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4일부터 적용…긴급 회견, "국내산 구매, 국내서 휴가를"

 

                        1일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기자회견하는 트뤼도 총리 [로이터 연합]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적용하자 이에 대응해 대미 보복 관세 조치를 발표했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 밤 기자회견을 열고 1천550억 캐나다 달러(약 155조6천억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300억 캐나다 달러 상당의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오는 4일부터, 나머지 1천250억 캐나다 달러 상당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21일 후부터 발효된다고 그는 말했다.

 

트뤼도 총리는 또 핵심 광물, 에너지 조달 및 기타 파트너십 등과 관련된 조치를 포함해 여러 비관세 조치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캐나다 국민들에게 자국산 제품을 구매하고 캐나다에서 휴가를 보낼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트뤼도 총리는 또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응하기 위해 멕시코와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그와 연락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곧 그와 대화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 연합 김연숙 기자 > 

 

트럼프의 '약한 고리'…캐나다 원유에만 25%→10% 관세 수위조절

美 세계 1위 원유 생산국이지만 40%는 수입 의존…이중 60%가 캐나다산

트럼프 지지 기반인 석유·가스업계, 관세 부과에 우려 표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캐나다와 멕시코에 부과한 '관세 폭탄'에 일종의 '열외' 품목이 있다.

원유 등 캐나다산 에너지에만 25%가 아닌 10%의 '낮은' 관세를 부과한 것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캐나다산 원유에 대해서는 '수위 조절'을 할 수밖에 없는 배경에 미국의 경제적 구조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맥락 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원유 생산국이지만 실제 에너지 산업 생태계가 자급자족할 수 있는 구조로 짜여 있지는 않다.

 

오히려 미국의 정유시설은 다양한 종류의 원유를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석유업계와 에너지정보국 등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처리되는 전체 원유의 약 40%가 해외에서 수입되고, 캐나다산은 수입 원유의 약 60%를 차지한다. 반면 멕시코산 원유의 비중은 7%에 불과하다.

 

캐나다산 원유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경우 고스란히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이다. 에너지 가격은 기업과 가계 등 경제주체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유가 정보업체 OPIS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산 원유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 중서부 지역의 유가가 15∼20센트(약 200∼300원)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1일 기준으로 미국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3.10달러(약 4천520원) 수준이다.

 

에너지 산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요한 정치적 지지 기반이기도 하다.

지난해 대선에서 석유·가스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7천500만 달러(약 1천90억원)를 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와 화석연료 확대 등 업계에 친화적인 정책을 내놓으며 공생 관계를 형성했다.

 

그러나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 에너지 업계의 이해가 충돌하는 지점에 있다.

 

미국 연료 및 석유화학 제조업 협회의 쳇 톰슨 대표는 1일 성명을 내고 "소비자들이 충격을 실감하기 전에 원유와 정유, 석유화학 제품에서 관세가 사라질 수 있도록 북미의 이웃이 조속히 합의하길 희망한다"고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 연합 고동욱 기자 > 

 

캐나다 · 멕시코 '보복관세' 맞대응 예고…치킨게임 치닫나

캐나다 "원한 건 아니지만 행동할 것" 배수진…과도한 美의존 탓에 균열 조짐도

멕시코 "맞고만 있지 않을 것"…트럼프 1기 때 경험 토대로 보복관세 품목 준비

 

31일(현지시간) 연설하는 트뤼도 캐나다 총리 [토론토 로이터=연합]

 

◇ '51번째 주' 언급으로 자존심 상한 캐나다 보복 관세 '만지작'

 

트럼프로부터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라"는 취지의 굴욕적 언급까지 들었던 캐나다 정부 역시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해 보복 조치를 계획하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지난주 '트럼프 관세'에 대한 대응책과 관련,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있다"면서 보복 관세를 시사한 데 이어 이날도 "우리가 원한 건 아니었지만, 그(트럼프)가 앞으로 나아간다면 우리도 행동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즉각적이고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역설하며 '배수진'을 쳤다.

 

트뤼도 총리는 이어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앞으로 며칠, 몇 주 안에 우리나라는 어려운 시기를 맞이할 수 있다"며 국민들에게 향후 정부 결정에 대한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10개 안팎의 구체적인 보복 관세 부과 품목 리스트를 이미 작성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여기에는 플로리다산 오렌지주스, 켄터키산 버번위스키 등 미국인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상품들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방송 BBC는 전했다.

 

캐나다 매체들은 관세 대상 상품 액 규모가 370억 달러(54조원 상당)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캐나다 차기 총리 후보인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전 부총리 겸 재무장관 역시 지난 27일 성명에서 "반격은 일대일 맞대응 방식으로 정확하고 고통스럽게 표적을 설정해 이뤄져야 한다"며 강력한 맞대응을 주장했다.

 

프릴랜드 전 부총리는 나아가 "플로리다 오렌지 재배자, 위스콘신 낙농가, 미시간 식기세척기 제조업체 등"을 주 타깃으로 구체적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또 테슬라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도 방안 중 하나로 제시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또 다른 총리 후보 마크 카니 역시 "퀘벡의 대(對)미국 수력 수출 중단"을 보복 카드로 쓸 만한 방안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멕시코-미국-캐나다 국기[로이터 연합]

 

다만, 캐나다의 경우 복잡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나친 미국 의존도 때문이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캐나다의 지난해 대미 수출은 5천927억 캐나다달러(약 600조원)로, 전체 수출액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한다"며, 관세와 보복 관세 부과 과정에서 "에너지와 자동차 부문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캐나다 경제학자들은 트럼프의 25% 관세가 캐나다 경제를 경기 침체로 몰고 갈 수 있으며, GDP가 2.6%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산유 지역인 앨버타주의 다니엘 스미스 주지사가 외교적 해법을 선호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다른 목소리를 내는 등 캐나다 내에서 일사불란한 대응 태세에도 균열이 감지된다.

캐나다 원유 수출 물량의 97%는 미국으로 향한다.

 

중앙은행인 캐나다 은행은 지난 29일 "캐나다와 다른 국가들이 미국에 대해 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한다고 가정할 경우 캐나다의 경제 성장률은 첫해 2.5%포인트, 이듬해 1.5%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취임 100일 행사에서 연설하는 멕시코 대통령 [AP 연합]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25% 관세 부과로 '직격탄'을 맞게 된 멕시코와 캐나다가 31일(현지시간) '보복 관세' 맞대응을 예고하면서 북미 대륙 관세전쟁의 전선이 확대될 조짐을 보인다.

 

국경을 맞댄 이웃을 적으로 돌리며 먼저 방아쇠를 당긴 트럼프 정부의 '도발'에 멕시코와 캐나다가 양보 없는 전면전 태세를 갖추면서 결국 승자 없이 '모두가 손해를 보는' 치킨 게임 같은 양상이 펼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멕시코 포드 공장 전경 [콰티틀란이스카이 로이터=연합]

 

◇ 맷집 세진 멕시코, '트럼프 텃밭' 정밀 조준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정부는 일찌감치 "맞고만 잊지 않겠다"며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면 같은 규모의 대응 관세 부과를 천명했다.

 

멕시코는 우선 그동안 트럼프 정부가 제 발등 찍기로 끝날 수 있는 어리석은 조처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멕시코산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이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와중에 멕시코 내에 생산시설을 갖춘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등 자동차 회사를 위시한 미국 기업들에 되레 타격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면서도 멕시코 정부는 "미국에서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우리도 마찬가지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외교부 장관을 지낸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경제부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은 강국이지만, 멕시코가 경제적 약세 국면도 아니다"라며, 물고 물리는 관세 부과 고리가 멕시코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역내 무역 시장에 긴장감을 키웠던 7년 전 상황에 대한 분석 결과라는 게 현지 매체들의 진단이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전 정부는 2018년 5월 31일 트럼프 1기 정부의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 고율 관세 부과에 맞서 미국산 철강류를 넘어 농축산물에까지 대응 관세 대상 품목 범위를 확대한 바 있다.

 

미 농무부는 이후 보고서에서 '멕시코로의 미국산 농산물 수출이 타격을 입었고, 그 규모는 26억 달러(3조6천억원 상당)에 이른다'고 짚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한 바 있다.

멕시코 정부가 이번에 보복관세 대상으로 겨냥하는 제품을 눈여겨 볼만하다.

 

에브라르드 장관은 31일 대통령 정례 기자회견에 참석, "미국 소비자는 과일, 채소, 육류, 자동차, 가전 등 상품에서 더 비싼 가격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의 관세는 수많은 미국 가정에 영향을 끼칠 것이며, 전략적 실수로 여겨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현지 일간 엘우니베르살은 "트럼프 및 공화당 지지층이 집중된 러스트 벨트와 농업 지역을 정밀 조준하고 있다"면서 "이는 페냐 니에토 전 정부에서도 먹혔던 전략"이라고 전했다.

 

멕시코시티 그루포 모델로 맥주 공장에 설치된 코로나 광고판 [멕시코시티 AFP=연합]

 

멕시코의 맷집이 예전보다 세졌다는 점도 무시 못 할 대목이다.

 

멕시코 경제부 홈페이지 공개 자료를 보면 멕시코는 2023년 기준 4천901억 달러(685조원 상당)어치를 미국에 수출해, 중국을 제치고 대미 수출액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상품 규모는 2천554억 달러(357조원 상당)로, 무역흑자 폭이 상당하다.

 

아직 집계 중인 올해 성적표 역시 낙관적이라고 엘에코노미스타와 엘피난시에로 등 현지 경제전문 매체들은 예상한다.

 

멕시코는 미국의 공급망 재편에 따른 반사이익과 니어쇼어링(인접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 효과에 힘입어 최근 수년간 명목 국내총생산(GDP)도 한국에 버금갈 정도로 끌어 올렸다.

 

아울러 멕시코 정부가 글로벌 통상의 거대 축 중 하나인 미국·멕시코·캐나다(USMCA) 협정에 근거해 트럼프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국제 분쟁화할 소지도 있다.

 

2026년 이행사항 재검토를 앞둔 USMCA에는 역내 생산 시 가치 비중 충족을 통해 미국에 제품을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겨 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날 "미국의 관세는 USMCA 자유무역협정을 무효로 하는 것"이라며 "멕시코는 차가운 머리로 냉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 연합 이재림 기자 >

관세전쟁 개시...캐나다 멕시코 수입제품에 25%, 중국산 제품에는 10% 관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세 부과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
 

백악관이 1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25%의 관세를, 중국산 제품에는 1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31일(현지시각)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첫 시행되는 보복성 관세다. 특정 품목 면제 여부는 언급되지 않았다.

 

에이피(AP) 통신에 따르면 캐롤라인 리빗 백악관 대변인은 31일 기자들에게 “내일(1일)부터 해당 관세가 시행될 것”이라며 “이는 대통령이 국민에게 한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직후부터 불법 이민 및 펜타닐 밀수를 막기 위한 조치로 관세 인상을 공언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캐나다와 멕시코산 원유를 중과세 예외 품목으로 분류할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리빗 대변인은 이에 대한 대통령의 최종 결정에 대해선 공유할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리빗이 31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일일 브리핑에 참석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미국은 캐나다에서 하루 약 460만 배럴, 멕시코에서 56만3000배럴의 원유를 수입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은 약 1350만 배럴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신흥국 모임인 브릭스(BRICS)가 달러 대체 통화를 도입하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등 관세 위협을 이어갔다.  < 한겨레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아동 포르노 소지 혐의로 징역 5년 및 보호관찰 20년형 받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불법 이민자 체포에 공을 들이고 있는 가운데, 미성년자 성착취물 소지 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한국 국적자도 최근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됐다고 미 백악관이 31일(현지 시각) 밝혔다. 백악관 엑스(X) 갈무리
 

미국 백악관이 1월31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불법 이민 단속 실적을 홍보하면서 한국 국적자 체포 사실을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단속 과정에서 한국인이 체포된 사실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용감한 이민세관단속국(ICE·아이시디) 요원들은 미국 전역의 지역사회에서 불법 체류 범죄자들을 계속 체포하고 있다”면서 “지난 1월 28일 애틀랜타의 이민세관단속국은 노골적으로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묘사한 자료를 소지한 혐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한국 시민을 체포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과 함께 멕시코, 과테말라 출신 불법 체류자 등 체포 사실을 밝히면서 “만약 당신이 범죄를 저지른 불법 외국인이라면 체포돼 추방될 것”이라고 했다.

 

백악관은 공식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체포한 한국인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했다. 게시물을 보면 한국 국적자 임아무개씨는 아동 포르노 소지 혐의로 징역 5년 및 보호관찰 20년형을 받았다. 임씨의 구체적인 체류 상황이나 체포 경위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때 불법 이민자에 대한 사상 최대의 추방 작전을 공약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남부 국경을 비롯해 미국 전역에서 불법 이민자에 대한 연방 차원의 단속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 내 정확한 한국인 불법 체류자 숫자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10만∼15만명 정도 수준으로 알려졌다.  < 한겨레 김해정 기자 >

 

트럼프 행정부, 남서부 국경에 ‘불법이민 단속’ 군인 1500명 파견

협조 않는 주 정부에게 연방정부에 대한 음모죄 적용 검토

 
 
한 주 방위군이 21일 미국 텍사스주 브라운스빌의 국경 장벽 구간을 따라 순찰하고 있다. 브라운스빌/A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뒤 남서부 국경 통제 강화를 위해 미 행정부가 전방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국방부는 병력 1500명을 파견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불법이민자 단속에 협조하지 않는 주 정부 등에게 연방정부에 대한 음모죄 적용을 검토 중이다. 모든 절차를 마치고 미국 입국을 기다리던 난민들의 항공편도 취소됐다.

 

로버트 살래세스 미 국방부 장관 대행은 22일(현지시각) 성명에서 이날부터 남서부 국경에 병력 1500명을 파견한다고 밝혔다. 기존에 배치된 주 방위군과 예비군 2500명에 더해지는 숫자다. 이날 발표는 초기 조치이며 더 많은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는 당국자들을 인용해 군이 최대 1만명의 병력 배치를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경 감시 강화를 위해 유인 항공기나 무인기 동원도 검토 중이다. 트럼프 1기 때인 2018년에도 국방부는 7000명 이상의 병력을 텍사스, 애리조나, 캘리포니아에 파견한 바 있다.

 

파견된 병력은 일단 수송, 장벽 건설 등 국경순찰대 지원 업무를 할 것으로 보인다. 1878년에 제정된 포시 코미타투스 법(민병대법)은 ‘헌법이나 의회 법률에 의해 명시적으로 허용된 경우와 상황을 제외하고 국내법 집행에 군대가 관여하는 것을 금한다’고 규정한다. 법률에 명시적으로 허용된 경우는 1792년 제정된 반란법이 유일하다. 이 법은 반란, 폭동, 또는 극심한 시민 불안 상황 시 대통령이 군대를 국내법 집행에 동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부 국경 문제에 반란법 조항을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트럼프 행정부가 남부 국경에 미군 배치를 시작할 경우 해외에 주둔 중인 미군의 배치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공화당이 지난해 7월 전당대회에서 채택한 정강·정책을 보면 해외에 주둔하고 있는 수천 명의 미군을 남부 국경으로 이동시키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공중 보건을 이유로 이민자 입국을 차단하라는 지시도 내려갔다. 워싱턴포스트는 관세국경보호청(CBP) 고위 간부들에게 이날 배포된 문건에 ‘전염병이 존재하는 국가를 통과했다는 이유'를 들어 이민자 입국을 차단하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1기 때도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하자 공중 보건 사유로 이민자들의 입국을 막는 ‘타이틀 42’ 조치가 발동된 적이 있다.

 

난민들의 미국 입국 항공편도 취소됐다. 시엔엔(CNN) 방송은 정해진 절차를 완료하고 미국 입국을 앞두고 있던 난민들의 항공편이 취소됐고, 이번 조치로 약 1만명의 미국 입국이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콩고민주공화국, 베네수엘라, 시리아, 미얀마 등 국가에서 자격이 있는 사람을 추려 난민 지위를 부여하고 미국 입국을 허용해왔다.

 

체포도 본격화했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날부터 33시간 사이에 불법 이주민 460명을 체포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경 차르'인 톰 호먼은 이날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힌 뒤 “‘피난처'를 제공하는 도시들은 더 많은 감시 요원과 더 많은 체포를 보게 될 것이다. 게임은 시작됐다”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단속에 저항하는 주 및 지방 정부들에게 ‘연방정부의 합법적 기능을 방해한다’며 음모죄 적용 검토에 착수했다. 법무부 차관 대행은 전날 법무부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합법적인 이민자 단속 지시에 저항하는 공무원은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의회는 불법 이민자 단속 강화 관련 법안을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1호 법안으로 통과시켰다. < 한겨레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