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혐의 전무곤 전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 구속영장 기각이어 또,

 
12·3 비상계엄 내란 가담 및 즉시항고 포기 관련 직권남용 의혹을 받는 심우정 전 검찰총장이 16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

 

12·3 비상계엄 당시 내란에 가담한 혐의 등을 받는 심우정 전 검찰총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부동식 내란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6일 심 전 총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 변소 취지, 수집된 증거 등에 비추어 증거 인멸의 염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수사 및 재판 중 사건 진행 상황 등에 비추어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같은 혐의를 받는 전무곤 전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의 구속영장 역시 기각됐다. 앞서 3대 특검 잔여 사건을 수사하는 권창영 특별검사팀은 지난 14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등으로 심 전 총장과 전 전 기조부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심 전 총장은 계엄 선포 당일인 2024년 12월3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지시로 계엄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파견을 검토한 혐의(내란 중요임무 종사)를 받는다. 박 전 장관은 같은 날 밤 법무부 간부회의에서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파견을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오후 11시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심 전 총장과 3차례 통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두고 박 전 장관이 당시 심 전 총장에게도 관련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종합특검팀은 계엄 선포 직후 대검의 ‘비상계엄 아래 재판 관할’ 문건 작성 과정에도 심 전 총장과 전 전 기조부장이 관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심 전 총장에게는 지난해 3월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당시 재판장 지귀연)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하자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에 즉시항고를 포기하도록 한 혐의(직권남용)도 적용됐다. 당시 검찰 특수본은 즉시항고를 통해 상급심 판단을 받아보자는 입장이었지만, 심 전 총장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즉시항고를 제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특검팀은 ‘김건희 씨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서도 심 전 총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 중이다. 종합특검팀은 서울중앙지검이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디올 가방 수수 의혹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김 씨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무혐의 처분하는 데 심 전 총장이 관여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 김지은 기자 >

 

"예외적 허용" 여당 소수 의견이지만 확산 기류
여성단체와 피해자들의 호소, 여론조사 등 영향
"폐지 입장 변화 없지만 우려 반영해야" 항변도
백낙청 "여성단체들의 존속 주장 이해 힘들어"


"경찰 못 미덥다고 검찰 수사권 살려두면 안 돼"
한인섭 "보완수사권이 피해자 보호 방안? 잘못"
서보학 "검사가 사회적 약자 편? 참 웃긴 얘기"
정부는 고강도 경찰 비리 근절, 통제 강화 발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유튜브 '백낙청TV' 방송 화면 갈무리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신중론이 점점 고개를 들자 검찰 부활의 그 어떤 불씨도 남겨선 안 된다며 철저한 개혁을 요구하는 학계 및 법조계 인사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물론 여당에서도 보완수사권 전면 존치를 주장하는 의원은 없다. 성폭력·아동학대·스토킹 등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와 보이스피싱·다단계 등 민생 범죄에 관해 보완수사권을 남기자면서도 그 범위가 모호하고 검사에 의해 악용 가능성이 높아 가장 문제가 되는 홍기원 의원의 형소법 개정안은 홍 의원을 포함해 불과 11명이 공동 발의해 법안 발의 최저 요건인 10명을 겨우 넘겼다. 일각에서는 '외교관 출신인 홍 의원이 법안을 주도한 것 같진 않다'며 배후를 의심하기도 하지만 홍 의원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공부를 정말 많이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대한변호사협회 의견도 들었다"며 "월요일(13일) 아침에 개정안을 들고 의원실을 찾아다니면서 직접 설득했다"고 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민변 여성인권위원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노동자회, 장애여성공감 등 6개 여성단체가 "형사소송법 개정이 피해자에게 개악이면 안 된다"며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할 때 동참해 항의 문자 폭탄을 받고 있는 김동아 의원의 경우 "보완수사권 폐지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해명하면서 "여성과 장애인 등 피해자 단체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우려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 왜곡되는 상황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항변한 바 있다. 진보당 손솔 의원도 "기자회견에 참석한 저를 두고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반대했다고 여러 차례 단정했다. 사실이 아니다"라며 "검찰의 과도한 권한을 끝내는 개혁과 피해자의 권리를 더 강하게 보장하는 개혁은 함께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미 지난달 25일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정부 입장으로 최종 정리했다"고 공식 발표한 정부 방침이 달라진 것도 아니다. 대다수 언론의 집중포화 속에서 바통을 이어받은 민주당 역시 지난 9일 보완수사권은 폐지하고 보완수사 '요구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히 경찰의 '장윤기 사건' 축소·은폐 파문을 계기로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여론의 반발이 크니 보완수사를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는 기류여서 이러다 완전 폐지는 물 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는 것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 관계자들이 더불어민주당 김남희, 김동아 의원, 진보당 손솔 의원과 함께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개혁에 따른 형사소송법 개정에 대한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단체 기자회견'을 열고 "형사소송법 개정이 피해자에게 개악이 돼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 2026.7.13. 연합

 

앞서 거론한 국내 대표적 여성단체들의 반대, 부산 돌려차기 사건과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등 강력범죄 피해자 및 유족들의 잇딴 호소, 보완수사권 유지 응답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오는 여론조사들, 민변 변호사들조차 다수가 보완수사권을 일부 또는 전부 존치해야 한다는 의견 조사 결과가 공개된 점 등이 민주당 의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어 '검수완박'을 조속히 확실하게 매듭짓길 고대하는 이들의 불안감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14일 민주당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찰개혁 '마지막 퍼즐'을 완성해야 한다"고 공언했지만 결과를 낙관할 수 없는 국면이다.

 

이에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15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검찰의 수사권 박탈을 확인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이 마지막 고비에 이르렀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 '신중'론이 대두하고 있지만 김용민 민주당 의원과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나름 섬세한 보완책을 담아서 공동 발의한 원안이 최종 확정되기를 믿고 기대한다"며 한겨레 이재성 논설위원의 칼럼 <수사권 없는 공소청이 '경찰 통제' 더 잘한다> 링크를 공유했다.

 

백 교수는 이어 "개혁적인 여성단체들이 검찰의 보완수사권 일부 존속을 주장하고 나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성범죄 사건에 둔감하기로는 경찰이나 검찰이나 사법부나 대동소이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고 이 땅 기득권자들의 뿌리 깊은 관행인데, 앞으로 수사 당국과 공소 당국, 재판부, 그리고 여성단체를 포함한 시민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개선하고 끝내 뿌리를 뽑아야 할 과제다. 경찰이 미덥지 않다고 검찰의 수사권을 어떤 형식으로든 살려놓자는 근시안적 판단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소위 '추-윤 갈등' 때를 비롯해 오랫동안 다른 기성 언론들과 마찬가지로 '검찰 받아쓰기'와 '친검' 논조로 지탄을 받기도 했지만 백 교수가 거론한 이재성 논설위원은 검찰개혁을 강하게 주장해온 몇 안 되는 내부 필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 논설위원은 해당 칼럼에서 "검찰과 국민의힘과 다수 언론은 보완수사권이 사라지면 '장윤기 사건' 같은 경찰의 부실 수사와 사건 암장을 걸러낼 수 없을 것처럼 선동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라며 "수사기관의 수사를 법적으로 심사하고 통제하는 기소 기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으므로 더 유능한 게이트키퍼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형사소송법 개정에 대한 반발이 계속되는 핵심 이유는 성폭력을 비롯한 각종 형사 사건에서 피해자가 소외되는 제도의 한계, 피해자를 외면하는 수사기관의 태도에 있다. 검찰 해체로 인해 새로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장윤기 관련 증거인멸 및 축소 수사는 이른바 '제 식구 봐주기'라는 권력기관 범죄의 전형인데, 검찰이 이 분야의 '끝판왕'이라는 사실은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호·김용민·서영교 의원과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이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개혁과 관련해 형사소송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6.26. 연합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찰 수사 내부비리 근절 및 민주적 통제 강화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과 홍석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도 배석했다. 2026.7.16. 연합

 

백 교수가 언급한 대로 검사의 수사 및 보완수사권을 완전 삭제하면서도 '섬세한 보완책'을 담은 형사소송법 전면 개정안은 이미 마련돼 있다. 지난달 26일 민주당 김용민,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서영교·김영호·최혁진 의원 등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한 개정안은 검사의 수사 및 보완수사권을 규정한 형소법 제196조를 통째로 삭제하는 대신 같은 조항 번호에 '수사인권보호관' 규정을 신설하는 등 시민사회에서 숙의해온 내용들을 대거 반영하고 있다. 민주당이 9일 당 차원에서 발의한 법안도 경찰 수사권 남용을 통제할 다양한 대안을 담고 있고 국회 법사위에서 법안 심사를 통해 추가적인 보완책 또한 논의 중이다.

 

정부는 정부대로 보완수사권 폐지를 전제로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 권한을 확대하는 등 경찰 수사에 대한 통제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전방위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찰의 장윤기 사건 은폐를 공식 사과하며 '경찰 수사 내부비리 근절 및 민주적 통제 강화'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과 홍석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도 배석했다.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가 아닌 보완수사 요구권만으로도 경찰 수사를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담화문을 통해 정부는 ▲경찰관 배우자, 직계 존·비속 사건에 대한 자진신고 및 상피제를 통해 제 식구 감싸기 관행 근원적 차단 ▲경찰관 연고지 유착 문제를 뿌리뽑기 위해 순환인사제 전면 도입 ▲국가수사본부장 직속으로 '내부비리수사대' 가동 ▲민간 조사관 중심으로 외부 감시·통제를 맡을 100여 명 규모의 '경찰 수사 인권 감찰·조사기구'를 국가경찰위원회에 설치 ▲경찰이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이행하지 않아 공정한 수사 진행이 어려울 경우 검사에게 수사팀이나 수사관서 교체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 부여 ▲공소시효 임박 등 중요 사건에 대해 공소청 검사의 합동협력수사 요청이 있을 경우 즉시 응하도록 제도화 등을 제시했다.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검사 권력 오남용 사례로 본 형사소송법 개정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와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함께 앉아 있다. 유튜브 '김용민의원 민트TV' 방송 화면 갈무리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검사 권력 오남용 사례로 본 형사소송법 개정 토론회'에서는 보완수사권 존치 논리의 허구성을 다각도로 비판하는 전문가들의 발제가 이어졌다. 토론회 좌장 및 사회를 맡은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범죄 피해자 보호는 아주 중요한데 그 피해자 보호를 보완수사권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은 너무 잘못된 것”이라며 “검찰개혁이 촉발된 것은 검찰 수사가 누적된 적폐를 만들어내고 윤석열 내란으로까지 이어졌기 때문인데 지금 검찰 수사의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는 싹 사라지고 경찰 수사의 문제점을 매일같이 1건씩 올리는 언론 플레이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사의 영장 청구 검토 및 보완수사 요구 실질화 ▲경찰이 관여된 사건은 중수청이 수사 ▲독립기관으로 수사인권보호관 도입 ▲수사 과정의 영상 녹화 전면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 완비 등 경찰 수사권 남용 견제를 위한 실효성 높은 방안들을 제시한 뒤 "범죄 피해자 보호에 대해 그동안 이론적 발전이 많이 됐고 연구와 논의가 한 30년 쌓여 있지만 보완수사권이 방안으로 언급된 경우는 전혀 없었다"고 단언했다. 아울러 안전권, 인격권, 알권리, 참여권, 조력권, 이의제기권 등 피해자의 6가지 권리를 열거하면서 "피해자 보호는 검찰의 보완수사 단계에서 비로소 등장하는 것이 아니고 경찰 수사의 첫 단계부터 수사의 마지막까지, 그리고 법원의 공판 절차 전체에 걸쳐 관철돼야 할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완수사를 포함해 검찰의 사건 날조와 암장 등 수사권 남용 사례를 조목조목 짚으며 "검사가 사회적 약자의 편이라고 내세우는 건 참 웃긴 얘기"라고 일축했다. 서 교수의 발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문지석 검사가 2025년 10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용노동부에 대한 기후에너지환경고용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검찰 지휘부가 핵심 증거를 누락해 '쿠팡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무혐의·불기소 처분한 사실을 밝히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5.10.15. 연합

 

"2025년 쿠팡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불기소 사건도 고용노동청에서는 기소 의견으로 보냈는데 검찰 내부에서 묵살돼 결국 불기소된 것이다. 내부 고발 때문에 이것이 알려졌는데 핵심적인 압수수색 결과를 빼고 대검에 보고해서 허락을 받아 불기소했다. 장윤기 사건에서 경찰이 중요한 증거물을 누락시킨 거하고 똑같은 짓을 검사들이 한 거다.

 

뉴스타파에 대한 윤석열 명예훼손 혐의 사건은 법이 아니고 공개되지 않은 대검 내규를 가지고 자기들이 자의적으로 보완수사를 해서 언론사 기자들을 괴롭힌 사건이다. 사건의 동일성 또는 직접 관련성을 법에 넣어놓더라도 검사들은 그것을 무시하고 수사, 기소한다. 나중에 이것이 결국 법원에 의해 잘못된 수사였다고 판단이 돼서 공소 기각이 되거나 무혐의 날 때까지는 많은 시간 동안 많은 돈을 들이며 고생하게 된다. 이게 보완수사권을 행사하는 검찰의 파워다.

 

그다음에 순천 부녀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인데 이것은 경찰이 사건을 송치한 이후에 검찰이 받아 가지고 부녀에 대해서 이상한 동기를 만들어내고 협박, 강압해서 사건을 사실상 만들어낸 것이다. 소설을 쓴 사건이다. 그래서 굉장히 오랫동안 감옥살이를 했고 결국 2025년에 재심에서 무죄가 났다. 김학의 긴급 출국금지 보복 기소 사건도 제가 언급했다.

 

2007년에 벌어진 수원 노숙인 소녀 살해 사건도 경찰이 허위 자백을 받아낸 사건인데, 검찰이 보완수사 단계에서 시정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받아서 기소한 다음에 별도로 가출 청소년 5명을 협박하고 회유해 허위 자백을 받아서 5명을 또 살인죄 정범으로 기소했다. 경찰이 체포했던 노숙인 2명과 검사들이 누명을 씌운 가출 청소년 5명 전부 다 무죄를 받았다. 그러니까 이런 사건들이 결국 검사가 수사권, 기소권을 다 갖게 되면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한 반론을 간단하게 말씀을 드리겠다. 이번 장윤기 사건 같은 경찰의 부실 수사는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이 있어야만 비로소 견제될 수 있다고 얘기하는데 그렇지 않다. 아까 한인섭 교수님도 말씀하셨지만 검사들이 기록을 잘 검토하고 문서화된, 표준화된 보완수사를 잘 요구하면 경찰의 부실 수사는 그 단계에서 다 걸러질 수 있다. 검사가 사건을 송치받아 검토하다가 수사기관의 위법행위, 불법행위를 발견할 경우에는 검사가 수사 의뢰를 할 수 있고 이걸로도 부족하다면 수사 의뢰를 받는 쪽에서 입건 전 조사나 수사 개시를 할 의무를 법에 규정하게 되면 충분히 수사기관의 불법행위를 견제할 수 있다.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해서 사건을 왜곡시켰을 때는 사후 통제 수단이 전혀 없기 때문에 경찰 수사처럼 이게 사후적으로 통제가 돼서 밝혀질 가능성이 전혀 없다.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의 경우 중요한 증거물이 누락된 것인데 그 실체가 지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누가 책임이 있는지 검사는 한 사람도 징계를 받거나 책임을 진 사람이 없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도 관련자들의 허위 진술을 강요, 협박, 공갈했다는 여러 정황이 드러나고 대장동 사건에서 녹취록이 조작된 게 다 드러나도 사후에 진상을 밝히기가 정말 어렵다. 이게 검찰 수사의 맹점이고 위험성이다.

 

최근에 검사가 뭐 피해자, 성폭행 피해자, 아동 피해자, 장애인 피해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의 편이라고 내세우고 있는데 누가 들으면 참 웃을 얘기이다. 역사적으로 많은 사례에서 보면 검사는 항상 강자의 편, 가진 자의 편, 높은 지위에 있는 자의 편을 들어왔다. 갑자기 이들이 피해자의 어떤 수호천사 역할을 자임하는 것은 정말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김학의 사건에서 성폭행을 당한 피해 여성들이 피눈물을 흘렸을 때 검사들이 피해자의 편에 섰는가? 한동훈 처남 진동균 검사가 후배 여검사를 성폭행했을 때 검찰이 이 사건을 덮었다. 사표 내고 나가서 대기업 이사를 하고 있다가 나중에 미투 사건으로 진동균 사건이 재조명 받으면서 결국 나중에 검찰에서 수사해 기소할 수밖에 없었던 사건이다. 여성단체가 왜 이런 사건에 대해서는 얘기를 안 하는지 모르겠다.

 

대표적인 민생 침해 사건으로 언급되는 다단계 투자 사기 사건도 보면 가해자들이 피해자들을 사기 쳐서 벌어들인 막대한 돈으로 전관 출신 변호사들을 선임하는데 다 고위직 검사, 특수부 검사 출신들이다. 이들이 막대한 의뢰비를 받아 전부 다 가해자 편을 든다. 피해자들은 돈을 사기당해 길거리에 나앉고 자살하고 이러는데 그 전직 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그걸 치부의 수단으로 삼아 가해자 편을 들고 있다. 이런 현상을 두고 검사들이 과연 약자의 편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가.

 

수사, 기소가 완전히 분리되면 피해자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완전히 막히는가? 그렇지 않다. 한인섭 교수님이 잘 말씀해 주셨지만 현재 법에도 충분한 대책이 들어가 있고 또 지금 법사위에서 논의하는 여러 안 중에서도 피해자들의 절차적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장치를 계속 보강하고 있다. 그래서 검사의 보완수사권만이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판이라는 주장은 아주 잘못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검사들이 보완수사권에 왜 이렇게 집착을 하느냐. 결국은 수사조직, 인력, 예산 등 현재 검찰청의 수사 전력을 보존해서 기다리는 것이다. 5년이고 10년이고 기다렸다가 상황이 바뀌고 정부가 바뀌면 검찰청으로 다시 탈바꿈해 가혹하게 수사권을 행사해서 보복하겠다는 그런 전략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수사, 기소를 완전히 분리해서 검찰 권력을 해체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다."                < 김호경 기자 >

 

"수사권 없는 공소청이 ‘경찰 통제’ 더 잘한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들머리에 있는 조형물 ‘서 있는 눈’에 반사된 청사가 일그러져 보인 다. 이 조형물은 ‘정의의 편에 서서 깨어 있는 눈으로 불의를 감시하는 눈’을 상징했다고 한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재성 논설위원

 

수사권 없는 공소청 조직은 크게 기소심사부와 공판부, 인권보호부로 나뉘게 될 것이다. 이 중 기소심사부가 현재의 형사부에 해당한다.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검토해서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부서로, 지금 검찰에선 다들 인지수사 부서(반부패부·공공수사부 등)에 가고 싶어 해서 한직으로 분류되지만, 공소청에선 주류 부서로 등극할 것이다.

 

검찰과 국민의힘과 다수 언론은 보완수사권이 사라지면 ‘장윤기 사건’ 같은 경찰의 부실수사와 사건 암장을 걸러낼 수 없을 것처럼 선동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수사기관의 수사를 법적으로 심사하고 통제하는 기소기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으므로 더 유능한 게이트키퍼가 될 수 있다. 공소청의 엘리트 검사들이 수사에 한눈팔지 않고 수사기관의 수사를 들여다보며 협조하고 견제한다면 국가 차원의 수사의 질은 월등하게 높아질 것이다. 보완수사권이 없어야 가능한 미래다. 수사·기소 분리를 통한 선진형 형사사법시스템 도입은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내란과 관계없이 검찰개혁 세력이 지향해온 일관된 방향이었다.

 

그런데도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형사소송법 개정에 대한 반발이 계속되는 핵심 이유는 성폭력을 비롯한 각종 형사 사건에서 피해자가 소외되는 제도의 한계, 피해자를 외면하는 수사기관의 태도에 있다. 검찰 해체로 인해 새로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잘못된 제도와 오랫동안 누적된 관료적 습성 탓이다. 특히 1차 수사기관인 경찰에 불만이 쏟아진다. 하지만 피해자를 귀찮아하고 무시하는 관행은 검찰도 마찬가지다. 피해자가 이의신청을 해도 사건이 많다는 핑계로 들춰보지도 않고 털어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지 않은가.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 기록 역시 공소청으로 송부되어 90일 동안 검토하게 돼 있는데, 여기서 재수사 사건을 찾아내어 성과를 낸 검사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등 창의적인 대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피해자 국선변호인 선임 제도, 수사기록 접근권 및 재판 참여권 보장을 비롯한 피해자 권리 신장 방안을 개정안에 포함하도록 속도를 내야 한다.

 

검찰개혁 논의만 시작되면 우리 사회는 습관적으로 마치 집단 건망증에 걸린 것처럼 과거를 잊는다. 장윤기 관련 증거인멸 및 축소 수사는 이른바 ‘제 식구 봐주기’라는 권력기관 범죄의 전형인데, 검찰이 이 분야의 ‘끝판왕’이라는 사실은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다. ‘김학의 사건’이나 ‘김건희 봐주기’로 대표되는 부실수사와 사건 암장도 규모와 강도에서 검찰이 경찰을 압도한다. 형사 절차의 중심에서 권한을 남용해온 검찰 제도를 손보기 위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려 하는데, 경찰을 견제하려면 공소청에 수사권을 남겨야 한다는 주장은 무책임한 퇴행이자 본말전도다. 정부가 제출한 공소청 및 중수청 설립 법안이 여론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두 차례나 크게 수정된 끝에 현재의 꼴이 갖춰졌는데, 형사소송법을 통해 수사권을 줄 거라면 지난 1년간 뭐 하러 그 지난한 과정을 거쳤단 말인가. 참여연대가 지난 3월 정부 법안을 비판하며 썼던 표현을 빌리면, 검찰 ‘간판갈이’ 하려고 그 고생을 했단 말인가.

 

경찰 불신을 해소할 대안은 여권 의원들이 제출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이미 반영돼 있다. 수개월 동안 시민사회단체들이 숙의를 거쳐 마련한 개정안을 토대로 한 법안이다. 공소청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하거나 재수사를 요청했는데도 수사기관이 따르지 않을 경우, 수사관 교체나 수사기관 변경 등 제재 권한을 높이는 방안,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하면 사건번호를 삭제하던 기존과 달리, 해당 검사가 계속 그 사건을 챙기도록 하는 ‘추완’제도, 송치 이후 사건 관계자들이 검사를 만날 수 있도록 하는 면담신청 제도 등 수사권 존치론자들이 제기하는 문제점에 대한 대안이 거의 모두 나와 있다.

 

지금 검찰의 지상 과제는 수사인력 보존이다. 검찰청이라는 이름은 빼앗겼지만, 수사인력만 보존한다면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민생 사건이든 성폭력 사건이든, 보완수사권이든 조사권이든 어떤 형태로라도 수사권을 지켜내려 한다. 대한민국 검찰에게 수사권은 평생 소득의 크기를 좌우하는 밥그릇이기도 하지만, 기득권 세력의 무기이기도 하다. 언제든 권력만 잡으면 칼로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권력을 잡도록 도와주는 수단이기도 하다. 검찰의 수사권은 언론이라는 여의봉을 통해 영향력이 확장되어 정치로 연결된다. 수사권을 살려두면 정치검사도 살아난다.  

 

"사회적 약자 사건, ‘보완’보다 ‘협력’ 수사를"

 

‘부산 돌려차기 사건’ 등 범죄 피해자들과 변호사들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현재 발의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문제점에 대해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사진을 찍고 있다. 손팻말로 얼굴을 가린 이들이 피해자들이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박용현 | 대기자

 

오래전 미국 인디애나주에 있는 ‘케이지센터’라는 곳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케이지(CASIE)는 아동학대에 대한 지원·수사·교육(Child Abuse Service Investigation & Education)의 앞글자에서 따왔다. 성폭력·학대를 비롯한 범죄의 피해자이거나 증인인 어린이·청소년들을 지원하는 단체인데, 특이한 것은 이 센터 건물 안에 검사와 경찰 수사관이 입주해 있다는 점이었다. 신고·발견된 피해 어린이는 마치 놀이방처럼 꾸며진 이곳에서 ‘조사’를 받는다. 특별히 훈련된 전문가가 혼자서 어린이를 대면해 질문을 한다. 어린이가 볼 수 없는 또다른 방에서 검사, 경찰 수사관, 심리분석가, 사회복지사 등이 실시간으로 이 장면을 지켜본다. 더 필요한 질문이 있으면 무선 수신기로 조사 담당자에게 전달한다.

 

이런 시스템을 구축한 이유는 피해 어린이가 끔찍한 기억을 떠올리고 진술해야 하는 힘겨운 상황을 여러차례, 여러명을 상대로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사건 초기부터 수사·기소 기관과 아동보호 전문가가 협력함으로써 적시에 보호 조처를 하고 사건을 신속히 해결하기 위해서다. 이 센터의 운영진에는 지역의 주민 대표, 의료인, 학자 등과 함께 검찰·경찰 책임자들이 당연직으로 결합해 있다. 미국에는 이 같은 어린이 피해자 전담조사기관이 수백곳에 설치돼 있다고 한다.

 

사회적 약자 관련 사건에 한해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유지하자는 주장을 들으며 케이지센터의 기억이 떠올랐다. 성폭력, 아동·장애인·노인 학대, 가정폭력 등 사건에서 피해자를 더욱 두텁게 보호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검찰의 보완수사가 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인지는 의문이 든다.

 

보완수사를 통한 접근법은 경찰과 검찰 중 어느 쪽이 더 약자 보호에 충실하냐는 선택의 문제로 치환된다. 이는 현실적으로 답하기도 어려운 문제다. 근본적 해법과도 거리가 멀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시민감시단이 2004년부터 성폭력 수사·재판 과정을 모니터링하며 피해자 인권 존중에 기여한 경찰·검찰·재판부를 ‘여성 인권 존중 디딤돌’로, 반대로 피해자 권리 보장에 소홀하거나 2차 피해를 야기한 이들을 ‘걸림돌’로 해마다 선정해왔다. 2023년까지의 명단을 보면, 디딤돌로 선정된 사례 중 검찰이 25건, 경찰이 46건이었다. 걸림돌로 선정된 사례는 경찰이 11건, 검찰이 30건이다. 우열을 가릴 문제가 아니다. 최소한 검찰이 더 믿을 만하다고 볼 근거는 없다.

 

경찰 단계에서 사건 처리에 문제가 있을 경우 보완수사든 보완수사요구든 검찰의 사후 견제로 걸러질 가능성이라도 있지만, 검찰 단계에서 틀어지면 더 이상 견제 장치도 없이 사건은 미궁에 빠지게 된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사건이 단적인 사례다.

 

설령 보완수사를 통해 바람직한 결과에 도달한다고 하더라도 역시 최선은 아니다. 피해자는 1차 수사와 2차 수사라는 중복된 절차를 통해 고통의 시간이 연장된다.

 

근본적 해법은 어느 쪽에 더 신뢰를 줄 것인지가 아니라, 두 기관 모두를 각성시키는 것이다. 피해자의 특수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그에 따라 인권친화적이고 신속한 사건 처리를 하도록 법과 규정을 만들고 인사·교육 등의 제도를 개선해가야 한다. 또 피해자와 지원기관, 민간 전문가 등이 형사절차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서 핵심이 사건 초기부터 검사와 수사기관이 협력 체계를 갖추는 일이다. 기소권자이자 영장 청구권자인 검사 그리고 수사권을 가진 경찰 수사관, 여기에 더해 민간 전문가까지 결합해 긴밀한 소통과 상호 견제 속에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면, 어느 한 기관이 사건을 왜곡하거나 피해자 권리를 무시하며 엉뚱한 방향으로 내달리는 상황을 충분히 막을 수 있으리라 본다.

 

일반 사건도 다르지 않다. 살인 등 중대 사건의 경우 초기부터 검사와 수사기관이 적극 협력 수사를 벌인다면 신속하고 철저한 정의 실현에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수사 상황을 투명하게 공유함으로써 ‘장윤기 사건’과 같은 극악한 축소·왜곡 수사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협력 수사 모델은 수사-기소가 분리된 나라들에서 제도와 관행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 논쟁을 통해 그동안 놓쳐왔던 형사사법체계의 미비점들이 뒤늦게나마 공론장에 오른 것은 소중한 기회다. 특히 형사사법절차에서 주체가 아닌 객체로 취급받아온 피해자에게 제자리를 찾아주는 제도 개혁이 이참에 본격화하기를 기대한다.

개헌도 검찰개혁도 흔들리는 씁쓸한 "제헌절"

● Hot 뉴스 2026. 7. 17. 01:54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원포인트 개헌도 무산됐는데 내란 세력은 복귀
최소한 합의도 못하는데 7공화국 갈 수는 있나
제헌절 의미 퇴색시키는 보완수사권 폐지 갈등
원칙 흔들린 검찰개혁, 예외가 원칙 파괴 하나
권력투쟁 속 정쟁화…숙의 할 수는 있는 건가

 

14일 서울 광화문스퀘어 대형 전광판에서 대한민국 헌법을 주제로 한 미디어아트가 나오고 있다. 2026.7.14. 연합
 

 

대한민국 헌법 제정·공포를 기념하고 민주적 기본질서를 되새기는 제헌절이 18년 만에 공휴일로 부활했지만, 2026년 7월 17일 마주한 현실은 국경일이라는 단어에 담긴 '경축'의 의미를 찾기 어려워 보인다.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한 12·3 내란을 극복하고 시민의 손으로 국민주권정부를 출범시킨 만큼, 헌법 정신을 다시 세우는 일은 새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제헌절에 국정과제 1호인 '국민 중심 개헌'을 강조했지만, 새 정부 출범 후 두 번째 맞는 제헌절에도 개헌 논의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그와 더불어 두 대통령의 탄핵을 겪은 6공화국을 넘어 새로운 7공화국에서 살게 될 것이란 기대도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 사회는 여전히 '삐삐'(무선호출기)조차 없었던 1987년 헌법 체제에 머물러 있다.

 

그런 가운데 내란에 책임이 있는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계엄에 대한 국회의 통제 강화, 부마민주항쟁과 5·18 민주화운동 헌법 전문 수록, 지역 간 격차 해소와 균형 발전에 대한 국가 의무 명시 등 정치적 합의가 가능한 최소한의 원포인트 개헌마저 지방선거를 이유로 무산시키더니, 윤석열 내란 정부에 부역했던 인사들을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으로 부활시켰다. 윤석열의 체포를 막기 위해 수사기관의 영장 집행까지 방해했던 정치인들에게 12·3 내란은 이미 과거 한때의 실수쯤으로 취급되는 듯하다.

 

다행히 선관위 투표용지 사태를 계기로 시민들과 청년층 사이에서 개헌 필요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완전한 내란 청산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올림픽공원 시위를 통해 부정선거 음모론 세력들이 결집하고, 일부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이에 편승하는 현실을 보면 헌정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한 최소한의 합의라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지방선거를 계기로 시도됐던 원포인트 개헌은 향후 더 큰 개헌을 위한 '마중물'이자 최소한의 출발점이었지만, 그조차 무산된 상황에서 저출산·고령화, 기후위기, 지역소멸, 선거개혁, 권력기관 개편, 국민 기본권 등 시대적 과제를 담아낼 전면 개헌을 추진이나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타임캡슐. 2026.6.25. 연합
 

제헌절을 더 무겁게 만드는 검찰개혁

 

더욱이 윤석열 정부 3년간 조작 수사·기소 등 법비(法匪)들의 만행을 지켜본 민주당 등 제정당과 시민사회가 '빛의 혁명' 광장에서 합의한 검찰개혁의 기본 정신조차 흔들리는 현실은 제헌절의 의미를 더욱 무겁게 만든다.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을 불과 3개월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여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보완수사권 '존치' 주장은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를 통한 검찰개혁의 핵심 원칙을 흔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보완수사권이라는 '뒷문'을 열어 수사관이 그대로 남게 되는 공소청이라면, 어렵게 수사·기소 분리를 왜 하는 것이며 중수청·공소청은 왜 나누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수많은 검찰의 조작수사 사례, 보완수사 실패 사례에는 침묵했던 기득권 언론들이 검찰개혁 막바지에 이르러 유독 '장윤기 사건'을 보완수사권 존치의 근거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데에 여당 의원들까지 호응하는 모습은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여성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수사에서 피해자를 보호할 안전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다. 보완수사권 폐지로 우려되는 현장의 공백도 보완수사요구권을 촘촘하게 설계하는 등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그러나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른 검찰의 폐단을 개혁하자는데, 경찰의 수사가 문제라면서 이를 확대하는 것은 논점을 벗어난다. 경찰 수사에 문제가 있다면 피해자 보호 절차와 수사 시스템을 보완하는 게 우선이지, 그것이 곧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존치해야 할 이유 자체는 될 수 없다.

 

살인 누명을 쓰고 15년을 복역했던 부녀가 지난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일명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은 이를 잘 보여주는 예시 중 하나다. 이들 부녀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장기 복역한 이유는 검찰의 조작 수사 때문이었다. 검찰은 지적 장애가 있는 딸에게 허위 자백을 강요했고,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은폐한 사실이 법원에서 확인됐다. 보완수사권 존치론자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활용하는 '정의로운' 형사부 사건에서도 조작이 이뤄진다는 점은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경찰 수사를 통제하거나 보완하는 절대적인 해법이 아니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15일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가운데 진보당 손솔 의원이 준비한 '수사 기소 분리 원칙에 따른 형사소송법 개정 방향 검토 및 의견' 문서가 놓여 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현재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2026.7.15. 연합

 

더군다나 최근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여성과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등에 한해 보완수사권을 인정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지만, '등'이라는 표현을 남겨 예외를 확대할 여지를 두고 있다. 2022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윤석열·한동훈 검찰이 시행령을 통해 수사 범위를 사실상 무제한으로 확장했던 사례를 떠올리면 우려가 적지 않다. 윤석열 정권 당시 검사들이 '등' 한 글자만 가지고도 정권에 비판적인 기자의 자택 문을 '빠루'로 뜯어가며 명예훼손 혐의 사건까지 무차별적 수사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예외를 통한 원칙 파괴가 재현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애초 검찰개혁은 정권의 하수인이 된 검찰이 기소권, 영장청구권, 수사권을 독점하면서 발생한 폐단을 바로잡기 위해 시작됐다. 대통령도 탄핵하는데 검사는 잘못을 저질러도 탄핵은커녕 징계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에서, 무소불위 검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수사·기소를 분리해 상호 견제하고 보완하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경찰 수사의 일부 문제를 이유로, 개혁 마무리 단계에서 사실상 수사권과 다름 없는 보완수사권을 부여하자는 것은 개혁의 원칙 자체를 흔드는 것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검찰개혁은 원칙과 방향을 지키면서 현실을 놓치지 않는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어려운 과제다. 문제는 지금 여당 내부에서 벌어지는 논의가 그 균형점을 찾기 위한 숙의가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로 원칙 자체를 흔든다는 점이다. 1987년 헌법을 넘어서는 일도, 검찰 권력을 헌법 정신에 맞게 재설계하는 일도 결국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권력은 분산되고, 서로 견제받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 원칙이 흔들린다면 공휴일이 된 제헌절은 그저 하루 쉬는 날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 18년 만에 공휴일이 된 제헌절이 그다지 고맙지도 반갑지도 않은 이유다.                                                      < 김성진 기자 >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가장 큰 약속 '나라법 만든 날'

[오늘의 토박이말] 나라법 만든 날

 

반갑습니다. 우리말의 결을 살려 마음을 보듬는 '토박이말 결지기'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나라법 만든 날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나라법 만든 날'입니다. 그림 속 국회의사당을 뒤로 한 채 국회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모여 회의하는 모습과 함께 '헌법(나라법)'이라고 쓴 법전이 있습니다. 단단하면서도 굳은 느낌의 글꼴로 된 법전을 보며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 위에 온 백성이 평화롭고 공평하게 살아갈 수 있는 단단한 주춧돌을 놓았다"는 든든한 안도감과 뭉클한 자부심이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가만히 피어오릅니다.

 

제헌절, 다시 돌아온 국경일

 

17일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출발점이자 최고의 약속을 세운 뜻깊은 '제헌절'입니다. 1948년 7월 17일, 나라를 세우고 운영하는 가장 바탕이 되는 법을 만들어 널리 알렸습니다. 올해는 제헌절이 다시 국가기념일이 된 첫 해여서 그 의미가 더욱 큽니다. 나라 곳곳에서는 헌법의 뜻을 되새기는 기념행사와 전시, 교육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를 평화롭게 지켜주는 이 고마운 날을 맞아 오늘 우리가 마음 깊이 새겨볼 토박이말은 바로 '나라법 만든 날'입니다.

 

최고의 법을 가장 쉬운 목소리로 전하는 '나라법 만든 날'

 

아이들이 "제헌절이 무슨 날이야?"라고 물으면 어떻게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보통은 "헌법을 만든 날이란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시 묻습니다. "헌법은 뭐예요?" '제헌절'보다 '헌법'이 더 어렵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제헌'을 '헌법을 만들어 정함'이라고 풀이합니다. 그리고 '헌법'은 '국가 통치 체제의 기초에 관한 각종 근본 법규의 총체. 모든 국가의 법의 체계적 기초로서 국가의 조직, 구성 및 작용에 관한 근본법이며 다른 법률이나 명령으로써 변경할 수 없는 한 국가의 최고 법규이다'라고 아주 상세하고 엄숙하게 풀이하고 있습니다. 틀린 설명은 아니지만, 어린이나 우리말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한 번에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제안해 봅니다. 헌법을 '나라법'이라 풀어 쓰고, 제헌절을 '나라법 만든 날'이라 함께 불러보면 어떨까요? 나라를 어떻게 세우고 다스릴지, 국민 모두가 안전하게 지켜야 할 가장 크고 바탕이 되는 법이라는 뜻이 단번에 환하게 들어오지 않습니까?

 

어려운 이름 곁에 쉬운 풀이를 함께

 

'제헌절'이라는 이름을 바꾸자는 뜻은 아닙니다. 오랫동안 써 온 이름에는 역사와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제헌절(나라법 만든 날)'처럼 쉬운 풀이를 함께 쓰자는 것입니다. 

우리가 '광복절'을 "나라 찾은 날", '한글날'을 "한글 기림날"이라고 풀이해 주듯, '제헌절'도 '나라법 만든 날'이라고 함께 풀어 쓰면 아이들도 뜻을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말은 뜻이 바로 그려질 때 더 오래 살아남습니다.

 

쉬운 말이 더 많은 사람을 이어 줍니다

 

기림날(기념일)은 날짜를 기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왜 그날을 기리는지 함께 이해할 때 비로소 모두의 기림날(기념일)이 됩니다. 올해처럼 제헌절이 다시 국경일이 된 첫 해에는, 쉬는 날이라는 사실보다 나라의 바탕이 되는 법을 세운 날이라는 뜻을 함께 나누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헌절'과 함께 '나라법 만든 날'이라는 쉬운 풀이를 함께 써 보기를 권합니다. 어려운 말을 쉬운 말로 풀어 주는 일은 우리말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우리말을 이해하도록 돕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마음 나누기]

 

여러분은 아이가 "제헌절이 뭐예요?"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또 '제헌절(나라법 만든 날)'처럼 어려운 한자말 곁에 쉬운 풀이말을 함께 쓰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들려주세요.

 

[한 줄 생각]

 

"쉬운 말은 어려운 뜻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게 하는 다리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나라법 만든 날

뜻 : 제헌절을 누구나 알기 쉽게 풀어 쓴 말

쉬운 풀이 : 나라의 가장 큰 법인 나라법(헌법)을 만든 것을 기리는 날

보기: 올해 나라법 만든 날(제헌절)에는 아이들과 함께 우리나라 나라법을 왜 만들어졌는지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 이창수 기자 >

 

'윤 탄핵 반대' 헌법학자들 강단에서 뭘 가르칠까

 

제헌절 앞두고 돌아보는 헌법학자들
'비상계엄은 합법' 윤석열 헌법 제대로 못배워
헌법이론·역사 제대로 못 배우면 '제2 윤석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가 인용됐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알려진 직후 서울 종로구 계동 헌재 앞에모여 탄핵 인용을 염원했던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2025.4.4 연합

 

17일은 제78주년 제헌절이다. 1948년 7월 17일, 우리나라가 최고 규범인 헌법을 만들어 공포한 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헌법이 있어야 국가가 있는 것이고 국가가 있어야 헌법이 있는 것이므로, 대한민국 헌법은 이 나라가 존재하는 법적 기초이다. 따라서 제헌절은 국기(國基)를 세운 것을 기리는 날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제헌절은 1949년 국가기념일로 법제화 되어 1950년부터 공휴일로 시행됐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주40시간 근무제(주 5일제)를 도입하면서 “공휴일이 많으면 경제가 위축된다”는 이유로 법정공휴일에서 제외했으나 민주주의 가치를 되새기고 국민들에게 정당한 휴식권을 돌려주자는 취지에서 올해 법정공휴일로 환원했다. 18년 만에 원상 복구된 것이라 환영할 일이다.

 

더욱이 올해는 ‘재판소원제’가 국회에서 입법돼 시행된 원년(元年)이라는 의미에서 더욱 뜻이 깊다. 재판소원제는 지난 2월 27일 관련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3월 12일 시행된 제도로 확정된 법원 재판이 헌법적 문제점을 지님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헌법재판소가 심사해 재판 취소까지 할 수 있게 한 헌법소원 제도이다. 대법원과 상당수의 정치인·법조인들이 재판소원제 도입을 반대하며 강력히 저항했으나 국회를 통과해 입법으로 실현됐다.

 

필자는 찬반 논란이 한창일 때 “재판소원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칼럼을 여러 차례 언론매체에 기고했는데, 그 때를 돌이켜보니 감회가 깊다. 당시 반대론자들은 재판소원제가 도입되면 금방이라도 나라가 결딴날듯 호들갑을 떨었지만, 다행히 아직까지 큰 혼란 없이 운영되는 것 같다. 앞으로도 이 제도가 잘 정착돼 국민의 기본권이 사각지대 없이 ‘실효성 있게’ 보장될 수 있도록 관련 기관과 공무원들이 책임감 있게 일해 주기 바란다.

 

헌법은 우리나라 법 중에서 최고의 기본법이므로 법치질서를 세우고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 헌법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국법질서를 바르게 세워야 한다는 엄중한 소명의식을 새로이 해야 할 것이다. 이참에 몇몇 헌법학자들을 돌아보자.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들어와 앉는 헌법재판관들. 2026.3.26 연합자료사진

 

필자는 1976년 법대 1학년 때 김남진(1932~2025) 교수(단국대·경희대·고려대)로부터 헌법학 강의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김 교수는 유신헌법에 실망했다며 나중에는 주로 행정법 강의를 맡았다. 지난해 작고하셨는데 젊은 시절 강단에서 헌법학의 의미, 헌법제정 권력의 개념 등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시던 모습이 아련하다.

 

하지만, 당시 법대생들은 국가고시 합격 등을 목표로 박정희 정권이 만든 유신헌법을 암기 위주로 공부했기 때문에 헌법학의 학문적 본령(本令)과 정수(精髓)를 제대로 공부했다고 보기 어렵다.

 

당시 일부 법학자들은 유신헌법을 적극 지지하는 등 어용적 태도를 보이기도 했는데, 특히 한태연(1916~2010) 교수(서울대·동국대·한양대)와 갈봉근(1932~2002) 교수(한양대·중앙대·동아대)는 유신헌법의 이론적 기초를 마련한 것으로 전해지며, 유정회 국회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당시 법대생들은 주로 문홍주(1918~2008) 교수(성균관대)와 김철수(1933~2022) 교수(서울대)의 저서로 헌법 과목을 공부했는데, 문 교수는 5·16 군사쿠데타 이후 헌법심사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했고, 유신정권에 협력했으며, 제5공화국 헌법을 제정하는 데 참가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철수 교수와 권영성(1934~2009) 교수(서울대), 한상범(1936~2017) 교수(동국대), 계희열(1936~ ) 교수 등은 유신헌법에 비판적 태도를 견지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일부 학자는 중앙정보부에 불려가 고초를 겪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엄혹한 독재체제에서 유신헌법을 비판하면 탄압을 받게 될 것이기에 아예 입을 다무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당시 헌법학자들이 저술한 헌법 해설서들에는 유신헌법을 비판하는 내용은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의 헌법학자들에 대해서도 보자. 일부 헌법학자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4년 12월 3일 행한 비상계엄 선포를 옹호하거나 지지, 또는 묵인하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각하 또는 기각 결정이 나올 것이라고 공공연히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허 영 교수(경희대·연세대)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은 ‘사기탄핵’이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는데, 헌법재판관들은 그의 의견을 거의 받아들이지 않았다.

 

장영수 교수(고려대)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중대한 불법이 아니어서 탄핵이 합당하지 않다면서 헌재 재판관 3~4인이 기각 또는 각하 의견을 선택해 탄핵 소추가 기각될 것이라고 주장했고, 차진아 교수(고려대)도 탄핵이 법적으로 합당하지 않다면서 탄핵 반대론자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또 지성우 교수(성균관대), 이인호 교수(중앙대), 이호선 교수(국민대), 최희수 교수(강원대), 김상겸 교수(동국대), 정현미 교수(이화여대), 김학성 교수(강원대), 황도수 교수(건국대) 등도 탄핵이 부당하다며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 밖에도 다수의 헌법학자들이 탄핵 반대의 입장을 취했고, 많은 교수들이 탄핵 반대 시국선언에 참여했다.

 

반면 김선택 교수(고려대), 김종철 교수(연세대), 이헌환 교수(아주대), 임지봉 교수(서강대), 전광석 교수(연세대), 정태호 교수(경희대), 황치연 교수(홍익대) 등은 윤 대통령의 탄핵이 법적으로 합당하다는 입장을 취했는데, 헌재가 이들의 견해를 수용해 인용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재판소원 사전 심사를 통해 26건을 각하했다. 2026.3.25 연합 자료사진

 

학자들은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학문적 소신에 따라 견해를 밝힐 자유를 지닌다. 우리 헌법 제22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지만, 일부 헌법학자들이 12·3 비상계엄을 옹호·지지 또는 묵인하면서 윤 대통령 탄핵을 정면으로 반대했던 것에는 합리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본다. 사회법 전공인 내가 보기로는 그렇다.

 

2025년 4월 4일 헌재에서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탄핵을 인용한 것도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위법성이 명확하고 윤 대통령의 행위가 충분히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비상계엄을 옹호·지지 또는 묵인하면서 윤 대통령 탄핵을 정면으로 반대했던 헌법학자들은 자신들이 내세운 논리의 합리성 여부를 심각하게 뒤돌아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껏 이들 가운데 판단 오류를 인정하고 사과한 사람은 없는 듯하다. 이들이 교단에서 법학을 공부하는 제자들에게 헌법학을 왜곡·편향되게 가르치고 있지는 않을지 염려되는 바 크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판정에서 “계엄선포권은 대통령의 절대적·전속적 권한이므로 12·3 비상계엄 선포는 합법이다”라고 줄곧 강변하는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아마도 그가 고시공부를 하며 헌법을 공부할 때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에 대해 잘못 배운 것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말하자면 ‘한국적 민주주의 토착화’, ‘대통령의 영도자적 지위’, ‘통치행위론’ 등 오도된 궤변에 치중해 헌법을 잘못 배운 탓이라고 생각한다.

 

선생이 잘못 가르치면 학생을 망치게 되고, 그 학생은 장래에 나라를 망치게 된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헌법학자들은 젊은 학생들에게 헌법의 의미와 내용에 대해 정도(正道)와 정론(正論)을 가르쳐 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학생들이 헌법을 학문으로서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엉터리 궤변적 이론을 배우게 되면 나중에 사회지도층이 됐을 때 ‘제2의 윤석열’이 나오지 않을까 두렵다.                                                              < 이선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