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코카인 주산지 꼽혀, 트럼프 군사작전 가능성 언급
페트로 대통령 민중 저항 경고... 멕시코 대통령도 미국 동향 촉각

거리 지키는 콜롬비아 군인들 5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와 인접한 콜롬비아 쿠쿠타에서 군인들이 군용차량 앞에 서 있다. 로이터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생포하면서 ‘돈로 독트린’(먼로 독트린과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합성한 조어)을 본격화하자 좌파 성향의 중남미 지도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표적의 하나로 지목한 콜롬비아의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사진)은 “무기를 다시 잡겠다”고 경고했다.
페트로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엑스에서 “콜롬비아 정부에 대한 모든 협박은 불법”이라며 “1989년 정부와의 평화협정 이후 다시는 무기를 들지 않겠다고 맹세했지만 조국을 위해 원치 않는 무기를 다시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페트로 대통령은 좌익 게릴라 반군 ‘M-19’ 대원이었다. M-19는 1989년 콜롬비아 정부와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제도권 정당으로 편입했다.
그는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은 콜롬비아 대통령을 (미국에서) 체포한다면 ‘민중의 재규어’를 풀어놓는 결과를 맞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민중의 재규어’는 민중의 대규모 저항을 뜻한다.
그는 또 자신이 국가원수로서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코카인 압수를 명령하고 코카인 주산지인 카우카주 플라테아도에서 작물 재배지를 해체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마약을 밀매하던 무장단체의 최고위급 지휘관을 사살 및 체포했다면서 자신이 코카인을 수출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콜롬비아에 대해 “아주 병든 나라다. 코카인을 만들어 미국에 파는 것을 좋아하는 역겨운 남자가 이끌고 있는데 그는 아주 오래 그러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콜롬비아에서도 군사작전을 할 거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좋은 생각”이라고 답했다. 콜롬비아는 세계 최대 코카인 생산국으로 꼽힌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 연합
미 재무부는 지난해 페트로 대통령이 관세, 이민자 추방 등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정책을 비판하자 콜롬비아를 약 30년 만에 마약 퇴치 비협력국으로 지정했다. 또 페트로 대통령과 그의 가족, 측근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초기부터 미국의 마약범죄 근절 요청에 협조했던 멕시코도 트럼프 정부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자국 내에서 군사행동을 벌일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그러한 위험은 보이지 않는다. 미국 정부와 조율하고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멕시코를 공격할 가능성을 믿지 않으며 그것이 미국이 진지하게 고려하는 사안이라고조차 생각하지 않는다”며 “조직범죄는 (외국의 군사적) 개입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셰인바움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멕시코에 미군을 투입하는 방안을 반복적으로 제안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항상 거절했으며 논의할 가치도 없는 일로 여긴다고 강조했다. <윤기은 기자 >
영·프·독 등 유럽 주요국, 트럼프 ‘그린란드 영토 야욕’에 공동 반대 성명
“그곳의 국민에게 속한다”···주권 옹호 뜻 모아

그린란드 수도 누크의 모습. 신화연합
영국·프랑스·독일 등 주요 유럽 국가 지도자들은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대한 영토 야심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영·프·독을 비롯해 이탈리아, 폴란드, 스페인 정상들은 공동 성명에서 전략적 요충지이자 광물 자원이 풍부한 북극의 섬 그린란드는 “그곳의 국민에게 속한다”고 재천명했다. 유럽 정상들은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와 함께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의 주권을 옹호하는 데 뜻을 모았다.
이번 성명은 트럼프 행정부의 실세로 꼽히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그린란드에 대한 무력 사용 가능성까지 언급한 직후 나왔다. 밀러는 전날 CNN 인터뷰에서 “그린란드의 미래를 놓고 미국과 군사적으로 싸우려는 국가는 없을 것”이라며 “세계는 힘과 권력에 의해 움직인다”고 말했다. 그의 부인이자 우파 논객인 케이티 밀러는 전날 성조기로 덮인 그린란드 지도를 ‘곧(SOON)’이라는 문구와 함께 엑스에 게시하기도 했다.
집권 1기부터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밝혀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재취임한 이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 영토로 편입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특히 최근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군 공습 이후 그린란드에 대한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 박은경 기자 >

▲지난 3일 플로리다주 팜비치 소재 마라라고 클럽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체포 관련 기자회견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UPI/연합
세계에 충격을 안긴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은 트럼프식 국제 정치의 성격을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미국의 힘을 이용한 압박 정치다.
이런 방식에 기대는 건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외교의 규범을 벗어나고 결국 자국의 품위와 신뢰, 그리고 국제적 이미지를 훼손하는 일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정치와 외교의 규범 및 상식을 모두 무시하고 경제력, 군사력을 이용해 자국의 이익을 최대치로 끌어내는 선택을 해왔다.
때로는 상대국을 조롱하거나 노골적으로 협박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세계를 동시에 당혹감에 빠뜨리는 트럼프식 압박 정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적인 전략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기자들에게 즉흥적으로 답하는 말들을 보면, 그것이 전략적 계산인 동시에 그의 본 모습이기도 하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인이 됐지만 사업가 기질, 그것도 자기 이익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공격적인 사업가의 기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를 유감 없이 정치에 적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트럼프식 접근으로 인해 국제사회의 규범이 무너지고 나아가 세계 평화가 위협 받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국제무역 질서를 깨면서 전 세계 국가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한 건 '미국의 이익'이라는 수사에 숨어 국제정치와 외교를 국가 사업 확장의 기회로 삼은 상징적인 일이었다. 유럽 국가들은 물론 미국과 군사적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들에게 국방비 대폭 인상을 압박한 것 또한 자국의 군비 부담 축소와 함께 무기 산업의 확장을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전쟁을 사업 확장의 기회처럼 이용하고 있는 트럼프
그중에서도 최악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사업 확장의 기회처럼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기 후에는 이런 사업들이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사업과 이익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취임 후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이용한 이익 추구를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낸 첫 번째 사례는 가자지구 전쟁 휴전 관련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2월 4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한 백악관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를 전쟁 후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는 미국 대통령이 아닌 재개발업자가 할 만한 생각이고 발언이었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이어지자 더는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포기한 건 아니었다.
지난해 8월 29일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대로 가자지구를 '가자 리비에라(Gaza Riviera)'로 개발하는 계획과 이미지가 담긴 38쪽의 청사진이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처음 보도됐다. 이는 행정부 차원에서 고려 중인 계획이었고 여기에는 가자지구를 휴양지로 개발하는 것 뿐만 아니라 중동지역의 친미 무역 중심지로 만드는 구상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가자지구 재건을 새로운 사업의 기회로 활용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10월 10일 발효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을 이끈 20개 항목의 '가자지구 휴전안'에도 그대로 담겼다. 휴전안에는 "트럼프 경제개발 계획"을 수립해 가자지구를 중동의 현대적 기적의 도시(modern miracle city) 중 하나로 만든다는 내용과 이를 위한 투자 제안이 이뤄지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가자지구를 주민이 아닌 투자자들과 부자들의 땅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라는 점에서 비윤리적이고 기존의 국제규범을 벗어나는 것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규범을 모두 깨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초강대국 대통령이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미국이 중재 중인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휴전 협상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적 구상이 그대로 들어가 있다. 지난해 11월 21일 < AP >는 28개 항으로 이뤄진 미국과 러시아 간 합의된 휴전안 초안을 보도했다. 여기에는 휴전을 중재하고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하는 대가로 미국이 원하는 경제적 대가가 노골적으로 명시돼 있었다.
초안에는 유럽 국가들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 중 1천 억 달러(약 145조 원)가 미국이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재건에 투자될 것이며 거기서 발생하는 이익의 50%를 미국이 가진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나머지 동결 러시아 자산은 미국-러시아 공동 프로젝트에 투자될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우크라이나와의 추가 협상을 통해 초안이 수정되면서 이 내용은 사라졌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이 12월 24일 기자들에게 설명한 20개 항의 미국-우크라이나 합의안에는 여전히 미국과 미국 기업이 우크라이나 재건과 개발, 그리고 천연가스 기반시설 운영에 공동 투자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우크라이나 재건 투자에 대한 별도의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지속적으로 압박해 얻어낸 결과다.
이전 사례와 다른 베네수엘라 공습

▲체포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그의 배우자 실리아 플로레스가 5일(현지시각) 맨해튼의 다니엘 패트릭 모이니한 미국 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
전쟁을 통해 미국의 경제적 이익과 사업 확장을 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식 접근이 정점을 찍은 것은 지난 3일 베네수엘라 공습 및 마두로 대통령 부부 체포 사건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적 이익을 위해 직접 무력 공격을 하고 전쟁 위험을 높였다는 점에서 이전의 사례와는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은 이것이 마약과의 전쟁이며, 체포된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을 위협하는 마약범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가 미국에 유입되는 마약의 주요 유통 경로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는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정작 베네수엘라 공격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세계 최고의 매장량을 자랑하는 베네수엘라의 석유 자원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도 베네수엘라 공격과 마두로 체포를 밝힌 직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석유기업들이 베네수엘라에 진출해 무너진 석유 기반시설을 고치고 미국을 위해 돈을 벌 것"이라며 석유가 공격의 주요 이유 중 하나임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정치와 군사력을 사업 확장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이런 이유로 세계에 트럼프식 압박 정치에 대한 우려와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세계의 우려와 공포가 확산하는 보다 큰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력 사용이 베네수엘라에서 끝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 공격 직후부터 미국은 덴마크 영토이지만 자치권을 가진 그린란드에 대한 욕심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자 신분이었던 2024년 12월부터 미국이 그린란드를 차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보를 위해서라는 주장이지만 다른 한편 석유, 가스, 희토류 등 그린란드의 풍부한 천연자원을 노린 것이기도 하다.
취임 이후에는 합병을 위한 군사력 사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을 것임을 밝히면서 덴마크와 그린란드를 압박해왔다. 베네수엘라 공격 이후인 4일 트럼프 대통령은 에어포스 원에서 기자들에게 "미국의 안보를 위해 그린란드가 필요하다"고 다시 강조했고 이런 발언은 무력 공격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높였다.
이에 대해 5일 젠스 프레데릭 닐센 그린란드 총리는 "이제 충분하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의 시도를 "환상(fantasy)"라고 일갈했다. 같은 날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또한 방송을 통해 "미국은 그린란드를 합병할 권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이 나토 동맹국을 군사적으로 공격하는 선택을 한다면 나토는 물론 2차 세계대전 이후 만들어진 안보 체계는 멈추게 된다"고 경고했다.
전 세계에 대한 트럼프의 선전포고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격은 전 세계에 대한 선전포고와 같다. 미국의 이익을 방해하고 미국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 국가는 무력으로 응징하고 지도자는 제거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다.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다른 한편으로 민주주의 세계를 선도해온 국가의 지도자가 세계를 상대로 협박을 하고 무력 사용을 경고하는 건 트럼프 대통령 이전까지는 상상하지 못한 일이다.
트럼프식 이익 추구와 압박 정치가 계속되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런 방식이 유효할지는 알 수 없다. 세계의 비난이 높아지고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고립이 강화되면 트럼프 대통령 또한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다른 한편 미국이 남긴 선례가 러시아, 중국 등 다른 강대국들에게 참고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미국이 훼손하고 무너뜨린 국제사회의 질서와 규범이 세계인의 평화로운 삶을 위협하고 있다. < 정주진 평화학 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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