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일 직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도 박빙과 혼전 양상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인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와 도널드 트럼프. AFP 연합
 

차기 미국 대통령을 뽑는 투표가 5일 오전 0시(현지시각) 동부 뉴햄프셔주의 산골 마을 딕스빌노치를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이번 대선에 유권자 1억5천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사전투표를 한 8200만여명을 뺀 나머지 절반가량의 유권자들이 한 표를 행사했다.

시엔엔(CNN) 방송은 딕스빌노치에서 시작된 대선 투·개표 결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각각 3표씩 얻었다고 보도했다. 투표에는 4명의 공화당원과 2명의 당적을 밝히지 않은 유권자가 참여했다. 이 지역은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5표 전부를, 2016년 선거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7표 중 4표를 몰아준 곳이다.

미국과 캐나다 국경에 있는 산골마을로 전체 유권자가 투표 전날 밤 모여 대선일 자정이 되자마자 전 세계 취재진이 지켜보는 앞에서 투표를 진행하고 개표한다. 투표는 이 마을을 시작으로 알래스카주 소속 일부 섬 지역의 투표가 5일 밤 8시 최종 마감될 때까지 미국 전역에서 만 하루 동안 진행된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대선을 하루 앞둔 4일 펜실베이니아주 레딩에서 호별 방문 선거운동에 나서 유권자와 대화하고 있다. 레딩/AFP 연합
 

투표일 직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도 박빙과 혼전 양상이 드러났다. 4일 나온 인터넷 매체 더힐과 에머슨대의 7개 경합주 여론조사 결과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애리조나에서 2%포인트, 펜실베이니아·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에서 1%포인트 앞섰다. 네바다와 위스콘신은 동률이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미시간에서만 2%포인트 앞섰다. 모두 오차범위 안이지만 트럼프가 4승2무1패를 기록한 셈이다.

하지만 전날 발표된 뉴욕타임스-시에나대 여론조사에서는 반대로 해리스가 모든 경합주에서 근소한 차이로 4승2무1패를 기록했다. 또 4일 공영 언론 엔피아르(NPR)와 피비에스(PBS), 여론조사 기관 마리스트가 함께 내놓은 조사 결과에서는 해리스의 전국 지지율이 51%로 트럼프를 4%포인트 앞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일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유세하고 있다. 피츠버그/AP 연합
 

여론조사 기관들은 조금씩 엇갈리는 조사 결과들에 대해 사실상 동률이고 초박빙이라고만 평가할 수 있을 뿐 어느 쪽이 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승부의 윤곽은 이르면 5일 밤 늦은 시각(한국시각 6일 낮)에 일부 언론사들의 판단을 통해 드러날 수 있다. 하지만 개표 추이도 초박빙이거나, 주요 경합주들에서 우편투표 집계가 늦어지는 경우 등에는 승자를 가리는 데 며칠이 걸릴 수 있다. 2020년에는 투표 후 나흘이 걸렸다.

선거운동 마지막 날 두 후보는 최대 경합주 펜실베이니아를 훑으며 막판 지지를 호소했다. 경합주들 중 가장 많은 19명의 선거인단을 보유한 펜실베이니아는 계속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핵심으로 지목돼왔다. 해리스는 비경합주들의 선거 결과가 일반적 예상에 부합할 경우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 등 북부 러스트벨트 3곳에서 승리하면 선거인단 538명 중 당선에 필요한 과반 기준인 270명을 확보해 승리할 수 있다. 트럼프의 경우 남부 선벨트 경합주들(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애리조나·네바다)을 확보하고 러스트벨트 경합주 3곳 중 펜실베이니아까지 손에 넣으면 선거인단 287명을 확보해 당선된다.

여론조사 기관들과 미국 언론들은 이처럼 가장 중요한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는 승부 예측이 가장 어렵기도 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시에나대 조사에서는 두 후보 지지도가 이곳에서 48% 동률을 기록했다.   <  한겨레 워싱턴 이본영 특파원 >

법원, 문건 유출로 인질 협상 결렬 가능성 높게 봐

 

 
 
4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한 남성이 가자지구에 납치돼있는 인질 석방을 요구하는 집회에 참석했다. 텔아비브/로이터 연합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의 전 대변인이 가자지구 전쟁 관련한 여론을 정부에 유리하게 만들고자 기밀 문건을 고의로 유출했다는 의혹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법원은 문건 유출로 인질들이 사망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관련자들을 조사 중이다.

4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 등은 인질가족포럼이 이날 성명을 내고 해당 의혹에 대해 “이번 의혹은 네타냐후 총리 관련한 사람들이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큰 사기 행각 중 하나를 벌였다는 점을 의미한다”며 “이는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최악의 비도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정부와 국민 사이에 남아있는 신뢰에 심각한 타격을 가하는 것”이라며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파괴 행위를 했다고 의심되는 사람들에 대한 조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야당 국가통합당의 베니 간츠는 민감한 보안 정보가 “정치적 생존을 위한 작전”에 사용됐다며 총리가 책임을 지라고 요구했다.

지난달 1일 6명의 인질이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뒤 주검으로 돌아왔다. 이후 지난달 5일 영국 매체 주이시크로니클의 기자가 이스라엘 정보 문건을 인용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지난달 16일 사망)가 이스라엘 인질들을 데리고 외국으로 가려고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다음날인 지난달 6일 독일 일간지 빌트는 하마스의 대이스라엘 심리전 문건을 확인했다며 이들이 인질 협상을 타결하거나 전쟁을 끝내기를 서두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취재 경위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네타냐후 총리가 주장해 온 대 하마스 비타협 강경노선에 대한 우호적 여론 형성을 위해 의도적 문건 유출과 내용 왜곡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이어져왔다. 이후 주이시크로니클이 보도를 삭제하고 사과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후 이달 1일(현지시각) 관련 의혹에 대한 이스라엘 사법 당국은 수사를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가디언과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은 이스라엘 리숀레지온 지방법원이 총리실의 문서 유출 사건에 대해 의도성이 있다고 강하게 의심해 조사 중이라고 4일 보도했다. 또 법원은 경찰과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 군 당국 등 관계기관이 합동 수사에 착수했고 피의자 여러명이 체포돼 신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이 사건에 대한 함구령을 일부 해제하며, 용의자가 총리실 전 대변인이었던 엘리 펠드스타인이라고 공개했다. 법원은 다른 피의자 3명은 신원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군과 보안기관 소속이라고 밝혔다. 반면 총리실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총리실 문건 유출의 파장을 단정하긴 아직 이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날 “수사관들이 군의 기밀 정보 문서를 훔쳐 총리실 직원에게 넘긴 것이 조직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고, 그런 문서 중 하나가 외국 언론에 공개한 것이 가자지역에 억류된 인질과 군인 생명에 지속적인 위험 요인이었다고 본다”고 짚었다. 반면 이스라엘 또 다른 언론 하레츠는 “총리에 대한 혐의가 아직 제기되지 않았으니 이것이 그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한편 지난달 말 이집트가 제안한 단기 휴전과 4명의 인질과 팔레스타인 포로 교환 협상안은 하마스가 거절하면서 결렬되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5일 보도했다. 하마스는 장기적 휴전을 보장하지 않는 단기 협상은 불가능하다고 거절했고,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보완 요청을 또 거절했다.                                 < 한겨레 최우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