시 비선 논란이 불거졌다. 국민의당 협상 상대는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이었지만 장 의원은 지난해 9월 캠프 총괄실장직에서 물러난 뒤 선대본부 안에서 직책이 없는 상태다. 이준석 대표와 갈등을 빚으며 윤핵관 논란이 다시 불거졌던 지난해 11월에도 “윤 후보 곁을 떠나겠다”고 거듭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윤 후보는 그에게 ‘전권 대리인’ 역할을 맡겼고 이에 대해 “장 의원의 매형이 카이스트 교수인데 안 후보와 가까운 사이로 알고 있다. 서로 의사전달 하는 데 편하지 않겠나 생각했다. 안 후보도 장 의원을 협의에 참여시키는 데 동의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장나래 기자
‘단일화 결렬’ 원색 비난전…새벽 4시까지 실무 협상, 무슨 일이?
윤-안, 단일화 결렬 책임 공방 거세져
윤석열, 직접 ‘비공개 협상’ 내용 공개 나서
국민의당 “진정성 부정하는 모순된 행동”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관련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야권 단일화 협상이 다시 결렬되면서 양쪽이 책임 소재를 두고 상호 비난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비공개로 진행한 협상을 일지 형식으로 모두 공개하며 안 후보를 비판했고, 국민의당은 “일방적으로 까발리는 것”이라며 윤석열 후보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윤 후보는 2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7일부터 약 20일간 진행된 5쪽짜리의 단일화 협상경과와 윤 후보가 안 후보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안 후보는 지난 13일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제안했다가 지난 20일 단일화 결렬을 선언했는데, 국민의힘은 그 전후 시기에 양당 간에 물밑 조율의 과정을 전부 공개하면서 안 후보의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점을 부각했다.
국민의힘이 공개한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협상경과’ 자료에 따르면 단일화 논의는 지난 26일 아침 7시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이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화로 추가적인 실무 회동을 제안하면서 재개됐다. 국민의힘은 장 의원과 이 본부장의 협상이 각각 윤 후보와 안 후보로부터 전권을 부여받은 상황에서 진행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26일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협의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윤 후보와 안 후보가 ‘정치교체, 정권교체, 시대교체를 내건 공동선언’에 합의하고 두 후보에게 각각 보고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주장이다. 장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과학강국, 과학실용의 새 시대, 디지털플랫폼 정부, 부패 척결, 공정한 나라, 변화와 혁신의 길, 과거가 아닌 미래로 가는 길, 분열된 통합의 길 등 (공동선언문에 담길) 이런 키워드까지 합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5시간 뒤인 밤 9시, 이 본부장이 장 의원에게 ‘안 후보의 완주를 철회할 명분’을 추가로 달라고 요청했고, 장 의원은 ‘윤 후보의 안 후보 자택 방문’을 제안했지만 불발됐다고 국민의힘은 설명한다. 두 사람이 27일 0시40분부터 새벽 4시까지 심야 협상을 벌여 윤 후보가 안 후보에게 공개 회동을 제안하기로 합의했지만 이 본부장이 이날 오전 9시 단일화 협상 결렬을 통보했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쪽은 윤 후보의 기자회견이 상호 신뢰를 깬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 본부장은 “후보가 직접 나서서 (협상 상황을) 공개하고 일방적 관점에서 주장한 것은 단일화의 진정성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다시 한번 스스로 진정성을 부정하는 모순된 행동”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여론조사 단일화 제안에 응답하지 않은 윤 후보의 ‘무성의’가 결렬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안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제가 계속 주장했던 것은 국민경선”이라며 “(윤 후보 쪽이) 어떠한 의견 입장 표명이 없었다. ‘왜 안 받겠다’ ‘받겠다’라는 말 자체가 없었다”고 했다. 윤 후보는 “대리인 사이의 단일화 협의 과정에서 여론조사 얘기는 한번도 나온 적 없다”는 주장에도 안 후보는 “저희는 (여론조사 단일화를 협상 테이블에) 올렸는데 (윤 후보가) 없었다고 하는 것은 상대방으로 도리가 아니다.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본부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국민의힘) 저기는 여론조사 경선 한다고 하면 논의 자체를 안하잖나. 그러면 여론조사 아니면 무엇을 생각하고 있냐, 그걸 논의하러 간 거다. 그랬더니 ‘공동정부’를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또 입장문을 통해 “오늘 윤 후보가 발표하기로 한 (윤 후보의) 회견내용은 단일화 제안 이후 1주일 간의 자신의 불찰을 인정하고 안 후보에게 정중하게 사과 의사를 표명하고 단일화 의지를 밝히며 회답을 기다리겠다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의 책임전가 회견에 자신들도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안 후보 역시 단일화와 관련해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안 후보는 지난 25일 생중계된 대선 티브이 토론에서 “(단일화는) 이미 다 결렬됐다고 선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바로 다음날 이 본부장을 통해 여론조사를 내걸고 국민의힘과 비공개 협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본부장은 이날 “안 후보의 인지하에 전권 협상대리인이 아닌 선대본부장 차원에서 윤 후보 측의 진정성, 단일화 방향과 계획을 확인하고자” 접촉했다고 해명했다.
결국 윤 후보와 안 후보 사이의 불신은 더 깊어지게 됐다. 단일화의 문 역시 더 좁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김해정 장나래 곽진산 기자
‘읽지 않은 문자’만 1만8723개... 안철수 “이 전화로 뭘 할 수 있나”
“국민의힘이 전화번호 유포 뒤 문자 폭탄”
윤석열 “문자 보내고, 봤다는 답변도 받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7일 오전 전남 목포시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국민의 힘 측이 전화·문자 폭탄을 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7일 전남 여수 유세장에서 ‘문자폭탄’ 세례를 받고 있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취재진에 공개하며 “이 전화로 어떤 통화를 하고 어떤 시도를 하나”라고 되물었다. 장문의 문자 메시지를 안 후보에게 보낸 사실을 공개하며 단일화에 진정성을 보였다고 주장하는 윤석열 후보에게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안 후보는 이날 전남 여수 오동도 부근 이순신광장에서 유세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계속 전화가 오고, 문자가 3만개가 넘게 왔는데 제가 이 전화로 어떤 통화나 시도를 할 수가 있나”라고 말했다. 안 후보가 기자들에게 공개한 자신의 휴대전화에는 읽지 않은 문자메시지 숫자가 1만8723개로 표시돼 있었다. 국민의당은 안 후보가 지난 20일 여론조사 단일화 제안을 철회한 뒤 국민의힘이 안 후보의 전화번호를 조직적으로 유포해 윤 후보 지지자들이 안 후보에게 문자폭탄 공격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안 후보도 “당(국민의힘)에서 어떤 채널을 통해 제 번호를 지금 이 순간에도 뿌리는 걸로 안다. 이런 짓들을 하는 것이 협상 파트너로서의 태도인지, 당에서 공식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안 후보에게) 워낙 문자가 많이와서 제가 전화와 문자를 드린 것을 볼 수 없으셨을 수 있겠지만, 안 후보에게 전화·문자 드리고 나면 그쪽 관계자에게 전화를 제가 드려 문자 드렸으니 보시라는 말씀을 전했고, 보셨다는 답변도 들었다”고 반박했다. 안 후보가 문자를 확인하고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는데, ‘문자폭탄’을 핑계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나래 기자
[사설] 서로 ‘네 탓’ 하며 볼썽사납게 끝난 윤-안 단일화 협상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관련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볼썽사나운 ‘네 탓’ 공방 끝에 사실상 막을 내렸다. 윤 후보는 전권대리인을 통해 전달받은 안 후보 쪽 제안을 자신이 모두 수용했지만 안 후보 쪽이 일방적으로 결렬을 통보했다고 주장했고, 안 후보 쪽은 윤 후보 쪽의 책임 떠넘기기라고 반박했다. 비전과 정책의 공유 없이 후보들의 지지율 부침에 따라 냉온탕을 오간 ‘선거 공학적’ 단일화 협상의 예고된 파국이라 할 수 있다.
윤 후보는 27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권대리인 협상에서) 오늘 아침 7시까지 (두 후보의) 회동 여부를 포함한 (회동) 시간·장소를 결정해 (서로) 통보해주기로 합의했지만 오전 9시 (안 후보 쪽으로부터) 단일화 결렬을 최종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협상 결렬 이유에 대해선 “저희도 알 수가 없다. 그쪽(전권대리인)도 ‘이유를 모르겠다. 특별한 이유는 없는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을 뿐”이라고 했다. 전날부터 이날 새벽까지 두차례 이어진 협상에서 안 후보 쪽 제안을 모두 수용했으나 안 후보 쪽이 돌연 판을 깨버렸다는 주장이다. 안 후보 쪽은 즉각 반박했다. 이태규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입장문을 내어 “전권대리인이 아닌 선대본부장 차원에서 윤 후보 측의 진정성, 단일화 방향과 계획을 확인하고자 만난 것”이라며 “오늘 (윤 후보의) 회견으로 책임 회피를 위해서는 어떤 짓도 할 수 있는 신뢰하기 어려운 세력이라는 점을 거듭 확인시켜주었다”고 밝혔다. 안 후보도 여수에서 유세 뒤 기자들에게 “오늘 아침 (윤 후보 쪽에서) 전해온 내용을 듣고 그 내용이 별반 차이가 없어서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게 전부다”라고 말했다.
누구 말이 진실인지는 협상 당사자들이 가장 잘 알 것이다. 핵심은 이번 단일화 협상이 안 후보가 윤 후보 쪽이 수용하기 어려운 ‘국민 경선 방식의 여론조사’를 갑자기 제안한데다, 지지율을 따라 오락가락한 윤 후보 쪽의 불성실한 협상 태도 탓에 타결이 쉽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왔다는 사실이다. 특히 지난 25일 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TV 토론회에서 안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이미 다 결렬됐다고 선언을 했다. 분명하게 정리를 했으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는데도 윤 후보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의 물밑 협상 내용까지 시시콜콜 공개한 것은 정치 도의에 어긋난다. 단일화 무산의 책임이 자신에게 쏠리는 것을 피해보려는 의도로 보인다.
두 후보 모두 이제 단일화에 대한 미련을 접고 비전과 정책으로 정면 승부를 펼치기 바란다. 투표일까지 열흘밖에 남지 않았다.
[유레카] 비선실세 ‘윤핵관’ 장제원 의원 / 정남구
1882년 차별과 임금 체불에 시달리던 구식군대가 선혜청 당상 민겸호의 집에 불을 지르고, 그의 뒷배를 봐주던 민 왕후를 죽이겠다고 경복궁으로 쳐들어갔다. 가까스로 달아나 충청도에 숨어 있던 민 왕후에게 어느 날 한 무당이 ‘신령님이 알려줬다’며 찾아왔다. 무당은 50일 안에 궁궐로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청나라 군대를 불러들여 흥선대원군을 밀어내고 한달 만에 환궁할 수 있었다.
무당에게 혹한 민 왕후는 ‘관우의 딸’을 칭하는 무당을 위해 사당 관왕묘를 지어주고, 왕자나 공신에게 주는 ‘군’의 칭호까지 내렸다. ‘진령군’은 국정과 인사에 깊이 개입하는 숨은 실세가 됐다. 황현은 <매천야록>에 “장차관급 인사들도 앞다퉈 진령군에게 아부했고, 누님 혹은 어머니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었다”고 기록했다.
‘비선 실세’는 존재 자체로 통치권력의 정당성을 흔든다. 직선 대통령들의 지지율이 정권 말이면 다 추락했지만, 유독 박근혜씨가 임기 중 탄핵을 당한 것도 비선 실세 탓이 컸다. 최순실(최서원)은 대통령을 마치 꼭두각시처럼 부리는 사람이었으니, 국민이 몰아낸 것은 ‘가짜 대통령’이란 말이 전혀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다.
이번 대선에 나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주변에도 비선 실세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법사·도사로 불리는 이들이 한 부류다. 정부·여당이 ‘무주택자들이 집 가진 사람 횡포에 시달리게 해서 표를 얻으려고 일부러 집값을 올렸다’든가, ‘광주 시민들이 좋은 물건에 관심을 가져 투쟁 능력이 약화될까봐 복합쇼핑몰 유치를 막았다’든가, ‘탈원전 정책은 태양광 패널을 만드는 중국을 위한 것’이라든가, 논리가 황당한 말들을 후보의 입에서 나오게 만드는 신통한 능력을 가진 이도 있다.
언론에 등장하는 ‘윤석열 후보 쪽 핵심 관계자’(윤핵관)는 다른 부류다. 지난 1월 윤 후보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갈등이 수습되면서 사라진 듯했던 ‘윤핵관’이 최근 다시 등장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장제원 의원하고 ‘(후보) 두분이 빨리 만났으면 좋겠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윤핵관’이라고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했던 장 의원이 단일화 물밑 협상 파트너였다는 것이다. 윤 후보도 27일 기자회견에서 선대본부에 아무런 직책이 없는 장 의원이 단일화 협상 전권 대리인이었다고 밝혔다. 비선 실세는 쉽게 밀려나지 않는 법이다. 정남구 논설위원
“유사시 일본, 한반도에” 윤석열 발언 수습 나섰지만, 후폭풍 거세
국가보훈처 산하 단체들 “귀를 의심케 하는 언사”
민주당 “일 극우인사 같은 ‘망언’…국민 앞 사죄를”
국힘 “유사시 개입 전제한 말 아냐, 허위사실 공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2차 티브이(TV) 토론회에서 언급한 ‘유사시 일본의 한반도 개입’ 발언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망언”이라며 사과를 요구했고, 국민의힘은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 허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수습에 나섰다.
윤 후보는 지난 25일 토론회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3불 정책’(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편입, 한-미-일 군사동맹 불추진)을 두고 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한미일 군사동맹 추진시) 유사시에 한반도에 일본이 개입하도록 허용하는 건데 그걸 하시겠나”라고 묻자 “유사시에 들어올 수도 있는 거지만 꼭 그걸 전제로 하는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윤 후보는 “한미일 군사동맹을 검토하시는 거냐”는 심 후보의 질문에 “절대 안 하실 거냐”고 되묻기도 했다. 윤 후보의 이런 발언은 일제 강점 등 한일 관계의 역사적 특수성을 고려해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개입까지 상정하는 ‘한미일 동맹’이란 용어 대신 ‘한미일 안보협력’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한국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기조와 충돌하는 발언이었다.
이 후보와 민주당은 이런 발언을 ‘망언’이라며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 후보는 토론 다음날인 26일 특별성명을 내어 “윤석열 후보가 어제 토론에서 유사시에는 일본 자위대가 한국에 들어올 수도 있다는 망언을 했다”며 “도저히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의 발언이라고 보기 어려운 윤 후보의 국가관과 대일본 인식을 보여준다. 일본 극우세력 인사의 발언과도 구분하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 후보는 3.1절을 앞두고 한 자위대 한반도 진입 가능 망언을 취소하고 순국선열과 국민앞에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가 윤 후보의 발언을 왜곡했다며 법적 조치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전날 토론회에서 윤 후보가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을 허용했다는 이 후보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심 후보의 ‘한일동맹하면 유사시 일본 진입을 허용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꼭 그걸 전제로 하는 건 아니란 취지를 분명히 했다. 설령 한일동맹을 하더라도 유사시 일본이 한반도에 들어와선 안 된다는 얘기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허위사실공표를 즉각 사과하지 않으면 법적 처벌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백혜련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이에 대해 27일 “윤 후보의 자위대 망언에 국민의힘도 화들짝 놀란 모양이다. 논란 확산을 차단하고 싶은 것인지 오히려 ‘법적조치’ 운운하며 겁박하고 있다”며 “경악스러운 망언을 내뱉고 이처럼 얕은 수로 책임을 면하려 한다고 그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윤 후보는 발언을 즉각 철회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또다시 맞받았다.
국가보훈처 산하 25개 독립운동가 선양 단체로 구성된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항단연)도 이날 성명을 내어 “3·1절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지난 2월25일 개최된 대선 후보 2차 법정 토론회에서 듣는 사람의 귀를 의심케 하는 언사가 이뤄져 심히 유감스럽고 우려가 들어 분노하는 마음으로 오류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윤석열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은 참으로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항단연은 “일본의 자위대가 해외 파병이 안달이 난 현재 상황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일본의 군대가 우리 영토에 발 하나라도 딛게 해서는 안 된다”며 “동학 농민 혁명을 진압하기 위한 유사시의 명분으로 일본이 처음 우리나라에 군대를 보냈었다는 역사를 복기해보면 단서 조항으로도 일본의 자동개입 여지를 남겨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윤 후보의 인식에 우려를 표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윤 후보가 자위대의 개입을 명시적으로 주장한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자위대가 개입하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예민한 국민 정서를 고려해 (자위대 개입 가능성을) 부인하는 쪽이었다”고 말했다. 황수영 참여연대 평화구축센터 팀장은 “윤 후보의 발언은 상당히 위험하고 심각하게 볼 부분”이라며 “한미일 군사동맹을 통해 일본과의 협력을 높인다는 국민의힘의 외교 방향도 아베 정부의 자위권 추구나 평화헌법 개정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윤석열 없는 윤석열 영주 유세…국민의힘, 우왕좌왕하며 ‘안철수 탓’
‘단일화 관련 기자회견’으로 경북 일정 취소해
현장선 윤석열 불참 몰라 “곧 도착” 우왕좌왕
“윤, 하루종일 안철수 만나러 가야…양해 부탁”
27일 오전 경북 영주시 번영로에 마련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유세장에서 연예인 유세단이 윤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선대본부 공보단은 이날 오전 언론 공지를 통해 “윤 후보가 오늘 사정상 유세에 참석하지 못함을 알려드린다”며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관련 입장 표명을 이유로 27일 예정됐던 경북 지역 유세 일정을 급작스럽게 취소하면서, 일정을 전달받지 못한 유세 현장에선 윤 후보의 참석 여부를 놓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국민의힘 경북 지역 의원들은 “곧 윤석열 후보가 도착할 것”이라는 말만 반복하다 결국 윤 후보의 ‘노쇼’가 확정된 직후, 지지자들에게 큰절 사과에 나섰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9시 경북 영주시 하망동에서 선거 유세에 나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유세 시작 20분 전인 오전 8시40분,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공보단이 윤 후보의 유세 일정 전면 취소 소식을 문자메시지로 공지할 때까지, 현장에서는 아무도 이런 사실을 알지 못 했다.
현장에선 윤 후보의 유세를 보기 위해 지지자들이 약 1시간 전부터 삼삼오오 모여들었고, 개그맨 김종국씨 등 연예인 유세단이 사전 유세로 한창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윤 후보의 일정 취소를 알리는 문자메시지가 전달된 이후에야 무대에 올랐던 김정재·박형수 의원 등 경북 지역 의원 등이 여기저기로 전화를 거는 분주한 모습이 포착됐다. 윤 후보의 유세 시작 시간에 맞춰 현장에 도착한 선대본 대변인단도 윤 후보의 위치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현위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당황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전 9시가 임박할 때까지도 사회자는 청중들에게 “곧 우리 윤석열 후보가 도착하십니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지지자들은 “윤 후보가 오면 사진을 찍을란다”라며 윤 후보가 오를 단상이 잘 보이는 쪽에 자리를 잡으려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일부 시민들은 취재진과 대변인단이 모여 있는 유세장 밖을 지나가다 “윤석열 후보가 여기에 오는 것이냐”고 묻고 대변인들과 사진을 촬영하는 등 들뜬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도 윤 후보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유세를 보러 온 시민들도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오전 9시가 지나자 김정재(포항시 북구) 의원과 김관용 전 경북지사, 송언석(김천시)·임이자(상주시·문경시)·김영식(구미시을)·박형수(영주시) 의원이 연이어 무대 위에 올라 윤 후보의 연설 시간을 채웠다. 경북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인 김정재 의원은 “우리도 사전투표 해서 민주당에 선빵을 날려야 한다”고 말했다. 송언석 의원은 “영주와 김천을 다니는 경북선 열차 전철화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이거 하려면 3월9일에 윤석열 후보를 통으로 뽑으면 무조건 된다”고 말했다. 임이자 의원은 “민주당 여성 국회의원들한테 한번 묻고 싶다. 여성운동한다고 큰소리 뻥뻥 쳐놓고 형수에게 대놓고 욕설을 하는 이재명을 지지하느냐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연설에서 윤 후보의 불참 이유에 대한 설명은 나오지 않았다.
이윽고 유세기획단장을 맡은 박종희 전 의원이 무대에 올라 “여러분들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우리 윤석열 후보가 오늘 새벽에 영주·봉화 우리 구민들을 뵈러 오시려고 했는데 갑자기 중요한 일정이 생겼다. 그게 뭔가, 여러분”이라고 물었고, 청중들은 “단일화”라고 외쳤다. 이어 박 전 의원은 “(윤 후보가) 어제밤에 서울 은평구에서 저녁 7시반에 유세를 마치고 안철수 후보를 만나기 위해서 기다렸는데 안 후보가 호남 유세를 하러 간다고 기차를 타고 가버렸다. 그래서 오늘 하루종일 안 후보를 만나러 다녀야 한다”며 “그래서 오늘 불가피하게 경북 지역 유세를 모두 취소한다. 여러분 양해해주겠나”라고 말하자, 일부 청중들이 “네”라고 답했다. 경북 지역 의원들은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건설 추진 △영주댐 수생태 국가정원 조성 추진 △남북9축 고속도로 조기 건설 추진 △백두대간 산림바이오 휴양산업 육성 추진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등 지역 공약을 유세차 화면에 띄우는 등 윤 후보의 불참으로 가라앉은 유세장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1시간10분가량 유세를 마무리하면서 박형수 의원은 “주민 여러분, 실망이 크시죠? 윤 후보 못 봐서”라고 물은 뒤, “(윤 후보가) 오늘 새벽 5시에 출발하기로 돼 있었다. 조금 전 유세기획단장이 말한 것처럼, 우리가 정권교체를 꼭 하려면 단일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설사 단일화가 안된다고 하더라도 성의를, 진심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국민들이 ‘정말 정권교체를 해야 하겠구나’ 하는 마음을 먹는다”며 윤 후보를 대신해 연신 사과했다. 그러면서 사과의 뜻을 담아 경북 지역 의원들이 무대 위에서 청중들을 향해 큰절을 했다.
이날 경북 영주시에 이어 안동시·영천시·경산시·경주시 등 5곳의 유세는 윤 후보 없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오전 경북 지역 유세 전면 취소를 공지한 지 2시간30분가량 지난 오전 11시13분께 국민의힘 선대본 공보단은 윤 후보가 이날 오후 5시45분 경북 포항시 죽도시장 일정에서부터 유세를 재개한다고 알려왔다. 오는 28일에는 강원도 유세에 나설 예정이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단일화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저의 유세를 기다리고 계셨던 경북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한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단일화 불발 ... “안철수 쪽이 결렬 통보” 윤석열, 협상 과정 공개
“오늘 아침 9시 단일화 결렬 통보를 최종 받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 들어서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27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쪽과의 야권 단일화 협상 과정을 공개하며 “오늘 아침 9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쪽으로부터) 단일화 결렬 최종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시간과 장소를 정해준다면 지방 가는 중이라도 차를 돌려 찾아뵙겠다”며 안 후보의 답변을 요구했지만, 이례적으로 협상 과정을 밝히며 결렬의 책임을 안 후보에게 돌리는 듯한 인상을 남겨, 야권 후보 단일화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지는 모양새다.
윤 후보는 이날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저는 오늘 이 시간까지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를 위해 진실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왔다”며 “우리 당 의원과 전권을 부여받은 양 대리인이 만나 진지한 단일화 협상을 이어왔다. 특히 어제는 양측의 전권대리인들이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회동했고 최종 합의를 이뤄서 저와 안 후보에게 보고가 됐다. 안 후보와의 회동 일정 조율만 남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협상 채널은 국민의힘에서는 장제원 의원이, 국민의당에서는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이 맡았다고 한다. 이어 “다시 저녁에 그간 완주 의사를 표명해온 안 후보께서 완주 철회를 위한 명분을 조금 더 제공해달라는 요청이 있으셨고 그래서 저는 안 후보 자택 방문해서 정중한 태도를 보여드리겠다고 전달했다.
그러나 거기에 대한 답을 듣지 못했고 안 후보께서 목포로 출발하셨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양쪽에 전권대리인은 또다시 오늘 새벽 0시 40분부터 새벽 4시까지 다시 협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어 윤 후보는 “안철수 후보 측으로부터 제가 오늘 오전에 기자회견을 열어서 안철수 후보에게 회동을 공개 제안해달라는 이런 요청을 하셨고 저는 이를 수락했다”며 “양측 전권대리인이 오늘 아침 7시까지 회동 여부 포함해 시간 장소 결정해 통보해주기로 협의했는데,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 아침 9시 단일화 결렬 통보를 최종 받았다”고 안 후보에게 책임을 돌렸다.
윤 후보는 단일화 협의가 결렬된 이유에 대해 “저희도 알 수 없다”며 “그쪽에서도 오늘 아침에 답이 와서 이유를 물었더니 이유를 모르겠다. 특별한 이유 없는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을 뿐”이라고 했다. 최종 협상안에서 여론조사 방식 단일화가 포함됐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실제로 대리인 사이의 단일화 협의 과정에서 여론조사 얘기는 한 번도 나온 적 없다. 여론조사 역선택 막을지 등도 전혀 협상 테이블에 올린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안 후보가 여론조사 단일화를 제안했지만 실무협의 과정에서는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날 오전 경북 거점 유세 일정을 전격 취소했던 윤 후보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포항으로 이동해 유세 일정을 재개한다. 김해정 장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