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처음으로 인하 행보 멈춰, 당분간 추가 금리 인하 서두르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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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연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언론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8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동결했다. 지난해 9·10·12월 세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하한 뒤, 올해 들어 처음으로 인하 행보를 멈춘 것이다.

 

연준은 전날부터 이틀간 열린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적 관세 정책이 촉발할 인플레이션 압력과 이미 단행한 금리 인하 효과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판단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연준은 성명에서 “이용 가능한 지표들은 경제활동이 견실한 속도로 확장돼 왔음을 시사한다”면서도 “고용 증가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고 실업률은 안정화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은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성명에서는 지난해 말까지 사용되던 ‘고용 둔화 위험이 더 크다’는 문구를 삭제하고, ‘고용과 물가 위험을 균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경기 둔화로 고용이 더 나빠질 위험과 관세 등으로 물가가 다시 오를 위험을 동시에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연준이 당분간 추가 금리 인하에 서두르지 않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은 미리 정해진 경로가 아니다”며 “앞으로의 금리 결정은 회의 때마다 경제 지표를 보며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관세와 관련해서도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효과는 일회성일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새로운 대규모 관세 인상이 있을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금리 동결은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금리 인하 압박 속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아이오와주 연설에서 파월 의장의 후임을 “곧 발표할 것”이라며 “새 연준 의장 체제에서는 금리가 크게 내려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후임자에게 조언한다면 ‘선출 정치인에 끌려가지 말라’는 것”이라며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최근 자신에 대한 법무부 수사가 “통화정책에 압박을 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결정은 만장일치가 아니었다. 투표권을 가진 12명 가운데 파월 의장을 포함한 10명은 금리 동결에 찬성했지만, 스티븐 마이런 이사와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0.25%포인트 인하를 주장하며 반대했다. 마이런 이사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인사이며, 월러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검토 중인 차기 연준 의장 후보군 가운데 한 명이다. 역시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미셸 보먼 이사는 동결에 찬성했다.

 

연준 결정 이후 뉴욕 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소폭 상승했고, S&P500과 나스닥은 보합권에서 움직였다. 반면, 금과 은 가격은 급등했다. 금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은 가격도 하루 만에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관세·정치 불확실성 속에서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2.50%)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는 상단 기준 1.25%포인트를 유지하게 됐다. 한국은행은 지난 15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하며 5회 연속 금리를 유지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다음 금리 인하 시점으로 6월 전후를 가장 유력하게 거론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연준 독립성을 둘러싼 정치적 압박, 차기 연준 의장 인선 결과가 향후 통화정책의 최대 변수로 꼽힌다.       < 김원철 기자 >

 
 

"아들딸 탄다는 마음으로 설계·제작…직접 탑승해본 국방장관 수긍"

카니 총리에 대통령 친서 전달…"결정권자 모두 만나, 진인사대천명"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에게 이재명 대통령 친서를 전달하는 강훈식 비서실장 [강훈식 비서실장 페이스북 캡처]
 

이재명 대통령의 전략경제협력 특사 자격으로 캐나다를 방문 중인 강훈식 비서실장이 현지 정부 최고위급 인사들을 연쇄 접촉하며 '잠수함 수주전'을 총력 지원했다.

 

강 실장은 29일 페이스북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에게 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총리 비서실장·국방장관·국방조달 담당 국무장관·산업장관·재무장관 등을 잇달아 만나 잠수함 사업과 안보·산업 협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에게 한국 잠수함을 소개하며 "내 아들과 딸이 탄다는 마음으로 설계하고 제작한다"며 "그렇기에 '5스타 호텔'처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왜 아니겠느냐. 잠수함은 칠흙같이 차갑고 어두운 깊은 바닷속, 외부와 통화도 할 수 없는 고립된 공간"이라며 "길게는 수십 일을 물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 딸과 아들이 탑승해 있다고 생각한다면 비상 상황에서도 다치지 않고 잠시라도 편하게 누워 쉴 공간이 제공되는 것은 당연지사"라며 "깊고 차가운 바닷속에서 고장 없이 운항할 성능적 신뢰는 물론이다"라고 강조했다.

 

캐나다 정부 관계자들의 반응도 강 실장은 소개했다.

데이비드 맥귄티 국방장관은 잠수함에서 머리를 부딪혀 크게 다친 적이 있는데, 작년 거제 한화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잠수함을 둘러봤을 때 부상 걱정이 전혀 없더라며 수긍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 자리에서 바로 캐나다로 가져가고 싶었다"고 말했다고 강 실장은 전했다.


캐나다 정부 관계자들과 면담하는 강훈식 비서실장 [강훈식 비서실장 페이스북 캡처]
 

프랑수아 필립 샹파뉴 재무장관은 협력 기회가 확대되길 소망한다며 재정적·행정적 지원 의지를 드러냈다고 한다.

 

강 실장은 특히 샹파뉴 장관이 자녀가 K-팝의 큰 팬이자 BTS의 팬덤인 '아미'라고 소개해 금세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며 "늘 이렇게 해외 인사들을 만나면 우리 문화계 활약 덕을 본다"고 감사를 표했다.

 

공군 조종사 출신인 스티븐 퓨어 국방조달 국무장관은 내주 한국을 방문, 해군이 운용하는 잠수함을 직접 탑승해 볼 계획을 알렸다.

 

아울러 마크-안드레 블랑샤드 캐나다 총리 비서실장, 멜라니 졸리 산업장관 등과도 식사와 면담을 했고, 하산 유수프 상원 국방위원장을 비롯한 상원의원들도 만났다고 강 실장은 밝혔다.

 

강 실장은 "캐나다는 이번 잠수함 도입 사업을 자국 산업·안보정책의 근본적 대전환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가 강했다"며 "단순히 새로운 무기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를 모든 고위급 인사들이 일관되게 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업은 대한민국에도 방산 대도약의 계기"라며 "성사된다면 역대 최대 규모의 서구권 진출이 될 것이고, 이를 계기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시장 진출도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잠수함 사업은 물론이고 산업협력, 안보협력 차원에서 만나고자 했던 최고위 의사결정권자들은 모두 만났다. 우리가 전하고자 했던 뜻도, 우리의 진심도 전부 전했다"며 "이제 진인사대천명"이라고 덧붙였다.                                         < 고동욱 기자 > 

 

사법시스템 농락에도 면죄부 준 재판부


형벌에 차별 없다면서 도이치모터스 완전 무죄
대법원도 도이치 전주에 유죄 내렸는데 …
"미필적으로 인식했지만 공동정범은 아니야"
"공소시효도 만료…시효 남은 건도 증거 없어"

"명태균 여론조사도 이익 얻었다 보기 어렵다"
윤석열 통화까지 나왔는데 "공천 약속 아니다"
통일교 청탁 샤넬백·그라프 목걸이 인정했지만
샤넬백도 2개 중 1개만 인정…"해괴한 판결"

김건희 특검 '완패'에 "그간 뭘했나"…지적도
특검 "상식으로 도저히 수긍 못해" 항소 예정

권성동 2년· 통일교 윤영호 전 본부장 1년2개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 공천개입, 통일교 청탁·뇌물 수수 의혹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씨가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결심 공판에 출석, 변호인과 대화하고 있다. 2025.12.3. 연합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무상 여론조사 수수, 통일교 명품 목걸이·가방 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부인 김건희(52) 씨에 대해 1심 법원이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했다. 특검이 구형한 징역 15년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법원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대해선 시세조종세력과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고 공소시효가 만료됐으며 범죄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명태균 무상 여론조사 수수에 대해선 여론조사를 의뢰·지시하지 않았고 그 대가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을 받은 것도 아니라며 무죄를 각각 선고했다. 김 씨가 통일교 교단 청탁을 받고 샤넬백과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수수한 혐의만 일부 유죄로 인정했다.

 

대통령 위에 군림하며 일명 '브이제로'(V0)라고 불린 김 씨는 주가조작과 관련자 모두가 법정 앞에 섰을 때 유일하게 예외였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배우자였던 김 씨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고 심지어 영부인이 된 뒤에는 각종 특혜성 조사까지 받으면서 사법 시스템을 사실상 농락했지만, 법원은 면죄부를 줬다. 막강한 지위를 이용해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어떠한 단죄도 이뤄지지 않은 점은 향후에도 비슷한 범죄를 사회적으로 묵인할 여지를 줬다.

 

형벌에 차별없다면서 도이치모터스 무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28일 오후 자본시장법 위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정치자금법 위반(명태균 무상여론조사 수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통일교 명품 목걸이·가방 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씨에게 징역 1년 8개월, 추징금 1281만 5000원을 선고했다. 앞서 특검이 결심 공판에서 구형한 징역 15년, 벌금 20억 원, 추징금 9억 4864만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옛말에 형무등급(刑無等級·형벌에 등급은 없다) 그리고 추물이불양(趣物而不兩·사물을 대할 때 둘로 나누어 차별하지 아니한다)이라는 말이 있다. 법에 적용에는 적용을 받는 사람이 권력자이든 아니면 권력을 잃은 자이든 예외나 차별이 없어야 한다"며 "불분명할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와 같은 법의 일반 원칙도 피고인이 권력자라 하여 혹은 권력을 잃은 자라 하여 다르게 나누어 적용될 수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대해 시세조종세력과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고 공소시효가 만료됐으며 범죄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단을 내렸다. 앞서 지난해 4월 대법원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전주(錢主·돈줄)'인 손아무개 씨에 대해 유죄(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를 인정한 것보다 훨씬 관대한 판단이었다.

 

통일교 금품수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건희 씨가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있다. 2026.1.28. 연합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대해 ①2010년 10월 22일경부터 2011년 1월 13일경까지 김건희의 대신증권계좌 주식 18만 주와 20억 원이 입금된 미래에셋대우 계좌가 이용된 것 ②2011년 3월 30일 2만 3000주를 하나투자증권계좌로 매수한 것 ③2012년 7월 25일경부터 2012년 8월 9일경까지 1만 9635주를 하나투자증권 계좌로 매수한 것 등 크게 3가지로 공소사실을 나눴다.

 

재판부는 ①2010년 10월 22일경부터 2011년 1월 13일경까지 김건희의 대신증권계좌 주식 18만 주와 20억 원이 입금된 미래에셋대우 계좌가 이용된 것과 관련 "피고인(김건희)은 미필적으로나마 자신의 자금이나 주식이 시세조종 행위에 동원될 수 있음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했다고 볼 여지가 없지 않다"면서 김 씨가 주가조작 행위를 인식했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주가조작 세력과의 공모 여부에 대해선 "시세조종 세력과 공동정범으로서 범행을 실행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인다"면서 "시세조종 세력 중 누구도 피고인에게 시세조종에 관해 직접 알려준 바가 있다고 진술하는 사람이 없어서 피고인이 시세조종에 있어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였는지에 관한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통정매매라고 보기 위해선 그것을 통해 매매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한 외관을 형성해야 하고 행위자에게 그러한 목적 등이 있어야 한다"며 "피고인은 도이치모터스 주식 18만 주를 블랙펄인베스트에 넘겨주려는 목적으로 매도행위를 한 것으로 보일 뿐, 매매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잘못 알게 하거나 그 밖에 타인에게 그릇된 판단을 하게 할 목적까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아울러 "블랙펄인베스트에서 시세조종에 협력할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상대방을 섭외하는 등의 업무를 한 것에 대한 블록딜 수수료 4200만 원가량을 피고인으로부터 받은 것은, 피고인이 블랙펄와 공모 관계에 있는 내부자가 아니라 공모 관계 밖에 존재하는 외부자, 즉 거래 상대방으로 취급됐기 때문으로, 이는 공모 관계에 있지 아니함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 밖에도 재판부는 블랙펄인베스트가 수익금 정산을 할 때, 주가조작에 이용한 다른 계좌에서 나온 수익을 고려하지 않고 김 씨의 계좌에서만 차익 계산을 한 것도 공모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로 들었다.

 

김건희 씨의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사건의 선고 공판이 열린 28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2026.1.28. 연합
 

재판부는 공소시효와 관련해서도 ①2010년 10월 22일경부터 2011년 1월 13일경까지 김건희의 대신증권계좌 주식 18만 주와 20억 원이 입금된 미래에셋대우 계좌가 이용된 것 ②2011년 3월 30일 2만 3000주를 하나투자증권계좌로 매수한 것 등에 대해선 "각 2021년 1월 13일 및 2021년 3월 30일에 10년의 공소시효가 도과됐다"며, 나머지 ③2012년 7월 25일경부터 2012년 8월 9일경까지 1만 9635주를 하나투자증권 계좌로 매수한 것에 대해선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았지만 "범죄 증명이 없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명태균 무상 여론조사도 "대가성 없어" 무죄 

 

재판부는 김 씨가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58회에 걸쳐 2억 7000여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공짜로 받아본 후, 그해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명 씨와 친분이 있는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공천을 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명태균이 무상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피고인 부부에게 제공했고 그 대가로 피고인 부부가 영향력을 행사해 김영선이 국회의원 선거 공천을 받은 것은 아닌가 의심이 가기는 한다"면서도 "명태균이 피고인 부부에게 전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운영하던 미래한국연구소의 영업활동의 일환으로 정기적으로 실시하던 여론조사 결과를 피고인 부부를 비롯해 여러 사람들에게 배포한 것으로 보일 뿐이어서, 이를 두고 피고인 부부가 여론조사 비용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피고인과 미래한국연구소 또는 그 의뢰를 받아 여론조사를 하는 기관인 피엔알(PNR) 사이에 여론조사 관련해 계약서 등 계약이 체결됐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며 "피고인 부부는 명태균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배포받는 상대방들 중 하나였을 뿐 여론조사 결과가 전속적으로 귀속되는 주체였다고 평가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명태균이 피고인 부부에게 선거 관련한 상담 및 조언을 했다고 여론조사 비용 상당액의 이익을 피고인 부부가 얻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여론조사 비용과 관련해서도 "(명태균은) 국민의힘으로부터 공천을 받게 해주겠다며 지방자치단체 관련 선거에 입후보하려는 사람들로부터 여론조사 비용의 상당한 금원을 지급받아 이를 여론조사 비용에 충당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김 씨에게 비용 청구를 위해 작성한 엑셀파일에 대해서도 "엑셀 파일은 명태균이 자신이 비용을 들여 여론조사를 하고 정치 판세를 분석하면서 선거에 도움을 주었음을 나타내기 위한 것일 수는 있어도 그것을 가지고 피고인에게 여론조사 비용을 청구하려 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영선 전 의원 공천에 대해서도 윤석열과 명태균의 통화 등에서 공천을 논의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여론조사의 대가로 김영선에 대한 공천을 약속받은 것으로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단정했다. 그러면서 "실제 김영선에 대한 공천은 국민의힘 공천심사위원회에서 위원들 사이의 토론을 거쳐 투표에 의하여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라고 판단했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지난 8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창원지검)에서 조사를 마치고 자신의 차량에 오르고 있다. 2024.11.8. 연합
 

샤넬백 2개 중 1개만 인정하는 기괴함

 

재판부는 2022년 4~8월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통일교 전직 고위 간부에게 샤넬백 2개와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8000만 원 상당의 명품을 받고 통일교 청탁을 들어준 데 대해선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샤넬백 수수에 대해선 "피고인은 7월 5일 가방을 교부받을 당시 통일교의 청탁 내용이 정부 차원의 경제적인 지원과 관련돼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다"며 "샤넬 가방 등을 교부받은 것은 알선의 명목으로 수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라프 목걸이에 대해선 김 씨 측에서 부인하지만 "전성배(건진법사)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면서 "청탁에 대한 알선의 대가 및 명목으로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못박았다.

 

다만 김 씨가 수수한 샤넬백 2개 중 1개만 청탁으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2022년 4월 7일경 802만 원 샤넬 가방 등 수수 관련해 그 수수 사실은 피고인이 인정하고 있고 이를 보강하는 증거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 직전인 2022년 3월 30일경 피고인이 윤영호(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게 대선을 도와줘서 고맙다는 취지로, 윤영호는 피고인에게 대통령 당선을 축하한다는 취지로 전화 통화를 했으나, 이는 의례적인 표현이고 그 대화 내용 중 청탁이라고 볼 만한 것이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유죄 양형 판단과 관련, "영부인은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대통령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대통령과 함께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존재"라며 "그에 걸맞은 처신이 필요하고, 기본적으로 높은 청렴성과 연결성이 요구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솔선수범을 보이지는 못할망정 국민에 대해 반면교사가 되어서는 아니 될 일"이라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권력에 대한 금권의 접근은 다반사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위가 높을수록 이를 의식적으로 경계해야 한다. 그런데 피고인은 자신의 지위를 영리추구의 수단으로 오용했다"면서 "청탁이 결부된 고가의 사치품을 뿌리치지 못하고 자신을 치장하는 데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이불루(儉而不陋) 화이불치(華而不侈)라는 말처럼 굳이 값비싼 물건을 두르지 않고도 검소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위와 같은 금품의 수수를 피고인이 먼저 요구한 바는 없다"면서 "뒤늦게나마 가방 등을 공여받은 자신의 사려 깊지 못한 행동에 대해 일부 자책하며 반성하고 있고, 별다른 범죄전력이 없다. 이러한 점들은 유리한 양형사유로 고려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하며 압수된 그라프 목걸이 1개를 몰수한다고 했다. 몰수가 불가능한 천수삼 농축차와 샤넬백 등에 대해선 1281만 5000원을 추징한다고 했다.

 

이날 김 씨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서 현정사에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실형을 선고받는 첫 사례로 남게 됐다.

그러나 구형에 크데 미치지 못하면서 정치권에선 곧바로 "해괴한 판결"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사법개혁에 대한 요구도 함께 나왔다.

 

'건진법사 청탁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30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2025.7.30. 연합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브이 제로'라 불리며 국정을 좌우한 김건희 씨의 위상이 훼손될까 걱정될 정도의 형량"이라며 "내란으로 민주주의를 흔들고 사익으로 국정을 망친 죗값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하나의 명품 가방은 알선 명목 수수가 아니고, 또 다른 명품 가방은 알선 명목 수수라는 해괴한 판례를 역사에 남기게 됐다"며 "정의로운 심판을 위한 특검의 즉각 항소가 있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번 판결은 정의의 실현이 아니라 봐주기의 결과"라며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은 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박성준 의원도 "김건희는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 성역이라도 되는냐"며 "법원의 현실 인식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사법개혁을 서둘러 완수해야겠다"고 했다.

 

특검은 선고 직후 "법리적으로는 물론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로서 도저히 수긍하기 어렵다"며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선 재판부가 "범죄증명이 없다"거나 "증거가 부족하다"며 특검에 '완패' 판정을 한 데 대해 수사가 미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김건희 특검의 경우, 파견 검사들이 검찰개혁에 반발해 집단 항명하는 등 내부가 소란스러웠던 만큼,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정에서 입증이 안 됐다, 그간 뭘한 건지"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 사건 1차 공판에 출석해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2025.11.3 [사진공동취재단] 연합
 

한편 김 씨의 선고에 이어 이날 오후 3시에는 김 씨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국민의힘 의원들을 조직적으로 후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선고 공판이 진행됐다. 재판부는 윤 전 본부장에게 1년 2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특검이 구형한 징역 4년의 절반도 되지 않은 수준이었다. 

 

오후 4시부터는 윤 전 본부장에게서 통일교 현안 청탁과 함께 정치자금 1억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의 선고공판이 열렸다. 재판부는 징역 2년과 추징금 1억 원을 선고했다. 앞서 특검은 권 의원에 대해 징역 4년을 구형한 바 있다.   < 김성진 기자 >

 

김태훈 대전고검장 "김건희 1심 주가조작 무죄는 부당 판결"

 
"공범 판결서 통정매매 가담 인정…시효 지났다는 판단도 판례 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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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하는 검경 합수본 김태훈 본부장 (서울=연합)  = 통일교와 신천지 등 특정 종교단체가 정치권에 영향을 끼쳤다는 내용의 '정교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경찰 합동수사본부 김태훈 본부장이 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1.8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초기에 수사했던 김태훈 대전고검장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 1심 무죄 선고에 대해 "부당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김 고검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에 올린 입장문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들을 수사해 구속 기소 한 1차 수사팀 일원으로서 이번 판결에 대한 의견을 밝힌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고검장은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대한 인식을 인정하고도 주가조작 공동정범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은 기존 판결 취지, 공동정범·포괄일죄 관련 법리에 비춰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권오수 등 공범들의 기존 판결에서 김건희는 다수의 통정매매에 가담한 것으로 인정됐다"며 "김건희가 블랙펄에 제공한 20억원이 블랙펄에서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함에 있어 주요 자금으로 이용됐음이 기존 판결에서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건희를 공동정범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분업적 역할 분담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로도 공동정범이 성립할 수 있다는 기존 판례 법리에 반하는 판결"이라고 부연했다.

 

김 고검장은 또 "포괄일죄에 일부만 가담한 공범이라고 할지라도 본인의 범행 종료 시기가 아닌 가담한 포괄일죄 범행의 종료 시부터 공소시효가 기산된다"며 "그럼에도 2010년 10월∼2011년 1월 행위를 분리해 시효가 도과됐다고 판단한 것은 기존 판례 법리에 반하는 판결"이라고 덧붙였다.

 

포괄일죄란 범죄의 수가 한 개인가 여러 개인가를 따지는 문제에 해당하는 형법 내용으로, 여러 행위가 포괄적으로 하나의 죄를 이루는 경우를 말한다.

 

공동정범은 범죄를 단독으로 실행하는지 공동으로 실행하는지의 문제에 해당하는 형법 내용으로, 형법상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공동해 죄를 범하는 것이다.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요건으로서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으로서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사실'이 필요하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아울러 공동가공의 의사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않고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해 일체가 돼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해 자기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어야 한다고 판례는 보고 있다.

 

김 고검장은 2021∼2022년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를 지내면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1차 수사팀'을 지휘했다. 최근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대전고검장으로 승진했으며, 이달 초 출범한 정교유착 합동수사본부의 본부장도 맡고 있다.

 

김건희 1심 선고공판 (서울=연합) 통일교 금품수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건희 여사가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있다. 2026.1.28 [서울중앙지법 제공]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28일 자본시장법 위반 및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여사에게 징역 1년 8개월과 추징금 1천281만5천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여사 혐의 중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자본시장법 위반), 명태균 여론조사(정치자금법 위반) 관련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통일교 측으로부터 교단 현안 청탁과 함께 고가 물품을 전달받은 혐의만 일부 유죄로 봤다.  <  박재현 이밝음 기자 >

 

“권성동, 통일교 영향력 확대 도와”…법원 ‘정교유착’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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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정치권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에 나선 지난달 15일 오전 경기도 가평군 통일교 천정궁 입구가 적막하다. 연합
 

법원이 통일교로부터 교단 현안 청탁과 함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가 있는 권성동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권 의원에게 돈을 건넨 혐의를 받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게 나란히 유죄를 선고하면서, 통일교와 정치권의 ‘정교유착’을 인정한 사법부의 첫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통일교 쪽이 요청한 사항들이 실현되었는지와 무관하게 이 사건 범행 자체만으로 국가정책의 공정한 집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기대가 침해됐다”고 평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우인성)는 28일 정치자금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본부장에게 징역 1년2개월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 의원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1억원을 선고했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윤 전 본부장과 권 의원에 대해 각각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윤 전 본부장이 통일교 현안을 국가정책으로 추진하기 위해 권 의원에게 현금 1억원을 전달한 혐의와 김건희 여사에게 통일교 현안 해결을 대가로 샤넬 가방과 그라프 목걸이 등을 건넨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윤 전 본부장이 금품을 구입하기 위해 통일교 자금을 횡령한 혐의도 일부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윤 전 본부장이 권 의원으로부터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미국 원정 도박 관련 경찰 수사 정보를 입수하고 통일교의 회계 프로그램 자료 등을 삭제·조작한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선 김건희 특검법의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소기각 판결했다.

 

재판부는 권 의원과 윤 전 본부장의 ‘부당 거래’를 통일교의 교세와 정치적 영향력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정교유착’ 성격의 범죄로 규정했다. 실제 권 의원이 정치자금을 대가로 윤 전 본부장을 윤석열 전 대통령과 면담시켜주는 등 통일교의 정치적 입지를 넓히는 데 도움을 줬다고 재판부는 봤다.

 

재판부는 “윤 전 본부장은 통일교의 자금력을 앞세워 대통령의 최측근 배우자인 김건희와 권 의원에게 고액의 금품을 제공하려고 통일교 자금을 횡령했다”며 “이는 금권의 영향력을 배제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고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려는 정치자금법과 청탁금지법의 입법 목적을 훼손시키는 행위”라고 밝혔다.

 

권 의원의 수수 금액이 1억원으로 적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 점 등은 양형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헌법상 청렴의 의무가 규정된 유일한 국가기관인 국회의원은 양심에 따라 국가 이익을 우선해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교 쪽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해 국민의 기대와 헌법적 책무를 저버렸다”고 밝혔다. 이어 “권 의원은 15년간 검사로, 16년간 국회의원으로 재직했으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지낸 법률 전문가로 법적 의미를 잘 알았을 것”이라며 “죄명이 명확해도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반성의 기미가 없어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에게 선고된 형량은 이날 통일교 금품 수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김 여사의 형량(징역 1년8개월)보다도 높다.

 

다만 재판부는 권 의원이 윤 전 본부장에게 한 총재에 대한 경찰 수사 정보를 알려줬다는 혐의와 관련해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특검법의 수사 범위에서 벗어나는 ‘위법한 수사 개시’라며 공소를 기각했다.

 

권 의원 쪽은 이날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즉시 항소해 이 판결의 오류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 이나영 기자 >

  

한인섭 교수, 한자성어 ‘남발’ 김건희 재판장에 “변명 가리는 우회논법”

“무죄 심증 꽉 차”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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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9월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법원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와 명태균씨로부터 무상 여론조사를 제공받은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재판장인 우인성 부장판사가 선고에 앞서 ‘법 적용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한다’는 취지의 한자성어를 언급한 것을 두고 대중이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을 합리화하려는 ‘자기변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형사법 전문가인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2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형무등급, 추물이불량, 검이불루 화이불치. 대개 이런 말을 인용하는 것은 판사가 자기 멋에 취해 있거나 뭔가 변명처럼 해나갈 때 하는 우회 논법”이라며 “판사는 드라이하게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법 적용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우 부장판사가 28일 김 여사의 주가조작 등 사건 1심 선고공판에서 선고에 앞서 여러 한자성어를 언급한 점을 비판한 것이다. 우 부장판사는 “옛말에 형무등급(刑無等級), 그리고 추물이불량(趣物而不兩)이라는 말이 있다”며 “법의 적용에는 그 적용을 받는 사람이 권력자이든, 아니면 권력을 잃은 자이든 예외나 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뜻의 라틴어 법언인 ‘in dubio pro reo’도 언급하며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죄가) 불분명할 땐 피고인의 이익으로 한다는 원칙이 다르게 적용될 수 없다. 그게 공정한 재판의 전제”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 교수는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주가조작)과 정치자금법 위반(여론조사 무상제공) 혐의에 무죄를 준 재판부 논리를 비판하며 “무죄 심증이 꽉 차서, 다른 게 귀에 안 들어오는 억지 논리”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법학자 출신인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2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 재판장은 ‘권력을 잃은 자’ 김건희가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이러한 관점에서 주가조작 혐의에 무죄판결이라는 선물을 주려고 작정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우 부장판사의 한자성어 언급이, 재판부가 국민 법 감정과 괴리돼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검사 출신인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9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이하 뉴스공장)에 나와 “판결이 아니라 언어유희, 혹세무민(세상을 어지럽히고 백성을 미혹하게 하여 속임)”이라며 “판사가 국민의 법 감정과 동떨어진 자기만의 성을 쌓고 사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다른 나라,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도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국민들을 설득해야 될 판결을 선고하는 과정에 국민과 친숙하지 않은 한자어나 라틴어로 본인이 얼마나 고심했는지를 보여주려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어떻게 보면 본인 세계에 매몰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우 부장판사가 대통령 부인의 지위를 활용한 ‘권력형 범죄’를 두고 ‘개인의 허영심’을 언급한 것을 두고도 비판이 나왔다. 판사 출신인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뉴스공장’에 출연해 “저희가 배울 때는 ‘중죄는 엄벌하고, 경죄는 관용을 베풀라’ 배웠다. 상엄하관이라 해서, 위에 있는 사람일수록 엄정하게 처벌하고 아래에 있는 사람에겐 관용을 베풀라고 했는데, 그런 언급 없이 말장난을 해서 무죄를 줬다”고 말했다.

 

이어 우 부장판사가 김 여사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일부 유죄를 선고하면서 “고가의 사치품을 뿌리치지 못하고 자신을 치장하는 데 급급했다”고 언급한 대목을 두고 김 의원은 “허영심 때문에 이런 범죄에 이르게 됐다는 식으로 판단했는데, 김건희씨가 국가 운영체계를 완전히 흔들어버린 것에 대해 지적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우 부장판사가 선고 뒤 피고인인 김 여사와 인사를 주고받은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왔다. 한 교수는 페이스북 글에서 “유죄 선고한 판사가 (재판을) 마치면서 일어나서 피고인과 인사를 나누는 그런 경우가 흔치 않은 듯한데”라며 “참 드문,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단 그들에게만 아름다운”이라고 지적했다. 검사 출신인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도 이날 ‘뉴스공장’에 출연해 “유죄판결하고 나서 피고인한테 인사하는 재판장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홍준표도 ‘절레절레’…김건희 선고에 “이해 안 돼, 사자성어 멋만 부려”

“태산명동서일필, 이럴 때 하는 말” 재판부 꼬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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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전 대구시장. 연합
 

법원이 김건희 여사 1심 선고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씨 여론조사 결과 무상 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정치판을 전혀 모르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홍 전 시장은 2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김건희 여사 공판은 참 이해하기 난해한 선고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우인성)은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 가담해 8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자본시장법 위반)에 무죄를 선고했다. ‘정치 브로커’ 명씨로부터 2억7000만원 상당의 58회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국회의원 재보선(창원 의창)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공천을 받도록 선거에 개입한 혐의(정치자금법)도 무죄로 판단했다.

 

홍 전 시장은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공소장 변경 없이 방조범으로 처벌할 수 있는데도 굳이 무죄를 선고했다”고 지적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여론조사 계약이 없다거나, 아무런 재산적 이익이 없다거나, 김영선 공천과 (여론조사 결과 무상 제공이) 인과관계가 없다거나 하는 설시 이유는 아무런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고 짚었다.

 

홍 전 시장은 “특검 구형도 터무니없이 높았지만 정치판을 전혀 모르는 판결 같다”며 “사자성어를 사용하며 한껏 멋을 부렸지만,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라는 말은 이럴 때 하는 말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산명동서일필은 ‘시작은 요란하고 거창하나, 결과는 보잘것없음’을 이르는 한자성어다. 우 부장판사가 전날 선고공판에서 본격적으로 선고문을 읽기에 앞서 ‘법 적용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한다’는 뜻의 한자성어(형무등급·추물이불량)를 언급한 점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 심우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