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오전 북한의 대남방송으로 소음 피해를 보고 있는 인천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마을을 방문해 북한 대남방송 소음피해 주민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1일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6·1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통화 녹음이 공개된 데 대해 “일종의 정치적 비상상황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당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김건희 특검만이 진실을 밝힐 수 있다”며 “함께 힘을 모아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육성으로 공천 개입 정도를 넘어서서 사실상 공천을 지휘·지시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이기 때문에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닌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 대표는 이에 앞서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김민석 최고위원 등 당내 지도부를 모아 회의를 진행했다. 그는 “(회의에서) 우리 당으로서는 일종의 정치적 비상상황이라고 판단하고 그 대응도 비상하게 해야겠다는 얘기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날 이 대표는 당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김건희 특검’ 추진을 위한 집회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문자에서 “국정감사를 통해 윤석열 정권의 무책임, 무능력, 무대책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국정은 상실되었고, 의혹은 짙어졌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공정함을 잃은 검찰은 움직이지 않는다. 여당은 국민의 분노도 외면하며 눈치 보기에 여념 없다”며 “공정과 상식을 찾을 수 없는 지금, 김건희 특검만이 진실을 밝힐 수 있다. 함께 힘을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
민주당은 11월14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세번째 ‘김건희 특검법’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11월2일 서울역 인근에서 ‘김건희 국정농단 규탄 범국민대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이 대표는 “11월2일 토요일 2시, 숭례문 광장에서 함께 불의에 맞서달라”며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고 강조했다. < 한겨레 고경주 기자 >
명태균 받았다는 국힘 당원 57만명 명단 실체 "로그 파일만 있으면 안심번호로도 성향 파악" "지역서 받은 실제 명단과 대조하면 거의 맞혀" "정답 알고 여론조사 형식만 빌려 추세 만들어" "이준석 '안심번호'라고 해명했다지만 옹색해"
조사 전문가 "원시적이지만 가장 악질적인…" "2%든 5%든 조작 가능…실제로 적발되기도"
명태균 씨 모습. JTBC 뉴스룸 화면 갈무리
명태균 씨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직전 57만 명 규모의 당원 명단을 확보해 윤석열 후보를 위한 여론왜곡 조사를 시행했다는 의심을 사는 가운데,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이 명 씨가 입수한 것과 같은 자료를 입수했다. 해당 자료를 분석해보니, 안심 번호 당원 명단만으로도 누가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 충분히 파악되도록 추가 분석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대선 때 국민의힘 당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유출된 당원 명부가 안심 번호로 돼있기 때문에 문제 될 소지가 없다"는 취지의 해명을 했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명 씨가 정확히 여론조사를 어떻게 진행했는지는 추가적인 파악이 필요하지만, 국민의힘 개별 당원들의 후보 지지 성향을 파악하고 그 자료를 기반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워치독>이 접촉한 한 국민의힘 대선 경선 캠프 출신 관계자는 "당에서 준 자료가 너무 세부적으로 제공됐다. 안심 번호만으로도 당원들의 투표 성향을 예측해 실제로 맞춤형 선거운동을 했다"며 "명태균 같은 업자들이 여론조사 조작을 하기에 너무 좋게 자료가 제공됐다"고 말했다.
캠프 관계자가 시연한 '여론 만들기' 기법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ㄱ후보 캠프 참모이자, 경선 뒤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에서도 활동한 ㄴ씨는 30일 탐사보도그룹 <워치독>팀과 만나 2021년 10월 15일 국민의힘이 각 후보 캠프에 제공한 57만여 명 안심번호 당원 명단 자료를 공개했다. 명단이 언론에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21년 10월 8일 국민의힘은 경선을 거쳐 최종 라운드에 진출한 윤석열, 홍준표, 유승민, 원희룡 등 4명의 후보에게 이 자료를 제공했다고 한다.
ㄴ씨는 "당에서는 공정하다고 하지만, 명태균 같은 선수가 있다면 여론조사 조작을 할 수 있는 구조의 자료가 제공됐다"면서, 대선 경선 당시 국민의힘 자료로 어떻게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을 만들 수 있는지 시연했다.
2021년 10월 15일 윤석열·홍준표·유승민·원희룡 캠프에 배부된 57만여 명 국민의힘 책임당원 및 전당대회 대의원 명부. 0503으로 시작되는 안심번호 명단에는 김**, 이** 등으로 비실명처리된 이름과 함께 '남성, 서울, 종로구' 등 각 번호의 성향을 알 수 있는 정보들이 있다. 2024.10.30. 익명 제보자 제공
ㄴ씨가 공개한 '0503'으로 시작하는 안심번호 명단을 보니 김**, 이** 등으로 비실명처리된 이름과 함께 '남성, 서울, 종로구' 등 각 안심번호의 성향을 알 수 있는 정보들이 있고 그가 책임당원인지 전당대회 대의원인지 여부까지 자세하게 알 수 있도록 구분돼 있었다. 이 덕분에 해당 안심번호 주인이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 성향인지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ㄴ씨는 "ㄱ후보 캠프의 경우, 제공된 자료를 토대로 57만 당원을 지역별로 나눈 뒤, 15초 분량의 지지 호소 사전 녹음 전화를 걸었다. 첫 마디에 'ㄱ후보입니다, 저를 선택해주세요'라는 식으로 보내면 1~2초 만에 끊는 사람, 5초 정도 듣고 끊는 사람, 5~10초 정도 듣는 사람, 15초 모두 듣는 사람 등으로 구분해 나눌 수 있게 된다"며 "지지 호소 전화를 의뢰한 업체를 통해 이 '로그 기록'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받은 기록에 ▲'15초 구간'은 우리 지지자 (A그룹) ▲'5~10초 구간'은 조금 관심있는 사람들 (B그룹) ▲'5초 구간'은 관심은 있지만 투표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 (C그룹) ▲'1~2초 구간' 후보 반대자 (D그룹) 등으로 나누었다"면서 "막판엔 사람까지 써가면서 여론조사를 하는데, 여기에 특정 후보에 부정적인 D그룹을 빼고 A, B나 C 그룹의 사람들만으로 여론조사를 돌리면 (수치를) 올릴 수 있다"며 안심번호 명단의 맹점을 짚었다.
"이준석 변명 옹색…안심번호 의미 없어"
ㄴ씨는 실제 명단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경선에서 (명단을 활용하도록) 20일을 주는데, 여기에 함정이 있다"면서 "받은 명부에 비록 당원 이름은 없지만 시·군·구까지 표시돼 있다. 우리 후보와 가까운 당협위원장으로부터 이름이 적시된 당원 명부를 받는데, 이걸 가지고 앞서 진행한 지지 호소 전화의 로그 기록 분석 작업과 매칭하면 20일 내에 누구인지까지 특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21년 10월 실제 국민의힘 대선 경선 캠프에서 활용된 국민의힘 당협위원장 명단. 현역 의원 현황과 기초자치단체장 현황까지 나와있다. 2024.10.30. 익명 제보자 제공
해당 번호들은 경선 기간 유효하게 사용할 수 있고 20일이면 통상은 3~4차례, 많게는 5차례 이상 조사가 가능하므로, 당원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지지 성향' 등 당원들의 민감 정보가 거의 파악이 된다는 의미다. 안심번호를 당원명부에 적용하는 것은 익명성을 유지하는 게 본질이지만, 사실상 어떤 당원이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 파악 가능하다는 것은 본래 취지를 왜곡하는 결정적 취약점이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일반 여론조사는 사용한 번호를 바꾸지만, 당 경선에서는 20일 동안 바꾸지 않기 때문에 명단을 가지고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해진다.
ㄴ씨는 "조사할 때 1번 윤석열, 2번 홍준표만 듣고 끊는데, 몇 초인지가 정확히 확인이 된다. 1번을 듣고 끊으면 윤석열, 2번 듣고 끊으면 홍준표다. 이런 식으로 한 단계 거르고, 연령별이나 지역별 등도 이런 식으로 거를 수 있다"면서 "57만이라는 숫자는 정규분포에 수렴하기 때문에 거의 (실제와 가까운 데이터가) 취합된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속했던 캠프에서 이런 방식으로 득표수를 사전에 계산했는데 결과적으로 500표 이내의 오차만 보였다"고 전했다.
ㄴ씨는 "(상대적으로 지지도가 떨어졌던) ㄱ후보 캠프도 이 정도 데이터는 뽑았는데, 대세론이 있었던 윤석열 캠프에는 줄을 선 의원들이 가장 많았기 때문에 실제 당원 명부를 통해 거의 (경선 결과를) 비슷하게 맞혔을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답을 다 알고 있는 상태에서 여론조사라는 형식을 통해 '추세'(윤석열 대세론)를 만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당에서 준 자료가 너무 세부적으로 제공됐는데 명태균 같은 업자들이 여론조사 조작을 하기에 너무 좋게 만들어졌다"며 이준석 의원이 '안심번호로 돼 있기 때문에 문제될 소지가 없다'는 취지로 해명한 데 대해 "본인이 살려고 본능적으로 해명했을지 모르지만, 옹색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2022년 2월 28일 대선 면밀조사 결과 보고서 원본 자료(로우 데이터). 여론조사 원본 데이터에는 응답자 전화번호, 응답자별 통화 시작 시각과 종료 시각, 지지 후보자 등에 대한 응답 결과 등 민감정보가 코드화돼 담겨 있다. 명 씨는 2021년 10월 국민의힘 경선 당시에도 이와 똑같은 지지 성향 분석을 했다. 2024.10.30.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실 제공.
실제 당원 명부에 드러났던 '대선 성향 파악'
실제 ㄴ씨가 말한대로 명태균 씨는 57만 명 안심번호 당원 명부로 비공표 여론조사를 하면서 당원들의 정보를 추출했던 것으로 보인다. <CBS 노컷뉴스>가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미래한국연구소의 미공표 여론조사 분석 내용에 따르면, 당시 명 씨가 로그 기록을 통해 당원의 '지지 성향' 등 민감 정보를 추출한 정황이 드러난다.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대선 경선 당시 명 씨는 2021년 10월 19~20일 11만 7829명을 상대로 1차 조사를 실시해 3450명의 답변을 받고, 이어 21일 하루 동안 2차 조사를 통해 13만 9156명 중 5044명의 응답을 받았다. 그리고 실제 8494명의 정보를 코드화해 입력했다. 가령 50대-여성-서울-윤석열 지지자의 경우, 설문을 듣고 ⑤50대, ②여성 ①서울 ④윤석열을 휴대전화에서 누를 경우 '5:2:1:4' 등으로 분류한 것이다.
해당 정보는 경선 기간 동안 한정해서 유효한 선거 정보로 사용될 수 있었던 만큼, ㄴ씨 증언대로 분석된 '지지 성향'을 바탕으로 여론조사를 한다면 누가 어느 후보를 지지하는지 분석해 선거운동이나 여론 조작에 얼마든지 쓸 수 있는 것이다. 미공표 여론조사더라도 온라인을 통해 흘렸다면 얼마든지 현행법상 위반 소지가 있다.
언론에 공개된 명태균 녹취록을 보면, 실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8인 중 4인으로 추리는 2차 경선이 진행되던 2021년 9월 29일 명 씨는 강혜경 씨와의 통화에서 "윤석열이를 좀 올려갔고 홍준표보다 한 2%(포인트) 앞서게 해주이소. (중략) 응답하는 그 계수 올려갖고 2~3%(포인트) 홍(준표)보다 (윤이) 더 나오게 해야 됩니다"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왼쪽)와 윤석열 대선 후보가 3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 후 취재진 앞에서 대선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2021.12.3. 연합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워치독>과 한 통화에서 "무작위 추출한 리스트에 이미 (성향 등이) 파악된 데이터를 얹어서 조사하는 방식이 원시적이면서 악질적인 방법인데, 실제 이러한 기법을 사용하다가 적발돼 벌금을 받은 여론조사업체도 있었다"면서 "명태균 씨가 강혜경 씨와 통화에서 2% 이기게 하라고 했다는데, 실제 5% 이길지 10% 이길지 조절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전문가는 당이 제공한 명단과 관련해서도 "당에서 명단을 통신사에 의뢰해 가상번호로 바꾸는데, 명단 테이블은 똑같고 핸드폰 번호만 가상 번호로 바뀌기 때문에 당에서는 누구인지 식별이 가능하다"며, 당의 안심번호 명단의 허점을 지적했다. 그는 "명 씨 같은 외부인에게 당원 명단을 유출해 경선, 홍보 외에 사용했다면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했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워치독>은 이 의원과 명 씨에게 당원 명부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여러 의혹에 대한 답변을 들으려고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김성진·허재현·조하준 기자 watchdog@mindlenews.com >
명태균 방문 이틀 뒤 윤 대통령 ‘엄정대응’ 지시 윤석열 "불법행위 풀고 정상화 하는 게 국민 바람"
관계자 "대통령 특사로 온 것까진 아니었다"고? 하청 노동자들에게 남은 건 ‘불법’이라는 프레임
명태균 씨 모습. JTBC 뉴스룸 화면 갈무리
명태균 씨가 2022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조선하청지회 파업 당시 현장을 방문해 사측 브리핑을 듣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윤 대통령은 같은 시기 파업을 강경 대응했고, 파업은 51일 만인 2022년 7월 22일 마무리됐다. 현재 해당 조선하청지회 간부들은 '불법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31일 <뉴스토마토>에 따르면 명 씨는 2022년 7월 중순 대우조선해양 거제조선소를 방문했다. 파업이 한창이던 시기다. 당시 명 씨와 동행했던 F 씨는 명 씨가 대관 업무를 담당하던 총무부 소속 간부들(부사장·상무·부장)과 함께 준비된 버스에 올라 파업 현장을 둘러보며 부사장으로부터 브리핑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명 씨는 사측이 준비한 설명자료를 건네받았고 이를 토대로 파업의 심각성을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F 씨는 <뉴스토마토>에 "윤 대통령이 나서기 이틀 전에 (대우조선해양을) 방문한 걸로 기억한다"면서 "파업 현장을 둘러보고 사측으로부터 브리핑을 받았다. 보고서(설명자료)는 (현장 방문) 뒷날 받은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당장 파업을 정돈 못 하면 대우조선이 날아갈지도 모르니까, 그 내용을 대통령한테 보고하고 이제 대통령이 나서서 정리가 됐다"면서 "명 씨가 대통령에게 보고를 했다. (보고를 듣고) 대통령이 심각성을 알아차리고 바로 액션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업 당시 관계자들은 모두 명 씨를 봤다고 증언했다. 대우조선해양 대관 업무를 맡은 당사자들은 뉴스토마토에 "명 씨 일행이 파업 현장을 둘러보고 브리핑과 함께 사측의 자료를 전달한 건 맞지만, 명 씨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온 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모 전 부사장은 "제가 개인적으로 만나진 않았다"며 "당시 하루에 10팀 이상도 와서 정확하게 기억을 다 더듬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내 기억에는 누군가 오신다고 해서 이야기를 차(버스) 안에서 5분 정도 했다. 야드(조선소 현장) 돌고, 명 씨가 '현황이 어떻냐'고 해서 회사가 어려운 상태라는 것 정도 전달했다"며 "(명 씨의) 덩치를 보고 저런 분이 기관에 계시나 하는 생각을 잠시 했었던 게 기억난다"고 했다.
이들의 말을 정리하면 윤 대통령은 명 씨의 보고로 파업을 강행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 파업과 관련한 윤 대통령의 공식 입장은 명 씨가 방문한 것으로 추정되는 7월 16일 직후 나왔다. 윤 대통령은 명 씨 방문 이틀 뒤인 7월 18일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산업 현장의 불법적인 상황은 종식돼야 한다"며 공식 입장을 밝혔다. 명 씨가 대통령의 공식발표 전 대우조선해양 파업 현장에 방문해 사측 브리핑을 받은 것이 영향을 준 것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의 주례회동 요구에 맞춰 정부도 즉각적으로 대응했다. 윤 대통령은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 파업 사태로 공식입장을 발표했던 2022년 7월 18일 오전 관계장관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대통령이 취임 이후 특정 현안에 대해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런만큼 정부 고위관계자들의 움직임도 기민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7월 19일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에서 대우조선해양 파업과 관련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2024.10.31. 유튜브 채널 윤니크
당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우조선해양 일부 하청지회가 진행하고 있는 불법 점거 시위를 즉시 중단하라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추 장관은 "정부는 일관되게 밝힌 바와 같이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대응할 것"이라면서 "노사간 합리적 대화를 마련하지 못하고 지금같은 불법적 점거 농성을 지속한다면 정부와 법과 원칙에 따라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여기에 더해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출근길 문답(2022년 7월 19일)에서 "국민이나 정부나 다 많이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며 불법 파업에 대한 공권력 투입을 공개적으로 주문했다.
대통령의 발표 이후 경찰은 파업에서 농성을 하고 있었던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 등 간부들을 '현행범' 체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당시 유최안 부지회장은 농성을 한 달 이상 지속하고 있었는데, 공권력 투입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농성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대통령의 공식입장이 나온 뒤 단 나흘 만인 2022년 7월 22일 대우조선해양 조선하청지회 파업은 마무리됐다. 노사가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한 모양새였지만 하청 노동자에게는 상처밖에 남지 않았다.
당시 조선하청지회 노동자들은 2016년 조선업 불황기란 이유로 줄곧 임금이 깎였다. 2022년이 되면서 조선업 호황기를 맞아 임금을 원상복구해 달라고 요구한 것 뿐이었다. 수십 년간 숙련공으로 일한 임금은 고작 월 200만 원 중반이었다. 그렇다고 쉬운 일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조선하청지회 노동자들이 맡은 업무는 조선소에서 가장 힘든 일이면서도 중요한 업무였다.
조선하청지회 노동자들의 요구안은 삭감된 임금 30%를 회복하는 것이었지만, 임금은 4.5%만 인상됐다. 폐업 협력업체 소속 조합원 고용보장 등에 잠정 합의됐다. 결국 윤 대통령이 공권력을 투입해 노동자들의 기본 권리를 꺾은 셈이다.
노사 간 협상에서 막판 최대 쟁점은 대우조선해양이 조선하청지회에 손해배상청구소송 470억 원을 산정한 것을 취소하는 것이었는데,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들은 목숨 건 투쟁을 했지만 남은 것은 '불법 행위'를 했다는 프레임과 손해배상청구소송 470억 원이었다.
2022년 7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51일째인 22일 오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독의 가로, 세로, 높이 각 1m 철 구조물에서 31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2.7.22. 연합
윤 대통령은 파업이 종결되기 하루 전날까지도 하청 노동자들에게 "불법행위 풀고 정상화하는 게 국민 바람"이라고 했으며, 당시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는 "불법과 폭력에 대한 준엄한 법의 심판이 바로 공정과 상식의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불법'이 아닌 파업이지만 불법이 된 것은 대통령의 말 때문이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쟁의행위는 그 목적, 방법 및 절차에 있어서 법령이나 기타 사회질서를 위반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조선하청지회 노동자들은 파업 전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쳤기 때문에 불법 파업을 한 것이 아니지만, '불법 아닌 불법'이 됐다.
윤 대통령이 만든 '불법 파업' 프레임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창원지검 통영지청은 창원지법 통영지원 형사2단독(김진오 판사) 심리로 열린 이번 사건 결심 공판에서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외 조선하청지회 소속 5명에게는 각각 징역 1~2년 및 벌금 400만 원을 구형했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