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시절 허위 발언한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항소심에서도 당선 무효형인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형이 확정되면 국민의힘은 대선 때 보전받은 선거비용 397억원을 반환해야 한다.
윤 전 대통령 측이 판결 직후 "항소심 판결에 부당한 점이 많다"며 상고 의사를 밝혀 대법원이 최종 판단할 전망이다.
서울고법 형사2-1부(백승엽 황승태 김영현 고법판사)는 4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에게 1심과 같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윤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후보 시절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이런 결론에 이르기 위해 문제가 된 각 발언의 의미, 관련한 객관적 사실, 허위사실 공표 여부를 각각 따졌다.
우선 윤 전 대통령이 2021년 12월 14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대검 중수부 출신) 이모 변호사를 소개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은 허위사실 공표가 맞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여기서 '변호사 소개'란 당사자와 변호사를 단순히 연결해주는 사실적 관점과 두 사람이 법률 사건에 관해 위임계약을 맺도록 주선해주는 법률적 관점으로 모두 해석할 수 있다고 짚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발언의 뜻이 후자, 즉 "두 사람 간 선임 계약을 주선하진 않았다"이기 때문에 허위사실 공표가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발언 맥락을 고려하면 윤 전 서장에게 변호인을 연결해주는 행위조차 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발언은 윤 전 대통령이 변호사 소개 사실을 시인한 2012년 언론 인터뷰 내용, 윤 전 서장과의 통화와 문자 메시지 내역 등을 종합했을 때 파악되는 객관적 사실과 배치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오랜 기간 검사로서 법률과 언어를 다루는 일을 수행해왔고, 국민의힘 내부 경선 과정에서 수많은 인터뷰와 토론회를 거치며 자신의 발언이 언론을 통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깊이 이해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변호사 소개 발언이 일반 선거인에게 어떻게 이해될지, 또 그 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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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선거법 2심도 징역형 집행유예 유지 = 국민의힘이 보전받은 대통령 선거 비용 397억원의 반환 여부가 달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항소심 선고일인 4일 서울역에 관련 방송이 나오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2026.11.4 ksm7976@yna.co.kr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2022년 1월 17일 불교리더스포럼 출범식 인터뷰에서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당 관계자로부터 소개받았고 김건희 여사와 그를 함께 만난 적은 없다"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도 성립한다고 봤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이 발언이 "1월 1일 국민의힘 신년 행사에서 전성배를 당 관계자로부터 소개받았고, 당시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가 동석하지 않았다"는 취지라고 주장하며 역시 혐의를 부인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발언 당시 상황, 경위, 표현의 전체적 취지, 문구의 연결 방법 등을 고려하면 일반 선거인의 관점에선 피고인이 배우자와 함께 전성배를 만난 사실이 없다는 것으로, 배우자를 통해 전성배와 친분을 형성하게 된 게 아니라는 의미로 이해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설령 윤 전 대통령이 특정 시점, 장소에서 김 여사와 함께 전씨를 만났는지 묻는 질문으로 잘못 인식해 답했다고 해도 이는 발언 뜻을 판단할 때 고려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해당 표현의 의미는 그 표현이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표현한 사람의 주관적 사정에 따라 그 표현의 객관적 의미가 좌우된다고 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라며 "이런 피고인의 주관적 사정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상 표현 해석에서 고려할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2013년 김 여사 소개로 전씨를 처음 만난 이후 여러 차례 김 여사와 함께 그를 만난 사실이 인정된다고 짚었다.
이에 "일반 선거인에게 선거운동 과정에서 전성배를 당 관계자 소개로 우연히 만났고, 과거 배우자와 만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이해되는 피고인의 발언은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전성배의 소개 경위와 배우자와 함께 만났는지 여부는 피고인이 직접 경험한 사실"이라며 윤 전 대통령 본인도 발언이 허위라는 점을 인식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런 판단의 기준점으로 작년 5월 선고된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내용을 제시했다.
특정 표현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땐 발언이 이뤄진 당시 상황과 발언의 전체적 맥락을 토대로 일반 선거인에게 어떻게 이해되는지를 기준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부분이다.
당시 대법원은 이런 판단을 토대로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1심 때와 같이 2020년 7월 선고된 이재명 대통령의 또 다른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들어 무죄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판결은 후보자 토론회에서 토론 주제나 맥락과 관계 없이 적극적이고 일방적으로 허위사실을 표명한 경우가 아니라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로 볼 수 없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날 2심 재판부는 "해당 판결은 토론회에서 후보자 간 질문과 답변, 주장과 반론에 의한 공방이 제한된 시간에 즉흥적, 계속적으로 이뤄져 그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음을 감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은 후보자 토론회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기자들과의 문답 내지 인터뷰에서 피고인이 한 발언이 문제된 것"이라고 짚었다.
윤석열 선거법 사건 2심,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 = 윤석열 전 대통령이 4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서울고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해 선고 주문을 듣고 있다. 2026.11.4 [서울고법 제공] photo@yna.co.kr
항소심 재판부는 양형 배경을 설명하며"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에서 정당 추천 후보자로서 올바른 판단을 할 자료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있는 피고인이 선거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며 "선거인의 올바른 선택권이 침해됐고 선거 공정성과 절차 적법성은 훼손됐다"고 질책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허위발언을 할 당시 그와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였다고 짚으며 발언의 파급효과가 작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1심 형이 확정될 경우 국민의힘이 거액의 선거비용을 반환해야 하는 점을 고려해 항소심에선 형을 낮춰 달라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2심은 "선거 범죄로 형사처벌 받은 자에 대해 어느 정도의 불이익을 가할 것인지는 기본적으로 입법자가 결정할 문제"라며 "법관이 당선 무효 등 중대한 불이익이 가해진다 점을 지나치게 고려할 경우 정치의 영역에서 입법 재량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를 법치의 영역에서 해결해야 하는 결과가 돼 유무죄 판단이나 양형 판단이 왜곡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선고는 오후 2시부터 40분가량 이뤄졌다. 1심 선고 때와 같이 공판이 생중계됐다.
피고인석에서 선고를 듣던 윤 전 대통령은 재판부가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말하자 헛웃음을 지으며 변호인에게 말을 건넸다.
형량이 공표되자 한동안 재판부를 응시하다 방청석 쪽으로 돌아보며 허탈한 듯 웃음짓기도 했다.
선고 직후 방청석에 있던 윤 전 대통령 지지자 일부는 재판부를 향해 욕설을 내뱉었다.
선고 직후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입장문을 내고 "이번 판결은 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정치적 의혹에 대한 해명의 맥락과 핵심 증거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발언 일부를 분리해 형사책임을 인정한 부당한 판단"이라며 "대법원에서 실체적 진실과 헌법적 가치를 바로잡겠다"고 상고를 예고했다.
수사와 기소, 공소제기를 맡은 민중기 특별검사팀 측 김경호 특검보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판결이라고 생각한다"며 "충실하게 심리한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대선 후보자가 당선되거나 15% 이상 득표하면 선관위에서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받는다. 하지만 이후 선거범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돼 소속 정당에서 선거비용을 반환해야 한다.
따라서 윤 전 대통령의 2심 형이 그대로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되고 국민의힘도 선거비용 397억원을 반환해야 한다.
다만 당선 무효의 효력은 판결이 확정된 시점부터 발생한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행한 모든 인사 조처 등 법률 행위가 무효가 되진 않는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한 변호사는 "형사 판결의 효력은 확정과 동시에 발생한다는 게 형사법의 대원칙으로 당선 무효의 효력도 형 확정 때부터 생긴다고 봐야 한다"며 "이때 재임 당시 행위가 모두 없던 일이 되는지에 대해선 명문화된 이론이나 법 규정은 없지만, 통상적으론 재임 시 권한 행사 효력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해석한다"고 설명했다. < 이영섭 이밝음 기자 >
이번 미국 중간선거에서 한국계 연방 하원의원 후보들의 당선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최초의 한국계 주지사에 도전한 신디 먼슨(41·민주) 오클라호마주 주지사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3일 AP통신·미 NBC 방송 등에 따르면 워싱턴 제10선거구 하원의원 4선에 도전하는 메릴린 스트리클런드 연방 하원의원이 또 다른 한국계 후보인 공화당 소속 크리스 정 후보와의 대결에서 승리했다. 이곳은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된 지역이다.
6·25 전쟁에 참전한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스트리클런드 의원은 하원에 처음 입성했던 2021년 1월 취임식에서 한복을 입고 선서해 주목받았다. 그는 과거 워싱턴주 타코마 시장으로 8년간 재임했으며, 2020년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서 당선돼 주 최초의 흑인 하원의원이 됐다.
당선 확정 직후 스트리클런드 의원은 “더 안전하고 물가 부담이 적으며 정의로운 국가에 대한 우리의 비전을 함께 해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한국계 미국인 댄 고(Dan Koh) 가족. 고씨 페이스북 갈무리
민주당 소속의 댄 고 후보도 매사추세츠주 제6선거구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했다. 2018년 다른 선거구의 민주당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뒤 이번 선거에서 마침내 하원 입성에 성공했다. 이 지역구도 민주당 지지세가 강해 애초 당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됐다.
고 후보는 미리 준비한 승리 연설에서 “오늘 밤 기뻐할 일이 정말 많지만 솔직히 말해서 지금은 불안한 시기”라며 “우리는 헌법을 매일같이 짓밟는 대통령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민주당 소속 보스턴 시장실과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에서 근무했고, 이번 선거에서 바이든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의 지지를 받았다.
캘리포니아주 47번 선거구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민주당 소속 데이브 민 하원의원은 개표율 47.2%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59.5%를 득표해 상대 후보 제니 레이 르루 후보(40.5%)를 앞서고 있다. 한국 이민자 1세대 가정 출신인 민 의원은 하버드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해 변호사와 로스쿨 교수로 재직했다. 이후 2020년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에, 2024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오클라호마시티에서 열린 미국 중간선거 대비 유세에서 오클라호마 주지사 민주당 후보인 신디 먼슨과 오클라호마 제5선거구 민주당 후보 지나 넬슨이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먼슨 후보는 공화당 소속 마이크 마제이 후보에게 패하면서 최초 한국계 주지사의 도전이 좌절됐다. 마제이 후보는 52.0%를 득표해 먼슨 후보(45.9%)를 제쳤다. 이 지역은 2010년 이후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당선된 적 없는 공화당 우세 지역으로, 애초 먼슨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됐다. 먼슨 후보는 패배를 인정하면서 “선거에서는 졌을지 모르지만, 오클라호마를 변화시킬 힘까지 잃은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4선에 도전하는 공화당 소속 영 킴 하원의원은 같은 당 17선 중진 켄 캘버트 의원과 캘리포니아 40번 선거구에서 맞붙고 있다. 캘버트 의원은 선거구 재조정으로 인해 기존 지역구가 민주당에 유리해지면서 인접한 킴 의원 선거구에서 도전했다. 현재 개표율 35.9%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켈버트 의원이 54.1%, 킴 의원이 45.9%를 보였다. 다만 예비선거에서는 캘버트 의원이 34.9%의 득표율로 킴 의원(20.6%)을 앞섰다. < 박채연 기자 >
텍사스 시민들 ‘우리가 이겼다!’ 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언론이 제임스 탈라리코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의 승리를 예측하자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민주당, 상·하원 모두 탈환…텍사스·캔자스 등 공화당 기반 ‘붕괴’ 유권자들 ‘심판론’ 선택…트럼프 “결과 수용” 남은 임기 가시밭길
‘블루 웨이브’(민주당 승리)가 아닌 ‘블루 쓰나미’(압승)였다. 3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 연방의회 권력을 모두 장악했다.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텍사스·캔자스까지 민주당에 넘어갔다. 고물가에 분노한 유권자들이 정당을 초월해 ‘트럼프 심판’을 요구한 것이다.
민주당은 미국 동부시간 4일 오전 7시 기준 하원의원 435석 중 228석을 확보했다. 과반인 218석을 훌쩍 뛰어넘었다. 선거 예측기관인 디시전데스크HQ는 민주당이 254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초접전이 예측됐던 상원은 예상외로 개표가 시작되자마자 민주당의 선전이 이어지면서 일찌감치 승리를 확정했다. 텍사스·캔자스·오하이오·아이오와·사우스캐롤라이나·노스캐롤라이나 등 공화당 텃밭을 민주당이 싹쓸이하는 대이변이 벌어졌다. 캔자스에선 무려 94년 만에 민주당 상원의원이 배출됐다.
접전인 알래스카와 미시시피의 최종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민주당은 이미 과반인 54석을 확보했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야당이 상·하원을 한꺼번에 탈환한 건 2006년 이후 20년 만이다.
※ 4일 오후 9시(한국시간), 단위: 석, 자료: AP통신
이번 선거는 이례적으로 뜨거운 투표 열기 속에 치러졌다. 플로리다대학 선거연구소에 따르면 사전투표에 참여한 인원은 6000만명을 넘어섰다.
일부 경합주에서는 본투표일에도 투표소 앞에 긴 줄이 늘어서는 등 2024년 대선을 방불케 했다. 이는 민주당 지지층이지만 투표 참여율이 낮은 유색인종 청년층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심판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새 하원의장으로 거론되는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미국이 돌아왔다”고 선언하면서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해 변혁적 변화를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전례 없는 부패를 자행한 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패를 인정했다. 그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결과를 전적으로 수용할 의향이 있다. 우리는 민주당과 협력할 것이고, 아마도 뭔가 합의를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패배 원인을 두고는 자신의 국정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SNS에 “나는 투표용지에 없었다. 내가 있었다면 우리가 압승했을 것”이라고 적었다.
민주당의 상·하원 장악으로 행정 권력과 입법 권력이 양분되면서 미국 정치권은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 동안 극심한 대립과 국정 교착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의 시선이 2028년 대선으로 빠르게 옮겨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레임덕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 정유진 기자 >
민주, 주지사 선거도 공화 텃밭서 줄줄이 승리
텍사스·조지아·오하이오 등 당선 확정…20년 만에 주지사직 과반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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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주지사 당선된 지나 히노호사 [AFP=연합뉴스]
3일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연방 상·하원에 이어 주지사 선거에서도 승리하며 20년 만에 주지사직 과반을 확보했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전체 인구의 약 80%가 거주하는 36개 주에서 치러진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은 공화당이 오랫동안 주 정부를 장악해온 텍사스, 조지아, 아이오와, 오하이오 등에서 승리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이끄는 주는 현재 24개에서 내년에 최소 28개로 늘어난다. 민주당이 미국 50개 주지사직의 과반을 차지하는 것은 2006년 이후 20년 만이다.
민주당은 주지사 선거에서도 고물가와 이란 전쟁 등으로 악화한 민심을 등에 업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국정 운용에 대한 심판을 끌어냈다.
공화당의 전통적인 텃밭인 텍사스에서는 민주당 지나 히노호사 후보가 4선에 도전한 공화당 소속 현 그레그 애벗 주지사를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텍사스에서 민주당의 주지사 당선은 1990년 이후 36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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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주지사 당선된 키샤 랜스 보텀스 [AP=연합뉴스]
조지아에서는 애틀랜타 시장을 지낸 민주당 키샤 랜스 보텀스 후보가 공화당 릭 잭슨 후보를 누르고 미국 최초의 흑인 여성 주지사로 당선됐다. 1998년 이후 민주당의 첫 조지아 주지사 탈환이다.
오하이오에서는 민주당 에이미 액턴 후보가 공화당 비벡 라마스와미 후보를, 아이오와에서는 민주당 롭 샌드 후보가 공화당 잭 란 후보를 각각 꺾었다. 두 지역 모두 민주당 소속 주지사 당선은 20년 만이다.
2024년 대선 경합주에서도 민주당이 강세를 보였다. 펜실베이니아에서 민주당 대권 잠룡으로도 꼽히는 조시 셔피로 주지사가, 애리조나에서도 민주당 소속 케이티 홉스 주지사가 각각 재선에 성공했다. 미시간과 위스콘신, 네바다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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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 성공한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AP=연합뉴스]
아직 당선자가 확정되지 않은 알래스카와 캔자스에서도 민주당이 승리하면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이끄는 주는 30개가 된다.
알래스카는 개표율 73% 기준 민주당 후보가 20%포인트 앞서고 있고, 캔자스는 개표율 95% 기준 민주당 후보가 불과 0.51%포인트 앞서는 초접전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방위군 동원, 이민 단속, 연방정부 지원금 지급 조건, 선거 관리에 대한 연방정부의 통제권 강화 등을 둘러싸고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이 이끄는 주들과 충돌해왔다.
AP통신은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주지사직 과반을 확보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기 국정 과제에 더욱 강력하게 맞설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 김아람 기자 >
'샤이 트럼프' 없었다…'앵그리 트럼프' 표심이 결과 좌우
민주, 상·하원 동시 탈환…여론조사 민주 우세 흐름과 실제 결과 일치
트럼프 "내가 투표용지에 있다 생각하라"했지만 역풍…패배 뒤엔 책임 회피
경제·이란전에 분노한 유권자들 등 돌려…"마가 지지층 붕괴는 아냐" 해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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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현지시간) 캔자스주에서 열린 중간선거 유세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11·3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연방 상·하원을 모두 탈환하는 완승을 거두면서 과거 선거 때마다 여론조사 예측을 뒤집었던 이른바 '샤이 트럼프' 현상이 이번에는 자취를 감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론조사에서 좀처럼 포착되지 않던 트럼프 대통령의 숨은 지지층보다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외교 정책 등에 불만을 품은 분노한 유권자 표심이 선거 결과를 좌우했다는 평가다.
4일 중간선거 개표가 막바지로 접어든 가운데 민주당은 예상대로 연방 하원 다수당 지위를 탈환한 데 이어 상원에서도 승리하며 의회 양원을 모두 장악하게 됐다.
특히 민주당은 노스캐롤라이나와 사우스캐롤라이나, 텍사스, 캔자스, 오하이오, 아이오와, 메인 등 7개 주에서 현재 공화당이 보유한 상원 의석을 빼앗아 오는 데 성공했다.
최대 경합지로 꼽힌 7개 주만 따져도 승패가 확정되지 않은 알래스카를 제외한 6곳에서 민주당이 모두 승리했다.
이는 선거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던 민주당 우세 흐름과 일치하는 것으로, 과거 대선에서 여론조사 예측을 뒤집었던 '샤이 트럼프' 현상이 이번에는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샤이 트럼프'는 여론조사에 잘 응하지 않거나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지 않는 트럼프 지지층이 실제 투표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는 현상이다.
2016년과 2020년, 2024년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여론조사상 흐름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샤이 트럼프'는 선거 예측의 대표적인 변수로 꼽혀왔다.
그러나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반감과 실망이 유권자들의 주된 투표 동기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기관 SSRS가 주요 방송사 등의 의뢰로 실시한 유권자 대상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 위해 투표했다는 응답자는 43%에 달한 반면, 지지 의사를 표명하기 위해 투표했다는 응답자는 16%에 그쳤다.
응답자의 39%는 미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로 '경제'를 꼽았으며, '민주주의 현황'을 선택한 응답자는 32%였다. 또 투표 결정에 '정부 부정부패'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자는 54%, '생활비'를 꼽은 응답자는 49%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에 더해 경제적 어려움과 정부 운영에 대한 불만이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끄는 동력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중간선거를 사실상 자신에 대한 신임투표로 만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오히려 유권자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유권자들에게 "내가 투표용지에 있다고 생각하라"는 말을 47차례나 반복하며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했던 것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표심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NYT는 높은 유가와 장기화한 이란 전쟁,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의 사익 추구 의혹 등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공화당에 등을 돌리거나 투표장에 나오지 않았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결과 윤곽이 드러난 3일 밤 NYT 인터뷰에서 "나는 투표용지에 없었다. 내가 투표용지에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을 충분히 투표장으로 끌어내지 못했다"며 책임론에서 발을 빼려는 모습을 보였다.
선거운동 기간에는 자신이 직접 출마한 것처럼 투표해 달라며 선거를 자신에 대한 신임투표로 규정해놓고, 패배 후에는 자신이 후보가 아니었다는 점을 내세워 책임을 공화당 후보들에게 돌린 셈이다.
3일(현지시간) 버지니아 알링턴 투표소에서 투표하는 유권자 [AFP=연합뉴스]
특히 이번 선거는 공화당의 전통적인 지지 기반에서도 민주당으로의 표심 이동이 두드러진 것으로 평가된다.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한 시카고대 여론조사센터(NORC)의 예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4년 대선과 비교해 히스패닉과 가톨릭 신자, 30세 미만 유권자들 사이에서 민주당으로의 지지 이동이 두자릿수 포인트에 달했다.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12%포인트 이상 차이로 지지했던 대졸 미만 유권자들도 이번에는 민주당 후보를 49%, 공화당 후보를 47% 각각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유권자들 역시 2024년 대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55% 대 43%로 더 많이 지지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에게 근소하게 좀 더 많은 표를 몰아준 것으로 파악됐다.
공화당 지지층의 투표 참여가 감소한 것도 민주당 승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WP는 예비 투표율 자료를 토대로 공화당 지지자들의 투표율이 4년 전보다 낮아졌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민주당 지지층의 투표 참여를 자극한 반면, 공화당 내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결집력이 약화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앞서 미국 선거분석기관 '쿡 정치보고서' 창립자인 찰리 쿡은 이번 중간선거의 핵심 변수가 중도층이나 무당파가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실망한 전통적 공화당 지지자들이라고 분석했다.
높은 유가와 관세, 무역전쟁, 이란전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농촌과 소도시 유권자들이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던지지 않더라도 투표를 포기하거나 공화당 후보에 대한 투표를 건너뛰는 방식으로 불만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선거 결과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 약화를 의미하더라도 트럼프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층 자체가 붕괴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린 바브렉 UCLA 교수는 "마가 연합이 무너지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이번 선거에서 높은 물가가 가장 중요한 이슈로 작용한 만큼, 선거 결과를 유권자들의 근본적인 정치 성향 변화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NYT에 말했다. < 이유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