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망나니가 휘두른 칼

● 칼럼 2012. 1. 23. 18:19 Posted by SisaHan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자살로 몰아간 검찰의 칼이 정연주 전 <한국방송>(KBS) 사장과 한명숙 전 총리를 찌르지는 못했다. 이번에 이 두 사람에게 무죄 선고를 내린 일을 포함하여 미네르바 사건, <PD수첩> 사건에서 검찰의 칼을 거둔 법원은 그래도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상식의 최저선을 지켜주었다. 
그러나 애초 불법 민간인 사찰의 희생자가 되어 자신의 블로그에 촛불 동영상을 올렸다가 기소된 김종익씨는 이번에는 조전혁 의원의 막가파식의 고소를 받은 검찰의 먼지털기식 수사로 여전히 재판을 받고 있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포스터에 쥐 그림 낙서를 했다고 검찰에 기소된 대학강사는 유죄판결을 받은 상태다. 정연주·한명숙 두 사람과 달리 이들은 평범한 시민이다. 그런데 이들은 지금 치명상으로 신음하고 있다. 
이 모든 사건은 도대체 애초부터 사건으로 성립조차 될 수 없었다는 점에서 동일한 성격을 갖고 있다. 재판부의 권고를 받아 세금 환급을 포기한 <한국방송> 사장을 배임죄로 기소한 것이나, 기업가의 신빙성 없는 진술 한마디로 전 총리를 범죄자로 몰아가고, 100만명 이상이 본 동영상을 블로그에 올렸다는 혐의로 사기업 사장을 기소하고, 그냥 장난 정도로 봐줄 낙서사건에까지 칼을 휘둘러댄 것이다. 이들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보인 검찰의 비열함과 파렴치함을 글로 적으면 책 한권도 모자랄 것이다. 

그런데 국가의 근본을 뒤흔든 중요사건이라 볼 수 있는 디도스 공격, 저축은행 사건, 효성그룹 비자금 사건, 한상률 전 국세청장 사건, 그랜저 검사 사건 등에서 검찰은 칼을 꺼내는 시늉만 했다. 
사람들은 정연주·한명숙씨가 무죄가 되었으니 ‘사필귀정’ 이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무죄’는 결코 원상회복이 아니다. 이 두 사람이 입은 개인적 상처도 크지만, 정 전 사장을 쫓아낸 이후 지난 3년 동안 <한국방송>이 공영방송으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편파방송과 국민 바보 만들기 작업을 한 결과, 이 정권의 더 심각한 비리와 부정은 그대로 축소·은폐될 수 있었다. 미네르바 사건이나 <PD수첩> 사건이 무죄가 되었지만, 당사자들은 정신질환을 앓을 정도의 큰 상처를 입었고, 이 사건을 지켜본 국민과 언론인들의 입은 얼어붙었다. 
국가의 근간을 뒤흔들 정도의 중죄에 제대로 칼을 들이대지 않는 것은 그런 범죄의 재발을 허용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법과 정의를 완전히 망가뜨리는 일이었고, 과거 같으면 여러 번 탄핵을 당할 수도 있는 사안에 연루된 현 정권을 살려주는 일이었다. 

칼을 휘둘렀던 사람들은 승승장구 출세하여 아직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옷을 벗은 사람은 연 수십억원의 수임료를 챙기는 잘나가는 변호사가 되었다. 그들은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지금도 부끄럼 없이 살아가고 있다. 과거 검찰이 그러했듯이 자신들에 대한 공격이 들어오면 또다시 그들은 “시키는 대로 했다”며 권력 뒤에 숨을 것이다. 그래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 나라 최대의 암적인 존재는 검찰이다”라고 말했다. 

망나니는 결코 스스로의 판단으로 칼을 휘두르지 않고 오직 명령에 충실하게 따를 뿐이다. 그런데 망나니의 잘못 휘두른 칼에 맞아 엉뚱한 사람이 죽거나 치명상을 입으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칼을 맞지 않아야 할 사람이 맞고, 마땅히 칼을 맞아야 할 사람이 살아남아 국민이 누려야 할 언론과 표현의 자유, 시장의 공정성, 정의가 여지없이 무너진다면, 그 책임은 누가 어떻게 질 것이며, 어떻게 망가진 사회를 바로 세울 수 있을까? 

무죄로 끝날 일이 아니다. 피해자 보상과 검찰 사과로도 충분치 않다. 국민참여 국회 청문회를 제안한다.
<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



민주통합당 대표 한명숙 씨 선출

● Hot 뉴스 2012. 1. 23. 09:13 Posted by SisaHan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을 이끌 당대표에 한명숙 후보가 선출됐다. 한 후보는 15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민주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전당대회에서 24.5%의 지지율로 당대표에 올랐다. 한 후보에 이어 문성근·박영선·박지원·이인영·김부겸 후보가 최고위원으로 뽑혔다.
국내 정당 대표 경선 사상 유례없는 시민참여 방식으로 치러진 이번 대회에서 한 대표는 모바일·현장투표, 대의원 투표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당내 이질적인 세력의 통합과 야권 연대를 통해 총선·대선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달라는 표심으로 해석된다. 한 대표의 당선으로 한국 정치사상 처음으로 여야 모두 여성 대표가 국회의원 선거를 진두지휘하게 됐다.  한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민주통합당과 이번 경선에 참여한 80만 시민의 이름으로 국민을 무시하는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는 승리의 대장정을 선언한다”며 “올해 총선과 대선 승리를 통해 승자 독식과 특권, 반칙의 시대를 끝내고 국민 다수가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세대교체·친노·탈호남…
기성정치와 거리 둔 인물들 상위권‥혁신예고

6인 지도부 특징과 전망

15일 선출된 한명숙 대표와 최고위원 5명의 면면과 순위에는 민주통합당의 앞날을 엿볼 수 있는 몇 가지 단서가 숨어 있다. 민주통합당 최고위원회는 대표 1명,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여성·노동·지역·청년을 배려해서 뽑는 지명직 최고위원 4명, 원내대표 등 모두 11명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정당의 속성당 대표와 선출직 최고위원 5명의 리더십이 당을 이끌어 갈 수밖에 없다. 득표 순위는 곧바로 ‘정치적 영향력’의 서열이다.
 
새로 구성된 지도부의 특징은 첫째, 기존 정당정치와 거리가 있는 인물들이 윗자리에 포진했다는 점이다. 이런 결과는 당장 당의 과감한 혁신, 통합진보당과의 선거연대를 추진해야 하는 민주통합당으로서는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 한명숙 대표의 안정감과 문성근 최고위원의 개혁몰이가 조화를 이루면 파열음을 줄이면서도 상당한 변화를 이뤄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은 큰 선거판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선거 경험과 실무적 지식이 부족해 위험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 현장의 실상을 잘 모르고 섣불리 개혁을 밀어붙이다가 반발을 자초하는 등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 정치 경험이 많은 이해찬 전 국무총리나 손학규, 정세균, 정동영 등 대선주자들에 의해 휘둘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명숙 대표는 대표직 수락 연설에서 “어떠한 기득권도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어떨지는 지켜볼 일이다. 민주통합당 안팎에는 대선주자들이나 호남 출신 중진들을 어려운 지역에 내보내고, 철 지난 전직 의원들을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둘째,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매우 가까운 사람들이 1·2등을 차지한 것도 눈에 띈다. 당장 당내에서는 “대선주자는 이제 문재인”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야권의 대선주자는 4·11 선거 결과, 한나라당 상황, 연립정부 성사 여부 등 복잡한 변수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친노무현 인사들이 당을 접수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민주통합당으로서는 오히려 정치적 부담이 크다. 한명숙, 문성근 두 사람의 선전은 사실 대중성 및 야권통합 운동에 힘입은 것이다. 그렇지만 한나라당이나 친여 언론은 민주통합당에 ‘친노 딱지 붙이기’나 ‘김대중-노무현 세력 이간’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 호남의 부진이다. 박지원 최고위원은 애초 대표직을 노렸으나 통합 전당대회 폭력 사태와 막판 돈봉투 사건에 휘말리며 4위로 내려앉았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탄생에 기여한 호남의 역사성에 견주어 보면 박지원 최고위원의 4위 추락과 이강래 후보의 탈락은 예상밖의 성적표다. 앞으로 호남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일은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통합당이 풀어내야 하는 난제로 남게 됐다. 반면 문성근, 김부겸 등 영남 지역 출마자들이 지도부에 입성함에 따라 민주통합당은 지역 기반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살릴 수 있게 됐다. 
넷째, 젊은 최고위원들의 약진이다. 박영선(52), 이인영(46), 김부겸(54) 등 상대적으로 젊은 정치인들이 최고위원회에 포함된 것은 민주통합당의 앞날을 밝게 해 주는 결과다. 이들은 앞으로 당내 혁신과 개혁공천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 
< 성한용 선임기자 >


“친노 따로없다‥공천권 국민에 줄 것”
한명숙 대표 인터뷰

한명숙 새 민주통합당 대표는 15일 당선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총선 승리를 위해 완전국민경선을 실시하고 통합진보당을 상대로 (총선 연대를 위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민주통합당의 돈봉투 파문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아직 사실관계가 하나도 밝혀진 게 없다. 그런 상태에서 근거 없는 (사태) 확산은 안 된다. 또 이런 상태에서 검찰 수사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공천 개혁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전략공천을 최소화하고, 완전국민경선으로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 어느 때보다 정치의식 높은 국민들에게 공천권을 돌려주면 국민 눈높이와 시대 흐름에 맞는 경쟁력 있는 후보를 반드시 뽑아올릴 것이라고 본다. 확실하게 한나라당에 이길 후보를 만들어줄 것이다.”
 
-통합진보당과의 선거연대 원칙은? 
“우리가 통합진보당과 대화할 때 가치 중심적인 정책연대를 기반으로 할 것이다. 우리가 진보적 가치를 많이 반영했다. 이를 중심에 두고 다양한 정책연대를 기반으로 (선거연대를) 추진하겠다. 중앙뿐 아니라 지역별로도 자체적으로 (연대 통한) 공천 이루는 것을 존중하겠다.”
 
- ‘친노 부활’이라는 지적이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는 어떻게? 
“친노, 반노, 비노 이런 구도는 언론에서 만든 분열적 레토릭이다. 한명숙은 친DJ(김대중)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불러서 정치권에 입문했고, 장관도 했다. 또 민주통합당 하는 모든 사람은 친노다. 여기 반노는 없다. 모두가 화학적 결합을 이미 이뤘다. 굴욕적이고 불평등한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폐기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것이 이번에 출마한 후보 9명의 공통된 생각이다. 총선 승리하면 반드시 폐기하겠다.”


▶킨텍스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서 대의원들의 현장투표 장면.


모바일 투표로 ‘선거혁명’
정당 경선 사상 최대 선거인단… 모바일 47만여명

시민 선거인단 63만7천799명(81.1%), 당비납부 당원 12만7920명(16.3%), 당 대의원 2만1000명(2.7%). 
15일 열린 민주통합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대회의 선거인단 구성이다. 전체 78만6000여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표의 가중치를 반영하지 않고 단순히 숫자로만 따진다면, 당원이 아닌 일반 시민 선거인단의 비율이 80%를 넘는다. 
정치권에선 이번 경선의 흥행 성공의 ‘비결’로, 시민 누구든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모바일 투표를 도입했다는 점을 꼽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15일 투표 결과 집계를 발표하며 “이번 투표율은 정당의 지도부 선출이나 대통령 후보자 선출과 비교해 역대 가장 많은 선거인단이 투표에 참여한 것”이라며 “이는 모바일투표 도입이 가장 큰 공”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모바일투표와 현장투표로 나누어 신청을 받은 시민참여 선거인단 중 모바일투표 신청자 비율이 무려 88%에 달했다. 여기에 당비납부 당원들도 대거 모바일투표에 참여하면서 전체 시민·당원 선거인단 가운데 59만8124명(71.8%)이 모바일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모바일 투표를 신청한 이들 가운데 실제 투표에 참여한 이들은 80%(47만8385명)였다. 이에 견줘 시민 선거인단과 당원들의 또다른 투표 창구였던 현장 투표는 신청자 16만7595명 가운데 3만4829명(20.8%)이 참여하는 데 그쳤다.
 
이번 모바일 선거의 성공 배경에는 이른바 ‘엄지 혁명’으로 불릴 정도의 손쉬운 참여 보장이 큰 몫을 했다. 휴대전화로 한 번에 신청하고,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몇 번의 휴대전화 터치만으로 정당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것이다. 
이런 방법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싶어하는 젊은층들의 기호, 욕구와도 일치했다. 중장년층 위주의 당원에 의지하던 당 대표 선거가 일거에 젊은층의 의견이 반영되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실제 이번에 진행된 국민참여경선에는 40대 미만이 40대 이상보다 월등히 많이 참여하는 바람에, 1표의 반영 비중을 0.64(40대 미만) 대 1(40대 이상)로 보정하기도 했다. 과거 당 대회 때 40살 미만의 선거인단이 20%대에 머물렀던 것에 비하면 주목할 만한 변화이다. 
시민 선거인단의 급격한 증가로 경선 결과의 30%를 차지하는 대의원(2만1000명)의 1표 가치가 일반 시민 15.7배나 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당 대표를 뽑는 선거이기 때문에 대의원 표의 가치 상승을 부정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당 안팎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모바일 돌풍이 향후 정치지형에 낳을 파장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이번처럼 당권 선거가 아닌 총선과 대선처럼 공직선거의 경우 100% 국민참여경선으로 후보자를 선출하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모바일에 익숙한 20~40대 유권자들의 영향력이 점차 커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다만 대선 후보와 달리 총선 후보 선출의 경우엔 사정이 다를 수 있다. 전국에서 각 지역구별로 한꺼번에 국민참여경선이 진행되면 주목도가 떨어져, 결국 투표인단을 많이 끌어모으기 위한 조직 선거가 되풀이될 가능성도 있다.


‘이명박 검찰’이 단련시킨‘철의 여인’
한명숙 대표는…

한명숙 대표는 김대중 정부에서 초대 여성부 장관을, 노무현 정부에서는 환경부 장관을 거쳐 첫 여성 총리를 지냈다. 하지만 그가 대중들에게 강한 이미지를 남긴 시기는 그 이후였다. 2009년 5월29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 때 슬픔을 누르며 조사를 읽어내려가던 한명숙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 한 대표도 ‘검찰의 희생양’이 될 뻔했다.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던 그는 검찰 수사와 재판 와중에 선거를 치러 0.6%포인트 차로 패배했다. 검찰은 2009년 말부터 시작된 ‘5만달러 뇌물수수 사건’에 대해 무죄가 나자 즉각 다른 정치자금 수사를 시작했다. ‘불법정치자금 9억원 사건’도 지난해 10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한 대표는 경선기간 내내, 2년이 넘는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을 거치면서 “이명박 정권의 정치탄압을 뚫고 철의 여인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걸 강조했다. 검찰이 그를 단련시킨 일등공신인 셈이다. 그가 민주통합당 대표로 당선된 데엔 이런 부분에 대한 당원들의 미안한 마음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가 한달여의 선거운동 과정에서 내세운 건, 유력한 대선주자이기도 한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과의 대립 구도였다. 그는 15일 현장연설에서 “한나라당 박근혜와 싸워 이길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한명숙이 독재와 싸우고 고문당하며 차디찬 감옥에 있을 때 박근혜는 청와대에 있었다. 한명숙이 99% 서민과 함께 가난과 싸울 때 박근혜는 1% 부자 증세에 반대했다”고 외쳤다. 
민주통합당을 지지하는 시민과 대의원들이 그를 선택한 또다른 이유는 오랜 경륜과 경험에서 나오는 안정감이다. 총리까지 지낸 국정운영 경험, 민주당의 정통성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태생은 시민사회단체라는 점, 정권교체로 나가는 데 필수적인 당내 통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리더십을 갖추고 있다는 점 등을 평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대표는 공직 경험에 비해 정당 생활, 당직 경험이 풍부하지 않다. 그럼에도 다른 최고위원들과 호흡을 맞춰 역대 최대의 경쟁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4월 총선 공천을 잡음 없이 관리해야 한다.


[한마당] 시키는 일만 하다가는

● 칼럼 2012. 1. 14. 13:49 Posted by SisaHan
‘파블로프의 개.’ 먹이를 줄 때 종소리를 울려주면 어느 순간부터 종소리만 울려도 침을 흘리게 되는 참으로 멍청한 개다. 
파블로프는 그 개를 가지고 좀더 복잡한 실험을 시도했다. 이번에는 종소리가 아니라 원을 보여주면서 먹이를 줬다. 어느 순간부터 개는 원 모양만 보면 침을 흘리게 되었다. 이제는 훈련의 강도를 더 높여, 개가 원과 타원을 구별하도록 훈련시켰다. 원 모양을 보면 침을 흘리도록 먹이를 주고, 타원 모양을 보면 먹이를 주지 않았다. 이제 개는 원과 타원을 아주 정확하게 구별하게 되었다.
문제는 바로 그다음부터 생겼다. 짓궂은 파블로프가 타원 모양을 점점 원에 가깝게 했다. 어느 순간부터 개의 행동이 이상해졌다. 원과 타원의 구별이 어려워지자 아무 때나 침을 흘렸다. 그래도 실험이 계속되자, 개는 낑낑거리기 시작했고, 우리 안을 빙빙 돌아다니며 오줌을 흘렸다. 주변에 있는 물건을 물어뜯는 등 전에는 전혀 보이지 않던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이를 파블로프는 신경증 환자가 보여주는 행동과 유사하다고 하여 ‘실험적 신경증’(experimental neurosis)이라 불렀다. 개도 똥오줌을 가리기 힘든 상황이 지속되면 정신병에 걸린다는 이야기다. 

미국의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은 개를 가지고 파블로프보다 더 못된(?) 실험을 했다. 우리에 갇힌 개에게 전기고문을 가하는 실험이다. 개를 두 집단으로 나누어 한 집단의 개는 코로 지렛대를 누르면 전기고문을 멈출 수 있게 했다. 그러나 다른 집단의 개는 몸을 꽁꽁 묶어 꼼짝 못하게 했다. 한동안 전기고문을 가하니, 첫번째 집단은 고문이 시작되면 바로 코로 지렛대를 눌러 고문을 멈추게 했다. 두번째 집단은 그저 전기고문을 당해야만 했다. 문제는 그다음에 일어났다. 
이번에는 두 집단의 개 모두 우리 문을 열어놓고 전기고문을 가했다. 고문이 시작되자 첫번째 집단의 개는 바로 문밖으로 달아났다. 그러나 두번째 집단의 개는 도망갈 수 있는데도 그 자리에서 꼼짝 않고 전기고문을 당했다. 이 현상을 셀리그먼은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이라 불렀다. 무기력도 학습된다는 이야기다. 

‘실험적 신경증’과 ‘학습된 무기력’은 개의 정신질환이 아니다. 인간의 상황을 개에게 적용한 것이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상황에 오랜 기간 처하면 누구나 이 병에 걸린다. 스스로 차를 운전하면 절대 멀미를 하지 않지만, 남이 운전하는 차를 타면 멀미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다. 차가 언제 가고 언제 서는지 도무지 예측할 수 없이 그저 앉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운전 개같이 한다!’고 투덜대는 거다. 

한국 남자라면 누구나 약한 정도의 ‘신경증’과 ‘학습된 무기력’에 사로잡혀 있다. 어려서부터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한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서는 더하다. 집안 문제든 사회문제든 도무지 내가 어떤 결정에 주체적으로 관여해본 경험이 전혀 없다. 어떻게 밀려 살다 보니 여기까지 온 거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있는 이유는 시청자들이 더이상 무기력하게 ‘바보상자’를 바라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자신이 계속 듣고 싶은 노래, 계속 보고 싶은 사람을 결정할 수 있는 까닭에 즐거운 것이다. 그깟 티브이 출연자를 결정하는 버튼 누르기도 그렇게 즐거운데, 내 삶을 내가 결정하는 일은 얼마나 설레고 흥분될까? 

시키는 일만 하면 개도 미친다. 이제라도 뭐든 스스로 결정하며 살자는 거다!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사는 일에 제발 쫄지 말자는 이야기다!

< 김정운 명지대 교수 >