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전국집중촛불 "친일매국 윤석열 일당 박멸"

"기미가요 틀고 독도조형물 철거…제정신 아냐"
"촛불 독립군, 친일매국 역적 윤석열 몰아내자"

 촛불행동, 9월부터 '윤 탄핵 100일 총력 운동'

 

17일 오후 서울 시청역~숭례문 대로에서 열린 103차 촛불대행진(8월 전국집중촛불)에 참가한 시민이 안중근 의사의 단지장이 그려진 자주독립 팻말을 들고 있다. 2024.8.17. 이호 작가
 

무더위와 소나기도 촛불 시민의 독립과 탄핵에 대한 열의를 막을 수 없었다. 친일·반민족·극우 세력에 의해 분열된 광복절을 보낸 이후 맞는 첫 주말인 17일 오후. 서울 시청역 앞에서 열린 103차 촛불대행진(8월 전국집중촛불)엔 전국 각지에서 온 7000여 명(주최 쪽 추산)의 시민들이 모였다. 집회 사회를 맡은 서울촛불행동 김지선 공동대표의 선창에 따라 "용산총독부 일본밀정 윤석열을 탄핵하라" "친일매국 극우독재 윤석열 일당 박멸하자" "자주독립 정신으로 매국역적 몰아내자"라고 외쳤다. 

김 공동대표는 "8·15 광복절 앞두고 민족 반역자 무리들이 앞다퉈 일본에 충성을 맹세하고 있다"며 "8·15가 되자마자 케이비에스(KBS)에서는 기미가요(일본국가)가 방송되고 잠실역, 안국역 등에 설치된 독도 조형물들이 철거됐다.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분개했다. 또 "광복회를 비롯한 독립운동단체, 야당이 기념식에 불참하자 언론에선 반쪽 행사라고 일제히 보도했다"며 "그런데 대통령실에선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가 공식행사고 특정단체가 참여하지 않았다고 해서 반쪽 행사라 부른 건 잘못됐다고 한다. 광복회가 불참하고 친일 매국노가 주관한 행사가 가짜 아니냐"고 했다.

 

17일 오후 서울 시청역~숭례문 대로에서 열린 103차 촛불대행진(8월 전국집중촛불)에 참가한 시민들이 자주독립기를 들고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2024.8.17. 이호 작가
 

김 공동대표는 "눈 떠보니 후진국도 모자라 눈 떠보니 일제강점기가 됐다"며 "이제 윤석열 탄핵운동은 독립운동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매국노가 날뛰는 이유는 명확하다"며 "매국노를 앞장세워 역사 쿠데타로 식민범죄를 지우고 한일군사동맹 맺겠다는 것 아니냐, 신원식·김용현을 앞세워 계엄령도 불사하고 한반도를 전쟁의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을 즉각 탄핵해야 한다"며 "정치권은 주저 없이 국민의 명령을 이행해야 나라를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독립기념관이 있는 천안아산촛불행동 회원 장기수 씨(좋은도시연구소장)도 연단에 올라 "1982년 일본 정부의 역사왜곡에 맞서 남녀노소 전국민의 피같은 성금 490억 원으로 만들어진 독립기념관은 우리나라 독립투쟁 정신을 기르고,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역사왜곡을 막고 역사를 바로 세우겠다는 국민적 염원을 담은 독립운동의 성지"라며 "그런데 윤석열은 유관순 열사가 시퍼렇게 눈을 뜨고 있는 독립기념관 관장 자리에 일제 식민사관 옹호하는 민족반역자 김형석을 임명했다. 천인공노할 일이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17일 오후 서울 시청역~숭례문 대로에서 열린 103차 촛불대행진(8월 전국집중촛불)에서 천안아산촛불행동 회원 장기수 씨가 발언하고 있다. 2024.8.17. 이호 작가
 

장 씨는 "윤석열 정권이 2024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국치일로 만들었다"며 "8·15를 앞두고 독도를 지우고, 사도광산 등 일제 수탈범죄를 지우고, 대한민국 역사 기관장에 친일파를 임명하더니, 일본 식민지배를 규탄하는 문구 하나 없는 광복절 기념사를 발표했다. 과연 일본밀정 윤석열의 용산 총독부 취임사라 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일본을 식민지 범죄국에서 한반도 안보 동맹국으로 격상시켜주고, 자위대가 독도와 한반도에 발을 들여놓는 제2의 식민지 시대 열겠다는 게 윤석열의 대일 정책 아닌가"라며 "이런 천하의 매국역적이 어디 있는가"라고 질타했다.

그는 "빼앗긴 조선을 되찾기 위해 36년간 피와 목숨을 바쳤던 독립운동가들과 우리 민족을 능멸한 친일매국 역적 윤석열을 절대 용서할 수 없다"며 "국민의 이익이 아니라 일본의 이익에 절대 충성하는 사대매국 정권에 맞서 제2의 자주독립운동을 벌이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항일 독립선열들과 후손들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며 "선열과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우리가 촛불독립군이 되어 일본 밀정 윤석열을 하루 빨리 탄핵시키자"고 외쳤다.

 

17일 오후 서울 시청역~숭례문 대로에서 열린 103차 촛불대행진(8월 전국집중촛불)에 참가한 '촛불행동과 함께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국회의원들. 왼쪽부터 민주당 강득구, 김준혁 의원, 사회민주당 한창민 당 대표, 민주당 양문석 의원. 2024.8.17. 이호 작가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김준혁, 양문석 의원과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 등 '촛불행동과 함께하는 국회의원 모임'도 연단에 올라가 시민들의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역사학자 출신인 민주당 김준혁 의원은 "토착왜구(土着倭寇)의 준말이 토왜(土倭)다. 토왜라는 말이 1908년에 대한매일신보에 처음 나왔다"면서 "한반도에 자생한 토착왜구가 2년 만에 나라를 팔아먹었다. 토착왜구들이 다시 이 땅에 나타났다"고 탄식했다.

김 의원은 "위대한 민족지도자 백범 김구 선생님을 테러리스트라고 칭하는 책이 광복절날 출간됐다"며 "책을 낸 이들은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라는 타이틀로 윤석열 정부의 철학적 기반을 만들고 정책 운영을 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또 "이들이 역사관련 모든 기관을 점령하고 있다"면서 "역사를 왜곡하고 역사쿠데타 자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토왜들이 끝내 100여년 전에 나라를 팔아먹었듯이 다시 나라를 팔아먹으려고 한다"며 "이 역적들을 탄핵해야 한다"고 외쳤다.

 

17일 오후 서울 시청역~숭례문 대로에서 열린 103차 촛불대행진(8월 전국집중촛불)에서 촛불합창단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2024.8.17. 이호 작가
 

집회에선 6·15시민합창단이 동학농민혁명을 기리는 <죽창가>를 불렀고, 촛불합창단은 <독립군가>를 불렀다. 무대 전광판엔 최근 화제가 된 인공지능(AI) 독립투사 영상(☞링크)이 재생되기도 했다. AI 독립투사 영상은 안중근, 유관순, 윤봉길, 홍범도, 김마리아, 김구, 김원봉 등 흑백사진 속 독립운동가들이 광복 소식에 환하게 웃으며 만세를 부르는 모습을 AI로 구현했다. 영상엔 애국지사 오희옥의 옛 애국가가 흐른다. 한 유튜버가 올린 이 영상은 최근 친일파 독립기념관장 임명으로 분노한 시민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며 수십만 뷰(View)를 기록하고 있다.

촛불행동은 '윤석열 탄핵 100일 총력운동' 추진 계획을 밝혔다. 김은진 공동대표는 "촛불행동은 143만 국민이 참여한 윤석열 탄핵 청원이후 윤석열 탄핵 완성하기 위한 범국민 탄핵운동도 벌이자고 제안한 바 있다"며 "촛불행동은 정기국회 기간인 9월 2일부터 100일간 윤석열 탄핵 범국민 총력운동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김 공동대표는 "100일 안에 일본밀정 윤석열을 탄핵하고 용산 총독부를 폐쇄하자"면서 100일 총력운동으로 △전국각지에서 윤석열 탄핵 유권자대회 개최 △탄핵물결운동(탄핵스티커 부착, 탄핵 현수막, 시국선언 SNS발표) 등을 제안했다.

 

17일 오후 서울 시청역~숭례문 대로에서 열린 103차 촛불대행진(8월 전국집중촛불)에 참가한 시민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2024.8.17. 이호 작가
 

서울, 경기, 강원, 충청, 영남, 호남, 제주 등 전국 45개 시·군·구에서 온 지역촛불행동 대표단들도 '윤석열 탄핵 100일 총력운동'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친일매국 극우독재 체제로 폭주하는 윤석열을 탄핵하는 것은 더욱 절박한 시대적 과제가 됐다"며 "이 시대 최고의 애국은 윤석열 탄핵"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100일 총력 운동으로 기어이 올해 안에 윤석열을 탄핵하자"며 "그 100일은 위대한 역사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결의문은 여수촛불행동 이현종 공동대표, 영주안동촛불행동 이기영 대표, 부산해운대수영남구촛불행동 황기전 대표 등이 대표로 낭독했다.

촛불행동은 이와 함께 탄핵기금 5억 모금을 홍보했다. 기금은 윤석열 탄핵 추진에 쓰이며 10만원부터 기부 가능하다. 탄핵기금 약정서를 작성하고 기부하면 증서와 선물을 받는다. 탄핵기금 홍보대사인 임수경 전 국회의원은 "이 나라 영부인은 주가와 고속도로를 조작해서 몇십 억, 몇백 억을 했는데 5억을 하루에 달성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저를 팔라고 하면 팔겠다"며 "독립군의 마음과 정신으로 독립자금을 마련하는데, 오늘 한 번에 달성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홍보대사인 민생경제연구소 안진걸 소장은 "곳곳에서 투쟁이 확산되고 있다"며 "2016년 박근혜퇴진비상국민행동처럼 수천개 단체가 집결하고, 수십만 수백만 수천만 탄핵 물결이 될 때까지 힘내서 함께 투쟁해달라"고 당부했다.

 

17일 오후 서울 시청역~숭례문 대로에서 열린 103차 촛불대행진(8월 전국집중촛불)에 참가한 시민들이 비가 내리는 가운데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2024.8.17. 이호 작가
 

본집회는 천주교 시국미사 밴드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의 공연으로 끝마쳤다. 밴드는 <아름다운 강산> <바위처럼> <그대에게> <고래사냥> 등을 불러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시민들은 비가 내리는 중에도 열심히 노래를 따라불렀다. 공연이 끝난 뒤, 시민들은 태극기와 자주독립기, 독립운동가 사진 등을 들고 시청역→프레스센터→파이낸스빌딩→청계천남단도로→광교→종각역→안국동사거리→일본대사관앞→광화문교차로→세종대로사거리를 행진했다.

폭우 속에서도 시민들은 "독립선열들이 분노한다 윤석열을 탄핵하자" "일본범죄 은폐하는 윤석열을 탄핵하자" "한국기업 팔아먹는 매국정권 끝장내자" "독도까지 팔아먹는 윤석열을 응징하자" 등의 구호를 크게 외쳤다. 시민들은 일본대사관 맞은 편을 지날 땐 "핵폐수 무단방류 즉각 중단하라" "강제동원 역사왜곡 즉각 사죄하라" "군국주의 부활음모 즉각 중단하라"고 외쳤다. 지나가던 시민들이 행진 대열을 사진 찍거나 응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17일 오후 서울 시청역~숭례문 대로에서 열린 103차 촛불대행진(8월 전국집중촛불)에 참가한 시민들이 비가 내리는 가운데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2024.8.17. 이호 작가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열린 정리 집회에선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예술단 '빛나는 청춘'이 노래 공연을 했다. 학생들은 문재인 정부 시절 만들어진 육군 뮤지컬 '신흥무관학교' 수록곡 <가난한 유서>를 불렀다. <가난한 유서>는 "나의 가난한 유서에 내 이름 석 자는 없다 그저 피로 쓴 여섯글자 대한독립 만세"라는 가사로 시작한다. 이름없는 독립운동가가 조국의 독립을 위해 아무런 대가없이 죽음을 택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군의 뿌리를 신흥무관학교에서 찾았다. 뮤지컬 신흥무관학교도 국군의 뿌리 찾기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지창욱, 강하늘, 조권 등 당시 군 복무 중인 유명배우와 가수들이 참가해 대중적으로도 흥행했다. 이러한 문화적 배경 속에서 문재인 정부에선 홍범도 장군 유해를 국내로 봉환하고, 육사 내 장군의 흉상을 세우는 등 역사 바로 세우기에 나섰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전부 부정되거나 삭제, 철거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17일 오후 서울 시청역~숭례문 대로에서 열린 103차 촛불대행진(8월 전국집중촛불) 정리집회에서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예술단 빛나는 청춘 소속 학생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 2024.8.17. 이호 작가
 

빛나는 청춘 학생들은 노래를 부른 뒤 "광복절 0시에 기미가요가 나오는 나라다. 광복절 하루 전에 독도 조형물이 철거되는 나라다. 아직 우리나라가 해방되지 않은 거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어 노래패 '우리나라'의 <오늘이다 항쟁이다> 노래 공연을 끝으로 정리 집회를 마쳤다. <오늘이다 항쟁이다>는 3·1만세 운동을 그리는 노래로, 자주와 독립, 해방을 위해 총칼에 맞서 만세를 부르는 민중의 모습을 담고 있다.

다음 주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04차 촛불대행진'은 오는 24일 오후 6시 서울 시청역과 숭례문 사이 대로에서 열린다.                          < 김성진 민들레 기자 >

김성경 탈분단 사유... 윤석열 정부의 ‘자유’와 ‘통일’

정부 곳곳에 ‘몰역사’ 인물 알박기
갈등·정쟁 유발하려 대통령 됐나

친일 반북을 ‘자유’로 포장하고
약자와 비판자 적대 이어갈 듯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8월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

 

광복절을 맞이한 심정이 복잡하다. 식민지배의 부당함을 기억하고 독립운동가의 희생을 되새기기에도 부족한 국경일에 역사 논쟁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사실 윤석열 정부 초기부터 뉴라이트 학자들과 정치인들이 국가연구기관과 정부 요직을 하나씩 꿰차면서 시작된 일이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과 일본에 대한 굴욕적 외교 논쟁 등이 되풀이되다가 결정적으로 독립기념관 관장으로 역사관이 의심스러운 이가 임명되면서 갈등이 폭발했다. 그가 뉴라이트이건 그의 항변대로 오해이건 적어도 독립운동 관련 단체들과 역사학계에서 일제히 임명 철회를 외치는 것만으로도 이번 인사는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단행한 인사 대부분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자는 차별금지법을 반대하고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시각을 숨기지 않는 사람이고,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는 ‘입틀막’으로 유명한 현 경호실장이 지명됐으며, 군대 내 사고에 속수무책이었던 국방부 장관이 안보실장으로 임명되었다. 이쯤 되면 윤 대통령은 사회적 갈등과 정쟁을 유발하기 위해 대통령이 된 사람으로 생각될 정도다. 격동의 민주화와 선거 민주주의 안착을 통해 어렵사리 이뤄낸 역사적 합의와 사회적 상식을 하나씩 끄집어내 다 논쟁거리로 전락시키니 말이다.

독립운동이 공산세력과 싸움?

최근 정부가 내세우는 통일 논의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시대에 맞는 새로운 통일방안을 제시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가 ‘자유’ 철학을 반영한 통일담론을 제시하는 것으로 선회했다. 1994년 초당적 합의 아래 남한의 공식 통일방안으로 발표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일방적으로 폐기하는 것에 상당수 전문가가 우려했다는 후문이다. 이미 정부 곳곳에서 권력 작동의 이상 경고음이 요란하게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나서 ‘통일’을 강조하는 이러한 움직임이 의아하기만 하다. 총선 패배 이후 이미 공무원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하고, 사표를 낸 총리나 장관을 대신할 인물을 찾지 못해 유임이 되고, 민주화 이후 가장 많은 거부권을 행사한 윤석열 정부가 통일을 추진할 역량도 없고, 곤두박질친 국민들의 통일의식이 경직된 관 주도 캠페인으로 전환될 리 없기 때문이다. 분명 숨겨진 이유가 존재한다.

실마리는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의 첫번째 광복절 경축사에 있다. 역대 대통령들은 광복절이라는 역사적 상징성을 십분 활용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메시지를 발신해왔다. 하지만 놀랍게도 윤 대통령은 독립운동을 일본 식민지배로부터의 ‘독립’으로 해석하기보다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위한 건국 운동”으로 정의했다. 그러면서 “공산세력에 맞서 자유국가를 건국하는 과정”인 독립운동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독립운동은 전체주의 국가를 세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는 자유국가 건설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자유’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일본과의 연대를 강조하면서, 그 반대에 북한을 두고 적대감을 숨기지 않는다.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한 저항이나 반성 요구는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독립운동의 대상으로 북한을 소환한다.

이와 같은 기조는 2023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더욱 강화된다. 북한을 ‘공산전체주의’ 체제로 비난하면서, 이러한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는 반국가 세력이 남한 내에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한 세력의 “패륜적 공작”에 싸워 이겨야 한다고 역설하기까지 했다. 사회 통합과 연대를 무엇보다 우선시해야 하는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전쟁의 언설도 놀랍지만 무엇보다 남한 내 특정 세력을 ‘공산전체주의’로 인식하는 그의 세계관이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윤 대통령이 그토록 맹종하는 ‘자유’를 위해서 척결해야 할 대상은 북한이라는 ‘공산전체주의’ 체제와 북한과의 대화, 한반도 평화, 과거사 청산 등 역사 정의를 주장하는 남한 내 모든 이들로 확장된다. 정부에 비판적인 야당, 시민단체, 지식인, 언론인 모두를 ‘공산전체주의’를 추종하는 집단으로 정의 내린 윤 대통령의 사고 체계에서 협치나 대화, 성찰이 있을 턱이 없다.

‘자유’민주주의가 가장 중요한 국정 목표라는 윤석열 정부에서 국민들은 과연 더 자유로워졌을까?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관련해서 언론인과 정치인에 대한 통신조회가 자행되고,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는 2024년 기준 세계 62위로 급격하게 하락했다. 자유시장 원칙을 내세우면서 부자들의 상속세와 기업의 세금을 깎아주지만 평범한 시민들의 근로소득세는 꿈쩍하지 않는다. 적극적 재정을 통해 복지를 늘리는 것은 공산주의 체제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며 악마화하고, 노동조합 및 노동자들의 권리 개선을 담고 있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은 자유로운 재산권에 반하는 것이라는 논리를 들이밀기까지 한다. 이 밖에도 이 정부에서 주장하는 ‘자유’가 얼마나 선별적이며, 더 나아가 반자유적인지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다시 말해 윤석열 정부의 ‘자유’는 ‘공산전체주의’를 주요 타깃으로 하는 것이며, 자신들의 반대 세력을 낙인찍기 위한 수단에 머물러 있다.

국내 협치도 못 하는데…

이런 맥락에서 윤석열 정부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통일을 외칠 것이다. 북이라는 ‘공산전체주의’를 섬멸하자는 구호를 외치며 한줌 남아 있는 지지자를 결속하고자 할 것이다. 체제 경쟁이 한창이던 냉전 시기에 소구력이 있었던 그 논리가 2024년 현재에 다시 소환되는 역사적 퇴행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자유와 인권이라는 누구도 반대할 수 없는 말을 아무리 외쳐댄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그 이름으로 행하는 일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대다수가 알아채고 있다는 사실이다.

통일은 상대방이 분명한 민족적 과제이다. 상대방을 척결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할뿐더러 천운이 닿아 통일이 이뤄진다고 해도 그 과정은 지난하고 힘겨울 것이 분명하다. 남한 내 의견을 달리하는 이들과도 대화와 협치를 하지 못하는 역량으로 70여년을 다른 국가로 살아온 이들과 함께 살아갈 사회적 기반을 만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자유’국가를 완성하기 위해 북한을 없애버리겠다며 진격의 깃발을 드는 것은 한반도 통일은커녕 남한 사회 내 분열만 더욱 가중시킬 뿐이다.

얼마 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부통령 후보가 된 팀 월즈가 도널드 트럼프를 묘사한 직관적 비판이 젊은층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 트럼프와 부통령 후보 제이디 밴스를 “으스스하고, 정말 이상해요”(creepy and just weird as hell)라고 말한 것이 지금까지 민주당의 수많은 정치적 수사를 압도한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이토록 엄중한 시기에, 그것도 혼자서 통일을 외치며 분열을 조장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보며 나도 모르게 “크리피, 위어드”라는 월즈의 표현이 떠올랐다. 참, 항간에는 김건희 여사가 남북관계와 통일에 관심이 많다는 얘기도 있다. 정말이지 이상하다 못해 으스스하다.

< 필자= 김성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영국 에식스대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성공회대, 싱가포르국립대를 거쳐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북한 사회와 탈분단 문화를 연구하며, ‘갈라진 마음들’ 등 다수의 학술 논문을 냈다.

 

 

 

도쿄신문 보도… 일본정부 학살 인정않는 태도 같은 맥락

추도식 실행위 "조선인 희생자 명확히 언급하고 추도해야"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 [EPA 연합]
 

고이케 유리코 일본 도쿄도 지사가 올해도 간토대지진 당시 학살된 조선인 희생자를 추도하는 행사에 별도 추도문을 보내지 않기로 했다고 도쿄신문이 17일 보도했다.

도쿄도 당국은 이달 초순 고이케 지사에게 추도문 송부를 요청했던 조선인 학살 희생자 추도식 실행위원회에 지난 14일 팩스를 보내 추도문을 송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이로써 고이케 지사는 매년 9월 1일 도쿄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개최되는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8년 연속 추도문을 보내지 않게 됐다.

3선 지사인 그는 취임 첫해인 2016년에는 추도문을 전달했으나, 2017년부터 작년까지 7년간은 보내지 않았다.

올해는 실행위원회뿐만 아니라 도쿄대 교수와 직원들도 "살해의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추도문 송부를 요청하는 서한을 도쿄도에 제출했으나, 고이케 지사는 이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기존 방침을 바꾸지 않았다.

도쿄도는 고이케 지사가 올해 추도문을 보내지 않는 이유와 관련해 같은 날 동일한 장소에서 열리는 도쿄도 위령협회 대법요(大法要)에서 "대지진으로 극도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희생된 모든 분께 애도의 뜻을 표한다"를 메시지를 밝힌다는 점을 들었다.

고이케 지사의 추도문 송부 거부에 대응해 실행위원회는 항의문을 보낼 방침이다.

실행위원회 관계자는 "대지진 전체 희생자가 아니라 사람의 손으로 학살된 조선인들의 존재를 명확하게 언급하고 추도의 뜻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도쿄신문에 말했다.

간토대지진은 일본 수도권이 있는 간토 지방에서 1923년 9월 1일 일어났다. 지진으로 10만여 명이 사망하고 200만여 명이 집을 잃었다.

일본 정부는 당시 계엄령을 선포했고 일본 사회에는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거나 '방화한다' 같은 유언비어가 유포됐다. 이러한 헛소문으로 최소 6천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조선인이 살해됐다.

일본 정부는 일부 학계와 시민사회로부터 조선인 학살 관련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요구를 받아 왔지만, 이를 줄기차게 거부하고 있다.

지난 6월 일본에서 간토 학살 관련 단행본 '지진과 학살 1923-2024'를 펴낸 저널리스트 야스다 고이치 씨는 이날 마이니치신문에 보도된 인터뷰에서 "학살은 일상적인 차별과 편견이 토대가 돼서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역사학자 다수가 이미 사실로 인정한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믿지 않으려는 사람들에 대해 "정확히 사실을 전달한다. 그것을 반복한다. 우직하게.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은 한정적이어도 그것이 학살과 전쟁을 저지하는 힘이 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 도쿄=연합 박상현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