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을 것인가, 아니면 상승기조를 유지할까? 전문가들 사이에 분석이 엇갈린다. 20여년 경력의 전문인 김종욱 리얼터(Golden Ridge Realty Inc.) 를 통해 올해 부동산 경기를 전망해 본다.

모기지 규정 2월에 변경… 영향 적을듯
일부 비관론 불구 온주·BC 선도 연착륙 전망
단기 시세차익 집착·무리한 구입 삼가를

■ 또 비관적 전망이?
먼저, 이곳 토론토 GTA 지역의 주거용 부동산에 대하여 살펴보자.
몇해 전부터인가 (아마 7~8 년쯤 될까?) 연말 연시가 되면 의례히 쏟아져 나오는 전문가들의 새해 부동산 전망에는 결코 낙관적인 기대를 찾아 볼 수 없었다.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끼어있고, 이제 그 거품이 꺼짐과 동시에 부동산 가격의 하락이 뒤따를 것이라고…. 그러나 실제는 이러한 전망에 아랑곳하지 않고, 매년 5~6% 이상의 가격상승이 이루어져 왔고, 이제 또 다시 새해를 맞는다.

■ 2015 주택시장 결산
2015년의 주택시장 변화를 살펴보자.
● 거래건수: 지난해 결산을 11월까지의 자료로 유추해 본다. 캐나다 전체로 본다면 2014년에 비해 5% 늘어난 50만4천 채의 거래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알버타 (21.4% 감소), 사스카처완 (10.8% 감소), 노바스코샤 (5.1% 감소)를 포함한 수치이며, B.C주는 21.4% 증가, 온타리오 주는 9.3%가 늘어난 주택 건수가 거래되었다.
● 주택 가격의 변화: 2015년 11월까지 캐나다 전체의 평균 주택가격은 전년대비 10.2% 상승한 $45만6,186 이지만, 밴쿠버와 GTA 토론토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가격상승률은 3.4%에 불과한 $33만8,969 였다.
● 10 년전과 비교: ▷ GTA 토론토지역의 단독 주택: 2005년 10월= $363,100. 2015년 10월= $669,400.
▷새 고층 콘도: 2005년 10월= $28 8,587. 2015년 10월= $440,382.
위의 자료 비교에서 보듯, 주택시장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성장을 거듭해 왔으며, 특히 2015년에는 낮은 이자율에 힘입어 매우 뜨거웠던 한해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비정상적인 성장이 아닌 극히 정상적인 성장이라고 생각된다 .

■ 정부의 우려와 대책
● 주택 가격의 가파른 상승에 따른 정부의 우려가 깊다. 가장 큰 이유는 가구당 부채의 비율 ( Household Debt: 가구당 가지고 있는 모기지 혹은 카드빚과 가구당 년간 수입의 비율)이 역대 최고치인 163.7%로 올라갔기 때문이다. 즉, 년간 수입(After Tax)이 10만 달러인 가구의 빚(모기지 및 카드빚) 총계가 16만3천 달러인 경우이다. 또한 가장 활발하고 큰 시장인 B.C주와 온타리오 주의 경우는 특히 주택가격의 상승은 곧 바로 가구당 부채비율의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그리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다.
● 새로운 모기지 규정: 2016년 2월15일부터 새로운 모기지 규정이 시행된다. 50만 달러 이상의 주택구매를 위해서는 10%이상의 다운페이가 의무화 된다 (현재는 5%). 예를 들어 75만 달러짜리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50만 달러까지는 5%인 2만5천 달러와 50만 달러를 넘긴 25만 달러에 대해서는 10%인 2만5천 달러, 도합 $50,000 이상을 다운페이 해야 한다.
정부기관에서는 이 새로운 모기지 규정이 뜨거워진 주택시장을 완화시키게 될 것으로 많은 기대를 하고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많은 의심의 눈치를 나타내고 있다. 왜냐하면 5~10%의 최소한의 다운페이를 원하는 구매자들은 대부분 First Time Buyer(주택 첫 구입자)인 젊은 층이며, 이들이 향하는 곳은 가격이 저렴한 콘도시장이고, 밴쿠버나 토론토의 뜨거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알버타, 사스카처완 등의 부동산 경기 침체지역에서는 또 다른 역풍으로 작용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 2016 캐나다경제 전망
GAS와 OIL가격 하락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아 1년 내내 고전하고 있는 캐나다 경제의 4/4분기 성장률 역시 기대했던 1.5%~1.7%에 훨씬 못미치는 0.5%에 그치고 있으며, 광산업 외에는 제조업과 내수경기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2번이나 이자율을 내린 캐나다 중앙은행은 성장률 1.6%를 기대하고 있는 2016년 역시 이자율 상승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면 미국의 형편은 어떠한가?
4/4분기 성장률 2%를 기대하고 있으며, 괄목할 만한 수치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좋은 성장이 기대되고 있어 2006년 이후 처음으로 0.25~0.5%의 이자율 상승을 이끌었다. 여기에 대해 캐나다 중앙은행의 Stephen Poloz 총재는 이렇게 말했다. “여태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캐나다 경제가 미국의 움직임을 뒤따를 것이라는 예상들을 해왔으나, 이곳은 이제 확연히 다른 장소이며 다른 정책들이 요구된다.“

■ 2016 주택시장 전망
CMHC(Canada Mortgage and Housing Corp.) 와 CREA(Canada Real Estate Association)에 의하면, 2016년과 2017년 2년에 걸쳐, 부동산 시장은 연착륙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2016년 주택가격은, 캐나다 전체적으로는 1.4% 상승(알버타, 사스카처완 등은 1.2%~2.5% 하락)이 예상되며, 타 지역을 선도하고 있는 온타리오 주는 2.9%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의 견해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가격붕괴’ ‘거품’이니 하며 많은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내기도 한다.

■ 보다나은 선택과 조언
위에 서술한 정부의 정책이라든가, 경제상황을 종합해 볼 때 2016년 역시 주택시장에 그리 큰 변화는 없다고 본다. 특히 이곳 토론토는 매년 10만명 이상의 이민자가 자국의 돈을 가지고 들어와 이곳에 정착한다. 경제의 중심지이지만 집을 지을 땅이 부족하고, 개발할 수 있는 땅도 부족하다. 온타리오 주 땅의 2/3이상이 그린벨트이다. 자연환경을 훼손할 의도가 전혀 없는 정부로서는 그린벨트를 쉽사리 놓아주지 않을 것 이기 때문이다. 주택가격이 오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우리의 선택은?
1) 경제적인 여유가 허락한다면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 좋겠다. 렌트비로 돈을 허비하는 것은 후회가 뒤따르지 않을까?
2) 단기간의 시세 차익을 노리지 말자. 아무리 머리를 쓴다 해도, 계획에 차질이 있을 수 있으며 낭패를 가져올 수 있다. 자기집을 가지고 안락한 삶을 유지하면서 시세차익은 자연스럽게 덤으로 얻는 것이 좋은 방법이 아닐까?
3) 무리한 주택구입은 삼가하자. 적어도 20%이상의 다운페이를 하여 모기지보험 등 불필요한 경비를 절약하고, 각자의 모기지 납부 능력에 따라 그에 맞는 규모의 주택을 구입하라. 즉, 주택을 머리에 이고 사는 어리석음은 많은 괴로움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4) 주택구입의 위치 선정에 대하여는 전문가들과의 교류, 상의가 필요하다.
5) 이용할 수 있는 자금을 잠재우지 말자. 어떤 이들은 투자의 Risk를 줄인다 하여 목돈을 이자도 거의 없는 은행에 잠재워 놓기도 하며, 또 어떤 이들은 주택을 구입하면서 빚이 두렵다 하여 모기지를 전혀 얻지않고 100% 자신의 자금으로 구입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또한 어리석은 일이 아닐까? 사상 최저로 낮아진 이자율을 이용하여 나의 자금을 불려나가는 일이야말로 지극히 자연스러운 생활인의 지혜가 아닐지?


< 김종욱 - 부동산 리얼터, Golden Ridge Realty Inc. >



“빠짐없이 다 읽는다” “명쾌하다”는 분들 덕분에…

그냥 “좋은 신문”이라는 평가 듣고싶은 소망
한 눈 아닌 두 눈으로 보는, 시대의 거울이기를


2006년 1월5일 태어났습니다. 어느 덧 열 살의 인사를 드립니다.
눈 비를 걸으며 굽이굽이 산과 강을 건넌 것 같습니다. 이제 다시 큰 능선에 올라선 감이 드는군요. 잠시 심호흡을 하며 지나 온 발자취를 돌아봅니다.
걸음마 때부터 지켜보며 감싸주신 의리의 동반자들이 있습니다. 힘에 부칠 때 일으켜 세워 다독여 주신 인정이 있었습니다. 사랑으로 목을 축여주시고 정겹게 땀과 눈물을 닦아 주셨습니다. 그 고맙고 따스한 손길과 마음들이 오늘의 시사 한겨레를 있게 하신 공로의 주인공들입니다.
가끔 “신문을 한 자도 빠짐없이 다 읽는다”는 분을 만납니다. “신문이 벌써 바닥났더라” 혹은 휴간일 때 “신문이 안 나와 갑갑하다”는 전화도 주십니다. 어떤 분은 “칼럼이 정말 시원하고 명쾌하다”고 공감을 표해 가슴이 훈훈해지곤 합니다. 그런 분들의 애정어린 ‘감시’ 덕분에, 예고없는 휴간과 배달사고 한번 없이 10년의 세월을 감사히 달려 온 것 같습니다.
물론 저희의 분투를 달갑잖게 보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그들은 한국정부에 비판적인 ‘진보논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조국을 향한 극진한 사랑을 자부하는 분들의 주장입니다. 그런 생각을 가진 분들이 여전히 없지 않습니다.

새삼 언론의 기능을 떠올립니다. 언론의 역할과 존재가치는 정부와 공적기관에 대한 감시이며 공의(公義)와 공익을 위한 비판에서 출발합니다. 신문은 또한 시대의 자화상이며 거울이라고들 합니다. 그동안 시사 한겨레에 비친 모습들이 밝고 긍정적인 측면보다 비판적·부정적이 많았다면, 그만큼 시민의 위임을 받은 권력이 사람들을 불편하게 했고, 그래서 시대가 어두웠다는 뜻일 겁니다. 어두움에 빛을 들이대지 않고 계속 덮기만 하면 그 안에서 썩고 냄새 날 것입니다. 눈이 부셔 고통스러워도 불을 밝혀야 밝고 맑은 세상이 옵니다.
지난 10년, 저희는 비판을 위한 비판이나 진보-보수의 진영논리에 빠져 신문을 만든 적은 한번도 없었음을 단언합니다. 정부를 비판하면 진보요, 정권을 감싸고 돌면 보수일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유독 한국에 그렇게 착각하는 분들이 많고, 일부 정치권에서 그런 이분법으로 여론을 갈라 이득을 보려는 전략에 휩쓸린 탓도 있습니다. 정부를 추켜세우는 것이 언론과 동포의 도리라는 낡은 관념에, 독재시대 통제와 여론조작에 길들여진 이유도 있습니다. 그래서 캐나다라는 선진사회에 살면서도 민주적 다양성에 익숙지 않은 이들에게 비판적 신문은 이단아로 여겨질 것이라는 짐작을 합니다.

저희 시사한겨레와 자매지인 한겨레신문은 해마다 한국의 기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된 정직·정확한 신문 1위이며, 전국의 대학생 상대 의견조사로도 부동의 1위 입니다. 민주국가에서 상상도 못할 국가기관의 선거공작이나, 간첩조작 사건 같은 대형특종과 소외되고 핍박받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용기있는 신문입니다. 그러나 겉으로는 정론직필을 말하면서도 공공연히 정권과 가진 자들과 사익을 우선하는 거대 족벌신문들과, 정부에 장악된 방송까지 포함해 압도적인 권력쪽 언론들에 둘러싸여 고군분투하고 있음은 세계적으로도 소문이 나 있습니다.

저희 시사 한겨레는 출범하면서 ‘성실한 보도 따뜻한 신문, 동포의 번영 겨레의 미래’를 사시로 정했습니다. 담긴 뜻은 글자 그대로입니다.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동포와 겨레의 밝은 미래를 함께 열어가자는 창간정신입니다. 그 창간의 비전에서 올곧은 신문, 바른 언론의 길을 다짐했습니다. ‘정론직필’ 혹은 ‘파사현정’(破邪顯正) 등의 거창한 문구보다, 그냥 ‘좋은 신문’, ‘선한 신문’, ‘의로운 신문’이라는 평을 듣는 것이 저희의 소망이었습니다. 그것은 보-혁의 편가르기와는 무관한 공동선(共同善)의 제작방침이며, 열악하고 미약하지만 그 일념으로 지금까지 걸어왔다고 감히 고백합니다.
세상살이가 그렇듯이 선하고 의로운 길을 걸어가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구나 세상이 평온과 정상적이지 않을 때 그 길은 풍파를 견뎌야 하는 행로입니다.
하지만 ‘고난이 축복’이라고 했습니다. 10년을 지나오며 많이 변하고 달라졌음을 느낍니다. 한쪽 눈의 반쪽 세상보다 두 눈으로 보는 것이 훨씬 넓고 입체적임은 상식이지요. 한가지 목청만 감돌던 한인사회에 색다른 빛깔과 소리도 전해줄 수 있었음은 저희의 보람이며 의미있는 행보였다고 생각합니다. 작아도 의로운 외침들, 한번쯤 곰곰히 생각하게 하는 선한 논리의 제시 등이 시사 한겨레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니까요.

저희는 이제 10년의 능선을 넘어 다시 험곡을 향해 나아갑니다. 지난 곡절을 초심으로 견뎌왔듯이, 앞으로도 기대와 사랑을 주시는 많은 분들의 성원을 무기삼아 묵묵히 걸어가려 합니다. 온 세상이, 무엇보다 우리 조국이, 그리고 동포사회가 선하고 의로워져 더 이상 선하고 의로움이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는 그 날을 고대하면서 말입니다.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 성경(갈 6:9)의 가르침입니다.
좋은 글과 광고로 도와주시는 분들, 애독자와 한인 동포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지난 10년을 인도해주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 김종천(金鍾天) 발행인 겸 편집인 >



[1500자 칼럼] 경쾌한 행진을

● 칼럼 2016. 1. 8. 21:11 Posted by SisaHan

지난 해 이사하면서 엄청나게 많은 살림살이를 없앴다. 넓은 집에서 여러 해를 살다가 좁은 콘도로 옮기는 일은 단순히 물건만 정리하는 일이 아니었다. 가슴 안에 오랫동안 담아온 아름다운 추억과 이날까지 지탱해온 삶의 이야기를 버리는 거였다. 가끔 답답하고 무력감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마다 청량제와 활력소로 다가왔던 것들이라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정들이고 가치를 부여하며 악착같이 붙잡고 살았던 것들이 어느 새 더 이상 내게 큰 의미가 없는 현실을 맞이한 셈이다. 그래서인지 을미년을 마무리하면서 여태껏 허상에 사로잡혀 살아온 내가 아닌지 되돌아 보았다.


아마도 오늘까지 내가 가장 아껴 온 물건은 단연코 책일 것이다. 흔히 여자들이 관심을 갖는 옷이나 장신구보다도 책에 노골적인 집착을 드러냈었다. 책을 구입할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았고, 한국에서 우송해온 책들도 책장에 가득 찼었다. 그것들은 멀리서 바라보고만 있어도 마음 속이 훈훈하고 충만해졌다. 텅 빈 큰 둥지보다는 한층 아담하고 편리한 주거지를 꿈꾸고 보니 그것들이 언제까지나 품고만 있을 수 없는 큰 짐이 되고만 것이다. 3차에 걸쳐 400여권의 책을 솎아냈다. 그 책들과 맺은 관계를 생각하면 아쉽고 서운했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 앞에서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었디.


어린 시절의 자식들이 탄 상패와 트로피를 정리하는 일, 또한 어려웠다. 내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크리스마스 선물로 작은 손으로 정성껏 만든 볼품은 없으나 행복 바이러스를 듬뿍 안겨주던 카드들도 어찌 버릴 수 있을까.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엄마”라는 감동의 찬사로 구멍 뚫린 이민의 삶을 프라이드와 행복으로 충만하게 채워주었던 그것들은 내 인생의 크나큰 선물들이었다. 그러나 정작 상패와 트로피 본인들은 자기 자식들을 챙겨야 할 내리받이 인생들이니 어릴 적 영광은 순전히 부모를 위한 것일 뿐이란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는 그것들이기에 비감하지만 용단을 내려야 했다. 아무리 값진 의미를 지녔다고 해도 상패들이란 바로 그 때 그 시간을 위한 것이 아닌가 한다. 오로지 그 순간을 기쁨과 자랑으로 채워주는 것만으로도 족한 것인데 영원한 기쁨으로 지속되기를 욕심냈으니 우리는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인가.


지나간 삶의 역사가 담긴 사진첩을 간추리는 일, 역시 쉽지 않았다. 아이들의 출생부터 학창시절을 거쳐 결혼, 그리고 손주들 사진까지 넘쳐났다. 거기다 사십여 년을 함께 살아온 우리 부부 사진도 만만치 않았다. 얼만큼 버리고 간직하느냐 그 한계가 문제였다. 요즘은 테크놀로지가 뛰어나 기기(器機)를 이용한 저장방법이 다양하지만 아날로그 시대에 머문 우리에겐 인화사진에 더욱 친근감이 간다. 추억이 담긴 것들을 과감하게 버리는 일만큼은 마치 살아온 날들을 송두리째 내던짐과 같았다. 끝내 매 사진에 담긴 추억에 빠져 바람처럼 스쳐간 인연들이 남긴 흔적을 가슴에 묻었다. 그 외 끈끈한 정에 얽히지 않은 물건들은 기부단체를 이용하면 되니 한층 수월하였다. 이토록 살아가기 위한 필수품으로 소중하게 여겼던 것들이 한낱 가라지 세일품목으로 추락하는 과정을 아쉬움으로 지켜보았던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 너저분한 살림살이가 보일뿐더러, 더 나아가 새로 장만하고 싶은 물건마저 생겨나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과연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소유물이 필요한 걸까? 톨스토이는 ‘인간에게 많은 땅이 필요한가’라는 단편에서 보여준다. 인간이 아무리 욕심 내고 피땀 흘려 엄청난 땅(재산)을 얻는다 해도 종내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자신이 죽어서 묻힐 묘지(2㎡남짓)뿐임을. 비록 그렇더라도 아직 생명이 있는 나에겐 아무리 간소하게 살아가려고 해도 삶의 품위와 즐거움을 유지하기 위해선 필요로 하는 물질이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다. 이토록 솟아나는 욕망을 억제할 수양(修養)이 부족한 나이니 어쩌랴.
 그래도 또 다시 새해의 꿈을 꾼다. 현명한 포기는 좌절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여는 법. 짊어진 짐이 무겁고 힘겨우면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고, 설사 나아간다 해도 목적지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 미지수일 것이다. 한결 가벼워진 기대와 잔잔한 설렘으로 유쾌한 콧노래를 부르며 원숭이 해를 맞는다. 새 노트북을 가득 채울 감동 넘치는 우리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찾아 떠나고 싶다. 경쾌한 행진의 첫 발을 힘차게 내디딘다.

< 원옥재 - 수필가, 캐나다 한인문인협회원, 전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