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추천 소식에 찬물 끼얹은 판결

시민들 자부심과 용기 꺾으려는 정치적 목적
찰스 1세 언급 뒤에 숨겨진 윤 어게인의 암시?
무죄 추정 우기는 장동혁과 반격 꿈꾸는 극우

조희대 사법부와 반혁명 요새 어찌할 것인가
반혁명 채찍 맞고 전진하는 위대한 시민의 빛

 

김용민 화백

 

2월 19일 아침, 날아든 ‘윤석열의 내란을 막아낸 한국 국민들이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됐다’는 소식은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기에 충분했다. 지난 2년간 광장을 지키고, 서로의 손을 붙잡으며, 촛불과 응원봉을 들었던 시민들에게 그것은 고통과 불안을 견뎌낸 시간에 대한 국제적인 승인처럼 느껴졌다. 우리 스스로가 역사의 주체임을 재확인하며 벅찬 감정을 나눴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정반대의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지귀연 재판부의 윤석열 내란 사건 선고였다. 그 판결 결과는 무기징역이기는 했지만 마치 많은 시민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당신들이 2024년 12·3과 그 이후 2년 동안 했던 투쟁과 연대는 그리 대단한 것도, 역사적 의미가 큰 것도 아니었다.' 재판부의 논리는 이랬다.

 

윤석열의 행위는 치밀하게 준비된 쿠데타가 아니었고, 불과 3일 전에 즉흥적으로 결심한 어설픈 시도였으며, 스스로 물리력을 자제한 허술한 사태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민들이 막아낸 것은 거대한 역사적 만행이 아니라, 미숙한 권력자의 일탈에 불과한 셈이 된다. 시민들이 목숨을 걸고 지켜낸 그 밤의 승리는 '별것 아닌 해프닝'에 불과했다는 노골적인 조롱이다. 

 

 

내란 우두머리 법정에서의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부장판사
 

이것은 승리한 시민들의 뒤통수를 향한 사법 권력의 비열한 가격이었다. 재판은 단지 법률 조항의 해석이 아니고 사회적 메시지를 생산한다. 특히 국가적 중대 사안에 대한 판결은 그 자체로 역사 해석이 된다. 이것은 지귀연 재판부의 정치적 목적이 한국 사회와 역사를 바꾼 '빛의 혁명' 참가자들의 자부심, 자신감과 용기를 꺾어놓는 것에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 자신감과 용기는 계속 발전하고 확대되면서, 단지 특정 정권에 대한 찬성이나 반대를 넘어서 한국 사회를 더 진보적이고 급진적인 방향으로 바꿀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기득권 카르텔의 입장에서 보자. 재벌, 고위 관료, 주류 법조 엘리트, 일부 언론 권력으로 구성된 구조적 동맹은 한국 사회의 부와 권력을 오랫동안 독점해 왔다.

 

이들에게 광장의 집단적 각성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시민이 스스로를 정치의 주체로 자각하면, 폐쇄적 엘리트 구조는 균열을 맞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가장 중요한 과제는 열광과 연대를 일상적 무력감으로 되돌리며 그 힘을 다시 ‘호리병’으로 집어넣는 일이다. 그래서 지귀연이 선택한 것은 윤석열 정권의 문제점과 12·3 내란의 위험성을 최대한 축소하는 방향이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윤석열은 내란을 위해 북한과의 전쟁을 도발한 적도 없으며, 독재와 학살을 꿈꾼 적도 없는 '야당의 폭주에 가로막혀 길을 잃은 통치자'일 뿐이었다. 더욱 경악스러운 점은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존중해야 하며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통치행위론의 부활이다.

 

오직 국회 기능을 정지시키려 한 점만이 문제라는 식의 논리는 장차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반동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과 다름없다. 이것은 마치 '다음에는 더 일찍 결심하고, 더 치밀하게 준비하며, 국회를 직접 건드리지 않고도 비상계엄을 성공할 방법을 찾아보라'는 반혁명적 충고처럼 읽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해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026.2.19 [서울중앙지법 제공. 연합
 

또, "성경을 읽기 위해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는 꾸짖음은, 한편으로는 감옥에서 매일 성경을 읽고 기도한다는 윤석열에 대한 살뜰한 위로처럼도 들리고, 동시에 많은 사람에게 '윤석열이 내란을 일으킨 목적의 진정성을 인정한다'는 이중적 의미로도 들리고 있다. 그러면서 지귀연은 로마와 영국의 찰스 1세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자신의 박학다식을 어줍잖게 과시했다.

 

그 모습은 과거에 윤석열처럼 룸살롱 가서 접객원들을 옆에 앉혀두고 폭탄주를 마시며 '맨스플레인'하는 타락한 법조 엘리트들의 전형처럼 보일 뿐이다. 물론, 지귀연의 찰스 1세 언급은 단순한 현학적 지식 과시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청교도 혁명은 찰스 1세를 타도했지만, 나중에 올리버 크롬웰의 독재로 변질된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그래서 다시 찰스 2세로 왕정 복귀가 이루어지면서 그것은 혁명의 파괴와 피의 복수로 이어졌다. 그러니 혹시 지귀연은 극우를 향해 '빛의 혁명과 민주당의 독재를 끝내고 윤어게인과 복수의 시간이 돌아올 수 있다'는 암시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실제로 지금 윤어게인 극우 세력은 이번 판결을 통해 반격의 틈이 만들어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판결 자체가 너무나 허술하고 앞뒤가 모순적으로 충돌하며, 곳곳에서 윤석열과 내란을 정당화해주는 내용을 심어 두고 있기 때문에 2심과 상고심을 통한 뒤집기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국민의힘 대표 장동혁은 “판결문 곳곳의 논리적 허점은 지귀연 판사가 남겨둔 마지막 양심의 흔적들”이라며 '무죄 추정의 원칙'을 강조했다. 

 

윤석열 역시 “장기집권을 위한 여건 조성이라는 특검의 소설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며 오히려 '재판부가 나의 진정성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그는 “제 진정성을 인정하면서도, 단순히 군이 국회에 갔기 때문에 내란이라는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다”라며 뻔뻔스럽게 자신을 정당화하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무기징역 선고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2.20. 연합
 

물론 이번 판결은 지귀연 개인의 판단으로만 설명될 수 없다. 지난 2년 동안 조희대 대법원 체제, 주류 언론, 법조·관료 엘리트가 형성한 담론 지형이 그 배경에 있다. '민주당이 이재명 방탄과 정쟁에 몰두해 윤석열의 어설픈 내란을 불러왔다'는 프레임은 우리 사회의 주류적 설명 방식이었다.

 

그래서 많은 언론, 지식인, 엘리트들이 노상원 수첩에 대한 지적과 해석을 망상으로 치부하고 '김어준식의 음모론'이라고 했다. 그런 것을 고발하고 개혁하려는 최전선이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추미애-나경원 충돌의 아수라장'이라고 했다. 조희대 탄핵 추진이나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는 '개딸과 강성 지지층의 눈치만 보는 민주당의 무리수'라고 했다.

 

그 과정에서 민주당 역시 주춤거렸다. 강력한 사법 개혁과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보다는, 내부 권력 구도와 차기 권력 경쟁에 휩싸여 갔다. 결국 내란 수괴 윤석열이 임명한 조희대는 지금도 대법원장으로 있으면서 '사법부 독립'을 외치며 사법 개혁을 가로막고 있다. 윤석열을 풀어줬던 지귀연은 끝까지 재판장 자리를 지켰고 이번 같은 모욕적인 판결을 내렸다.

 

조희대는 여전히 인사권을 바탕으로 강력한 사법부 통제력을 가지고 있고, 새로 임명된 법원행정처장은 더욱 조희대와 가까운 극우적 인물이다. 이진관 같은 정의로운 판사와 올바른 판결은 소수이고 지귀연 같은 의심스러운 판사와 이상한 판결이 더 많으니, 내란전담 재판부나 윤석열 항소심 재판부 구성에도 조희대의 입김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무도한 특검이 무리하게 기소했던 사건들이 줄줄이 무죄가 선고되고 있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내며 "이재명 정권의 신독재 광풍"을 공격했다. 나아가 이번에 지귀연이 수상하게도 판결문에서 '대통령도 수사받을 수 있다'고 적시한 것을 이용해 "이재명 대통령 재판을 중지할 법적 근거가 사라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2일 서울 대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6.2.12. 연합
 

심지어 윤석열은 지귀연 판결 다음날 발표한 입장에서 “저 윤석열은 광장의 재판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모든 책임을 짊어지겠다”라고 말하고 "우리의 싸움은 끝이 아니다. 뭉치고 일어서야 한다"라며 극우 세력의 결집과 저항을 선동하고 나섰다. 이는 패배의 언어가 아니라 동원의 언어이고, 광장을 다시 반동의 공간으로 호출하려는 시도이다.

 

이 모든 흐름은 분명히 말해 준다. 윤석열의 내란도, 빛의 혁명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는 새로운 정부와 집권당의 권력을 서로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다투던 사람들도, 이제는 살아있는 권력인 이재명 정부와 싸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 사람들도, 빛의 혁명을 지나간 과거로 생각하며 우리끼리 차이점을 찾는 데 더 몰두하던 사람들도 섣불렀던 것이다.

 

민주주의는 언제든 후퇴할 수 있고 시민의 각성과 연대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프랑스 혁명이 공포정치와 제정복고를 거쳤고, 영국 혁명이 왕정복고를 경험했듯이, 혁명은 한 번의 선거, 한 번의 판결로 완결되지 않는다. 혁명은 반혁명의 채찍질을 맞으며 전진하고, 혁명을 절반에 그치는 것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이라는 말을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한다.

 

2월 19일 아침의 자부심과 오후의 허탈감 사이에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12·3의 밤에 우리가 확인했던 그 뜨거운 연대는 이제 법원이라는 성벽 안에서 공고해진 반혁명의 요새를 허무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사법 권력이 역사를 모욕할 때, 그 역사를 다시 쓰는 힘은 오직 깨어 있는 시민들의 끈질긴 연대와 투쟁에서만 나오기 때문이다.

                                                                       < 전지윤 사회운동가, 연구평론가 >

 

 

“내정간섭이라고 문제제기하는 것이 언론의 정상적 모습 아닐까”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대통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와 관련해 미국 정부 입장이 보도되는 것을 두고 “근본 문제는 한국의 일부 언론이 국내 문제에 대한 의견을 외국 정부에 물어본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21일 엑스(X·옛 트위터)에 윤 전 대통령 재판에 대한 미 백악관 고위 관계자의 발언과 국무부 입장을 다룬 기사를 공유하며 이같이 썼다.

 

이 대통령이 인용한 기사에는 백악관 고위 관계자가 19일(현지시각) 윤석열 전 대통령 1심 선고와 관련해 ‘한국 사법 문제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취하지 않는다’며 ‘한국에서 정치적 동기에 의한 공격, 특히 종교계 인사나 미국 기업을 겨냥한 사례에 관한 보도에 대해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고 한국 언론 쪽에 말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런 백악관 메시지 논란을 의식한 듯 미 국무부는 20일(현지시각) “한국 사법 시스템의 사안이며, 미국은 민주적 제도의 독립성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왜 국내 문제, 그것도 정치와 독립된 사법 판결에 대한 입장을 외국정부에 질의할까”라며 “외국정부가 국내 문제에 관여하면 내정간섭이라고 문제제기하는 것이 언론의 정상적 모습 아닐까”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한국의 친위 군사쿠데타 재판에 대한 입장을 미국에만 물었는지 아니면 일본, 중국, 유럽 등 다른 나라에도 물었는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 곽진산 기자 >

 

 

백악관, 윤 선고엔 “한국 사법 사안”…대신 “미 기업·종교인 표적화 우려” 제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태운 마린원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 잔디밭을 이륙해 메릴랜드주 조인트 베이스 앤드루스로 향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9일(현지시각)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데 대해 “한국의 사법 사안”이라며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다만 한국 내에서 미국 기업과 종교 인사가 정치적 동기로 공격받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윤 전 대통령 선고에 대한 한겨레 질의에 “우리는 한국의 사법 문제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취하지 않는다”면서도 “한국에서 정치적 동기에 의한 공격, 특히 종교계 인사나 미국 기업을 겨냥한 사례에 관한 보도에 대해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 선고와 직접 관련 없는 ‘미국 기업과 종교인에 대한 탄압’ 문제를 별도로 거론한 것이다. 제이디 밴스 부통령이 지난달 김민석 국무총리를 만나 쿠팡 사태와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담임 목사 관련 사안에 우려를 표한 것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김원철 기자 >

 

 

미 국무부 “한국 사법 존중”…백악관 논란 메시지 하루 만에 ‘수습’

 
미국 워싱턴 백악관. AP 연합

 

미국 국무부가 20일(현지시각)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선고와 관련해 “한국 사법 시스템의 사안이며, 미국은 민주적 제도의 독립성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전날 백악관 메시지가 논란을 빚자 이를 수습하기 위해 내놓은 메시지로 보인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한국 언론 질의에 대한 서면 답변에서 “미국과 한국은 법의 지배에 대한 헌신을 공유한다”며 “이는 한국 사법 시스템의 문제이며, 미국은 민주적 제도의 독립성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한미동맹에 대한 헌신은 철통 같다”며 “우리는 동맹인 한국과 함께 미국의 이익과 상호 이익을 계속 증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같은 취지의 질문에 “한국의 사법 문제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취하지 않는다”며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그러면서 뜬금없이 “한국에서 정치적 동기에 의한 공격, 특히 종교계 인사나 미국 기업을 겨냥한 사례에 관한 보도에 대해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제이디 밴스 부통령이 지난달 김민석 국무총리를 만나 쿠팡 사태와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담임 목사 관련 사안에 우려를 표한 것의 연장선으로 추측됐다.

 

하루 지나 나온 국무부의 입장은 백악관 메시지를 ‘수습’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지난해 6월 이재명 대통령 당선 직후에도 백악관이 “중국이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간섭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우려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자 국무부가 별도 성명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한다. 미국과 한국은 상호방위조약과 공유 가치에 기반을 둔 철통 같은 동맹에 대한 약속을 공유한다”는 정제된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수습했던 것과 비슷한 패턴이다.                                                                 < 김원철 기자 > 

 

품목관세의 효력은 그대로 유지... 1750억 달러 추산 환급 여부 불투명

 

 
 
컨테이너선 한 척이 2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항에 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
 

20일(현지시각) 미국 연방대법원이 상호관세를 위법이라고 판결하면서 수출 기업들 및 대미 협상에 끼칠 영향이 주목된다.

 

상호관세 무효, 그동안 낸 관세 환급 가능할까

 

일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을 근거로 부과해온 상호관세가 무효로 선언됐기 때문에 미국 세관 당국은 상호관세를 더 이상 부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상품의 경우 다른 나라들처럼 지난해 4월5일부터 ‘기본관세’ 명목으로 대부분에 10% 상호관세가 매겨졌다. 이후 트럼프가 한국에 대해서는 25% 상호관세 부과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7월 말 한·미 관세 협상 잠정 타결에 따라 상호관세는 15%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10월 말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 협상 최종 타결에 따라 한국산에 대한 미국의 상호관세는 15%를 유지하기로 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거의 모든 품목 관세율이 0%였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부담이 가해진 것이지만 이번 판결로 더 이상 상호관세는 부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 대상은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을 근거로 부과해온 상호관세 및 중국과 멕시코 상품에 대한 ‘펜타닐 관세’만 대상으로 하고 있다. ‘펜타닐 관세’는 중국과 멕시코가 마약성 물질인 펜타닐의 미국 유입과 관련해 제대로 단속하지 않는다는 명목으로 부과하는 관세다.

 

따라서 상호관세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 관세의 양대 축인 품목관세의 효력은 그대로 유지된다. 품목관세는 특정 품목 수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미국 대통령이 관세 부과로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에 따른 관세다. 이 관세는 미국 상무부의 안보 영향에 대한 조사를 전제로 한다. 미국은 현재 한국산 자동차에 15%,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50%의 품목관세를 매기고 있다. 한국산 자동차에는 4월부터 25% 품목관세가 부과되다가 협상 최종 타결에 따라 15%가 적용되고 있다.  

 

일단 판결 자체로만 보면 수출 업체들은 상당한 부담을 던 것으로 보이지만 그동안 부과된 상호관세 환급은 어떻게 될지 등을 두고 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일반적 관점에서는 상호관세가 위법하다면 환급해주는 게 맞지만, 연방대법원은 환급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번 판결에 따른 미국의 전체 환급 규모가 1750억달러(약 245조원)라는 추산도 있다.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관세 납부 주체가 미국 수입업자라는 것이다. 한국 수출 업체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관세만큼을 수입업자들에게 주거나, 수출업자의 관세 부담을 덜기 위해 수출 가격을 깎는 방식을 쓰고 있다. 이 때문에 환급이 가능할 경우 수출 업체들이 이를 그대로 회수할 수 있는지를 놓고 혼란이 예상된다. 관세 전문가들은 수출 업체들은 관세 부담을 실제로 전가받고 있는지에 관해 자료 등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앞으로 문제는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가 또 다른 광범위한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판결에 반발하면서 “국제경제비상권한법에 따른 관세보다 강력한 수단, 방법, 법규, 권한이 있다”고 했다. 그는 무역법 제122조에 따라 전 세계의 대미 수출품에 곧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다른 관세 부과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무역법 제122조는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 등을 이유로 한 관세 부과를 규정하고 있다. 

 

대미 협상에 미칠 영향은?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에서 주요 타깃이 되면서 3500억달러(약 507조원) 대미 투자 등을 조건으로 상호관세율과 자동차 품목관세율을 각각 15%씩 적용받고 있다. 

 

협상의 밑바탕이 됐던 상호관세가 이번 판결로 무효가 되면서 결과적으로 지나친 양보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한편으로 트럼프는 지난달 말, 한국 국회가 대미 투자 특별법안 처리를 지연한다는 이유로 한국산 자동차·목재·의약품에 대한 관세율과 상호관세율을 현재의 15%에서 25%로 올리겠다고 위협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등을 미국에 급파해 무마를 시도하고, 국회는 특별법안을 다음달 초까지 통과시키겠다며 절차를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를 무기로 쓸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대미 협상에 관해 한국의 입지가 개선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정부 안팎에서는 △트럼프가 상호관세를 대체할 관세를 도입하려 하고 △자동차 등에 대한 품목관세율을 올릴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기존 협상 결과를 바꾸기는 어렵고, 협상 전략을 눈에 띄게 수정하는 것도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3500억달러 대미 투자를 약속한 협상 결과를 놓고 “당시에는 자동차 품목관세 해결에 주안점이 있었다”며, 이번 판결로 상황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동향이나 제3국들의 대응을 살피면서 대응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 이본영 기자 >

 

청와대, 미국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국익 부합하는 방향 검토”

 

 
 
청와대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청와대는 21일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를 위법이라고 판결한 것과 관련해 “국익에 가장 부합하는 방향으로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정부는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 내용과 미국 정부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부과한 관세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어 “매우 실망했다”며 “좋은 소식은 이 끔찍한 판결을 한 대법원 전체와 의회도 인정하고,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1977년 제정)에 따른 관세보다 강력한 수단, 방법, 법규, 권한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대체 수단을 통해 전 세계에 10%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 서영지 기자 >

 

단속 나선 미 재무 “우리와 맺은 합의 지켜야”…‘접근 봉쇄’ 협박도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20일(현지시각)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댈러스 이코노믹 클럽 행사 질의응답(Q&A)에서 발언하고 있다. 댈러스/AFP 연합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20일(현지시각) “각국이 지난 1년간 트럼프 행정부와 맺은 무역 합의를 존중(honor)할 것으로 본다”며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미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를 위법이라고 판결했지만, 기존 무역 합의의 구속력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232조와 301조 관세로 이동할 수 있다”며 “모두가 그들의 합의를 지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이 대통령의 협상 지렛대를 빼앗았지만, 동시에 대통령이 (수입을 전면 차단할 수 있는) ‘금수조치(엠바고)’를 할 권한이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국가나 전체 제품군의 수입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만큼, (관세보다) 더 가혹한 지렛대가 만들어진 셈”이라며 “모든 국가가 기존 합의를 지키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관세를 통한 수익 창출은 막혔더라도, 합의를 파기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아예 미국 시장 접근을 원천 봉쇄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앞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6대3 결정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경제권한법을 근거로 부과한 상호관세가 위법이라고 판시했다. 비상사태 시 수입을 규제할 권한은 부여하지만, 관세 부과까지 포함한다고 보긴 어렵다는 취지다. 베선트 장관은 “우리는 각국에 대해 동일한 관세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다만 방식은 덜 직접적이고, 조금 더 복잡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세 환급 가능성과 관련해 베선트 장관은 관세가 환급되더라도 이미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며 이를 “궁극적인 기업 복지”라고 일축했다. 대법원은 이미 징수된 관세의 환급 여부를 명확히 판단하지 않았다.                     < 김원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