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대전환 의제' 공론화 조사 결과


비상시국회의-민주연구원 토론회서 밝혀
기본권 보장, 혐오·차별·성평등 상위 랭크
"87년과 많이 달라진 사회…개헌은 필수"
"사회대개혁 실현 위한 연대 기구 필요해"

 

1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비상시국회의와 민주연구원 공동 주최로 '한국사회 대전환 의제 공론화' 토론회가 열렸다. 2025.3.10. 전국비상시국회의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대통령이 12·3 내란을 일으킨 혐의로 구속됐다가 풀려나면서 혼란이 가중된 가운데, 광화문 광장에서 분출된 시민들의 사회대개혁 염원을 확인할 수 있는 공론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공론 조사 결과, 시민들은 윤석열 파면 이후 새 정부에서 검찰과 사법부 및 언론을 개혁하고, 보다 강한 기본권을 보장하기를 가장 원했다.

 

전국비상시국회의와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은 10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공동으로 '한국사회 대전환 의제 공론화'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는 이부영 전국비상시국회의 상임고문, 문국주 전국비상시국회의 운영위원장, 신형식 전국비상시국회의 정책위의장, 이한주 민주연구원장, 김귀옥 한성대 교수, 이창희 동국대 교수,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 윤영상 카이스트(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 박혁 민주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참석했다.

 

특히 '한국사회 대전환,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는 12·3 내란과 탄핵 정국에 광장에서 분출된 시민들의 사회대개혁에 대한 요구와 열망을 정책과 입법으로 연결하기 위해 실시한 '사회대전환 정책과제 1차 설문조사'(웹설문) 결과를 처음 대중에 공개했다.

 

지난 1월 22일부터 2월 5일까지 707명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사회 대전환 의제 공론화 1차 설문조사는 11개 영역 68개 의제를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가장 높은 점수를 차지한 상위 24개 의제를 선정한 결과 '검찰 및 사법부 개혁'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2위는 언론개혁, 3위는 기본권 보장·국가책임(의료·돌봄·기후·교통·주거 등), 4위는 성범죄 처벌(딥페이크 포함), 5위는 국가보안법 및 악법 개혁 등 순으로 나타났다(아래 표 참고).

 

전국비상시국회의와 전국대학민주동문회협의회 등이 실시한 사회대전환 정책과제 1차 설문조사 결과. 세부주제 상위 24개 과제. 2025.3.10. 전국비상시국회의 자료

 

아울러 11개 영역 68개 의제에 기타 사항까지 포함해 대주제에 대한 우선순위를 조사한 결과 ▲정치개혁·민주주의·언론개혁(검찰 및 사법부 개혁 포함) ▲경제개혁·민생·부동산 ▲외교·안보·평화 ▲혐오·차별·성평등 ▲노동·일자리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아래 표 참고).

 

전국비상시국회의와 전국대학민주동문회협의회 등이 실시한 사회대전환 정책과제 1차 설문조사 결과. 노란색은 우선순위 상위 7개 대분류 과제. 2025.3.10. 전국비상시국회의 자료

 

다만 이번 조사는 윤석열 탄핵 투쟁에 젊은 여성 참여자들이 많은 것이 크게 꼽힘에도 설문조사에서는 10~30대 참가자들이 13%밖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고 설문조사 결과 분석을 발표한 김귀옥 한성대 교수는 설명했다. 이는 설문을 주관한 전국비상시국회의와 전국대학민주동문회협의회(전민동) 등 단체들이 고령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국비상시국회의와 전국대학민주동문회협의회 등이 실시한 사회대전환 정책과제 1차 설문조사 세부 내용. 10~30대 참가자들이 13%로 나타났다. 2025.3.10. 전국비상시국회의 자료

 

하지만 이같은 조사상의 한계에도 '혐오·차별·성평등'이라는 대주제가 상위에 포함되고, 세부주제에서도 딥페이크를 포함한 성범죄 처벌(4위), 장애인, 노약자 등 이동권 보장(13위), 여성·장애인·이주민·성소수자 등 차별금지 및 혐오금지 제도(24위) 등이 상위에 포함된 점은 주목할 만하다. 김귀옥 교수는 이에 대해 "진보적 고학력자층이 다수로 참가하는 설문조사에서 현재 사회의 진보적 경향이 반영되고 있다고 유추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전체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1987년과 비교해 거의 40년이 지난 2025년 상황에서 2세대가 변했다. 전쟁을 둘러싼 구조적 상황 외에 많은 차이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개헌은 사회대전환의 필수조건"이라며 "(시민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회대전환을 요구하는지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8년 전 촛불혁명이 사회대개혁으로 이어지지 못한 사례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선 구체적인 과제를 시민들이 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1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비상시국회의와 민주연구원 공동 주최로 '한국사회 대전환 의제 공론화' 토론회에서 이창희 동국대 교수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창희 굑수, 신형식 전국비상시국회의 정책위의장. 2025.3.10. 전국비상시국회의

 

이창희 동국대 교수는 '촛불 광장 시민들의 염원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두 번째 발표에서 박근혜 탄핵 국면과 윤석열 탄핵 국면의 차이를 '불확실성의 증대'로 꼽으며 "여야 지지율이 이례적으로 엎치락뒤치락하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크고 최근 윤석열 석방으로 (사회가)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윤석열 등의) 정치적 망상이 한국사회의 변태적 기회주의 극우파시즘으로 본격화된 상황에서, 반대로 젊은 세대와 민주당 평당원의 놀라운 민주주의 회복력을 보였다"고 평가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사회대개혁 실현을 위한 연대 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비상시국회의와 민주연구원 공동 주최로 '한국사회 대전환 의제 공론화'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은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2025.3.10. 전국비상시국회의

 

전국비상시국회의는 한국사회 대전환을 위한 의제 발굴과 공론화 작업을 계속해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상반기 2차 설문조사를 계획 중이다.

 

문국주 전국비상시국회의 운영위원장은 "최근 어느 대학 교수가 '민주주의 가치 주어진 게 아니라 지켜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격동하는 최근 상황 속에서 새겨들어야 할 말이고 가슴에 다가오는 말"이라며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극우세력의 움직임을 단호히 저지하고, 광장에서 울려 나오는 열망을 준거 삼아 공론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이다. 금년 상반기 2차 설문조사 사업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은 "시민들의 민주주의 향한 열망을 모아서 제도화하려는 노력이 지속됐다"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사회대개혁 의제들을 공론화하고,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개혁입법을 추진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또 "기본권 보장, 경제민주화, 사회적 불평등 해소, 역사정의, 기후환경, 정치·언론·교육 개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논의된 의제들을 정리하여 정책적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

조직 이기주의 투철한 검사들 이례적 반발

내부망에 "즉시항고 왜 포기했나" 글 속출
민주당 검사 탄핵에 발끈했던 검사도 동참
임은정 "총장이 사의 표명도 없이 뭐 하나"


뒤에서 총장 저격하는 '비윤' 검사 수두룩
"본인 면피 위해 검찰 조직 팔아먹어" 신랄

법원 내부서 지귀연 부장판사 정면 비판도
야5당 심우정 고발…주중 탄핵 카드 꺼낼 듯

심우정 검찰총장이 1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5.3.10. 연합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치소에 갇혀 있던 윤석열 대통령을 대놓고 풀어준 심우정 검찰총장에 대해 검찰 안팎의 비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시민사회와 야권이 심 총장의 사퇴와 탄핵을 압박하는 가운데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확산되는 기류다.

 

특히 검찰 내부의 심상치 않은 반발이 눈길을 끈다. 검찰은 특유의 극단적 조직 이기주의와 상명하복 문화로 인해 아무리 수뇌부에서 부당한 지침을 내려도 일선에서는 순응하거나 침묵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이번엔 심 총장의 윤 대통령 석방 지휘를 두고 소위 '친한계'(친한동훈계) 검사들이 주축인 것으로 알려진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수사팀이 한때 "수용할 수 없다"며 강력 반대한 데 이어 이젠 수사팀 외의 다른 검사들도 직간접적으로 항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는 김건희 씨의 명품백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무혐의 처리에 여론의 질타가 빗발칠 때도 고요하기만 했던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서부터 감지된다. 박철완 광주고검 검사(사법연수원 27기)는 9일 저녁 '구속취소 사유 등이 궁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대검이 이번 의사결정과 관련된 정보를 정확하고 풍성하게 제공해 주기를 기대한다"며 "그래야 검찰 구성원들만이라도 대검 지휘의 순수성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듯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박 검사는 "재판부가 제시하는 구속취소의 사유가 전례에 어긋나는 등 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검사는 즉시항고를 통해 그 당부에 대한 상급 법원의 판단을 받는 것이 마땅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수본은 이런 입장에서 즉시항고를 주장한 것이 아닐까"라고 했다. 이어 "그런데 대검은 즉시항고 포기 입장을 취했다고 한다"며 "상식적으로 원칙적인 입장과 다른 입장을 취하는 쪽에서 '당해 사안에서는 이례적으로 원칙적 입장을 따르지 않아야 함'을 정당화해야 하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원칙적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강력한 논증을 제공해야 한다. 대검은 어떤 논증을 제시했을까"라고 뼈있는 의문을 던졌다.

 

박 검사는 이 글의 댓글에서도 "대부분 '즉시항고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 논거를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런데 '즉시항고를 포기해야 한다'라는 대검의 입장에 대해서는 그 논거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심지어 "언론에 일부 소개되는 논거들 중에는 위헌 논란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것도 있다"며 "실정법에 규정된 절차를 집행 담당자가 지레 위헌 논란을 염두에 두어 그 절차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가 위헌 가능성이 높아서 포기했다는 게 심 총장과 수뇌부가 내세우는 핵심 사유인데 여기에 사실상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박 검사는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이 비위 의혹이 있는 검사 4명에 대해 탄핵소추안을 발의했을 땐 이프로스에 '저는 침묵할 생각이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조직 논리에 충실한 듯한 입장을 개진한 바 있다. 그는 해당 글에서 "민주당이 법 정신과 상식을 넘어선 정치 행위를 시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검사들이 결코 동료들이 부당하게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말로만 힘이 돼주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도록 저부터 노력하겠다"고 했었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10일 윤석열 대통령 구속취소에 항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적법한 절차에 따랐다며 사퇴 요구를 거부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2025.3.10. 연합

 

이번에 박 검사가 사뭇 달리진 기조로 올린 글에는 다른 검사들의 호응도 잇따르고 있다. 김종호 서울중앙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1단 부장검사(연수원 31기)는 10일 오전 댓글을 달아 "지금의 구속기간 산입 등 법 해석 논란이 이해되지 않지만, 향후 일선의 업무 혼선을 정리하는 차원에서라도 일반 '항고'를 통해 상급심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총장과 대검찰청 간부들은 즉시항고는 물론 보통항고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라 이 또한 검찰 지도부 뜻에 반하는 의견이다.

 

이승민 광주지검 목포지청 검사(변시 10회) 역시 댓글에서 "형사소송법 93조는 '구속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된 때'를 구속취소의 요건으로 정하고 있는데, '구속기간 도과'가 과연 구속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된 때에 포함되는 것은 맞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다"면서 "형소법 관련 조문을 아무리 뜯어봐도 법원의 결정이 이해가지 않고, 즉시항고를 포기한 것은 더더욱 이해가지 않는다"고 직설적으로 지적했다. 주민철 서울중앙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2단 부장검사(연수원 32기)는 '명확한 실무지침을 요청드립니다'란 글을 올려 "사람의 인신 구금과 관련된 중차대한 문제인 만큼 검사 개개인의 생각과 판단에 맡기지 말고 명확하고 통일된 지침을 알려달라"고 했다.

 

오랫동안 검찰 내 '호루라기' 역할을 해온 임은정 대전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연수원 30기)는 한발 더 나아가 심 총장이 최근에 올린 글에 이날 댓글을 달아 "여러 이유로 즉시항고를 포기하리라고 상상하지 않았다"며 "검찰총장의 '검찰 사망 선언'으로 비춰지고 있고,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대국민 사과와 사의 표명 등도 없이 뭐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심 총장의 사퇴까지 거론했다. 임 부장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도 "형식적으로라도 즉시항고를 할 거라고 확신했다가 황망하고 어이없어하고 있다"며 "저도 검찰 구성원이다 보니 우리 검찰제국의 몰락이 좀 덜 추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했는데, 바람은 바람일 뿐 현실은 아니다"라고 썼다.

 

직접 글을 올리는 건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속내를 표명하는 검사들의 볼멘소리는 더욱 신랄하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출신인 최강욱 전 민주당이 "현직 '비윤' 검사들의 전화를 오랜만에 받았다"며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소개한 내용에 따르면 이들 검사는 심 총장 처사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심우정이 너무나 무책임하고 어이없는 결정을 내렸다." "본인 면피를 위해서 검찰 조직을 팔아먹었다." "윤석열이 검찰을 흔들어 놨는데 심우정은 검찰을 아예 뿌리째 뽑았다." "윤석열 때문에 관이 짜졌는데 심우정은 검찰을 관 속에 집어넣고 관 뚜껑에 못질까지 했다." "만약 이재명, 조국, 정경심에 대해 법원이 시간으로 계산을 해서 구속 취소를 했다면 과연 대검이 장시간 회의를 하고 석방 지휘 결론을 내렸겠느냐. 10분도 안 돼서 반박 성명 내고 즉시항고를 했을 거다."

 

8일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연합

 

법원 내부에서도 지귀연 부장판사의 황당한 구속취소 결정과 심우정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산지법 김도균 부장판사는 10일 오전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올린 '구속취소 유감'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번 결정은 법리적·제도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며 "종래의 선례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단언했다. 판사가 다른 판사의 판결이나 결정에 대해 이처럼 '잘못됐다'고 정면으로 지목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김도균 부장판사는 지귀연 재판부가 윤 대통령의 구속 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 단위로 계산한 데 대해 "(형사소송법상) 검사의 구속 기간은 10일, 즉 '날' 단위로 정해져 있을 뿐이지 240시간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면서 "현재까지의 구속기간 계산 선례는 법리적으로 타당할 뿐 아니라 특별한 문제 없이 잘 시행돼 왔다. 그렇다면 종례 선례가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고 백보 양보하더라도 적어도 종례 선례가 위법하다고 평가할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했다.

 

이어 검찰에도 화살을 돌려 "따라서 이번 결정은 즉시항고 절차를 통해 취소되어야 하고 이를 통해 절차적 혼선을 정리했어야 하지만, 검찰은 무슨 연고인지 이 쟁점이 형사 절차상 매우 중대한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법리적으로 상당한 논란이 존재함에도 즉시항고조차 하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전국의 모든 형사재판부는 적부심이 청구된 모든 사건에 관해 구속 일수를 다시 계산해야 하는지에 관해 큰 혼란이 예상된다"고 했다.

 

또 수십 년 동안 '시간'이 아닌 '날수'로 구속 기간을 따져왔는데 갑자기 선례를 변경하면 "종래의 많은 사건에 대해 부당한 구금상태에서의 공판 진행을 이유로 취소해야 할 위험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나아가 "이 사건 당사자인 윤 대통령 본인조차도 검사로서 위와 같은 업무 관행을 아무 문제 제기 없이 충실히 따라왔을 것인데 이제 와서 본인 사건에 다른 기준을 주장하는 건 지극한 모순"이라고 짚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9월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심우정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연합

 

그러나 헌정사 초유의 기상천외한 꼼수로 다른 피고인도 아닌 내란 수괴에 대한 구속취소를 결정한 지귀연 부장판사는 뒤에 숨어 입을 닫고 있고, 이를 실행에 옮겨 윤 대통령을 하루 만에 석방한 심우정 검찰총장은 사퇴는커녕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느냐'는 식의 적반하장으로 맞서고 있다.

 

심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면서 취재진에게 "적법 절차와 인권 보장은 제가 취임 이후 계속해서 강조해 온 저희 검찰의 기본적인 사명"이라며 "기소 이후에 피고인의 신병에 관한 판단 권한은 법원에 있기 때문에 법원 결정을 존중했다"고 말했다. '수사팀의 반발이 컸다는데?'라는 기자의 질문에는 "수사팀은 수사팀의 의견을 제출했고, 대검 부장회의 등을 거쳐 모든 의견을 종합해서 제가 판단을 한 것"이라고 답했다.

 

민주당의 사퇴 요구 및 탄핵 검토에 관해서는 "수사팀, 대검 부장 회의 등 여러 의견을 종합해서 적법 절차의 원칙에 따라 소신껏 결정을 내린 것인데, 그것이 사퇴 또는 탄핵의 사유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탄핵은 국회의 권한이니만큼 앞으로 절차가 진행된다면 그에 따라서 대응하겠다"고 했다. 야당이 심 총장을 공수처에 고발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적법 절차' '소신'이란 주장을 되풀이했다.

 

야당 의원들이 10일 심우정 검찰총장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 공동 고발장 제출을 위해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사회민주당 임명희 부대표, 조국혁신당 차규근 정책위의장,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 박균택 법률위원장, 진보당 홍희진 공동대표. 2025.3.10. 연합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 5당은 이날 예고한 대로 심 총장을 공수처에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심 총장은 특수본 수사팀의 주장을 묵살한 채 즉시항고 포기를 결정했다. 상급심에서 다퉈볼 기회도, 여지도, 근거도 충분한 상황에서 너무나도 손쉽게 투항했다"며 "내란수괴를 풀어주기 위한 검찰의 큰 그림이 명확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심 총장을 향해 "직권남용의 죄를 묻겠다"며 "내란수괴 비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내란진상조사단 소속 추미애·서영교·박선원·강유정·김기표·이성윤 의원 등은 따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를 항의 방문해 이진동 대검 차장, 전무곤 기획조정부장 등과 1시간 넘게 면담했다. 그러나 대검 간부들이 심 총장의 출근길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윤 대통령을 다시 구속할 의지가 없음을 확인하고 심 총장과 동반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정치검찰이 늘 그래왔듯 심 총장이 전혀 개정의 정을 보이지 않고 그냥 버티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만큼 민주당이 결국 탄핵 카드를 꺼내게 될지 주목된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BBS 라디오 '신인규의 아침저널'에서 "검찰 역사 이래 내란범을 풀어준 오명의 역사가 어디 있느냐"며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만큼 사퇴하지 않을 경우 즉시 탄핵을 고려할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이 심 총장 탄핵을 결심하면 조만간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뒤 13일에 열릴 것으로 보이는 본회의에 올리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 경우 탄핵소추안의 본회의 보고 시점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하기 때문에 주말에 본회의를 열어 처리할 수도 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캐나다 국민들 “캐나디아노 주세요”

● CANADA 2025. 3. 11. 01:35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캐나다 국민들 “ “아메리카노는 안 팔아요.”  [유레카]

 
 

“아메리카노는 안 팔아요.”

캐나다 도심 곳곳 카페에서 이런 문구를 내걸고 있다. 그동안 물에 에스프레소를 탄 커피를 ‘아메리카노’라고 했지만, 이제는 이 명칭을 거부하겠다는 게 요즘 캐나다 국민들의 생각이다. 2차 세계대전 때 이탈리아에 주둔한 미군이 에스프레소 커피가 너무 쓰다며 물을 섞어 마시면서 아메리카노란 이름이 탄생했다고 알려지지만, 지금 캐나다에서는 ‘아메리카’에 대한 반감이 커 차라리 자국 명칭을 딴 ‘캐나디아노’(Canadiano)로 바꿔 부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는 카페의 메뉴판에서 아메리카노 글자를 지우고 직접 캐나디아노를 써 넣는 사장님들의 영상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캐나다산 수입품의 관세를 25% 올리겠다고 엄포를 놓는가 하면, 최근엔 목재와 낙농 제품에 대한 보복성 관세마저 예고하며 “캐나다가 우리를 갈취해왔다”고 주장한다. 국경을 맞댄 이웃 나라를 저격한 트럼프 대통령의 막무가내는 관세 정책뿐만이 아니다.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라고 하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주지사라고 깎아내렸다. 캐나다 시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미국 여행을 취소하고, 미국산 제품 불매운동의 열기가 뜨겁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이 갖고 있는 캐나다 시민권을 박탈하자는 청원이 뜨거운 호응을 얻고, 미국과 캐나다의 하키 국가 대항전에서 자국을 응원하는 팬들 간에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급기야 지난 5일 트럼프 대통령과 트뤼도 총리의 정상 간 통화에서 욕설까지 오갔다고 전해진다.

 

국경을 맞댄 국가 간에 유난히 사이가 좋지 않은 경우가 있다. 영토나 자원을 놓고 분쟁을 하거나, 제국주의 시대에 강대국이 이웃 나라를 식민지로 삼으며 갈등이 커지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과 캐나다는 국경을 맞댔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에는 대체로 평화로운 관계였다. 제국주의적 야욕을 보이는 지도자의 등장이 두 나라의 관계를 바꿔 놓고 있다.

 

캐나다 시민들의 캐나디아노 운동이 유독 눈에 띄는 것은 남의 나라 일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본 제품 대신 한국 제품을 구매하려는 시민운동이 잊을 만하면 일어난다. 강대국을 이웃에 둔 나라들의 숙명인가. < 김미향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