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하락에 국정동력 확보 노린 중폭…중기 이소영, 성평등 용혜인 발탁

조국혁신당 이해민 AI수석으로 … 하정우 재등용, 김경수 정무특보 등 인선

 

김승원 공취모 출신 입길,  경제는 관료들 다시 등장,  국방 문민장관 단명 또 육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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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식 비서실장, 2차 개각 인사 발표  = 강훈식 비서실장이 3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인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8.30 superdoo82@yna.co.kr
 
 

신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더불어민주당 재선 김승원 의원이 30일 발탁됐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6곳의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애초 법무장관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공석만 채우는 '순차개각'을 예상하는 시각도 있었으나, 이 대통령은 집권 2년차 국정 전반에 걸친 추진력을 강화하기 위해 중폭 이상의 일괄 개각을 택했다.

 

우선 김 후보자 인선과 관련, 강 실장은 "판사 출신이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를 맡은 재선 의원으로, 형사·사법체계 개편의 취지를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는 만큼 피해자의 권리를 최우선으로 보호하며 새로운 제도를 빠르게 안착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경제파트 인선도 이어졌다.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로는 이형일 현 재정경제부 1차관이 지명됐다.

강 실장은 "이 후보자는 경제 정책 요직을 두루 거친 손 꼽히는 정책통"이라며 "중동발 고유가 사태를 맞아 석유 최고가격제 도입을 주도하며 실행역량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젊은 경제 사령탑으로 역대 최대 경제 지표를 국민 삶의 질적인 변화로 연결하고 양극화를 극복해 우리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이뤄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는 홍지선 현 국토교통부 2차관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는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각각 낙점됐다.

 

그 중 홍 후보자에 대해 강 실장은 "경기도에서 주택 분야의 요직을 두루 거친 현장형 관료로, 주택공급 정책 설계부터 현장 집행까지 전 과정을 총괄하고 주거안정을 실제 성과로 연결한 경험이 있다"며 "국민이 원하는 곳에 충분한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후보자에 대해서는 "소상공인 보호 입법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폭 넓은 정책 경험을 갖고 있다"며 "국가창업시대 전환 및 소상공인 육성과 지원을 성공적으로 이끌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는 강신철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지명됐다.

강 실장은 "합참 작전본부장 등 요직을 역임한 4성 장군 출신으로,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미래전에 대비한 자주 국방 역량을 강화하고 사관학교 통합 등 국방 혁신을 위한 새로운 길을 과감하게 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는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용 후보자는 1990년생으로, 인사청문회를 거쳐 정식 임명될 경우 첫 '90년대생 장관'이 탄생하게 된다.

 

아울러 이번 개각에서 첫 야당 소속 장관 후보자가 나온 만큼, 이번 용 후보자 발탁이 향후 '연립내각' 구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에도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다.

 

강 실장은 "용 후보자는 디지털 성범죄 방지, 일 가정 양립 여건 조성 등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선명한 목소리 내온 청년 재선의원"이라며 "세대 간 성별 간 갈등을 넘어 청년 세대와 함께 모두의 성평등을 지향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말했다.


청와대, 2차 개각 인사 발표  = 청와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포함한 6곳의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고 밝혔다. 윗줄 왼쪽부터 재정경재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이형일 1차관,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 국방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강신철 전 연합사 부사령관. 아랫줄 왼쪽부터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국토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홍지선 2차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민주당 이소영 의원. 2026.8.30 [청와대 제공.연합]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으로는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을 낙점했다.

이 의원에 대한 인선 역시 용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범여권에 속해 있는 야당 인사를 등용했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강 실장은 "구글 엔지니어 출신 차세대 정치인으로, AI산업의 범부처 역량을 하나로 결집할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으로는 하정우 전 AI미래기획수석을 발탁했다.

강 실장은 "초대 AI수석으로 전문성을 입증한 하 부위원장은 향후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방향을 잡고 산학연 역량을 밀도 있게 결집해 국가 AI전략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으로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임명했다.

대표적 친문(친문재인)계 인물을 중용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인사다.

강 실장은 김 특보에 대해 "풍부한 정치 경험을 바탕으로 국회와 지역의 다양한 목소리를 국정으로 연결하면서 국민 통합 및 안정적 국정 운영의 가교 구실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 프로젝트'를 주도할 청와대 메가 프로젝트 보좌관 자리는 이원주 현 기후에너지환경부 에너지전환정책실장에게 돌아갔다.

강 실장은 "이 보좌관은 에너지·산업 등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 관료"라며 "2019년 소재·부품·장비 규제 등 국가적 위기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하며 전문성을 축적했다. 검증된 문제 해결 역량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메가 프로젝트의 성공을 이끌 적임자"라고 했다.

                                                                                          < 고동욱 설승은 기자 > 


청와대 인사 발표 = 청와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에 하정우 전 AI수석(왼쪽부터)을 지명했다고 밝혔다. 또한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에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대통령비서실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에는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을, 대통령비서실 메가프로젝트 보좌관에 이원주 기후환경부 에너지전환정책실장을 발탁했다고 밝혔다. 2026.8.30 [청와대 제공, 연합]
 
 
 

 

김승원 지명에 “이 대통령  공소취소, 사법리스크 덜어줄 수단” 정의당도 비판

6개월 전 “대통령 공소취소 측각추진” 촉구한 공취모 공동대표
정관용 “지지율 하락, 쇄신인사 맞나” 송영훈 “용혜인? 청년 기막혀”

 

 
 
▲김승원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2026년 2월23일 이재명 대통령 공소취소모임 공동대표로써 공소취소 즉각 추진 구호가 담긴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김승원 페이스북

 

이재명 대통령이 법무부장관 등 6개 부처 장관에 대한 개각 인선을 발표한 것을 두고 쇄신의미도 떨어지고 ‘공소취소모임’ 공동대표를 법무부장관 후보로 지명했다는 점에서 공소취소 추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청와대가 공소취소를 하라고 김 후보자를 내정한건가라는 반문이 검찰 내에서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 대표도 대통령에 불리한 사건을 정리하고 사법리스크를 덜어주기 위한 인선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휴일인 30일 오전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이형일 재경부 1차관을, 법무부장관 후보에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법사위 간사)을, 국방부 장관 후보에 강신철 주 사우디아라비아왕국대한민국대사관 특명전권대사(한미연합사 부사령관)를,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비례)을,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에 홍지선 국토부 2차관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에 이소영 민주당 의원을 각각 지명했다.

 

이밖에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에 하정우 전 청와대 AI수석을,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정무특보)에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정당개혁추진단장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을, 청와대 메가프로젝트 보좌관에 이원주 기후에너지환경부 에너지전환정책실장을 임명하기도 했다.

 

특히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김승원 의원은 이 대통령의 공소취소를 추진했던 검찰개혁 강경파 인사다. 김승원 후보자는 지난 2월23일 ‘이재명 대통령 공소취소·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모임’ 출범 인사말에서 “윤석열 정권은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국가 권력을 사유화하고 무리한 수사와 기소를 남발했다. 그 짙은 그림자가 바로 이재명 대통령을 향한 부당한 사법적 족쇄”라며 “이재명 대통령 사건에 대한 즉각적인 공소취소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공소취소모임 공동대표로서 어떤 압박과 저항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이 결의를 반드시 완수하겠다”라고 했다.

 

경향신문 등은 공봉숙 서울고검 검사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취모의 공동대표인 김 의원이 법무부 장관이 되면 공소취소를 지휘할 건가. 청와대에서는 공소취소를 하라고 김 의원을 장관에 내정한 건가”라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공봉숙’ 명의의 페이스북을 보면, ‘공취모 대표가 법무부장관?’이라는 글에서 “공취모(이재명 공소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모임)의 공동대표이신 김승원 의원께서 법무부장관이 되시면 공소취소 지휘를 하실 건가”, “청와대에서는 공소취소를 하라고 김승원 의원을 법무부장관으로 내정한 건가”, “대통령께서는 '위와 같은 의문들이 제기되어도 어쩔 수 없다' 싶을 정도로 마음이 조급하신 걸까”라고 공개 질의한 글이 게재돼 있다. 이 글이 공 검사의 페이스북 계정이 맞느냐는 미디어오늘 질의에 대검찰청 대변인은 30일 오후 SNS메신저를 통해 “공봉숙 검사의 계정을 따로 모니터링 등 하고 있지 않아서 알지 못하는 내용”이라고 답했다.

 

양경규 신임 정의당 대표는 이날 성명에서 김승원 후보자를 두고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취소와 이른바 ‘조작기소 특검’을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추진해온 인사”라며 “검찰개혁을 시민의 인권과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는 제도 개혁이 아니라, 대통령에게 불리한 사건을 정리하고 사법리스크를 덜어주는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자초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양 대표는 “이런 인사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 자체가 검찰개혁의 목적이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을 위한 것임을 보여준다”라고 질타했다.

 

성평등가족부 장관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지명을 두고도 양 대표는 “부적절하다. 위성정당을 통해 두 차례 국회에 입성한 정치인을 국무위원으로 발탁하는 것은 위성정당 정치에 사실상의 면죄부를 주는 일”이라며 “피해자들의 거센 우려에도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환영했던 인사가 여성과 소수자, 피해자의 권리를 책임질 적임자인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양 대표는 “지지율이 하락하고 민생의 경고등이 켜졌다면 바꿔야 할 것은 장관의 얼굴이 아니라 국정의 방향”이라며 “그러나 정책은 그대로이고, 친정체제는 더 강해졌으며, 위성정당 정치까지 국정운영의 자산으로 끌어들였다. 이번 개각을 네 글자로 평가한다. 구태의연(舊態依然)”이라고 강조했다.

 

정관용 진행자도 이날 오후 KBS 라디오 ‘정관용의 시사본부’에서 재경부장관과 국토부 장관 교체가 부동산 정책 국민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워낙 거센데 대한 문책성 인사라는 평가를 두고 “그런데 둘 다 현직 차관을 뽑았다는 의미에서는 ‘이게 무슨 문책이야’, ‘무슨 무슨 쇄신이야’ 이런 느낌을 지울 수 없다”라며 “이른바 지지율 하락을 반전시킬 극적 효과는 거의 없다”라고 해석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도 같은 방송에 출연해 “경질이라면은 다른 이미지를 확 줘야 되는데 차관이 그대로 승진한 거라 문책성 경질인가 하는 메시지로서 맞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든다”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대변인 출신의 송영훈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김승원 법무부장관 후보자 지명을두고 “자기 재판을 없애겠다는 이 대통령의 공소취소에 대한 집요한 의지는 여전하다고 보면 틀림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송 변호사는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 인선에도 “국회의원으로서 도대체 무슨 성과가 있어서 비례정당에 운좋게 두 번이나 올라타서 비례 재선을 할 수 있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은데, 게다가 장관이라니요”라며 “정작 청년들은 기가 막혀 할 인사”이라고 비판했다.

 

법무부 대변인이 30일 오후 미디어오늘에 전한 김승원 후보자 입장을 보면, 김 후보자는 “지금 대한민국은 70년간 이어진 형사사법체계의 대전환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형사사법체계가 국민에게 신뢰받는 제도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법무부 대변인은 ‘공소취소 추진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어떻게 보느냐’는 미디어오늘 SNS메신저 질의에 “아직 답변드릴 단계가 아닌 것 같다”라고 답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김윤 의원 지역사무소 개소식 인사말에서 이번 인사를 두고 “세 가지 특징이 있는 것 같다. 젊음, 전문성, 개혁 진보 연대의 강화”라며 “세 가지를 합치면 무엇이냐, 전당대회 이후 우리 당이 지향하고 있는 민생, 실용, 확장 노선과도 딱 맞다”라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페이스북에도 이번 개각이 “민생실용확장의 당 기조와도 전면부합한다”라며 “당은 청문회를 통해 전문성을 검증하고, 새 내각멤버들을 포함한 더 강화된 당정협력으로 심기일전”하겠다고 썼다.                                 < 조현호 기자 >

 

6개 부처 개각…2년 차 국정 운영 일신하나

30%대 터치한 국정 지지율 반등 계기 될까

 

청와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포함한 6곳의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고 밝혔다. 윗줄 왼쪽부터 재정경재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이형일 1차관,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 국방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강신철 전 연합사 부사령관. 아랫줄 왼쪽부터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국토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홍지선 2차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민주당 이소영 의원. 2026.8.30.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6개 부처 중폭 개각과 청와대 인사를 단행했다. 재정경제부와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엔 현직 차관을 내부 승진시켜 전문성과 정책 안정성을 모두 챙기는 실용 기조를 유지했다. 개혁의 '기준점'으로 여겨지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엔 검찰개혁에 앞장섰던 판사 출신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을 기용해 안정적인 개혁 과제 마무리를 도모했다. 청와대 인사와 관련해서도 공석이었던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에 구글 출신 조국혁신당의 이해민 의원을,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에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를 각각 내정함으로써 실용과 내부 통합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에도 여권 내부 대립이 지속되고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하락한 여론조사까지 나온 상황에서 반등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대통령이 경제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 후보자에 이형일 현 1차관, 국토부 장관 후보자에 홍지선 현 2차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민주당 이소영 의원,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강신철 전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현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민주당 김승원 의원,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을 각각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6개 부처 장관 인선엔 실용과 개혁, 통합을 두루 고민한 흔적이 읽힌다. 먼저, 민생과 직결되는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 후보자에 경제 정책 요직을 두루 거치고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비서관 등을 지낸 이형일 1차관을, 국토부 장관 후보자에 경기도 도시주택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홍지선 2차관을 기용한 것은 실용에 방점이 찍혀 있다.

 

강 비서실장은 이형일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중동발 고유가에 맞서 석유최고가격제 도입을 주도하는 등 실행 역량을 입증한 바 있다"며 "젊은 경제 사령탑으로서 역대 최대 경제 지표를 국민 삶의 질적 변화로 연결하고, 양극화를 극복해 우리 경제를 안정적으로 성장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홍지선 국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경기도 도시주택실장 당시 주택 공급 정책 설계부터 현장 집행까지 전 과정을 총괄하며 주거 안정을 실제 성과로 연결한 바 있다"면서 "국민이 원하는 곳에 충분한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신철 전 연합사 부사령관의 국방부 장관 후보자 지명도 실용과 통합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육군사관학교 출신인 강 후보자는 진보·보수 정부를 막론하고 청와대 국가안보실 국방개혁비서관,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연합사 부사령관 등 요직을 두루 맡았다.

국방부 장관이 문민 출신에서 육사 출신으로 되돌아가게 됐지만, 육사 출신으로 연합사 부사령관까지 지낸 만큼 전작권 환수와 사관학교 통합 문제 등에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 비서실장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미래전을 대비한 자주국방 역량을 강화하고, 사관학교 통합 등 국방 혁신의 새로운 길을 과감하고 속도감 있게 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훈식 비서실장이 3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인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8.30. 연합

 

현직 의원들의 내각 진출에도 눈길이 쏠린다. 개혁과 실용, 여권 내부 통합까지 모두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법무부 장관에 판사 출신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섰던 민주당 김승원 의원을 지명한 것은 안정적으로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재선 의원으로, 당정청뿐 아니라 야당과의 소통에도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강 비서실장은 "형사사법 체계 개편 취지를 누구보다도 깊이 이해하고 있는 만큼 피해자의 권리를 최우선으로 보호하며 새로운 형사 사법 체계를 빠르게 안착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성평등가족부 장관에 30대 여성 청년인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을 지명한 점도 눈에 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현 성평등가족위원회) 활동을 한 점도 고려됐지만, 정부가 최근 청년과의 소통 확대에 나선 상황에서, 인사를 통해서도 청년 정책에 힘을 싣겠다는 메시지를 준 것으로 해석된다. 강 비서실장은 "용 후보자는 디지털 성범죄 방지, 일 ·가정 양립 여건 조성 등 사회적 약자 편에서 선명한 목소리를 내온 청년 재선 국회의원"이라며 "현장감 있는 참신한 시각과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세대 간, 성별 간 갈등을 넘어 청년 세대와 함께 모두의 성평등으로 나아갈 적임자"라고 말했다.

 

중기벤처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소영 의원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 활동을 하고, 민생과 직결된 스타트업·소상공인 지원 입법을 했던 경험을 높이 산 것으로 보인다. 강 비서실장은 "그동안 축적해 온 역량과 남다른 추진력을 바탕으로 국가 창업 시대 전환과 소상공인 육성 지원을 성공적으로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6개 부처 장관 후보자에 이어 인공지능(AI) 국가 전략과 관련된 청와대 인사사도 함께 발표됐다. 전문성과 정무적 판단 등이 복합적으로 고려된 인사로 보인다.

 

먼저 하정우 전 AI수석의 국회의원 선거 출마로 장기간 공석이었던 청와대 AI 수석엔 구글 시니어 프로덕트 매니저와 오픈서베이 최고제품책임자 등을 지낸 조국혁신당의 이해민 의원이 내정됐다. 전문가 출신의 혁신당 의원을 발탁함으로써 실용과 범여권 내부 통합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혁신당은 "정부여당과 민생에는 협력, 개혁 분야에 있어서는 경쟁을 통한 자강을 추구한다는 기조에 따라, 더이상 비워 둘 수 없는 AI수석 자리에 이해민 의원을 발탁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에 하정우 전 AI수석(왼쪽부터)을 지명했다고 밝혔다. 또한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에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대통령비서실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에는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을, 대통령비서실 메가프로젝트 보좌관에 이원주 기후환경부 에너지전환정책실장을 발탁했다고 밝혔다. 2026.8.30. 연합

 

신임 AI수석과 발맞출 국가AI전략위원회 부위원장엔 하정우 전 AI수석을 지명했다. 이재명 정부 초대 AI수석으로 전문성과 정책 역량이 검증된 만큼 정치인 출신 신임 AI 수석과 함께 발맞춰 정책에 동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설 예정인 가칭 메가프로젝트 보좌관은 이원주 현 기후에너지환경부 에너지전환정책실장을 내정했다. 이 실장은 산업통상부에서부터 에너지·산업 분야 요직을 거친 정통 관료 출신이다. 3대 메가 프로젝트 성공에 에너지 정책이 중요한 열쇠라는 점을 고려해 전문성 있는 관료를 기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AI수석과 AI전략위 부위원장, 메가프로젝트 보좌관에 정치인부터 관료까지 두루 기용함으로써 상승 효과가 기대된다.

 

조정식 국회의장이 22대 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되며 공석이 된 대통령 정무특보에 노무현 전 대통령 마지막 비서관 출신으로 친문계 구심점 역할을 해온 김경수 전 경남지사(전 지방시대위원장)를 내정한 점도 주목된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의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지명,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의 AI수석 내정 등과 함께 범여권 내부 통합 의지를 보여주는 인사로 풀이된다.

 

강 비서실장은 "김경수 특보는 풍부한 정치 경험을 바탕으로 국회, 지역의 다양한 목소리를 국정에 연결하고, 현안별 이해와 공감대를 넓힘으로써 국민 통합과 안정적인 국정 운영의 든든한 가교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김성진 기자 > 

 

 

 

포드 온주 수상 "트럼프 대통령 떠난 뒤에도 여전히 온타리오호라고 불릴 것"

 

                       온타리오호 대형 표지판  [AP=연합]

 

미국과 캐나다 사이의 온타리오호를 '아메리카호'로 바꾸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맞서 캐나다 온타리오주가 호숫가에 '온타리오호'라고 적힌 초대형 표지판을 설치했다.

 

더그 포드 캐나다 온타리오주 수상은 29일 온타리오호에 '온타리오호. 지금도, 언제나'(Lake Ontario. Now and Always)라고 적힌 표지판을 세우고 공개했다.

 

가로 24피트(7.3m), 세로 12피트(3.6m) 크기의 이 표지판은 6피트(1.8m) 높이의 지지대 위에 세워졌다. 꼭대기가 대략 2층 건물 높이에 이른다.

 

포드 주수상은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나고 한참 뒤에도 이곳은 여전히 온타리오호라고 불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명칭 논란은 관세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캐나다 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불거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수 이름 변경으로 캐나다를 자극하는 듯한 도발적 조치에 나섰고, 캐나다에서는 이를 두고 조롱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도 온타리오호 명칭이 캐나다 연방의 탄생이나 미국의 독립선언보다 오래된 것이라며 개명 요구를 일축했다.                         < 임수정 기자 >

 

공화당서도 '아메리카호 개명' 비판…버몬트주지사 "유치한 일"

 
 

불필요한 감정 싸움 경계…민주당도 "말도 안돼" 개명 저지 법안 추진

미 · 캐나다 무역전쟁 악화…"캐나다 총리, 찬사받지만 외로운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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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과 캐나다 국경지대의 온타리오호 이름을 아메리카호로 바꾸자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28일 미 언론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인 필 스콧 버몬트주 주지사는 소셜미디어 엑스에 글을 올려 "(호수 개명은) 유치하고 실망스럽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직격했다.

 

스콧 주지사는 "우리는 협상을 통해 미국과 캐나다 경제를 강화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추가적인 긴장 격화는 미국이나 캐나다 가정과 기업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버몬트주는 캐나다와 무역·관광 분야에서 연결고리가 깊어 양국 관세전쟁으로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되는 지역이다.

 

버몬트주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이지만 온건 보수 성향의 스콧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 비판하며 2024년 주지사 선거에서 73%의 득표율로 압승했다.

 

위스콘신주 주지사 공화당 후보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받고 있는 톰 티파니도 "온타리오호는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시 캐나다와 무역으로 밀접하게 연결된 위스콘신주는 경합주다. 트럼프 대통령이 호수 개명으로 실익 없는 감정싸움을 벌이면서 11월 주지사 선거에서 불이익을 입는 상황을 경계한 셈이다.

 

민주당도 호수 개명에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데비 딩겔 하원의원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몹시 분개한다"면서 개명 저지를 위한 법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2016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패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엑스에 "온타리오호다"라고 짧게 올리며 개명 시도를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카니 총리(오른쪽)  [AFP=연합]

 

트럼프 대통령의 호수 개명으로 미국과 캐나다의 관세전쟁이 한층 악화하는 가운데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에게도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금은 반미 정서 확산 속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짱'을 뜬 카니 총리가 국민적 지지를 얻고 있지만 관세전쟁의 타격이 현실화해 캐나다 가계와 기업에 부담이 커지면 캐나다 여론이 뒤집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CNN방송은 "카니 총리가 위기의 순간에 찬사를 받고 있으나 결국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견국 연대'를 주창했던 카니 총리에게 미국과의 무역전쟁이라는 시험대가 너무 빨리 찾아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니 총리는 지난 1월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미국이 예전의 미국이 아님을 인정하고 중견국이 힘을 합쳐 새로운 질서를 구축할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아직은 중견국 연대에 대한 국제적 지지가 규합되지 않은 상황에서 카니 총리가 혼자 외로운 싸움에 나선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에 시달리면서도 고강도 보복을 피하려 하는 각국의 분위기가 여전히 큰 탓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초강대국으로부터 다변화를 꾀해 연대를 구축하는 데는 몇 년이 걸릴 수 있고 트럼프에 맞서는 데 대한 동맹국의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는 특히 그렇다"면서 "중견국 연대를 촉구하고 7개월 뒤 카니는 사실상 트럼프와 혼자 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 백나리 기자 >

 

 

프레드릭 맥켄지와 기록하는 자의 책임

 

사진 한 장과 책 두 권으로 후대 한국인들에게 갚을 수 없는 빚 남겨

힘없는 자의 편에서, 강자의 논리에 휩쓸리지 않고 눈앞의 사실 기록


캐나다 퀘벡에서 태어난 신문기자가 1904년 러일전쟁을 취재하러 조선 땅을 밟았을 때, 그는 그저 일본군을 따라다니며 기사를 송고하는 종군기자였을 뿐이다. 처음엔 일본에 딱히 나쁜 감정도 없었다. 오히려 근대화를 이룬 신흥강국이라는 호감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는 기록도 있다.

 

그런데 사람은 눈으로 보고 마음을 바꾸는 법이다. 프레드릭 아서 맥켄지(Frederick Arthur McKenzie, 1869~1931)는 조선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본의 만행을 직접 목격한 뒤, 펜끝의 방향을 완전히 틀었다. 그는 백년도 더 전에 이 땅에 왔다가, 사진 한 장과 책 두 권으로 후대 한국인들에게 갚을 수 없는 빚을 남겼다.

 

프레드릭 맥켄지(위키피디아)

 

을사년 이후의 목격자

 

맥켄지는 런던의 신문사 데일리 메일 소속으로 1904년과 1906년, 두 차례 조선을 찾았다. 첫 방문은 전쟁 취재가 목적이었다. 하지만 1906년 여름 다시 찾아온 그는 이번엔 아예 조선에 눌러앉다시피 하며 약 1년 반을 머물렀다. 1907년에는 순종의 즉위식 현장을 눈으로 지켜봤고, 같은 해 대한제국 군대가 강제로 해산당한 뒤 전국 각지에서 봉기한 의병의 활동을 취재하러 다녔다.

 

경기도 양평 지평면 인근 야산에서는 낡고 녹슨 총을 든 젊은 의병들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훗날 그는 이때 만난 의병이 "우리는 어차피 죽겠지만, 일본의 노예로 사느니 자유민으로 죽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고 기록했다. 이 장면은 훗날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마지막 회에서 재현될 만큼 깊이 남은 순간이 되었다.

 

1907년 맥켄지가 촬영해 '대한제국의 비극'에 실린 의병들 사진(위키피디아)

 

사진 한 장, 책 두 권

 

맥켄지가 이때 남긴 사진은 오늘날까지 전하는 사실상 유일한 의병 기록사진이다. 제복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청년들이 카메라 앞에 나란히 선 이 사진은, 문서보다 더 강한 방식으로 그날의 진실을 증언한다. 그는 이 경험을 담아 1908년 '대한제국의 비극'이라는 책을 펴냈다. 을사늑약 이후 조선에서 벌어진 일제의 탄압과 의병의 항쟁을 세계에 소개한 최초의 서양어 기록 가운데 하나였다. 이 책에는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꾸민 일본공사 미우라 고로의 재판 기록까지 부록으로 실려 있어,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하나의 고발장에 가까웠다.

 

1910년부터는 런던 타임스로 자리를 옮겨 1914년까지 일했지만, 조선에 대한 관심은 끊이지 않았다. 1919년 3·1 만세운동이 일어나자 그는 다시 펜을 들었다. 당시 캐나다 출신 선교사 프랭크 윌리엄 스코필드(Frank William Schofield, 1889~1970)의 증언을 바탕으로 제암리 학살의 진상을 세상에 알렸고, 이 기록을 바탕으로 1920년에는 '자유를 위한 한국인의 투쟁'이라는 책을 펴냈다. 같은 해 런던에서는 한국친구회를 조직해 "한국의 독립은 한국인뿐 아니라 일본에도 이익이 된다"는 신념으로 독립운동을 후원하기도 했다.

 

참고로 당시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해 항일 언론활동을 벌였던 영국인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Ernest Thomas Bethell, 1872~1909)도 비슷한 시기, 비슷한 신념으로 목숨을 걸었던 서양인 언론인이었다. 맥켄지와 베델처럼 낯선 땅의 약자 편에 서기를 택한 외국인들이 있었기에, 조선의 참상은 완전히 묻히지 않고 세계에 전해질 수 있었다.

 

한국정부는 2014년 삼일절을 맞아 맥켄지에게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조선 땅에 잠시 머물다 간 외국인 기자 한 사람에게, 백 년도 더 지난 뒤에야 갚은 감사였다.

 

프랭크 윌리엄 스코필드(위키피디아)

 

기록하는 자가 지켜야 할 것

 

맥켄지가 남긴 것은 단순한 특종이 아니다. 그는 힘없는 자의 편에서, 강자의 논리에 휩쓸리지 않고 눈앞의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적었다. 그는 캐나다 퀘벡 태생이었지만, 당시 캐나다는 영국의 자치령(Dominion)이었고 그 자신도 평생 런던의 신문사에 몸담았다. 그가 소속된 영국 언론사는 하필 일본과 동맹을 맺은 나라였다. 자신이 몸담은 언론사와 국가의 외교적 이해관계와 정반대되는 기록을 남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책의 머리말에서, 힘없는 이웃 나라의 재산과 목숨을 짓밟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제국의 팽창은 인간의 양심에 반한다고 분명히 적었다. 자기가 속한 언론사와 동맹국의 체면보다, 눈앞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의 진실을 앞세운 선택이었다.

 

지금 한국을 돌아보면 어떨까. 2024년 12월 3일 밤, 국민들은 텔레비전과 휴대전화 화면을 통해 윤석열이 선포한 비상계엄이라는 낯선 단어와 다시 마주해야 했다. 그 순간 시민들의 휴대전화 영상, 기자들의 현장취재, 국회의 담을 넘는 사람들을 찍은 사진 한 장 한 장이 훗날 진실을 증언하는 자료가 되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맥켄지의 사진 한 장이 백년 넘게 살아남아 오늘날까지 이야기되듯, 지금 이 순간의 기록들도 언젠가 역사의 증거로 다시 소환될 것이다.

 

언론이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강자가 아니라 약자의 편에서 사실을 붙잡아 두는 일. 이것이야말로 맥켄지가 백 년 전 조선 땅에서 몸소 보여준 언론의 본분이었다. 지금 한국언론이 되새겨야 할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 누가 권력을 쥐었는지가 아니라, 무엇이 진실인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는 것. 역사의 법정에는 공소시효가 없다.      < 김성수 기자 >

 

KBS1 ‘다큐 공감’ 방송 화면 갈무리 2019.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