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 아닌 5만원 꼼수 보상에 분노한 민심
자신만의 탈팡 넘어 주변에 인증·동참 요청

조금 늦게 배송 받아도 내 영혼 품격 높아져
"무례한 권력, 헤어지길 잘했다" 서로 격려

 

탈팡(쿠팡 탈출) 증가. (ChatGPT 생성 이미지)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로켓'이라는 이름의 속도에 저당 잡혀 살았다. 손가락 하나로 내일 아침 식탁을 결정할 수 있는 그 마법 같은 편리함 뒤에는, '효율'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비인격적 노동과 통제에 노출된 우리 주변의 노동자들이 있다.

 

오랜 시간 쿠팡 노동자들의 반복된 죽음이 매스컴을 통해 반복적으로 전해졌지만, 누군가는 무덤덤하게 넘겼고 누군가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애써 외면했다. 습관처럼 중독된 편리함 속에서 말이다. 

 

그랬던 대한민국 소비자들이 최근 탈팡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드러난 쿠팡 측의 연속된 행태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부터다. 시민들은 자신만의 탈팡 결행에 머무르지 않고, 주변에 탈팡을 인증하거나 동참을 요청하고 나섰다.

 

계속되는 헛발질, 탈팡 속도 가속화할까?

 

쿠팡 측은 셀프 조사 결과라며 선뜻 이해할 수 없는 결론을 내세우는가 하면, 현금 보상 형식이 아닌 판매량 증가만을 노린 꼼수 보상안을 대책이라면서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소비자를 '반성하지 않아도 충성하는 지갑'으로 여긴 오만함의 극치였다. 게다가 30일 열린 연석 청문회에 김범석과 김유석 모두 불출석으로 대응했다. 이런 일련의 행태는 탈팡을 가속화할 뿐이다. 시민들은 '헤어질 결심'을 넘어, 이미 각자의 삶에서 그 거대한 독점 권력과 작별을 실행하고 있다.

 

쿠팡 일간 이용자 수 추이.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이별은 상실이 아니라 '발견'

 

쿠팡과 헤어진 이후, 우리의 일상은 의외로 훨씬 아름다워지고 있다. 새벽배송의 박스 더미가 사라지자 현관문 앞에는 이웃과 인사를 나눌 공간이 생겼다. 미리 찬거리를 준비하려 나선 걸음을 통해 동네 골목의 작은 가게들은 다시 우리 삶의 풍경 속으로 들어왔다. 로켓의 속도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사람의 얼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밀란 쿤데라는 저서 〈느림〉에서 "느림의 정도는 기억의 강도에 직접 비례하고, 빠름의 정도는 망각의 강도에 직접 비례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쿠팡의 속도에 망각하던 사이, 우리는 노동자의 권리와 인간의 존엄마저 망각해왔던 것은 아닐까. 이제 그 빠른 망각에서 벗어나, 조금은 느리더라도 '기억하는 삶'을 선택해야 한다.

 

윤리적 소비는 '불편함'이 아니라 '품격'

 

누군가는 묻는다. 그 편리한 것을 끊고 어떻게 살겠느냐고. 하지만 답은 명확하다. 나쁜 기업의 편리함은 독배와 같다. 마실 때는 달콤하지만 결국 공동체의 근간을 해친다.

 

쿠팡과 헤어진 시민들은 말한다. "조금 늦게 배송받고, 조금 더 발품을 파는 그 수고로움이 내 영혼의 품격을 높여주었다." 대한민국 소비자들은 이제 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새벽에 문 앞에 놓인 택배 박스가 아니라, 우리가 정의로운 소비를 하므로써 우리의 이웃인 노동자가 부품처럼 쓰이지 않는 데 있다는 사실을.

 

쿠팡과 헤어진 이후의 세상은 훨씬 아름답다. 그곳엔 숫자가 아닌 사람이 있고, 속도가 아닌 방향이 있으며, 무엇보다 '나의 존엄, 공동체의 존엄'이 살아 숨 쉴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서로가 서로에게 당당하게 격려하자. 그 무례한 권력과 헤어지길 참 잘했다고.

                                                                                < 황의원 기자 >

 

쿠팡 노동자 유가족 오열에도…"논의 중" 회피성 답변만

국회 쿠팡 연석 청문회…즉답 회피한 쿠팡 대표
산재 은폐 문건도 "진위 확인 못했다" 의혹 부인

새벽배송 중 사망한 노동자 유가족 보상 요구엔
"죄송하다"면서도 "논의 중"이라며 답변 회피해

로저스 또 동문서답에 청문회 태도까지 논란
수차례 목소리 높이고 대놓고 불쾌감 드러내

 

30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연석 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이 해럴드 로저스 쿠팡 대표에게 질의하고 있다. 2025.12.30. 국회방송 갈무리
 

30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연석 청문회에서는 지난 2020년 쿠팡 물류센터에서 야간근무 중 사망한 고 장덕준 씨의 '사망사고 은폐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새벽 배송 중 숨진 고 오승룡 씨 유가족도 청문회에 나와 쿠팡의 공식 사과와 보상을 요구했다. 해럴드 로저스 쿠팡 대표는 "진심으로 죄송하다"면서도, 장 씨의 산재 은폐 의혹 문건에 대해선 "진위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부인했고, 오 씨 유가족의 요구에 대해선 "논의 중"이라고 답변을 회피해 유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인천 서구을)은 2020년 10월 고용노동부가 장 씨의 산업재해 사고와 관련해 자료를 요구하자, 당시 쿠팡 수석부사장이었던 로저스 대표가 "신체적 부담을 주는 업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라"고 지시한 내부 이메일을 공개했다. 이 의원이 문서를 제시하며 '무슨 의도냐'고 물었고, 로저스 대표는 "이 문서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계약이 해지된 직원에 의해서 제출된 것"이라며 "이 문서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회피성 답변을 했다.

 

이에 이 의원은 김범석 쿠팡 아이엔시(INC) 의장이 "그(장덕준)가 열심히 일했다는 내용의 메모는 절대 남지 않도록 확실히 해. 그가 왜 열심히 일하겠어? 말이 안되지. 그들은 시간제 근로자들이야"라며 당시 임원에게 사건 은폐를 지시한 내용도 추가로 제시했다. 이 의원은 '이 내용을 알았느냐'고 재차 따졌지만, 로저스 대표는 "우리는 고용노동부에 충분한 조사를 받았다"며 "무엇도 숨기지 않았다"고 했다. 박대준 전 쿠팡 대표는 이미 보도에도 나온 내용임에도 "지금 처음 봤다"고 했다. 청문회장에서는 실소가 터져나왔다.

 

해럴드 로저스 쿠팡 대표가 지난 2020년 10월 쿠팡 임원에게 고 장덕준 씨 산재 사고와 관련, "신체적 부담을 주는 업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라"라고 지시한 이메일 내용. 2025.12.30. 국회방송 갈무리
김범석 쿠팡아이엔시(INC) 의장이 지난 2020년 10월 쿠팡 임원에게 고 장덕준 씨 산재 사고와 관련, "열심히 일한다는 메모가 남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한 내용. 2025.12.30. 국회방송 갈무리

 

이 의원은 쿠팡 전·현직 대표에들에게 "사과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도 모자랄 판에, 20대 청년 장덕준 님의 사망에 대해서 지금 이 자리에서 이야기 해보시라"고 쏘아붙였다. 로저스 대표는 장 씨의 유가족에게 "모든 책임을 인정하고 고인의 죽음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했고, 박대준 전 대표도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과 애도의 마음을 표한다"고 했다.

 

청문회 방청인으로 참석한 장 씨의 어머니 박미숙 씨는 이 의원의 질의 뒤 발언 기회를 얻고 쿠팡 경영진에 대한 처벌을 호소했다.

 

박 씨는 먼저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게 "죄송합니다"라고 양해를 구한 뒤,  로저스 대표와 박대준 전 대표를 향해 "X자식들아"라고 했다. 장 씨의 사망사고 은폐 의혹과 관련해 김 의장 등이 관여한 정황이 나왔음에도 로저스 대표와 박 전 대표가 문서 진위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거나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하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 2020년 쿠팡 물류센터에서 숨진 고 장덕준 씨의 어머니 박미숙 씨가 30일 국회 쿠팡 연석 청문회에서 아들과 관련된 자료를 들어보이며 발언하고 있다. 2025.12.30. 국회방송 갈무리

 

박 씨는 "쿠팡의 비협조로 힘들게 산재 승인을 받았지만 일방적으로 연락을 차단해 힘들게 본사를 찾아갔고, 대화도 보상도 할 수 없다는 말에 비참함을 느꼈다"며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다 죽은 미련한 노동자로 둔갑시켜도, 아들을 굶겨 죽인 비정한 부모로 낙인을 찍어버리는 참혹한 주장도, 언론에 공개해서 쿠팡의 이미지에 타격이 많이 갔다는 것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이번에 공개된 자료를 보고서야 그동안 쿠팡의 비열한 행동들이 이해가 됐다"면서 "부디 이번 청문회에서 김범석의 산재 은폐 지시와 숨겨진 산재 은폐 사실, 쿠팡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진실을 낱낱이 밝혀주시고 제대로 처벌될 수 있도록 힘써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는 "저희 유족들에겐 가장 기본적인 산재조차도 모든 걸 걸어야 할 만큼 냉혹한 현실"이라며 "다시는 저희와 같이 가족을 잃고 지옥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이 참혹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지난 11월 새벽배송 현장에서 사고로 숨진 고 오승룡 씨의 누나 오혜리 씨도 방청인으로 참석했다.

 

지난달 쿠팡 새벽배송 현장에서 숨진 고 오승룡 씨의 누나 오혜리 씨가 30일 국회 쿠팡 연석 청문회에서 해럴드 로저스 쿠팡 대표에게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2025.12.30. 국회방송 갈무리
 

오 씨는 "제 동생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5일 연속으로 일하고 3일 동안 상주를 하고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에도 불구하고 딱 하루만 쉬고 일터로 나가서 다음날 새벽 사고로 죽었다"며 "장례식장에는 쿠팡 업체 직원 1명도 오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연락조차 없이 묵인하고 있다. 사과가 그렇게 힘드냐"고 말했다. 로저스 대표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정말로 죄송하다"며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이에 오 씨는 "왜 이제와서야 사과 하느냐"고 따졌다. 그는 "동생에게는 두 아이와 아내가 있다. 첫째는 중증 장애가 있어 가장이던 동생의 죽음으로 생계가 막힌 상황"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공식적으로 사과해주시고, 산재도 인정해주시고, 아이들의 미래, 저와 엄마에 대해 위로금, 보상 다 책임지라"며 "다 보상하겠다고 대답하라"고 몰아세웠다. 로저스 대표는 "죄송하다"면서도 "이 내용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오 씨의 사고와 관련해 최 위원장의 질의를 받고 "산업재해에 해당함이 상당하다고 보인다"고 답변했다.

 

30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서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동시통역기 착용 요구에 답변하고 있다. 2025.12.30. 연합
 

한편 로저스 대표는 이날도 수차례 목소리를 높이고 불쾌감을 표시하는 등 청문회 참석 태도가 논란이 됐다. 

 

지난 17일 열린 청문회에서 로저스 대표의 '동문서답'과 오역이 문제가 되면서 이번 청문회에서는 동시통역까지 준비됐으나 로저스 대표는 자신이 대동한 통역사의 통역에 의지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청문회 개의 직후 최 위원장이 동시통역기 사용을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통역사의 대동을 허락받았다" "제 통역사를 사용하고 싶다"고 맞섰고 나중에는 "정상적이지 않다. 이의제기하고 싶다"라고까지 말했다.

 

로저스 대표는 청문위원들이 '예, 아니요'식 단답형을 요구하자 위원들의 질의를 끊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쿠팡의 국문 사과문과 영문 사과문 표현이 다른 데 대해 지적을 받자, "현재 저희가 정부에 협력하지 않고 있다는 허위 정보가 있다. 저희가 자의적으로 했다고 생각하십니까"며 목소리를 높였다.  발언하면서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들기며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질의 중에 정일영 위원이 "됐다. 그만하라"며 답변을 끊자, 로저스 대표는 "Enough"(그만합시다)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 김성진 기자 >

 

 

윤석열 대선 경선 신천지 개입 의혹 반발인가
국힘 "통일교·신천지 수사라 쓰고 표적 수사"
홍준표 "신천지가 도와 윤석열 대선 후보 돼"
"신천지 신도 10만 입당해서 윤석열에 몰표"

신천지 탈퇴자 "이만희 석방했으니 은혜 갚아"
혁신당 "전광훈 등 정교유착 모두 수사해야"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12.30. 연합
 

더불어민주당이 통일교 특검 수사 대상에 '신천지'까지 포함시키자고 밀어붙이는 데 대해, 국민의힘이 연일 "야당 탄압 정치 보복 시도"라고 발끈하고 있다. 윤석열을 대선 후보로 만들었던 2021년 국민의힘 경선에 신천지가 개입했다는 정치권의 의혹 제기와 관련, 사전에 선을 긋는 모습이다.

 

앞서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29일 전남 무안군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2차 종합특검과 통일교 특검, 사법개혁안을 약속드린 대로 신속히 마무리 짓겠다"며 "통일교 특검은 기왕 하는 김에 헌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정교분리 원칙에 따라, 그걸 위반할 소지가 있어 보이는 신천지도 반드시 포함해서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검에 신천지를 포함한다'는 발언에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즉각 반발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통일교 금품 로비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자는 특검에 느닷없이 신천지의 야당 당원 가입 의혹을 포함시켰다"면서 "전혀 성격이 다른 사안을 끼워 넣어 노골적인 물타기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3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통일교 게이트와 신천지를 갑자기 끌어들이며 특검 도입을 노골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면서 거듭 신천지 수사를 포함하지 못하도록 제동을 걸었다. 그는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법에는 국민의힘을 수사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며 "통일교·신천지 수사라 쓰고 국민의힘 표적 수사라 읽는 노골적인 야당 탄압 정치 보복 시도"라고 했다.

 

홍준표 "신천지 신도 10만 몰표로 윤석열 당선"
신천지 탈퇴자 "이만희 석방시킨 은혜 갚아야"

 

'국민의힘-신천지' 논란은 국민의힘 출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2021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신천지가 조직적으로 가입해 당시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을 지원했다고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홍 전 시장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통일교·신천지 특검하면 이재명 정부가 곤경에 처하는 게 아니라 국민의힘이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라면서 "윤석열이 국민의힘에 들어올 때 1000원짜리 책임당원이 19만 명 들어왔는데 그 중 신천지 신도가 10만 명이었고, 그들의 몰표로 윤석열이 대선 후보가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 8월에도 "대선 경선 당시 윤석열 측 캠프 총괄본부장인 권성동 의원이 당원 투표에서 압승한다고 큰소리친 배경이 신천지·통일교 등 종교집단 수십만 명 책임당원 가입이란 것을 알 사람은 다 안다"고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의 결심 공판에서 최후 진술을 하고 있다. 2025.12.26 연합 [서울중앙지법 제공]

 

신천지 탈퇴자들의 증언도 있었다. 시비에스(CBS)에 따르면, 지난 2022년 1월 16일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와 신천지 신도이자 유력 여성단체 회장 이모 씨가 만난 사진이 한 텔레그램 대화방에 올라왔다. 이 씨는 신천지 이만희 교주와 수시로 독대한 인물이다. 이때 공개된 신천지 고위 간부 녹취에는 "이만희 총회장님은 이 씨를 통해 (윤석열을) 만나보고 싶어하고, 윤석열 라인도 잡고 싶어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또다른 신천지 간부 탈퇴자는 2022년 10월 CBS와 인터뷰에서 "(이만희) 총회장님이 (코로나19 방역업무 방해 등 혐의로 구속됐을) 당시에 편지를 하나 써 주셨는데 한 사람이 나를 도와줬다. 이런 식의 내용이 있었다"면서 "그 사람이 바로 윤석열 검찰총장이고 그 분 덕분에 나올수 수 있게 됐다. 그러니까 우리가 은혜를 갚아야 하지 않겠냐 해서 국민의힘 당원 가입을 이야기했다"고 했다.

 

혁신당도 "신천지 포함은 타당…제한할 필요 없다"

 

민주당뿐 아니라 조국혁신당도 '통일교 특검 신천지 포함'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조국 대표는 지난 25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통일교+신천지 특검으로 국힘(국민의힘)과 종교단체 유착이 확인되면 국힘 해산 사유가 추가된다"면서 "(신천지 포함을) 동의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대변인은 지난 27일 논평을 내고 "애초에 통일교 특검이 제기된 이유는 반헌법적인 정교유착"이라면서 "통일교뿐만 아니라 신천지든, 전광훈이든, 정교유착 혐의가 있는 종교단체라면 모두 수사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신천지까지 포함하기로 한 것은 타당한 일"이라면서 "통일교·신천지로만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핵심은 종교세력의 정치권 부당 개입"이라며 "당마다 차이가 있는 일부 내용을 조율해 신속한 특검법 통과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 김민주 기자 >

 

국무회의서 국민 통합 필요성과 진정성 호소


"대통령의 가장 큰 책임…공동체 전체를 대표"
"사회를 통째로 파랗게 만들 수는 없어" 비유
"잡탕 아니라 파란색 중심의 오색 빛깔 무지개"
"모래, 자갈, 시멘트, 물 모아 콘크리트 만들어"
"주류적인 입장, 근본 가치와 원칙은 다 유지"

이혜훈 "내란은 민주주의 파괴하는 불법 행위"
"당파성에 매몰돼…민주시민께 머리 숙여 사과"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30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을 두고 진보 진영과 여권 일각에서 반발이 계속되자 이재명 대통령이 작심하고 국무회의 공개 발언을 통해 국민 통합의 필요성과 진정성을 호소하고 나섰다. 자신의 지론인 '콘크리트 통합론'과 함께 '파란색 중심의 무지개론'도 설파하며 지지층의 이해를 간곡하게 당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요즘은 연말연시이기도 하고 국내외적으로 이런저런 일들이 많다 보니까 제가 하고 있는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책이 대체 어떤 것인지, 뭘 해야 하는지를 자꾸 생각하게 된다"며 "그런데 생각의 결론은 그렇다. 대통령의 가장 큰 책임은 국민을 통합하는 것이다. 국민의 통합된 힘을 바탕으로 국민과 국가의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가는 최종 책임자. 그게 바로 대통령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은 공동체 전체를 책임지는 것이다. 자주 말씀드리는 것처럼 대통령이 될 때까지는 특정한 세력을 대표하지만, 대통령이 되는 순간에는 모두를 대표해야 한다. 전쟁과 정치가 다른 이유가 바로 그것"이라며 "전쟁은 점령해서 다 갖는 거다. 그런데 정치란 그러면 안 된다. 최종 권력을 갖게 되더라도 그 최종 권력을 쟁취하는 과정에 함께한 사람들만 모든 것을 누리고 그 외에는 모두 배제하면 그건 정치가 아니라 전쟁이 되어버린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우리 사회는 일곱 가지 색깔을 가진 무지개와 같은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파란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권한을 가졌다고 해서 그 사회를 통째로 다 파랗게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면 안 되지 않겠는가?"라며 "그럼 빨간색은 어디로 가나? 빨간색은 우리나라 공동체 사람의 자격을 상실하는 건가? 그렇지 않다. 여전히 대한민국 국민이고 주권자 아닌가?"라고 스스로 묻고 답했다.

 

또 "온갖 방식의 언어들, 예를 들면 협치니 포용이니 이런 말로 표현되지만 정치의 본질에 대해 우리가 깊이 생각한 결론은 집권자와 집권 세력, 대통령과 국무위원 여러분의 역할이 결국 세상을 고루 편안하게, 모두가 함께 잘사는 세상을 만드는 거 아니겠는가?"라며 "그게 민주주의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여전히 나 아니면 전부 적이다, 제거 대상이다, 그런 부분들이 있다. 그러다가 내란 사태까지 벌어진 거 아닌가?"라고 정치의 본질과 대통령의 책무에 관한 문제의식을 계속 제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30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
 

이 대통령은 "다 없애버리려고, 내 의견과 다른 집단과 인사는 다 제거하고 모든 걸 갖겠다고 벌인 극단적 처사가 바로 내란이었다. 그런 사회가 반대쪽으로도 오면 안 된다"며 "그래서 우리는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대결하는 사회에서 오히려 더 통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략적 수단이 아니고, 정말로 우리가 다시 정상인 사회로 되돌아가려면 더 반대쪽의 노력을 많이 기울여야 한다. 통합과 포용의 역할을 더 강하게, 더 크게, 더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가장 모범이 돼야 할 정치인, 관료들이 이 점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 주면 좋겠고, 우리 국민 여러분께서도 예를 들면 이번에 각료 지명이나 인사에 있어서 참으로 고려할 게 많다는 점을 생각해 주시면 고맙겠다"며 "물론 모든 일은 최종적으로 국민의 뜻에 따라 최대한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는 다름을 서로 인정하고, 나와 다른 사람들의 존재를 긍정해주고, 의견이 다른 게 불편함이 아니라 시너지의 원천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군더더기 같지만 한 말씀만 더 드리면, 시멘트만 모으면 시멘트 더미다. 모래만 잔뜩 모으면 모래 더미다. 내가 모래라면 모래 말고 자갈, 시멘트, 물을 모아야 한다"면서 "그래야 콘크리트를 만든다. 그래야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간다. 그래서 좀 더 포용적이고, 좀 더 융화하는 그런 대한민국이 되길 바란다"고 비유했다. 이른바 '콘크리트 통합론'이다.

 

이 대통령은 지지층 일각에서 지적하는 '잡탕론'을 의식한 듯, 국무회의 생중계 발언 말미에 '파란색 중심의 무지개론'을 추가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제가 무지개 얘기하고 포용, 화합 얘기했더니 '그러면 잡탕하자는 거냐' 이렇게 또 얘기할 것 같다"며 "우리가 푸른색을 상징으로 해서 집권한 세력이긴 한데 다른 색깔들을 막 다 받아들여서 섞으면 검은색이 된다. 그렇게 만들겠다는 건 아니다. 각자의 특색들을 다 유지하되 우리 구성원 모두가 푸른색을 선택했을 때 가진 기대, 또 우리가 지켜야 할 원칙과 가치 이걸 잃어버리진 않는다"고 확언했다.

 

이어 "일부 언론에서 '보수에만 자리 다 주면 집권할 때 도움 준 사람은 뭐냐' 이런 이상한 기사도 쓰고 그러던데, 다 주긴 뭘 다 주느냐"면서 윤석열 정부에 이어 현 정부에서도 유임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오유경 식약처장을 지목해 "여기 국무위원 중에 우리 송 장관님, 우리 식약처장님… 또 있나? 뭐 약간 있겠지"라고 말해 송 장관을 비롯한 국무회의 참석자들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다시 국민 통합의 당위성으로 돌아가 "주류적인 입장은 다 유지하고 근본적인 가치와 원칙, 기준을 다 유지하는데 이것만 가지고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그게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넓게, 인재도 넓게, 운동장도 넓게 써야 한다는 차원이라는 말씀을 드린다"며 "잡탕을 만들자는 건 아니고 파란색 중심의 조화로운 오색 빛깔 무지개를 만들자는 얘기"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과거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2025.12.30. 연합
 

전날 이 대통령이 '명확한 입장 표명'을 주문했던 대로 이혜훈 후보자는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과 내란을 옹호했던 종전 언행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소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다 취재진 앞에서 멈춰 "1년 전 엄동설한에 내란 극복을 위해 애쓰신 모든 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리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섰다"며 "내란은 헌정사에 있어서는 안 될 분명히 잘못된 일이다. 내란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불법적 행위"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그러나 당시엔 제가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정당에 속해 정치를 하면서 당파성에 매몰돼 사안의 본질과 국가 공동체가 처한 위기의 실체를 놓쳤음을 오늘 솔직하게 고백한다"면서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떤 변명도 하지 않겠다. 저의 판단 부족이었고 헌법과 민주주의 앞에서 용기 있게 행동하지 못한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다"고 토로했다.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획예산처 초대 장관이라는 막중한 책무를 앞두고 있는 지금 과거의 실수를 덮은 채 앞으로 나아갈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국민 앞에 먼저 사과하지 않으면 그런 공직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이라며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서 추운 겨울 하루하루를 보내시고 상처받으신 분들, 저를 장관으로 또 부처의 수장으로 받아들여 주실 공무원들, 모든 상처 받은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이 정부의 제안을 받았을 때 저는 결코 개인의 영예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제가 평생 쌓아 온 경제 정책의 경험과 전문성이 대한민국의 발전에 단 한 부분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은 저에게 내려진 책임의 소환이며 저의 오판을 국정의 무게로 갚으라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말이 아니라 행동과 결과로 사과의 무게를 증명하겠다. 계엄으로 촉발된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청산하고 잘못된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운 통합의 시대로 나아가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민주권 정부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다시 한번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온몸으로 헌신하신 모든 민주시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한 뒤 고개를 깊이 숙였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과거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2025.12.30. 연합
 

취재진이 "그동안 재정 건전성 강조해 왔는데 이재명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와 거의 다르다는 시각이 있다. 이 부분은 어떻게 조율할 거냐"고 묻자 이 후보자는 "그 부분은 정말 제가 드리고 싶은 얘기가 많은데 따로 날을 잡겠다. 재정 건전성이나 정책 기조에 대한 얘기는 따로 날을 잡겠다"고 약속했다. 지출 구조 조정 등 추가 질문에도 이 후보자는 "그때 다 같이 말씀드리겠다"고 하고 사무실로 향했다.

 

이 후보자의 사과를 두고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출입기자단 브리핑에서 "국민이 판단하실 몫"이라며 "국민께서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후보자가 설명해 드리는 게 맞다"고 언급했다. 이 후보자의 계엄에 관한 입장을 확인하고 발탁했느냐는 질문에 김 대변인은 "다각적인 검토 끝에 후보자로 발표하게 됐다"고 답했다.          < 김호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