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조사가 이뤄졌다면 그 결과를 밝혀야 하고,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
이는 대장동 사건을 다루는 검찰의 태도를 보여주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박용현 | 논설위원
대장동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정영학 회계사와 통화하면서 “윤석열이는 형(김씨 본인을 지칭)이 갖고 있는 카드면 죽어”라고 말한 녹취록이 보도됐다. 아직 일방적인 발언일 뿐이고, 사실일 경우 ‘카드’의 내용이 뭔지도 봐야 한다. 하지만 맥락상 그 자체로 주목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다.
우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김씨의 관계는 이미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윤 후보 부친이 급히 내놓은 단독주택을 김씨 누나가 매입한 사실이 드러났는데, 이에 대한 유일한 해명은 ‘지극한 우연’이라는 것뿐이었다. 개를 키우기 위해 마당 있는 집을 물색했다는 김씨 누나는 그 집에 살지도 않는다. 의문투성이다. 또 윤 후보가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 때 대장동 사업자에게 1천억원대의 불법 대출을 알선한 조아무개씨를 처벌하지 않은 사실도 논란이 됐다(조씨는 이후 수원지검의 재수사로 구속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윤 후보는 주임검사였고, 조씨의 변호인은 윤 후보와 검사 시절부터 친분이 두터운 박영수 전 특검이었다. 조씨에게 박 전 특검을 변호인으로 소개해준 사람이 김만배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박 전 특검은 화천대유가 대장동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인 2015년 화천대유에 5억원을 송금하고 화천대유 고문을 지냈으며, 딸이 화천대유에 취직해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이런 맥락 속에서 김만배씨의 ‘카드’ 발언은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또 하나의 판단 자료가 된다. 윤 후보는 김씨와는 “상가집에서 눈인사 한번 한 사이”라고 했다. 이 해명의 진위는 유권자들의 후보 평가에서 중대한 의미를 지닐 것이다.
녹취록에서 김씨가 윤 후보를 언급한 짧은 대목의 앞뒤로는 전혀 다른 화제의 대화가 오간다. 정영학 회계사가 화제를 돌려 묻는다. “참, 정신이 없으시지 않으셨나요? 윤석열 특검부터 해갖고. 특검이 아니라, 그 국감.” 녹취 시점인 2020년 10월26일은 검찰총장이던 윤 후보가 그해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크게 주목받은 며칠 뒤였다. 김씨는 당시 언론사에 몸담고 있었다. 근황을 묻는 정 회계사의 말에 김씨는 ‘카드’ 발언으로 답한다. 뜬금없게 들리는 대화다. 이 ‘뜬금없음’이 오히려 평소 갖고 있던 생각을 불쑥 드러낸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키운다.
검찰이 녹취록을 검토했다면 ‘카드’의 진위 및 내용을 조사할 필요성을 충분히 느꼈을 법하다. 표현의 수위로 볼 때도 김씨가 말하는 ‘카드’가 사실이라면 심각한 내용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검찰은 조사가 이뤄졌다면 그 결과를 밝혀야 하고,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 이는 대장동 사건을 다루는 검찰의 태도를 보여주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지난해 11월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사건은 업체 선정 및 사업 설계 과정의 특혜 의혹과 정관계·법조계에 대한 로비 의혹을 두 축으로 한다. 검찰 수사는 전자를 중심으로 이뤄진 반면, 이른바 ‘50억 클럽’을 위시한 로비 의혹 수사는 5개월이 넘도록 지지부진했다.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퇴직금 50억원을 받은, 누가 봐도 상식 밖인 사실관계에도 불구하고 곽상도 전 의원은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검찰은 두달 만에야 구속영장을 재청구해 4일 영장실질심사가 열린다. 김만배-정영학 대화 녹취록에는 “○○ 아버지(곽 전 의원)는 돈(을) 달라고 그래. ○○ 통해서” 등 금품 요구와 전달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까지 나오는데 검찰 수사가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수사 의지를 의심케 한다. 박영수 전 특검은 지난해 11월 한 차례 소환조사한 뒤 수사 진척이 감감무소식이다. 비교적 최근까지 검찰에 몸담았던 최재경 전 민정수석이나 김수남 전 검찰총장은 아예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여론에 밀려 수사하는 시늉을 내면서도 ‘검찰 식구’는 최대한 봐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윤 후보 관련 발언을 조사하지 않았다면 검찰 수사가 원칙이 아닌 정치적 고려에 좌우됐다는 뜻이 된다.
이와 관련해 녹취록을 내놓지 않으려고 애쓰던 검찰의 태도도 곱씹게 된다. 검찰은 이 녹취록을 결정적인 수사 증거로 사용해놓고, 정작 기소된 피고인 쪽에는 복사를 허용하지 않으려 했다.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복사된 녹취록이 언론에 유출돼 보도된다는 등의 이유였다. 하지만 법원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이라는 원칙에 따라 복사를 허용했다. 검찰은 왜 원칙을 거스르면서까지 그토록 녹취록을 넘기지 않으려 했는지 궁금하다.
녹취록은 검찰의 수사자료를 넘어 이제 국민의 알 권리 대상이 됐다. 대장동 사건이 대선의 최대 쟁점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형사재판의 원칙상 피고인 쪽에 넘겨야 하는 것은 물론, 이 시점에서는 국민에게도 공개해야 마땅하다. 검찰이 선별한 내용만 공개되고, 국민의 판단이 거기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선거라는 정치적 의사 결정 과정에서 무엇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판단하는 것은 검찰이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유명한 판결이 지적하듯, “언론과 공론의 영역에서는 모든 사람이 스스로 진실의 파수꾼이 돼야 한다. 헌법은 공권력이 우리를 대신해 진실·거짓을 가려주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 ‘황무성 사퇴 압박 의혹’ 이재명 · 정진상 무혐의
대장동 개발 사업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사직서 본인이 작성…공모지침서 위조 증거 없어”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이 지난해 10월24일 참고인 신분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황무성 초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사퇴 압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정진상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 부실장(전 성남시·경기도 정책실장)을 무혐의 처분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황 전 사장 사퇴 압박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 후보와 정 부실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을 무혐의 처분했다고 3일 밝혔다. 검찰은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 녹취록, 사직서, 관련 공문 등을 종합한 결과 유한기 전 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다른 피의자들과 공모하여 황 전 사장의 사직을 강요(협박)했다거나 직권을 남용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황 전 사장 명의의 사직서는 본인이 작성 및 전달한 것이고, 개발사업 공모지침서도 결재 과정에 비춰 볼 때 위조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황 전 사장은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가 자신도 모르게 바꿔치기 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경기 고양시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유한기 전 개발사업본부장에 대해서는 피의자 사망에 따른 ‘공소권 없음’으로 처분했다.
앞서 수사팀은 지난해 10월 공사 초대 사장을 지낸 황 전 사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며 대장동 개발 사업 초기인 2015년 2월6일 유한기 전 본부장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과 정진상 부실장 등을 언급하며 황 전 사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내용이 담긴 40분 분량의 녹취파일을 확보했다. 이 녹취록은 국민의힘 등을 통해 공개됐고, 한 시민 단체는 이 후보와 정 부실장 등이 황 전 사장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이들을 고발했다. 이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이이서 오는 6일 시효가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지난달 고발인이 재정신청을 해 시효는 중지된 상태였다. 재정신청은 고발인이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대신 판단을 내려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로, 공소시효 만료 30일 전까지 공소를 제기하지 않았을 때도 검찰 처분 전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다. 검찰은 “고발인이 재정신청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의 점에 대해 불기소처분하면서 사건 기록을 법원에 송부하기 위해 오늘 서울고검에 인계했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황 전 사장 사퇴 압박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후보를 상대로 서면 조사 등을 벌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공보검사는 “관계인 진술 등에 비춰 지시, 공모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강재구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해 12월29일 오후 경북 울진군 북면 한울원자력본부를 방문해 현재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원전 3, 4호기 부지를 둘러 본 뒤 발언하고 있다. 사진 뒤로 보이는 원자력 발전소 돔은 공정률 99%에 시험 운전 중인 한울 1, 2호기다.
3일 열린 첫 TV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를 가장 곤혹스럽게 한 주제는 ‘기후·환경’ 부문이다. 해당 부문에 대한 윤 후보의 정책 이해도는 실수로 얘기하기 어려워 보일 만큼 반복적이었다. 사실상 학습이 덜 된 ‘이해 결핍’의 상태가 지속되는 셈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이나 ‘유럽연합의 택소노미’와 같이 세계 각국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책을 쏟아내며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주요 기후·에너지에 대한 개념어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대선 토론회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2시간 동안 진행됐다.
토론회 말미, 이 후보는 윤 후보에게 “RE100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고 묻자 윤 후보는 “그게 뭐죠?”라고 되물었다. ‘RE100’은 기업들이 ‘2050년까지 풍력·태양광 등 재생가능에너지(Renewable Energy)를 100% 활용하는 자발적 약속’을 의미한다. 영국 런던에 있는 국제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이 2014년에 시작했다.
세계 주요 기업들은 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일 것을 요구받으며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RE100 선언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고 있다. 3일 더 클라이밋 그룹 누리집을 보면, 현재까지 RE100에 가입한 글로벌 기업은 349곳에 이른다. 애플, 구글, 메타(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에어비앤비, 3M, 샤넬, 듀퐁, 지엠, 존슨앤존슨, 나이키, 스타벅스, 버버리, 이베이, 피앤지, 화이자, 랄프로렌, 앱손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재생에너지만을 이용해 기업을 운영하려면 정부와 기업이 재생에너지 시설 확충을 해야 한다는 현실적 과제가 있지만 변화를 요구받는 것도 현실이다.
결국 국제사회에서의 기업 경쟁력과도 연결이 되기 때문에 현재 국내기업 중에도 지난해 10월 기준 에스케이 그룹, 아모레퍼시픽, 한국수자원공사 등 10여개 회사가 참여하고 있다. 최근 상장 과정에서 114조원이 넘는 증거금이 몰린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해 가입했다. 현대자동차, 기아 등도 참여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이런 국제 흐름을 감안해 국내 공기업·민간기업들의 RE100 현황을 두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질타가 쏟아졌다. 하지만 이날 윤 후보는 “알이백이 뭐죠?”라고 되물었을 뿐이고, 내용이나 의미는 이 후보가 설명했다.
윤 후보의 학습 부족은 다른 소재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화석연료 대신 우라늄을 사용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발전으로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강조하며 원자력 전문가들을 캠프에 대거 등용했으나, 유럽연합 소속 국가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원전의 친환경성 여부를 둘러싼 주요한 논쟁에 대해서는 설명하는 게 거의 없었다. 그가 중요하다고 강조해온 산업·금융계와 직결되는 기후대응 체제라 부를 만한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에 대해서도 대선후보 간 대화가 쉽지 않아 보였다.
최근 유럽연합이 최종안을 확정한 ‘택소노미’에는 원자력발전이 포함되어 반대 의견을 냈던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과 찬성 의견을 냈던 프랑스와 동유럽 사이 갈등이 높아지는 형국이다. 그만큼 첨예한 이슈다. 한국도 많은 관심과 논쟁 속에서 국내 택소노미를 최근 확정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윤 후보는 이 후보가 유럽연합 택소노미 결정을 거론하며 ‘한국 택소노미를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취지의 질문에 “이유(EU·유럽연합)… 뭐죠?”라며 되물었을 뿐이다.
수소 경제에 대해서도 윤 후보는 답하길 주저하는 모습이다. 수소 에너지는 생산 방식에 따라 그레이·블루·그린 수소로 구분한다. 그레이수소는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과 고온의 수증기를 촉매 화학반응을 통해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만든다. 약 1㎏의 수소를 생산하면서 이산화탄소를 10㎏ 배출해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되지 못한다. 현재 생산되는 수소의 95%가량이 그레이수소다.
블루수소는 생산 방식은 그레이수소와 같으나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 기술(CCS)을 이용해 저장하는 방식이다. 나아가 태양광과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얻은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생산한 그린수소가 있지만, 한국에서는 화석연료를 이용하지 않는 그린수소 생산은 요원한 상황이다. 그러나 윤 후보는 “블루수소 생산 산업과 관련된 비전이나 생각 갖고 계시면 말씀해달라”는 이 후보의 질문에 “미래 산업의 핵심이 재생에너지에 있지 않다고 본다”는 동문서답 격 답변을 했다. 이에 이 후보는 블루수소 개념을 다시 설명해야 했다.
일련의 이해 수준을 두고, 실수나 생중계 현장에서의 부담으로 해석하긴 어려워 보인다. 지난달 11월 초 윤 후보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도 사실상 재검토해 하향조정할 뜻을 밝혀 논란이 됐다. ‘산업계와의 논의 절차가 없어 부담이 된다’는 것을 이유로 내세워 정부 비판 소재로 삼았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앞선 11일1일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안은 2018년 배출총량 대비 40%를 감축하겠다는 내용으로, 국제사회에 공식 약속한 것이다. 국제사회가 되레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해마다 상향조정하라고 압박하는 상황에서, 윤 후보의 하향조정은 한국이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하거나 국제사회에서의 ‘무시’를 감수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청년기후단체네트워크 플랜제로 활동가들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연 ‘기후대선 실현을 촉구하는 2030 청년세대 긴급 기자회견’에서 각 당 대선후보에게 기후위기 토론회 개최를 촉구하는 상징극을 하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해 7월 한 행사장에 ‘탄소중립’을 “탄소중심”으로 잘못 인쇄한 마스크를 쓰고 참석해 입길에 오른 바 있다. 윤 후보 쪽은 지난달 25일 ‘미세먼지 감축 의무화’를 이미 7년 전부터 실행 중인 ‘온실가스 감축 의무화’로 잘못 발표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캠프 쪽은 “실수”라고 해명했다.
기후청년단체들이 꾸준히 기후변화를 주제로 원포인트 토론회를 열 것을 요구했다. 다른 세 명의 후보는 윤 후보가 참석한다면 토론에 응하겠다고 했지만 윤 후보가 토론에 나서기를 거부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윤 후보 쪽은 <한겨레>에 “다른 토론회 일정이 많아 현실적으로 원포인트 토론회에 참여하기 어렵다”라며 거절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최우리 임인택 김남일 기자
대장동 · 사드부터 미투 · 연금개혁… 후보들 2시간 공방
이재명 대장동 의혹 · 윤석열 사드 추가배치론 두고 주된 설전
안철수 · 심상정, 연금개혁 · 미투 등 거론 가세… 사안별 협공도
방송토론회 참석해 기념촬영하는 대선후보들= 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주최한 대선후보토론회가 열린 3일 서울 KBS 스튜디오에서 정의당 심상정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 국민의힘 윤석열 ·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왼쪽부터)가 토론회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여야 대선후보 4인은 3일 밤 KBS·MBC·SBS 등 방송 3사 합동 초청 TV 토론회에서 불꽃 튀는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둘러싼 '대장동 개발 의혹'부터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제기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추가 배치 주장 등을 주제로 2시간 동안 설전이 이어졌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각자 연금개혁, 불평등 해소, 미투 등 첨예한 이슈를 제기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 대장동 공방으로 시작…"시장이 바보여서?" "특검 뽑는 자리 아냐"
윤 후보가 먼저 이 후보를 향해 "성남시장으로서 대장동 개발 사업에 들어가는 비용과 수익을 정확히 가늠하고 설계한 것이 맞느냐"고 포문을 열자 이 후보는 "제가 일부러 국감을 자청해 이틀 동안 탈탈 털(리)다시피 검증됐던 사실"이라고 응수했다.
이 후보는 "공공개발 못 하게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포기시키고 부정 대출 봐주고 뇌물 받아먹고 이익 취하고 이랬던 국민의힘 또는 윤 후보께서 하실 말씀은 아니다"라고 반격했다.
윤 후보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어떻게 김만배나 남욱, 정영학 등 합쳐서 3억 5천만원 넣은 사람에게 1조원 가까운 이익이 돌아가게 설계했느냐는 것"이라며 "마음대로 시장을 제쳐놓고 만든 것이냐. 아니면 후보께서 시장 시절에 너무 위험성이 커서 리스크는 3억 5천(만원)밖에 없지만 남는 것은 다 먹게 설계해준 것이냐"고 다시 따졌다.
그러자 이 후보는 "이건 생각보셨느냐. 저축은행 대출비리는 왜 봐줬을까? 우연히 김만배씨 누나는 왜 (윤 후보) 아버지의 집을 샀을까"라고 역공을 펼쳤다.
윤 후보가 "제 질문에 대해 다른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답을 못 한다"고 하자 이 후보는 "특검 뽑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윤 후보는 "도대체 시장(市長)이 바보여서 밑에 사람이 다 조 단위 이익을 해 먹고 기소가 된 거냐? 아니면 시장이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해서 설계한 거냐?"라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이 후보 공격에 가세했다.
안 후보는 "본질은 1조원에 가까운 이익이 민간에 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심 후보는 이 후보를 향해 "공공주택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몰랐다"며 "대장동 사업을 보면 성남시 임대아파트를 한 채도 안 지으셨잖느냐"고 비꼬았다.
이에 이 후보는 "공공주택은 자치단체에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중앙정부에서 만드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 사드 · 선제타격론도 첨예…"경제 망친다" "다층적 방어"
이 후보는 윤 후보의 사드 추가 배치 입장과 관련, "수도권에 하면 고고도미사일은 해당이 없는데 왜 다시 설치해서 중국의 반발을 불러와 경제를 망치려고 하느냐"며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도 추가 사드가 필요없다고 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윤 후보는 "북한에서 수도권을 겨냥할 경우에는 고각 발사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당연히 수도권에 필요하다. 그러나 이 요격 장소는 꼭 수도권이 아니어도 (되고) 군사적으로 정해야 될 문제"라며 "브룩스 전 사령관은 성주에 있는 사드를 패트리엇 등 저층 방어 시스템과 연계했을 때 더 효과적이라고 한 것이지, 그분이 사드 추가배치가 필요 없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사드 추가 배치 및 대북 선제타격론과 관련해서는 심 후보도 윤 후보를 저격했다.
심 후보는 "수도권 방어를 하려면 개성쯤에 사드를 배치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또 북한이 잠수함으로 측면에서 공격하면 방어가 불가능하다"며 "그래서 군에서 어떤 전문가도 사드 배치 얘기를 안 하는데 정치인들이 나서서 얘기하는 자체가 안보 포퓰리즘"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윤 후보는 "그건 잘못 아는 것이다. 격투기 싸움을 한다면 옆구리도, 다리도, 복부도, 머리도 방어해야 한다"며 "다층적으로 고고도, 중고도, 저고도, 측면공격 등 다양한 방어체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심 후보는 윤 후보의 대북 선제타격론을 겨냥해서도 "대통령 후보로서 매우 경솔한 발언"이라며 "국민들은 정치 초년생 윤석열 후보가 이렇게 선제타격을 운운하면서 전쟁 가능성을 거론한 것에 대해서 매우 불안해하고 계신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윤 후보는 "전쟁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서"라며 "지금 민주당 정부에서 만든 국방백서에 3축 (미사일 방어)체제의 선제타격(에 해당하는) 킬체인이 있고, 정권 초기에 우리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국방부를 방문해 킬체인을 차질 없이 준비하라고 했다"고 답했다.
안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사드 '3불(不)'을 두고 이 후보에게 "그대로 유지해야 하느냐. 너무 굴욕적인 중국 사대주의 아니냐"며 "우리가 자주권을 잃어버린 정도의 심각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사드 3불은 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화 등 3가지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갈등, 분열, 증오를 심어서 정치적 이익을 획득하는 건 방식의 정치를 하지 않는 게 좋겠다"며 "특히 중국과 관련해서는 우리의 무역의존도, 협력관계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예전에 사드 때문에 연 22조원 피해봤지 않느냐"고 답했다.
◇ 추경 · 재벌해체론에 미투 발언, 노동이사제 등 두고 격돌
이 후보는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과 관련해 "35조원 추경을 조건 달지 말고 국채 발행을 확대해서라도 하자고 말할 용의가 있느냐"고 따지자, 윤 후보는 "그 돈을 어디 어떻게 쓸 것인지 정해놔야 국채를 발행하든, 초과 세수를 쓰든, 지출조정을 하든 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윤 후보가 "2017년 대선 출마하기 전이나 출마 직후에 '재벌 해체에 정말 내 목숨을 건다'고 했는데 지금도 그런 생각인가"라고 묻자 이 후보는 "재벌 체제 해체를 말한다. 재벌의 1인 지배체제, 내부거래, 부당상속, 지배권남용 등 문제를 해체하고 정상적인 대기업군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반대로 이 후보가 윤 후보의 증권거래세 폐지 공약 번복을 지적하며 "(공약을) 뒤집은 거냐"고 몰아세우자, 윤 후보가 "뒤집은 거다. 양도소득세를 포함한 새로운 금융과세 제도가 부적절하다고 본 것"이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심 후보는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중 안희정 옹호 발언을 문제 삼으며 "정말로 성범죄자 안희정씨 편이냐"고 추궁했다.
이에 윤 후보는 "저는 안희정씨나 오거돈, 박원순씨나 다 권력을 이용한 성범죄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심 후보는 이 후보를 향해서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개돼지 취급받지 말고 낙수효과 기대 말라고 하셨는데 5·5·5 공약이야말로 전형적인 낙수경제의 목표"라며 "파이를 키워서 불평등을 해결하자는 것 거짓말이잖냐. 지금 세계10위권 경제대국 됐는데 불평등은 계속 심화된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경제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자는 것과 특정 대기업, 특정 산업을 키워서 혜택을 보자는 것은 전혀 다르다"고 답했다.
안 후보는 윤 후보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에 찬성한 것을 두고 "민간기업으로까지 확산할 경우 기업들이 민주노총의 지배를 받아 경제에 치명적인 손실을 끼칠 수 있다"고 따졌다.
이에 윤 후보는 "한수원에 노동이사제가 있었다면 월성원전이 경제성 평가 조작으로 저렇게 쉽게 문 닫게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안 후보는 연금개혁 이슈를 먼저 꺼내며 "국민연금 개혁은 누가 대통령이 돼도 하겠다고 우리 네 명이 공동 선언하는 게 어떤가"라고 묻기도 했다.
이에 이 후보는 "좋은 의견"이라고 화답했다. 윤 후보도 "이 자리에서 약속하자"고 공감했다.
윤석열 “이 후보가 대장동 설계”- 이재명 “그분들, 윤 후보 부친 집 사줘”
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주최한 대선 후보 토론회가 열린 3일 서울 한국방송 스튜디오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 사진)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3일 방송3사 공동 주최로 열린 대선 후보 첫 토론회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장동 공방’을 펼쳤다. 윤 후보가 먼저 맹공을 펼치자, 이 후보는 “대장동 개발로 자신이 이익을 본 것이 없다”며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에서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가 윤석열 후보의 약점을 알고있는 듯한 발언한 내용이 담긴 것을 겨냥해 “윤 후보가 책임질 일 아니냐”며 역공했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8시 <한국방송>(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방송3사 공동주최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첫 토론 주제인 ‘부동산’ 토론에서부터 대장동 공방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첫 발언 순서로 나서 대장동 사태를 거론하면서 “이런 권력과 유착된 부정부패에서 비롯된 반칙, 특권들이 우리 사회 갈등을 심화시키고, 미래 세대에 좌절감을 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를 향해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때 대장동 도시개발로 김만배 등이 3억5000만원을 투자해서 시행수익, 그리고 배당금으로 6천400억을 챙겼는데, 여기에 관해서 작년 9월 기자회견에서 ‘이 설계를 내가 했다’, 또 10월 서울 공약을 발표한 기자간담회에서 ‘엄청난 이익이 발생하는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성남시 몫이 얼마나 확실히 확보될지 설계한 것이다, 다시 하더라도 이렇게 하겠다’고 말씀했다. 이 후보께서 시장으로서 대장동 개발 사업에 대해 들어가는 비용과 수익을 정확히 가늠하고 설계한 것은 맞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후보는 “국민에게 실망시킨 점을 사과드린다”고 말한 뒤 “제가 일부러 국정감사를 자청해서 이틀 동안 탈탈 털다시피 다 검증했던 사실이고, 또 최근에 언론까지 다 검증했던 것이다. 가능하면 국민의 민생과 경제 이야기를 많이 하시면 어떨까 싶다”며 주제 전환을 시도했다.
이어 윤 후보는 ‘대장동 공격’을 멈추지 않았지만, 이 후보도 이번에는 대장동 사태와 윤 후보와의 연관성을 제기하며며 응수에 나섰다. 윤 후보가 “지난번 법정에서도 김만배씨가 ‘이 설계는 시장의 지시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개발 사업에서 어떤 특정인 또는 몇사람에게, 3억5000만원 투자한 사람에게 배당받을 수 있는 최상한선인 캡을 씌우지 않고 이렇게 설계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 있는 게 아닌가”라며 대장동 사태를 파고들자 이 후보는 “(저는) 공공 환수를 5천800억까지 했고, 국민의힘이 이익을 주기 위해, 민간 개발하기 위해 그렇게 난리를 치지 않았나. 업자들이 이렇게 말한다. ‘이재명 시장 12년동안 찔러봤더니 씨알도 안 먹히더라’라고. 그렇게 말했던 분들이 윤 후보 보고 ‘내가 한마디 하면 죽는다’고 이렇게 이야기를 하잖나”라며 김만배씨가 ‘윤석열, 형이 가지고 있는 카드면 죽어’라고 발언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 ‘정영학 녹취록’을 겨냥했다. 이어 이 후보는 “저는 이익을 본 일이 없다. 윤 후보는 부친 집을 관련자들이 사주지 않았느냐”라며 김만배씨 누나가 윤 후보 아버지의 집을 시세보다 싸게 매입했던 사실을 거론하며 역공에 나섰다.
이에 대해 윤 후보가 “사주다니”라며 불쾌한 듯 반응하자, 이 후보는 “저는 아무런 이익이 없었던 점을 보면 오히려 윤 후보가 더 책임져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토론 중에도 “대장동 개발이익 환수를 포기하면서 특정 민간에게 1조원 이익을 몰아준 건 개발이익 완전환수제와는 전혀 다른 방향”이라는 안 후보의 지적에 “바로 그것이다”라며 “이번에 개발이익 환수법을 제정하자고 했더니 국민의힘에서 막고 있다. 윤 후보께서 국민의힘이 막아서 못 만드는 개발이익 환수법을 찬성하시고 입법하라고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직격했다. 오연서 기자
취임 뒤 정상회담 우선순위…이 “상황에 따라” vs 윤 “미-일-중-북”
대선 후보 첫 토론회
안철수, 미국-중국-북한-일본 순
심상정, 4명 중 유일하게 “북한”
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주최한 대선 후보 토론회가 열린 3일 서울 한국방송 스튜디오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 사진부터)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여야 대선후보 4인은 3일 첫 티브이(TV)토론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만날 주변 강대국 정상들의 ‘우선순위’를 두고 뚜렷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날 외교·안보 주도권 토론에서 ‘대통령 취임 후 한미일 북한 정상 중 누구와 먼저 정상회담을 할 것이냐’는 공통 질문에 “우리는 소위 대양세력과 해양세력이 충돌하는 반도국가에 위치해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가 중요하다“며 “미국 먼저냐, 중국 먼저냐, 북한 먼저냐 할 필요가 없다. 그때 상황에 맞춰 협의를 해 보고 가장 유용한, 효율적인 시점에 가장 효율적인 상대를 만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미국 대통령, 일본 수상(총리), 그리고 중국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위원장 순서로 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민주당 집권 기간 동안 친중·친북의 굴종 외교를 하는 가운데 한미·한일 관계가 무너져서 이것을 정상적으로 회복하는게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도 “저는 한미동맹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미국 정상과 가장 먼저 만나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다음이 중국이다. 중국의 여러 지원 때문에 (북한이) 버티는 측면이 많은데, 국제 규범에 따라서 조치가 필요하다”며 “다음은 북한이라고 생각하고 그 다음이 일본”이라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4당 후보 중 유일하게 첫 회동 상대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꼽았다. 심 후보는 “(북한이) 공멸로 가는 오판을 하지 않길 바란다”며 “지금 대화가 절실하다. 2018년 싱가폴 합의에 기초해서 북미 대화가 시급하게 재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되면 우선 남북 정상회담을 갖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필요하다면 4자 정상회담을 통해 해법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심우삼 기자
윤석열 “청약 만점 40점”…안철수 “84점입니다”
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주최한 대선 후보 토론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일 첫 대선 주자 토론회에서 84점인 주택 청약 만점을 두고 “40점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집이 없어 주택청약통장을 만들지 않았다”고 발언해 논란이 불거졌던 윤 후보가 다시 한 번 청약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을 드러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윤 후보는 이날 저녁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초청 2022 대선 후보 첫 토론회에서 “청약점수 만점이 몇 점인지 알고 있느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질문에 “40점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가 “84점”이라고 정정하자, 윤 후보도 따라서 ”아참 84점”이라고 했다.
안 후보는 이어 “3인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최고 점수가 64점”이라면서 “작년 서울지역 청약 커트라인이 어느 정도이냐”고 윤 후보에게 추가 질문했다. 그러자 윤 후보는 “만점에 거의 다 되어야…”라고 언급했다. 안 후보는 “62.6점”이라고 한 번 더 정정했다.
이런 질의·응답은 윤 후보가 내놓은 ‘군필자 청약 5점 가점’ 공약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윤 후보는 지난해 9월 이런 공약을 발표하면서 병역 의무 이행자에 대한 주택청약 가점에 대해 “군 생활을 하나의 직장 경험으로 보고 청약점수를 계산하는 데 포함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를 두고 2030 남성을 겨냥한 정책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안 후보는 이에 대해 “군필자에게 청약점수 5점을 더 주더라도, 5점을 더 받아서 청약에 안 될 사람이 당첨되는 그런 경우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며 “제 공약으로 따지면 세대별 쿼터제가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자 윤 후보는 “(군필자 청약점수 5점 가점은) 부동산 정책으로 냈다기보다 국방 정책의 일환으로 군필자에게 어떤 식의 보상과 혜택을 줘야 한다는 차원에서 제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후보를 향한 협공도 이어졌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도 윤 후보를 향해 “청년 원가 주택 공약을 하셨다. 80% 원가를 장기저리로 갚게 하겠다고 이야기하셨는데 서울에 24평 아파트를 원가 공급을 하면 아무리 못해도 6억은 되지 않나”라며 “20년 동안 2%로 저리로 원리금 상환하는 걸 계산해보니까 한 달에 250만원 내야 한다. 이거 금수저 청년들만 해당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윤 후보는 “청년 원가 주택은 서울이 아니고 수도권 광역도시철도가 연계된 신도시를 중심으로 한다고 말씀드렸다”면서 “집을 살 수 있는, 그리고 그렇게 해서 자산 축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후보들은 ‘대통령이 된다면 취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손 볼 부동산 정책은 무엇이냐’는 공통 질문을 받고 저마다의 집값 안정책을 꺼내 들었다. 이 후보는 “대대적인 공급정책을 시행하겠다”고, 윤 후보는 “대출 규제를 완화해 집을 사는데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임대차 3법을 개정하겠다”고 공약했다. 안 후보는 “현재 자가보유율을 임기 말까지 80%까지 올리겠다”고, 심 후보는 “공급정책은 44% 집 없는 서민들을 정책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정치권 합의를 끌어내겠다”고 강조했다. 김미나 심우삼 기자
‘기후’ 질문에 말문 막힌 윤석열…그간 기후정책·공약 보니
기후 · 환경 정책·공약 반복해 허점 노출
차기정부 핵심과제인데도 학습지체 모양새
3일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첫 합동토론회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가장 곤혹스럽게 한 주제는 ‘기후·환경’ 부문이었다. 해당 부문에 대한 윤 후보의 정책 이해도는 실수로 얘기하기 어려워 보일 만큼 반복적이었다. 사실상 학습이 덜 된 상태가 지속되는 셈이다.
지난해 11월 초 윤 후보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도 사실상 재검토해 하향조정할 뜻을 밝혀 논란이 됐다. ‘산업계와의 논의 절차가 없어 부담이 된다’는 것을 이유로 내세워 정부 비판 소재로 삼았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앞선 11일1일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안은 2018년 배출총량 대비 40%를 감축하겠다는 내용으로, 국제사회에 공식 약속한 것이다. 국제사회가 되레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해마다 상향조정하라고 압박하는 상황에서, 윤 후보의 하향조정은 한국이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하거나 국제사회에서의 무시를 감수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윤 후보는 지난해 7월 한 행사장에 ‘탄소중립’을 “탄소중심”으로 잘못 인쇄한 마스크를 쓰고 참석해 입길에 오른 바 있다. 윤 후보 쪽은 지난달 25일 ‘미세먼지 감축 의무화’를 이미 7년 전부터 실행 중인 ‘온실가스 감축 의무화’로 잘못 발표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캠프 쪽은 “실수”라고 해명했다. 임인택 기자
심상정 “정말 안희정 편이냐” 윤석열 “성범죄…김지은씨에게 사과”
“안희정·오거돈·박원순씨 권력 이용한 성범죄라고 생각” 답변도
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주최한 대선 후보 토론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일 진행된 대선주자 첫 티브이(TV) 토론에서 배우자 김건희씨의 ‘미투 비하’ 발언 관련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인 김지은씨에게 사과했다.
윤 후보는 이날 저녁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KBS) 사옥에서 열린 지상파 방송 3사 초청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정말로 성범죄자 안희정씨 편이냐”고 묻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질문에 “제 처가 제가 알지도 모르는 사람과 그렇게 전화를 했는지 모르겠지만”이라면서도 “저는 안희정씨나 오거돈씨나 박원순씨나 권력을 이용한 성범죄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7시간 통화’에서 “나랑 우리 아저씨(윤석열)는 되게 안희정 편이다”라며 피해자 김지은씨보다 안 전 지사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는 “2차 가해로 고통 받고 있는 김지은씨에게 이 자리를 빌어서 사과할 용의가 있냐”고 묻는 심 후보의 질문에 “제가 뭐 수차례 그것뿐 아니라…)”라고 머뭇거리다가, 심 후보의 질문이 거듭되자 “사과하겠다. 그렇게 마음에 상처를 받으셨다면, 제가 그런 말을 한 건 아니지만, 하여튼 그런 걸로 인해서 상처를 받으신 분에 대해서는 김지은씨를 포함해서 모든 분들에게, 하여튼 공인의 아내도 공적의 위치에 있으니까 사과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그의 답변에 심 후보가 “오늘 사과가 진심이라면 성별 갈라치기에도 변화가 있길 바란다”고 꼬집자, 윤 후보는 “갈라치기는 민주당이지 않나”라고 맞받았다. 배지현 심우삼 기자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펴낸 계간지 <재정과 개발>(Finance and Development) 겨울호는 ‘행복한 삶’(A Life Well Lived)이라는 주제로 세 나라를 살폈다 . 덴마크와 코스타리카, 뉴질랜드가 그 주인공이다. 이 세 나라는 유엔(UN)이 조사하는 세계행복지수에서 매년 상위권에 올랐고, 이는 코로나19 유행기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유엔 산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발표한 ‘세계 행복지수 보고서’에서도 덴마크와 뉴질랜드는 95개 나라 중 각각 3위와 5위, 코스타리카는 16위를 차지했다. 세 나라가 행복한 이유는 유사했다. 소설 <안나 카레리나>의 서문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처럼 . 다음은 주요 내용.
덴마크의 한 가정이 코로나19 테스트를 받고 있다. 자료: 국제통화기금(IMF)
■ 신뢰 굳건한 덴마크
코델리아 체스넛(36)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감염 테스트를 32번 이상 받았다. 감염 테스트는 봉쇄 조처 해제 대신 외부 활동을 위한 필수 전제 조건이어서다. 그는 배드민턴을 치고 싶을 때마다 무료이자 손쉬운 예약 절차를 밟아 검사를 받았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안전과 코로나19에도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 치러야 할 작은 대가”라고 말했다. 이는 덴마크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을 사회 공동 노력의 일부로 여기는 사례다.
시민들은 정부가 국민의 이익을 위한 정책을 실현한다고 믿으며 정부는 시민들이 사회 조직을 유지하는 데 힘을 다하리라고 믿는다. 코로나19 기간에도 사회적 신뢰는 계속됐고, 상대적으로 적은 인력으로 코로나19 확산을 통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자들은 행복과 만족 등 다양한 척도에서 꾸준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이유로 신뢰를 꼽는다. 신뢰의 근간은 관대한 실업 부조를 비롯해 무료 의료 및 교육, 두터운 보육 지원 등 튼튼한 사회복지제도다. 크리스티안 비욘스코프 오르후스대 교수(경제학)는 최근 펴낸 <북유럽 국가의 행복>이라는 책에서 신뢰라는 문화적 특성은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에서만 거의 유일하게 존재한다고 밝혔다. 또 덴마크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광범위한 사회 복지가 아니라 신뢰와 관용, 강력한 제도, 긴 경제 발전의 역사, 민주주의 등의 결합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행복’이 중요 의제로 등장하기도 한다. 2014년 코펜하게 인근 어촌 마을인 드라고르 의회는 행복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시장인 아이크 달 비드스트럽은 “우리 공동체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그들의 꿈은 무엇인지, 그리고 기본적으로 그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행복연구소와 함께 진행한 조사에서 시민들은 여가 시간을 위한 더 나은 사회 기반 시설을 원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따라 실내 수영장 건립과 스포츠 시설 개선, 노인 대상 프로그램 확대, 공공 공간 개선 등의 결과로 나타났다.
높은 청렴도 역시 굳건한 신뢰의 비결이다. 모겐스 리케토프트 국회의원은 “정치 시스템은 부패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정치체제에 신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청렴과 오랜 전통의 합의 문화(1900년대 초 이후 한 정당이 과반수를 차지한 적이 없다)와 효율 높은 정부 서비스 등 덕택에 시민들은 높은 조세 부담을 받아들인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가 교육, 보육, 노년기 돌봄, 건강 등을 지원하는 것이 기업과 노동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도 이해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물론 도전 과제도 있다. 그는 “이민자와 난민을 노동시장에 통합하는 어려움과 사회복지 부담으로 복지 혜택을 줄여야 한다는 논쟁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유행 기간 하나로 뭉쳤고 이에 다른 나라들에 견줘 덴마크는 바이러스 억제 정책을 효과적으로 펼칠 수 있었다. 마이클 뱅 피터슨 오르후스대 교수(정치학)는 덴마크외 7개국 40만명 이상을 조사한 결과, 덴마크 보건당국에 대한 높은 신뢰가 효과적인 방역의 핵심 요인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말 75% 이상이 예방 접종을 받았고,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일 때 성인 60% 이상이 매주 검사를 받았다.
“검사를 시행하면서,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를 침해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조금 걱정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서로를 위한 것으로 봤다. 국가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해서 받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 검사를 받았다. 그래서 훨씬 더 빨리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조사에서 90% 이상이 보건 당국에 대해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터슨 교수는 “정치 제도의 기능과 사회적 신뢰가 긴밀한 관계라는 증거”라며 “정부가 무언가 문제가 발생할 경우 도움을 준다는 것을 알고 있을 때, 근본적으로 다른 신민들을 신뢰하게 된다”고 말했다.
■ 순수한 삶의 코스타리카
코스타리카 한 농민이 나무를 깎고 있다. 자료: 국제통화기금(IMF)
‘푸라 비다’(pura vida). 순수한 삶(pure life)라는 뜻의 스페인어는 코스타리카에서 자주 들을 수 있다. 느긋한 생활상을 표현한다. 코스타리카 사람들이 왜 행복한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지난해 코스타리카는 세계 행복지수 보고서에서 16위였다. 체코를 제외하고 20위 안에 든 유일한 신흥국이다. 경제학자 마리아노 로하스 교수는 높은 행복이 강한 사회적 유대 관계와 공동체 의식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그는 “사람들은 따뜻하다. 삶의 속도는 더 느리다. 모두가 출세의 사다리를 타려는 경쟁사회가 아니다”고 말했다.
잘 마련된 복지 제도가 이를 뒷받침한다. 무상교육과 국가연금이 보장돼 있다. 남미에서 모든 인구에게 전기는 물론 식수가 공급되는 유일한 나라이자, 보편적 건강보험이 마련된 나라다.
수십년 동안 손쉽게 예방할 수 있는 종류의 죽음과 장애를 줄이기 위해 꾸준히 공중 보건 투자를 해왔다. 1970년대에는 영국 등 일부 선진국보다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높은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건에 투자했다. 이는 성과로 나타났다. 1985년까지 평균 수명은 남미 국가 가운데 가장 길었고 미국과 맞먹었다. 아동 사망률은 1970년 1000명당 74명에서 1989년 17명으로 떨어졌다.
특히 고유의 건강관리 모델은 돋보인다. 1990년대에 실현된 이 모델은 그동안 축적된 농촌·지역사회 보건 프로그램 경험을 토대로 구축돼 국가의 돌봄 문화를 변화시켰다. 모든 시민이 의사와 간호사, 지역사회 보건 종사자 등으로 구성된 1차 건강 관리 팀인 EBAIS에 배정돼 관리된다. 보건 종사자들은 해당 지역의 각 가정을 방문해 건강을 측정한다. 이들이 수집한 데이터는 보건 목표와 경과 추적, 집중할 고위험 분야 설정 등에 활용된다. 첫 도입은 도시가 아닌 가장 가난한 시골에서 시작했다.
“건강의 결정요인, 즉 사람들이 사는 환경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풍부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다. 단순히 병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보건 투자가 삶의 질과 조건을 개선할 수 있다는 데서 시작했다. 이는 건강과 웰빙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포괄적인 비전이다.”(마리아 델 로키오 산즈 마드리갈 전 보건부장관)
모델의 효과성은 명확한 증거로 뒷받침된다. 기대수명은 1990년 75살에서 80살로 늘었다. 보건 분야 지출은 세계 평균(국내총생산 대비 10%·2017년 기준)보다 적은 7.3%에 불과하다.
로하스 교수는 “건강할수록 행복하고, 행복할수록 건강하다. 보건 분야 지출이 적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행복과 건강 가운데 어느 것이 우선이냐는 질문에 “틀린 질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스타리카에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며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전임 정부 정책을 보강하는 벽돌을 추가해야 한다. ‘이전 정부가 했던 모든 것은 쓸모없다’와 같은 실수는 벽돌을 쌓는 것보다 교체 비용이 더 많이 든다”고 강조했다.
코스타리카는 복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1869년 초등 교육을 무료 및 의무화한 세계 최초 국가다. 정치학 교수인 크리스티나 에귀사발은 “계몽된 엘리트들이 있었다”며 “이들은 가난을 줄여 일정 수준의 행복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소득 불평등이 확대되기는 했지만, 그 전까지 극빈층의 비율은 줄었다”고 덧붙였다.
욕심을 내려다 얻은 깨달음도 있었다. 에귀사발 교수는 “1970년대 남미 국가 가운데 산림 황폐화가 가장 심했다. 에너지는 대부분 수력 발전으로 생산되는데 댐은 말라가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이 푸르를수록 일자리는 더 많아진다”고 덧붙였다. 오늘날 코스타리카는 세계적인 ‘그린 개척자’(green pioneer)다.
카스트로 전 하원의원은 코스타리카가 행복한 여러 이유를 언급했다. 그는 “태어나기 전에 생명, 교육, 식량, 사회보장을 보장받는다. 전쟁은 오직 영화에서만 배우게 될 것”이라며 “그것이 ‘푸라 비다’”라고 말했다.
■ 소득보다 웰빙이 우선인 뉴질랜드
뉴질랜드 웰링턴에 있는 어린이 놀이터. 자료: 국제통화기금(IMF)
2019년 저신다 아던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 정부는 가정폭력, 아동빈곤, 주거 등 국가가 직면한 여러 장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예산을 공개했다. 이른바 ‘웰빙 예산 2019’(Wellbeing Budget 2019)는 정신 건강과 아동 복지, 원주민 동기 유발 지원, 생산적인 국가 건설, 경제 전환 등 다섯 가지 핵심 영역을 우선 순위로 뒀다. 정신 건강과 아동 빈곤 타파뿐만 아니라 가족 폭력 대처를 위해 수십억달러를 투자 계획을 담고 있었다.
인구 500만명인 뉴질랜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에 비해 복지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거둬왔다. 그러나 가정 폭력, 성폭력 등은 최악이며, 아동 빈곤도 심각했다. 뉴질랜드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최대 21만500명의 어린이가 빈곤에 허덕였다.
웰빙 예산은 국가가 좋은 삶을 구성하는 건강이나 교육, 지역사회 연대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해야 하도록 했다. 재무부 전 수석경제학자이자 빅토리아대 행정대학원장인 지롤 카라카오글루 교수는 “좋은 소식은 대화가 바뀌었다는 것”이라며 “소득보다 더 걱정해야 할 다른 것이 있다는 깨달음이 있다. 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2019년 예산안은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지역 사회에 힘을 실어주고, 그 결과를 측정하기 위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카라카오글루 교수는 “절차는 원하는 결과를 얻는 데 매우 중요하다”며 “절차의 변화는 지역 사회가 변화를 주도하고 이를 위해 더 많은 발언권과 자원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에 대한 총체적인 접근 방식으로의 전환은 정부의 역할과 그 결과를 측정하는 방식의 변화를 뜻한다. 재무부 도미닉 스티븐스 수석경제학자는 “사람들에게 더 나은 결과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더 총체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웰빙에 대한 이해를 계속 쌓고 있지만, 고된 작업이다”고 말했다.
컨설팅 회사에서 사회정책 분야에 20년간 종사한 에밀리 메이슨은 “복지를 구현하기 위해 그에 합당한 조처와 의사결정 인프라가 필요하다. 과거와 현재의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는 물론 이를 연결해 측정하고, 개인의 일생을 개별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다. 복지는 개인적인 것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소득보다 더 걱정할 것에는 정신건강이나 아동빈곤 타파 등이 있다. 예산안에는 정신 건강에 19억 뉴질랜드 달러(약 1조5천억원)를 투자하고, 총리가 각별히 신경 쓰는 아동빈곤을 줄이는 재정 지출이 포함됐다. 코로나19에도 일관되게 추진된다. 내각의 아동복지부(Child Wellbeing Unit) 책임자인 마리 브라운은 “청소년 복지 전략은 이들의 복지를 개선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코로나19는 이를 더욱 필요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국경없는 의사회(MSF)의 의료진이 1월 28일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코로나19 환자들의 정신건강 진료를 위해 등록을 하고 있다. 카라카스/로이터 연합뉴스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이틀 만에 바이러스를 주변에 전파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임페리얼 칼리지와 로열 프리 병원 등이 18살~29살 성인 34명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고의로 감염시킨 뒤 관찰한 결과, 코로나19는 감염 이틀 만에 증상이 나타나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게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애초 연구진은 잠복기를 5일로 예상했지만, 실제 결과는 이보다 사흘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임상 참가자에게 일부러 감염시켜 증상의 전체 과정을 관찰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는 코로나19 바이러스 10㎍을 코에 비말 형태로 뿌려 감염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감염 닷새 만에 코와 목에서 최고조에 이르렀다. 감염 기간은 평균 9일이지만, 일부는 최대 12일까지 감염되는 경우도 있었다. 연구진은 이런 결과에 비춰 보면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나거나 확진된 뒤 10일간 격리를 권장한 가이드라인은 합당한 것이라고 밝혔다.
참가자 34명 중 감염된 사람은 18명이었고, 심각한 증상을 겪은 이는 없었다. 감염 초기엔 목에서 바이러스가 많이 나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코에 더 많아졌다. 코 막힘, 콧물, 재채기, 목 부음 등이 나타났고, 일부는 두통, 몸살, 피로, 열 증상이 있었다. 13명이 일시적으로 냄새를 맡지 못했는데, 한 사람은 6개월 후에도 같은 증상을 호소했다.
이번 연구는 코로나19 초기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델타나 오미크론 변이와 전파력에서 차이를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다른 요인들은 델타와 오미크론 바이러스와 비슷해, 코로나19 방역에 연구 결과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박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