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즉위 첫 일반 알현서 유가족들 만나
“낙담 말라” 희생자들 사진 담긴 현수막에 축복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인 고 이상은씨의 아버지 이성환씨와 어머니 강선이씨가 지난 21일 오전 9시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일반 알현에서 새 교황 레오 14세와 만났다.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제공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새 교황 레오 14세를 알현했다. 가족들은 교황에게 “희생자의 영혼을 돌봐달라”며 “진실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22일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상은씨의 아버지 이성환(세례명 요한마르코)씨와 어머니 강선이(세례명 로즈마리)씨가 새 교황 레오 14세와 만났다고 밝혔다.

 

유가족과 교황의 만남은 21일 오전 9시(현지시각)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새 교황의 일반 알현 중에 이뤄졌다. 이씨 유가족은 직접 알현 대상자 중 13번째, 한국인으로는 첫 번째로 새 교황을 만났다. 일반 알현은 교황이 매주 수요일 오전 신자들과 만나는 공식 행사로, 이날은 지난 18일 교황 즉위 뒤 첫 일반 알현이 열린 날이었다.

 

어머니 강씨는 교황에게 “이태원 참사로 저의 외동딸인 상은 실비아를 잃어 저의 마음은 산산조각났다. 그 끔찍한 밤에 세상을 떠난 상은이와 다른 158명의 영혼을 보살펴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유가족들은 여전히 답을 찾고 있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진실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이어 교황에게 보라색 리본과 별 모양 배지를 전하며 희생자들을 기억해 달라고 부탁했다. 강씨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경청한 교황 레오 1세는 희생자들 사진이 담긴 현수막에 축복을 했다.

 

교황은 이날 저마다의 아픔을 품고 일반 알현을 온 신자들에게  “그분은 우리가 가장 좋은 땅이 되기를 기다리지 않으시고, 언제나 우리에게 아낌없이 말씀을 주신다”며 “우리가 비옥한 땅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더라도 낙담하지 말고, 더 나은 토양이 되도록 주님께서 더욱 힘써 주시기를 간구하자”고 위로했다.

 

이날 알현은 유가족 신청으로 이뤄졌다. 이상은씨는 가톨릭 세례를 받기 위한 교리 수업을 듣던 중에 참사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대형 참사 희생자 유가족이 교황과 만난 것은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했을 당시 서울 광화문 광장 등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과 만난 이후 11년 만이다.  < 정봉비 기자 >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인 고 이상은씨의 아버지 이성환씨와 어머니 강선이씨가 지난 21일 오전 9시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일반 알현에서 새 교황 레오 14세와 만났다.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제공

 

‘윤석열 선거법 위반 사건’ 공범 판단
‘시효 작년 10월 만료’ 일부 해석 배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김건희 여사에게 윤 전 대통령의 ‘공무원 지위 이용 공천개입 범죄’에 공모한 혐의를 적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렇게 되면 공소시효가 10년이므로 김 여사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이 가능해진다.

 

22일 한겨레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은 김 여사가 ‘공무원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 기획에 참여하거나 그 기획의 실시에 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선거법 86조를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김 여사가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남편인 ‘윤석열 대통령’의 지위를 이용해 김상민 전 검사의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기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공무원 지위를 이용한 선거법 위반 사건’의 공범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앞서 김 여사는 공천개입 의혹이 불거진 뒤 시민단체의 고발에 따라 뇌물,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정치자금법·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었다. 이 가운데 선거법의 공소시효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일반적인 선거법 조항의 시효는 선거일 이후 6개월이기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김 여사의 선거법 위반 공소시효가 이미 지난해 10월 만료됐다는 해석이 있었다. 그러나 검찰은 김 여사의 공천개입을 남편의 공무원 지위를 이용한 범죄로 규정하면서 충분한 공소시효(10년)를 확보하게 됐다. 김 여사를 공범으로 기소하려면 윤 전 대통령은 주범으로 기소해야 한다.

 

수사팀은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하는 건 공무원 개인이 아니라 지위와 결부돼 선거운동의 기획행위에 참여하는 걸 의미한다”는 취지의 헌법재판소 결정 등을 포함해 법리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송병기 전 경제부시장은 2018년 6월 지방선거 당시에 자신들은 공무원 신분이 아니었음에도 사건에 연루된 공무원(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의 공범으로 공소시효가 적용된 건 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1·2심 모두 공범의 시효도 연장된다는 검찰 논리를 수용한 전례가 있다.

 

검찰이 법리 검토까지 마치고 김 여사 소환조사만 남은 상황이지만 김 여사의 첫 검찰청 출석은 대선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두차례 검찰 출석을 요청했지만 김 여사 쪽은 대선 이후에 조사를 받겠다는 뜻을 밝혔고, 검찰도 대선 이후에 조사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 한겨레 배지현  강재구 기자 >

경호처와 포렌식해 서버기록 대부분 복구…체포저지 혐의 관련으로 한정

서버에 통화기록·문자 수발신 내역 남아…수사 탄력 속 추가 조사 방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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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부정선거 주장 다큐 영화 관람=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이영돈 PD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하기 위해 상영관으로 향하고 있다. 2025.5.21 

 

경찰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최초로 대통령경호처 내 비화폰 서버 기록 등을 확보했다.

경찰 특별수사단은 23일 언론 공지를 통해 "윤석열 전 대통령, 박종준 전 경호처장 및 김성훈 경호처 차장 등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와 관련해 비화폰 서버 기록을 임의제출 받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윤 전 대통령 등이 사용한 비화폰, 업무폰 등을 압수 및 임의제출 받아 확보했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과 경호처는 3주가량 합동 포렌식을 진행해 비화폰 서버 기록 대부분을 복구했다. 경호처는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선별해 경찰에 임의제출했다.

 

계엄 당일인 작년 12월 3일부터 올해 1월 22일까지 기록이 포렌식 대상이었다.

 

다만 자료는 윤 전 대통령이 경호처에 체포 저지를 지시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관련 내용으로 한정됐다. 비상계엄 사태 관련 자료는 포함되지 않았다.

 

서버 기록에는 윤 전 대통령, 김 차장 등이 주고받은 비화폰 통화기록과 문자 수·발신 내역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포렌식 장비 옮기는 경찰 = 대통령실 압수수색을 시도한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민원실 출입구로 나와 포렌식 장비를 옮기고 있다. 2025.4.16 [대통령통신사진기자단] 

 

수사 기관이 비화폰 서버 기록과 윤 전 대통령 휴대전화 등을 확보한 것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경호처 내 강경파로 체포 저지를 주도한 김 차장이 사의를 표한 뒤 경호처는 이전보다 임의제출에 적극적인 분위기로 바뀐 것으로 전해졌다.

 

경호처 직원들은 최근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린 바 있다. 김 차장은 이달 말까지 휴가에 들어갔고 현재 대기 명령 상태다.

 

경찰이 '판도라'로 불리는 핵심 증거들을 손에 쥔 만큼 향후 경호처 수사에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체포 방해를 지시한 정점에 윤 전 대통령이 있고, 이러한 지시를 이행한 김 차장이 경호처 직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서버 기록 등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날 경우 경찰의 혐의 입증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은 그간 비화폰 서버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김 차장 지휘 아래 있던 경호처에 가로막혔다.

 

김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네 차례 신청했지만 결국 법원이 기각했다.

 

경찰은 자료 분석이 완료되는 대로 김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을 추가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 연합 이동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