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수사와 탄핵 절차 모두 불복, 사법제도 불신하게 하는 효과"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갖은 불복 수단을 써 수사와 탄핵심판에 대응하고 있다. 법 지식을 이용해 성긴 법망을 빠져나가는 ‘법꾸라지’(법률 미꾸라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앞서 ‘선배 법꾸라지’들 역시 윤 대통령과 유사한 길을 걸었다. 원조 법꾸라지로 불리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1992년 12월 일어난 ‘초원복집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법무부 장관을 그만두지 얼마 되지 않은 김 전 실장은 제14대 대통령 선거를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 부산시장, 부산지검장, 부산경찰청장, 안기부 부산지부장 등을 초원복국식당에 불러 “우리가 남이가” “지역감정을 좀 불러 일으켜야 돼” 등의 말을 하며 당시 여당 후보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 지지를 유도했다. 김 전 실장은 이 사건 때문에 대통령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은 자신에게 적용된 대통령선거법 제36조1항(선거운동원이 아닌 자의 선거운동) 등이 선거운동을 너무 포괄적으로 금지해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행복추구권, 참정권을 제한한다며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고 헌재는 1994년 7월 해당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후 검찰은 김 전 실장에 대한 기소를 취소했다.

 

하지만 23년 뒤 위기는 다시 찾아왔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은 2017년 1월 박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일했던 김 전 실장을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혐의로 구속했다. 김 전 실장은 구속기간 만료로 2018년 8월 석방됐다가 보수단체를 불법적으로 지원한 ‘화이트리스트’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같은 해 10월 다시 구속됐다. 그리고 이후 구속기간 만료로 2019년 12월 출소했다. 김 전 실장은 두 사건에서 모두에서 보석을 신청하고, 화이트리스트 사건 때는 구속집행정지 신청까지 했다. 하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회가 온 것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한 국정농단 특검의 ‘윤석열 수사팀장’이 사면권을 가진 대통령이 된 뒤였다. 문화계블랙리스트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지난해 1월 징역 2년을 선고받은 김 전 실장은 판결 직후 “재상고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재상고 시한인 1월31일까지 재상고를 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그리고 6일 뒤인 지난해 2월6일 설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됐다. 사면은 형이 확정된 경우에만 할 수 있다.

 

또다른 법꾸라지로 꼽히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 역시 비슷한 길을 걸었다. 우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 당시 이석수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의 감찰을 방해하고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승마를 지원하는 문제로 갈등을 빚은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의 인사에 불법으로 개입한 혐의로 국정농단 특검의 수사를 받았다. 국정농단 특검은 2017년 2월 우 전 수석에 대한 첫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같은해 4월 다시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또 기각됐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은 세번째 청구만인 같은해 12월이었다. 우 전 수석은 구속 직후 구속적부심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우 전 수석은 2018년 6월에는 보석도 신청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 전 수석은 구속기간 만료로 2019년 1월 석방된 뒤 2021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우 전 수석은 수감 기간이 384일로 1년을 넘겨 재수감이 되진 않았다. 하지만 변호사 활동은 제한됐다. 변호사법은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아 형 집행이 끝난 뒤 5년이 지나지 않으면 변호사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동아줄은 윤 대통령이었다. 윤 대통령은 2022년 12월 우 전 수석을 신년특별 사면 대상자에 포함해 복권해줬다. 그 직후 우 전 수석은 변호사 등록 신청을 했다.

 

‘법꾸라지의 구원자’로 활약했던 윤 대통령은 선배들과 같은 처지에 놓이자 ‘청출어람’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내란 수사를 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지난 3일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대통령경호처를 동원해 막았다. 이어 서울서부지법에 체포영장 발부에 대해 이의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지난 15일 체포가 된 뒤에는 이례적으로 체포적부심까지 신청했지만, 이 역시 기각됐다. 공수처의 조사는 체포된 첫날을 제외하곤 모두 거부했다. 결국 공수처는 한차례 조사만 진행한 뒤 윤 대통령 사건을 검찰로 넘겨야 했다.

 

탄핵심판에서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가 보낸 탄핵심판 접수통지서부터 수령을 거부했다. 헌재가 5차례의 변론기일을 일괄 지정을 한 것에 대해서도 이의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정계선 재판관에 대해서는 성향 등을 문제 삼아 기피 신청을 했지만 이 역시 기각됐다. 수사와 탄핵심판에서 불복할 수 있는 수단을 모두 쓰고 있는 것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피의자나 피고인이 방어권을 행사하는 것을 문제 삼기는 어렵다”면서도 “일반인이 아닌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수사와 탄핵 절차를 모두 불복하는 것은 사법제도를 불신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 한겨레 정환봉 기자 >

 

윤석열 석방하라는 윤상현에 “조폭 정당인가” 조경태의 탄식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2월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설 연휴 기간 윤석열 대통령이 수감된 서울구치소 앞을 찾아가 윤 대통령 석방을 주장한 데 대해 같은 당 조경태 의원이 “우리 정당은 조폭 정당과는 달라야 된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30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윤 의원 등이 윤 대통령 석방을 요구한 것을 두고 “만약 (윤 대통령이) 유죄가 났을 경우 우리 당은 내란 옹호 정당의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겠는지, 이런 부분까지도 신중한 판단들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인간적 의리를 내세우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전혀 민심에 맞지 않는 모습들은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윤 의원과 원외당협위원장 20여명은 29일 윤 대통령이 수감돼 있는 서울구치소 앞을 찾아 윤 대통령 석방을 촉구했다. 원외당협위원장 80명 명의로 변호인을 통해 윤 대통령에게 “대통령을 지지하는 많은 시민이 구치소 앞에서 하루 한시도 빠짐없이 응원하고 있으니 외롭다고 생각하지 말고 힘내라”는 편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조 의원은 윤 대통령과 극우 세력이 주장하는 부정선거 의혹에 당이 선을 그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실체도 없는 부정선거에 얽매이는 것 자체가 민주 사회에서 선거 불복의 일종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실체 없는 부정선거에 더 이상 국민의힘은 얽매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야 한다. 그것이 책임정당으로서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의원은 “그런 부분에 국민의힘이 휘말리게 되면 결국은 다수의 국민으로부터 선택받기가 어려워진다. 강성 지지층들만을 갖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그들에게) 편승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한편, 조 의원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결심 공판이 2월26일로 정해있지 않나. 그 전후로 여러 정치권의 변화가 많이 일어나지 않겠나”라며 “(그때쯤) 한동훈 전 대표의 (재기할 수 있는) 정치적인 환경들이 어느 정도 조성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최근 한 대표와 소통했다며 “(정치적) 환경이 무르익었을 때 본인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어지러운 이런 상황에서 적절하지 않겠나 보고 있다”고 전했다.  < 한겨레 전광준 기자 >

 

이상민 “국무위원 전원 계엄 반대했다” 진술…윤석열 버리나?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해 12월5일 오전 서울 국회 여의도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에서 12·3 내란사태 당시 경찰의 대응과 관련한 긴급 현안질의 도중 얼굴을 만지고 있다. 신소영 기자 
 

지난해 12월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무위원 전원이 반대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만류했던 것으로 30일 파악됐다. 실질적인 안건 심의 없이 요식행위로 회의가 소집되고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까지 선포하자 국무위원들은 ‘정상적인 국무회의로 볼 수 없다’는 의견도 나눴다고 한다.

 

이 전 장관은 지난달 경찰 조사에서, 비상계엄 계획을 알게 된 국무위원들이 이를 반대하자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직전 윤 대통령을 찾아가 “진짜 안된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다. 국무위원 전원이 반대하고 있다”며 말렸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를 묵살하고 비상계엄 선포를 강행했다.

 

“국무위원 전원이 반대”했다는 이 전 장관의 진술은 “국무회의에서 비상계엄 선포에 동의한 국무위원 몇몇이 있었다”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헌법재판소 진술과도 배치된다. 지난달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무회의에서) ‘반대’라는 표현을 쓴 분은 두어명 정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며 반대 의견이 많지 않았다는 취지의 본인 발언과도 다른 내용이다. 12·3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은 11명이다.

 

이 전 장관은 당시 국무회의에서 ‘안건제안, 제안이유 설명, 안건토의, 의결과정이 있었느냐’는 경찰의 질문에 모두 “없었다”고 답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전 장관은 경찰 조사에서 국무회의 성립 여부에 대해 “사법적 판단을 받아야 할 사안”이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또 비상계엄 선포 직후 몇몇 국무위원들이 ‘실제 국무회의가 열린 것으로 볼 수 있느냐’며 당혹스러워 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국무회의를 합법적인 절차로 볼 수 있는지 관련 판례들을 찾아보라고 행안부 의정관 등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12·3 비상계엄 선포가 절차적 적법성조차도 확보되지 못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또한 윤 대통령은 당시 국무회의도 거치지 않고 비상계엄을 선포하려고 했는데 한 총리의 설득으로 국무회의를 열었고, 당시 국무위원들은 ‘국무회의를 열면 대국민 담화 시간도 늦출 수 있고 그 시간 동안 윤 대통이 비상계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는 이 전 장관의 진술도 경찰은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이 전 장관은 경찰 조사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한겨레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를 지시한 사실은 숨겼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허석곤 소방청장과 통화하며 무엇을 지시했느냐’는 경찰의 추궁에 이 전 장관은 “사건사고 들어온 것이 있냐, 국민들 안전을 각별히 챙겨달라고 말한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 한겨레 오연서 기자 > 

 

 

 

3.00%로 0.25%p 내려…美에 보복관세 가정시 첫해 성장률 2.5%p↓

                                 기자회견 중인 티프 맥클렘 캐나다은행 총재 [로이터 연합]

 

캐나다 중앙은행인 캐나다은행이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위협에 대응하고자 여섯 번째 금리를 인하했다.

 

캐나다은행은 이날 통화정책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인 익일물 레포(Repo·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3.2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고 밝혔다.

 

캐나다은행은 지난해 6월 첫 금리인하 사이클을 개시한 뒤 이날까지 총 여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내렸다.

 

지난해 6∼9월 회의에선 금리를 0.25%포인트씩 인하했지만 지난해 10월 및 12월 회의에선 두 번 연속으로 인하 폭을 0.50%포인트로 키운 바 있다.

 

시장에선 인플레이션 둔화 및 경기 우려를 이유로 이날 금리 인하를 예견해왔다. 시장 전문가들은 오는 3월 회의 때도 추가 인하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캐나다은행은 이날 경제전망 발표에서 올해 캐나다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8%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이 같은 전망은 미국과의 관세 전쟁을 반영하지 않은 수치다.

 

캐나다은행은 캐나다와 다른 국가들이 미국에 대해 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한다고 가정할 경우 캐나다의 경제성장률을 첫해 2.5%포인트, 이듬해 1.5%포인트 떨어뜨리는 충격을 미칠 수 있다고 추산했다.

 

티프 맥클렘 캐나다은행 총재는 이날 회견에서 "장기간 지속되는 광범위한 무역 갈등은 캐나다의 경제활동을 크게 해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 뉴욕 연합 이지헌 특파원 > 

미 연준, 트럼프 인하 압박에도 정책금리 동결

● WORLD 2025. 1. 30. 12:50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파월 연준의장 소신 고수... 연 4.25∼4.50%로 유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29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AP 연합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첫 통화정책 회의에서 정책 금리를 동결했다.

 

연준은 29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정책금리를 연 4.25∼4.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과 11월, 12월 3차례 연속 이어진 연준의 금리 인하 움직임이 새해 들어 일단 멈추게 됐다.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열린 것으로, 연준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인 금리 인하 압박 요구에도 동결을 택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금리 동결 후 기자회견에서 “관세·이민·재정정책, 규제와 관련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정책들이 경제에 미칠 영향이 어떤지 합리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정책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제시되길 기다려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연준은 지난해 9월 빅컷(0.5%p 금리 인하)을 단행했을 때는 경제전망예측을 통해 올해 말 기준금리(중간값)를 3.4%로 제시하며 올해 4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12월에는 올해 말 기준금리를 3.9%로 제시, 금리 인하 횟수를 2차례로 조정한 바 있다.

 

연준의 이날 성명도 12월 성명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이날 성명에서는 “실업률은 최근 몇 달 동안 낮은 수준에서 안정됐으며, 노동시장 상황은 견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지난달 회의 후 성명에서 “올해(2024년) 초부터 노동시장 여건이 전반적으로 완화됐고, 실업률은 상승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라고 평가한 것과 거의 유사한 수준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이날 성명에서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연준은 평가했다. 지난달 성명에서 나온 “인플레이션은 위원회의 목표치인 2%에 근접했지만,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라는 표현에서 일부 달라진 것이다.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한국(3.0%)과 미국 간 금리차는 상단 기준으로 1.50%포인트로 유지됐다.

 

연준이 이날 정책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뉴욕증시는 약세로 마감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36.83(0.31%) 내린 4만4713.52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8.39(0.47%) 내린 6039.31에, 나스닥 지수는 101.26(0.51%) 내린 1만9632.32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 한겨레 김수헌 기자 >

 

트럼프 정책 지켜보겠다는 파월…금리동결 직후 “서두를 필요 없어”

“무슨 일 일어날지 몰라…묵묵히 연준의 일 할 것”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29일(현지시각) 워싱턴 DC에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연합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직은 알 수 없다.”(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지난 20일(현지시각)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행보에 뚜렷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보편 관세 도입, 이민자 추방 등 새 정부가 추진하는 파격적인 정책이 미국 경제의 조타수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월가에선 새로운 관망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연준은 28∼29일 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고 29일 낸 성명에서 현재의 연 4.25∼4.50%인 연방기금 금리(이하 정책금리)를 동결한다고 밝혔다. 연준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세차례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연속으로 내린 뒤 지난해 12월 회의에서 심상치 않은 물가 상황 등을 언급하며 매파적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금리 동결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였다. 실제 지난해 12월 기준 근원물가 상승률은 3.2%로 연준의 관리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의 관심은 ‘금리 동결’ 자체보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뒤 내놓은 성명(통화정책방향 결정문)과 제롬 파월 의장의 회견이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추진하는 파격적인 정책이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놓고 다양한 갈래의 해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미 경제의 조타수인 연준 위원들의 시각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은 물론 당선 이후에도 정책금리 인하를 선호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으면서 시장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연준의 독립성을 흔들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 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에서 산유국들에게 원유가격 인하를 요구하며, “유가가 내리면 즉시 연준에 금리 인하를 요구하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파월 의장은 매우 신중한 발언을 내놨다. “관세·이민·재정정책, 규제와 관련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정책들이 경제에 미칠 영향이 어떤지 합리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정책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제시되길 기다려야 할 것이다. 우리는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정책의 강도와 시점을 놓고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 데다 그러하기에 미국 경제에 미칠 파급 경로도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납득할 수 있는 통화정책 수장의 신중하지만 정답에 가까운 발언으로 볼 수 있다.

 

미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에 대해 “연준이 새로운 ‘기다려보기’(Wait-and-See) 단계’에 들어갔다”고 평가했다. 연준이 트럼프 정부와의 갈등을 불사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기보다는 앞으로 발표되는 경제 지표를 점검해가며 통화정책 방향의 정당성 내지 근거를 확보해가는 작업을 이어갈 것이라는 취지다.

 

실제 파월 의장은 회견 내내 “현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는 기존보다 현저히 덜 제한적인 반면 경제는 강한 상황"이라며 “우리는 통화정책 기조 변화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월가에선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회의적인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제이피(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에 내재한 위험으로 미 정부의 재정 적자와 지정학적 리스크와 더불어 인플레이션 반등 위험을 짚었다. 물가 재상승 위험이 커지고 있으니 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를 보면, 금리 선물시장은 연준이 3월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82%로 점쳤다. 전날의 69%에서 큰 폭으로 동결 전망이 우세해진 것이다.

 

제이피모건체이스의 마이클 페롤리 수석 미국경제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연준은 통화정책에 개입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며 “1월의 '조용한 결과'가 연준이 보내야 할 격동의 한 해를 시작하는 서막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의 이런 시각을 의식한 듯 파월 의장은 이날 회견에서 “묵묵히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한겨레 정남구 기자 >

 

트럼프 “인플레 해결 실패”…연준 기준금리 동결 맹비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A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동결에 대해 “연준이 인플레이션으로 초래한 문제를 마무리하는 데 실패했다”고 날을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각) 연준이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한 뒤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연준이 디이아이(DEI·다양·공평·포용)와 성 이데올로기, 깨끗한 에너지, ‘가짜’ 기후변화에 시간을 덜 썼다면 인플레이션은 결코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인데 우리는 역사상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고생했다”며 이렇게 비판했다.

 

그는 또 “연준이 은행 규제와 관련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했다”며 “재무부가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는 노력을 이끌어갈 것이며 모든 미국인과 미국 기업을 위한 대출을 풀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미국의 에너지 생산을 늘리고 규제를 줄이고 국제무역 균형을 이루어 미국 제조업을 되살릴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또 “인플레이션 종식을 넘어 더 많은 것을 할 것이며 우리나라를 재정 측면과 다른 면에서 다시 강력하게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거센 기준금리 인하 압박에도 기준금리를 4.25∼4.50%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 한겨레 박병수 기자 >

 

미국 뒤흔든 연방보조금 지출 중단 지시, 이틀 만에 철회

 
발달지체 어린이를 지원하는 미국 프로그램의 수업 모습. AP 연합
 

미국 백악관이 전국적 혼란을 몰고 온 연방 보조금 및 대출금 지출 중단지시를 이틀 만에 전격 철회했다.

 

백악관 관리·예산국은 연방기관에 새 메모를 보내, 보조금 지출 중단 지시를 담고 있는 “엠(M)-25-23 메모를 취소한다”고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앞서 27일 백악관 관리·예산국은 연방기관에 “연방 보조금 및 대출금 지급과 관련한 모든 활동을 잠시 중단하라”는 내용이 담긴 메모를 내려보냈다. 메모에는 ‘연방 보조금과 대출 프로그램이 트럼프 행정부 정책 기조에 부합하는지 종합적으로 분석해서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내용도 들어있었다.

 

이 메모는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에 따라 받게 될 세액 공제와 보조금 등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됐다.

 

그러나 이는 곧바로 연방기관의 학교 및 주택 지원금, 의료지원 프로그램 등에 영향을 미치는 등 혼란을 불러왔다. 이에 따라 연방보조금을 받는 비영리단체 등이 연방 법원에 보조금 중단지시의 집행 정지를 요구하며 제소했고, 민주당 주지사가 있는 주에서도 잇따라 소송에 나섰다.

 

이에 워싱턴 DC 연방법원의 로렌 알리칸 판사는 28일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보조금 지출 잠정 중단 조치를 다음달 3일까지 보류하라고 명령했다.

 

논란과 혼선이 이어지자 결국 이틀 만에 백악관이 연방보조금 지출 중단 지시를 취소하고 나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캐롤라인 리빗 백악관 대변인은 소셜미디어에 “연방 보조금 지출 중단을 지시한 메모는 취소됐지만, 외국 원조와 디이아이(DEI·다양·공평·포용) 관련 지원 등을 막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유효하다”고 밝혔다.  < 한겨레 박병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