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명품백 수수·류희림 민원사주 의혹 면죄부 권익위
“권익위가 면죄부 안 줬다면 류희림은 연임 될 일 없었다”
김건희 명품백 수수 사건 총괄 국장 사망 “진상 규명 우선”

 
 
 
▲지난 6월 국민권익위원회 정부합동민원센터 앞에서 참여연대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적반하장 류희림만큼이나 권익위원회도 망가졌다.”(김준희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통신심의위원회지부 지부장)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권익위가 추락하고 있다.”(이재근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최근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과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에 사실상 면죄부를 내린 국민권익위원회의 권위가 추락하고, 부패 척결이라는 기능을 못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참여연대와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사회민주당의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16명은 1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권익위원회 독립성,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8일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 실무 총괄을 맡은 김 모 권익위 부패방지국장이 사망한 가운데, 권익위가 김건희 여사 사건과 류희림 방심위원장 민원사주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다. 

김준희 지부장은 “적반하장 류희림만큼이나 권익위도 망가졌다”고 비판했다. 지난 1월 방심위 직원 149명은 류희림 위원장이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신고서를 제출했으나, 권익위는 지난달 8일 이 사건을 방심위로 송부했다. 민원사주 의혹에 대한 판단은 없었다.

김준희 지부장은 “내부에서 나름대로 저항의 몸부림을 쳤지만, 지난달 23일 류희림 위원장이 연임했다. 만약 권익위가 류 위원장에게 면죄부를 주지 않았다면 류 위원장이 연임될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지부장은 권익위가 민원사주 사건을 신고한 제보자를 민원인 개인정보 유출 혐의로 경찰에 이첩한 것에 대해 “피해자와 가해자를 뒤바꾼 행태”라며 “공익신고자 보호가 사명인 권익위가 공익신고자를 처벌해 달라고 수사의뢰를 하는 기괴한 광경이 현실인지 어리둥절하다”고 했다.

이상희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소장은 “권익위가 제보자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수사기관에 이첩한 사례는 본 적이 없다”며 “권익위의 조사는 미온적이었고, 제보자를 처리하는 과정도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1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권익위원회 관련 토론회 참가자들이 최근 사망한 권익위원회 부패방지국장의 명복을 빌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권익위의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사건 종결 처리에 반발해 사퇴한 최정묵 전 권익위 비상임위원은 부패방지국장 사망에 대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김 국장은 사망 전 김 여사 사건이 종결 처리되자 지인들에게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해 괴롭다’는 취지로 하소연을 했다. 유철환 권익위원장은 19일 “신고 사건 처리에 관련된 외압은 없었다”고 밝혔다.

최정묵 전 위원은 “고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은 권익위 사태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며 “명품백 수수사건 종결은 일반적인 법률위반을 넘어서는 일이다. 사회 시스템에 대한 국민 신뢰는 추락했다”고 지적했다. 최 전 위원은 권익위 내부에 ‘공론화센터’를 설치해 독립성·중립성이 필요한 안건의 경우 일반 시민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권익위 결정의 책임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근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권익위가 추락하고 있다. 야권 인사를 몰아내는 사건은 득달같이 판단하는데, 정부와 관련된 사건은 제대로 된 조사도 하지 않고 있다”며 “결국 양심적 공직자가 죽음으로 내몰리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 처장은 권익위 독립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권익위원장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하고, 위원 결격 사유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부패방지국장 사망 이틀 전까지 연락을 주고받은 이지문 한국청렴운동본부 이사장은 “권익위의 위상 정립과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 확보의 단초를 마련하는 것이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는 것”이라며 권익위에 조사권을 부여하고 대통령 직속 독립기관으로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 윤수현 기자 >

궤변으로 일본 두둔하며 한일 군사동맹 완성 외길

왜곡된 역사관 아닌, 역사관 없는 안보기술자 자인
친일 비난에 종주먹 들이대며 '친일 본색' 드러내

범죄자서 윤석열 정부 실세 변신…나름 성과만 강조
"일본, 마음으로 반성 안 할 테니 강요 말자는" 요설

 

"과거사 문제에 일본이 또 고개를 돌리고 필요한 말을 하지 않으면 거기에 대해서 엄중하게 따지고 변화를 시도해야겠지만,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다. 마음이 없는 사람을 다그쳐서 억지로 사과를 받아낼 때 그것이 과연 진정한가. 또 한일관계에 도움이 되는가." (김태효, 16일 KBS 인터뷰)

"우리가 말할 것은 말하고 일본 측이 해야 될 행동을 촉구하되, 한일 간 협력으로 우리가 얻어낸 성과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확보를 하고 우리가 리더십을 행사하겠다." (김태효, 16일 자 조선일보 인터뷰)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최종 조율을 위해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김 1차장은 이날 출국 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아침에 양국 국방장관이 통화를 했고 양국 견해가 일치한다”고 말했다. 2023.4.11. 연합
 

두 전과자의 '의리'

그래도 '의리'는 있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4번이나 바뀌어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실세,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범죄 행위를 반성하고 묵묵히 국가를 위해 일했으면 굳이 헤집을 필요가 없었을 게다. 하지만 관대하게 보아주기엔 왜곡된 역사관에서 비롯된, 아니 역사관이 없는 안보기술자의 손때가 도처에 묻어난다.

대법원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건 2022년 10월 27일. 정확히 두 달 뒤인 12월 27일 윤석열 대통령이 사면했다. 이미 외교안보 정책과 관련, 대통령의 귀를 붙잡고 있는 실세를 신년 사면·복권 대상에 보란 듯이 포함했다. 군사기밀법은 '군사기밀을 보호하여 국가안보보장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 시절 획득한 기밀을 갖고 나온 혐의가 인정됐다. 기밀을 다룰 권한이 해제된 뒤에도 기밀을 점유한 점이 처벌대상이 됐고, 고의성도 인정된 것.

그나마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던 국가정보원 생산 문건 2건과 국군기무사(현 방첩사) 작성 문건 1건을 외부로 반출한 혐의(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는 2심과 확정판결에서 제외됐다. 본인만 빠져나온 후안무치는 아니었다. 주군으로 모시던 이명박 전대통령(MB)에겐 같은 날 더 큰 은사(恩赦)가 베풀어졌다. 뇌물 및 횡령이라는 파렴치 혐의로 2020년 징역 17년 형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하던 그는 남은 징역 형기 14년 6개월을 면제받았다. 덕분에 MB 부부는 지난 12일 대통령 관저에 초대받아 저녁을 얻어먹었다. 게다가 국정 훈수까지 뒀다. 김 차장의 의리가 작용했을 거라는 추측을 하게 되는 대목이다. 미담 아닌 미담은 여기까지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12일 대통령 관저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 정진석 비서실장 부부와 만찬에 앞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2024.8.12. [대통령실 누리집]
 

'MB의 남자'에서 '윤석열의 남자'로

전과자에서 대통령의 존경과 총애를 받는 주인공으로 변신한 건 MB뿐이 아니다. 'MB의 남자'도 범죄자에서 국가안보의 실체로 날씬하게 변신했다. 대통령이 광복절에 발표한 통일 독트린을 작성하고, 16일에는 조선일보와 KBS 뉴스라인에 잇달아 얼굴을 내밀며 국정 설명을 주도했다. 지난 12일 안보라인 인사에서 국가안보실장으로 영전한 신원식 국방장관이 버젓이 있음에도 일개 차장이 국가 대사를 도맡은 것. 하다못해 통일부는 장관이 브리핑을 했다. 지난 4월과 6월, 잇달아 KBS에 출연해 현정부의 국가안보정책을 설명한 주체는 실장(장호진)이었다. 정권 출범 2년여 동안 김성한-조태용-장호진-신원식으로 실장 4명이 교체됐지만, 끄떡없던 '외교안보 사령탑'의 위세가 대단함을 새삼 일깨웠다.

그는 KBS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에 쏟아지는 '친일' '매국' 비판에 종주먹을 흔들었다. 그러면서 내놓은 게 모두에 소개한 '마음론'이다. 조선일보 인터뷰에선 '친일 비판'이 분한 듯 성과론을 내놓았다. 한미일 협력으로 얻은 안보, 경제적 이익과 혜택을 함께 보아달라는 주문이다. 마음론과 성과론은 그의 오랜 주장이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일본은 여전히 과거사 문제에 대해 고개를 돌리고, 필요한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를 엄중하게 따지고 변화를 시도했으며, 그리하여 변화를 이뤄낸 이나 할 수 있는 말이다. 죄진 이가 먼저 실토하는 경우를 보았는가. 다그치고, 억지로라도 단죄를 해야 한다. 그런데 그는 억지로 받아낸 사과는 의미가 없다고 단언했다. 그리고 내놓은 마음론도 '일본의 마음'론이다. 일본이 진정한 마음으로 사과할 생각이 없으니, 굳이 사과를 구하느니 현실적 성과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사고다.

'일본의 마음'이 피곤하다?

죄수가 죄를 인정할 마음이 없으니, 다그치지 말고 그냥 넘어가자는 말과 다름없다. 피해자의 마음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가해자의 마음을 챙겨주는 게 바로 친일이자 매국이다. 발언 내용이 물의를 빚자 18일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나서 "1965년 한일 국교수립 이후 수십 차례에 걸쳐서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가 있었기에 피로감이 많이 쌓여 있다"고 두둔한 것 역시 '일본의 마음'만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그런데 친일이라는 비판에는 그게 아니라며 종주먹을 들이댄다. 일제가 한반도 거주민에 범한 죄는 그와 MB가 저지른 일반 범죄가 아니다. 시효가 없는 반인도적 범죄다. 이러니 "용산에 일제 밀정 같은 존재의 그림자가 있다(이종찬 광복회장)"는 말이 나오지 않겠나. 이 회장의 아들이자, 대통령의 죽마고우인 이철우 연세대 교수는 "대통령 주위에서 이상한 역사의식을 부추기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19일 자 동아일보 인터뷰)

'일본의 마음'을 챙기는 그의 생각은 고질적이다. "한국인의 감정은 몇 년을 주기로 커다란 변화를 보이는 반면, 일본인의 마음은 한번 바뀌면 몇십 년을 간다"라면서 사과받을 한국인이 화가 나 있는 것은 알겠는데, 사과해야 할 일본이 화가 나 있는 이유를 더 무겁게 봤다. 그가 성균관대 교수로 '자연인'이던 2015년 8월 쓴 조선일보 칼럼 '사과받는 나라와 사과하는 나라'의 한 대목이다. 요설일수록 디테일에 코를 박는다. 한일이 강제징용자 표기를 '강요된 노동(forced to work)'이라고 합의했는데 한국이 회의장에서 '강제노동(forced labor)'이라고 썼다고 질타했다. '강요된 노동'이건, '강제노동'이건 그 피해자의 마음에 대한 배려는 밤톨만큼도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을 닷새 앞둔 10일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해 대형 태극기가 새겨진 조형물을 살펴보고 있다. 2012.8.10. 연합
 

돌변한 MB, 외길 가는 윤석열 정부 

그는 윤석열 정부에서 '지체된 성과'를 마음껏 달성하고 있다. 작년 8월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에서는 북한 미사일 정보를 즉시 제공키로 문서화했다. 내년 6월 22일 한일 수교 60주년에 즈음해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과 한반도 돌발상황 공동대처 방안도 마련, 한일 관계를 사실상의 동맹으로 만들려는 게 최종 목표일 것.

나란히 전과자가 됐다는 점에서 동지애가 있을지 모르지만, MB와 김 차장이 늘 동지였던 건 아니다. 그가 이명박 정부에서 한일 정보보호협정(GISOMIA) 밀실 추진이 탄로나 사직하자마자 MB는 현직 대통령으로 처음 독도를 방문하면서 역진을 시작했다. 그의 친일도, MB의 반일도 모두 한일관계에 악재가 됐다.

과거사 극복을 하지 않는 한 진정한 파트너는 되기 어렵다. 특정 정권이 진도를 나가봐야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한반도와 일본의 마음과 만나기 전에 한일관계의 진정한 발전은 한낱 꿈에 불과할 것이다. < 김진호 민들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