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권 등급의 세계…승객에 사전고지“구매때 참고를”

좌석배정·환불 가능 등 조건따라, 항공권 출발일 옆에 알파벳 표시

동급 표라도 Y·M 등 십여개 등급…특가는 마일리지 적립 안되기도

 

 

“내 항공권은 왜 좌석승급이 안되냐. 다른 이코노미석은 승급해주면서.”

 

항공사에는 이런 민원이 종종 발생한다. 같은 이코노미석 항공권인데, 누구는 좌석승급을 해주고, 나는 왜 안해주느냐고 따지는 거다. 항공사들은 “오해”란다.

 

퍼스트 클래스, 비즈니스, 이코노미. 항공사별로 부르는 명칭이 조금씩 다르지만, 항공기 좌석은 일반적으로 이렇게 세 등급으로 나뉜다. 항공 여행을 많이 해본 사람들도 같은 등급의 좌석끼리는 판매가와 서비스 조건이 같은 줄 안다. 그런데 항공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등급이 같은 좌석 사이에도 실제로는 꽤 여러 단계의 또다른 등급이 존재한다. 대한항공 국제선 항공권의 경우, 이코노미석 안에서만 13개 등급이 있다. 아시아나항공 국제선 이코노미석에는 15개 등급이 있다.

 

같은 이코노미석이라도 판매가와 서비스 조건 차이가 13~15단계에 이른다는 뜻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항공사 임원은 <한겨레>에 “폭우나 태풍 등으로 항공편이 취소될 때마다 이른바 ‘빽’ 있는 사람들이 항공사에 자리를 알아봐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추가 요금을 내지 않으려는 게 속내일 때가 많다. 자리가 없는 게 아니라 추가 요금을 내라고 하니까 항공사에 민원을 하는 것이다. 공직자들의 이런 행위는 ‘김영란법’ 위반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항공권은 ‘재고 없는’ 상품이다. 티브이(TV)·노트북처럼 창고에 쌓아놓고 수요에 대응할 수 없다는 뜻이다. 활주로를 떠난 항공기에는 승객을 추가로 태울 수 없어서다. 너무도 당연한 얘기지만, 이 당연한 이유로 이코노미석의 각 좌석마다 추가로 등급이 매겨진다.

 

 

항공사는 항공기에 최대한 많은 승객을 태우길 원한다. 항공사의 가격 정책이 단순하면 좌석이 동일해도 가격에 예민한 승객들은 항공권을 구매하지 않을 수 있다. 간혹 항공사가 출발일 직전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만드는 ‘특가 항공권’도 이러한 고객을 겨냥한 상품이다. 이런 다양한 수요를 반영하기 위해 항공사는 같은 이코노미석이라도 팔리는 시점과 서비스 여부에 따라 요금을 다르게 책정한다.

 

항공권 속 Y·M·W 표시, 뭔 뜻?

 

항공기 좌석의 요금은 어떻게 구분될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항공요금(Airfare) 지표가 기준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큰 틀에서 좌석등급을 구분하고, 각 등급별 요금 지표를 정해두고 있다. 하지만 이를 손님들에게 어떻게 적용할 지는 전적으로 항공사 마케팅에 달렸다. 항공사는 국제기준에 없는 지표를 추가로 만들어 적용하기도 하고, 국제기준 지표를 응용해 활용하기도 한다.

 

대한항공 항공권 기준으로, 항공권에는 출발일(DATE) 옆에 와이(Y)·엠(M)·더블유(W) 같은 영문 알파벳이 표시돼 있다. 각각 해당 등급 좌석 내 하위 등급(Sub class)을 나타낸다. 일등석(퍼스트 클래스)에도 하위 등급이 존재한다. 에이(A)·에프(F)·피(P) 등으로 구분돼 있다. 에이는 할인 가격의 좌석이다. 에프는 할인이 없는 퍼스트 클래스 일반석, 피는 퍼스트 클래스 프리미엄석이다. 물론 이 알파벳 표시는 항공사별로 다 다르다.

 

비즈니스석도 마찬가지다. 비즈니스석 항공권에는 보통 시(C)·디(D)·제이(J)·제트(Z) 등의 표시가 있다. 시는 할인이 없는 일반 비즈니스 좌석, 디·제트는 할인 비즈니스 좌석, 제이는 프리미엄 비즈니스석 식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제이 표시가 된 항공권 좌석이 가장 비싼 비즈니스석이라고 보면 된다.

 

일등석과 비즈니스석에 배정된 알파벳을 제외한 나머지 알파벳이 이코노미석의 하위 등급 표시로 사용된다. 대표적인 게 와이(Y)다. 일반적으로 할인이 없는 이코노미석을 가리킨다. 가장 비싼 이코노미석인 셈이다.

 

자신의 항공권이 어떤 하위 등급에 해당하는지는 마일리지 적립률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대한항공 국제선 이코노미석 항공권 중에서는 와이·더블유(W)·비(B)·엠(M)·에스(S)·에이치(H)·이(E) 표시가 돼 있는 것은 마일리지 적립률이 100%다. 케이(K)·엘(L)·유(U) 등급이 추가되기도 한다. 반대로 국내선에서는 낮은 등급 좌석 항공권에 케이(K)·엘(L)·유(U)가 표시돼 마일리지 적립률이 0%인 경우도 있다. 지(G)석은 그룹 항공권을 뜻한다. 단체 출장이나 패키지 여행자 항공권에 주로 표시되는 알파벳이다.

 

아시아나항공 국제선 이코노미석 항공권은 와이(Y)·비(B)·엠(M)·에이치(H)·이(E) 표시가 돼 있는 게 마일리지 적립률이 높은 것이다. 티(T)는 절반만 인정하고, 엘(L)·엑스(X)·엔(N)은 적립되지 않는다. 마일리지 적립이 안되는 항공권은 ‘특가’로 판매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

 

하위 등급, n차 방정식으로 만들어져

 

항공권에 어떤 알파벳을 표시할지 결정하는 기준은 뭘까. 하위 등급 체계는 항공 서비스를 구성하는 다양한 변수들이 조합돼 만들어진다. 항공은 택시나 버스에 견줘 고가의 서비스다. 이동 서비스와 함께 술과 식사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도 제공된다. 부가서비스는 항공 여정과 항공사의 마케팅 전략에 따라 차이가 난다. 저비용항공(LCC)은 부가서비스를 제외해 요금을 낮춘 사업모델이다.

 

항공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항공권 가격을 규정하는 변수는 변경 수수료, 환불 위약금, 좌석 배정 유무, 좌석 승급 가능, 마일리지 적립률, 편도·왕복 여부, 일정 변경 가능 여부, 환불 가능 여부, 수화물 허용치, 출발지와 목적지 동일 여부, 사전 구매 제한 등 다양하다. 항공사별로 따로 추가로 적용하는 변수도 많다. 이런 변수들이 복잡하게 조합되면서 와이(Y)·엠(M)·비(B) 등의 하위 등급이 만들어진다.

 

자신의 항공권이 남들 것과 다르게 좌석승급이 안된다면, 해당 서비스가 안들어간 것이라고 보면 된다. 큰 폭의 요금 할인을 받은 항공권이라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환불이 안 되거나 위약금 액수가 크다거나, 사전에 좌석 배정이 불가능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는 사전에 승객에게 고지되는 사항으로, 나중에 항공사 쪽에 떼를 써도 변경해 주지 않는다.

 

요즘은 항공사가 항공권별 가격과 부가서비스 내용 등을 누리집에 투명하게 공개하기도 한다. 지금처럼 모바일 항공권 가격 비교 플랫폼이 활성화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항공권을 가장 저렴하게 구매하는 게 여행사의 능력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같은 이코노미 항공권이라도 싸게 구매하는 방법은 뭘까. 부가서비스가 없는 걸 고르면 된다. 일찍 산다고 싼 게 아니다. 이상필 참좋은여행 부장은 “1년 전에 예약했어도, 탑승하는 날 갑자기 일이 발생해 항공권 가격이 하락할 수도 있다. 출발 시간이 이르고, 인기 날짜가 아니면서, 단체예약이거나, 돌아오는 날짜가 확정되면, 대체로 저렴하다”고 말했다.   곽진산 기자

언론노조 · 기자협회 · 민언련, 구글코리아 앞에서 기자회견

 

민주언론시민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가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구글코리아 본사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가로세로연구소 등 혐오·차별 유튜브 채널에 대한 구글의 규제 및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에 대한 대책 마련 요구를 외면하는 구글과 유튜브에 대해 현업언론인단체와 시민언론단체가 공동행동에 나섰다.

 

전국언론노조·한국기자협회·민주언론시민연합은 20일 서울 강남구 구글코리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사회적이고 비윤리적인 방송 내용과 인권침해 행태를 보여온 가세연에 대해 관리와 규제를 하라는 요구에 구글과 유튜브는 응답이 없다”며 “자극적 콘텐츠로 조회수와 슈퍼챗 수수료를 늘리는 데 관심을 기울일 뿐 사회적 책임을 방관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가세연은 최근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의 사생활 논란 제기와 자녀 신상 무차별 공개에 이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의혹을 폭로하는 동영상에서 <문화방송> <국민일보> 기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주장하고 신상을 무차별 공개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날 회견에는 최근 한달간 잇따라 성명을 발표했던 단체들이 앞으로 이 문제에 공동대응을 해나가겠다는 선언이 담겼다는 의미도 있다. 참석자들은 “우리의 요구는 유튜브가 갖고 있는 커뮤니티 가이드를 따라 관리 책임을 다하라는 것”이라며 “유튜브가 응답할 때까지 현업언론인단체와 시민언론단체가 연대해 맞서겠다”고 밝혔다.

 

최근 발표된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유튜브의 이용률은 98.4%에 달하고 ‘영향력 있는 언론/매체’ 가운데서도 <조선일보>보다 높은 8위로 나타났다. 참석 단체들은 “광고수익 중심 사업구조·불분명한 알고리즘과 추천구조·소극적 이용자 보호 정책·어떤 윤리적 규제 체계에도 들어있지 않은 해외 미디어 플랫폼 기업이라는 이유로 구글과 유튜브가 이런 영향력에 걸맞은 관리 책임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유튜브와 구글에 △이용자-플랫폼 상생의 생태계 조성과 이용자 보호에 적극 나설 것 △알고리즘 설명에 대한 책임을 다할 것 △대안적 자율규제 원칙 확립 △이용자 참여와 의견수렴을 위한 원칙 마련 △우리 사회와 소통에 적극 나설 것을 요구했다. 김영희 기자

‘핵 · ICBM 카드’ 4년 만에 다시 꺼낸 북

● COREA 2022. 1. 21. 04:12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대미 신뢰구축 조처 전면 재고, 중지했던 활동 재가동 검토”

바이든 1년 된 날 경고수위 높여…정부는 “대화·외교만이 답”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김정은 총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제8기 제6차 정치국 회의를 열어 미국 대응방안을 논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밝혔다. 연합뉴스

 

북한이 20일 “신뢰구축 조처들을 전면 재고하겠다”며 2018년 4월 중단 선언을 했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을 재개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노동신문>은 20일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는 19일 평양 노동당 중앙위 본부청사에서 주재한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우리가 선결적으로 주동적으로 취했던 (대미국) 신뢰구축 조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해볼 데 대한 지시를 해당 부문에 포치(지시)했다”고 1면을 모두 펼쳐 보도했다. 북-미 관계의 레드라인(한계선)으로 꼽히는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유예조치 철회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밝힌 셈이다.

 

이 신문은 정치국 회의에서 “싱가포르 조미 수뇌(정상)회담 이후 우리가 조선반도 정세 완화의 대국면을 유지하기 위해 기울인 성의있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군사적 위협이 더이상 묵과할 수 없는 위험계선에 이르렀다고 평가”하고 “국가의 존엄과 국권, 국익을 수호하기 위한 우리의 물리적 힘을 더 믿음직하고 확실하게 다지는 실제적인 행동에로 넘어가야 한다고 결론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남·북·미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던 2018년 4월20일 당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당 전원회의에서 “4월21일부터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를 중지할 것”이라는 결정서를 채택했다. 김 위원장은 같은 해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에서 ‘핵시험, 아이시비엠 시험발사 모라토리엄(유예·중단)’을 약속했다. <노동신문>은 이 약속을 더는 지키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북한은 미국에 대한 강한 불신을 표시했다. <노동신문>은 정치국 회의에서 “최근 미국이 우리 국가의 정당한 주권행사를 부당하게 걸고들면서 무분별하게 책동하고 있는 데 대한 자료가 통보됐다”고 전하며 “수백차례 합동군사연습”과 “핵전략무기 조선반도 주변 지역 배치” “20여차례의 단독 제재 조치” 등을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명백히 실증”하는 사례라고 열거했다. 북한이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한다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4월15일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인 2월16일을 계기로 삼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청와대는 이날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정례회의를 열어 “한반도 정세 안정과 대북 대화 재개 노력을 지속해나가는 한편, 추가적인 상황 악화 가능성에도 대비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권혁철 이제훈 기자

 

북, ICBM·핵실험 재개 시사…마땅한 카드 없는 청와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물거품 되나

  문 대통령도 ‘반전 카드’ 없어 난감

 

북한이 2020년 10월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미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했다. 조선중앙TV가 보도한 화면을 보면 신형 ICBM은 화성-15형보다 미사일 길이가 길어지고 직경도 굵어진 모습이다. 바퀴 22개가 달린 이동식발사대(TEL)가 신형 ICBM을 싣고 등장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20일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재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비친 데 대해 청와대는 일단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는 신중한 반응을 내놨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성과로 내세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물거품이 될까 걱정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북한 노동당 정치국 회의 결과에 공표하며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재개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구체적 언급 없이 “최근 북한의 일련의 동향을 면밀하게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향후 추가 상황 전개 가능성에 대비해 관련국과 긴밀하게 협의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새해들어 계속되는 북한은 탄도미사일 발사 때 밝힌 반응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청와대는 일단 북한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 1주년에 맞춰 <노동신문>에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모라토리엄(유예) 중단 가능성을 공표한 것을 두고, 미국을 향한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 청와대는 북한이 ‘말’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도록 상황 관리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 북한 관련 전문가는 “정부는 원론적인 메시지를 내면서 계속 상황을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올해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에도 ‘도발’ 등 적대적 표현 대신 “강한 유감” 등으로 대응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청와대 안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공들여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청와대는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뒤 남북미 관계가 진전이 없는 상황이지만, 한반도 상황이 북한의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없이 안정적으로 유지, 관리되고 있다는 점을 나름의 성과로 강조해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상황 관리 외에는 현재 상황을 변화시킬 마땅한 카드가 없다. 이집트를 순방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이집트 공영신문 <알 아흐람>과 서면인터뷰에서 “현 상황을 봤을 때 평화구축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평화로 가는 길은 아직 제도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한 정치국 회의 결과가 공표되기 전 이뤄진 인터뷰지만 최근 북한의 움직임 등 한반도 정세를 볼때 종전선언 등 문 대통령이 임기말까지 역점을 둔 평화정착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완 기자

 

바이든 ‘북한’ 관심 안두자…김정은, ‘핵 카드’ 빼들고 인정투쟁?

  뉴스분석 | 핵 · ICBM 카드 다시 꺼낸 북한, 왜?

   핵실험 ‘검토’ 지시로 협상여지 남긴 채 미국에 공넘겨

   중 올림픽 고려 ‘김일성 생일’ 4월15일 전후 행동 가능성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주재로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대미국 “신뢰구축 조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해볼 데 대한 지시를 해당 부문에 포치(지시)했다”고 <노동신문>이 20일 1면 전체에 펼쳐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핵시험, 대륙간탄도로켓(ICBM) 시험발사 모라토리엄(일시유예)’ 조처를 철회할 뜻을 내비쳤다. ‘경제·핵 병진노선 종료’와 ‘사회주의경제건설 총력 집중’ 전략노선을 채택한 2018년 4월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 3차 전원회의에서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 중지”를 선언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싱가포르 정상회담(2018년 6월12일)에서 ‘핵·아이시비엠 모라토리엄’을 약속한 지 3년9개월 만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 한돌(1월20일)에 맞춰 내놓은, 대미 정책의 무게중심을 ‘협상 모색’에서 ‘맞대결’ 쪽으로 다시 옮길 수 있다는 ‘경고’다.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3년 가까이 지속해온 한반도 정세의 교착 국면을 더는 견딜 수 없으니 적극적 협상이든 대결·충돌이든 미국이 선택하라는 대미 신호다. 장기화하는 ‘제재·코로나19·경제난’ 탓에 흐트러진 민심을 다잡으며 활로를 모색하려는 포석이기도 하다. 한반도 정세가 중대 고빗길에 들어섰다.

 

문제는 미국 정부의 반응인데, 정작 바이든 대통령은 111분에 걸친 취임 한돌 기념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단 한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내전 수준의 극단적 정파 갈등, 코로나19 오미크론 대유행, 미-중 전략경쟁, 우크라이나 위기 등 안팎의 난제에 휩싸인 워싱턴에서 ‘북한’은 우선 관심사가 아니라는 방증이다. 역설적으로, 김 총비서가 ‘핵·아이시비엠’ 카드를 45개월 만에 공개적으로 흔들며 ‘대미 인정투쟁’에 다시 나선 까닭이다.

 

다만 김 총비서가 19일 주재한 노동당 중앙위 8기 6차 정치국 회의와 관련한 <노동신문> 20일치 1면 보도문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즉각적인 핵시험이나 아이시비엠 시험발사 예고를 한 것은 아니다. 정치국이 “대미 대응 방향을 토의”해 “신뢰구축 조치 전면 재고”와 “잠정중지했던 모든 활동 재가동”을 ‘결정’한 게 아니라, 그런 문제를 “신속히 검토해볼 데 대한 지시를 해당 부문에 포치(지시)했다”는 것이다. 핵시험, 아이시비엠 발사와 같은 전략적 군사행동을 미국에 ‘경고’하되 ‘경로 변경’ 가능성도 함께 열어둔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상응 조처’를 제안하며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북한 체제 특성상 김 총비서의 ‘결단’을 명분으로 ‘비핵화 협상’으로 선회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김일성·김정일 생일은 북에서 “민족 최대의 경사스러운 태양절”(4월15일)과 “광명성절”(2월16일)로 불리는데, 북쪽은 이때에 맞춰 핵시험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한 전례가 있다. 3차 핵시험은 광명성절을 나흘 앞둔 2013년 2월12일에 있었다. 김정은 체제와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사이가 결정적으로 틀어진 계기가 된 장거리 탄도미사일 ‘광명성 2호’(2009년 4월5일)와 ‘광명성 3호’(2012년 4월13일) 발사는 태양절에 임박해 이뤄졌다.

 

북쪽이 실제 핵시험, 아이시비엠 시험발사와 같은 전략적 군사행동에 나선다면, 베이징겨울올림픽(2월4~20일)과 겹치는 광명성절보다 태양절에 맞출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아울러 ‘대미 대응’과 ‘경축’을 겸한다면, 핵시험보다는 평화적 우주 이용 명분을 앞세운 ‘인공위성 발사’ 형식의 대륙간탄도로켓이 선택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렇게 보면 북쪽이 제시한 1차 시한은 ‘태양절’일 수 있다. 여러명의 전직 정부 고위관계자는 북쪽이 “당분간 각종 담화와 다양한 중저강도의 군사행동으로 미국을 압박하다, 태도 변화가 없으면 태양절 즈음에 위성 발사로 포장해 아이시비엠을 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직 통일부 장관은 “안팎의 난제에 직면한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 문제’에 집중할 여력이 없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주한미군 전진 배치와 전력 증강의 빌미가 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고조를 부담스러워할 것”이라며 “김 총비서의 불만과 어려움을 모르지 않지만 자제와 지혜가 절실한 때”라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북 ‘핵실험 재개’ 뜻 내비치자…대선주자들 “우려” “개탄”

  이재명 “강력한 유감…정치권도 초당적 협력해야”

  윤석열 “문 정부 평화프로세스 실패, 북 위협 무력화 특단조치”

  심상정 “군사적 무모함 개탄…경직된 제재가 현 교착 초래”

 

북한이 20일 “신뢰구축 조처들을 전면 재고하겠다”며 2018년 4월 중단 선언을 했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을 재개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데 대해 여야 대선 후보들이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북한이 강경 입장을 표명한 것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켜 모두에게 불행만을 안겨줄 뿐”이라며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또 “북한은 상황을 악화시키는 행동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며 “우리 정부는 북한이 상황을 오판하고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도록 분명하고 단호하게 대처해달라”고도 덧붙였다.

 

이 후보는 또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는 동시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강력한 국방태세를 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정치권도 정략적 접근을 배제하고, 국가안보와 국민 안전을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해 줄 것”을 촉구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미국에 대한 시위를 넘어 대한민국의 안보를 북한의 핵·미사일로 제압하겠다는 것”이라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무력화하는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한미 연합훈련을 정상화하고 연합작전태세를 확고히 다지겠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윤 후보는 또 “지난 5년간 북한 정권은 핵・미사일 능력을 강화하면서 한국 정부의 손과 발을 꽁꽁 묶어두었다”며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완전히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굴종적 대북정책을 고스란히 계승하겠다는 여당 후보는 금강산 관광 재개와 남북 경제협력 활성화를 외치고 있다”며 이재명 후보를 비판하기도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도 북한을 향해 “국제 제재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군사적 위협으로 판을 흔들어보겠다는 무모함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이날 입장문을 내 “북한은 그동안 한미가 여러 차례 대화를 제안했음에도 ‘적대시 정책 철회’를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며 일체 응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미국의 대북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만나서 따질 건 따지고 협상할 건 협상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안 하면서 위협을 정당화하면 과연 북한의 체제 안보가 증진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 일변도’ 정책에도 책임을 돌리며 대화를 촉구했다. 심 후보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보장되지 않는 한 북한에 어떠한 보상도 없다는 경직된 태도로 굴욕을 강요해 온 제재의 역사는 바로 지금과 같은 교착 상태를 초래했다”며 “이왕 유엔 안보리가 소집된다면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의 연장선에서 정지된 대화의 시계를 다시 가동시키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우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